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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열전 #1] 부산대 대표 창업 동아리 ‘앱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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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니깐요!”

이른 창업이 겁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상투적이지만 진심이 느껴져 하나도 가볍게 들리지가 않았다. 이 날 만나본 앱티브 팀원들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이를 향해 직진하고 있는 청춘들이었다.

앱티브(Apptive)는 부산대에서 유일하게 중앙동아리로 성장한 창업 소모임이다. 부산에서 법률 스타트업 로아팩토리를 이끌고 있는 이영준 대표가 2013년 재학 시절 처음 창설했다. 5년 차 앱티브는 올해도 스무명이 넘는 신입생을 모집했다. 다른 동아리에선 보기 힘든 3,4학년 선배들이 주축이 되어 동아리를 이끈다.

대학 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잖아요. 해야하는 일도 많을거고. 아주 바쁠텐데 창업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15학번 기획팀장 배재현(이하 재현) : 창업보다는 비슷한 관심사 가진 사람끼리 모여 한 가지 일을 열정적으로 한다는 점에 매료되서 들어왔어요. 학교 생활을 열정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요. 힘들긴 한데, 제가 세워놓은 스케줄대로 무언가가 만들어져가는 과정이 뿌듯해서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12학번 개발팀장 정인혁(이하 인혁) : 제가 이 중에 제일 오래된 멤버네요. 전역하고 다시 들어왔어요. 1년 활동하다가 이영준 선배님이 창업한 로아팩토리에서 1년 실습하고 복학했습니다. 친구들이 졸업하면 취업만 생각하는데, 다른 길을 가보고 싶어서 들어왔어요. 하다보니 제 개발자 역량도 알게됐고요. 대기업 취업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회장은 어떻게 뽑아요? 

일동 : 전 회장이 차출해서…

세습제인가요? 

13학번 회장 조성윤(이하 성윤) : 세습제예요. 전 회장이 뽑아서 임원진들 판단 한에 괜찮다고 생각하면 뽑힙니다. 저도 학교에서 배운 걸 써먹을 데가 없어서 너무 답답하잖아요. 그래서 찾아봤더니 앱 개발 동아리가 있더라고요. 처음엔 단지 뭔갈 만들고 싶어서 왔는데, 이제는 옆에 있는 디자인 팀장이랑 진짜 창업을 하려고 준비 중이예요.

겁이 나지 않아요? 

12학번 디자인팀장 김예지(이하 예지) : 청춘이니깐요! 저도 앱 디자인에 관심이 있어서 들어왔어요. 하다보니 창업 쪽으로도 눈이 열렸고요.

13학번 부회장 조영호(이하 영호) : 저도 창업엔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근데 어떤 회사를 가도 프로젝트, 팀 단위로 일을 하게 되잖아요. 이 경험을 학생 때 미리 해보고 싶었어요. 앱티브 활동을 하다보니 취업이 대학 생활의 마침표가 아니더라고요. 창업이 또 다른 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막간 자기 홍보 #1]
(좌) 정보컴퓨터공학부 3학년 조성윤 회장 (우) 시각디자인 4학년 김예지 디자인팀장
1. ‘파킹브라더’라는 주차 공간 공유 서비스로 창업 준비 중입니다. 
2. 정식 서비스가 나오면 많은 사용 부탁드립니다. 

지방의 경우, 대기업 취직이 목표인 학생들이 더 많을 것 같아요. 최근 창업에 대한 관심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성윤 : 요즘엔 학교에서 지원을 많이 해줘요. 창업 관련 대회도 많이 열고. 그래서 크게 관심없던 애들도 이런 데 참여하면서 멘토들하고 연도 닿고 하면서 더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재현: 신입생 모집을 하면 정말 다양한 과에서 지원을 해요. 단지 컴퓨터 공학, 경영 이런 과 뿐만 아니라 철학과, 스포츠과학부 이런 데서도 막 와요. 디자인이나 개발 쪽은 진입 장벽이 높으니까, 기획 파트 쪽으로 지원을 하더라고요. 기획자가 어느 과 출신이냐에 따라서 아이템이 천차만별이예요.

근데 창업 동아리활동을 취직을 위한 스펙의 일부로 생각하는 친구들은 없나요? 

성윤: 있죠. 근데 그게 나쁘다고 생각 안해요. 다만 팀 활동에 방해가 되면 안돼죠. 최대한 이기적인 성향이 적은 지원자를 뽑고 있어요. 회장 생활 좀 하다보니까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구분이 돼요.

면접 볼 때 뭐 물어봐요? 

성윤: 어떤 활동 해봤냐, 팀 단위 활동 해봤냐, 팀이 잘 안된 경험이 있으면 그 이유는 뭐였냐, 의견 충돌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냐 등등을 물어요. 팀 활동하면 100% 부딪히게 되어 있거든요. 그거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는 사람인지를 중점적으로 봐요.

앱티브 내에서 모의 창업을 해본 셈인데, 절대 팀원으로 들이면 안되는 유형이 있다면? 

인혁 : 잠수 타는 사람… (일동 동의). 연락 안되거나 약속 펑크되면 아무리 능력 있어도 무조건 끝이예요. 창업이라는 거 자체가 두루뭉실한 아이디어들을 구체화 시키는 작업이잖아요? 근데 그걸 위해 모이는 것 자체가 안되면 답이 없어요. 뭔가 여러가지 일을 벌려놓고 수습 안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결국 이도저도 아니게 돼죠.

재현 : 앱티브는 다른 동아리랑 같이 절대 못해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요.

반대로 제일 좋았던 팀원 유형은?

성윤 : 제 옆에 있는 디자인 팀장님. 디자이너들이 자존심이 되게 강하잖아요. 근데 팀원들이 뭔가 제안을 하면 ‘네, 바로 보여드릴게요’ 하면서 되게 잘 받아줘요. 문제점을 제기해도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 스타일이예요.

예지 : 지금 제 칭찬하시는 건가요? 아, 저도 회장님 너무 좋아합니다.

일동 : 술 취한 거 아니죠?

무슨 채무 관계 있으세요? 엄청 충성하시네요 … 그럼 보통 프로젝트 별로 팀을 쪼개서 앱을 만드나요?

 성윤 : 각 프로젝트마다 기획자 한 명, 디자이너 두 명, 기획자 한 명이 팀을 이뤄요. 한 학기와 방학을 합쳐서 6개월짜리 단기 프로젝트를 하는 거예요. 사업계획서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데모데이까지 개최합니다.

예지 : 부서마다 스터디 모임이 있어요. 각 부서 팀장이 스터디를 주도하고, 매년 8월 말에 홈커밍데이를 열어 졸업한 선배들이 모인 자리에서 서비스를 발표합니다.

각자 했던 프로젝트 소개 좀 해주세요. 

성윤 : 저와 예지 팀장은 실제 창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파킹브라더(Parking Brother)라는 유휴공간을 이용한 주차장 공유 공간 플랫폼입니다. 불법 주차가 사회적 문제예요. 저희는 주차 공간에 IoT 주차 제어 장치를 설치해서, 앱으로 예약한 사람만 주차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도 양산해요? 

성윤 : 비용하고 기술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협업사를 찾아 진행할 예정이예요.

재현 : 저는 학점 관리앱을 만들었어요. 입학 년도에 따라 커리큘럼과 필수 학점 세부 내용이 달라지거든요. 그걸 확인하려면 매번 행정실에 가야 됐어요. 그래서 총 몇점을 무슨 과목으로 채워야 하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앱을 데이터로 모아 만들어봤습니다.

실제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나요? 

재현 : 지금 앱스토어에도 올라와 있어요. 주로 부산대 지인들이 쓰긴 하는데, 몇 명이라도 써주니 뿌듯하고 고마워요.

[막간 자기 홍보 #2] 정보컴퓨터공학부 3학년 정인혁 개발 팀장
1. 오랫동안 앱티브의 개발팀장을 맡으며 각종 기술을 연마했습니다. 
2. 안드로이드 개발 가능, 현재 iOS 하이브리드, 웹관련 기술 공부 중입니다.
3. 로아팩토리에서 1년 간 인턴으로 일하며 ‘실패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어요. 
4.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정답을 찾는 게 장점. 
5. 군필자!

인혁 : 전 O2O 서비스를 해봤어요. 당시 기획자가 스포츠과학과였어서, PT 연결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스포츠과학과 학생들의 경우 대학 3,4년 생이 되면 트레이너를 할 수 있는 자격증이 생기거든요. 그 학생들과 저렴하게 PT를 수강하고 싶은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서비스였죠. 결과적으로 실패했는데요. O2O 서비스는 개발 뿐 아니라 마케팅, 현장 인력 관리의 삼박자가 다 맞아야 성공한다는 걸 배웠어요. 결정적으로 기획자가 잠수를 타서… 끝났습니다.

쉽지 않네요. 

인혁 : 가장 최근에는 마음맞는 디자이너, 개발자와 기독교 관련 앱을 만들었어요. 익명 SNS 어라운드의 교회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건 어느 정도 잘돼서 현재 2,500명 정도 사용자를 모았어요. O2O 서비스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로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영호 : 저는 과제 형식으로 개인의 불편함을 없애고자 일정앱을 만들었어요. 학교 안에서 배운 거랑 실전은 아예 다르더라고요. 모르는 걸 하나씩 찾으면서 만드느라 쉽지 않았어요. 근데 그 과정에서 지식으로만 남았던 걸 실제 응용해보고, 구현해보니 개발자 입장에서 참 좋았어요.

학교에서 배운 건, 실전에서 별로 쓸모가 없던가요?

익명의 용자 1 : 어, 이거 너무 예민한 얘기 아닌가. 사실 강의실 안에서는 좀 오래된 내용들을 배워요. 너무 이론적이기도 하고요. 시대에 따라 기술이 빠르게 흘러가는데, 학교는 그 트렌드를 못 맞춰가는 것 같아요. 뭐, 학교라서 그래야만 하는 부분도 있고요.

익명의 용자 2 : 강의 중에 앱을 실제 만들어보는 수업이 한 학기에 딱 하나예요. ‘실험’이라는 과목인데요. 그 외엔 다 이론이예요. 앱을 만드는 데 있어서 필요한 기술과는 좀 멀죠.

익명의 용자 3 :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대기업에서는 독자적인 개발 툴, 개발 언어, 플랫폼을 만들잖아요. 이런 트렌드와 기술을 학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굉장히 많거든요. 근데 이런 신기술들은 교과서에 적혀있지 않죠. 그 기업 내 개발자들이 만든 정규 문서 등을 통해 공부하는 경우가 많아요. 개발자는 계속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예요.

익명의 용자 4: 반대로 인터넷응용프로그래밍이라는 과목에서는 한 학기 동안 너무 많은 내용을 배워요. 요즘 기술을 습득하자는 취지는 이해하는데, 그게 너무 많아지니까 끝나고 나면 내가 뭘 배웠는 지 모르겠는 느낌? 한 시간마다 겉핥기 식으로 기술을 배우고 넘어가니까 학교와 현장의 괴리감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막간 자기 홍보 #3] 정보컴퓨터공학부 3학년 조영호 부회장
1.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신기술 습득이 빠릅니다. 
2. iOS 개발 경험 있습니다. 
3. 취업이든 창업이든,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시키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

어떤 해결책이 있겠어요? 

성윤 : 실제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이 오셔서 강의해주셨던 게 좋았어요. 작년에 오라클에서 기업 관계자가 와서 특강을 했어요. 수료한 학생들에게 인증서도 주고, 오라클 기업 내 관련 기술을 가르쳐주고 적용해보게 하니까 훨씬 유익하더라고요.

디자인 쪽은 대학 내에서 특별한 창업 교육이 이뤄지고 있나요? 

예지 : 수업은 따로 없어요. 앱 디자인 쪽은 스터디를 통해서 많이들 공부하는 것 같아요. 기본적인 디자인 툴은 기본 수업에서 다 배우니까. 그 이후 공부는 개인이 동아리, 소모임, 스터디를 통해서 각자 하고 있어요.

대학 내에서의 창업 동아리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성윤 : 과거보다는 좀 줄어든 것 같아요. 창업 동아리의 성과를 측정하기가 어렵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들었어요. 과거에는 창업동아리에 등록하는 것만으로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면, 현재는 토너먼트 식으로 기준이 좀 높아졌어요. 팀이 과거에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가 중요하게 검토되는 것 같아요.

대학과 창업동아리 간 검증 시스템이나 일정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일이겠네요. 지역적인 소외감도 있나요? 

인혁 : 아무래도 정보와 인력 풀이 다르니까요. 관련 컨퍼런스나 세미나도 대부분 서울에서 열리죠. 버스 한 번 타면 그런 걸 들을 수 있는 반면, 아직 부산 지역에서는 그런 기회가 1년에 한 두번 정도인 것 같아요.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껴요.

어떤 기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영호 : 개발자적인 측면에서는 기술에 대한 컨퍼런스, 세미나가 많이 열렸으면 해요. 일단 개발자는 기획자와 팀의 의도에 맞게 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중요하니까. 개발자 컨퍼런스 같은 게 생기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대학생 그리고 예비 창업자로서 새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익명의 용자 1 : 대기업 적폐 청산!

익명의 용자 2 : 대기업이 이제 막 성장한 스타트업을 너무 많이 인수합병하는 것 같아요.

대기업의 인수합병이 활발한 건 좋은 일 아닌가요? 

익명의 용자 2 : 좋긴 한데, 스타트업의 아이덴티티를 죽이고 자사의 색깔로 흡수해버리는 경우가 많달까. 미국의 경우에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해도 경영권이나 색깔을 독자적으로 보존해주잖아요. 우리 대기업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앱티브의 목표가 있다면?

성윤 : 제일 중요한 모토는 대학생으로서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서비스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방향성을 잃지않고 나아가겠습니다.

[막간 자기 홍보 #4] 전자공학과 2학년 배재현 기획팀장
1. 작곡 경험이 있는 공학도 입니다.
2. 석박사 이후 기술과 음악 사이의 전자공학적인 연구를 해보고 싶어요.
3. 인공지능을 통한 음악 연구에 관심이 있습니다. 


[Startup’s Story #334] M&A 전문가가 만든 재구매율 87%의 영유아 쇼핑앱 ‘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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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를 할 때면 불안하다. 정품은 맞는지,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건 아닌지, 지금 주문하면 한 달 뒤에 도착하지는 않을는지. 특히 유아 제품의 경우 그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로로(LOLO)’는 영유아 제품에 있어서만큼은 유럽과 한국의 거리감을 좁히는 쇼핑몰이다. 짧으면 3일, 길면 7일 이내에 모든 제품을 받을 수 있고, 여러 개 살수록 가격이 저렴해진다.

현재 독일, 영국, 덴마크, 한국 네 곳에 물류 거점을 두고 있는 로로는 지난 10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별다른 마케팅 활동 없이 월평균 75%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가입회원 중 60일 이내 재구매율은 87%나 된다.

빅피쉬벤처스의 김영하 대표는 세계적 투자 은행인 제이피모건, 현대카드캐피탈, 유럽계 사모펀드 투자  회사 등에서 M&A 전문가로 일하다가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전략과 미래 예측이 핵심인 금융 세계 출신답게, 사업을 소개하는 그의 말투에는 막힘이 없었다.

