오늘 공교롭게도 팀이 참 잘 짜여졌어요. 어우 짜증나. (웃음)
지난 13일, 청담동에 위치한 한정식집에서 중국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두 스타트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중국인 팀원에게 한식을 먹이고 싶다는 ‘블루차이나’팀의 요청과 ‘내가 대접하겠다’고 나선 ‘트루차이나’ 이승준 대표가 그들입니다.
배고픈 스타트업에게 밥 한끼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모임은 벤처투자자 ‘K Partners & Global’의 양경준 대표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글이 큰 호응을 얻어 ‘스타트업, 식사는 하셨습니까?‘라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탄생하게 되었고, 스타트업에게 밥 한끼 대접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는 스타트업 대표 및 관계자가 10여 명이 넘었습니다.
이 ‘밥 한끼’ 릴레이의 첫 스타트를 끊은 팀이 중국 e-커머스 분야 스타트업 ‘블루차이나‘ 입니다.
이날 첫 번째 모임에서 나온 내용을 좌담회 형식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트루차이나 이승준 대표(이하 이) : 페이스북에서 ‘블루차이나’ 팀원들 사진을 보고 다들 인상이 너무 좋아서 제가 꼭 밥 한끼 대접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군다나 저는 ‘트루차이나’라는 중국 투자 파트너를 하고 있는데 회사 이름이 앞 글자만 빼고 똑같잖아요. (웃음) 그래서 ‘아 인연이구나, 꼭 만나야겠구나’해서 연락을 드리게 되었어요.
블루차이나 구명길 대표(이하 구) : 저는 이승준 대표님이 양경준 대표님과 잘 아는 사이라 연결해주신줄 알았는데, 그냥 저희에게 밥을 사주고 싶어서 직접 연락을 주신거더라구요.
K Partners & Global 양경준 대표(이하 양) : 제가 볼 때 구명길 대표님이 참 현명하신 게 페북 그룹에 일부러 밝은 사진을 올리신 것 같아요. (웃음)
구 : 저는 그냥 양경준 대표님께 말만 하면 신청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팀 사진을 올려야 신청완료가 되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점심 먹고 식당 앞에서 대충 한 장 찍어서 부랴부랴 냈는데 저희가 처음으로 신청한 팀이 될 줄은 몰랐어요.
‘블루차이나’ 구명길 대표
양 : 구명길 대표님은 원래 중국 쪽 비즈니스를 해오셨던 건가요?
구 : 저는 원래 e-커머스 쪽에서 업무를 했었어요. 그러다가 중국에 대해 시장조사할 기회가 계속 생겼죠. 예전에 KT커머스라는 회사에 있었는데 ‘엔조이뉴욕’이라는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상품을 가지고 중국 타오바오에 입점해서 판매하는 일을 했었어요. 그때만 해도 중국 e-커머스에 대해서 거의 모를 때였기 때문에 좋은 경험을 했었던 것 같아요.
11번가 쪽에도 있었는데 그때도 중국 시장조사를 해야 할 일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중국 쪽에 계속 흥미를 가지고 있었죠. 그러다 작년 KG이니시스에서 ‘웨이니몰’이라는 중국 요우커 쇼핑몰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작년 말에 오픈을 했는데, 그동안 조사했던 부분을 실무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러다 여러 가지 시도해보려고 했던 것들을 하기 위해서 나오게 됐어요. 주변에 중국 지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도움을 받아서 이렇게 회사를 차릴 수 있었고요. 저는 사실 중국어를 못해요. (웃음)
양 : ‘블루차이나’ 사업 내용에 대해 소개 좀 해주세요.
