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yage #2]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
[Startup’s Story #397] “평창올림픽 우리도 함께했어요”혼합현실 스타트업 ‘닷밀’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어요. 오각형 원형 야외무대에 적은 인원을 세우는 대신 그 공백을 미디어아트로 활용해 채우자고 했던 게 신의 한 수였어요.”
평창동계올림픽의 송승환 총감독은 지난 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제 평창올림픽 공연에 배정된 예산은 베이징 올림픽의 10분의 1 수준인 600억. 많은 인력을 동원하기 힘들어 하마터면 허전해보일 수 있었던 올림픽 스타디움은 미디어아트의 도움을 받아 전통의 아름다움과 평화의 메시지로 가득찰 수 있었다.
이 올림픽 미디어아트의 중심에는 혼합현실(MR) 전문 스타트업 ‘닷밀’이 있다. 이들은 타기업과 분량을 나누어 개, 폐회식에서 ‘모두를 위한 미래를’, ‘행동하는 평화’, ‘열정의 노래 1,2’ 등 총 5개의 공연의 프로젝션 맵핑을 전담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 대다수 팀원이 장기 휴가를 떠났다는 닷밀의 전지혜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지혜 식장은 닷밀에서 프로젝트 전반 기획과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고 있다. 이전에는 국제회의 기획 업무를 진행했다.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닷밀은 올림픽을 위해 어느 정도 준비를 해왔나.
약 11개월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였다. 내부적으로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기 때문에 업무량이 계속 불어났다. 워낙 오랜 시간을 투자했던 만큼 팀원들의 정신적인 피로도가 컸고,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팀원 전체가 한마음으로 도와가며 무사히 끝났다. 20명이 넘는 아티스트들도 미디어아트를 위해 고생해줬다.
닷밀은 정확히 무엇을 만들어내는 기업인가.
혼합현실 콘텐츠 제작 기업이다. 우리는 미디어 공연 생태에서 영상, 퍼포먼스, 음악, 기획, 기술이 한데 어우러져야 최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래서 인원이 적던 초기부터 다양한 예술, 기술 분야의 사람을 모으고 함께 작업을 만들어왔다. 우리는 원천 기술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서 항상 새로운 기술을 찾아내고 우리 프로젝트에 접목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공연에 대한 피드백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이었나.
실시간으로 댓글을 확인했다. 한 공연에 ‘이 공연이 제일 멋있다’는 댓글이 주르륵 달렸는데, 특별한 말이 아닌데도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그렇게 말해주니까 너무 감격스럽더라.
공연마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작업했나.
‘배려’다. 올림픽이라는 메가 이벤트에서는 수많은 사람과의 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만 튀려는 욕심을 내세우면 문제가 생긴다. 작업에 참여하는 모두가 서로서로 돋보일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만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했다. 우리뿐 아니라 모두의 노력과 배려가 있었기에 음악, 조명, 무용, 미디어가 한데 어우러지는 좋은 결과물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개폐막식도 맡았던 걸로 알고 있다. 닷밀이 어떤 경쟁력을 가졌길래, 이렇게 큰 국가 행사들을 맡을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위해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개폐회식의 경우, 일정이 굉장히 급박했다. 하지만 사내에서 계속해서 쌓아온 R&D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다. 이런 경력이 더해지면서, 평창올림픽 제안요청서(RFP)를 받고 입찰을 통해 프로젝션 맵핑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닷밀의 대표작이라고 일컬을만한 작품이 있다면?
바다의 풍경을 그대로 숲속에 옮긴 제주 조각 공원의 포레스트 판타지아(Forest Fantasia), 삼성 갤럭시 언팩(Samsung Galaxy unpacked),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MAMA) 등을 꼽을 수 있다.
매출 증가율은 어떻게 되나.
작년 매출이 50억 정도다. 2012년 설립 연도 대비 5000% 증가한 수치다. 올해 매출은 100억 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데, 큰 이변이 없다면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혼합현실(Mixed Reality)이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혼합된 상태를 뜻한다. 즉 현실을 기반으로 가상 정보를 부가하는 증강 현실(AR: Augmented Reality)과 가상 환경에 현실 정보를 부가하는 증강 가상(AV: Augmented Virtuality)의 의미를 포함한다.
혼합현실 콘텐츠 시장이 계속해서 커나갈 수 있을까? 국내외적 전망이 궁금하다.
사람은 현실에서 판타지다운 무언가를 경험하기 위해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왔다. 이 판타지의 시각적, 기술적 해답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 기술들은 기기로 인한 장벽 때문에 일시적인 이벤트에서만 소비돼왔다.
이를 극복하고자 등장한 것이 혼합현실이다. 맨눈으로 올림픽 개회식을 즐길 수 있었던 것처럼, 체험을 위한 어떤 기기도 필요하지 않다. 혼합현실은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원, 전시관 등 생활에 밀접하게 닿아있는 곳에서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해외 유명 기업인 모멘트팩토리, 팀랩 등도 가족, 친구, 연인이 함께 찾을 수 있는 장소에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해외 진출 계획은 어떻게 되나.
해외 진출은 예전부터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몇 번의 공연을 마쳤다. 요즘에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B2B, B2C 비즈니스를 모두 진행한다. 동남아 시장은 미디어아트, 혼합현실 콘텐츠 분야에 있어서 완벽한 불모지다. 인제야 그곳에서도 미디어 쇼 분야가 주목받으며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이를 선점할 기업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걸 우리가 해내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으로 닷밀의 단기, 중장기 목표에 대해 말씀해달라.
하던 걸 잘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단기 목표다. 중장기 목표라는 현재 진행 중인, 대중과 직접 만날 수 있는 B2C 사업을 잘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다양한 기술과 예술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내는 데 강점이 있는 회사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리 새롭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각 재료를 적절히 섞어 창조해 낸 ‘공간’이 주는 감동은 늘 새로울 것이라 자부한다. 앞으로도 잘 지켜봐달라.
[Startup’s Story #398] 해외 사용자가 90%인 한국 협업툴
‘애디터’는 변해가는 업무 방식과 도구의 불일치로 인한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SaaS(Software as a Service) 기반 협업 문서 툴이다. 다양한 포맷의 자료를 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편집할 수 있으며, 콘텐츠를 웹으로 발행해 웹페이지로도 활용할 수 있고, 기존에 사용하던 구글 독스나 PDF와 같은 포맷으로도 발행할 수 있다.
애디터(additor)는 베타 서비스 중이지만, 입소문을 타고 매달 두자릿 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기술력과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 모두를 인정 받아 시드 투자 및 TIPS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채로운 부분은 고객의 90% 가까이가 해외에서 유입되고 있다는 점.
세 명의 친구로 구성돼 있는 애디터 팀은 현재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해 나아가고 있다.
(왼쪽부터) 김연호, 조성우 이사& 장지원 대표 /사진=플래텀 DB
서비스의 페르소나는.
‘일 하는 모든 이’다. 정확하겐 ‘해결과제 이론’을 따른다. 이 이론은 시장을 과제 기반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과제는 특정 상황에서 고객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고객이 마주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려하며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대부분 지식근로자의 업무 흐름은 자료를 찾아 정리한 뒤 1차 편집해 의견을 얻고, 다시 편집해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한 곳에서 하게끔 만든다. 사용자의 해결 과제를 돕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거다.
지식노동자를 생각하는 서비스다.
문과출신이자 테크 커리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컸다. 개발자는 코드로,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소통하는데 비해 일반 사무직 근로자는 문서로 일 하면서도 이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툴이 없었다. 각종 정보 지식을 쌓는 공간도 낙후돼있다고 봤다. 그런 아쉬움에 애디터를 생각하게 됐다.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아이데이션 과정이 궁금하다.
자료를 찾고 정리하던 중이었다. 리서치, 메모, 종합정리, 최종 결과물 등 작업을 수행할 때마다 사용해야 하는 툴이 각기 달라 번거로웠다. 게다가 자료를 검색해 공유하는 데도 단계를 거쳐야 했다. 한번에 다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관련 서비스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시장의 크기를 가늠해봤다. 내가 가진 니즈와 일하는 방식이 글로벌 구조와도 연결돼있다고 봤다. 2020년엔 미국 노동자 30%가 프리랜서라고 한다. 향후 일하는 방식이 기존과 다른 형태를 보인다는 뜻이었다. 수직적 구조를 벗어나 팀간 협업이 중시되는 등 일하는 주체도 다양해질 것이다. 애디터와 같은 툴이 변하는 사회적 흐름에 부합하면서도 유용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시작됐다.
첨언하자면, 해외엔 이미 많은 협업 툴이 출시돼있다. 다만 대부분 한 그룹 내 협업에 중점을 둔 채 만들어진 것들이다. 우린 외부와 협업 사례가 많아질 거라고 봤다. 지금도 기업과 기업간 사용하는 툴이 다르면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비용이 든다. 이러한 부분에서의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국내외서 ‘슬랙’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즉, 시장 선두주자가 있는 상황인데.
협업툴이라고 하면 ‘슬랙’, 혹은 ‘잔디’를 떠올리는데 이는 사실 큰 개념이다. 협업은 일하는 방식을 말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것들은 모두 그 테두리 안에 든다. 메신저 기반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영역도 협업이 존재한다는 거다. 애디터는 ‘문서작업’ 부문을 혁신하는 도구다. 기업은 대부분 문서 작업을 한다. 워드프로세스로 대변되는 분야를 바꿔가겠다는 관점이다.
문서편집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구글닥스 등 온라인 편집도구를 활용하는 이들도 많다. 익숙한 툴을 놔두고 애디터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텍스트 편집 툴이 나온 시기는 개인에게 업무가 주어지고 이를 위에 보고하던 과정이 흔할 때였다. 그 툴은 수직적인 보고 체계와 잘 맞는다는 뜻이다. 그렇다 보니 업무의 다양성, 새로운 정보를 담기 어렵다. 논문부터 유튜브 등 정보의 형태는 제각각이다. 협업이 주된 업무방식인 것을 감안하면 업무툴이 새롭게 제안돼야 한다고 봤다. 그게 애디터다. 일하는 방식에서 얻게 될 모든 지식을 담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본다. 애디터의 사용자는 여전히 구글 문서를 쓴다. 우리 툴을 사용한 뒤 작업물을 저장할 용도로 사용하는 거다.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게 우리 서비스다.
기업 간 협업 시, 클라우드 및 문서 보안에 대한 입장이 다를 수 있다. 툴 활용이 원할치 않을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일을 하기 위해 솔루션을 구축하기 보다 협업툴 업체의 솔루션을 사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SaaS 기반 툴의 시장규모가 100조원 대로 성장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툴을 쓰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의사결정체계 및 권한에 따른 차등관리 등 여러 이슈가 존재하는 탓이다. 이에 대부분 협업 툴은 기업규모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다. 각 기업의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플랜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관련 수익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매출은 언제 낼 계획인가.
정식버전이 출시되면 어느 정도 수익은 나겠지만, 우선은 성장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나갈 생각이다. 규모가 생겨야 유의미한 매출을 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유저의 유료 전환율이 높아야 한다. 당장의 수익보다 유저를 늘리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드는 게 우리의 최우선 과제다.
충성 고객은 어떻게 모으고 있나.
우선 장기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감정적 유대감을 쌓으려고 노력 중이다. 향후 큰 협업툴 플랫폼과 협업하거나 업무와 관련한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한다. 우리 서비스를 사용해 생산성이 높아졌음을 그들에게 끊임 없이 증명할 생각이다.
해외 시장을 타깃해 운영 중이다.
글로벌 진출을 처음부터 염두하고 만든 건 아니었다. 사업성 측면에서 자주 쓸 고객이 해외에 있었을 뿐이다. 사업을 기획할 때 국내는 시장성이 거의 없다고 봤다.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도 해외 고객을 유치했다.
구글 크롬스토어 피처드, 프로덕트헌트 피처드 덕분이다. 거기서 많은 홍보가 됐다. 동시에 우리 유저는 얼리어답터이자 미디어 업계 종사자가 많다. 이들이 서비스를 자사 미디어 혹은 테크 커뮤니티에서 소개하면 바이럴이 발생했다. 한 사람의 고객이 많게는 20명까지 데리고 온 사례가 있었을 정도다.
애디터의 마지막 종착지는 미국인가.
아직은 막연한 계획에 불과하다. 다만 시장과 경쟁사, 고객 모두 미국에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외 국가로의 확장도 근시일 내에 이뤄질 거라 본다.
사업을 하는 분야에서 의견 개진할 게 있다면.
해외에선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한 투자가 많다. 그에 비해 국내 기업 상당수가 문제가 생기면 시스템을 만드는 게 아니라 야근을 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서 성과를 최대한 낼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을 모두가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서비스를 국내외 할 것 없이 많은 고객이 사용해 생산성을 높였으면 좋겠다. 가감없는 피드백도 환영이다.
[Startup’s Story #399] 골목시장 물건도 모바일 상품권으로 만들어주는 플랫폼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서비스를 모바일 상품권으로 편하게 만들어,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플랫포스는 클라우드형 모바일 상품권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술 스타트업이다. 대우그룹을 거쳐 옥션, 야후, 신세계몰 등 국내 유통기업과 글로벌 IT기업을 거치며 다져온 신영준 대표와 스타벅스에서 사이렌오더를 만들어낸 정원용 CTO등이 각자 걸어온 세월로 빚어낸 산물이다.
플랫포스를 이용하면 1시간이면 유형에 상관없이 모든 모바일 상품권을 만들 수 있고, 제휴한 유통 채널에서 판매할 수 있다. 트래픽을 제공하는 업체에겐 수수료를 나누는 공유경제형 모델도 추구한다.
이들의 저력과 잠재력에 공감한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했고, 네이버와 옥션은 자신들의 채널을 내어줘 보다 많은 판매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 서비스엔 핀테크, 공유경제, 블록체인, 유통 등 테마가 복합적으로 포함돼있다. 서비스명처럼 ‘우리 사회를 위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신영준 대표를 만났다.
신영준 플랫포스 대표/사진=플래텀 DB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가 모두 접목된 사업이라고.
플랫포스는 상품권을 발행하고 유통시킬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세세히 나눠보면, 플랫폼 제반 요소는 모바일 상품권이기에 O2O다. 플랫폼을 요구하기에 SaaS이며 결제하기에 핀테크도 있고, 유통이 돼야 한다. 거기에 상품권의 근간은 ‘가상화폐’인 만큼 블록체인, 이를 세계시장에 널리 쓰이도록 하는 글로벌적 관점이 요구된다. 게다가 수익을 나누고 있으니 공유경제다. 국내 IT생태계를 선도하는 개념이 다 포함돼있다.
이 사업을 결심한 계기는.
2010년 신세계에서 근무할 때다. 당시 신세계몰은 오픈마켓에 비해 온라인 쇼핑몰 규모가 상당히 작았다. 웹 기반 온라인 시장에선 선두주자가 되기 어려울 것 같아 모바일 시장을 개척했고 간편결제가 가능한 앱을 만들었다. 동시에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로 트래픽을 늘렸다. 이는 곧 유통업계의 판도를 바꿨다.
이후 내부에서 스타벅스 커피의 모바일 상품권을 자체화 하기 시작했다.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 있는 지인의 기념일 및 축하할 만한 일은 SNS로 쉽게 알 수 있지만 기프티콘처럼 간단히 보낼 만한 결제수단이 없잖나. 이 시장을 다뤄보고 싶었다. 그게 현재 사업의 아이디어다.
잘 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재원이 부족했다. 기업 내부에서 시작해도 30억 원은 족히 들었다. 언젠가 이걸로 내 사업을 하고 싶단 생각을 가지고 몇 년을 보냈다. 그 사이 젊은 친구들을 만나 공부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재원 마련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는 동안 세상은 바뀌고 있었다. 모바일 결제 시장은 급속도로 바뀌고 있었고 더 늦어지다간 사업을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퇴사해 시작했다.
가족의 만류는 없었나.
대기업 기준 0.6%정도만 임원이 된다. 그 자리를 30대 말에 얻었으니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아내는 이 과정을 모두 지켜 봤다. 그래서 창업을 하겠다고 할 때 말리지 않고 지지해줬다. 다만 집에 있는 돈을 많이 쓰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우리가 모바일 상품권을 쓰는 건 지불한 재화와 상품권 가격이 같아서다. 이 말은 업체 입장에선 수수료 수익이 거의 없다는 의민데.
맞다. 국내 상품권은 재화를 지불해 실물로 교환하는 ‘교환형’이 대세다. 선불금액을 넣어 그 안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과 다르게 발전했다.
그렇기에 이 시장은 낙전 수입이 커야만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보통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쓰면 얼마 정도 금액은 못 쓰고 남게된다. 거기에 기한이 지나면 환불 받기도 어려웠다. 상품권 판매 업자 입장에선 유동성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 입장이 바뀐 건 소비자보호법이 바뀌면서부터다. 상품권을 쓰고 남은 금액을 환불해줘야 하는 등 소비자 권익이 향상됐다. 기업들은 낙전 수입이 있다는 전제로 업체간 수수료를 줄인 상태였다. 각자 수입은 적고 경쟁만 늘었으니 레드오션이 되는 건 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블루오션을 찾아 운영 중이다. 작년 3월 베타버전 때부터 네이버 선물하기의 파트너가 됐다. KT와 SK 등 대기업 사이에서 순조롭게 운영 중이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신생기업이 큰 기업의 파트너가 됐는데.
예전엔 업체마다 모바일 상품권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비해야 했다. 커피 한잔을 위한 상품권 발행을 위해 억 단위의 비용과 많은 시간을 써야 했던 거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조차 20억 원 넘는 비용을 썼을 정도다. 당연히 규모가 작은 기업은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
우리가 접근한 방식은 플랫폼이다. 상품권 발행을 원하는 이들이 가져가서 쓸 수 있도록 하는 툴을 만들거나, 유통할 수 있도록 해서 양쪽 모두 아우르는 형태다. 발행을 원하는 업체는 개발비가 안 들고 시간과 운영 비용이 줄어든다.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지면 상품과 참여자가 늘어 생태계가 커진다. 이런 이유로 우리를 좋게 판단한 듯 하다.
플랫폼 내의 상생이라는 건 이름 붙이기 나름 아닌가. 어느 쪽으로든 부족함이 생길 수 있다.
트래픽은 높지만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는 캘린더 앱이 있다고 치자. 거기에 쇼핑몰을 붙여 모바일 상품권을 사고 팔도록 해 수익이 발생하면 나누는게 우리 방식이다.
캘린더는 생일 뿐만 아니라 주변 경조사와 입/퇴사 등 각종 행사를 공유할 수 있는 곳이다. 축하와 위로 등 희로애락이 있는 곳에 모바일 상품권은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플랫포스에선 업체에 SDK를 제공한다. 이를 활용해 개발자가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경우는 어떻게 이용하면 될까.
그것 또한 모바일 상품권으로 만들어 판매하면 된다. 플랫폼에서 쿠폰을 상품권 형태로 팔 수도 있고, 배달서비스도 모바일 상품권으로 제작할 수 있다. 우리 플랫폼에서 자체 상품권 제작이 가능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와 제휴한 네이버 같은 외부 플랫폼에서도 판매할 수 있다.
상품 공급사 입장에선 우리와 거래하면 네이버, 옥션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팔 수 있다. 제휴를 따로 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 우리가 유통까지 관여하는 진짜 플랫폼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소상공인으로부터 문의도 많다.
첨언하자면, 우리의 빠른 개발 속도도 장점이다. 패스트푸드에서 대중은 와퍼 등 대표상품 뿐만 아니라 프로모션 중인 신제품을 선호한다. 하지만 일반 모바일 상품권 채널에 가서 상품을 검색하면 와퍼만 있고 신제품은 없다.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제작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일부 인기 상품만 만들어서 판매한다. 플랫포스에선 이 과정이 자동화 돼 있어 빠르게 만들 수 있다. 브랜드 서버와 우리 서버가 연동되게 만들기 때문에 신제품 등록도 쉽고 빠르다.
수요와 공급 양측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구조인가.
B2B 구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우리 시스템으로 매출을 일으킨 쪽에는 돈을 받고, 그럴 수 있도록 트래픽을 제공한 곳엔 수수료를 나누는 방식이다. 그래서 공유경제고 상생이다.
사회적 기업엔 CSR, CSV가 있다. 이 중 전자는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의미여서 돈을 벌 수록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고, CSV는 사회적 가치가 목표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둘 중 상위개념인 CSV에 뜻을 두고 있다.
플랫포스(Platfos)라는 뜻은 ‘Platform for our society(우리 사회를 위한 플랫폼)’의 약자다. 플랫폼을 이용한 모든 이가 행복해지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케이큐브벤처스와 퍼스트펭귄 등에서 투자를 받았는데.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자금을 확보한 건 아니다. 2015년 10월 말부터 작년 3월까지 한 푼도 벌지 못했으니 안정 궤도에 오르려면 갈 길이 멀다. 성장과 안정 모두 이뤄야 해서 더욱 신중히 운영할 계획이다.
근래 만난 스타트업 창업자 중 가장 경험이 많다. 늦은 나이에 창업하면 어떤 점이 강점인가.
어느 정도 유의미한 네트워크 구축을 해둬서 사람 만나는게 힘들지 않은 편이다. 유통 쪽이니 MD 만나는 데 쉽고, 제휴할 때도 알던 사람들이 의사결정권자가 돼있어서 얘기가 비교적 편하게 오갔다. 물론 기술력 등 실력이 준비된 뒤 만났기에 가능했다. 참고로 ‘상대보다 같거나 약간 우위에 있어야 유리하다’는 게 지론이다. 지인이거나 선배라는 이유로 별볼일 없는 물건을 팔아달라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플랫포스는 다른 기업과 비교해볼 때 결코 뒤지지 않는 기술력과 가능성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당당하다.
앞으로 어떤 사업에 주력할 계획인가.
꾸준히 광고 및 로컬사업에 집중할 생각이다. 아울러 글로벌 사업에도 매진하려고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물하기’ 기능은 장기적으론 트렌드가 될거라 보기 때문이다.
[Startup’s Story #400] 북미 시장이 먼저 알아본 VR 콘텐츠 기업 ‘에이펀 인터랙티브’
일반적인 3D 애니메이션 한 편을 렌더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일. 이 기간을 단 1시간으로 단축시킨 국내 기업이 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란 모토를 내세우는 ‘에이펀 인터렉티브(afun interactive)’ 이야기다.