빅피쉬벤처스 김영하 대표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였다고.

2003년 제이피모건에서 1년 반 정도 일하며 M&A 관련 업무를했다. 그이후 네오위즈게임즈에서 M&A 팀장을, 현대카드캐피탈에서 M&A 스페셜리스트를 거친 후 영국의 사핀다라는 사모펀드 투자사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투자자로서 아시아 시장의 성장동력이 소비 시장에 있다는 것은 여러 채널을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창업에 대한 생각을 심각하게 했던 건 아니다.

투자자가 어떤 경유로 영유아 쇼핑몰을 창업하게 된건가.

출장을 자주 다니는데, 친구가 자꾸 뭘 사다달라고 하더라. 전부 아기와 관련된 제품들이었다. 거절할 수가 있겠나. 그렇게 몇 번 대리구매를 해주다 보니, 국내 직구 시장의 비효율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의문을 가지면 일단 공부해보는 타입이다. 좀 찾아보니 국내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의 유럽 영유아 제품 수요가 아주 높았다. 반면 관련 법규는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거기서 기회를 봤다.

투자자와 창업자의 삶은 겉보기에도 매우 다르다. 적응 기간이 필요하진 않았나.

이전에는 큰 그림, 전략,  시나리오를 가지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포지션이었다. 투자 진행 과정이라는 게 다양한 입장이 얽혀 복잡하긴 하지만 어쨌든 시스템이 있고, 전문인을 고용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가 있다. 근데 창업을 해보니까, 회사를 운영할 때 온갖 잡일은 대표가 다 해야 되더라.

대표는 가장 낮은 자라고 하지 않나. 팀원들에게조차 ‘을’ 입장인.

아무리 할 일이 많아도 은행 업무는 직접 봐야 된다. 가서 하다보면 하루가 다 간다. 화장실 휴지가 남아있는지도 신경 써야 한다. 커피 떨어지면 주문하고, 최 저가를 검색해 컴퓨터도 산다. 윈도우도 깔고.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다 받아들이고 내가 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앉아서 평가하기보다는, 직접 나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마음도 많이 이해하게 됐다. 모든게 항상 예상처럼 흘러가지는 않더라. 투자자 때도 숫자를 많이 다루긴 했지만, 그건 엑셀 상의 문자일 뿐이고 그걸 실제로 실행하는 건 굉장히 어려웠다. 허나 장단은 있다. 생각했던 걸 하나씩 현실화시키는 과정이 보람이 크다. 투자자 때는 일의 일부를 맡아서 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세심한 것부터 전체 과정까지를 총괄해야 한다.  마케팅을 배워본 적이 없는데, 관련된 의사 결정까지 내려줘야 한다.

결정을 내리는 기준이 뭔가? 

최악의 경우에 발생하는 리스크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으면 일단 시도해본다는 거다. 어떤 일이든 안되는 이유를 늘어놓다 보면 끝이 없다. 결국 해봐야 왜 됐고, 왜 안됐는지 알 수 있다. 단, 그 위험이 회사의 존폐를 결정하는 사안일 때는 그만둔다.

실패에 대한 책임은 결국 대표가 지나?

내가 사업한다 그랬을 때, 아는 형이 <사장의 일>이라는 책을 선물해줬다. 다른 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 나고 이거 한 줄 기억한다. ‘밖에 비가 와도 사장 책임이다’.

서비스 얘기로 돌아가자. 구체적으로 현재 유럽 직구 시장엔 어떤 문제들이 있나. 

일단 고객 입장에서는 유럽 제품을 사는 게 쉽지가 않다. 비싸고, 배송도 오래 걸린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보통 제품 수입 과정에서 검역과 통관을 거치고 나면 한달 반이 걸린다. 식품의 경우 현지에서 성분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도 한국  기준으로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유통기한이 1년인 제품을 가장 신선할 때 가져왔다고 가정해도 2, 3개월이 날아가고 고작  9개월 동안 팔 수 있는 거다.

유기농 제품의 경우에는 한 달 내로 팔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위험 요소들이 다 소비자 가격에 녹여져 있다. 여기에 영업,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추가 된다. 결국 소비자들은 현지보다 몇 배 더 높은 금액을 주고 물건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또 해외 신규 브랜드를 들여오는 것은 대부분 작은 회사들이기 때문에, 구매 후 고객 서비스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유럽 기업의 관점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판매 권리를 나라 혹은 지역별로 나누어 주고 있다. 계약 기간 동안 판매 독점권을 주는 대신, ‘최소한 이만큼은 팔아야 된다’는 기준을 정해준다. 영세 수입사의 경우엔 그 물량을 소화해야 하기에 막바지가 되면 할인을 하거나 소셜커머스에 내놓는다. 그 순간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중국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 했다. 유럽 기업들도 아시아 시장에 기회가 많은 건 다들 알고있지만, 비즈니스 관행이 다르고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경험을 여러 번 하다보니 신뢰를 못하게 됐다. 한국의 구매자와 유럽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우리가 가운데서 잘 해결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문제를 로로몰은 어떻게 풀고 있나.

고객 입장에서의 가장 큰 혜택은 가격과 배송 기간의 절감이다. 제품 여러 개를 살수록 가격이 저렴해진다. 한 개보단 두 개를 살 때, 품목당 단가가 낮아진다. 제품 가격은 원가와 물류, 회사 운영비와 같은 고정비가 합쳐져서 결정되는데, 이 고정비 감소폭만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거다. 미국 제트닷컴과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했다.

또 유럽 현지 제품을 최소 3일에서 최대 7일 내로 배송받을 수있다. 길면 한 달도 걸렸던 배송 기간을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영국과 독일, 덴마크, 한국 이 네 지역에 자체 물류 창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컨테이너 단위로 수입을 하면, 재고가 떨어졌을 때 그걸 채워 넣는데 두 달이 걸린다. 우리는 현지에 필요한 물류 거점을 가지고 있고, 이곳을 통해 근방 파트너사들과 재고를 실시간으로 공유받을 수 있으므로 전체적인 배송 기간이 단축된다.

현재 이 유럽 세 국가의 유아동 관련 제품들을 거의 다 수급할 수 있는 수준의 인프라를 갖춰놨다. 이 시스템을 갖추는 데만 1년가량이 걸렸다. 이를 통해 고객들의 선택 범위도 점차 넓어질 것이다. 현재는 이유식 퀴놀라 베이비(Quinola Mothergrain), 마사지 로션 티들리폼(Tiddley Pom), 얼쓰프랜들리베이비(Earth Friendly Baby), 독일내수용 압타밀 등 55개 프리미엄 유아동 브랜드의 제품 1,300여 종을 판매하고 있다.

실적이 많지 않는 스타트업이 유럽 현지 기업과 파트너쉽을 맺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우리가 독점 판매하고 있는 엘라스키친(Ella’s Kitchen)’ 이라는 브랜드는 지난 몇 년 만에 영국의 이유식 자이언트들을 제치고 유아 식품 시장에서 1등 회사가 된 곳이다. 처음 엘라스키친을 알게 되고 나서, 막무가내로 들이댔다.

시장 규모와 마케팅 전략을 가득 담은 장표를 메일로 보냈는데, 몇일 뒤 ‘우린 관심 없다’고 답변이 왔다. 실적도 없는 스타트업이니 어쩌면 당연했다. 오기가 생겨서 링크드인을 통해서 관계자 모두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대표에게서 ‘관심은 있으나 휴가 기간이니, 이후에 연락 주겠다’고 답이 왔다. 뭔가 됐다 싶었지만 3주가 지나도 답이 없더라.

포기하지 않고  엘라스키친이 미국 대기업에 인수되었다는 실마리를 잡고, 인수합병 과정에서 자문사가 있었겠다고 추론했다. 찾아보니 영국의 스탠포드파트너스라는 M&A 자문사와 닿아 있었는데, 놀랍게도 해당 파트너가 내가 거쳤던 런던비즈니스스쿨 출신이었다. 이거다 싶어 그쪽으로 제안서를 보냈다. 그 파트너가 보더니, 엘라스키친 대표에게 바로 내용 전달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홍콩을 제외한 아시아 전지역 독점권을 따낼 수 있었다.

유아 식품에 대한 검역 절차는 까다로울 것 같은데.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우리는 현지 브랜드와 직접 소통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기술 문서들은 모두 받을 수 있다. 보통 그런 문서를 제출하면 검역 통관에 별문제가 없다. 근데 가장 큰 문제는 유기농 인증 부분이다. 유럽에서 받은 유기농 인증을 한국에서 그대로 쓸 수가 없다. 한국 기준으로 재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 절차가 복잡하다. 한국 농림수산부 인증 기관이 현지 공장 실사를 가서, 원료까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야 ‘유기농’을 내걸고 판매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수입한 제품에 유기농을 암시하는 모든 부분에 스티커를 붙여서 판매해야 한다. 불가능하다.

스타트업이 진행하기에 굉장히 부담스럽고 까다로운 절차 아닌가. 

맞다. 우리는 2015년에 결국 인증을 받아냈다. 그해에 유럽 제품으로 유기농 인증을 받은 국내 기업이 CJ와 우리, 딱 두 곳이었다. 당시 공동창업자 중 두 명이 외국인이었고, 한미 FTA 전문까지 샅샅이 뒤져가며 얻어낸 결과였다. 행정 절차에서 비효율적 부분이 많았다. 이를테면, 담당자마다 기준이 다르다. 작년하고 똑같이 해서 제출해도 담당자가 바뀌면 됐던 게 안될 수도 있더라. 과거에 만들어진 규제와 규칙들이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거다.

문제가 있을 때 어떻게 해서든 푸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맞다. 대학 때도 친구들이 피하는 과목만 골라서 듣고 그랬다. 괜히 더 사서 고생하기도 하고. 예전부터 그랬다.

초기 고객은 어떻게 확보했나. 마케팅보다는 시스템 구축에 심혈을 기울인 것 같은데. 

모객 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으로 많이 유입됐다. 엘라스키친 제품은 아이허브에서도 육아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베스트 제품으로 꼽힌다. 한 번은 아이허브에서 엘라스키친 제품을 구매하고, 후기를 남긴 블로거들에게 기프트박스를 보냈다. 대규모 광고 말고, 실제로 우리 제품을 다른 유통 채널을 통해 구매하고 사용하는 진성 고객들에게 정확한 타겟팅을 한 거다. 가격이 더 저렴하니까 금세 입소문이 났다. 크리스마스 때 준비했던 특별 세트 200개는 세 시간 만에 완판이 됐다. 이제는 나름 고객과 신뢰 관계가 쌓여 재구매율이 90%에 가깝다.

경쟁사는 어디로 보고 있나.

경쟁사를 상정하기가 애매하다. 지금까지 없던 시장을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까지는 현지 주재원 등이 카페 하나를 만들어서 제품을 마트에서 사서 배송해주는 방식이 많았다. 이 경우 시스템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 경쟁사라고 하긴 뭐하다. 쿠팡과 같은 소셜커머스도 경쟁사라고 볼 순 없다. 아마존을 지향하는 쿠팡은 모든 것을 다 팔지 않나. 우리는 좀 더 유아동이라는 버티컬에 집중해서 고객들에게 고품질이지만 가격은 합리적인 ‘어포더블 프리미엄(Affordable premium)’ 브랜드를 소개해나가고 싶다.

다른 채널에 제품을 유통할 계획은 아예 없나. 

우리 핵심 경쟁력만 잃지 않는다면 협업에 대한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 특히 두 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 제안은 언제나 환영이다. 고객이 겹치는 키즈까페 체인이나, 유아동 브랜드, 교육 서비스 등과 뭔가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당장의 고려 사항은 아니다.

현재는 유아 식품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후 카테고리 확장 계획은 어떻게 되나. 

유아동 시장은 특정 나이 때마다 필요한 제품이 비교적 딱딱 정해져 있다. 그래서 연령대별 위, 아래로 카테고리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 또 추후에는 육아하는 부모를 위한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현재 북유럽 스타일 주방 제품을 시범으로 판매해보고 있다.

일차적으로 진출할 해외 시장은 어디로 보고 있나. 

인도네시아, 베트남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중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데. 

중국은 기회가 많은 만큼 어려운 시장이기도 하다. 경쟁도 치열하고, 한 국가라기보다 지역마다 다른 나라로 봐야 한다. 무작정 시장이 크다고 뛰어들기보다는 중국 현지에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서 진행해보고 싶다. 반면 베트남의 경우 현재 소득 중위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시장이다. 마치 과거 우리의 부모 세대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 우리 이전 세대는 전후 베이비부머 시절에 태어나 고생도 많이 하고 경제 성장 시기에 돈도 많이 벌었다. 그렇게 번 돈을 자식 세대에게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베트남이 지금 딱 그렇다. 앞으로 프리미엄 유아 제품에 대한 수요도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상위 10%만 잘산다. 인구가 2억5만 명인데, 10%인 2천5백 만 명이 두 도시에 모여 산다. 입소문도 빨리 나고, 배송 관점에서도 효율적이다. 모바일 사용도나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친밀도도 높은 편이다. 올해와 내년은 한국 시장에 집중하고, 규모의 경제를 갖춘 뒤 해외 진출에 나설 생각이다.

채용 계획이 있나.

브랜드매니저, 마케팅, 디자이너, 개발자, 전략 기획자 등 다양한 직무에서 인재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해서든 노력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와주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단기 목표는 앞서 말한 대로, 제품 품목 범위를 넓히고, 운영 단계에서의 효율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빨리 달성하는 것이다. 즉, 모객이다. 마케팅 하다 보면 우리만의 자체 컨텐츠가 쌓일 텐데, 이것이 해외 진출의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한국은 아시아의 트렌드세터 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것은 해외 구매자에게 소구점이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이든, 인도네시아든, 베트남이든 어떤 국가에서라도 똑같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거다. ‘해외 직구’라는 감각 없이 어디서든 평범한 인터넷 쇼핑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또 추후에는 국내 소규모 로컬 브랜드가 우리 플랫폼을 통해 해외 진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나라 유통 비즈니스 산업의 평균 마진이 4%다. 사실 이 쇼핑몰 자체로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마치 국내 이동통신사가 인터넷망을 까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본다. 해외 어디서도 동일한 쇼핑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기술력과 시스템을 발전시킨다면, 그 이후에는 콘텐츠든 커머스든 무엇을 갖다 붙여도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열심히 해나가겠다. 지켜봐 달라.

[허스토리#4]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을 더해 새로움을 만들다, 룹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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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입니다. 특히 디자인 작업 프로세스를 이용해 여러 가지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인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디자인 싱킹은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의 하소 플레트너 회장이 주창하고 미국 스탠퍼드 디자인 스쿨이 확산시키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을 인간 중심 관점으로 찾아내 해결하기 때문에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을 지향하는 기업이 도입하려고 하는 방법입니다.

최근 여러기업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 싱킹이 활용되는 가운데, 유·아동 교육 콘텐츠에 이 기법을 도입해 어릴 때부터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기업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겐 창의성과 공감 능력을 길러주고, 경력단절 여성을 놀이전문가로 양성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놀이공유 플랫폼 ‘룹킨’의 오경은 대표를 만났습니다.

룹킨 오경은 대표

#part.1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을 더해 ‘새로운’것을 만들다.