구 : 중국 e-커머스에 관심 있는 국내 업체들은 많지만 어려워해요. 첫 번째로 한국 상품을 중국어로 제대로 소개한 컨텐츠가 없고, 그게 있다 하더라도 두 번째로 중국 e-커머스 시장에 어떻게 진입해야 할지 몰라요. 제가 만난 분들의 99%는 징동(JD.com)과 티몰(T-mall)만 아세요. 그 이상도 이하도 모를 정도로 아직 우리나라에는 아직 중국 e-커머스에 대한 알려진 것도 전문가도 많지 않아요.
실상 티몰(T-mall) 같은 곳에 입점을 하면 보증금만 3000만원이고, 입점비가 500만원에서 2000만원, 별도 수수료도 있고 운영되기 위해 또 돈을 써야 해요. 그렇지만 그렇게 투자를 한다고 장사가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냥 셋팅만 한 거죠. 한국으로 치면 지마켓 아이디를 하나 만든 거예요. 중국에 진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티몰(T-mall)은 답이 아니에요. 또, 쇼핑몰을 전문으로 번역하는 곳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것은 이거다.’라고 생각했죠. 저희가 캐시카우로 먼저 하는 일은 쇼핑몰 전문 번역이예요. 국내에 번역회사는 많지만, 쇼핑몰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없습니다. 쇼핑몰은 이미지가 대부분이라 번역회사에서 견적을 뽑기도 어렵죠. 더군다나 기존에 번역해놓은 문장들을 보면 중국 사람들이 보기에 말이 안되는 문장들이 너무 많아요. 제대로 검수가 안된 번역을 한 것이 많아서 그래요. 정말 제대로 하고 있는 업체가 없는거죠. 그래서 이 부분이 틈새시장이라고 보고 시작하게 됐어요. 시작한지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의뢰가 꽤 많이 들어오고 있고요. 의뢰자들을 만나보면, 번역이후 어떻게 물건을 팔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더라고요. 판매로 연결되는게 가장 중요한거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메이메이더(美美的)’라는 B2B2C를 같이 준비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마유크림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중국에서 그렇게 입소문 나게 되는데에는 따이공(代工, 보따리상)들의 역할이 커요. ‘초기 진입에는 이게 정답이다’ 싶어서 따이공과 국내 제조유통회사들을 연결시켜주는 B2B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에요. B2C는 최근 대련(大连)의 중국 사이트 운영대행을 맡았고요. 저희는 국내 기업에 콘텐츠를 만들어주고, 중국 뿐만 아니라 동남아 쪽에 무역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루트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중국 시장에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블루차이나의 기업 가치입니다.
양 : 중국 비즈니스 한다고 중국에 다닌 지 한 6년쯤 됐는데 작년 초부터 중국의 소비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특히 20대는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소비하는 습관이 생기고 있어요. 중국에서 하나의 성공 방정식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에요. 한국에서 성공한 것들을 중국으로 가져가면 거의 그대로 성공해요. 6~70년 대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에서 성공한 것을 가져와서 크게 성장했잖아요? 지금 중국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한국 시장을 지켜보다 분야별로 성공한 아이템을 뽑아다가 론칭하고 있어요. 거의 다 성공해요.
‘트루차이나’ 이승준 대표
양 : 이승준 대표님은 어떻게 선뜻 밥을 사겠다는 생각이 드셨어요?
이 : 저는 그냥 블루차이나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재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경준 대표님께서 얼마 전에 “모든 CEO는 외로움이 있다.”라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그때 CEO들끼리 이렇게 격려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재창업을 하면서 힘들었지만 지금 직원들이랑 함께 일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 며칠 전 “만약 돈 걱정이 없다면 무슨 일을 하고 살고 싶냐”는 질문을 들었어요. 저는 그에 대한 대답을 이렇게 하고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요. 그만큼 지금 일은 저에게 의미가 있어요.
구 : 저도 지금의 팀원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오늘 함께한 이사님과 실장님은 전전직장부터 함께해온 동료예요. 그리고 중국 팀원인 쯔위(梓瑜)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예요. 그래서 욕심났죠. 실제로 지금 가장 열성적으로 일해주고 있는 친구이기도 하고요.