VR/AR 전문 스튜디오인 에이펀 인터렉티브의 핵심 경쟁력은 ‘실시간 렌더링(Realtime Rendering)’기술이다. 이는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둔 컴퓨터 그래픽의 일종이다. 이들의 가장 최근작인 VR 애니메이션 <버디 VR>을 보면 해당 기술로 만들어낸 결과물이 어떤 형태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버디 VR>의 디렉터스 컷 (출처 = 인벤)
3D CG 애니메이션 ‘넛잡’의 IP를 활용해 VR 콘텐츠를 한 편 제작했다. VR 기기를 착용한 사용자가 주인공 버디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약 10분 정도의 길이로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중간 성격을 가진 콘텐츠다.
에이펀 인터랙티브의 핵심 기술은 ‘실시간 렌더링’이다. 유사한 기술을 가진 타 기업보다 어떤 부분이 뛰어난 것인지 소개해달라.
일단 실시간 렌더링 자체가 컨텐츠 선진국인 북미에서조차 낯선 기술이다. 우리는 이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데에만 2년 정도를 쏟아부었다.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보통 애니메이션을 한 편 제작하는 데 5일 간의 렌더링 기간이 소요되는데, 우리는 이를 1시간으로 단축했다. 실시간으로 초당 최대 90장까지 이미지 출력이 가능하다.
이 분야에서는 주어진 자원 안에서 그래픽을 얼마만큼 사실적으로 구현해내는가에 따라 실력이 갈린다. 이를 위한 최적화 기술이 우리의 강점이다. 같은 조건에서 타 기업이 10점 만점에 5점 정도의 콘텐츠를 뽑아낸다면 우리는 8~9점 정도로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스타트업이다보니 각각의 팀원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기술력 수준을 결정 짓는데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현재 개발 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진 않지만, 과거 ‘레드핫칠리페퍼’ 등의 뮤직비디오 CG를 담당했다. 공동창업을 한 유한 아트 디렉터의 경우 약 5년 간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일했고, <겨울왕국>, <주토피아>, <주먹왕랄프> 등의 CG 작업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유명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만든 라이엇 게임 출신도 비주얼 디렉터로 함께하고 있다. 대다수 팀원이 북미 시장에서의 컨텐츠 제작에 참여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역량적으로도, 네트워크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에이펀 인터랙티브가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의 IP를 활용해 만든 아바타
그 기술력을 활용해 어떤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고 있나.
세가지로 나뉜다. 산업 분야에서는 자동차 기업 등이 활용할 수 있는 버추얼 카탈로그(Virtual Catalog)를 제작한다. 사용자가 차를 전면에서 살펴볼 수 있고, 가상으로 시승감도 느껴볼 수 있는 형태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아바타 라이브(Avartar Live) 솔루션을 제공한다. 디지털 가수 아담을 기억하나? 아담이 미리 짜여진 행동과 말만을 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실시간으로 아바타를 움직일 수 있게 한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마이클 잭슨이나 브루스 리, 비틀즈 같은 전설 속의 가수들이 실시간으로 공연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홀로그램 라이브를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분야에서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이번에 제작한 <버디 VR>이 그 일환이다. 향후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이 아바타나 애니메이션 속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상황과 정보를 학습해 사용자와 상호작용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엔씨소프트 등 다양한 대기업과 함께 일했다. 작년 한 해 매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법인 전환을 작년 3월에 했다. 작년 매출액은 9억 원 정도다. 상대적으로 빠른 시기에 수익을 낼 수 있었는데, 기술을 보고 기업 측에서 먼저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 법인 전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북미의 유명한 얼굴 모션 캡쳐 기업인 ‘페이스웨어’ 측이 우리 기술을 보고 협업 요청을 해왔다. 이를 계기로 북미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다.
국내 투자사 측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일 것 같다.
아무래도 기술 자체가 이해하기 쉽진 않다. 그리고 수익은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수익 모델이 정해지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현재는 외주 작업을 주로 하고 있지만, 틈틈히 게임, 애니메이션과 같은 자체 컨텐츠 제작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이 부분을 더 단단히 만들어가다 보면 자금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투자사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수익이 어느 정도 나고 있다보니 시드 투자를 받기가 좀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투자를 유치하게 된다면 시리즈 A 규모로 진행하게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에이펀 인터랙티브의 중장기 계획을 말씀해달라.
지금 하는 일을 잘하는 게 우선이다. 북미 시장에서도 인정받을만한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또 우리 팀 자체가 뻔한 작업은 하길 싫어한다. 외주 작업이 수익을 가져다주지만, 단지 그걸로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새롭고 재밌는 것을 많이 시도하는 팀이 되자는 것이 우리의 다짐이다.

유한 컨텐츠 아트 디렉터(좌), 권도균 테크니컬 디렉터 대표(우)

실시간으로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표정을 만들어내는 과정
[Startup’s Story #401] 가정에서 편히 쓰는 홈트레이닝 기구를 만드는 ‘건강한형제들’
건강한형제들(이하 건형)은 가정용 운동기구를 제작.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 제품이 일반 기구와 다른 점은 집안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100% 국내에서 제작돼 심미성과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제품을 처음 출시한 2016년 11월 이후 3천 건 넘는 후기와 입소문으로 18년 3월 현재까지도 식지 않는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는 휴대용 단백질 운동 보충체와 손목보호대 등 운동 영역을 아우르는 건강관리 브랜드로 확장하기 위해 매진 중이다.
“‘대중의 건강한 삶을 위한 서비스’를 모토로 오늘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박준수 대표를 만났다.
박준수 건강한형제들 대표/사진=플래텀 DB
서비스를 운영하며 가장 고심했던 것은.
우리 기구로 사람들이 운동할 수 있는지다. 운동을 해본 이라면 기구를 샀다가 어딘가에 방치해 둔 경험이 있을 거다. 제조 업체도 그걸 알면서 만든다. 우리는 이 현실을 바꾸고 싶었고 지속 가능한 운동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 그 이유로 디자인과 기능 모두 고려하며 제작했다. 제품을 사람들이 계속 찾게끔 해야한다는 기조로 매진하고 있다.
고객은 건형의 제품 어떤 요소에 가장 매력을 느낄까.
사용함으로써 얻게 될 효과에 대한 기대 아닐까. 후기로만 제작된 콘텐츠에 반응이 가장 좋았다. 디자인과 가격은 그 다음이라고 본다.
기구는 어떤 방식으로 제조하나.
자체 발명도 하고 선두업체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품질 좋은 가정용 운동기구를 만드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 대형 브랜드가 세컨브랜드 형식으로 기구 한두 개 만드는 정도의 인식이 형성돼있다. 가격도 비싸서 가정용 사이클이 400만원, 덤벨 하나에 100만원 정도 한다. 제품 품질은 좋기에 그것을 참고해 우리 제품에 투영한다. 반면에 가격은 보다 합리적으로 구성한다.
기존 제품을 탐구하려면 비용도 꽤 들었겠다.
비쌀 뿐더러 단품으로 사기도 어려웠다. 대부분 B2B 방식으로 5성급 호텔 등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10년간 꾸준히 운동하며 쌓은 안목으로 일반인이 사용하기에 어떤 기구가 좋은지,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지 등 체득한 경험이 반영되었다.
물론 이것만으론 완성도있는 제품을 만들지 못했을 거다. 운영 초기엔 전국 헬스장을 찾아 다니며 기구를 따져봤다. 그 사이 맨몸 운동 관련 유명인도 팀원으로 영입해 전문성을 갖추려 노력했다. 지금도 우리의 모토인 ‘적정함’에 걸맞은 기구를 만들기 위해 늘 고민 중이다.
가구 디자이너가 기구를 설계한다고.
세계적인 운동기구 브랜드인 테크노짐에이 건축 디자이너와 콜라보로 성능과 디자인을 모두 갖춘 제품을 출시했다. 우리가 지행하는 바와 같다. 그런 이유로 건형에도 가구 디자이너 출신 팀원을 늘리고 있다.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갈수록 홈 데코 산업 규모도 늘어가고 있다. 홈트레이닝 기구도 집안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이 될 거다. 우린 그 시기를 이끄는 선구자를 지향한다.
디자이너, 기획자, 트레이너 등 팀원은 어떻게 영입했나.
디자이너는 중고 거래를 하다 만났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디자이너가 절실하던 시점이었다. 파트타임으로 돕다가 현재 정직원으로 함께 하는 중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팀원과의 인연도 비슷하다. 제품 촬영을 위해 맨몸운동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소개해 준 지인이 운동 뿐만 아니라 영상 콘텐츠 제작, 편집에 재능이 있어 합류를 제안했다. 현재 없어선 안 될 재목으로 자리잡았다. 이외 마케터와 CS팀원, 공장 관계자 등 모두 13명의 팀원이 건형을 만들고 있다.
가정용 운동기구는 재고부담 및 불량의 위험이 있다. 기업 운영 초기인 만큼 이 부담은 여러모로 클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최소화 하고 있나.
OEM 방식을 선택했다. 이전 사업을 하며 느꼈지만 제조와 판매는 별도로 하는게 좋다. 두 분야 모두 초기에 잘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OEM으로 한 결과 재고부담 및 불량 이슈 부담이 덜하다. 여기에 소량 제작을 원칙으로 운영 중이기도 하다. 판매 추이를 보고 양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가격 경쟁력 차원에서 중국 제조를 고려해볼 법도 한데, 국내 생산을 고집한다.
나쁜건 아니지만 국산만큼 품질이 좋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만든 제품은 용접을 하기에 상대적으로 튼튼한 편이다. 스쿼트 기구는 안정성이 중요하다. 중국산은 무게 때문에 대부분 조립해야 하는 형태로 수입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덜한 편이다. 꼼꼼하게 확인할 수 없기에 공장이 우리와 멀어질 수록 제품 경쟁력이 낮아진다고 본다. 부품 하나만 불량이어도 납품에 차질이 생긴다. 그러면 고객에게 빠른 배송을 약속할 수 없다. 국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도 있다. 메이드인코리아를 많은 이들과 공유하며 성장하고 싶다.
근래 집중하는 제품이 있다면.
유력 페인트 회사와의 협업한 제품이 출시됐다. 친환경 기준을 높여서 아이에게 노출되도 무해하도록 만들었다. 제품 마감을 고무로 해 소리가 나지 않기에 매트도 필요없다. 다만 매트의 기능을 층간 소음 및 긁힘 방지로만 보지 않기에 촉감 좋고 시각적으로도 예쁘게 만들어 따로 판매한다.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백화점 등에서 제품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건형 제품은 중고거래에서 인기가 높다.
중고거래가 활발한 건 좋다고 본다. 그간 판매된 기구 수 대비 중고물량은 적은 편이다. 게다가 시세 또한 거의 비슷하다. 애플 제품 중고 판매 양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고무적으로 받아들였다. 애플 제품 수요는 꾸준하기에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편이다.
사업과 장사는 다르다고들 한다. 건형은 기존 기업과 어떤 점을 차별화하나.
이 사업 이전 자동차 판매 영업을 하며 느낀 게 있다. 실적이 좋은 딜러는 이전 고객에게도 잘한다는 것이었다. 수입차는 한번 팔면 빨라야 3년 뒤에 재판매가 가능한데, 잘 하는 딜러는 지인 소개는 물론 재구매 주기도 빨랐다.
우리 사업도 다르지 않다. 고객과 꾸준히, 진실되게 소통하면 된다고 본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거기에 있다. 그게 사업과 장사를 구분 짓는 잣대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건형이 추구하는 가치다.
향후 사업은 어떻게 확장할 계획인가.
헬시스토리 라인 확장, 실내 자전거, 해외 진출 등 세 가지 이슈가 있다. 먼저 헬시스토리는 운동 보충제에 해당한다. 설거지 할 필요 없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제품이다. 냄새 때문에 보충제 먹는 걸 꺼린 이들이 많았는데, 이 제품엔 반응이 좋다. 내과 전문의 자문을 구해 품질에도 신경 쓰고 있다.
그리고 가정용 꺼꾸리와 실내 자전거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 가정용 꺼꾸리의 특허독점이 끝났기에 무리 없이 제작될 듯 하다. 실내 자전거는 스쿼트 기구와 마찬가지로 디자인과 가격을 동시에 충족하는 제품이 시중에 나와있지 않다고 봤다. 이 점을 보완한 우리만의 제품을 만들 생각이다.
궁극적으론 수출이다. 오는 4월 독일에서, 5월엔 상해에서 스포츠 박람회가 열린다. 여기에 참가해 타진하려 한다. 홈트레이닝 종주국인 미국과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중국에서 우리 제품을 선보이고 싶다.
IT기업이 아님에도 벤처 투자를 유치했다. 건형의 어떤 점이 투자를 이끌었다고 보나.
우리가 지향하는 운동을 ‘맨몸운동’이라고 하는데, 이 분야의 1,2등 전문가가 팀원이다. 팀의 저력을 높이 산 것 같다.
투자는 돈만 유입되는게 아니다. 사업 방향성 조언도 도움이 된다고 보는데.
사업에서 자금 조달은 큰 요소가 맞다.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고 본다. 좋은 투자자를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작년과 매출이 비슷해도 내실은 완전히 다르다. 진정한 사업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좋은 역할을 해주는 투자자가 있어 성장할 수 있었다.
참고로, 건형은 쇼핑몰 정신을 가지고 운영 중이다. 유명한 온라인 쇼핑몰은 모두 물건을 팔아 매출을 일으켜 성장했다. 건형의 성장 방식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운영 중 생긴 호재와 악재가 있을 거다. 악재의 경우 어떻게 극복했나.
‘완판’으로 인해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겪었다. 자연스러운 판매 증가 및 연예인이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폭증했다. 문제는 그 수요를 못 따라가 제품의 출고 날짜가 미뤄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리 제품은 ‘시의성’이 중요하다. 운동 하기로 다짐한 날 바로 제품이 와야 결심을 미루지 않는다. 완판으로 인해 고무되었으나 제품 배송이 미뤄지다보니 애가 탔다. 여력이 부족할 땐 한 달간 고객을 기다리게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제품을 허투루 만들어 보낼 수는 없기에 공장을 여러 군데 나눠서 생산하고 최대한 균형 있게 제조하려 노력했다.
대학 시절 첫 사업을 했다. 비슷한 도전을 고민 중인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무엇이든 도전해보길 바란다. 행위는 경험으로 쌓여 사업에 좋은 바탕이 된다. 우연처럼 보이는 것에도 철저한 인과가 존재한다. 기회는 도전하는 이들에게만 주어진다.
[허스토리 #15] 삶에 여유를 주는 블랜딩 티 브랜드, 알디프
이 ‘차(茶)’브랜드 기업은 우리가 흔히 접했던 형태와는 조금 다릅니다.
우선 독특한 패키징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재료가 조합된 차를 소개합니다. 브랜드 명칭은 고유명사를 염두에 두고 일부러 새로운 단어를 조합해 만들었고, 로고 디자인은 작은 습관의 변화가 곧 삶의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금 간 모양을 형상화 했습니다. 제품엔 제작한 계기와 이를 어떻게 마시면 좋을 지도 각각 기록해뒀습니다. 또한 차를 넘어 향수로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대표는 5년간 국내 뷰티 기업에서 브랜딩을 담당한 브랜드 전문가입니다. 그는 쉬어 가고 싶던 때 차를 즐겼고, 이후 차와 화장품을 결합한 새로운 제품을 기획했습니다. 2017년 첫 출시 이후 2030 여성 고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삶, 생명의 존엄성과 다양성, 자유 등을 모두 포함한 블랜딩 브랜드 ‘알디프’의 이야기 입니다.

이은빈 알디프 대표/사진=플래텀 DB
‘알디프’ 소개 부탁 드립니다.
티&라이프스타일(Tea Life Style) 브랜드이자 기업입니다. 브랜드명 알디프(ALTDIF)는 예술, 삶, 차, 존엄성, 다양성, 자유(art, life, tea, dignity, diversity, freedom)등 여러 단어를 하나로 담은 거예요.
로고도 여러 뜻이 있어요. 소설 데미안에서 ‘알’은 한계를 깨는 데 사용되는데요. 그런 것처럼 차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알을 깰 수 있다는 것 즉, 삶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한 입 먹은 것처럼 금이 간 모양으로 형상화했죠.
브랜드와 로고에 많은 의미가 부여됐네요.
화장품 회사에서 5년간 브랜딩을 한 것의 영향이에요. 그때도 브랜드 하나를 맡으면 제품 군을 형성하는 것부터 모든 제품마다 이야기를 부여했죠. 타깃이 2030여성인데다 뷰티 업계는 변화가 빠르잖아요. 매번 시장조사를 하며 깨우쳤어요. 지금 제품에도 그 경험이 그대로 반영됐고요.
요즘 유행하는 작은 책방 같은 느낌의 브랜드에요.
정확히 보셨어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독립 서점과 편집샵에 입점하는 걸 목표로 했어요. 그 결과 북바이북, 독서모임 트레바리에도 저희 차가 소개돼있어요. 이외에도 책과 영화, 음악과 엮어 콘서트를 열거나 차와 어울리는 레시피를 만들어 공유해요. 알디프의 ‘A’가 아트를 뜻하는 만큼 보다 다양하게 저희 색을 가져가려고 해요.
왜 ‘차’ 사업이었나요.
제가 29살이 되던 해 뒤를 돌아보니 쉼없이 달려왔더라고요. 한 번도 휴학 한 적 없었고, 취업도 졸업도 바로 했기 때문이었어요.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내면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됐죠.
그러다 퇴사하고 1년 정도 집에서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었어요. 17살 때 중국에서 유학을 하면서 차를 가까이 하기 시작했어요. 대학도 중국에서 나왔고 일을 하면서도 1년 정도는 중국에 있었죠. 차 문화는 그때 접했는데, 여유가 느껴져 좋더라고요
사업을 결심하며 몇 개의 가치를 염두에 뒀어요. 일하던 동안 얻은 여러 시사점과 평소 좋아하는 걸 합쳐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죠. 저는 먹고 마시는 걸 좋아해요. 예쁜 것도요. 그 결과 ‘차’를 떠올렸고 차와 뷰티를 결합한 티퍼퓸을 출시했어요.
기존 업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보수적인 경향이 있을듯 싶기도 한데.
참석한 곳에서 저희 제품이 차냐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전통있는 분야를 재해석 하는 사업이라면 흔히 겪는 진통인 듯 해요. 하지만 그런분들도 우리 제품 맛을 보면 생각을 달리해 주세요. 알디프는 기존 업계의 파이를 나누는 형태가 아니에요. 많은 업체가 취급하는 싱글티와 달리 알디프에선 여러 차를 섞은 블랜딩 차를 다뤄요. 이를 더 많은 이들에게 전파해 시장 전체를 키우는 데 목적을 두고 있어요.
경쟁 업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있다면요.
경쟁업체를 신경쓰기보다 시장 상황을 신경 쓰고 있어요. 그래야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희 말고 많은 업체가 그럴 거예요. 이야기를 입히고 블랜딩 티라는 브랜딩을 하고 나면 다른 업체도 비슷하게 출시해요. 업계 표준, 선두주자가 되느냐가 중요해요.
대기업에서도 프리미엄 티 브랜드를 출시했습니다만,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진 못 하고 있어요. 성장이 용이한 시장은 아닌듯 싶은데요.
프리미엄 티 시장은 자리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예요. 차 우릴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는 소비자 성향 등 관습을 바꿔나가야 확산이 될겁니다. 규제도 사업 발전의 관건이에요. 국가는 수입한 원료에 40%의 관세를 매겨요. 국산 제품을 쓰면 원가가 비싸고요.
여러 이유로 급성장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저흰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해요. 츠타야 서점이 종합 브랜드가 된 것처럼요.
국내는 커피에 비해 차를 즐기는 이들이 적은 편입니다.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이 있나요.
탄탄한 제품력과 브랜딩을 통해 꾸준히 알리려고 해요. 외형이 아무리 좋아도 알맹이가 없으면 소용 없어요. 기초를 쌓고 그 위에 브랜드가 올라서야 오래도록 유지되는 브랜드가 됩니다. 저희 제품의 품질과 맛은 보장할 수 있어요. 맛과 향을 감별하는 덴 재능이 있거든요. 화장품 브랜딩을 할 때 수백 가지 제품을 만드는 동안 많은 향을 맡아봤어요. 아울러 시각적으로 훌륭한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도 노력했죠. 차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어요. 그 결과 좋아해주는 소비자가 많았어요. 크라우드펀딩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죠.
사업을 하며 어려운 점은 무엇 인가요.
예상한 시장 규모와 달라서 당황한 적이 있어요.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의 커피와 티 주문 빈도를 분석하고 가늠을 했는데요. 결과는 달랐어요. ‘이야기가 있는 프리미엄 티’ 시장보단 저렴한 티백을 찾더라고요. 이 외에도 운영상 여러 고민이 많아요. 하지만 재밌어요. 지금은 사업 운영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시기인데요. 현명하게 해결하고 싶습니다.
멘토가 있으면 좋겠다고요.
매출은 몇 억 원정도 기록했지만 만족스럽진 않더라고요. 내부 살림을 잘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제가 너무 많은 걸 담당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일을 제대로 나눠서 해야 모두 성장할 수 있고요. 제가 하려는 게 올바른 것인지 선배의 조언을 듣고 싶어요.
성장에 장애물이 되는 건 무엇이 있을까요.
저희가 사회적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있어요. 알디프는 개인의 취향과 존엄성, 다양성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수익의 일부를 인권단체에 기부하기도 했고요. 그런 점에서 알디프를 사회적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흰 철저히 영리 사업을 추구하는 기업이에요. 가치를 지켜가며 성장하는 것에 고민이 있어요.
존엄성을 중요시하는데요. 소셜벤처의 지향점과 유사한 부분이 있어요.
사회 문제에 용기를 내는 브랜드가 늘어나야 한다고 봐요. 사람을 위하는 기업이 아니라면 오래 운영하기 힘들 거예요.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니까요.
철학을 담아 하나의 집약체로 만들었는데요.
저희 뿐 아니라 모두들 그렇게 만드는 듯 해요. 자기 표현의 결과물이 포트폴리오잖아요. 이를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충 만들면 안 되죠. 그런 의미에서 알디프는 저와 다르지만 고마울 때가 많아요. 예쁘게 봐주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요.
대개 스타트업 대표는 자신과 사업을 동일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념을 분리해서 생각하시네요. 어떤 의미인가요?
제 일부와 사회와 만나면 알디프가 된다는 입장이에요. 물론 저도 처음엔 안 그랬어요. 24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지도 모를 정도로 힘들게 지냈죠. 그 결과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취미 생활도 한 번을 못 즐겼고요. 평소와 마찬가지로 길에서 끼니를 때우다 ‘뭐 하려고 이렇게 살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업을 하려는 이유가 여유를 주고 존엄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하는건데 말이죠. 그 때부터 사업과 저를 분리하고 덜 조급해하는 연습을 하며 지냈어요. 운동을 시작했고 일주일에 최대 2번은 쉬려고 노력했어요. 그 결과 생활이 안정화됐어요.