논문 검증을 위해 시험해 본 놀이 공유 플랫폼

미국 파슨스에서 공부할 때 석사 논문을 제출하기 위해 플랫폼을 만든 게 시작입니다. 2015년 당시 거주하던 아파트의 주민센터에서 우리 플랫폼을 알리고 설명회를 열었어요. 아이를 초대하고 싶거나 급하게 아이를 맡길 데가 필요하면 사용 하라고요. 아이와 함께 소풍 가기, 놀이터 가기, 영화 보기, 블록 쌓기 등 놀 수 있는 콘텐츠로 구성된 플랫폼이었습니다. 반응이 좋았어요. 이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미국 학부모들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사회 특성상 ‘다양성과 사회성 기르기’를 중시 한다더군요. 사업화가 될 거라 확신을 가진 계기가 됐습니다.

공유에 디자인 싱킹을 더한 사업 아이템

룹킨은 ‘공유’에서 시작됐습니다. 가족끼리 서로 물건을 공유하거나 시간과 재능을 종합적으로 공유하는 게 어떨까 싶었죠. 하지만 누가 생각해도 이런 접근은 너무 포괄적이고 막연 하잖아요. 그래서 ‘놀이’에 집중했습니다. 놀이에 대한 니즈가 강하더라고요.

문제는 한국에 돌아왔을 때였는데요. 미국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시작했는데, 한국 학부모들은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요. 원인을 찾아보니 국가간 콘텐츠를 활용하는 특성이 달랐기 때문이었어요. 한국 학부모들은 놀이 콘텐츠도 ‘어떤’ 콘텐츠인지를 보고, 아이들의 교육적 효과를 중시하더라고요. 그때 석사 논문의 큰 줄기였던 ‘디자인 싱킹’을 접목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창의적 문제 해결방법을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알려준다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

생소함과 익숙함을 결합하니 기존 시장에서 없던 콘텐츠가 만들어져

디자인 싱킹은 해외에선 스탠포드와 파슨스, 국내에선 카이스트와 서울대학교 등 몇몇 대학에서만 배울 수 있는 희소성 있는 학문으로 아는 이가 많지 않지요. 당장 붐은 아니지만 혁신적인 학문이기에 최소 3년정도 지나면 분명히 자리잡을 방법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를 활용한 놀이 콘텐츠를 미리 개발해 두면 사업적으로 유리할 거라 판단했습니다.

문제는 이게 지금 잘 될지 확인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우리가 아무리 잘 될 거라 믿어도 시장반응이 안 좋으면 하나마나니까요. 그래서 문화센터 등에 가서 구성된 프로그램을 살피고 시장 소비자들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프로그램과 학부모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더라고요. 자유롭게 놀기만 해도 되는 프로그램과 코딩 등 지식 습득 프로그램이 그것입니다.

양분된 교육 프로그램 시장에서 디자인 싱킹이라는 학문이 접목된 놀이가 두 부류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우리의 놀이는 콘텐츠가 없는 가벼운 놀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조건 무엇인가 배워야 하는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기존에 없는 시장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part.2 디자인적 사고로 실험하고 검증하는 사업

놀이 공유 사업…디자인적 사고로 운영 중

시장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어요. 지난해 9월 엔젤 투자를 받은 뒤 법인을 세웠고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 사업 개발 방향도 디자인 싱킹과 유사해요. 본격적인 출시 전 테스트를 많이 합니다. 파일럿 형태로 만들어 문화센터의 한 지점에서 선보인 뒤 소비자 반응을 보죠. 그런 식으로 브랜드 입지도와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3조원 규모의 국내 유아 시장, 기대시장 규모는 140억

보통 국내 유·아동 시장 규모는 2,3조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장 모두 저희가 다룰 수 있는 영역 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초기 시장 규모를 전체의 2%, 약 140억 원 규모로 설정한 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크게 바라보고 도전해야 할 영역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영역이 있다고 보는데요. 저희 사업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무작정 부풀리지 않고 현실적으로 다가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요.

선진국형 학습 경험을 추구하는 부모가 현재 주 고객

현재 우리 서비스의 주요 고객은 해외 유학을 다녀왔거나, 공부를 오래 한 소위 ‘지식 상위층’입니다. 아이가 지식을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창의력과 협동심을 모두 배웠으면 하는 소비자들이죠. 현재 브랜딩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창의 사고력을 함께 배울 수 있는 놀이 공유 플랫폼’으로요.

#Part.3.1 시간 장소, 정답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창의적인 교육 콘텐츠,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 차별점

저희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놀이 공유 플랫폼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놀이를 등록하고, 놀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 이용하죠. 놀이 콘텐츠에는 장소의 규약이 존재하는데요. 저희는 이를 어디서든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그 안에서 수수료를 발생시키려고 해요. 에어비앤비와 수익모델이 같다고 보시면 되요.

여러 명이 모여 놀 수 있고 향후 공유가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구성

프로그램엔 몇 가지 매뉴얼이 있는데요. 여러 명이 할 수 있어야 하고, 꾸준히 공유가 가능해야 합니다. 재미는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하고요. 그 중에서 공유를 가장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놀이 시간 동안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많은데, 이 때 관건은 말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깊이 듣고 공감해주는 것입니다. 경청이 중요한 거죠. 놀이시간엔 ‘들어줘야 해’가 아닌, ‘들어주지 않으면 어떨까?’라고 질문합니다.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죠.

#Part.3.2 브랜딩에 필요한 세 가지의 신뢰도

현재는 정서상 장소 거부감 있어…브랜드 신뢰도 쌓아 사용토록 하는게 계획

현지화를 고려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초대 문화인데요. 미국은 보통 자신의 아이가 모르는 집에 초대 받아 노는 게 거부감이 없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 엄마들은 꺼리는 경향이 있죠. 게다가 일반 가정 집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면 서비스 품질을 의심받기도 하고요. 그래서 현재는 좋은 놀이 콘텐츠를 바탕으로 브랜딩 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성 프로그램을 문화센터에서 진행해 품질 신뢰도 문제도 줄였습니다. 우리 콘텐츠도 문화센터처럼 신뢰도를 차근차근 쌓아가려고 합니다.

‘디자인 싱킹’ 놀이 콘텐츠, 꾸준한 신뢰 수단을 확보해간다.

디자인 싱킹을 접목한 영유아 콘텐츠가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저희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 개발에 더욱 신중함을 기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미국에 가져가 유.아동 교육 전문가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신뢰도를 쌓아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인지하고 있어, 한양대학교와 중앙대 등 학계과 연계해 룹킨 콘텐츠의 실증적 사례 연구를 준비중입니다. 또한 현재는 일반 프로그램 개발자 외에 전문 아동심리학자를 모셔 서비스를 고도화 하는 데 매진하고 있습니다. 대내외로 검증 받은 서비스로 성장하는 것이 저희의 중.단기 목표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오프라인 인프라를 구축할 것

온라인에 비해 오프라인은 인프라 구축이 어렵습니다. 플랫폼에 필요한 수요와 공급 영역 모두 직접 다뤄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요. 하지만 안할 수는 없어요. 면대면 방식을 통해 고객과 직접적인 신뢰를 쌓아야 서비스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영역을 다지는 데 힘을 쓰고 있습니다.

만들어 가는 동안 미국 온라인 교육 콘텐츠 기업이 협업을 제안하거나, 자사 콘텐츠를 오프라인으로 다시 개발해달라는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이를 보며 유아동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국가 상관 없이 포화되었다고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아동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는 고객층, 엄마들은 일반 소비자와도 약간 다른 양상을 띱니다. 특히 그들 사이에서 입소문 파급력은 다른 계층보다 더욱 큽니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선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가 탄탄해야 합니다.

#Part.4 프로그램 개발, 전문가 양성으로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행복한’ 기업 되겠다.

좋은 피드백이 있어 운영이 즐거워

대중에게 디자인 싱킹이 낯설기에 자세히 설명하는데 시간이 걸려요. 하지만 이해하고 받아들인 소비자들에겐 좋은 피드백이 와서 즐겁고요.

특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에게 점차 인정받고 있습니다. 미술, 체육, 수학 등 일반적인 과목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추상적인 주제에서 접근하게 됩니다. 예컨대 ‘사회성’, ‘리더십’, ‘창의성’ 등이 저희 프로그램 주제에요.

아이들마다 해결책은 달라집니다. 몸을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죠. 그런 뒤 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발표를 하고, 생각을 듣기도 하는데요. 이때 발표력과 표현력, 그리고 공감 등을 배울 수 있어요. 바로 이 점을 소비자가 믿어주고 있어 프로그램에 대한 실증적 검증 작업을 더욱 활발히 하려고 해요.

프로그램의 실증적 입증과 장기적 놀이 프로그램 개발이 올해 목표

현재 MOU를 맺은 대학들과 결실을 맺어 프로그램의 검증을 더욱 자세히 하는 게 올해 목표입니다. 동시에 내부에선 대학생과 전문가, 일반인으로 구성된 놀이 연구소를 만들고 있어요. 현재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3개월 단위가 다인데, 앞으론 6개월, 1년짜리 코스도 만들 계획입니다. 콘텐츠의 다양화를 통해 브랜드의 대외적인 성장을 이루려고 합니다.

또한, 저희 프로그램을 담은 책도 발간할 예정입니다. 이 시장에서 최대한 다양한 루트로 저희 브랜드를 알리려고 해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놀이 전문가 양성

초기 에어비앤비의 성장엔 많은 이용객과 더불어 공간과 호스트가 필요했어요. 저희도 이 점에 착안해 고객도 고객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할 놀이 전문가를 최대한 많이 양성하려고 해요. 현재 저희가 만든 놀이 전문가 프로그램은 12주 단위로 한양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양성하는 만큼 속도도 느리고 품도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사업 초기인 만큼 서비스 내 우수한 전문가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작업은 그대로 유지할 생각입니다.

아이의 행복, 행복한 일자리를 갖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룹킨이 지향하는 것은 두가지 입니다.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아이들이 많아지는 것과 의미 있는 일자리 창출이에요. 국내에선 여성이 결혼해 아이를 낳은 동안 경력이 쉽게 단절됩니다. 하루 종일 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을 때 파트타임을 고려하게 되는데요. 결혼 전 일하며 얻었던 업무적 성취감을 충족시키는 파트타임 일자리는 많지 않죠. 이런 점에서, 저희는 원하는 시간에 탄력적으로 일하며 아이들이 성장하는 걸 보고 느낄 수 있는 유의미한 일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주부가 놀이 전문가가 되면 궁극적으론 집에서 본인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며 육아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습니다. 자발적인 영업을 하는 놀이전문가에겐 놀이 진행 횟수에 상관 없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어요. 아직은 놀이전문가가 활성화 돼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종내엔 이 문제도 함께 해결하는 기업이 되는 게 꿈입니다.

남녀노소 디자인적 사고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늘어나길

저는 어릴 때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맘껏 뛰놀았습니다. 놀이에 대한 향수는 누구나 있을 거라 봅니다. 그리고 디자인 싱킹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좋은 학문이고요. 혁신적인 생각과 재치 있는 문제 해결력을 가진 친구들이 늘어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달라져 있지 않을까요. 기획 취지에 어울리는 멋진 서비스로 발전하고 싶습니다.

[Startup’s story #335] 마이쿤이 실패를 통해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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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스마트폰 배터리 공유 서비스(스마트폰 배터리가 없을 때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해주는 O2O 서비스) ‘만땅’을 선보이며 야심 차게 첫 발을 내딛은 마이쿤. 이 서비스를 통해 국내외 유명 액셀러레이터에게 투자를 받는등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평가되었으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일체형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서비스 존립의 위기를 맞이한다.

결국 만땅의 실패를 공식 선언한 뒤 절치부심 끝에 마이쿤이 2016년 3월에 내놓은 두 번째 아이템은 ‘스푼라디오(이하 스푼)’. 스푼은 목소리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오디오 방송 서비스로 모바일에 간편하게 LIVE 방송과 팟캐스트 녹음방송을 무료로 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 45만 다운로드, 매일 2천개의 새로운 콘텐츠가 업데이트 되고 있으며, 일반 BJ가 방송하는 채널이 1,600개에 달한다.

실패를 통해 자신과 팀이 더 단단해졌다고 말하는 마이쿤 최혁재 대표를 만났다.

마이쿤 팀원들. (앞줄 맨 왼쪽) 최혁재 대표 / 사진=플래텀DB

▲ Part 1. 시장의 변화로 실패했지만, 살아남다.

미국에서 배워온 스타트업 경영, 제대로 접목하기 전 서비스 접어

2015년 2월, 미국의 엑셀러레이터 500스타트업에게 투자를 받고 6개월 간 미국 연수를 했다. 이 때 사업 운영부터 전반적인 태도를 많이 배웠다. 이런 것들을 서비스에 적용해 성장시키자던 차에 서비스를 접었다. 당시 우리 사업은 배터리 교체 공유 서비스였는데, 주요 수입원이었던 S전자의 제품들이 일체형 배터리로 출시됐다.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의 외형 변신은 우리 서비스의 근간을 흔들었다. 결국 버틸 수 없어서 종료를 선언했다.

힘들던 우리에게 찾아온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진솔한 서비스’

재작년 9월에 첫 서비스를 끝냈을 즈음이었다. 팀원들과 어떤 아이템으로 재기해야 할 지 고민하며 100여 개의 사업 아이템을 검토했다. 생각과 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든지 녹음 파일을 올려 편하게 듣고 목소리로 댓글 달게 하는 것 말이다. 그게 스푼의 초기 컨셉이었다. 흔히들 아날로그 하면 따뜻함을 떠올린다.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초기 2,3달 정도 소비자 반응을 살피며 테스트를 진행할 때 리텐션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용자들의 고민거리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사용률이 떨어지는 현상이었다. 그래서 타겟부터 재설정해야 했다.

고민거리를 얘기하던 플랫폼에서 개인 라디오 방송 플랫폼으로 … 그리고 투자유치

어느 순간부터 ‘누구누구의 일일 라디오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파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흥미로웠다. 이들과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오디오 방송하는 플랫폼의 부재를 언급했다. 얘길 듣고 조사를 시작했다. 영상 쪽은 유튜브와 아프리카TV 등 다양한 플랫폼이 있는데, 라디오만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은 거의 없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스푼을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으로 정비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2016년 3월 1일 정식으로 출시했다. 같은해 6월에 생방송이 가능해 졌고, 후원하기 기능이 지원된 지 3주만에 20여명의 BJ가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10월엔 시드 투자금 3억원을 받았고, 팁스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그리고 올해 초 25억 원 규모 투자유치를 했다.

 

▲Part 2. 재도전 할 때의 Do와 Don’t

재도전 서비스 제1의 조건은 ‘수익화’

첫 서비스를 접고 다음 아이템을 검토할 때 오프라인이 관련된 사업, 즉 O2O(오투오) 아이템은 우선 순위에서 제외했다. 오프라인 영역은 사업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무조건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는 모델을 고려했다. 마지막으론 우리의 장점을 신속하게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찾으려 했다. 내가 개발자인 만큼, 앱 개발은 자신 있었다. 모바일 앱 환경에서 구성할 수 있는 것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다듬고 고쳐 현재의 스푼이 만들어졌다. 손익 분기점도 몇 달 안에 넘길 수 있을 정도로의미 있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편이다.