제가 지금의 사업을 구상했을때 뭘 해야할지가 명확했어요. 예전같으면 회사를 나와서 뭘 하겠다는 생각을 못했을 것 같은데 뭘 해야할 지가 명확하니까 짧은 기간에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에 좋은 분들이 함께하겠다고 하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죠.
양 : 팀원 구성이 잘 되어있는 팀이 가장 복받은 것 같아요. 정말 좋은 팀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일을 같이 하면서 쌓아온 신뢰를 가지고 있다가 “나 창업할껀데 같이 할 사람?” 했을 때 “저요!” 하고 선뜻 따라줄 수 있는 그런 팀원들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이승준 대표님의 사엽영역이 증권 트레이딩인데요. 언제부터 하신건가요?
이 : 꽤 오래됐죠. 증권은 대학때부터 했어요. 저도 원래는 스타트업을 했던 사람이고, 사실상 ‘트루차이나’도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희가 비록 전형적인 스타트업의 모습은 아니지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양 : 스타트업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 것이니까요.
이 : 그렇죠. 가끔식 지금의 제 위치를 스스로 평가해보곤 하는데 적어도 시장에서 깨지고 다니진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투자자문이 큰 손실을 입히는 경우도 더러 있고, 자칭 전문가 중에 자격이 없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아요. 그래도 저희는 그 중에서 트루, 즉 ‘진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양 : 아무래도 주식시장은 수익률로 승부를 보는 시장이잖아요.
이 : 저희는 수익률이 괜찮은 편이에요. 제가 ‘이토마토’ 증권방송을 4~5년 정도 했었는데, 제 방송을 꾸준히 보셨던 분들이 지금 제 고객의 대부분이에요. 저희가 연간 내고 있는 수익은 평균 40~60% 정도 됩니다.
양 : 친하게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중국인 멤버가 포함된 ‘블루차이나’ 팀
양 : 요즘 스타트업들이 확실히 바뀌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게, 예전에는 외국인 멤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중국 비즈니스를 해야 되면 중국 멤버, 미국 비즈니스를 해야 되면 미국 멤버 식으로 자연스럽게 팀을 이루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요.
구 : 중국인 팀원이 없었다면 ‘블루차이나’라는 사업은 생각할 수가 없었을 거예요. 제가 중국어를 못하잖아요. (웃음)
앙 : 이대표님과 구대표님이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모임에 스타트를 끊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 : 아이고, 저희도 1번이 될 줄 몰랐어요. 양대표님이 빨리 신청하라고 하셔서 남들은 다 신청했는데 저희만 안 한 줄 알고 서둘러서 한다고 했는데 1번이더라고요. 또 이렇게 코드가 맞는 대표님들과 스타트업 미디어이자 중화권 네트워크인 플래텀까지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늘 정말 최고의 조합입니다.
양 : 한 1년 지나면 밥 사실 위치가 되어있을 것 같아요?
구 : 6개월 안에 사야죠. 자신 있습니다.
양 : 앞으로도 부담 갖지 않고 비즈니스 이야기도 좋겠지만, 그냥 맛있게 밥 먹고 ‘내가 이런 일을 한다’고 공감을 나누는 자리였으면 좋겠어요. 밥을 사시는 분은 이런 사업분야도 있구나 얘기를 듣고, 밥을 얻어먹는 분들은 배불러서 좋고, 누군가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자체가 좋잖아요.
창업을 해보면 회사 규모를 떠나 CEO는 굉장히 외로워요. 누군가를 계속 격려해야 하고, 성과를 내야 하고, 그 스트레스를 누가 알아주지 않아요. 그 외로움을 다른 사람들을 잘 이해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더 힘들죠. 팀원 분들이 CEO도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스타트업이 잘 돼야 우리나라가 잘 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꼭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 두 분 대표님과 블루차이나 팀원 모두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