팀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직 문화를 만들고 계시다고요.
저희 디자이너는 5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재택근무를 해요. 매니저는 일본에 자주 가야 해서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쓰고 있어요. 이런 것들은 업 외에 신경 써야 할 일이에요. 하지만 일을 위해선 꼭 합의해야 하는 것들이죠. 여유가 있어야 성장이 있다고 보니까요. 의식적으로 처음 결심한 게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알디프가 지향하는 미래 비전은 뭔가요.
사람들은 명상, 습작, 다도 등 다양하게 각자의 내면을 알기 위한 행위를 하고 있어요. 이를 한데 모아 종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자신의 일상을 챙겼으면 좋겠어요. 여유를 가지라는 말과 같아요. 그래야 의견이 달라 충돌해도 예민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동시에 사업을 돌아볼 수도 있겠죠. 작지만 좋은 습관은 삶을 반드시 변화시킵니다.
[Startup’s Story #402] ‘창업-성장-매각’경험자들이 렌터카 스타트업으로 간 이유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산업 전반에 혁신열풍이 불며 일상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배달, 숙소, 택시를 지금처럼 모바일 앱으로 주문-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을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회 각 영역에 기술이 도입되어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은 존재한다. 특히 역사가 긴 산업군일 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반면에 많은 것이 변했을거라 선입견을 가진 영역이 답보상태인 경우도 있다. 렌터카 분야가 그렇다. 렌터카는 일견 대기업이 장악한 분야로 보이지만 시장 절반 가까이는 수백여 중소규모 업체가 각자도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 기업들의 사업 방식이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거다.
팀오투 윤현식 팀장(왼쪽), 박영욱 이사(오른쪽) / 팀오투는 기술 비대칭을 해결하는 비즈니스를 추구한다. (사진=플래텀DB)
사회의 막힌 영역은 구성원에게 답답한 부분이지만 스타트업에게는 기회다. 그리고 그 기회는 아침처럼 오는게 아니고 누군가가 여는 것이다.
O2O 스타트업 ‘팀오투’가 서비스 중인 ‘카모아’는 렌트카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주도권과 선택권을 주는 동시에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O2O서비스이자 플랫폼이다.
박영욱 팀오투 이사는 “국내서 영업이 잘 되고 있는 렌터카 업체만 700여 개 정도가 된다. 그중 절반은 대기업 서비스가 장악하고 있지만 2~ 300여 대 차량을 운영하는 중간 규모 업체가 30%가량 된다. 지방으로 가면 지역 렌터카 산업을 주도하는 업체가 한 두 개는 있다. 그런 렌터카 업체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대기업과 당당히 겨루고 싶어하지만 방법을 찾지 못 하고 있다. 우린 그들이 경쟁하는데 부족한 것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고 서비스 취지를 설명한다.
카모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은 따로 설명을 들을 필요 없이 쉽게 이해가 된다. 모바일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바로 예약할 수 있다. 별도 전화 확인도 필요없고 24시간 즉시 이용이 가능하다. 차량은 지역 렌터카 업체와 제휴를 통해 공급자가 직접 직판형태로 올린다. 소비자는 이용 지역 설정과 가격비교를 통해 본인에게 맞는 차량을 선택하고 예약하면 된다.
하지만 O2O서비스의 핵심은 대중에 보여지는 것보다 보여지지 않는 백단 시스템에 있다. 팀오투는 지역 렌터카업체에 대기업을 능가하는 업무효율성을 제공한다.
윤현식 팀오투 팀장은 “렌터카를 운영하는 업체 상당수가 화이트보드에 일일이 차량번호와 배차를 수기로 적고 액셀로 정리하는 정도다. 조금 나은 경우가 십수 년 전에 나온 ERP프로그램을 쓰는 경우다. 실시간 관리가 안 되는거다. 온라인 예약을 하고도 차량이 없다는 전화를 받게되는 이유다. 이런 시스템과 구조로는 렌터카 업체가 규모를 더 키우기 어렵다. 우린 당장 이 눈에 보이는 업무 효율성 부분부터 개선하기 위해 제휴한 업체에 전체 업무를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직원 전용 모바일 페이지를 비롯해 차량별 스케줄 관리, 실시간 차량예약, 현장 업무용 어플 등 관리를 할 수 있는 툴이다. 렌터카 회사 업무 방식에 맞춘 것이기에 종이계약서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칠판에 쓸 필요도 없다. 메신저 대화 등 번거로운 과정도 필요없게 했다”고 말한다.
카모아는 성장세다. 출시 만 1년이 되는 이달 전국 56개 렌터카 회사, 3,500여 대의 렌터카 차량이 입점해 있다. 이달 내륙과 렌터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제주지역에 진출하며 매출에 날개를 달았다. 이달 하루 매출이 전달 월매출을 넘어서는 상황.
팀오투는 팀구성도 흥미롭다. 창업자로 나선지 22년 차인 홍성주 대표(전 온네트 대표, 펄어비스 감사)를 비롯해 웹2.0시대에 창업(전 블로그칵테일 대표)해 두 번의 인수합병과 벤처캐피털을 거친 박영욱 이사, 그리고 두 스타트업(엑스피, 비씨엔엑스)의 공동창업자인 윤현식 팀장까지 창업-성장-매각 등 사이클을 경험한 구성원이 세 명이나 포진해 있다.
실질적으로 카모아 사업을 이끌고 있는 박영욱 이사와 윤현식 팀장의 팀오투 합류 과정은 재미있다. 블록체인 사업을 구상하던 박 이사는 홍 대표의 비전에 공감해 팀 합류를 결정한 뒤 산업을 몸으로 이해하기 위해 렌터카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세차를 비롯해 차량 배차, 회수, 정비, 정산 등 하루 12시간 근무를 하며 업무를 이해한 다음에 정식으로 함께했다. 차를 좋아하는 윤현식 팀장은 팀오투 팀원 소개를 부탁받아 찾던 중 팀오투 차량공유 사업의 가치가 본인과 맞는다 여겨 스스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비씨엔엑스, 옐로스토리에서 손발을 맞춰본 사이다. 이하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카모아 실행화면/사진=플래텀DB
국내 렌터카 시장 현황은 어떻나.
박영욱 : 매년 20%씩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이다. 현재 4조 7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서 영업이 잘 되고 있는 렌터카 업체만 700여 개, 차량 대수는 70만 대다. 이중 절반 규모인 3~40만 대 정도를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2~ 300여 대 차량을 운영하는 중간 규모 업체도 3~40%가량 된다. 우리 제휴 타깃이다.
렌터카 시장은 투명하게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는 않다. 문제발생도 빈번하다.
박 : 렌터카 업체가 주체가 되지 못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렌터카 시장은 가격이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렌터카 시장의 성수기는 ‘날씨가 좋으니 여행가야지’라고 마음먹는 순간이다. 월로 구분하면 3월부터 10월 사이다. 날이 추워지고 운전이 조심스러원 11월부터 2월 사이를 비성수기라 구분한다. 성수기는 차가 잘 나가기에 걱정이 없지만 비수기 때는 여행사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 내려가보면 주도권이 렌터카 업체가 아닌 여행사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성수기에서도 조차 최저가로 차량을 배차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었다.
일례로 현재 중형차량 렌트비용이 하루 3000원이다. 가격 경쟁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간혹 100원 짜리도 보인다. 2만 원에 판매해야 손익분기점이다. 여행사나 대행사의 광고효과나 비수기 때 주문을 기대하고 올리는 거다. 한 업체가 3000원에 올리면 경쟁업체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가거나 더 낮게 책정하는 제살 깍아먹기 경쟁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차량에 흠집이 발생했다고 치자. 그러면 수리비용만 수십만원이다. 3000원에 빌렸는데 그런 수리비용을 받으면 소비자는 속았다 생각할거다. 도청에 신고하는 경우도 많다.
3000원에 차량 렌트를 하고 보험료를 하루 2만 원 받는 경우도 있다. 결국 2만 3천 원에 빌리는 거다. 악덕 업체는 보험료만 16만 원 이상 책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린 이런 것을 믿을만한 업체들과 함께 바꿔 나가려 노력중이다.
대기업과 공유경제 스타트업이 시장을 잠식했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박 : 사실 나도 팀오투 합류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장기로 차량을 빌릴 때, 차량 관리 측면에선 아직 기존 렌터카 업체가 비교 우위에 있다. 기존 공유경제 서비스 중 이틀이상 차량을 빌릴 수 있는 서비스는 없다. 시간 단위로 요율을 정하기에 가격부분도 렌터카쪽이 낫다.
카모아라는 서비스를 통해 뭘 하고 싶나.
윤현식 : 음식 시켜먹을 때는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놀러가서 숙소 잡을 땐 야놀자나 여기어때, 체크인나우, 인터파크투어, 항공권 예매할 때는 익스피디아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거다. 하지만 렌터카를 예약할 때 떠오르는 대표 서비스는 딱히 없다. 대부분 포털 검색을 해서 지역과 대표번호를 찾아 한다. 그나마 업무가 끝난 오후 8시 이후에는 전화도 잘 안 된다. 객관적인 정보를 얻어 렌터카를 빌리기에 취약한 환경인거다. 이렇다보니 렌터카 업체는 경쟁을 위해 포탈 키워드 광고를 한다. 한 클릭당 비싼건 6천 원이나 한다. 렌터카 업체가 100대의 차량을 운영할 때 1년에 1~20억 정도 매출이 난다. 광고비 지출도 크고 대행사등에 수수료 떼이고 하면 실수익이 그리 크지 않다. 본인들이 주체가 되지 못 해서 발생하는 일이다. 결국 피해를 보는건 렌터카 업체와 고객 둘 다이다. 우리가 카모아라는 판을 만드는 역할이다. 여기서 다양한 이슈가 생길거다. 데이터를 쌓아 공급자와 소비자 양쪽 모두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만드려 한다.
고객입장에선 렌터카에 대한 정보가 가려져 있다. 정보 불균형이다. 본인이 차를 빌리고도 그 조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를 알지 못 하는 거다. 빌린 후에야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다. 우린 고객과 업체 양쪽 사이를 막고있는 장막을 치루려는 것이다. 근일 우리 서비스에 평점 리뷰 기능을 넣을거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비스가 잘 이뤄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에 동의한 업체와만 제휴하고 있다.
박 : 우선 지역 렌터카 업체가 대기업과 경쟁해도 될만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대기업이 B2B는 강하지만, B2C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대기업 서비스는 가격 자체가 비싸기에 고객이 한정적이다. 우린 더 많은 B2C고객이 있다고 보고 그 시장을 가져오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 우리가 생각한대로 진행되면 B2B쪽도 해볼만하다고 본다. 렌터카 시장에 IT가 도입되면 지금보다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기초적인 단계다.
서비스가 출시된지 만 1년됐다. 영업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윤 : 지역 렌터카는 보수적인 경향이 있어 시작부터 문을 열어주진 않는다. 업력이 오래된 기업일 수록 모바일로 모두 해결된다는 걸 못 미더워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입점하면 전국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것, 여행사나 대행사 등 중간 과정을 빼고 공정하게 경쟁하고 직판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적극적으로 호응해 준다. 역마진이나 제살깍기 경쟁을 안 해도 되기에 유용하다 여기는거다. 렌터카 업계의 배달의민족을 만들자 설득한다. 지역 렌터카 업체 대다수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사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은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게 해주겠다’라는 것이다.
박 : IT업체라고 하면 처음에는 우릴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 경계심이 풀리면 적극적으로 피드백 해준다. 여러 업체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운다.
윤 : 제휴를 결정한 다음에 지역 독점을 하고 싶다는 제안을 종종받는다. 시장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우리 서비스 의도랑 다르기에 설득해야 한다.
얼마전 렌터카 시장을 양분하는 제주도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박 : 제주도는 규모도 크지만 돌아가는 방식도 내륙과 다르다. 제주도서 4개 렌터카 업체와 제휴를 맺었고 1000여 대 규모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차량을 확인했고 소비자에게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할거라 판단된 회사와만 제휴했다. 제주에서 서비스가 되면서 전국 렌터카 실시간 비교 예약도 가능해졌다. 17년 이후 출시한 최신형 차량을 주력으로 운영하는 한편, 모든 차량에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 블랙박스 설치, 고급 자차보험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소비자 만족도는 높이고 가격 부담은 낮췄다.
렌터카 업체에 관리프로그램(ERP)을 제공하고 있다.
윤 : 300여 대 차량을 운행하는 렌터카 업체에 가보면 상당수가 화이트보드에 일일이 차량번호와 배차를 수기로 적고 액셀로 정리하는 정도다. 조금 나은 경우가 십수 년 전에 나온 ERP프로그램을 쓰는 경우다. 실시간 관리가 안 되는거다. 온라인 예약을 하고도 차량이 없다는 전화를 받게되는 이유다. 이런 시스템과 구조로는 렌터카 업체가 규모를 더 키우기 어렵다. 그래서 ‘카모아 파트너스’라는 관리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PC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앱을 통해 스마트폰에 연동되어 사용한다. 어떤 고객한데 어떤 차량이 나갔고, 세차 상태, 회수 장소, 전화걸기, 계약서 작성, 수리 여부, 결제까지 할 수 있다. 어디에 있든 업무를 할 수 있는거다. 고객에게는 편리함과 더불어 객관적으로 운영된다는 믿음을 준다. 그래서 업체에 제안할 때 우리 프로그램을 쓰면 대기업과 시스템적으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을 어필한다. 이것이 심화되면 차량 판매까지 이어지곤 한다.
박 : 카모아 파트너스를 통하면 렌터카 회사에 어떤 차량이 남아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성수기를 제외하면 렌터카 업체엔 항상 남는 차량이 있다. 심지어 성수기에도 호텔처럼 유휴 차랑이 빈번하다. 그대로 두면 없어지는 매출이잖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니 버려지는 매출을 잡을 수 있다. 렌터카 업체가 누군가의 콜을 기다리는게 아니라 사업의 주체가 되게끔 하는거다. 직접적으로 공급자와 고객을 연결하기에 이용자에겐 더 합리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IT 시스템이 어느정도 갖춰져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다.
박 : 나도 영업을 하면서 놀랐다. IT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분야다. 기회가 막 시작된 시장이다. 지역에 렌터카 업체는 많다. 잘 안 알려져 있어서 그렇지 규모도 크다. 기존 업체든 새로운 업체든 우리처럼 지역 렌터카 업체와 고객을 연결하는 것이 보편화된다면 시장 자체가 훨씬 더 커질거라 본다.
윤 : 유료 ERP가 있기에 관리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했을 때 의심하는 업체도 있었다.
지역에 자체 ERP를 만든 업체가 없지는 않았을텐데.
박 : 우리같은 스타트업이야 기획하고 개발하고 디자인하는게 일상이지만 렌터카 업체에게는 그 과정이 여의치 않았다 한다. 도전해 본 업체도 많았다. 일례로 어떤 업체는 2년 가까이 외주로 운영하다 실망하고 접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우리같은 업체가 나타나니 무척 반겨주더라.
한 번 거래가 트이면 카모아를 안 통하고 직접 거래를 할 수도 있잖나.
윤 : 그것도 좋다. 앱이 어려워 현장 결제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전화로 연결도 가능하게 해놨다. 정보도 제대로 제공하고 선택권도 고객에게 주는 방식이다.
수익모델은 우선 수수료가 보이는데, 그것만으로 규모를 키우기 용이한가.
윤 : 비율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우리 수수료가 낮은편은 아니다. 그 기업에 맞는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2~3명의 인원이 필요하고 개발비, 서버비, 디자인 비용이 들잖나. 그걸 설명하고 수수료 비율을 설득한다. 하지만 소셜에 내는 수수료보다는 싸다. 제살 깍아먹기 경쟁에 비하면 우리 수수료가 합리적이라 여긴다. 매출이 늘어나면 이 비율은 낮아질거다.
박 : 차량 렌터카 시장은 단순히 차량 대여와 관리 프로그램만 제공하는 영역이 아니다. 차량 공유와 관련된 파생시장이 많다. 지역 렌터카 업체가 대기업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보험이나 금융 등 B2B상품도 가능하다고 본다. 시장이 작지 않다. 여담이지만, 소비자 중 본인이 이용한 렌터카 업체에서 신차를 사고 싶다는 문의도 종종 들어온다. 법인리스나 월렌트 문의도 있다.
어찌보면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경쟁자가 있나.
윤 : 경쟁자를 생각하지 않는다. 렌터카 시장에 진출한 여러 업체와 함께 시장을 키워가야한다는 입장이다.
렌터카 업체에 유용한 것은 충분히 이해했다. 소비자에게 좋은건 뭔가.
윤 : 가려져 있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거다. 키워드 포털에 노출된 링크를 눌러 전화번호를 알았다치자. 가격이 안 나오니 전화를 해서 알아봐야 한다. 그것도 업무시간 내에 해야한다. 그리고 다른 소비자가 어떻게, 어떤 조건에, 어떤 과정으로 빌렸는지 참고할 만한 것도 없다. 하지만 우리 플랫폼 내에선 빌리고 싶은 지역에서, 얼마에, 어떻게 렌트하는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결제까지 가능하다. CS도 즉각 대응을 한다.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건 바로 하고 업체에서 해야하는 것은 빠르게 전달한다.
박 이사는 벤처캐피털에서 3년 간 재직했었다. 투자유치 계획은 있나.
박 : 일단 자체 투자를 해서 완성도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먼저다. 우리의 비전이 시장에서 숫자로 치환된 다음에 보여줘도 늦지 않다. 앞서 창업을 경험해 봤기에 조급하지 않다.
지역 확장과 시스템 고도화만으로도 정신없겠지만, 목표가 있을텐데.
박 : 렌터카 시장은 지역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에 목표도 다르다. 업체들은 우리에게 여지껏 경험하지 못 했던 수요를 원하고 우린 그것에 부응해야 한다. 지역 업체와 더 촘촘하게 제휴하고 협력해 시장을 키우려고 한다. 우린 소셜처럼 렌터카를 대신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지역 중소 렌터카 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들이 발전해야 시장도 커지고 우리도 성장한다.
윤 : 지역 렌터카 업체와 만나며 느낀 것 중에 하나가 IT, 인터넷 기업이 오프라인 업체에 신뢰감을 주지 못 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인프라 개선 등 동반성장에 관심이 없었던 거다. 우린 그것부터 시작했다. 차량 공유가 심화되면 신차를 사는 사람보다는 차량을 빌리는 것이 보편화될거고, 지역 렌터카 업체가 향후 주역이 될거다.
[Startup’s Story #403] 유기농 생리대로 美 아마존 정복한 한인 여성 창업가들
아마존 검색창에 ‘유기농 생리대(organic sanitary pads)’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라엘(Rael) 제품이 뜬다. 이 제품은 ‘아마존 초이스’ 뱃지도 달았다. 이는 아마존이 구매 고객에게 만족도를 조사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우수한 제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놀랍게도 미 최대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기농 생리대라는 한 카테고리를 잡아먹은 이 브랜드는 네 명의 한인 여성들이 만들었다.
어떻게? 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실마리를 찾기 위해 팀 구성원을 살펴보자. 아네스 안(Aness Ahn) 대표는 여성계발서 수 권을 집필한 작가다. ‘여성을 위해 좋은 것을 팔아보자’는 작가의 상상력에 공동 창업자인 원빈나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색을 입혔다. 여기에 디즈니 배급팀 디렉터 출신의 백양희씨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팀에 합류하며 라엘은 전 세계 출항 준비를 마쳤다. 안 대표가 건넨 라엘을 직접 사용해 본 고윤미 전 변호사는 로펌을 그만두고 마지막으로 배에 올라탔다.
대단한 숙련자들의 조합이다. 하지만 그것이 성공을 담보한다고 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어떻게?’ 라는 질문을 가지고 아네스 안 대표와 원빈나 CPO를 만나봤다.

(왼쪽부터) 고윤미 사업개발 디렉터, 백양희 COO, 아네스 안 대표, 원빈나 CPO
◼︎ 제품 출시 6개월 만에 20억 매출, 철저한 아마존 공략이 비결
작가 출신의 창업가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첫 창업 아이디어는 어디서 시작된 것인가.
아네스 안 대표(이하 안 대표) : 오랜 기간 기자 생활을 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 명사들을 인터뷰하며 얻은 통찰을 기반으로 여성 자기계발서를 여러 권 쓴 것이다. 늘 여성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창업 또한 그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자’는 결심을 했고, 오랜 기간 출판 과정에서 합을 맞춰 본 원빈나 CPO와 그 생각을 구체화했다.
원빈나 최고제품책임자 (이하 원 CPO) : 그렇게 2년 전 집을 사무실 삼아 시장 조사를 시작했다. 유기농 생리대는 여러 개의 아이템 후보군 중 하나였다. 우리는 아마존에 시험적으로 다양한 여성 관련 제품을 올렸고, 그중 유기농 생리대가 가장 반응이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라엘이라는 여성 위생용품 브랜드를 만들게 된 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의 여성 소비자로서 ‘생리대 파동’은 가장 불쾌한 사건이었다. 당시 생리대 독성 물질 논란이 터졌을 때, 두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안 대표 : ‘터질 줄 알았다’가 우리의 반응이었다. 예견된 결과였다. 사실 우리는 시장 조사를 통해 이 시장이 곧 움직이겠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생리대 파동 이전부터 우리는 이미 아마존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때 한국의 해외 직구족들이 우리 제품을 찾으면서 한국 시장에도 이름을 알리게 됐다.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진 셈이다. 미국에서는 대기업 P사의 생리대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구글에 그 성분을 검색해보면 폐타이어, 아세톤 등 각종 유해 물질로 가득하다. 한국도 미디어를 통해 이러한 사실이 폭로된 뒤, 여성 소비자의 권리 차원에서 이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미국도 유사한 문제 제기가 곧 일어날 거라고 본다.
의외다. 북미, 유럽 지역의 여성 인권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용품에 대해 관심도 많고 시장의 제품 개발력 또한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진 않은가 보다.
원 CPO : 북미, 유럽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생리대가 유럽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 공장들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생산 기계가 낙후됐고 생산 기술에는 발전이 없다. 발전의 의지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같은 제품에 이름만 바꿔달고 있다. 비록 원료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생리대를 만드는 방직 기술 자체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 공장 시설도 최신식이고.