숫자를 믿자…전 사업이 준 교훈

이전 사업을 통해 깨달은 건 숫자, 데이터를 믿어야 한다는 거였다. 자의적으로 판단해 시장에 덜컥 내놓고 사용자의 싸늘한 피드백을 얻었던 적이 너무 많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절감한 뒤부턴 투자자들을 만나도 예전만큼 걱정 되지 않는다. 자료를 근거로 고객을 얼마나 모았는지, 연말까지 다운로드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지 의미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다. 이는 이전 사업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배운 원칙이다. 실리콘밸리 기업은 오로지 결론이 난 데이터를 보고 운영을 결정한다. 우리도 매달 분석한 성장 데이터로 입증하고 있다. 스스로 떳떳해진 거다.

 

▲Part 3. 회사를 다시 일으킨 퇴사율 0%의 팀원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에 결정된 투자금 ‘3억’

스푼 운영 초기 시드투자 3억원을 받았다. 우리에게 투자한 곳은 비디오 경쟁 시대가 끝나면 오디오 시대가 온다고 보고 있었다. 오디오 관련 사업을 하는 팀을 눈 여겨 보고 있었던 중 우리 팀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했다. 나중에 들었는데, 사업도 흥미로웠지만 우리 팀의 끈기를 높이 샀다고 했다.

치열하게 버틴 2년, 그 뒤엔 모든 팀원이 함께 했다.

첫 서비스가 실패로 끝났을 때 주위에서 숱한 뒷말을 들었다. 그간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건이 많았다. 전과자 취급을 당한다는 게 이런 심정일까 싶었다. 새로운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길거리에서 배터리 바꿔주던 애들이 무슨 콘텐츠 사업이냐’는 말도 들었다. 유저한테 인정받자는 마음으로만 모든 팀원이 버텼다. 그것이 결속의 단초가 되어 팀이 더 굳건해 졌다. 이 기간 동안 대학교로 돌아간 학생 인턴을 제외하고는 팀을 떠난 팀원은 한 명도 없다. 팀원들은 각자 맡은 파트에서 전문가가 되어 열심히 해줬다.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고마움과 책임감을 느낀다.

내부에서 하는 말이 있다. 힘들더라도 죽지말고 망하지 말자고. 우리 할 일만 제대로 하고 사용자들에게 인정 받는 서비스를 만들자고.

 

▲Part 4. 소통하는 24시간 밀착 서비스

스푼, 일상 속에 파고들다.

우리 서비스는 밤에 훨씬 많이 이용된다는 게 특징이다. 흔히 생각하는 라디오와 똑같다고 보면된다. 듣는 것 뿐만 아니라 방송까지 수 있다는 게 작지만 큰 차이점이다. 그래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자극적 콘텐츠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야한 이야기 정도가 다였다. 그런 것들은 계속 필터링 하고 있다.

후원하기/부분유료가 주요 수입원, 광고는 훗날 고려할 것 

라디오 BJ들에게 ‘후원하기’기능을 통해 청취자들이 돈을 지불할 수 있다. 한 달에 수백만원씩 버는 BJ도 있다. 그중 수수료 몇 %를 우리가 받는다. 더불어 스푼과 제휴한 전문 성우가 출연한 오디오 드라마에서 수익이 난다. 광고를 통한 수익은 마지막 고려대상이다. 아직 시행하고 있진 않지만 계획에는 있다.

라디오 콘텐츠 큐레이션을 하지 않는 이유, 차별점과 다양성 제고

흔히들 팟캐스트라고 부르는 게 있다. 애플의 라디오 검색 기능으로, 사용자 편의 서비스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해당 플랫폼의 콘텐츠를 들을 수 없어서 팟캐스트 주소를 복사해 공유해 듣는다. 국내에도 이런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우리도 제공 할 수 있지만 현재 고려하고 있진 않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이를 서비스하게 되면 일반 팟캐스트와 다를 바 없고, 크게는 다양한 콘텐츠 수급이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는 대부분 정치, 시사 위주다. 스푼의 주요 타겟 고객은 20대인데, 이들에게 정치, 시사 콘텐츠는 수요가 적다. 그들이 선호하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한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한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일정 수준이상 확보되기 전까진 큐레이션 기능은 도입하지 않을 계획이다.

타겟 마케팅을 추구한다.

기본적으로 100만, 200만 다운로드가 되려면 광고를 잘 해야한다. 그래서 우리는 바이럴 광고를 통해 특정 타겟 층을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

 

▲Part 5. 재정비 기간을 거쳐 한국발 해외 서비스로 나아간다.

우릴 믿어준 500스타트업에서 다시 한 번 서비스를 분석한다.

2년전 첫 사업으로 500스타트업 SF 배치(Batch) 프로그램에 선정됐고, 올해는 스푼으로 다시 500스타트업 서울 배치(Batch)에 들어 가기로 결정 했다. 팀원들의 개인 역량 강화 및 서비스 재분석과 보완을 위해 참가를 결정했고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올 하반기, 해외진출한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4개국에 올 하반기 진출할 계획이다. 이들 국가는 한국에 스마트폰이 막 도입했을 때와 비슷하고 두터운 청년층이 있다. 해당 국가 청년들은 웬만한 앱은 신기해서 다 다운로드 사용해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모바일 인프라 수준이 높지 않기에 동영상을 마음껏 보기 어려운 환경이다. 때문에 데이터에 고민을 덜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가 빈 시장을 채울 수 있겠다고 봤다. 그리고 10~20대 인구 수가 여전히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우리 서비스의 현재 사용자 80%가 20대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수요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예상대로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망할 것이 두려워 도전을 주저하고 싶진 않다. 우리 팀의 바람은 한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거다. 언제 어디서든 녹음해 파일을 올리고, 가지고 있던 파일도 다른 이와 공유하고 언제든 듣고 싶은 콘텐츠가 있을 땐 들을 수 있는 오디오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Part 6. 잘 하는 사업가로 남고 싶다.

사업을 ‘잘’ 하고 싶다.

예전 모토는 열심히 하는 거였다. 지금은 잘하는 게 목표다. 사업은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된다. 사업은 대학교 동아리가 아니다. 시장에서 냉정하게 평가받고 수익을 내야하는 만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중이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늘 힘들지만 재밌다는 거다. 오히려 사업을 늦게 시작한 게 후회가 된다. 지금보다 나이가 더 어렸다면 기회가 더 많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우리 팀과 나도 오뚝이 같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마음으로 더 나아가려 한다.

[Startup’s story #336] “아시아 최대 패션1번지는 우리 손으로”, 브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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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가로수길에서 친구와 만나 길을 걸어가다 마음에 드는 블라우스를 봤다. 옷은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갈 길이 바빠 굳이 매장에 돌아갈 순 없었다. 그래도 걱정은 없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는 제품이 온라인에도 있기에 그때 봤던 옷을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자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시켜 온.오프라인 간 활발한 거래를 도모하는 플랫폼 ‘브리치’는 이진욱 대표와 뜻이 맞은 동료들이 의기 투합해 만든 패션 오투오 전자 상거래 서비스다.

이들은 회사가 설립된 2014년부터 지금껏 가로수길 오프라인 매장 점주를 일일이 만나 입점을 설득하고 거리 지도를 만드는 등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사업을 성장시켰다. 그 결과 월 방문 고객 70만 명, 연간 거래액 100억 원을 돌파한 서비스로 성큼 올라섰다.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과 연결해 고객과 소통하고, IT 혁신을 더해 ‘낡고 고루한’ 기성 세대 식 패션 비즈니스를 탈피해 자신들만의 패션 제국을 세우겠다는 이진욱 브리치 대표를 만났다.

이진욱 브리치 대표

B:rand, 우리가 만든 브리치

잘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서비스…오프라인 DB를 접목한 패션 버티컬 플랫폼

우리 서비스는 사업 아이템이 정해지고 난 뒤 셋업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 모인 뒤 만들어진 게 특징이다. 각자 영역에서 워낙 잘 하던 친구들이었고 그들과 어떤 사업을 할 지 고민한 뒤 나온 게 지금의 브리치다.

그들과 잘 할 수 있고 익숙한 걸 다루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중 패션 영역에선 미미박스 같은 버티컬 플랫폼이 없다는 걸 파악하고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패션 플랫폼은 이미 잘하고 있는 업체가 많았다. 우리만의 차별점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한 엣지는 ‘오프라인 데이터’였다.

업데이트 된 품목만 15만개, 오프라인 데이터를 접목한 온라인 플랫폼

기본적으로 커머스의 본질은 남들과 다른 상품, 좋은 품질, 그리고 가격 경쟁력이다. 그게 만족되고 나면 참신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차별점이 오프라인 데이터를 포함하는 것이기에 가로수길 매장에 있는 물품 정보를 넣어서 보여줬다. 그 결과 현재 약 15만개의 데이터가 확보되엇고, 제휴된 매장은 천 곳이 넘는다. 올해 안에 20만개의 정보를 선보일 예정이고 서울의 트렌디한 지역 옷가게 정보를 보유하고 있기에 부산과 광주 등 지역에서도 차츰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같은 물건을 더 싸게’…커머스의 순기능과 선의의 경쟁을 독려한다

브리치에 입점한 매장은 나고 듦이 자유롭다. 대부분은 한번 들어오면 안 나가긴 하지만, 가끔 퇴점 하는 매장이 있긴 하다. 기준치에 비해 온라인 매출이 순조롭지 않은 매장들이 그렇다. 온.오프라인간 매장 운영이 잘 되는 요건은 오프라인의 경우 장소가, 온라인의 경우 상품 경쟁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우리 플랫폼의 특징은 장소가 아니라 동일한 조건의 물건을 전시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가격이면 더 나은 조건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 이렇게 생기는 생태계의 순기능을 장려하며 나아가려고 한다.

고객 맞춤 UX를 구현한다.

브리치의 비전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데이터 접근성을 넓히는 것이다. 이를 위한 데이터는 어느정도 쌓였다. 지금까진 일렬로, 고객 맞춤 추천 방식 등으로 보여줬는데 이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온.오프라인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이를 테면 고객이 우리와 제휴한 오프라인 매장 앞을 지나가면 푸시를 통해 제품을 알리거나 하는 방식이다. 이를 옴니채널이라고 하는데, 이를 우리 UX에 활용하는 게 하반기 계획이다.

총 투자금 35억, 온.오프라인 플랫폼 고도화에 힘쓸 것

투자금은 온.오프라인 분야에 각각 쓰일 예정이다. 우선 온라인 분야에선 통합물류,콘텐츠,기술 고도화에 집중된다.

오프라인 쪽도 견고하게 다지고 확장할 생각이다. ‘리치마켓’이라는 게 있다. 팝업스토어로 진행했던 매장인데 앞으로는 매장 수를 늘려갈 거다.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를 많이 만나야 서비스가 굳건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나온 결론이다. 온라인 커머스는 크고 성장하는 영역이지만, 지금껏 이어져 온 오프라인 시장을 소홀히 하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대기업도 철수한 사업모델…후발주자가 나와도 자신 있다.

운영 노하우가 관건인 사업이다. 우리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 한 대기업에서 브리치가 출시된 지 두 달 만에 런칭했었다. 그러다 최근 2년간 운영하던 사업을 접었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린 작은 회사지만 어느정도 포지션 우위에 있었고, 우리식 데이터 구축은 대기업이 쉽게 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소신 있게 사업을 운영할 거다.

 

R:oadmap, 우리의 로드맵

선택과 집중으로 얻어낸 15만 건의 오프라인 데이터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영업은 어렵다. 그걸 알고도 접근했다. 초반 1년 간은 터를 잡은 가로수길 모든 매장에 다니며 영업을 했다. 주로 거리의 ‘터줏대감’에 집중 타겟 했다. 보통 거리에서 장사를 오랫동안 잘 해왔고, 고정 팬이 있는 매장을 먼저 공략한거다. 그런 매장이 우리와 협업하기 시작하면 다른 곳을 설득하기 쉽다고 봤다.

발품 팔아 만든 매장 지도, 터줏대감과 지역 상인의 마음을 사로잡다.

우선 터줏대감 기업을 알아보는 기준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키워드 쿼리가 높아서 블로그나 웹문서 정보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발품이다. 거의 매일 거리 시장조사를 다니고, 그걸 토대로 거리 매장 지도를 만든다. 우리가 이걸 만든 이유는 구글과 네이버 등 일반 포털에 나오지 않는 가게가 많아서 데이터를 놓치기 쉽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만들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가게 정보도 많이 알게 된다. 1층 가게가 아니라 지하에도, 2층에도, 혹은 샵인샵 개념의 가게도 알게 되는 거다.

이 지도는 우리가 해당 지역에서 그들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현재는 가로수길 이외에도 홍대, 압구정 등지의 지도를 보유한 상태다.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 사진을 대신 찍어주며 설득했다.

보통 오프라인 매장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업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그 점에 착안해 초반 1년 간은 협업 의사를 보인 오프라인 매장의 제품 사진을 우리가 전부 촬영해 업로드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우리와 함께 하며 매출이 늘어난 매장이 늘면서 먼저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현재 브리치에 입점 돼있는 매장의 90%는 매장쪽이 합류 의사를 밝힌 곳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배송에 익숙지 않아 통합 물류 센터를 운영한다

우리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배송’이다. 우린 특이하게 ‘롱테일’비즈니스가 많은 편이다. 잘 팔리는 것 말고도 구석에 있는 작은 매장에서 물건을 보고 사는 고객을 둔 업체라는 뜻이다. 이런 제품을 포함하기에 늘 크고 작은 C/S 문제가 있다. 중개플랫폼으로서 책임감을 느껴서 통합 물류 센터를 열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우리의 방향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여서 신경 쓰며 운영하고 있다.

비플로우,비스토리,비플…우리가 생각하는 3가지

통합물류센터 외에도 비플로우, 비스토리,비플 등 3가지 주제로 올해 비전을 보고 있다.

먼저 비플로우는 상품 준비-포장-배송 등 과정이 무리 없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통칭한다. 표면적으론 브리치는 패션커머스 업체지만 물류 배송 등을 통제할 IT시스템이 함께 성장해야 롱런할 수 있다. 그래서 비플로우를 통해 고도화된 물류 업체로 거듭나려 한다.

비스토리를 통해서는 다각도의 브랜딩을 할 계획이다. 콘텐츠에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이입하는 작업이다. 비플은 ‘이미지 검색’ 등 패션과 IT를 접목한 기술이다.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과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 매칭해주는 것, 혹은 GPS에 기반해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보고 맘에 들어했던 제품을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기게 하는 것들인데, 이를 통해 우리가 보유한 데이터에 좀 더 많은 이가 접근할 거라 보고 있다.

 

I: dentity, 우리만의 정체성

3년 간 가로수길에서 패션 한 우물만 파다.

브리치는 2014년 10월 처음 설립됐다. 올해 10월이면 만 3년 째인데, 이쪽 업계는 꾸준히 해서 신뢰를 얻었다.  그러나 대중 인지도는 아직 갈 길이 멀다.

10년간 커머스를 해온 자타공인 ‘커머스쟁이’

나는 지마켓과 위메프 등 커머스 기업에서 온라인 유통을 10년 정도 했다. 농수산품부터 음식, 패션.뷰티 등 다양한 품목을 다뤘는데, 그 중 평소에 관심 많았던 게 옷이었고 그만큼 재미있었다. 이를 인정받아 지마켓 재팬이 설립 됐을 당시 일본에 건너가 4년 간 패션MD로 일했다. 꾸준히 일 해오던 중 내 사업을 해보고 싶어 지인들과 함께 만든 게 브리치다.

낡고 오래돼 ‘구식’이라는 편견이 있는 패션분야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싶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섬유 산업의 강국으로 불렸다. 그래서 당시 성공한 방식이 고스란히 전해져 내려와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어쩌면 브리치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기회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낡고 오래됐지만 새로운 걸 적용하면 튀는 회사가 될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새로운 감성과 판매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 뿐만 아니라 스타일쉐어, 지그재그 등 젊고 톡톡 튀는 패션 커머스 기업이 있어 든든하다.

 

C:ommunity, 우리에게 커뮤니티란

커머스의 가장 큰 가치는 ‘상생’, 협력은 언제나 열려 있다.

브리치의 데이터를 갖고 싶으면 제휴를 맺으면 된다. DB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다. 데이터 제공자 역할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우리는 무한 경쟁보다는 모두가 나눠 잘 살 수 있는 상생을 지향한다. 유통에선 기본적으로 독점은 무의미 하다. 해야만 한다면 꼭 필요한 분야에서 퍼스트무버가 되는 것 말고는 다른 데 힘을 쏟고 싶지 않다.

참고로 스타트업에겐 우리 데이터를 세 번 오픈했다. 앞으로도 협업을 제안하는 곳과는 흔쾌히 함께 할 생각이다.

규모 상관없이 같이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조직이라면 열려 있어

지금껏 인수 제안은 4번 정도 있었다. 서로간 합이 잘 맞지 않아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열려 있다. 회사 규모 상관없이 함께 일하는 팀원이 모두 같이 성장하고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조직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H:orizon, 우리의 지평

한중일을 아우르는 사업을 하고 싶다, 어쩌면 동남아시아에서도

브리치 매출 전체 95%는 한국에서, 가로수길 매장 매출의 70%는 외국인 고객으로부터 일어나고 있다. 특히 요우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올 하반기엔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보려고 준비중이다.

또한 일본과도 연계를 고려 중이다. 일본에서 MD생활을 하기도 했기에 그들의 쇼핑 환경은 어느정도 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오프라인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기업이 있어도 온라인에선 구매하기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일본 오프라인 상품을 한국에서도 살 수 있으면 좋지 않겠나. 우리가 그것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 이를 테면 도쿄 하라주쿠의 작은 가게에서 파는 물건을 한국에서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도 한국 패션을 좋아한다. 구체적인 시기가 정해지면 진출할 생각이다.

상생 하며 모두가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 것

유통업의 본질은 무조건 상생이라고 생각한다. 브리치의 고객과 고객사가 돈을 잘 벌어야 우리가 잘 될 수 있는 구조다. 사실 이건 모든 사업의 핵심인 것 같다. 영화에서도 그런 대사가 나오는 걸 봤다. ‘내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으며, 그들이 무엇을 요구하는 지 알면 성공한다.’

고객과 고객사도 있지만, 브리치를 만들어가는 팀원들도 있다. 결국, 우리와 함께하는 모두가 다 잘 되고 성장하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곳이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다.

Be rich, 우리와 관련한 모두가 부자 되길

우리 브랜드 이름은 ‘Be rich’, 부자가 되자는 단순한 뜻에서 기인했다. 회사의 방향은 사명대로 간다고 믿는다.

한국의 죠죠타운을 꿈꾼다. 

일본에 죠죠타운이라는 플랫폼이 있다. 일본에서 패션 커머스 분야 1등 업체이자 4조원 규모의 대기업이다. 이 플랫폼의 특징은 누구나 아는 명품도 있지만 일본의 하우스 브랜드를 많이 취급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한국의 죠죠타운이 되고 싶다.

말보다는 행동…’숫자’로 증명하겠다

브리치에겐 여전히 해결 안된 문제와 부족한 점이 많다. 우리가 생각한 논리대로 흘러가지 않을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재능과 경험을 가진 팀이라고 자부한다. 이 과정을 숫자로 증명해 보이겠다.

우리의 장기적인 목표는 동양에서 가장 큰 패션 거리를 떠올렸을 때 그 안에 ‘브리치’를 같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달라.

[Startup’s story #337]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창업 이야기를 전한다. ‘비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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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반 전, 새로운 스타트업 미디어가 업계에 첫 발을 디뎠다. 이들은 텍스트와 사진이 주를 이루는 기존 미디어 사이에서 ‘영상’을 승부수로 던지며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 미디어는 콘텐츠 유통방식이 독특하다.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운영하는게 아니라 네이버TV포스트, 오디오클립 등 네이버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통해 3만 명의 디지털 구독자 수도 확보했다. 미디어 ‘비즈업’ 얘기다.

비즈업은 열심히 현장을 누비고 다니며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창업 이야기’를 통해 독자와 만나고 있다.

“벌들은 뾰족한 침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꿀을 만든다. 우리도 벌처럼 열심히, 그리고 날카로운 인사이트로 꿀처럼 달콤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유병온 비즈업 대표를 만났다.

유병온 비즈업 대표 /사진=플래텀DB

Part.1 우리가 만드는 벌집: 비즈업

벌들의 업을 다뤄 꿀처럼 달콤한 보상물을 만든다.

비즈업이라는 명칭은 중의적 의미를 담고있다. 비즈니스(Business)의 ‘비즈’에 업(Up), 즉 ‘당신의 사업가치를 높인다’는 의미, 그리고 ‘벌들’이라는 ‘Bees’와 업(業)이라는 한자가 결합한 ‘모두의 업 이야기를 다루는 벌들’이라는 의미가 그것이다.

벌은 날카로운 침을 가지고 있다. 이를 사용해 만든 결과물은 달콤한 꿀이다. 우리는 벌처럼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통해 꿀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려 노력중이다.

홈페이지 없는 언론사. 뉴미디어의 본질은 플랫폼이 아닌 채널

비즈업은 영상과 텍스트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기자들로 이뤄진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우린 자체 플랫폼인 웹페이지가 없다. 대신 소셜네트워크와 포털을 활용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기사를 유통시키고 있다.

언론사는 외형적으로 보면 콘텐츠 제작 기업이고 비즈니스 모델로 보면 플랫폼 기업이다. 즉, 플랫폼에 콘텐츠를 모은 뒤 독자들에게 광고를 보게 한 뒤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기존 언론이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에 잠식당하고 있어 독자들이 더이상 언론사의 플랫폼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언론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플랫폼 기능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상당수 언론사들은 쉽게 수익을 내는 방식을 취한다. 돈이 나올 곳을 비판하거나 찬양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다수의 언론사가 이러한 비정상적이고 왜곡된 방향으로 가기에 미디어의 본질인 ‘공공성’이라는 의미가 퇴색되는 거다. 우린 이 모델을 부숴보고 싶었다.

먼저 ‘언론사=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버리기로 했다. 지금껏 홈페이지에 신경을 쓰지 않은 이유다. 우리 플랫폼은 현재 본격적인 콘텐츠가 어디 있는지를 안내하는 이정표에 불과하다. 뉴미디어의 홈페이지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정치적, 선언적 의미를 담았다. 대신 수익 모델을 다양화하는 작업을 했다.

수익모델은 기성 언론과 뉴미디어의 경계에서

뉴미디어가 기존 언론과 다를 수 있는 수익모델은 두 가지다.

먼저 유료 컨텐츠 형식이 있다. 언론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방식이지만 국내외적으로 성공 사례가 적다. OECD 기준 한국의 유료 콘텐츠 구매 비율은 전체 6%로 최하위다. 우리가 시도하기에 이 모델은 위험부담이 너무 커 고려대상에서 제외했다. 두 번째는 MCN모델이다. 이는 유튜브에서 콘텐츠 클릭 수에 기반해 광고 수익을 내는 구조다. 클릭 수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MCN사는 가벼운 소재의 콘텐츠를 재미 위주로 기획한다. 이는 콘텐츠를 최대한 부담없이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언론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공공성이 침해될 수 있는 구조다. 더욱이 MCN사는 언론이 아닌 뉴미디어다. 비즈업은 언론을 지향하는 만큼 이 모델도 지양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광고’다. 언론사라면 이를 배제한 수익 모델을 찾기 어렵다. 언론사는 광고의 효과가 제대로 날 수 있도록 하고, 광고주는 유의미하게 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구조여야 한다. 관건은 광고주가 언론사에 광고를 했을때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형태가 무엇이냐는 거다.

어떤 언론이든 잘하는 건 콘텐츠 제작이고 우리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착안해 대중에게 친근한 브랜디드 콘텐츠(광고)를 동영상 방식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광고주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지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조정하면 기존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스타트업과 자영업자 등 창업 분야를 취재한다. 이들중 상당수가 우리가 만든 영상물에 니즈가 있는 편이다. 그 외엔 의뢰 받아 만든 기업 스토리텔링 콘텐츠, 자체 제작한 도서에서의 출판 수익이 발생한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기업들의 요청이 들어와 만들기 시작했다. 비즈업의 콘텐츠를 우연히 접한 이후 내용이 좋다며 제작이 들어온 경우다. 그걸보고 수익 모델로 삼았다.

Part.2 벌에게 있는 날카로운 침: 콘텐츠

내 주변인의 특별한 이야기를 다루는 언론사

기존 매체는 유명인의 얘기를 담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비즈업은 이와 다르게 가고자 한다. 자신의 업을 잘 꾸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우리 모두는 특별한 이야기를 갖고 있지 않나.

‘스토리텔링’ 기본을 충실히 따른다.

설립 초반엔 영상을 잘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기존 제작업체의 영상미를 따라잡을 순 없었다. 콘텐츠 고민을 하던 차에 누군가 ‘비즈업은 스토리텔링을 잘한다’는 얘길 했다. 기자는 흩어져 있는 얘기를 한데 묶는 직업이다. 우리의 장점도 거기에 있었다. 우리가 가진 스토리텔링 능력을 영상에 대입하니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

꾸준히 읽히는 인간적인 콘텐츠를 생산해야

기존 뉴미디어는 대개 가벼운 주제를 가볍게 다뤄 팬을 형성한다. 이 방법으로 성공한 기업도 여럿 된다. 다만 너무 가볍기만 해서는 하락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즈업은 꾸준히 읽히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그러기 위해 뉴미디어의 접근성과 매체의 진정성 및 따뜻함을 콘텐츠에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

기자 각각의 인사이트를 담은 콘텐츠를 만든다.

기본적으로 우린 사실에 기반한 기획 기사를 추구한다. 팩트만 나열해서는 다른 매체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텍스트 기사도 그런 식의 차별점을 둔다. 인사이트 있는 기사를 추구하는 것은 다른 매체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린 여기서 내용과 형식에서 차이점을 가지려고 한다.

Part.3 벌집을 만드는 벌들: 사람

국제부와 디지털 미디어부에서 일하며 뉴미디어의 꿈을 키우다.

서울경제신문에서 9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퇴사하기 전 거쳤던 부서는 국제부와 디지털 미디어부였다. 국제부에 있을 땐 뉴욕타임즈, 허핑턴포스트 등 해외 유수의 언론을 접하며 뉴미디어에 관심을 가졌다.

“새로운 언론을 만들어보자” 설득해 팀을 꾸렸다.

나를 포함해 회사엔 총 5명이 근무한다. 그 중 올해 합류한 팀원을 제외하곤 모두 같은 언론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가진 재산 상황을 공개하고 ‘기존 언론과 다른 새로운 언론’을 만들어 보자고 설득했다. 함께 하면 분명히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도 봤고. 그렇게 시작한지 반년만에 길이보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만족할 만한 대우를 받는게 아님에도 열정을 가지고 일해주고 있어서 모두에게 고맙다.

영상 제작&취재 가능한 ‘멀티플레이어’의 집합

팀원들 모두 두가지 이상의 능력을 지녔다. 기사도 잘 쓰고 영상도 잘 만든다. 여기에 인포그래픽 제작도 훌륭하다. 주위에 인복이 많다고 항상 말하고 다닌다.

비즈업의 공식적인 출.퇴근 시간은 아침 10시~ 7시다. 근래 일이 너무 많아서 그 시간에 아무도 가지 않고 업무를 하고있다. 팀원들이 이렇게 고생하는데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비즈업을 운영해가는 다섯 명의 팀원들 /사진제공=비즈업

 Part.4 벌이 열심히 드나들면 만들어지는 꿀: 팬덤

블루오션이 될 거라 믿은 창업 미디어, 이미 선발주자가 있었다.

퇴사한 뒤 창업을 주제로 한 미디어를 선택했지만, 기자 시절에 창업을 주제로 기사를 써본 적은 없다. 당연히 취재처도 몰랐고 네트워크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분야를 선택한 이유는 하나다.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 언론은 ‘돈 안되는 곳’이라는 판단에 창업 분야에 신경을 덜 썼다. 이들의 예측과 달리 몇 년 전부터 창업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고 정부 지원도 활발했다. 이 곳에서 기반을 다지면 기존 언론과의 경쟁에서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비즈니스 기회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나와서 찾아보니 웬걸, 훌륭한 선배 미디어가 많았다.

국내 유명 스타트업 미디어와 우리와의 가장 큰 차이는 ‘팬덤’의 유무라고 본다. 비즈업을 둘러싼 팬덤 현상이 없다는 게 우리로선 큰 고민이다. 올 초 연례 회의 때부터 지금껏 고민했으나 아직 뚜렷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 매체의 확실한 지지층을 만드는 게 올해 목표다.

투자유치? 언론의 가치와 사업적 조언이 가능하다면

현재 투자 유치 계획은 없다. 미디어 분야에서 확실한 팬덤이 없으면 어디에서든 투자 받지 못한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다. 그리고 투자유치는 언론 미디어를 운영하는 데 있어 좋은 방식은 아니라는 거다. 지금까지 투자자 미팅은 몇 번 해봤다. 좋은 분들이었지만 이들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거였다. 미디어의 본질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공공성이다. 그걸 충족하고 잘 해냈을 때 사업적으로 보상을 받는 게 돈이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투자자는 비즈니스 모델을 먼저 생각한다. 그걸 따르면 공공성과 우리의 정체성이 무너진다. 결국 비즈업을 창업한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 한다는 건 아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언론적 가치를 인정하고 동시에 사업적으로 조언해줄 투자자라면 가능하다고 본다.

 ‘기레기’소리 안 듣는 언론사이길 희망한다.

다수의 언론사가 답보되어 있고, 나아질 기미가 없다. 그 안에서 일하는 기자는 ‘기레기’ 소리를 듣는다. 많은 기자들이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기자가 됐을 거라 본다. 선의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보상은 터무니없이 적고, 대중은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게 현실이다. 비즈업은 그 소릴 듣지 않도록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제작자에게 합당한 처우를 보장하는 언론사를 지향한다. 기자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동시에 의미 있는 소득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작지만 뚜렷한 목표다.

좋은 콘텐츠, 팬덤, 그리고 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장을 만든다.

비즈업의 목표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내년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거다. 팬덤을 확보하고 언론의 정체성을 지키며 달성하려고 한다.