안 대표 : 케이뷰티가 강한 이유는 혁신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제조 현장에서도 더 많은 연구 개발을 통한 기술 향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텍사스에서 원료를 수급해, 한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어떤 분야든, 제품 양산은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쉽지 않다. 양산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안 대표 : 맞다. 제조업으로 스타트업이 성장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생리대 역시 수억 원의 초기 자본금이 필요했다. 투자를 받으려면, 우리의 가능성을 투자자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서 원 CPO가 말했듯, 우리는 처음부터 자체 브랜드를 만들지 않았다. 기성품인 면 생리대, 여성 속옷, 유아 속옷 등을 먼저 팔아봤는데, 당시 면 생리대 판매를 우리가 정말 잘했다. 현재도 면 생리대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다. 그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우리를 자금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도와줄 수 있는 투자자를 만날 수 있었다.
생리대는 신체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그 인증 과정이 더 까다로울 것 같다.
안 대표 : 만들 때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에서 유기농 제품 인증을 받으려면, 최소 3년 동안 농약을 뿌리지 않은 땅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길러진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그 밖에도 모든 유통 과정에서도 유기농 인증을 매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까다롭다. 2017년에 라엘 브랜드를 정식 런칭하기는 했지만, 우리는 2년 전부터 그 모든 인증 과정을 준비해온 셈이다.
원 CPO : 지금까지는 미국이 주요 시장이었기 때문에 FDA 인증을 이미 받았고, 한국 식약청 인증도 받은 상태다. 고객들이 충분히 신뢰할 수 있을 정도의 제품을 만들었다.
출시 6개월 만에 20억 매출을 올렸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원 CPO : 철저하게 아마존이라는 채널을 공략한 덕분이다. 아마존은 한국의 이커머스 채널과 다른 점이 많다. 아마존의 소비자들은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실제 구매 고객의 평을 더 중시한다. 따라서 대기업 제품이 아니더라도, 제품력이 좋다면 승부를 걸어볼 만 한 곳이다.
안 대표 : 아마존의 고객 여정을 따라가 보면 먼저 키워드를 검색한 뒤, 첫 페이지에 오른 제품의 구매평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광고나 마케팅보다는 고객 평을 신뢰하는 집단이다. 아마존 내에서는 구매 고객이 단 한 건의 평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리뷰 조작이 불가능하다. 라엘이 출시되자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구매가 발생하고 좋은 고객 평이 달리기 시작했다. 전혀 신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여러 실험을 통해 유기농 생리대의 잠재성을 확신하고 있었고, 공을 들여 좋은 제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 고객 평이 차곡차곡 쌓여 현재의 카테고리 1위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창업 초기부터 아마존이라는 채널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봤기 때문에 그 특성을 우리가 잘 파악하고 있었고, 이것이 성공적인 판매의 비결이었다고 본다.
왜 아마존이었나.
안 대표 : ‘아마존이 세상을 삼키고 있다(Amazon is eating the world)’는 말이 있지 않나.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 본거지인 미국 아마존에서 자리를 잡으면, 이들이 사세를 넓힐수록 자연스레 우리 브랜드도 커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많은 스타트업이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로 망한다. 그런데 ‘아마존 1위’보다 더 좋은 마케팅 문구가 어디 있겠나. 이렇게 구축한 신뢰와 브랜드력을 기반으로 얼마 전에는 겟라엘이라는 자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소비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이다.
◼︎ 미국 유기농 상거래의 달인들로부터 투자 유치
앞서 전략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고 말했다.
원 CPO : 지금까지 스트롱벤처스(Strong Ventures), 프라이머(Primer), 소프트뱅크벤처스, 어니스트컴퍼니(The Honest Company)를 제시카 알바와 공동 창업한 리차드 준 대표의 뱀벤처스(Vam Ventures) 등에서 투자를 받았다. 온라인 유기농 신선 식품계의 스타 기업인 스라이브마켓(Thrive Market)도 우리에게 투자했다. 유기농 이커머스를 너무 잘 알고, 관련 네트워크도 많은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다 보니 홍보 효과도 있었고, 전략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좋은 투자자를 알아보고, 또 그들이 라엘에 투자하게 만드는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달라.
안 대표 : 역시 ‘아마존 1위’라는 객관적인 결과물을 보여줬던 것이 유효했다. 또 초기 창업 팀원들 모두가 사회 초년생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전문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라는 것도 중요했던 것 같다. 투자자들과 만날 때는 항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팀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조직이니까. 동시에 이 과정에서 조언을 구할 수 있고, 전략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투자자들과 연을 맺었다. 돈만 받으려고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는 없었다.
◼︎ 이달 한국 지사 설립, ‘함께 할 인재 찾는다’
국내에서도 이미 라엘 생리대가 판매되고 있다. 생리대 파동 이후로 한국 진출을 계획한 것인가.
원 CPO : 생리대 파동 전에도 한국 기업 여러 곳으로부터 제품 수입 제안을 받았다. 당시엔 거절하고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었는데, 파동 이후로 우리가 직접 진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네 명 모두가 한국 사람이고, 한국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모두 해외 직구 형태로 판매가 됐는데, 4월부터는 한국용 제품을 정식 출시한다. 한국 지사도 설립한다.
한국 지사 설립 계획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달라.
원 CPO : 미국에서처럼 자체 채널을 만들지는 않고, 도매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많은 유통 채널로부터 협업 요청을 받았는데 한국에서는 티몬과 그 시작을 함께하게 됐다. 이후에도 우리와 합이 맞는 유통 채널을 선별해 판매 접점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20명 정도의 팀이 갖춰져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좋은 인재들과 함께 아시아 시장의 거점이 될 한국 지사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어떤 직무의, 어떤 인재를 기다리고 있나.
원 CPO : 디지털 마케팅, 온오프라인 MD, 글로벌세일즈 분야의 인재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본사와도 긴밀하게 교류할 수 있고, 직무에 따라 본사에서의 업무 기회도 주어진다. 라엘코리아의 초기 팀원으로서 라엘의 한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이메일(binna@getrael.com)로 지원을 부탁드린다.
향후 구체적인 해외 진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안 대표 : 이제 막 세계적으로 유기농 생리대 시장에 대한 인식이 열렸다. 이번 한국 진출을 계기로 장기적으로는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7년 넘게 디즈니에서 근무하며 스타워즈를 배급했던 경력이 있는 백양희 COO, 법적 문제를 해결해줄 고윤미 사업개발 디렉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라엘의 소비자인 전 세계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 대표 : 생리대라는 제품의 역사 자체가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당연히 이에 대한 연구 결과도 부족한 상태다. 각종 미용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여성의 건강과 직결된 각종 진실들은 의지를 가지고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라엘은 기존 생리대의 유해성과, 그 대안책을 교육하는 것에 대한 의무감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중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앞으로 많은 여성 유명인들과도 협업을 해나갈 예정이다.
원 CPO : 몸에 좋고, 기능도 좋은 제품을 개발해 여성 고객들에게 안겨주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고 임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지속해서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제품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세계의 여성들이 라엘 제품을 사용해,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인터뷰]네이버와 라인, 소프트뱅크가 주목한 대만 AI 기업
지난해 8월 네이버를 비롯해 라인,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기업이 대만 인공지능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 기업은 앞서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어로부터 6백만 달러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이 회사의 누적 투자금은 8천만 달러, 우리 돈 854억 원이 넘는다.
위의 사례는 2012년 대만의 작은 아파트를 거점으로 4명이 모여 시작한 인공지능 기업 ‘애피어’ 이야기다. 이들은 현재 한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내 12개국에서 1천개가 넘는 고객에게 자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포춘이 선정한 50대 혁신적인 인공지능에 아시아 유일의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고, 최근엔 이들의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정보 솔루션 아익슨(Aixon)이 라인에 적용됐다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그룹은 현재 인공지능 기술을 한창 개발하며 AI 대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애피어는 과연 AI 분야 선두그룹이 될 수 있을까. 치한 위 대표를 포함해 각 최고 담당자를 만나 기업의 성장을 둘러싼 다양한 얘기를 나눠봤다.

(시계 방향)치한 위 CEO, 션 슈 최고 전략 책임자(CSO), 파브리지오 카루소 최고 영업 책임자(CRO), 쉬안 티엔 린 최고 데이터 과학자(CDS)/사진=플래텀DB
Part.1 기업 관련
기업명 ‘애피어’는 무슨 뜻인가.
치한 위 애피어 CEO(이하 ‘치한’): ‘AI로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의미이다. ‘happier’에서 따왔다. 사업을 시작한 2012년에는 AI가 화두도 아니었고 지금처럼 알려져 있지도 않아서 그런 뜻으로 사명을 짓는데 용기가 필요했다.
애피어는 스스로 어떤 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나.
치한: AI 플랫폼 회사다. 특화돼 있는 분야는 사용자 예측 및 마케팅이다. 그래서 AI가 우리 핵심이고 각 기업이 직면 중인 여러 가지 도전에 대해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라이벌은 ‘기존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다. 모든 게 자동적으로 처리되는 우리 방식과 기존의 방식은 상당히 대치된다.
기업을 설립했을 때 생각해둔 목표와 현재의 마일스톤은 어떻게 달라졌나.
치안: 설립 초기의 목표는 일상생활에서 파급력 있게 사용될 수 있는 서비스였다. 현재의 목표도 6년전과 비슷하다. 여기에 여러 기업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부가되었다.
인공지능을 적용했을 때 기업이 얻는 이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도 있나?
치한 : 우리 솔루션은 마케팅 ROI를 개선하는 데 의의를 둔다. 마케팅 채널이 투자 대비 높은 성과를 기대하는 만큼 효율을 제고하는 것이다. 우리는 비즈니스에 AI라는 하나의 추가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저를 더욱포괄적으로 이해하고 미디어 예산을 최적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고객사로선 어떤 이점이 있나.
션 슈 최고 전략 책임자(이하 ‘션’): 고객사들로부터 데이터 스토리지를 자체적으로 할 필요 없어 유용하다는 의견을 듣고 있다. 자체 AI팀이 없는 회사에선 비용 절감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애피어의 솔루션을 사용하는 게 자체적으로 꾸리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아태 지역 위주로 진출하는 이유는.
션: 애피어는 현재 고객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그래서 다양한 시장 진출 속도를 재촉하기 보다, 해당 국가에 진출한 뒤 내실 있게 성장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 크다.
네이버와 라인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라인에 아익슨 적용을 발표했고. 한국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션: 라인에 적용한 것은 협업이 아닌 파트너십으로 제휴되는 형태다. 한국은 흥미로운 시장이다. 크로스X 플랫폼을 한국 고객사가 도입하길 바란다.
인재 채용을 할 때 있어 중요하게 보는 점은.
치안: 3가지다. 얼마나 개방적인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지, 세계적인 수준의 야망이 있는지를 본다. 팀원들에게 끊임 업이 동기부여가 제공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Part.2 보유한 AI 기술 관련
고객 개인정보 이슈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쉬안 티엔 린 최고 데이터 과학자(Hsuan- Tien Lin 이하 ‘쉬안’): 사용자가 본인의 정보 사용에 동의해야 진행한다. 엄격하게 해당 원칙을 준수하며 운영 중이다. 이 때 ‘비식별’ 조치를 적용해 가져온다. 이름, 연락처 등 특정 인물을 연상할 만한 정보를 불러오지 않는다.
비식별 처리된 익명 데이터라도 보유한 정보가 늘어날 수록 인물을 특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 되는데.
쉬안: 그와 관련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확실한 건 애피어에선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되는 한계에서의 데이터를 추구한다는 거다. 비식별 정보를 사용하면서도 누적된 데이터를 활용한다. 최대한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많은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규정(GDPR)에 대응하고 있다.
쉬안: 우리가 보유한 데이터 정책이 원칙을 준수하는 지 지속적으로 검토 중인데, GDPR도 포함된다. 대전제로는 사용할 수 없는 데이터는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라이버시에 저촉되는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기술을 발전시키는 형태라 할 수 있다.
한국 IT 기업 중엔 맞춤형 광고 기술을 갖추고 있음에도 소비자의 반발로 못 하는 경우가 있다. 광고 선호, 비선호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출 계획인가.
쉬안: 국가별, 시장별 고객 선호도가 분명히 다를 수 있다. 고객 맞춤화도 선호도의 영역이라고 본다. 이 모두를 AI엔진을 통해 최적화하는게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나의 디바이스를 여러 명이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람이라판단할 수 있나.
쉬안: 패턴화로 식별 가능하다. 어떤 웹사이트를 방문했는지, 사이트 주소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패턴을 기반으로 한 사람에 대한 조각을 맞춰 간다. 아울러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AI엔진을 통해 추론하고 분별하는 고도화작업을 한다. 처음 사용할 땐 파악이 어렵지만 2,3개 페이지를 방문하게 됐을 시 확인이 어느정도 가능하다. 맞춤화된 추천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선의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Part. 3 AI 기업 영업 관련
애피어가 발행한 보고서를 보면 멀티디바이스 중 PC를 통한 구매 전환율이 높다고 나와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원인은 뭐라고 분석하나.
파브리지오 카루소 최고 영업 책임자(이하 파브리지오): 여전히 PC는 고객의 실행 툴과 같다.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검색한 뒤 최종 구매는 PC에서 하는 것이다.
애피어에서 말하는 광고란 뭔가.
파브리지오: 지금까지 대중에게 도달한 디지털 광고는 디바이스 중심으로 진행 됐었다. 모바일과 PC에 특징 지은 광고가 나오게 된 것이다.
애피어는 디바이스가 아니라 고객이 소구한 데이터에 근거한 광고솔루션을 보여주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때문에 사용자별, 성별, 국가별, 성향별로 광고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한 사람에게 시간대마다 다른 광고를 보여줄 수 도 있다. 소비자가 응답할 수 있을 만한 것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광고캠페인 그 이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非아시아인이다. 아시아계 기업에서 일할 때 느끼는 문화적 차이는 없나.
파브리지오: 약 11년 정도 아시아 지역에서 일하며 느낀 점은 사업적 측면에서 아시아 시장의 성장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기업입장에선 국가마다 다른 문화가 존재하기에 다양성을 두고 더욱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점도 있다.
그 말은 솔루션이 지역마다 다른 방식으로 적용된다는 뜻인가.
파브리지오: 맞다. 하는 일 자체가 소비자 행동과 관련된 일이어서 국가별, 소비자 별로 다르다. 이를 두고 ‘현지화’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한국 기업과 협업한다면 한국 성향에 맞는 소비자 데이터를 최대한 모아 분석하고 예측할 것이다. 그래야만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만의 독특한 특징은 뭐라고 보나.
파브리지오: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고, 이것에 최선을 다해 부응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려면 현지에 진출해 지사를 두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현지 고객과 스킨십 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을 보다 세부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기업 입장에서 어떤 상황일 때 애피어 서비스를 쓰면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파브리지오: 애피어엔 전자상거래에 특화돼있는 솔루션이 있으니 이커머스 기업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세일즈 규모를 늘릴 수 있을 거다. 그리고 AI를 모바일에서 활용하는 기업과 게임사를 들고 싶다. 모두 양질의 유저를 확보해야 하는 기업들이다. 이 외에 브랜딩 솔루션이 필요한 기업이다. 금융업, 자동차 등 산업 전방위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거다.
[플래텀X셀레브] 독서와 헬스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Editor’s Note) 플래텀과 콘텐츠 제작사 셀레브(Sellev)가 창업자를 비롯한 도전자들의 분투기를 공동 제작합니다. 도전의 과정에 있는 독자분들께 영감 혹은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1. 다음카카오 입사 1년 만에 정글로 걸어나온 남자
세상에 도움이 되는 걸 팔고 싶었다
약 1년 간 다음카카오에서 스토리볼 콘텐츠 등을 기획하는 일을 했다. 회사를 나와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두가지다.
첫 번째로는, ‘팔릴수록 세상에 도움이 되는 걸 팔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오그라들 수도 있지만, 나는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는 컨텐츠와 광고주를 위해 일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 세월호와 이스라엘 가자 지구 공습 사건을 접하며 내가 세상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두 번째는 ‘먹고사니즘’ 때문이었다. 2014년에 텐센트, 버즈피드 등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는 기술 기업과 자본이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위기감이 들었다. 앞으로 50년은 넘게 경제활동 해야 하는 데 경영대를 나온 문과생인 나는 무엇을 먹고살아야 할까. 테크 회사에서 임원으로 크는 게 정답인 거 같지 않았다.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기보다는 어떤 변화가 와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정글에서의 감’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창업 아이템을 ‘독서 모임’으로 잡은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2010년 대학생일 때부터 독서 모임을 해왔다. 그러면서 내가 20대 때 했던 지적 성장의 대부분이 강의실이 아닌 독서 모임에서 이뤄졌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은 외로운 사회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편협함과 외로움을 극복하는 데에 있어, 독서 모임은 꽤 좋은 도구가 된다. 원론적인 문제 제기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나올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고. 그런데 한국에서 독서 모임 수명이 2년이 채 안 된다. 생각보다 운영이 힘들기도 하고, 모임의 중심이었던 한 두 명이 그만 두면 흐지부지 되기 때문이다. 독서 모임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지만, 절대 자연스러운 선의에 의해 오래 유지될 수는 없는 집단이라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는 이게 직업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한거다.
처음엔 사업이라기 보단 실험을 한다는 개념으로 시작했다. 작년 5월에 지인 10명을 모아서, 회비를 받으며 독서 모임을 주최해봤다. 대놓고 ‘여러분이 내는 건 회식 비용이 아닌 트레바리의 마진’이라고 말했는데 거부감이 없더라. 우리가 영리 목적에서 이 모임을 주관한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 첫 모임이 작동하는 걸 보고 6월에 클럽 하나를 더 만들었다. 그런 식으로 확장하며 2015년 8월에 총 4개 클럽, 80명의 회원으로 정식 서비스 개시를 했다. 그리고 이게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
#2. 독서와 헬스의 공통점
독서와 헬스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가끔은 좀 더 쉬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트레바리가 있다.
트레바리는 크게 총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다. 일단 특별한 주제가 없는 무경계 클럽이 있다. 회원들끼리 서로 돌아가며 발제를 맡는다. 모임 파트너는 공지, 투표를 올리는 등 운영만 한다. 그리고 산업군·관심사 별 주제가 명확한 버티컬 클럽(Vertical club)은 클럽장이 있는 모임과 그렇지 않은 모임으로 나뉜다. 현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임정민 500스타트업 파트너, 신기주 에스콰이어 편집장, 김소영 당인리책발전소 대표 등이 클럽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클럽장에게는 일정한 보수가 지급된다.
2015년 4개 클럽 80명으로 첫 시즌을 시작했다. 현재 8번째 시즌 중인데, 3년 만에 150개 클럽 2,100명의 회원을 보유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광고를 통한 유입도 많다. 일단 재참여율이 60% 수준이다. 기존 회원이 보통 다음 시즌에 한 사람 정도를 데리고 온다. 현재 약 30%가 기존 회원들의 지인이다.
사람들이 트레바리를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독서는 어려운 것이고, 이를 위해 일정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독서는 헬스와 비슷하다. 굳이 헬스장에 안가고 아침에 일어나서 집에서 팔굽혀펴기하고 동네 한 바퀴 뛰는 것으로 운동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돈을 주고 멤버십에 가입하는 이유는 그래야지만 운동을 하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가끔은 좀 더 쉬워지기도 한다. 트레바리에 한 번 참여한 이들은 속는 셈 치고 돈을 내봤더니 안 읽던 책을 읽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대세에 따르지 않고 내 주관대로 살기 힘든 사회 아닌가. 현대인은 직장 생활하면서 ‘현재의 나’에 대해 친밀하게 이야기 나눌 사람을 찾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반가움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우리는 스스로를 ‘독서 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라고 정의하지만, 어떤 기업인지는 우리가 아니라 시장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본다. 그래서 매의 눈으로 기민하게 시장 반응을 살펴야 한다. 우리가 교육 쪽에 많은 기회가 있고 더 잘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그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갈 것이다. 반대로 커뮤니티 분야라면 그쪽으로 진출할 테고. 둘 다 잘할 수 있거나, 아니면 둘을 같이 해야만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판단을 우리가 내리기에는 아직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본다.
#3. 2018년, B2B와 컨퍼런스 사업으로 영역 확대한다
사람들을 좀 지적이게, 서로 좀 더 친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장기적 목표다
매 시즌 30%의 성장률을 지켜나가고 싶다. 퀄리티를 포기하지 않고 양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은 내게 중요한 주제다.
올해 계획은 B2B와 컨퍼런스 사업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B2B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목적의 독서모임,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지적 커뮤니티 빌딩 등이 주요 서비스 모델이다. 오는 4월 28일에는 첫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우리 시대의 읽기>라는 주제로 이혜영 아쇼카 한국 대표,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신기주 에스콰이어 편집장이 강연한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회사가 진짜로 사람들을 좀 더 친하게 그리고 지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또 그걸 만들어나가는 우리 동료들이 항상 스스로의 삶과 직업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었으면 한다. 갈 길이 멀지만 꼭 이루고 싶다.
[Startup’s story #404]인도네시아에서 월 100만명이 찾는 韓스타트업
“우리 팀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속도다. 경쟁력과 진입장벽을 생각하기 이전 빠른 속도로 이 문제를 타개하고자 한다. 이 기조를 유지해 인도네시아에서 관련 분야 선두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강성영 대표는 인도네시아에서만 두 번째 창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3년전 인도네시아 관련 테이터 제공 서비스 ‘작팟’으로 첫 번째 창업을 했다.
작팟이 자리잡은 뒤 그가 새로 찾은 아이템은 원룸과 사용자를 연결하는 플랫폼(마미코스)이다. 현재 마미코스는 월간 100만 명 방문, 하루 매칭 15,000건 건을 거듭하는 공간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마미코스에선 집 정보를 360도 카메라뿐 아니라 영상 콘텐츠로 소개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가 발견한 시장의 문제와 해결한 방법은 어떤 것이었을까. 동시에 인도네시아 시장은 어떤 매력이 존재하는 걸까. 원룸을 넘어 파트타임 분야로도 확장해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강 대표에게 인니 시장의 가능성을 들어봤다.
강성영 마미코스 대표/사진=플래텀 DB
3년 전 첫 창업 인터뷰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그간 어떻게 지내왔나.
작팟을 운영하며 패션, 모바일 콘텐츠 등 여러 모델을 접목해 이것저것 시도하며 인도네시아 시장서 입지를 다졌다. 그 과정서 B2B보단 고객과 보다 더 직접 소통하는 B2C 서비스에 흥미를 느꼈다. 그 결과 마미코스 시작했고 운영한 지 1년 반 정도 됐다.
원룸 서비스는 어쩌다 기획했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거다. 인도네시아에선 방을 찾는 게 어렵다. 방이라는 키워드를 치고 하나하나 들어가서 확인해봐야 한다. 원룸이 한 눈에 보기 좋게 정리돼 있지도 않으며 중개 시스템도 잘 안 돼있다. 세입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야만 하는거다. 앱에서 원하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국내와는 사정이 다르다. 한국과 중국에 비해 미개척 분야이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잘 되는 서비스라도 현지 사정에 맞게 변환하는 현지화 작업이 필요하다. 마미코스는 관련 서비스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우선 매물 개념부터 다르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원룸은 저렴한 레지던트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운영 주체 및 관리인도 한 명인 경우가 태반이다. 건물 하나에 2,30개의 방이 있는데 국내처럼 중개인이 없으니 집주인이 건물(매물)을 직접 사이트에 올려 놓는다. 그걸 보고 세입자는 짧게는 1달, 길게는 1년 정도 계약하는 형태다. 우린 이렇게 올라온 건물을 목록화 해주고 있다. 일명 ‘분류’ 서비스인데, 직접 매칭을 해주는 게 아니니 공인중개업과도 성질이 다르다.
수익은 어디에서 얻나.
아직 정해진 건 없고 고객을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상위 노출에 따른 광고료, 건물을 등록하며 내는 비용 등을 고려 중이다.
국내 서비스만 보더라도 사전 정보와 실제가 다른 문제가 끊임 없이 제기된다. 마미코스는 이러한 이슈를 어떻게 해결 중인가.
아직까지는 데이터량을 늘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 그 부분에 대한 관리는 미진하다. 다만 콘텐츠 품질이슈는 경쟁사가 생겨야 제기 되는 문제라 본다. 아직 인도네시아에선 우리의 적수가 없는 상황이라 정보량을 늘리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하루 매칭 건수가 15,000건이라고 알고있다. 실제 계약은 얼마 정도되나.
전체의 25~30%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서비스 본질은 데이터 분류 및 노출이기에 아직 계약 건수까지 확인하고 있지는 않다.
회사 얘기를 해보자. 사업은 인도네시아서 하지만 본사는 한국에 두고 있다.
투자 유치 문제가 있어 본사는 한국에 세웠다. 한국법인엔 나밖에 없다. 실제 직원과 일은 인도네시아에서 한다.
35명 직원 중 한국인은 본인 혼자다. 의사 소통은 어떻게 하고 있나.
사업 전후 하루 8시간씩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하며 익혔다. 의사소통은 무리가 없다.
투자사에서 연락처를 수소문해 러브콜을 했고,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이 사외 이사를 맡는 등 주목을 받았다.
고마운 일이다. 서비스를 가볍게 만들어 빠르게 실행하는 게 우리의 강점이다. 이를 좋게 본 듯 하다. 향후 같은 방식으로 인도네시아의 다른 분야에도 시도할 계획이다.
투자금 8억원은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
지금까지는 원룸 데이터 수집에 사용됐다. 앞으론 카테고리 확장을 계획 중이어서 관련 데이터 수집에도 쓰려고 한다.
첫 번째는 ‘파트타임’이다. 그 쪽 분야도 정리되지 않은 정보가 많은데, 그 중 타깃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분류해 보일 생각이다. 시행한 지는 한 달 째인데, 꽤 긍정적인 반응이 오고 있다. 실제 유입객의 10%는 그 경로로 온다. 궁극적으로는 ‘매칭’ 분야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가지는 게 목표다.
인도네시아는 외국인이 사업하기에 좋은 환경인가.
잘 하고 있는 곳이 꽤 있다. 외국인이 사업하기에 나쁘지 않은 환경이다. 해외 투자 유치도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인니에서 두 번째 창업이다. 시장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가 하는 원룸 분야 외에도 아직 데이터가 정리 되지 않은 게 많아 사업해 볼 여지가 많다. 여기서 잘 하면 선두주자가 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에 우리가 접근한 방식은 일명 ‘타임머신’이었다. 다른 곳에서 잘 된 걸 인도네시아에서 선보이는 거다.
물론 분야 선두그룹이 없다고 무조건 잘 된다는 건 아니다. 잘 해야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다. 이는 만국 공통의 진리다.
아직까지 인도네시아에 대한 여러 선입견이 있다. 인도네시아 진출을 앞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곳은 가격이 비싼 아이폰의 비율이 적을 뿐 스마트폰 사용량이 낮은건 아니다. 관련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해외라고는 하지만 생활하기에 국내와 크게 다른 점도 없다.
다만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동남아’진출을 원하는 이들이 명심할 것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은 모두 다른 문화권 국가라는 점이다. 베트남과 한국간 문화적 거리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간 차이가 훨씬 크다. 종교 및 문자 자체도 다르다.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끝으로 각오가 있다면.
품질 관리는 유저가 하는 것이라는 게 우리 생각이다. 이를 따라가려면 속도감 있게 운영해야 한다. 서비스 개선을 고민할 시간에 다른 것을 하고 고객이 요청할 때 서비스를 개선하자는 주의다. 이런 전략으로 현재 100만 명에 육박하는 월 방문자와 관련 앱 스토어 1위가 되었다. 앞으로도 이 방향성을 고수하며 열심히 하겠다.
[Startup’s Story #405]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찾아주는 AI포털 앱 ‘말해’
“이 근처에 애인과 함께 갈만한 달달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을 찾아줘”
‘말해’는 이처럼 다소 정리되지 않고, 즉흥적인 질문에 대해 답을 해줄 수 있는 인공지능 생활 포털 앱이다. 굳이 정확한 키워드를 입력하지 않아도, 이 앱은 발화의 의도와 정황을 추론해내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 앱을 만든 마이셀럽스는 ‘빅데이터 스튜디오’라는 자체 인공지능 솔루션을 기반으로 야놀자, 푹TV, JTBC 등과 같은 각 업계의 유수 기업들과 협업해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했다. 향후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아마존과 같은 기업으로 성장 하고 싶다는 마이셀럽스의 신지현 대표를 만나봤다.

마이셀럽스 신지현 대표
마이셀럽스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가?
마이셀럽는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 회사다. 데이터 수집, 시각화, 모델링, 자동 업데이트 기능을 통합한 자체 AI 솔루션인 ‘빅데이터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운영하는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다. 대표 서비스로는 최근에 런칭한 말로 찾는 생활 포털 ‘말해’가 있다. 야놀자, 푹, 만개의 레시피 등 제휴사들과 협업해 만든 서비스들도 있다.
과거 IBM, 삼성 등 국내 대기업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일하다가, 마이셀럽스에는 팀이 이미 꾸려진 이후에 합류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내가 직접 창업한 것은 아니고, 창업주가 따로 있다. 회사가 설립되고 1년 후, 서비스 피봇팅이 진행됐다. 그 시점에 창업주를 만나 비전, 방향성 등을 듣고 팀에 합류하게 됐다. 합류 후 몇 달 뒤 대표직을 맡게 됐다. IBM에서는 소프트웨어 세일즈와 마케팅을 했고, 삼성에서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일을 맡았었다.
얼마 전 출시한 서비스 ‘말해’를 사용해봤다. 음성 인식을 기반으로 생활 관련 정보를 찾아주는 포털 앱으로 이해했다. 마이셀럽스는 ‘말해’를 통해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웹 기반 포털을 대체하고 싶은건가.
웹 기반 포털은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우리는 모바일 기반이 포털 시대도 이미 끝난 거라고 봤다. 시류를 살펴보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 기업들이 음성 인식과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기존에 존재하는 웹, 모바일 기반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단순히 적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공지능 자체가 기반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시대라는 것은 라이프스타일과 기술의 변화에 따라 전환된다. 데이터, 인공지능의 시대가 된다는 것은 곧 비즈니스는 물론 삶의 체계 전체가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주도권을 지고 있던 포털 들 역시 이 변화를 느끼고, 소비자 접점을 다각화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말해’ 서비스를 앱의 형태로 출시한 것은, 현재 시점에서는 스마트폰이 가장 큰 소비자 접점을 가진 기기이기 때문이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기가 나온다면, 이에 발맞춰 빠르게 우리의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다.
‘말해’ 서비스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말해’의 핵심 기능은 사용자가 이야기하는 자연어를 인공지능이 학습해서, 발화자의 정황과 의도를 파악해낸 후 그가 원하는 정보를 추천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손님과 함께 업무상 미팅을 가질만한 식당을 찾는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을 자연스럽게 말해보자면 “손님과 함께 가는 거니까 어느 정도 격식이 있는 가게였으면 좋겠어. 너무 조용하지 않고 시끌벅적했으면 좋겠고, 한식이 무난하긴 한데 이 근처 어디를 가야 할까?” 정도가 될 것이다. ‘말해’에 음성 검색 버튼을 누르고 이렇게 말하면 인공지능이 해당 진술 안의 맥락과 정황을 스스로 발견해낸다. 그리고 이에 맞는 정보를 주는 것이다. ‘분위기가 달달한 맛집’을 찾는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인공지능은 ‘달달하다’는 단어를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가 달달하다는 것이 곧 사랑스러운 무드의 가게를 뜻한다는 것을 스스로 이해하고 추론한다. ‘화려하다’는 표현도 영화, 연예인, 그림, 와인 등 어떤 것이 주어인지에 따라 모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서비스를 직접 다운받아서 해봤다. 음석 인식의 정확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더라.
음성 인식 기능 자체는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프로토콜을 활용하고 있다. 인식된 내용으로부터 맥락을 뽑아내는 것이 우리의 기술이다. 음성 인식 기능은 기기에 따라 또 사용량의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시리도 사용자의 음성을 계속해서 학습하기 때문에 많이 사용할수록 정확도가 올라간다. 처음엔 인식이 안 되는 신조어의 경우에도, 기기가 학습을 한 이후에는 잘 알아듣게 된다.
‘말해’가 사용자에 대해 반복해서 학습하다 보면, ‘나한테 어울리는 가게를 추천해줘’라는 질문에도 답을 해줄 수가 있게 되나.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하는 부분이다. ‘나한테 어울리는 것’이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평소에 로맨스 영화를 많이 보는 사용자도 어떤 날에는 로맨스가 아닌 다른 장르의 영화를 보고 싶을 수도 있다. 또 같은 로맨스 장르라고 해도 야한 로맨스, 슬픈 로맨스, 달달한 로맨스 등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마이셀럽스의 핵심 솔루션인 ‘빅데이터 스튜디오’는 개발하는 데에만 2년이 걸렸다고 들었다. 개발 과정 중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가진 기술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데이터 처리 기술, 분석 기술 등 이미 다른 기업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이 핵심 기술을 구현하기 이전에 인프라를 세팅하는 데 있어서 몇 번의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핵심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인프라를 구축하며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보안 문제도 생겨서 힘들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재작년부터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일하고 있다. 아키텍처를 새로 짜거나 솔루션을 도입할 때 즉각적으로 함께 협력해 만들고 있다.
여러 가지 클라우드 솔루션 중 AWS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여러 고민이 있었다. 다양한 클라우드 솔루션을 자체 테스트 했는데, 아키텍처 상으로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목표를 비용, 보안, 효과 측면에서 가장 잘 구현해준 것이 AWS였다. 최근에는 AWS와 함께 서버리스 아키텍처를 구축했다. 필요한만큼만 오토 스케일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굉장히 효율적이다. 만약 우리가 물리적 서버를 가지고 지금처럼 서비스를 운영했다면 고정비가 아주 컸을 것이다. 현재 우리가 운영하는 서비스가 20개이고 카테고리로 따지면 40여 개다. 이 데이터를 전부 가지고 와서 처리하고, 밖으로 내보내고, 반영하는 과정은 매우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중반 이후 운영 서비스가 10개 이상 늘어났는데도 비용 지출이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
수익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앞서 말했듯 야놀자, 디시인사이드 등 다양한 B2B 사업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의 서비스를 보여주는 쇼룸을 만들어놨더니, 다양한 기업으로부터 먼저 연락을 해왔다. 대기업들도 우리에게 ‘스타트업에게 먼저 협력 제안을 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연락을 준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에는 서비스가 정식 출시도 되기 전에, 다음스포츠에 우리 모듈을 탑재했다. 디시인사이드와는 그들이 보유한 전체 데이터를 가지고 전혀 새로운 버전의 ‘익사이팅디시’라는 새 서비스를 만들었다. 디시인사이드 내에 있는 게시글을 인공지능이 큐레이션 해주는 형태였다. 야놀자는 물론 JTBC까지 각 업계의 유수 기업들이 많이 연락을 주고 있어서 매 순간 신이 난다. 이런 현상들을 보며 ‘업이 우리 서비스의 용처를 알려주는구나’라고 느끼고 있다.
B2C 방면으로는 광고 사업이 주요 수익모델이 되나.
‘말해’를 통해 광고 사업을 이제 막 시작했다. 우리의 첫 B2C 사업이다. 현재 출시된 지 3일이 됐는데, 반응은 나쁘지 않다.
앞서 앱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서비스 확장 계획이 있다면.
마이셀럽스가 뭐 하는 회사냐고 물으면, 우리는 데이터 애그리게이터(Aggregator, 여러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모아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회사・사이트)라고 답한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유한 데이터를 가지고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세계 유스 회사가 모두 그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아마존이 업계에서 선도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이유도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좋은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야놀자, 푹, JTBC 등 수많은 분야의 기업이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해주고, 우리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각 카테고리별로 사용자의 취향, 선호도 등의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진 회사가 되는 게 목표다.
마지막으로 마이셀럽스의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얼마 전 런칭한 ‘말해’가 잘되는 것이 가장 큰 단기 목표다. 또 성장 흐름을 타고 있는 제휴 비즈니스들을 확장해나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른 시일 내에 글로벌 진출을 하고 싶다. 우리가 생각하는 더 큰 그림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넥스트 모멘텀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Startup’s Story #406] 사용자가 극찬하는 해외여행 가이드앱
‘트리플’은 근래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이자 동명의 해외여행 가이드앱 서비스이다. 정식 출시 8달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넘겼으며 사용자로부터 ‘여행책이 필요 없는 앱’, ‘배낭여행자의 마음을 대변한 앱’ 이란 호평을 받고있다.
팀 구성도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 유명 플랫폼을 경험한 실력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을 이끄는 건 NHN 전 대표인 최휘영씨와 김연정씨. 두 사람은 네이버에서 함께 일을 한 사이다.
‘고객이 알아주는 진정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비전’이라는 김연정 대표를 만났다.
김연정 트리플 공동대표/사진=플래텀 DB
▲네이버, 카카오 출신 실력자들이 모여 팀을 이루다.
NHN을 이끌었던 최휘영 대표가 공동대표고, 국내 유명 IT기업 출신들이 몸담고 있다. 화제성을 갖췄는데 대외적으로 알리진 않았다.
바로 그 이유다. 서비스가 나오기 전 ‘이름’만으로 유명세를 타는 게 부담스러웠다. 2016년 3월 회사 창립 후 팀을 꾸리고 서비스 개발에만 열을 올렸다. 지난해 5월 베타 버전을 출시했고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때까지 홍보 활동도 자제했다. 우리가 세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함이었다.
트리플은 무슨 뜻인가.
중의적이다. 우선 여행을 뜻하는 ‘트립’에 가치를 더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여행하는 사람들인 ‘트립 피플’을 뜻하기도 한다.
초기 팀빌딩은 어떻게 했나.
카카오에서 신규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다 퇴사했는데, 내 생각에 동의해 합류를 결정한 팀원이 몇 있다. 그들도 새로운 걸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다. 팀을 만들던 초반에 큰 힘이 됐다. 현재는 45명 정도 된다. 처음엔 시니어급 경력직이 많았다. 한 명이 두 사람의 몫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연 이후엔 신입사원도 합류하고 있다.
총인원의 40%가 개발자다.
여전히 부족하다. 여행을 좋아하고 해외 공간 관련 정보 데이터에 관심 있는 인재라면 문을 두드려주시길 바란다. 새로운 길을 가는 중이니 함께 한다면 재밌을 거다. 개발자 뿐만 아니라 전 영역에서 팀원을 찾고 있다.
▲출시 8달 만에 100만 가입자 넘겨…연내 목표는 500만 다운로드
이 서비스는 왜 시작했나. 여행을 좋아해서인가.
사실 여행 관련 일을 하고 싶으면서도 하기 싫었다. 좋아하는 게 여행인데 잘 해낼 수 있을 수 있을 지 걱정도 되고, 일이 되면 진정한 휴식이 아닐 수 있을 수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까지는 재밌다. 지인과 가족에게 도움 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이 영역에서 하나라도 의미있는 것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100만 다운로드가 쉬운 건 아니다. 마케팅 비결이 뭔가.
기본적으로 페이스북과 구글애드 등 광고/마케팅 채널을 활용했다. 관건은 타깃에게 정확히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우리 타깃은 2,3개월 안에 여행을 가고자 하는 대중이었고, 원하는 키워드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집중했다. 그 결과 올 1월부터는 오가닉 이용자도 늘기 시작했다. 우리 예상보다 3달 더 빠르게 100만 다운로드에 도달했다. 입소문이 많이 난 것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본다. 이 기세를 몰아 여름엔 대규모 마케팅을 실시할 생각이다. 연내 500만 다운로드가 목표다.
예상 시기보다 빠르게 도달한 근본적인 이유는 뭐라고 보나.
트리플을 만들 때 한 손에 쥐어서 쓸 만한 ‘그립감’이 좋은 콘텐츠를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 여행자는 핫플레이스나 음식점이 보이면 최대한 검색해서 메뉴 및 리뷰를 찾아본다. 이 시간을 줄여주고 싶었다. 더불어 다음날 날씨 정보나 특정 위치에 가면 근처 음식점 등을 알람으로 추천해 주기도 했다.
한번 여행을 다녀온 유저가 다음 여행을 등록하는 빈도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된다. 만족감이 높다는 반증이라고 판단 된다. 그들이 사용해서 리뷰도 남기고 실제로 입소문을 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여행할 때 우리 서비스를 쓰면 가이드북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저가 만족할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1차 목표를 달성했다. 향후 보완할 점은 무엇인가.
우리가 오픈하지 못한 도시 정보다. 사용자로부터 열어달라는 요청이 많다. 일례로 블라디보스토크는 요즘 여행객들 사이에서 뜨는 지역이다. 다만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이 지역에서 서비스를 해달라는 요청만 4,500건이 넘는다. 대응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아직까지 여력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가려는 도시 정보가 없다며 1점을 주는 사용자도 있다. 아쉽지만 그만큼 서비스를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으로 알고 서둘러 보완하고 싶다.
참고로 하반기엔 채팅도 가능해진다. 한국인이 주로 찾는 지역부터 열릴 예정인데, 커뮤니티 느낌을 확장하기 위함이다.
500만 다운로드는 쉬운 도전이 아니다. 계획이 있나.
서비스가 좋아서 자연스레 바이럴 마케팅 되는 게 가장 좋겠다. 그 외엔 콘텐츠랩 비보와 최근 업무협약을 맺었다. 여행 관련 팟캐스트 등 여행을 주제로 한 콘텐츠 제작을 같이 하게 된다. 인지도 있는 콘텐츠 기획사이기 때문에 바이럴 마케팅과 더불어 200만 다운로드를 기대하고 있다. 그 즈음에 맞춰 대규모 마케팅도 한다.
최근엔 관광청에서 연락이 많이 온다. 관광청에선 각 국가, 도시에 방문하려는 여행자 맞춤 마케팅을 하고 싶어한다.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할 것 같다. 유저와 더 자주 만날 계획이다.
▲충성 고객을 모으는 관건, ‘콘텐츠’
처음 가보는 여행지를 현지인처럼 다닐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트리플을 쓰면 바우처를 준비할 필요 없이 어디서든 앱 내에서 해결 할 수 있다. 현지인처럼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여행을 자주 가는 사람들일수록 꼼꼼하게 확인해서 다니지 않는다. 책자를 보며 찾아 다니기 보다 쉽고 간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다.
정보는 어떤 식으로 수집했나.
인터넷 DB를 수집하고 공개된 API를 활용한다. 오프라인 가이드북도 찾아보며 정보를 다듬는다. 모은 DB 수는 현재 약 65만 건 정도 되는데, 그 중 20%는 숏헤드(short head) 콘텐츠다. 이 정보는 오탈자부터 이미지 검수, 메뉴, 가격 정보를 우리가 직접 제작한다. 유저도 직접 사진을 올리고 리뷰를 올릴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공된 콘텐츠가 있어야 원활히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트립어드바이저와 차이점은 뭔가.
영어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국가 사용자에게 더없이 좋은 서비스다. 내년부턴 중국, 일본 등 비영어권 국가로도 서비스를 넓힐 계획이다.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 커머스만으로는 유저 충성도가 생기지 않는다고 봤다. 일본 여행 갈 때 A기업에서 샀다고 싱가폴 여행갈 때도 반드시 A 업체에서 사는 건 아니다. 때마다 더 싸게 파는 곳을 선택한다. 때문에 우리는 유저가 여행 동선에서 도움이 되는 앱을 만드는 거다. 한번 그렇게 도움이 되면 다음 여행에도 트리플을 쓸 거라 봤다. 근간엔 다른 곳엔 없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고객의 만족도와 직원의 보람을 동시에 높이는 진정한 플랫폼 될 것
손도 많이 가고 자본도 많이 드는 일이다. 스타트업이 하기에 힘든 영역인데.
맞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쌓는 건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렇기에 대부분 여행 스타트업이 커머스를 선호한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하기 힘든 분야다. 역설적으로 ‘니치’시장이 아닐까 싶다.
기업이 추구하는 바는.
하나로 충분한 여행 플랫폼이 되는 거다. 카카오, 네이버, 쿠팡 등 플랫폼 경험자가 모여 있는 곳인 만큼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동시에 IPO하는 게 꿈이다.
어떻게 수익을 내고 있나.
수익모델을 넓혀가는 중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여행자의 동선마다 필요한 상품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사실 여행은 그 자체로 소비다. 여행을 하기 위해선 상품을 사야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점을 주목했다. 여행자가 일정을 등록하면 떠나기 7일 전에 와이파이 라우터 구매 알림 및 여행자 보험 가입 여부를 묻는다. 놀이동산에 가는 사람에겐 티켓을 보여준다. 이러한 액티비티 상품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과 제휴해 아웃링크를 걸어 고객이 구매토록 한다.