그 다음 하고 싶은 건 홈페이지를 정비하는 것이다. 기존 언론사의 웹페이지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에 머물렀다면 비즈업의 플랫폼은 그 이상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구성하려 한다. 독자들이 필진이 돼 콘텐츠를 만들고, 필요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트위터 창립자가 만든 ‘미디엄’은 트위터의 180자 한계를 넘어 자유로운 콘텐츠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한 블로그 사이트다. 비즈업도 이런 형식을 지향한다. 우리 홈페이지에서 창업을 주제로 다양한 이들이 글을 쓰고, 읽고, 공유하길 바란다.

[Startup’s Story #338] ‘4만원 대 캐리어’로 크라우드펀딩 10000%를 넘긴 기업 ‘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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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디자인, 스마트 트랙킹 기능까지 장착한 캐리어를 4만9천 원에 판매하면서, 샤플은 SNS 상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서는 몇일 째 모금액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모금일이 10일 가량 남은 현재, 샤플은 목표 모금액의 18,000% 이상을 달성했다. 캐리어 전문 회사일까? 저렇게 팔아서 남는 건 있을까?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디자인 크라우드 플랫폼 ‘샤플(SHAPL)’의 진창수 대표를 만났다.

샤플 진창수 대표

■ 캐리어 회사? 킥스타터? 퀄키? 도대체 정체가 뭔가요?

샤플이라는 기업 자체를 캐리어를 통해서 알게 됐다. 샤플은 캐리어 회사인가?

아니다. 이번 와디즈를 통해 진행한 Dr.Nah 캐리어는 우리 프로젝트 중 하나일 뿐이다. 샤플은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제품 디자인을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디자인 크라우드 플랫폼이다. 디자이너와 소비자, 두 집단에게 안정감있게 샤플을 소개하기 위한 채널로 와디즈를 선택했다.

킥스타터, 인디고고와 유사한 모델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전혀 다르다. 그들은 중개 플랫폼이다. 생산자가 따로 있고, 그들과 구매자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에 머문다. 생산, 유통에 관여하지 않다보니 여러 문제가 생긴다. 펀딩은 받았는데 양산이 늦춰져 소비자들이 성토하는 경우도 많고, 배송 사고도 잦다. 킥스타터와 같은 플랫폼은 이런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는다고 이미 명시하고 있다. 철저히 삼자의 입장인거다. 그러다보니 소비자가 환불 수수료를 무는 등의 피해 사례가 적지 않았다. 완성도에 대한 확인 없이, 자극적인 아이디어만을 전시하려고 하는 플랫폼의 욕심도 폐해를 부추겼다. 과도한 마케팅의 피로감과 가격 부담은 소비자가 모두 떠안게 되어 있다. 장기적으로, 중개 플랫폼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고 본다.

중개에 머물지 않고, 생산과 유통을 전담한다는 점은 퀄키*와도 비슷해보이는데.  

다르다. 플랫폼에 모인 아이디어를 현실화, 상품화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하지만 자격조건 없이 모든 대중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받았던 퀄키와 달리, 샤플은 제품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만을 취급한다. 퀄키가 파산한 이유는, 점점 아이디어를 위한 아이디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비전공자, 비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려다보니 실용성이나 퀄리티 측면에서 좋은 제품들이 꾸준히 생산될 수 없었다. 또 유통 채널을 다방면으로 넓히다보니, 그에 따른 수수료 부담이 적지 않았고 결국 생산가와 판매가 차이가 커졌다. 비싸진거다. 이 틈새로 이른바 ‘짝퉁’ 들이 들어왔다. 몸에 걸치는 의류와 달리, 집에 두고 쓰는 가전 제품의 경우 기능만 비슷하다면 모조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결국 소수의 팬덤에게만 사랑받는 플랫폼으로 전락하면서 퀄키는 시장에서 뒤쳐졌다.

*퀄키(Quirky) : 미국의 크라우드소싱 아이디어 상품 개발 플랫폼으로, 2009년 설립되어 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지만  2015년 9월 파산 신청을 하며 폐업했다.  

퀄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샤플은 어떤 방식으로 생산과 유통을 진행하고 있나. 

앞서 말했듯, 전문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 대학 졸업자들과 같은 전문가로부터 디자인 아이디어를 받는다. 그들 중 500명 이상의 소비자에게 ‘좋아요’를 받은 제품은 샘플을 만들어 선판매를 한다. 일반적인 크라우드 펀딩 방식이다. 최소 수량은 5천 개로, 5천 개가 선판매 완료되는 순간부터 생산이 들어간다. 주문부터 생산까지는 두 달 정도가 걸린다.

■ 거품 가격 – (포장·조립비용+유통수수료+오프라인 운영비) = 4만9천 원 캐리어 

단도직입적으로, 그 정도 품질과 디자인의 캐리어를 어떻게 4만9천 원에 판매할 수 있나? 남는 건 있는건가. 

당연히 있다. 나름의 생산 혁신을 이뤘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이 생산 혁신을 기계화, 자동화와 같은 생산 구조 변화에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진짜 생산 혁신은 유통과 맞닿아 있다. 생산 비용의 40% 이상이 제품 조립과 포장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오프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할 경우, 포장까지 깔끔하게 완료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기 때문에 완조립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상세 페이지를 통해 사용자가 조립법과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별도의 화려한 포장 없이 박스에 넣어서 반조립 상품을 보내기 때문에, 생산 단가의 40%가 낮아진다. 배송은 광저우에 있는 자체 물류 센터에서 직접 45개국으로 배송한다. 여기서 컨테이너 박스에 들여올 때 부가되는 중간 유통 비용이 생략된다. 이런 구조를 만드는 게 생산 혁신이다.

이케아(IKEA)와 비슷한 구조인가. 

비슷한데, 이케아는 오프라인 중심의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비가 많이 들어간다. 우리는 온라인 홈페이지 내에서만 독점 판매를 하고, 직접 전세계로 배송을 보내기 때문에 운영비 부담도 없다. 또 독점 판매를 하기 때문에, 각 유통 채널과 바이어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도 없다.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퀄키처럼 모조품이 등장할 수도 있고, 제품이 잘되면 디자이너가 직접 생산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지 않나. 

디자인 저작권은 디자이너에게 있고, 생산과 판매 독점권을 샤플이 가진다. 마치 작곡가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음반사와 같다. 직접 생산은 엄두를 못낼거다. 그 누구도 이 가격으로는 못 만들고, 못 판다. 디자인만 해도 제품이 잘되면 저작료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을 밟으려는 디자이너는 없다. 같은 이유로 샤플 제품은 짝퉁이 나올 수가 없다. 생산가와 판매가의 틈이 워낙 좁기 때문이다. 이 틈새를 뚫고 들어오기에는 타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효율이 너무 낮다.

생산가와 판매가의 틈이 좁다는 것은, 수익이 적다는 말인데.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한 바이어에게 10만 개를 판매하는 것보다, 10만 명의 소비자에게 제품 하나씩을 판매할 때 수익율은 되려 높다. 바이어에게 대량으로 제품을 넘기게 되면, 단가를 훨씬 낮춰서 줘야 한다. 하지만 샤플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하면, 샤플과 소비자 양측 모두에게 좋은 가격으로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때 전제되어야 할 것은 10만 명이 샤플 사이트에 들어와 제품을 사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위해 와디즈를 통해 우리 채널을 홍보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모금일이 10일 정도 남은 현재, 목표액의 18707%(약 9억3천억 원)를 달성했다. 와디즈를 포털에 검색하면 샤플 캐리어가 연관 검색어로 뜨더라. 이렇게까지 성공할 거라고 예상은 했나. 

못했다. 1억만 해도 잘된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고, 배송 속도에도 민감하다. 그러나 이번 와디즈 프로젝트에서 검증되고 있는 사실은, 한국의 소비 문화가 실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디자인, 품질, 가격의 거부할 수 없는 제품을 내놓으니, 전혀 유명하지 않은 ‘샤플’이라는 기업이 판매를 해도 산다. 심지어 배송이 두달 뒤인데도. 샤플 자체 플랫폼에도 하루 평균 방문자가 100명 정도씩 늘어나고 있다. 18일 이후에는 샤플에서만 판매가 되니, 수익 전환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화제가 된 캐리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독일 레드닷 디자인어워드, DFA(Design For Asia)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나건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제품이다. 본인이 자주 해외 출장을 다니며 캐리어에 가지고 있었던 바람들을 샤플 캐리어에 담았다. 아주 기본적이고 심플한 캐리어다. 뭘 더해서 만든 게 아니라, 필요하는 것을 모두 뺀 디자인이다. 다만 내구성이 좋도록 소재와 바퀴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다.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서 사용하는 트래킹 기능도 더해졌다.

■ 전 세계에 있는 공장을 ‘내 공장’처럼 쓸 수 있는 3가지 방법 

많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중국 양산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의사소통도 힘들고, 품질도 확신 못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더 싸게 만들어서 더 많은 수익을 내려는 욕심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제 값주고 만들려고 하면, 다 잘만들어준다. 중국 공장들도 당연히 철저히 계산적으로 움직이진다. 싸게 만들어서, 저질 제품이 생산되고, 그걸 구매한 소비자들도 불만족스럽고.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다 보니 중국 현지 생산에 대한 나쁜 인식이 생겼다. 현재 샤플 캐리어는 유명 캐리어사인 S 기업과 같은 공장에서 생산을 한다.

중국 공장에서 ‘우수 고객’으로 인식되는게 중요하다던데. 

맞다. 모든 OEM 생산에서, 현지 공장을 내 공장처럼 쓸 수 있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가 초도 물량 확보다. 한번에 100만 개씩 생산을 해버리면, 브랜드 인지도가 없어도 공장 내에서 그 기업 물건 생산에 대한 우선 순위가 높아진다. 그 다음이 브랜드력이다. 마지막이 재구매력인데, 얼마나 자주 그리고 빠르게 재생산을 하는 지도 아주 중요한 요소다. 샤플은 선판매를 하니 초도물량이 확실하다. 또 판매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바이어에 비해, 중간 유통 과정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하는 샤플의 경우 재구매력도 높은 편이다. 다양한 현지 공장을 우리 공장처럼 이용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제품 품목에 따라 생산하는 공장도 달라질 것이다. 어떻게 다양한 공장과 연을 맺었나. 

2007년 이라크 파병을 갔다. 그 때 미군들과 생활하며, 이동이 잦은 사람들에게 샤워 용품을 챙겨다니는 것이 귀찮은 일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그 때 만든 게 스마트 샤워용기다. 2013년 당시 1인 창업으로 시작해 킥스타터에서 5만5천 달러 펀딩을 받고 45개 국에 판매를 했다. 당시에 대부분의 플라스틱, 실리콘 공장과 관계를 맺었다. 캐리어 공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연을 맺게 됐다.

전세계 4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스마트 샤워 용기

1인 창업자로, 혼자 제품 양산과 배송을 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가방 제조 회사를 운영하는 누나의 도움이 컸다. 또 매형이 중국분인데, 광저우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계신다. 가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때의 경험으로 중국 현지 생산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은 없었다. 이 스마트 샤워용기를 판매하며 갖춘 지식과 인맥들이 현재 샤플의 자산이 된 셈이다.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제품 아이디어를 내놓을텐데, 샤플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 범위는 어떻게 되나. 

상용화 된 기술 안에서는 모든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까지는 단순 플라스틱 제품만을 생산했지만 말이다. 누군가 노트북 제품을 올려 펀딩에 성공했다면, 세계적인 S 기업과 같은 공장에서 노트북을 생산할 수 있다. 특별한 개발적 이슈가 추가되지 않는 선에서, 디자인적으로는 다 생산이 가능하다.

기술에 대한 저작권 문제는 없나. 

저작권이 개방되어 있는 기술에 한해서는 무한히 가능하다. 저작권이 걸려있는 기술을 꼭 제품에 넣어야 하는 경우에는, 저작료를 지불할 수 있다.

AS는 어떻게 처리하나. 

캐리어의 경우에는 기존 기업들도 무상 AS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사용자의 손을 타면서 생긴 파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1년 무상 AS를 할 수 있는 건 품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또 워낙 제품 단가가 싸다보니, 수리가 아닌 새 상품 교체로 대응할 계획이다. 1년이 지난 후에도 제품이 파손될 경우, 재구매 30% 할인 혜택을 준다. 보통 캐리어 수리 비용보다 싸게 새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 디자인이 곧 언어, 언어 장벽 없는 세계적 플랫폼 되겠다 

프로젝트 상세 페이지를 읽어보니, 투자자들이 샤플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신뢰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더라. 어떤 부분에서였나. 

일단 현재 유행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거다. 기관 투자자들은 돈을 맡긴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한창 트렌디한 분야의 서비스를 발굴하느라 바쁘다. 또 제조 기업에 대해선 무턱대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제품 누구든 따라 만들 수 있지 않느냐’고 하더라. 하지만 그건 IT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돈과 인력이 있다면 어떤 서비스도 만들어낼 수가 있다. 하지만 퀄키도 파산하고, 유사 서비스 중 잘되는 곳이 없다보니 외면을 많이 받았다. 이해했다. 그래서 직접 성과를 보여주자고 마음 먹었다. 우리는 제조사인 동시에 플랫폼을 운영하고, 양질의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의 노트 속에는 아직 현실화 되지 못한 수만가지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다. 우린 그걸 잘 만들어 싸게 판매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향후 킥스타터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샤플이 세계적으로 알려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전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면 더 기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샤플 자체의 가치를 높인 상태에서 현실적인 숫자를 가지고 협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스타 제품, 스타 디자이너가 플랫폼 내에서 탄생하는 게 인지도 확보에 중요하겠다. 

그렇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풍요 속 빈곤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유명 브랜드가 어떤 제품을 내놓으면, 그 기업에 열광하지 디자이너에게 열광하진 않지 않나. 지금까지 브랜드는 기업이 주도해 만들었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강요했다. 하지만 이제 1인 미디어 시대다. 샤플 플랫폼을 통해 각 디자이너의 팬덤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디자이너와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다.

제품의 디자이너를 부각시키는 샤플의 홍보 전략

마지막으로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기본적으로 신예 디자이너와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한다. 나권 디자이너와 같은 셀렙은 물론, 전세계 디자인 학교 졸업생들에게 플랫폼을 알리기 위해 홍보 활동을 할 계획이다. 디자인 자체가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에 지역적인 한계가 없다.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한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샤플 제품의 구매자들은 단순히 그 제품이 아닌 새로운 유통 구조의 혁신을 구매한 것이다. 지금까지 중개 유통 중심의 커머스가 메이저였다면, 앞으로는 샤플과 같은 플랫폼이 전자 상거래의 메이저가 될 것이라 믿는다. 지켜봐달라.