호텔 예약도 가능하다. 지난해 12월에 오픈한 이 기능은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종류의 방을 보여준다. 동시에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한 게 우리의 장점이다. 아이들과 묵기 좋은 호텔, 역 혹은 리무진버스를 타기 가까운 호텔 등 조건 검색도 가능하다. 아울러 예약한 호텔의 조식시간과 체크인/아웃 시간도 보여준다. 배낭여행객의 경우 호텔보단 다른 형태의 숙소를 원하는 비율이 높아 ‘에어비앤비’와의 제휴도 고려 중이다. 항공예약 또한 올해 말부터 가능해지도록 준비 중이다.
우린 여행자 동선에 맞춘 상품을 선보이며 여행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수익도 그러한 연장선에서 창출할 계획이다.
트리플의 완성도는 현재 어느 정도라고 보나.
20%정도다. 자유여행을 원하는 이들의 니즈를 어느정도 소화하고 있지만 모든 이들의 희망사항을 완벽히 대응하고 있진 못 하고 있다. 고객 의견을 들으며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키려 한다.
내부에서 예상하는 장애물엔 무엇이 있나.
글로벌 숙박예약 서비스에 국내 기업이 많은 고객을 빼앗긴 상황이다. 이들 업체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것에 걱정이 있다. 하지만 해봐야 알지 않겠나. 결국 서비스는 고객이 결정하는 거다. 제대로 만들어 판도를 바꿔보고 싶다.
설립 3년차 기업가인 동시에 아이 둘의 엄마다.
배우자, 며느리, 엄마로 산다는 건 기획자가 되기에 주요한 소양이라고 봤다. 실제로 다양한 위치와 상황을 경험하는 동안 안목이 넓어졌다. 동시에 일은 끝이 있고, 양육은 그렇지 않으니 할 만 했다.
창업은 아이를 키우는 것 만큼 힘들다. 어렵지만 보람도 크다. 전직원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달리는 느낌이 좋다. 모든 직원의 커리어에 ‘트리플’이 자랑스러운 포트폴리오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더욱 노력할 거다.
[Startup’s Story #407] 꼭 있어야 하지만, 쓸 일이 없어야 더 좋은 서비스
미투(#metoo) 운동이 확산되면서 피해자들의 상담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8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성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인 ‘해바라기센터’와 ‘여성긴급전화1366’의 이용 건수가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3개월간 해바라기센터 이용자는 4,429명, 여성긴급전화1366 이용자는 6,963명으로 총 11,392명이 피해 상담을 받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난 수치다.
미투운동으로 성폭력의 인식전환이 폭넓게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해부터 성폭력 피해자를 돕기 위한 서비스를 개발해온 스타트업이 있다.
리슨투미는 성폭력 대응 가이드이자 피해 기록을 동시에 기록할 수 있도록 한 앱서비스이다. 모바일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기록 단계에서 이용자 신원 정보를 묻지 않아 신원 노출을 꺼리는 피해자들을 배려했다. 여기에 PKI 응용 암복호화, 데이터 위변조 방지, 변경이력 관리 등 보안 기술을 적용해 본인 이외엔 정보를 알 수 없도록 했다.
서비스를 만든 기업은 1금융권 서비스에 하드웨어 방식 보안 모듈을 도입시킨 ‘커넥트엑스’. 커넥트엑스는 기술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로 변모한 뒤 리슨투미를 론칭했다.
국내를 넘어 전세계 성폭력 사각지대를 없애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는 커넥트엑스팀을 만났다.
김근묵 대표(사진 아래 오른쪽)를 비롯한 커넥트엑스팀/사진=커넥트엑스
핀테크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소셜벤처’로 방향을 전환한 계기는.
우리 구성원은 삼성전자, SK, 안랩 및 컨설팅 기업 출신이다. 핀테크 분야에서 ‘보안’에 특화한 모듈을 개발했고 신한카드에 우리 기술이 탑재될 정도로 기술력도 인정받았었다. 다만 기술을 뺏겨 불가피하게 사업을 중단했다.
업을 접을 순 없었기에 금융계 종사자들을 만나며 의견을 구했다. 그러다 한 사람으로부터 20년 전 성폭행 경험을 듣게 됐다. 그는 여전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고 하더라. 문제를 제대로 인식한 계기였고 우리 사업의 동기가 됐다.
곧장 국내에서 관련 데이터를 찾아봤고 미국 및 전세계 데이터도 분석했는데 대부분 결과가 비슷했다. 아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약 80%에 달하며 그 중 87%의 피해자는 침묵하고 있었다. 밝혀지면 2차 피해의 위험을 당할까 걱정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짧게는 넉 달, 길게는 1년 동안 신고가 지연된다. 피해자는 신원이 밝혀지는 것을 꺼렸고, 사람들을 믿지 못 하는 경향이 있었다.
성폭력은 사건 발생에 비해 신고율이 극히 적다. 약 2.2%만이 신고를 하고, 1366과 성폭력상담소 신고 비율을 더해도 2.4%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 수록 진술의 신빙성은 부족해져 가해자 처벌도 어려워진다. 게다가 성폭력은 재범 비율도 높다. 악순환이 된다는 증거다. 피해자 중심의 신고 시스템을 만들어 이 부분을 바꿔보자고 다짐했다.
작년 10월 알파 버전을 모 대학 강연 때 선보였다. 학생 200명 중 92%가 서비스 필요성에 공감해 줬다.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돌입한 게 작년 9월이다.
성폭행 신고 절차에 근본적인 문제는 뭐라고 보나.
공공기관이나 기업, 대학 등 신고기관 홈페이지에 성폭행 접수처가 있지만, 이를 찾기가 꽤 복잡하다. 검색 포털에 ‘성폭행 신고’라고 적어도 내용을 접수하는 페이지가 바로 뜨지 않는다. 여정도 복잡하지만 작성 첫 칸부터 심리적으로 무너진다. 피해자에게 누구냐고 묻는 것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닉네임으로 작성할 순 있다. 그럼에도 신변 노출을 극도로 꺼리기에 신고를 마음 먹은 이들 중 절반이 여기서 신고를 포기한다. 또 대부분 웹 기반이기에 PC에서만 적어야 한다. 타인이 없는 장소에서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단계를 거쳐 힘들게 적은 내용은 제출하고 나면 수정, 삭제가 불가능하다. 현 시스템은 피해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리슨투미는 일이 발생한 직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솔루션이다.
국내 상황을 두고 ‘성폭력 사각지대’라는 말을 한다. 맞는 말이다. 사전 예방적 측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려면 수십 년 걸릴 거다. 처벌을 강화해야 하는 것도 맞다. 다만 처벌 절차가 미비한 상황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문제 해결 지점은 ‘발생 직후’라고 봤다.
우리 서비스는 100% 앱으로 이뤄져 접근성을 높였다. 피해자가 어떻게 신고를 해야 하는지 가이드를 제공하고, 공동신고가 가능하도록 해 진술 신뢰성도 높였다. 보통 피해자는 혼자 신고했을 때 신뢰성을 의심받는다. 리슨투미는 내용을 기록하면 누군가가 같은 사람을 지목 했다고 알람이 뜬다. 복수의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신고한 본인들이 알 수 있는거다. 이 때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 과정의 모든 게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내용은 몇 번이고 수정할 수 있다. 보안도 철저하다. 해킹도 할 수 없고 본인이 아니면 누가 썼는지 모른다. 앱 내 질문은 성폭력협의회 등 단체의 자문을 구해 만들었다.
대학 내 성폭력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국내 385개 대학 중 성폭력 사건에 대한 예산이 있는 곳은 120군데 정도다. 그중 연 예산 1천만원이 안 되는 곳이 열에 여섯이다. 사건이 일어나면 학생과 상담사 모두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 것도 문제다. 피해자의 학번, 주민번호, 소속을 녹음하는 것이 상담의 시작이다. 작은 사회에서 신분이 노출되는 건 꺼릴 수 밖에 없다. 피해자는 ‘누가 날 얼마나 진실되게 도와줄까’하는 의구심을 하고, 상담사 입장에선 정해진 프로세스대로 해야하기에 감정노동이 심하다. 피해자를 돕기 위해 프로세스에서 벗어난 행동을 했다간 계약 연장이 어려워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상담 중에 유사강간의 정의 등 구체적인 단어 및 상황 언급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도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그래서 리슨투미는 비대면을 통해 신속, 안전하게 사건에 대응할 수 있게 했다. 각 집단의 고통을 분담하는 데 효율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가 얻게 될 긍정적인 요소는 어떤 것이라고 보나.
공동증거는 혼자 말한 것보다 더욱 힘이 있다. 게다가 가이드에 따라 이성적 판단으로 최대한 작성하기 때문에 객관성 확보에도 용이하다. 아울러 피해자의 자존감 회복이 가능해질 거다. 나 이외에 다른 피해자가 있음을 알면 용기가 날 거다. 의견이 모이면 연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잠재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사회에 파장을 불러오는 건 블라인드와 같은 익명 서비스에 폭로되는 글이다. 거론된 기업의 명성은 바닥으로 추락하는 동시에 매출도 급락한다. 지난해 4분기, 550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가구 제조 기업이 실례다. 성폭행 사건이 매스컴에 알려진 뒤 이 기업은 전년동기 매출보다 12%나 줄었다.
리슨투미의 디자인은 화려하지 않다.
디자인을 따지기 전에 서비스를 대하는 피해자의 심경을 헤아리고 싶었다. 굳이 ‘여성성’을 강조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봤다. 성폭력엔 성 구분을 따로 두지 않아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처음 기획 컨셉은 핑크색상이었다. 이를 청록색으로 바꾼 것도 같은 이유다. 청록색은 회생, 재기를 뜻한다.
피해자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건 보안일 거다.
리슨투미에선 최대한 개인 정보가 보호된다. 기록한 정보는 폰에만 저장되며 서버엔 사건을 구분하는 코드만 올라간다. 상습범을 신고했을 경우 소속만 확인한다. 신고 전까지는 휴대폰 잠금 장치만 잘 관리하면 정보 유출은 없다.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PKI 응용 암복호화, 데이터 위변조 방지, 변경이력 관리 등 보안 관련 기술을 완벽히 적용했다.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AI로 작성 진위 여부와 적확도, 바이오매트릭스를 활용해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방식도 고려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생각인가.
분산기술을 이용해보고자 한다. 데이터를 암호화 해서 퍼뜨리는 거다. 서버에서 지울 순 있지만 바꿀 수는 없다. 우릴 포함해 누구라도 데이터에 접근해 조회하거나 수정이 불가능하다. 이마저 지울 수 있다해도 데이터는 사용자 폰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B2B 모델로 시작했지만 대중에게 솔루션을 공개했다.
처음 목표는 공동체 내부의 문제 해결이었다. 성폭력은 지인 사이에 많이 발생한다. 지인은 기업, 학교, 공공기관 등에 있기에 기관에서 우리 솔루션을 도입해 내부에서 해결하길 바랐다. 사실 ‘미투’는 피해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불행한 방법이다. 얼굴과 이름을 내걸고 불필요한 소문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지는 걸 감안하고 나서는 거다. 피해자가 미투로 용기를 내기 전 내부 조직에서 해결돼야 문제가 잡힐 거라고 봤다.
하지만 미투운동을 보며 취약한 신고시스템에 전전긍긍하는 이들이 있을 거라 여겼다. 유명인 미투만 화제가 되고 일반인 미투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나. 빠르고 안전하게 기록이 가능한 것, 공동 신고가 가능해지는 것만으로도 상습범의 범죄 비율을 낮출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 소비자용 솔루션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겠다.
올해 1월 아시아 여성인권 세미나가 열렸다. 행사에 참가해 리슨투미를 발표하며 참석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자신의 국가에 빨리 도입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며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봤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인정 받으면 각국 전문가 조언을 받아 UI를 바꿔 진출하고 싶다.
미투운동에 편승해 등장했다는 오해를 걱정한다고.
우린 전세계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기 전부터 개발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미투가 진행될 땐 괜찮았는데, 국내에서 공론화된 뒤 진의를 의심받진 않을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성숙한 의식 조성과 함께 서비스의 동반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역설적이게도 미투가 터진 뒤 영리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 사용하기로 한 일부 기업과 대학이 보류하기도 했다. 다들 우리 서비스를 좋게 평가했다. 보안이 완벽해 선순환이 일어날 거라는 것에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다만 솔루션을 도입한 곳에서 신고 건수 긍증 우려가 제기됐다. 사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문제가 불거지는 것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대학은 외부에 의무적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기에 다른 학교와 비교를 걱정하기도 했다. 청와대에서도 연락이 왔지만, 특정 기업을 돕는 것이기에 난색을 표했다. 현재로선 우리가 독점으로 관련 서비스를 만들기 때문이다.
좋은 서비스인건 맞지만 영리적 이익을 취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는거다. 대안이 있다면.
우리는 성폭력을 넘어 갑질 문화, 비리를 신고하는 솔루션도 생각중이다. 비리와 갑질, 성폭력은 모두 같은 카테고리에 속한다. 은밀하고 끊임 없는 게 공통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하고자 한다. 우리는 리슨투미를 ‘꼭 있어야 하지만 쓸 일이 없어야 좋은 앱’이라고 정의한다. 소화기처럼 말이다.
김 대표는 일반 기업이라면 은퇴할 나이에 창업에 재도전했다. 그것도 소셜벤처 사업가로 말이다.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창업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두 딸을 위해 한다는 마음도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젠더평등을 이끄는 데 힘이 되고 싶다.
[Startup’s Story #408] 기술 스타트업 대표가 말하는 ‘개발자 능률 120% 끌어 올리는 법’
뤼이드의 장영준 대표는 UC버클리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금융투자회사인 메릴린치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그 이후 실리콘밸리에서는 글로벌웹툰 플랫폼인 타파스미디어(Tapas Media)를 김창원 대표와 함께 공동 창업했다.
그런 그가 2014년 인공지능 교육 기업 뤼이드(Riiid)를 창업한다. 20시간을 학습하면, 평균 점수를 107.6점 올려준다는 토익 교육앱 ‘산타토익(SANTA TOEIC)’이 대표 서비스다. 무엇이 그를 인공지능 기술 그리고 교육계로 이끌어 온 것일까? 장영준 대표를 만나 직접 물었다.

뤼이드 장영준 대표
■ 우리는 토익 회사가 아니다
대표 서비스가 토익 교육앱인 ‘산타토익’인데, 토익 회사가 아니라니?
‘뤼이드는 객관식 시험 영역에 특화된 머신러닝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기업이다. 그 첫 프로젝트로 ‘산타토익’이라고 하는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회사 내부에 토익 교육만을 전문으로 한 팀원은 없다. 기술 자체가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그 적용 사례를 늘려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첫 시도로 토익 분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엔 인공지능 튜터(AI Tutor)가 기존 시장에서의 강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튜터는 사교육 시장에서 매우 생소한 개념이다. 교육 시장 자체가 다소 보수적이기 때문에, 기존 학습 방식에 대한 관성이 크다.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설득해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객관식 시험 시장 전체를 바라보고 사업을 하고 있는데, 현시점에서 빈틈을 찾아낼 수 있는 곳이 토익 분야였다. 토익 시장은 구매 결정권자와 실제 사용자가 일치한다. 돈내는 사람과 공부하는 사람이 같다는 의미다. 수능 시장의 경우 교육비를 학부모가 지불한다. 학부모는 보수적인 고객군이다. 또 공무원 시험의 경우, 자신의 인생을 걸고 공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토익은 최대한 빠르게 점수를 내고 싶어 하는 과목이고, 학생들이 곧 구매 결정권자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우리가 진입할 수 있는 구석이 많았다.
산타토익에는 뤼이드의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어 있나.
먼저 사용자가 30개의 문제를 풀면 인공지능이 사용자가 어떤 문제를 틀릴지, 어떤 오답을 고를지까지 90% 이상의 적중률로 예측을 해낸다. 그 이후에는 어떤 문제를 먼저 풀어야 사용자에게 가장 학습 효율이 높을 지를 계산해 각 개인에게 적합한 문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라는 문제를 이해하면 향후 3개의 문제를 더 맞힐 수 있다. 그런데 B라는 문제를 이해하고 나면 향후 30개의 문제를 더 맞힐 수가 있게 된다. 이 경우 B 문제를 학습자에게 먼저 풀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각 개인의 최단 학습 동선을 꾸려주는 것이다.
실제 학생들의 학습 효과 결과는 어떠한가.
20시간을 산타토익을 가지고 공부한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107.6점이 상승한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앱스토어, 구글스토어에서는 교육분야 매출 2위를 기록했고, 현재까지 25만 건의 다운로드가 이루어졌다. 풀이 데이터는 3천만 건가량이다.
카이스트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관련 학회에 논문을 등재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이 사업을 하며 논문 활동까지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학문적 행보를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는 기술 기반 회사이기 때문에, 실제 기술 자체를 연구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지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되고 싶었다. 그래야 글로벌 단위에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기술 회사라고 하면서 실제 기술 연구를 하지 않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가.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Deepmind)의 경우 논문 활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인공지능 기술 커뮤니티 발전에 수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우리도 그러한 인공지능 기술 기업으로 자리 잡고 싶었다.
■ 고객이 말하지 않은 욕구(Unspoken Needs)를 찾아낸다는 것
기술 기업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소비자의 수요로부터 동떨어진 고차원 기술 개발에 몰두하게 된다는 점이다. 기술 개발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에게 적정한 기술 수준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는 않나.
기술 기반 회사이기 때문에 연구’만’ 해야 한다는 것은 지금의 융합 시대에는 맞지 않는 생각이다. 대표로서 우리 기술이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소비자와 투자자를 설득하고 물건을 파는 것이 대표인 나의 역할이다.
기술 기업이 B2C 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내가 가장 무용하다고 생각하는 프레임이 대표를 ‘문과생’, ‘이과생’으로 나누고 그들의 특성과 능력치를 한정 짓는 것이다. 경영 전공을 했다고 비즈니스를 잘하는 게 아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어도 코딩 못 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결국 자신이 풀고 싶은 문제에 집중하고, 이를 위한 전략을 종합적인 사고로 세울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어떤 과감한 선택이 필요한지 알아채는 게 중요하다.
과감한 선택이라면?
내가 처음 뤼이드를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 중 하나가 기술 스타트업은 B2C 사업 못 한다는 거였다. 특히 교육 시장의 경우 학교나 이미 헤게모니를 가진 전통 교육 업체를 대상으로 B2B 사업을 해야 그나마 수익이 나온다고 수많은 사람이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안 믿었다. 그때까지 모든 교육 스타트업이 만들어냈던 것은 기존 교육 서비스의 보완재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그걸로 수익은 낼 수 있어도, 큰 사업을 만들 순 없다. 나는 기존 교육 시장의 패러다임을 A부터 Z까지 대체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2년 이상의 연구, 개발 기간을 버텼다.
2년간 수익 없이 버티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주변에서 그렇게 기초 연구나 기술 개발에 집중하지 말고, 일단 소비자가 원하는 게 뭔지를 듣고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절대 안 믿었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건 비즈니스 세계에서 정설과 다름없지 않나.
고객이 말하지 않은 욕구(Unspoken Needs)가 뭔지를 알아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대부분 이미 예상 가능하고 지금의 기술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해결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떨 때 감탄하는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무언가를 경험하거나 보게 됐을 때다. 소비자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했던,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던 수요를 읽고, 이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말 그대로 ‘말이 안 되는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객의 욕구를 어떻게 읽어낼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어렵다. 나 역시 이 숨겨진 욕구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에 대해 방법론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이 혁신적인 기업의 리더가 갖추고 있어야 하는 기본 자질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를 고민해 나온 결과가 지금의 산타토익이다.
■ 기술 기업 대표가 개발자들의 능률을 120% 끌어올리는 방법
현재 팀 내 개발자 비율이 60% 정도라고 들었다. 문과, 이과로 사람을 구별하는 게 싫다고 했지만, 개발자 위주의 집단은 분명히 특정한 성격을 띠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을 고양하고, 동기 부여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취하고 있나.
대표로서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첫째로는 개발자들이 다른 걱정 없이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돈 문제다. 돈 걱정 안 시키는 게 대표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본다.
두 번째로는 대표는 우리 기술에 대한 비전을 개발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기술이 향후 어떤 산업적인 파급력을 가지고 올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해주는 것이다. 개발자나 연구자들이 그 용처에 상관없이 기술 연구에만 몰두한다는 것은 큰 오해다. 좋은 개발자일수록 자신이 만든 기술이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를 인정하고 알아주는 게 중요하다.
세 번째로 개발자들의 사적이고 구체적인 욕구들을 포착해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에는 유명한 개발 커뮤니티의 운영자가 있다. 해당 커뮤니티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하면, 뤼이드 이름으로 꼭 지원한다. 이 분의 영향력이 커뮤니티 내에서 커지면 이를 통해 좋은 개발자가 우리 팀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커진다.
마지막으로 기술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시도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우리는 이를 무조건 지원한다. ‘이 회사 들어오면 재밌는 장난감을 얼마든지 만질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다. 코틀린(Kotlin)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가 있다. 지금은 대세 언어가 됐지만 3, 4년 전까지만 해도 그 불안정성 때문에 기업에서 이를 가지고 개발을 시도하는 사례는 없었다. 뤼이드는 사내에서 개발자들이 이 언어를 습득하고 연구하는 것을 지원했고, 결국 코틀린을 서비스에 100% 적용시킨 대한민국 1호 기업이 됐다.
모든 객관식 시험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공략할 분야는 어디인가.
중국의 CET 등 언어 시험 영역은 물론이고, 영어 교육열이 높은 베트남 시장도 바라보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가계 지출 비용 중 40% 이상을 교육에 투자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토익 서비스의 경우 해석 자료의 언어만 바꾸면 큰 공수 안들이고 베트남을 비롯한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MBTI와 같은 정신분석검사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여력이 안 되어 추가 연구를 못 하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1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유치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2년간 세 가지에 집중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튜터를 보다 더 넓은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신뢰시킬 수 있을 만한 하나의 거점이 필요하다. 그 그점이 바로 산타토익이다. 이를 위한 공격적 마케팅에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두 번째로는 이를 동력 삼아 보다 더 다양한 B2C, B2B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기술 연구, 개발에 더 투자하여 다른 기업이 넘볼 수 없는 확실한 진입장벽을 만들고 싶다.
기존 어학원 기업들은 경쟁사인가, 협업의 대상인가.
인공지능 튜터라는 이름을 내걸고 나온 기업은 우리가 처음이다. 따라서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없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처음 나왔을 때, 그들은 기존의 문자 서비스를 창조적으로 파괴해야 했다. 우리가 파괴하고 대체해야 할 상대는 인터넷 강의와 어학원, 사교육 시장의 선생님들이다.