[Startup’s story #339] 점을 이어 세계로 가는 선을 긋는 스타트업 ‘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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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워치’는 시각장애인 점자 정보 단말기의 한계와 저조한 이용률, 고가의 가격대 문제를 해결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닷워치는 일반 스마트워치의 기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사용자의 스마트폰 및 태블릿과 블루투스와 연동해 정보를 점자로 알려준다. 메신저, 문자 메시지, 뉴스 알림 등의 내용을 점자로 확인할 수 있고, 전화를 받거나 끊을 수 있다. 배터리는 약 2주간 유지되며 무게도 27그램으로 가볍다. 세련된 디자인도 눈에 띈다. 특히 시계에 내장된 ‘셀’은 이들의 전매특허 제품으로, 시중에 나와있는 부품 가격의 10%정도밖에 안돼  높은 가격 경쟁률을 자랑한다. 이렇듯 완성도가 높아진 것은 개발사가 시각장애인의 삶을 밀착 취재해 기능을 보완, 세심하게 다듬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개발사인 ‘닷’은 워치제품은 물론 셀을 활용한 제품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인도와 아프리카 같은 빈곤국에 사는 장애인들의 교육 학습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장애로 인해 불편을 겪는 이들의 빈 삶을 채우고 일반인과의 간극을 메우고자 하는 이들, ‘닷’의 강점을 김주윤 대표에게 들어봤다.

#1.전문성: 모든 편의를 고려한 디자인&가격

닷워치…지구촌에 점자를 알리다.

닷워치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쓰는 일반 스마트 워치와 유사한 방식으로 서비스된다. 진동 또는 소리로 메시지나 전화가 온 걸알려주고, 시계 시-분-초도 점자로 표현된다. 시간은 스마트폰의 시간을 같이 쓰기 때문에 오차는 없다. 시계판 아래 4개의 셀로 글씨가 출력된다. 연결된 휴대폰으로 내용을 출력해 읽으면 된다. 버튼 두개를 눌러서 내용을 말로 전달받을 수도 있다. 이 기능은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많이 사용한다. 전화는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용 시계는 일본과 한국에 선발주자가 있다. 이들과 굳이 비교하자면 그 시계는 아날로그 시계라는 것, 우린 스마트 시계란 점이 차별점이다. 그리고 우린 자체 개발한 셀을 사용한다. 시중에 제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한 제품이다. 가격은 시중가의 10%정도여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점자로 출력되는 것에 대부분 의아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점자’를 학습시키기 위함이다. 장애인에겐 점자에 적응하는 기간을, 비장애인에겐 점자를 배워보도록 하기 위해 구현되었다. 시각장애인 가운데 선천적으로 장애인이 된 비율은 생각외로 적다. 불의의 사고 혹은 서서히 시력을 잃게 되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이들에겐 점자 학습이 필요하다. 시각장애인에게 손끝은 눈이 되기에 손끝의 감각을 깨우는 기간이 필요한 거다. 닷워치에는 촉각모드도 있다. 점 개수로 점자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버튼을 누르면 셀이 시,  분, 초로 바뀌는데 이 때 올라오는 점 개수로 시간을 알 수 있다. 이 방식은 점자를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세계에 시각장애인이 2억8,500만명 정도 존재한다. 이들의 가족 구성원까지 포함하면 약 12억명이 시각장애인과 함께 지내고 있다. 이들이 닷 시계를 한번씩 경험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닷이 보는 시장은 정말 크다. 우린 이들의 삶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

시각디자인을 고려한 디자인…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까지 생각하다.

닷워치의 무게는 27그램밖에 되지 않는다. 230여가지의 부품이 들어감을 참작하면 놀랍도록 가벼운 무게다. 아이 손목에 차도 무리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가볍게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 배터리는 충전식이다. 시계를 충전기와 붙여 쉽게 충전할 수 있도록 전자석 형태로 했다. 현재 버전은 방수가 아니지만, 두 번째 버전에서는 방수와 더 오래가는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다.

우리는 유엑스(UX)를 고려하는 편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시각장애인용 보조기기는 다들 보조기처럼 생겼다.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 그런 기기를 쓰면 거기서부터 눈에 보이는 차별이 생겨난다. 우린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시각장애인들도 제품을 받고 나면 예쁘냐고 물어본다. 그 질문은 곧, 장애인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지팡이도 마찬가지다. 지팡이는 중년의 남자장애인만 주로 사용한다. 시각장애인들도 사회 속에서 도드라져 보이지 않고 싶은거다. 게다가 여전히 여성이 시각장애인인 걸 드러내면 위험한 세상이다. 때문에 여성 장애인은 바깥 활동을 동행인과 함께 하는 등 극도로 자제한다. 눈에서 보이는 차별, 보이지 않는 차별 모두를 생각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숙고하고 있다.

제품 점유율 1위업체의 10%밖에 안 되는 가격의 ‘셀’, 빈곤국 시각장애인의 교육 불평등을 해소한다.

2014년 9월 창업을 결심하고 2015년 4월에 회사를 설립했다. 28명으로 불어난 회사를 일구기 까지 가장 신경 쓴 건 R&D 분야였다. 기술파트에 있는 모든 이가 셀을 만드는 데 매달렸다. 그렇게해서 지난해 4월에 생산할 수 있었다.

셀은 시계 단가를 줄이는 데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 셀은 시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 가격의 1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하드웨어 기업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원가 절감 기술이다. 시중가의 10%밖에 안 되는 셀을 탑재한 저렴하고 예쁜 디자인의 시계는 분명히 수요가 있을 거라 본다. 자리를 잡으면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모듈을 활용해 버스 및 지하철 같은 공공수단에서도 점자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닷워치가 궤도에 오르면, 다음은 미니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것으로 전 세계 시각장애인 75%가 살고 있는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보는 점자책은 종이 두께가 두껍다. 점자를 인쇄해야 하고 이를 계속 손으로 읽기 위해 덜 마모돼야 하기 때문이다. 책 한 권당 우리 돈 3,4만원정도 든다. 교과서가 평균 4만원, 필수 과목은 일년에 12과목이니 책 값에만 연간 50만원 정도가 드는 거다. 이들의 GDP가 130만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가격이다. 교육 수준이 낮고 문맹률이 높은 이유는 여기서 발생한다. 인쇄한 책이 아닌 풍부한 소리가 들리는 기기, 미니를 활용해 공부하면 훨씬 나아질 거다.

#2. 노련함&전문성: 하드웨어 전문가,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닷메이트’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제품 양산. CS도 완벽해야

셀이 생산된 만큼 워치와 미니를 구현할 수 있는 기본준비는 되어있었다. 다만 양산하기까지는 오래 걸렸다. 빠른 제작과 생산보다 신뢰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30만원짜리 제품인데 만족스럽지 않은 품질이면 시장에서 인정받기 어렵다고 생각해 최대한 꼼꼼하게 확인했다.

출시 이후에도 지속적인 서비스 응대는 필수다. 우리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소비자와 먼저 만났던 다른 기업 사례를 참고했다. 최근 불거진 몇몇 업체의 논란을 지켜보니 제품 품질 문제 외 빠른 소비자 대응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닷메이트, 일자리 창출도 같이 고려하다.

최근 시각장애인이 우리 제품 구매를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사이트를 개편했다. 이때 ‘닷메이트’를 신설했다. 닷메이트는 우리 제품의 CS를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닷워치 시장조사를 하면서 고객을 많이 만났다. 이들 다수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제활동을 못 하고 있었다. 우린 그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재택근무 형태로 그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시급을 지급하고 근무외 시간에 일하게 되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우리는 시각장애인을 닷메이트로 고용하는 일을 기쁘게 생각한다. 고객을 이해하는 사람들을 우리편으로 만들어서 좋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긍정적으로 사회 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노련한 경험이 강점인 시니어 직원

닷엔 제조 경험이 풍부하고 역량도 뛰어난 시니어 직원이 많다. 이들은 펌웨어와 기기를 노련하고 다뤄주고 있다. 시니어들과 함께 우리 제품 단가가 높게 책정되진 않았는지, 기기에 우리가 미처발견하지 못한 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곤 한다.

#3. 홍보: ‘시각장애인’이라는 세계 공통 타겟에 알린다.

온오프, 국내외 어디서든 제품을 알리다.

전국 30개에 시각장애인 복지관, 12개의 맹학교가 있다. 이들 기관에서 전수조사를 하며 닷워치를 소개했다. 아울러 폐쇄적이지만 입소문이 나면 빠르게 퍼지는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에서 인정받고 싶다. 우리의 진심이 그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동시에 전세계에 우리와 우리 제품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시회를 가더라도 시각장애인 전용 전시에만 참가했다. 우리를 꾸준히 알려 제품을 사용하게 만들고 싶다.

최대한 많은 고객에 닿는 게 목표

닷워치는 현재 영어와 한국어판이 있다. 우리 구매 고객의 거의 대다수는 영미권 고객이다. 우선 지난 4월 영어판을 내놨고 한국어판도 제작했다. 일본어, 아랍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폴란드어, 스웨덴어, 덴마크어, 네덜란드어, 중국어판도 개발 중이다. 점자와 언어는 일대일 대응을 해야 하는 작업이라 최대한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느리더라도 반드시 해낼 거다.

아프리카에서 발견한 닷워치의 기회  

우리나라 많은 시각장애인이 피처폰을 쓴다. 하물며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인도와 아프리카 장애인이 스마트폰을 쓸 확률은 높지 않다. 우리가 이 곳에 진입하려는 건 단순한 시장성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간 교육 불평등 차이를 줄이기 위함이다. 양대륙은 땅은 넓지만 학교는 몇 군데 없다. 학비를 제외한 기숙사비와 교재비는 지원되지 않는다. 학교를 다니더라도 장애물은 계속 나타난다. 배우지 못하면 미래도 불투명하다. 우리 제품을 통해 배우지 못해 생기는 비극을 조금씩 해소해보고 싶다.

#4.자긍심: 대한민국 국민이 투자한 기업

‘Made in korea’에 자부심을 느낀다.

기본적으로 닷은 한국 기업으로 알려지고 싶다. 한국 업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제품에 필요한 부품공장도 국내에 있다. 우리 제품엔 230여가지 부품이 들어가는데, 관련 특허도 모두 한국에 있다. 향후 부품조립은 해외에서 할 순 있겠으나 모태는 꾸준히 한국에 둘 생각이다.

해외에서 생산하면 가격 경쟁력이 생기지 않느냐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우린 한국에서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해외로 본사를 이전해야 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 투자금…좋은 제품으로 보답한다.

현재까지 누적 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돈은 온전히 제품 개발에 쓰인다. 공장에 제조 라인 하나만 만드는데 20억 원 정도, 인건비와 기타 운영비에도 큰 돈이 든다. 허투루 쓰고 싶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가 받은 돈은 국가의 세금이다. 국민에게 받은 소중한 금액이기에 좋은 품질의 제품으로 보답하고 싶다.

우리가 잘 되면 관련 기업에게도 유리한 환경이 제공되리라 본다. 닷은 양산품이 없는 상태에서 가치를 인정 받아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 피투자자 양측 모두 우리의 선례를 주목하고 있다. 선순환을 입증해 시장을 이끄는 선도업체가 되고자 한다.

#5.자신감 : 사회 문제는 기술과 진정성으로 해결한다.

우여곡절 겪은 2년, 앞으로도 심사숙고해 나아간다.

힘든 적은 셀 수 없이 많다. 하드웨어 기업 특성상 제품 생산 시기가 늦어질 땐 가슴이 타들어갔다. 투자를 받기 전과 후에 달라진 게 없다. 묵묵히 제품을 만들어갈 뿐이다.

우리가 풀고 싶은 문제는 ‘시각장애인의 사회 참여’

우리나라에만 28만명 정도의 시각장애인이 있다. 세계로 눈을 넓혀보면 3억 명이 존재한다. 이들을 가족 중 한명이 평생 부양해야 한다는 건 부담이 될 수 있다. 닷은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의미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시각장애인을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참여시키고 경제활동인구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의 시각장애인은 수동적인 이미지로 표현된다. 이들을 불쌍하거나 도와야 할 존재로만 인식한다. 선진국엔 변호사, 개발자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시각장애인이 많다. 장애와 비장애의 장벽을 낮추는 교육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학교의 각 교과목은 점자로 제작돼 장애인이 자유롭게 배울 수 있다. 학습에서부터 차이가 줄어드는 거다. 국내의 시각장애인이 취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학습 부분에서의 차이를 들고 싶다. 시각장애인은 점자를 학습하기 어려워 주로 청각을 이용해 학습한다. 의사소통에선 별 무리가 없지만, 문서업무를 해야 하는 일을 할 때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문제가 된다. 우리는 이들이 안마사와 같이 정해진 일만 할 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싶다.

‘닷’, 사회적 미션을 가진 영리기업

혹자는 우리를 ‘소셜 벤처’, ‘사회적 기업’이라고 부른다. 스스로 정의하자면, 닷은 ‘사회적 미션을 가진 영리기업’이다. 우리 뿐만 아니라 누구든 소셜 벤처가 될 수 있다. 어쩌면 모두가 소셜 벤처여야 하는 시기라고도 본다. O2O 스타트업이든 VR/AR기업이든 풀고 싶은 사회적 문제가 있다. 영리기업과 사회적기업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가 올거다. 닷은 사회적인 미션을 가진 채 올바른 영리를 추구하며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해 나가려 한다.


[Startup’s Story #340] 대세 쇼핑앱 ‘지그재그’ CMO가 말하는 앱마케팅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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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키닷컴이 운영 중인 지그재그는 ‘온라인 여성 쇼핑몰의 상품을 한 곳에모아서 보여준다’는 간단한 컨셉을 가진 서비스다. 하지만 수치는 단순하지 않다. 지그재그는 출시 2년 만에 700만 앱 다운로드 수 돌파와 함께 작년 기준 연 거래액 2천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20대 여성의 10명 중 6명이 사용하고 있는 쇼핑앱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직방, 우아한형제들 등에 투자한 알토스벤처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로부터 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그 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크로키닷컴의 김정훈 CMO를 만나 앱 마케팅 노하우를 들어봤다.

지그재그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김정훈 CMO

■ 얼리어답터와 대중을 구분, 그룹별 정확한 타깃 마케팅이 비결 

크로키닷컴에 합류하기 전 창업 경험이 있다고 들었다. 

4년 반 정도 해봤다. 삼성에서 스페인 법인 전략 담당으로 일할 때 친구가 자꾸 사업을 하자고 옆에서 부추겼다. 티켓몬스터 초기에 인턴으로 일했던 친구로, 성공한 기업의 빠른 성장세를 옆에서 지켜봤기에 창업 별거 아니라면서 설득을 했다.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전혀 아니었다. 도전과 실패를 반복했고, 정신적인 한계가 와서 접었다. 지그재그는 크로키닷컴이 2015년 1월부터 준비했던 서비스다. 5월 쯤 서비스가 베타 테스트를 하고 있을 때 서정훈 대표를 만났고, 6월 정식 출시 시점부터 마케팅을 도우며 팀에 합류하게 됐다.

원래 패션이나 커머스 분야에 관심이 많았나. 

아니다. 사업을 4년 반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비즈니스를 몇 번 해봤다. 근데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한다고 해서, 그 결론이 꼭 성공에 도달하는 건 아니라는걸 배웠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분야, 내가 잘하는 분야, 내가 좋아하는 분야 이 세 박자가 딱 떨어지긴 정말 어렵다. 지그재그 합류하면서 제일 먼저 본 건 창업자다. 사업 몇 년 해보니 사람 보는 눈이 생겼다. 함께하려면 창업자가 전문성과 인격을 갖춘 사람인지가 중요했다. 두 지점에서 우리 대표는 훌룡했다. 처음엔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나중에 CMO로 합류했다.