결국 인간을 대체하겠다는 말인가.
학교와 같이 선생님과 학생의 인간적인 상호작용이 중요한 부문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인간을 대체한다는 발상이 위험하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은 원가 거품과 왜곡이 많은 곳이다. 스타급 강사를 무당처럼 모시는 사교육 기업들은 그 마케팅 비용을 상쇄시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더 비싸게 서비스를 판다. 인공지능 튜터가 이러한 사교육 기업과 인터넷 강사들을 대체한다면 피해를 보는 쪽도 분명히 생기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사회를 더 낫게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뤼이드의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단기 목표는 우리 기술의 적용 사례를 최대한 빨리 늘려나가는 것이다. ‘인공지능 튜터 = 뤼이드’ 라는 인식을 선점하고 싶다. 향후에는 기존 교육 시장의 패러다임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것을 넘어, 그 대안을 제시하는 기술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고 싶다.
[허스토리 #16] 엄마들이 설립한 부모교육 전문기업
부모 교육 전문 기업 ‘그로잉맘’의 팀구성과 문화는 자못 독특합니다. 이다랑 대표를 포함한 다섯 명의 팀원은 일주일에 몇번만 모여 근무합니다. 출근해도 4시가 되면 누가 묻지 않아도 퇴근하죠. 출근해 있는 시간은 적지만 협업툴 등으로 밤낮없이 일을 하기에 업무량이 적은 건 아닙니다. 탄력적으로 업무를 하는 건 구성원 모두 육아를 위해 스스로 경력단절을 택한 엄마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한정된 시간 속에서 소비자와 소통을 적극 추구합니다. 많게는 주간 300여 명의 고객을 만나며 유아동 심리 상담 시장의 문턱을 낮추고자 노력 중입니다.
콘텐츠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묵묵히 달린 결과 이들은 별다른 영업 없이도 국내 유수 대기업과 협업 중입니다. 동시에 수만 명의 부모 고객을 팬으로 보유하고 있죠.
“스타트업을 정의하는 표본에선 벗어나 있지만, 우리 같은 기업이 살아 남으면 유의미한 사례가 될 것”이라 말하는 이다랑, 이혜린 공동창업자를 만나봤습니다.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 이혜린 그로잉맘 부대표/사진=플래텀 DB
팀원의 공통점이 ‘엄마’라고요.
이다랑 대표(이하 ‘다랑’): 네, 모두 아이를 키워요. 처음엔 제가 콘텐츠를 어느정도 알고 있으니 그 외 영역 전문가를 영입하면 된다고 생각 했어요. 이 대표는 아동심리 전문가다. 그런데 우리 같은 사업은 고객, 즉 부모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피드백을 서비스에 반영하는 것이 빠르다는 것을 알았어요. 부모가 아닌 사람에겐 이 부분이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형태로 팀빌딩을 했어요. 엄마들이 일을 하다보니 효율성과 고객 이해도가 높아요.
유연하게 근무 중이라고요.
이혜린 부대표(이하 ‘혜린’): 저를 포함한 팀원 다섯 명 모두가 육아 중이에요. 그래서 일주일에 두 세번 모여 10시부터 4시 까지 일을 해요. 나머지 시간엔 협업툴로 대화하며 업무를 진행합니다. 저희로썬 최적의 업무 방식이에요.
팀원 중 최대 8년 동안 경력이 단절되었던 사람도 있어요.
혜린: 자발적 경력단절은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엄마의 의지라고 봐요. 학업과 일보다 가정의 소중함이 더 크다는 거죠. 다시 일선 현장에 나갈 마음을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어요. 그런 분들이 저희 조직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고요.
팀원이 합류하면 구글 서비스와 협업 툴을 쓰는 것부터 교육했어요. 일을 잘 하기 위해 쓰는 것들이죠. 다행스러운 건 저희 팀원들은 빨리 적응했어요. 효율성도 좋고요. 일을 다시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높아요. 저희의 원칙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낍니다.
그로잉맘은 콘텐츠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콘텐츠 제작원칙이 있다면요.
혜린: 꾸준히 비슷한 톤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요. 화제성을 위한 자극적인 요소는 없습니다. 대신 한 번 본 사람들은 팬이 되게끔 노력해요. 그로잉맘은 한 번의 콘텐츠로 10만명이 보고 1만명이 남는 게 아닌 꾸준히 5만명이 보는 걸 지향해요. 기존의 콘텐츠 마케팅 방향과는 다르게 움직이지만 저희 고객에겐 이 방법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기에 기조를 유지하는 중이에요. 콘텐츠의 결도 육아와 비슷하게 하려고요. 끝이 없지만 잔잔한 레이스를 유지하는 거죠.
다랑: 저흰 아직까지 영업을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모두 기업 측에서 연락이 와서 진행한 거예요. 대부분 같은 톤을 유지하는 저희 콘텐츠를 오래 지켜본 뒤 제안을 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기업의 본질을 지키고 있어서 오는 기회가 아닐까 해요.
여타 기업이 그로잉맘이랑 협업하며 얻는 메리트는 뭔가요.
다랑: 고객이 저희에게 갖는 신뢰감을 공유하는 거죠. 다만 광고 콘텐츠는 고객과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 말라’는 게 특징이라고요.
혜린: 그로잉맘에선 ‘목소리를 키우지 말라’거나 ‘말을 아끼라’는 등 줄이는 코칭이 대부분이에요. 저희는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재료를 제공하고, 부모는 그걸 보며 아이를 파악하고 하지 말아야 할 걸 생각하게 하는거죠. ‘과유불급’은 아이를 키울 때도 해당 돼요. 너무 과해서 탈이 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훈육 방법이 아니라 세상에 나와 있는 훈육 방법을 구분하는 법을 알려드려요. 양육자의 피로도를 줄어드는 것부터 해야 좋은 육아가 시작된다는 게 저희 입장이에요.
그로잉맘을 두고 엄마의 역할만 강조한다는 의견도 있던데요.
다랑: 저흰 부모의 역할을 나누는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아요. 그로잉맘의 ‘맘’을 엄마로 아시던데, 마음의 ‘맘’이에요. 부모 역할은 같다고 보거든요. 다만 엄마와 아빠가 각각 육아를 대하는 마음은 다르다고 봐요. 같은 상황이라도 대처하는 온도차가 있어요.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다르고요.
특정 타깃을 가지고 운영하는 콘텐츠 기업인 만큼 마케팅 방향도 다를 것 같습니다.
다랑: 일반적인 마케팅과 크게 다르진 않아요. 엄마들이 자주 보는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저희 콘텐츠를 노출하고, 문화센터 강연, 루프탑 파티 등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자주 만나려고 해요.
다른 점이라면 콘텐츠에서 저희 운영 상황과 성장하는 모습을 모두 노출한다는 점이 되겠네요. 다 보여주는 게 스토리텔링이고, 마케팅이라고 정의하고도 있어요. 진심으로 다가가니 고객으로부터 응원도 많이 받아요.
혜린: 기본적으로 엄마 대상 마케팅은 불안감에서 시작돼요. ‘다른 집도 이거 사는데, 안 사면 안 돼’하는 식이죠. 저희 제품은 그런 불안감을 조장하며 팔아야 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마케팅은 기업이기 전에 고객인 저희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에요. 최대한 고객과 상생하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싶어요.
타깃 고객 특성상 사용자를 오프라인에서 많이 만나는 편입니다. 온라인 확장 계획도 있을텐데요.
다랑: 고객의 70%는 오프라인 강연에서 유입돼요. 다만 고객 확장을 하려면 온라인에서 해야 합니다. 온라인만이 해결하는 문제가 존재하거든요.
혜린: 부모 고객을 만나며 느낀 게 두 가지 있어요. 우선 육아 정보가 아닌 ‘내 아이’를 궁금해한다는 점이에요. 시장이 개인화 되는 것처럼 육아 시장도 마찬가지인거죠. 두 번째는 질문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어요. 지금도 글 하나에 수십 개 댓글이 달려요. 다만 저희가 명확한 답을 주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에요. 그래서 데이터에 근거해 각 고객이 질문하고 답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어요. 그게 가능해지면 소비자는 온라인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요. 영상을 보고 질문하고, 영상 분석 및 객관적으로 결과가 도출된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어요. 고객이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알맞은 답을 줄 수 있으니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거죠.
다랑: 이 서비스는 6월에 런칭 합니다. 상담센터를 가지 않아도 전문적인 분석을 받을 수 있게 되는거죠. 오프라인에서의 상담 비용은 많게는 70만원까지 들어요. 오프라인 상담소 대부분이 서울, 경기 일부 지역에만 몰려있고요. 우리 온라인 서비스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균일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취지에요. 이 서비스가 저희 계획대로 운영되면 누구보다 보호자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감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거라 봐요. 기존 업계와 부딪치지 않으면서 성장도 할거고요.
이러한 온라인 서비스는 언제부터 생각한 건가요.
혜린: 내부에 알고리즘이 생기면서부터요. 오프라인에서 이미 진행 했던 건데, 거기서 고객의 상호패턴 및 문제점, 고민유형이 쌓이더라고요. 1차적으로 그걸 모은 뒤 데이터가 맞는지 검증하기 위해 70명 정도를 다시 모아 테스트해봤어요.
다랑 : 온라인으로 심리상담을 하는 업체 대부분이 텍스트 기반으로 해요. 저희는 거기서 한계가 발생한다고 봤습니다. 상담 받는 사람의 데이터가 쌓여있지 않으니 신뢰 이슈가 생기거든요. 그로잉맘에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 조사를 실시해요. 정확한 상담을 위해 불편할 정도로 세세하게요. 내용은 고객과 저희 당사자만 볼 수 있도록 처리하고요.
혜린: 엄마가 되면 염치 없이 아무에게나 묻고 싶어져요. 신기한 일이죠. 그래서인지 저희 방식을 민망해하면서도 좋아하세요. 놀이 영상을 보내는 것도 아이의 발달을 위한 분석을 위해서니까요.
구글캠퍼스 서울의 ‘엄마를 위한 캠퍼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창업으로 이어졌어요.
다랑: 원래 직업은 상담사였는데요. 상담의 형태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이 컸어요. 여러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찾다가 스타트업을 알게 됐어요. 관련 책도 읽어 가며 혼자 시작했는데 막막하더라고요. 인큐베이팅이 필요했어요. 그러다 엄마를 위한 캠퍼스에 지원해 이것저것 배웠어요. 벌써 2년 전 봄이네요.
소셜네트워크 팔로워가 많으면 커머스 사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굳이 심리 상담 사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다랑: 저라고 그런 유혹이 왜 없었겠어요.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1순위가 아니었을 뿐이에요. 사회 문제를 해결하며 돈 버는 방법을 찾는 게 꿈이에요. 소셜벤처 형태죠. 제가 생각한 이상적인 사업모델이어서 낯설기는 했어도 뛰어든거죠.
사업을 운영하는 동안 가장 많이 신경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혜린: 가능성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시다시피 심리상담은 사업적으로 매혹적인 아이템은 아닙니다. 사업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부터 어렵죠. 그럼에도 사업을 시작한 건 누군가에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 악물고 버텼어요. 먼저 오프라인에서 검증을 시작했어요. 엄마들이 돈을 지불할 만한 콘텐츠라는 걸 입증하고 싶었죠.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면 매출의 절반은 온라인에서 낼 수 있도록 기획했고요. 현재 그 과정이 진행 중이에요.
그로잉맘이 잃지 않아야 할 원칙이 있다면요.
다랑: 엄마가 일 하기에 좋은 직장을 꾸준히 운영하자는 것입니다. 일반 창업가와 구분 짓고 싶진 않지만, 아이를 키우는 기혼 여성의 창업은 사회에서 부딪히는 게 많아요. 피하지 않고 정면대응하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돈에 휘둘리지 않는 조직을 만드는 것도 있어요. 자본과 신념이 충돌할 때 부모의 알 권리가 침해되는 비즈니스로 변질될 수 있거든요. 그 점을 늘 경계하고 있어요.
투자 유치는 고려하나요.
혜린: 투자를 받으면 좋죠. 다만 지금은 내부 힘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함을 증명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구입할 만한 제품을 만들고 검증된 뒤의 이야기라고 봐요.
현재 소셜벤처 형태인데요. 사회적기업으로 갈 계획인가요?
혜린: 앞으로도 소셜벤처일 거예요. 그로잉맘은 정부가 인증하는 사회적기업 기준에 맞지 않아요. 형식에 억지로 맞추다 보면 본질이 흔들릴 수 있어요. 다만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성장하고자 해요. 정부가 인정하지 않아도 우리의 미션만 수행하면 족해요.
이 분야에 동종업체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요.
다랑: 아직까지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대중이 많아요. 시장에 선택권이 다양해지는 건 중요해요. 고객이 필요하다는 흐름이 생기면 시장이 커질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사업 각오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다랑: 저희는 스타트업에서 정의하는 성장 표본과는 달라요. 세련되지 않고 빠르지도 않은 편이죠. 하지만 저희가 살아 남으면 또 다른 성장 유형 사례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사회에 울림이 되길 바랍니다.
[Startup’s Story #409] 마케터 두 명이서 100만 다운로드 이끈 비결
핀테크 기업 레이니스트가 운영하는 뱅크샐러드는 모바일 자산 관리계의 대표 서비스다. 지난 3월 말에는 출시 10개월 만에 앱 다운로드 100만을 돌파했고, 누적 관리 자산 금액도 10조 원을 넘겼다.
이러한 가파른 성장의 한 축을 도맡은 권수진 마케팅팀장은 2015년 말, SNS 마케터로 레이니스트에 입사했다. 이전에는 웹 퍼블리셔로 일했던 그는 뱅크샐러드를 위해 퍼포먼스 마케팅을 독학하며 서비스의 성장을 도왔다.
‘서비스와 마케터의 성장 그래프는 일치한다’고 믿는 권수진 마케팅 팀장에게서 스타트업 마케터의 효율적인 일하기 방식에 대해 들어봤다.

레이니스트 권수진 마케팅팀장
■ SNS 마케터에서 퍼포먼스 마케터로, 100만 다운로드의 비결
SNS 관리자로 입사해서, 2년 만에 마케팅팀장이 됐다고 들었다.
레이니스트 입사 전에 다양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해 본 경험이 있다. 그 경력으로 SNS 마케터로 채용이 돼서 ‘좋아요 수 늘리기’를 목표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표님이 ‘좋아요 수가 왜 필요해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결국 최종적인 목표는 뱅크샐러드의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것인데, 왜 굳이 퍼널 하나를 더 만들어 사람들을 다른 바구니에 담았다가 데리고 와야 하냐는 지적이었다.
지금까지도 많은 회사가 SNS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지 않나.
그렇다.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밟아야 할 당연한 수순으로 여겼는데, 생각해보니까 대표님 말이 맞더라. 그때부터 ‘좋아요 늘리기’가 아닌 ‘서비스 유입’을 목표로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목표를 바꾸고 나니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방법론이 눈에 보였다. 그로스 해킹, 퍼포먼스 마케팅과 같은 개념이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스타트업은 적은 인력과 자금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이를 위한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는 것을 이때 명확히 알게 됐다.
공부는 어떻게 했나.
나는 좋게 말하면 똑똑한 편이고, 나쁘게 말하면 좀 무식하다. 스스로 무식하고 똑똑하게 일한다고 말하곤 한다. 기본적으로 독학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누가 알려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답답하다. 예를 들어 포토샵을 책으로 배우면, 그 한 권을 공부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내 방법은 일단 포토샵을 켜서 모든 기능을 다 눌러보는 것이다.
일단 다양한 광고 매체에서 직접 광고를 집행하면서 각 매체가 제공하는 퍼포먼스 지표가 어디까지인지, 이걸 우리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광고 매체 관리자 보드를 들어가면 유입량까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보통이고, 더 나아가 전환 지표까지 제공해주는 곳도 있다. 지금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정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부딪히면서 공부해 나갔다.
이제 막 업무에 퍼포먼스 마케팅을 도입해보고자 하는 마케터도 있을 것이다. 첫 시도로 어떤 방법을 추천하나.
나는 항상 ‘광고를 직접 태워보라’고 조언한다. SNS 광고는 소액으로도 시도해볼 수 있다. 보통 SNS 마케터들은 아직까지 바이럴에 전력을 다한다. 그런데 이 경우 볼 수 있는 최종 지표가 참여 지표다. 공유 수 정도가 상대적으로 깊이 있는 지표다.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참여 지표는 성과를 북돋아 주는 요소일 뿐, 수익 전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 광고를 집행해보면 더 깊은 단계의 지표도 다 확인할 수 있다. 이 지표들을 자사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보면 감이 올 것이다. 페이스북 광고가 입문자에게 가장 좋다. 5천 원, 만 원부터 시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새 광고를 집행할 때 아직도 2만 원으로 테스트를 한다. 그것만 해도 충분한 모수를 확보할 수 있더라. 또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구글 광고 영역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분들도 계신다. 그것도 좋은 시도다.
마케팅 관점에서 뱅크샐러드가 도약했다고 생각했던 지점은 어디인가.
현재 마케팅팀원이 2명이 된 지 1년 정도 됐다. 그 안에 100만 다운로드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다. 물론 모든 팀원이 함께 이루어낸 결과다. 되돌아보면, 사용자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던 것이 유효했다. 서비스를 만들 때, 기존 가계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UX 팀에서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 때 발견한 사용자들의 페인포인트(Pain point)와 와우포인트를 서비스 기획뿐 아니라 마케팅에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가계부를 사용하고 있던 사람들이 느끼고 있던 불편함은 무엇이었나?
귀찮음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처음 한 번만 자신의 공인인증서를 연동하면, 지문 인증만으로 보유 자산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마케팅 단에서도 ‘가계부 쓰는 귀찮음을 한 번에 해결한 앱이 나왔다’는 메시지를 활용했다.
앱 출시 초반에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어떤 마케팅 적 노력을 했었나.
2016년은 동호회 성격의 페이스북 그룹이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를 활용했다. 당시 시범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얼리어답터 1천 명을 페이스북 그룹으로 모셨다. 그룹을 운영하며 피드백을 서비스에 즉각 반영하기도 하고, 이들을 집중 타겟팅하는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초기 10만 명의 사용자를 이런 방식으로 모았다. 결국 이 집단이 뱅크샐러드 초기의 다양한 비즈니스 지표를 견인해주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뱅크샐러드 서비스 발전에 다양한 이바지를 해주고 계시다.
■ 팀원 간 노하우를 공유하는 피어 튜터링(Peer Tutoring) 문화
이야기를 듣다 보니, 팀 간 협업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사내 문화 자체가 굉장히 합리적이다. 의사 결정 자체를 명확하게 하는 편이고, 일이 빠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팀 간 원활한 소통을 중요시한다. 과거에 대표님이 ‘만둣국 맛있게 끓이는 법’이라는 주제로 전략적인 사고에 대해 강의를 해주신 적이 있다. 그 강의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아서, 실무에 일일이 적용을 해봤더니 효과가 좋았다.
‘만둣국 맛있게 끓이는 법’이 뭔지 궁금하다.
전략적으로 일하는 법을 비유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좋은 강의긴 했지만, 실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팀원이 많았다. 마침, 내가 이 방법으로 맡은 프로젝트에서 좋은 성과를 내게 됐고, 나의 경험을 토대로 타 팀원들에게도 노하우를 공유했다.
사내에 팀원 간 교육 문화가 있나.
피어 렉쳐(Peer lecture)를 가끔 진행한다. 각 개인이 기술 혹은 노하우를 타 팀원에게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지난 4월에 달성한 100만 다운로드가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두고 마케팅팀에서 강의를 했다. 관련 자료도 만들어 웹에 배포했다.
보통 타 부서에서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거나, 너무 뛰어난 직원을 시샘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상적인 조직이다.
다 같이 잘하자는 게 우리 목표다. 예를 들어 마케터가 사용하는 구글 애널리틱스를 UX 디자이너가 조금이라도 볼 줄 알면 다양한 데이터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레이니스트에서는 모든 팀원이 자신의 질적, 양적 KPI(핵심성과지표)를 기록하고 있다. 기준은 직무마다 다르지만, 각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팀 간 협업이 필요하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협업한다는 뜻인가.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을 때 유입량이 2배 늘면 수익 전환율이 2배 느는 것이 평균적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A 매체에서는 유입량이 2배 늘어도 전환율이 1.5배밖에 늘지 않는다는 것을 마케팅팀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지했다. 이 경우 마케팅팀은 제품팀에 ‘A 매체에서 광고를 진행할 건데, 유입량 대비 전환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미리 알려준다. 그래야 제품팀이 나중에 ‘왜 지표가 떨어졌지? 우리가 일을 잘못했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지표가 떨어질 위험이 있으니, 이 부분을 보완하여 지표를 유지시켜보자’는 식의 의사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합리적인 조직 문화는 대표의 철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나.
당연히 대표의 영향이 크다. 우리 구성원들은 대표를 ‘태훈 님’이라고 부른다.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자율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문화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 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 종류의 자율이 주어지나.
마케팅팀의 경우 예산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팀원들이 예산을 스스로 정하고 그 책임 역시 스스로 진다. 이를 허투루 쓰지 않으리라는 것을 KPI 달성을 통해 증명해야만 한다. 달성을 못 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어떤 종류의 책임인가. 퇴사?
절대 아니다. 사후부검이라는 분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패를 들춰보고 뜯어봄으로써 우리가 왜 실패했는지 시간별로, 사건별로 파악해보는 것이다. 절대 특정 개인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조직 내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케이스를 명확히 분석한다.
■ 서비스와 마케터의 성장 그래프는 일치한다
자율과 책임은 출퇴근 시간에도 적용되는 개념인가.
그렇다. 개인적으로 나는 일을 많이 하는 편이고, 야근도 자주 한다. 밤에 집중력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타입이다. 레이니스트에서는 늦게 퇴근하면 늦게 출근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늦게 출근하겠다고 미리 알리기만 하면 된다.
야근을 하면서까지 열심히 일하는 개인적인 원동력은 무엇인가.
서비스의 성장 그래프와 마케팅팀의 성장 그래프가 일치되는 지점이 있다. 또 그 그래프와 나의 성장 그래프도 일치된다고 생각된다. 나는 주니어로 레이니스트에 입사했다. 그런데 지금 팀장을 맡고 있다. 이 빠른 성장에 대한 욕구가 일을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다. 생각해봐라. 주니어에게 어떻게 마케팅 예산 계획을 통째로 맡기겠나. 자율과 책임, 이 조직 문화가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일종의 경쟁사인 토스가 작년 말부터 자산 관리 분야로 발을 넓혔다. 마케터로서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아직 경쟁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바일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 시장 자체가 아직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 자산 관리는 고액 자산가만 받는 프리미엄 서비스라는 인식을 바꾸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토스는 우리와 함께 시장을 열어나가는 서비스다. 대표님끼리도 자주 만나신다. 핀테크 산업 협회 회장-부회장 관계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뿌리가 자산 관리 서비스이고, 토스는 송금 서비스로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대결 구도라기보다는 핀테크 산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터로서의 개인적 목표는 무엇인가.
레이니스트의 성장이다. 마케터들은 ‘서비스가 망하면 마케터가 마케팅 못 해서 망하는 거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뱅크샐러드의 성장이 멈추면, 마케터의 성장도 멈추는 것이다. 내 이력서에 마케팅 관련 경험은 ‘레이니스트 마케팅팀장’ 딱 한 줄이다. 이 한 줄만으로 빛나는 이력서를 만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뱅크샐러드의 단기, 중장기 목표에 대해 말씀해달라.
우리는 불가능한 목표를 정하기 좋아한다. 2년 내 1천만 다운로드가 목표다. 올해 안으로는 4~5백만 다운로드 달성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다운로드 지표를 늘리는 것보다는 실제적인 매출을 올리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최고의 자산 관리 서비스로 우뚝 서고 싶다. 그 다음은 그때 가서 고민하면 되지 않을까.
[Startup’s Story #410] 웹툰 플랫폼 한계, 블록체인으로 넘는다.
블록체인이 인공지능과 함께 미래 기술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특정 기관이나 중앙 서버 등에 저장하지 않고 네트워크 상에 분산 저장하여 참여자 모두가 공동으로 기록, 관리하는 것으로, 모든 거래 정보를 포함하는 거대한 분산 장부라고 할 수 있다.
얼마전까지 새로운 서비스와 기업이 모바일 앱 형태로 등장했다면, 최근에는 블록체인이 직-간접적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따라 ‘탈중앙화’에 방점을 둔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추세다. 아울러 ICO(암호화폐공개)가 기업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라 평가되고 있다.
최근 웹툰 플랫폼의 한계를 블록체인으로 극복하겠다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이채로운 부분은 이 기업이 메이저급 플랫폼을 운영중인 회사라는 것이다. 웹툰 플랫폼 ‘ 배틀코믹스’ 운영사이자 한국과 중국에서 웹툰기반 IP비즈니스를 진행 중인 배틀엔터테인먼트 이야기다. 배틀엔터테인먼트는 1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이다.
현재 배틀엔터테인먼트는 플랫폼을 배제하고 창작자-소비자를 바로 연결 시키는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 프로젝트 ‘픽션(PICTION)’ 론칭을 앞두고 있다.
배승익 대표는 “그간 중앙화된 웹툰, 웹소설 플랫폼에서 작품은 작가가 만들지만 작품 연재 방식 및 원고료, 판매 방식, 프로모션 등은 모두 플랫폼에서 결정하고 관리해 왔다. 우리는 작품의 가치는 플랫폼이 재단할 수 없고, 작품의 창작자가 모든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 조성을 결정했다”며, “작품의 소재, 장르, 연재방식, 프로모션 등 작품과 관련된 모든 권리를 작가에게 부여한다. 아울러 독자의 평가를 통해 선택된 작품만 정식 연재 작품으로 선정되어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독자는 단순히 작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는 작품을 발굴하는 역할도 한다. 작품 발굴에 참여한 모든 독자에게 암호화폐로 보상이 제공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투명한 콘텐츠 거래다.”라고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배승익 대표와 허지웅 이사에게 ‘픽션’ 프로젝트와 웹툰 생태계 현황을 들었다.

배승익 대표(CEO), 허지웅 이사(CTO) / 배틀엔터테인먼트 / 두 사람은 사업 파트너이자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전 교육과정을 함께했다.
3년 전 인터뷰 이후 오랜만이다. 근황을 이야기해 준다면.
배승익 대표(이하 배): 작년 8월에 배틀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변경(이전 회사명 더웨일게임즈)하며 웹툰 콘텐츠 플랫폼 운영을 비롯해 웹툰 제작, 해외작품 유통 등 영역을 넓혀왔다.
중국에서는 IP비즈니스를 진행했다. 중국법인을 통해 콘텐츠 로컬화를 진행했고, 현지 플랫폼과 계약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해 좋은 성과를 냈다. 중국에 운영조직이 있는 웹툰 플랫폼 운영사는 우리와 네이버 뿐이다.
웹툰산업 현황을 이야기해달라. 많은 웹툰 플랫폼이 등장하며 경쟁이 치열하다.
배 : 외형적으로 보면 잘 되고 있다. 시장규모도 커지고 있고 IP 가치와 권리도 강화되는 추세다. 해외에서 한국 기업의 성과가 숫자로 나오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위 몇개 서비스로 정리되는 중이다. 국내 콘텐츠 비즈니스는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이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대기업 플랫폼 외 나머지는 방향성 전환 고민을 하고 있다. 사실 이건 옳다 그르다의 사안은 아니다.
문제는 창작자의 입장에서 발생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보다는 유통사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잘 팔리는 작품 위주로 플랫폼이 가는 것도 문제다. 특정 장르, 유형에 집중되는 구조는 웹툰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콘텐츠가 다양하게 나오고, 플랫폼이 아닌 독자에게 콘텐츠가 평가 되어야만 건강한 생태계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최근 웹툰 플랫폼과 작가 간 이해충돌이 있었다. 공정성, 투명성 이슈라고 보는데.
허지웅 이사(이하 허) : 국내 웹툰 산업은 디지털 산업 속성과 출판만화 산업 속성이 혼재되어 있다. 작가 관점은 출판만화적 시점이 강하다. 반면에 플랫폼은 고료를 고정비용으로 인식하고 판매를 전제로 콘텐츠 제작을 한다고 본다. 팔리지 않으면 비용을 낮게 책정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차이에서 갈등이나 마찰이 있다. 비용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배 : 잘못된 결혼처럼 플랫폼도 어렵고 작가도 힘든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이 커진데 기여한 부분이 있지만, 웹툰의 시작이 무료였다는 점이 크다. 상당수 플랫폼이 고료보다 콘텐츠 판매 금액이 낮다. 중형 플랫폼의 경우 90~95% 콘텐츠가 그런 양상이다. 플랫폼은 낮은 수익성을 해결하기 위해 잘 팔리는 작품을 잘 보이는 데 노출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작가가 봤을 때 자신의 작품이 소외되는 것이고, 밤낮없이 일을 한 것에 비해 낮은 비용을 받는다 느끼기에 불합리하다 말한다. 대안으로 해외 작품을 수입하는 수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활성화되면 한국 작가가 설곳이 좁아진다.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 조성을 준비 중이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건가.
배 : 대기업 플랫폼 운영 방식을 깰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왔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블록체인의 웹툰 산업 적용을 검토했다.
왜 블록체인인가.
배 : 웹툰 산업의 문제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신뢰의 부재’다. 플랫폼이 작가를 못 믿고, 작가가 플랫폼을 못 믿는다. 블록체인은 누구도 데이터를 건드릴 수 없고 중간 유통과정을 없애주는 구조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독자는 저렴하게 보고, 작가는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허 : 우리가 블록체인을 검토할 때 핵심이라 생각한건 창작자와 소비자 간 직접 거래다. 은행권이 아닌 이상 일대일로 장애없이 이런 구조가 가능한 매개체는 블록체인밖에 없다고 봤다.
웹툰 제작과정, 펀딩과정 참여자는 투자 비율에 맞게 수익도 가져가야 한다. 예를들어 누군가 작품펀딩에 참여해 30%지분을 얻었다면, 그 작품이 판매되어 수익이 들어올 때 정확하게 30% 수령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것은 블록체인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금융 거래, 부동산 계약, 공증 등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는 것)이 아니면 사실상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배 : 그렇게 해서 등장하는 것이 블록체인 기반 웹툰, 웹소설 생태계 프로젝트 ‘픽션(PICTION / picture와 fiction의 합성어)’이다.
픽션 프로젝트를 소개해달라. 창작자를 위한 자유로운 환경, 작품의 공정한 평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투명한 콘텐츠거래를 표방한다.
배 : 창작자와 독자 중심의 신뢰할 수 있는 웹툰, 웹소설 생태계 프로젝트다. 우선 창작자를 위한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한다. 그간 중앙화된 웹툰, 웹소설 플랫폼에서 작품은 작가가 만들지만 작품 연재 방식 및 원고료, 판매 방식, 프로모션 등은 모두 플랫폼에서 결정하고 관리해 왔다. 우리는 작품의 가치는 플랫폼이 재단할 수 없고, 작품의 창작자가 모든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 조성을 결정했다. 작품의 소재, 장르, 연재방식, 프로모션 등 작품과 관련된 모든 권리를 작가에게 부여한다.
아울러 작품의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독자의 선택된 작품만 정식 연재 작품으로 선정되어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독자는 단순히 작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는 작품을 발굴하는 역할도 한다. 작품 발굴에 참여한 모든 독자에게 암호화폐로 보상이 제공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투명한 콘텐츠 거래가 이루어지는 거다.
독자, 사용자, 참여자가 플랫폼이 하던 역할을 한다. 그것에 대한 보상을 하고.
허: 기존 플랫폼이 하고 있던 역할을 분배하는 목적성이 있다. 플랫폼이 하던 작품 발굴, 투자, 판매 단계를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작품 발굴은 크라우드 펀딩처럼 진행된다. 작품 제작 단계에서 작가에게 모금형태의 투자가 진행되고, 판매는 암호화폐를 통해 중간단계없이 창작자와 구매자가 일대일로 거래를 하는 형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가 많이 들어가야 할텐데, 작가나 작품 소싱은 어떻게 할건가.
배 : 우리가 정하면 안 된다. 장르나 작품, 타깃 연령대 식 접근은 중앙집권화의 방식이다. 그래서 국내외 웹툰, 만화 관련 협회와 기관을 만나 픽션을 설명하고 CP 참여를 권하고 있다. 반응은 좋다. 기존 플랫폼에서 소득을 많이내는 작가들은 오지 않겠지만, 인기는 높은데 매출이 낮은 작가, 여타 플랫폼 입성이 여의치 않은 작가 등 기존과 다른 형태의 작가 콘텐츠로 채워지리라 본다.
아무리 좋은 구조라도 수익을 못 내면 지속성이 떨어진다. 돈은 어떻게 버나.
배 : 시작단계에서는 수수료를 받는다. 현재는 모든 웹툰 이미지를 블록체인에 올릴 수는 없다. 일단 중앙서버에 웹툰이 있어야 한다. 실제 블록체인 상에 올리는 데이터는 결제 등 핵심만 들어간다. 서버관리 등 과정에서 돈이 들 수 밖에 없다. 또 판만 깔아놓는다고 사용자가 오지는 않는다. 시드가 될 콘텐츠와 유저를 유입시켜야 한다. 수수료는 그 용도로 사용된다.
수수료는 단기적인 방안이다. 중앙집권화된 구조를 없애기 위해 시작했는데 계속 수수료를 받는다면 의미가 퇴색된다. 중장기적인 수익모델은 이 생태계에서 CP 역할을 하면서 창출하는 것이다. 우리가 단독으로 한다거나 우월적 위치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CP들과 공정하게 경쟁하고 독자들에게 평가받는다. ICO를 통해 ‘픽셀’이란 명칭의 코인을 선보이는데,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겠다.
픽션은 해외에서 더 통할듯 싶은데.
배 : 기본적으로 글로벌 프로젝트다. 사실 중국 기업 중 상당수가 우리와 같은 콘셉트의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 우리의 강점은 한국과 중국에서 성과를 내며 IP사업을 진행했고, 양국 웹툰분야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낸 기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이 중국 기업과 비교해 우위라고 본다.
블록체인이 널리 알려져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중에게는 어렵다. 작가들도 마찬가지일텐데, 어떻게 설득할건가.
배 : ‘블록체인이 뭐야’ 라고 반응할 작가들이 대부분일거다. 개개인을 설득하기 보다는 앞서말했듯이 관련 기관을 만나 설명하고 있다. 협회와 기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창작자의 권리보호다. 그래서 우린 그 부분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알리고 있다. 아울러 관련 기관과 함께 논의하며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한다.
현재 만화, 웹툰 영역에선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얼마전 열린 세계웹툰포럼에서 윤태호 작가(한국만화가협회장)는 ‘블록체인 기술이 새로운 형태의 웹툰 생산 통로를 만들어낼 것’이라 기조연설에서 말하기도 했다.
픽션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스티밋이 연상되기도 한다. 어떤 차이가 있나.
허 : 우선 콘텐츠 생산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스티밋은 소셜네트워크에 가깝기에 콘텐츠 창작에 대한 장벽이 낮은 편이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웹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모되지 않는다. 웹툰 콘텐츠는 제작기간도 길고, 특수한 기술이 없으면 접근성도 낮다.
그리고 스티밋이 콘텐츠 창작자 뿐만 아니라 보팅이나 큐레이션을 하는 사용자에게 비교적 많은 보상을 제공하는데 반해, 픽션은 참여자보다는 창작자에 조금 더 포커싱을 하는 형태다.
배 : 가장 큰 차이는 유무료 차이다. 스티밋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무료지만, 픽션의 기본적인 전제는 유료다.
기술적 질문을 몇 개 해보자. 웹툰 저작권(이미지 저작권 보호 및 추적 기술) 보호에 블록체인은 어떻게 도움이 될까.
허 : 저작권은 중요 이슈다. 웹툰은 그림 파일이기에 도둑질을 하기 쉽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면 해소가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콘텐츠 자체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것과 독자가 웹툰을 편리하게 감상하는 것은 상충되는 면이 있다. 웹툰 한 페이지를 보는데 몇 분씩 기다릴 수는 없잖나.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해 나가면 디지털 콘텐츠의 보호 장치로 충분히 작용될거다.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국내서 가상화폐 코인으로 뭔가를 거래하는 것은 제약이 있다.
배 : 맞다. 웹툰 거래나 보상은 코인으로 하게 되는데, 사용자가 웹툰 하나를 보려고 코인지갑을 만들고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지는 않을거다. 단계적으로 갈거다. 초반에는 원화결제를 허용한다. 하지만 기술을 발전시키고, 유료결제가 원활해 지면 코인으로 거래가 되게끔 자연스럽게 유도할거다. 그렇게 생태계가 만들어질거라 본다.
종종 검증할 수 없고 믿기 어려운 ICO소식도 들려온다. 스캠(사기성 ICO)이 명확해 보이는 것도 있고.
배 : ‘묻지마 ICO’가 있다. 그래서 우리같은 리버스 ICO(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았거나 IPO를 한 기업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것)가 각광받을 여지가 크다. 만약에 우리가 다른 영역에서 ICO를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하던 업의 연장선상이다.
백서(white paper)는 준비되었나.
배 : 준비는 되었다. ICO를 도와주는 파트너들과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 조만간 발표를 하려고 한다.
소소한 질문이다. 지난해 리그오브레전드(LOL) 게임단을 창단했다. 최근 성적은 어떤가.
배 : 지난해 1승 15패였지만, 올해 3위를 기록했다. 선수들이 노력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배 : 백서를 쓰며 우리 회사의 핵심역량을 정의하게 되었다. 한 마디로 배틀엔터테인먼트는 ‘혁신DNA’가 있는 조직이라 말하고 싶다. 우리의 첫 사업 아이템은 이스포츠 배팅이었지만 고전을 면치 못 해 데스밸리 한 복판까지 갔었다. 하지만 배틀코믹스를 론칭해 수렁을 빠져 나왔다. 10명 안팎의 작은 규모일 때는 우리가 잘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기업 서비스와 어깨를 견주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 단순 플랫폼을 넘어 콘텐츠 제작, 유통을 했다. 국내 경쟁만 해서는 안 된다 판단해 중국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그리고 기존 플랫폼 비즈니스 게임 룰에서 더 큰 성장을 바랄 수 없기에 구조를 바꾸기 위해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준비중이다. 어떻게든 생존하고 성장하려고 매년 변화와 도전을 추구하고 있다.
픽션은 회사의 성장도 있겠지만, 이 산업에 책임감을 많이 느끼며 도전중인 프로젝트다. 스타트업이니까 할 수 있는 도전일거다. 게임의 룰을 바꾸는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2018년을 빛낼 스타트업②] 평창 올림픽이 선택한 공항 전용 차량 공유 서비스 ‘벅시’
벅시(BUXI)는 공항 이용객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쌓아나가고 있는 승차 공유 서비스다. 다양한 승차 공유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공항을 오가는 가장 편한 방법’이라는 컨셉으로 서비스에 개성을 얹었다. 이렇듯 틈새 시장을 공략한 덕에 지난 2월에는 평창올림픽의 공유 교통사업자로 공식 채택되기도 했다. 이른바 국가픽 벅시는 여러 면에서 올 한 해를 빛낼 유망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 이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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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 | 투자기관 비공개, 투자 유치 |
2017-06 | 투자기관 비공개, 투자 유치 |
2016-07 | 신용보증기금 퍼스트펭귄 창업기업 선정 |
2016-07 | 서울특별시, 투자금액 비공개 투자 유치 |
2016-05 |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육성기업 선정 |
2016-05 | 서울 우수관광스타트업 선정 |
2016-04 | 벅시 서비스 오픈 |
2016-01 | 투자기관 비공개, 투자 유치 |
2015-10 | 벅시 창업 |

지도에서 출발 지역과 시간을 설정한다. 출국 시 평일과 주말, 심야와 주간, 출퇴근 시간대와 겹치는 것을 감안해서 선택해야 한다. 벅시의 권장 사항은 새벽과 심야에 3시간 전, 그 외에는 4시간 전 탑승이다. 입국 시에는 비행기 도착시간 기준 최소 1~2시간 이후를 권장한다.
■ 분기마다 200% 성장, 틈새 시장 공략이 비결
벅시는 일반인이 개인 차량을 가지고 운행하는 일반적인 승차 공유 서비스와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사실상 기사 포함 렌터카 중개 서비스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공항을 오가는 고객과 렌터카 기업을 중간에서 연결하고 수익을 얻는다. 공항 리무진보다 조금 높은 가격으로, 도어투도어(door to door) 승차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소구점이다. 이재진 공동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벅시는 국토부의 합법 판정을 받은 유일한 승차 공유 서비스다.
이들은 기존 렌터카 회사들과 제휴를 맺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렌터카가 제휴사 중 한 곳이며, 2017년에는 사업성을 인정받아 롯데렌탈로부터 9억5천만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중견 렌터카 30여 곳과 제휴를 맺었다.
이재진 공동 대표의 말에 따르면 벅시는 분기마다 200%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 번 이용한 고객의 재구매율은 43%다. 여행을 떠나는 가족, 친구 등이 함께 동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당 객단가도 높은 편이다. 보통 가족 고객의 경우 1회 사용 시 8~1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한다.
이태희, 이재진 공동 창업자는 출장을 자주 다니던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벅시를 창업했다. 공항 리무진과 철도의 경우 일정 시간 이후 운행을 멈추기 때문에, 새벽에 공항에 도착한 경우에는 이용할 수가 없다. 이에 공항 고객들이 기본 운송 수단의 대체재로 이용했던 것이 콜밴 서비스다.
그러나 불법 렌터카를 이용해 콜밴 서비스를 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적발되면서 문제가 됐다. 노란 번호판을 단 인증된 차량만이 콜밴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 일반 렌터카 혹은 개인 차량으로 불법 콜밴 영업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불법 콜밴은 사고 발생 시 보상 문제나, 바가지요금 등의 문제로 단속의 대상이 되어 왔다. 실제 지난 4월 인천에서 강남으로 이동하는 호주인 관광객에게 137만 원의 바가지요금을 씌운 악질 콜밴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이재진 공동대표는 벅시가 승객과 렌터카 회사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양측 모두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편리함은 물론, 가격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 렌터카 기업들은 벅시를 통해 고객과의 점점을 늘릴 수 있으므로 수익을 증대할 수 있다.
■ 평창 올림픽, 해외 인지도 상승에 도움
지난 2월 벅시는 평창올림픽 공식 교통안내 앱 ‘고(Go)평창’의 공유 교통사업자로 참여했다. 단체 관람객이 많은 올림픽이라는 행사의 특성에 맞춰 벅시는 제휴사의 승합차 100여대를 투입했다. 올림픽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벅시를 통해 편리하게 경기장 부근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예약 손님이 없는 경우에는 자원봉사자를 무료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기도 했다.
이재진 공동대표는 평창올림픽 사업 참여로 인해 큰 수익을 낸 것은 아니지만, 해외 인지도를 높이고 국가 이미지 상승에 기여했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에서 온 한 방송팀의 경우, 첫날 벅시를 이용해보고 승차 경험이 좋았는지 한국에 있는 내내 전세 낸 것처럼 우리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해외 진출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현재 벅시는 국내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미국,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직접 진출이 아닌, 현지 파트너와의 제휴로 문제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 공항을 너머 더 큰 시장으로
벅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항을 너머, 기사 포함 렌터카 서비스가 필요한 전 분야로 뻗어 나가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목표는 해외 귀빈을 대접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B2B 서비스를 늘려나가는 것. 최근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S, L사가 해외 기업 임원을 대접할 때, 공항 픽업부터 미팅 의전까지의 전 과정을 벅시가 수행했다. 벅시의 제휴사 중에서는 외국어가 가능한 기사를 보유한 곳도 있어서, 외국 VIP 의전도 응대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최근에는 라인주식회사와 제휴를 맺고, 직원 출장 시 법인 카드로 벅시 비용을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라인은 해외 출장 이동 시 직원이 스트레스 없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고자 벅시를 통해 회사 차원의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벅시는 라인과의 제휴 사례를 토대로 앞으로 다양한 B2B 비즈니스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벅시의 단기 목표는 국내 시장에서의 사용자 수를 빠르게 늘리는 것이다. 양적 성장과 동시에 질적 성장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이재진 공동대표의 설명이다. “벅시가 큰돈을 들여 마케팅한 적이 없는데도, 본질적인 서비스 질 향상에 집중하다 보니 고맙게도 입소문이 많이 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더 많은 고객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8 유망 스타트업 선정 이유]
■ 롯데액셀러레이터 : 벅시는 공항을 이용하는 소비자와 밴을 연결해주는 ‘공항행 승차 공유 경제 스타트업’이다. 차량을 이용한 공유경제 서비스들은 법적 혹은 기존 집단들과의 마찰을 여러 번 겪었다. 그러나 최근 국토부의 유권 해석으로 법적 이슈에서 벗어나, 올해에는 더 큰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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