서비스 정식 런칭 2년 만에 7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빠른 성장세다. 초기 집객은 어떻게 했나. 

내가 합류한 이후 시작한 첫 마케팅에서 1주일 동안 5만 다운로드가 일어났고, 2주 차에는 8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광고 플랫폼별 문법을 잘 파악한 덕이었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 광고가 이미지와 카피로 승부를 본다면, 페이스북과 같은 SNS 광고는 스토리를 녹여낼 수 있다. 이 차이를 이용한 게 유효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스토리를 녹였나.

먼저 서비스의 핵을 형성할 ‘혁신수용자(Early adopters)’와 일반 대중을 나누어, 두 집단에 다른 뉘앙스로 접근했다. 이 두 집단은 ‘인터넷 쇼핑’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 자체가 다르다. 이미 자신의 즐겨찾기에 등록된 구체적인 쇼핑몰 이름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그저 ‘싸다’는 추상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서비스의 혁신수용자들은 ‘인터넷 쇼핑광인데, 모바일상에서 즐겨찾기 기능을 사용하는데 불편을 느끼는 20대 여성’이었다.

혁신수용자에겐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 

혁신수용자 집단에게는 화려한 카피가 필요없다. 서비스의 기능과, 우리가 기존 시장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만을 명료하게 알려주면 된다. 지그재그는 쇼핑몰 별 ‘스타일 검색’과 ‘모바일 즐겨찾기’가 핵심 기능이다. 혁신수용자들이 모바일 쇼핑을 하며 가지고 있던 문제의 솔루션이 우리 서비스이기에, 그 부분만 인지시키면 계속 들어올거라 봤다.

일반 대중에게 서비스를 퍼뜨릴 때 취했던 전략은 뭔가. 

일반 대중에게는 궁금증을 유발해 바이럴이 일어나게 했다. 기능이나 서비스에 대한 많은 설명 없이 ‘지그재그가 좋더라’는 후기 형식의 카피를 타임라인 상에 보여줬다. ‘지그재그가 대체 뭔데?’하는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앱스토어에 들어와 초기 고객들이 남긴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하게 되면서 다운로드 수가 빠르게 늘어났다. 이 단계까지 오면,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사용자들이 알아서 소문을 내주게 되어 있다.

앱의 리텐션 비율은 어떻게 되나. 

대외 공개는 안 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앱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리텐션율을 높이기 위한 내부 전략도 있나. 

매일 들어올 수 밖에 없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사용자가 즐겨찾기 한 쇼핑몰의 신상을 한 데 모아 보여주는 기능을 넣었다. 대부분의 쇼핑몰이 매일 새 제품을 올리기 때문에,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침마다 확인한다. 헤비 유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포털 뉴스를 보듯이 지그재그를 켠다고 하더라.

최근 지그재그는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를 활용해,  ‘스타일’, ‘아이템’ 별 패션 정보 컨텐츠를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 허수 사용자는 안 모아…클린마케팅이 지그재그의 철학 

최근 몇몇 스타트업들이 잘못된 마케팅 메시지로 비난을 받았다. CMO로서 마케팅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윗선의 강요로 인한 수치 부풀리기를 경계한다. 보통 마케팅 사고는 해당 마케터의 실수로 벌어지기도 하지만, 의사 결정권자의 강압때문에 생겨나기도 한다. 구조적인 문제인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앞두고 있으면, 이른바 ‘마케팅 펌핑’이라는 걸 한다. 대외적으로 수치를 보여줘야 하니까, 마케팅 부서로 ‘모객해 와’, ‘다운로드 수 늘려와’ 등의 막무가내식 주문이 떨어지는 거다. 단기간에 수치를 올리려면 자극적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무리수가 나오게 된다.

크로키닷컴에서는 그런 마케팅 사고의 위험이 전혀 없나. 

조심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우리 회사는 권한 위임이 잘 되어 있다. 마케팅 전략의 최종 결정자가 CMO다. 대표는 연간 계획을 수립할 때 함께 논의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오는 압박이 없다. 푸시 알람을 보내거나, 리워드 마케팅을 하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당연히 증가한다. 하지만 사용자가 한 달에 한 번만 앱을 켜도, 그 수치는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허수인 경우가 많다. 잠깐 앱을 깔았다가 지우는 사용자가 92~93%까지 된다. 그럼 인스톨 수치는 올라가겠지만, 리텐션율이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수치를 부풀려 놓으면, 우리 서비스에 대한 자체적인 건강 진단이 안 된다.

건강 진단이 안된다는 건 무슨 말인가. 

실사용자가 어떤 이유로 증가하고, 감소하는지를 관찰할 수가 없게 되는 거다. 그럼 갑자기 이용자 수치가 확 떨어져도, 이게 마케팅 문제인지 업데이트 문제인지를 구분할 수가 없다.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에도 혼란이 온다. 그렇기 때문에 지그재그는 클린마케팅을 지향한다. 철저히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전략에 집중해서 마케팅하고 있다.

이제껏 모은 700만 명의 고객 중 허수 사용자는 하나도 없다고 자신하나.

리워드 마케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전략만 잘 짜면 별도의 프로모션 없이도 좋은 마케팅 성과를 충분히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내 경우 200만 명 모을 때까지 혼자 마케팅을 했다. 마케터의 역할을 소셜네트워크에 콘텐츠 포스팅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한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컨텐츠를 기획하고, 디자인도 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하니까.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초기에 퍼포먼스 마케팅 전략을 잘 세워서 실행하면, 혼자서도 100~200만 다운로드를 이끌어낼 수 있다.

현재 마케팅 분야 채용도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을 찾고 있나. 

그동안은 퍼포먼스 마케팅 위주로 해왔다. 사용자 획득이 주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제는 단순히 사용자를 모으는 수준을 넘어 시장에서 지그재그를 어디에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브랜드 마케팅 경험이 있고, 우리의 마케팅 철학에 동의하는 인재를 영입하려 한다.

지그재그의 핵심 기능 두가지는 ‘쇼핑몰 즐겨찾기’와 ‘스타일 검색’이다.

■ “그걸 왜 꼭 그렇게 해야 해?” 업계를 바꾸는 건 ‘아이 같은 질문’

고객 정보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은 어떻게, 어디까지 하고 있나. 

데이터 분석팀을 따로 뒀다. 내부에서는 ‘모바일 특화 솔루션’이라고 부른다. 우린 사용자의 나이 외 별도의 신상 정보를 받고 있지는 않은데, 쇼핑 행동 분석을 통해 사용자 식별을 한다. 그 고객이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를 분석해, 적절한 쇼핑몰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이 추천은 쇼핑몰 순위나 광고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규 쇼핑몰들이 지그재그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사용자들도 자신이 몰랐던 쇼핑몰을 지그재그를 통해 ‘발견’하는 재미를 느낀다.

하지만 결국 수익화를 위해 광고 상품을 붙이다보면, 다른 포털이나 오픈마켓처럼 돈을 많이 낸 몰이 상단에 올라오게 되지 않겠나. 

전혀 다른 이야기다. 상품 추천과 광고 수익 영역은 완전히 분리해서 간다. 우리 서비스는 ‘스타일 검색’, ‘즐겨찾기’가 핵심이다. 순위에 따라서가 아니라, 사용자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제안해주는 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지그재그가 모든 쇼핑몰을 다 성공시킬 수는 없다. 우리도 돈을 벌어야 살아남지 않겠나. 하지만 사용자들에게는 상품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동시에 편안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 쇼핑몰들에게는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지고 빠르게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우리의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본래의 서비스 색이 변질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부분의 쇼핑몰이 동대문에서 의류를 사입해 판매하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지만 가격이 다른 경우가 있을텐데.

사용자들로부터, ‘같은 상품이면 저렴한 가격의 몰을 추천해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그 부분에 대해 개입하지 않는다. 가격 경쟁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싸게 파는 쇼핑몰이 좋은 곳일까? 배송이나 CS 측면에 더 투자를 하기 때문에 가격을 조금 더 높게 책정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판단은 사용자에게 맡긴다. 쇼핑몰 간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 결국 모든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작년 초 수수료를 통한 수익화를 시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쇼핑몰들의 반발 때문이었나. 

쇼핑몰의 반발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업체의 반발보다는 사용자 피드백으로 인한 결정이었다. 수수료 정책 이전에 입점해 있던 업체가 1천 개가량이었는데, 유료화 의사를 밝히니 반절 정도가 이탈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잔류한 쇼핑몰들의 매출은 많으면 두세 배가 뛰었다. 당시 상위에 랭크된 100개 쇼핑몰 중 69개가 지그재그에 들어와 있었다. 70%의 잘나가는 몰들이 입점해 있으면, 이탈했던 몰들도 다시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한두 달 안에 과거 규모를 회복할 자신도 있었다. 업계나 대행사 측에서도 모두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던 차였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어떤 불만을 가졌던건가. 

사용자들은 매일 들어와서 자신이 즐겨찾기 한 몰들의 신상 제품들을 확인하는데, 그 중 반 절 정도가 빠져 버리니까 불편함을 느끼더라. 리뷰나 전화, 메일 등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지그재그의 모습은 이런 게 아니라고 다수의 사용자들이 말해주었다. 고민이 됐다. 되돌리자니 이미 대행사 등을 통해 마케팅을 하느라 돈과 시간은 써버렸고, 업계에서 실패했다는 낙인이 찍힐 것도 걱정되고. 자존심도 상했다. 하지만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수익 모델에 대해 재고하기로 결정했다. 사용자의 사용 경험을 해치지 않는 수익 모델을 찾는 게 가장 중요했다. 사용자가 없으면 우리도 없다. 초심으로 돌아간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익화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향후 어떤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나. 

자세히 밝히긴 어렵지만, 올해 말에는 반드시 수익화를 할 수 있도록 여러 모델을 두고 검토 중이다. 어떤 수익 모델이 우리 서비스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사용자와 쇼핑몰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지를 보고있다.

본인도 패션 쪽 일을 하지 않았고, 크로키닷컴이라는 팀 역시 과거 모바일 영어 학습 서비스를 만들어 매각한 경험밖에 없다. C 레벨에 주 고객층인 여성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들었다. 그런데도 타 쇼핑앱에 비해 좋은 성과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크로키닷컴은 기술 중심 회사다. 보통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창업하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비즈니스에 녹여내는 경우가 많다. 시장이 그것을 필요해서 만든다기보다는, ‘이런 게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하는 감으로 시작하는 거다. 반대로 우리 팀은 패션 시장에 대해 한 발 떨어져서 관찰할 수 있었다. 하나의 취향에 매몰되지 않고, 데이터를 통해 시장의 문제를 들여다봤던 거다. 한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보다, 아예 다른 분야에 있던 사람이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관행에 굴복하지 않고, ‘이건 왜 이렇게 해야 되지?’라는 어린아이와 같은 궁금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食에는 ‘배민’, 住에는 ‘직방’…衣에는 ‘지그재그’를 떠올리게 할 것

얼마 전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알토스벤처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들은 어떤 부분을 높게 평가했나?

기술력, 시장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야, 마케팅 능력을 골고루 좋게 평가해줬다. 알토스벤처스 김한준 대표와 식사를 같이했던 적이 있다. 그때 ‘패션 쪽은 굉장히 어렵다. 여러 시도가 있었는데, 패션 업계가 가진 문제를 잘 해결한 팀이 아직 없었다. 크로키닷컴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20대 여성 60%가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그재그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다. 10대, 30대, 40대 사용자 확대에 더 공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먹을 것에는 ‘배달의 민족’, 살 곳에는 ‘직방’이 있다면, 입는 것에는 ‘지그재그’가 떠오르도록 노력하겠다. 하반기에는 수익 모델을 작게라도 시험해 볼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역시 해외 시장 진출이다. 해외에 어떤 기회가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팀의 기술적 역량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가 분명히 있으리라고 본다. 부지런하게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들기겠다.

[Startup’s story #341] 플라이트그래프가 알려주는 항공권의 숨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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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 스타트업 ‘플라이트그래프’의 김도균 대표는 여행에 관심이 많았던 엔지니어였다. 발품 팔며 다양한 지역을 찾아다녔던 그는 자연히 항공권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아날로그의 힘을 믿은 그는 복잡한 항공권 예약 시스템 내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기로 결심한다. 디지털 데이터로 점철된 항공권 세계에서 여행 고수가 찾아낸 알짜배기 비행기 티켓을 제시&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2014년 말 처음 만들어진 서비스는 현재 여행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고, 올해 5월엔 티몬에 인수되며 급물살을 탔다.

내년 하반기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며 항공권 시장의 센세이션을 기대하는 그에게 서비스 철학과 티몬으로부터의 인수 제안, 앞으로의 서비스 운영 방안 등에 대해 물어봤다.

플라이트그래프를 소개해달라.

기본적으로 호텔 숙박, 항공권, 렌터카 등 여행상품은 특정일이 지나면 상품 가치가 사라진다. 이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선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고 다 팔리길 원한다. 문제는 동일가로 같은 조건에 팔면 팔리지 않는다는 거다. 시기별로 각각 상황에 맞게 가격을 달리 측정한다. 이에 호텔 등 숙박업체들은 이 시장을 개선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나와 고객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항공권 시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구석이 많다. 이 문제를 해결 하고싶어 만든 서비스가 플라이트그래프다.

요즘 여행 수요 및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3년전만 하더라도 항공권은 편도, 왕복, 출도착/시간이 달라지면 다구간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리 정하고 검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본인이 직접 여행을 ‘설계’하려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우리 서비스는 다 같이 휴가 가던 것에서 각자 일정에 맞게 갈 수 있게 된 것, 출장수요가 다였던 장거리 구간이 현재 약 5%정도 비율밖에 되지 않게 된 것 등 최근 추세와 맥락을 같이 한다. 목적지와 날짜를 정해 놓지 않고도 여행할 수 있는 것, 저렴한 항공권을 통해 여행고수들의 발자취도 따라가보는 것. 우리는 이 것에 주목했다.

이 사업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뭔가.

여행을 좋아한다. 그리고 항공 분야는 매력적이다. 이 업계는 컴퓨터로 인해 더욱발전했다. 예약때문에 전산화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분야다. 비행기는 24시간 운항되고 이에 따라 항공권도 매일 판매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로부터 이어진 데이터 포맷은 오류가 나지 않게 유지돼야 하고 1년 365일 끊기지 않아야 한다. 다만 이를 위배하지 않으면서 발전하다 보니 기형적인 구조로 성장했다. 항공사도 자신들의 항공권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잘 모를 정도다. 이를 파악해 공략하면 항공업계의 혁명이 될 거라 확신했다.

대부분 항공사 및 티켓을 판매하는 여행사에서도 표를 직접 검색해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이미 정리돼 있는 GDS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이는 1970년대에 처음 만들어진 시스템인데, 특정 항공권을 예약하기 위해 컴퓨터에 일일이 깔아 쓰는 게 불편한 걸 감안해 제작됐다.

현재 3개의 GDS 프로그램(세이버,아마데우스,트래블포트)이 전세계적으로 활용된다. 이들 항공검색 엔진에 출발 정보를 넣으면 결과값을 주고 여행사는 이걸 정리해서 보여준다. 할인율을 각각 다르게 적용해야 가격이 조금씩 달라지는 정도다. 여기서 아무리 검색하더라도 결국 사용자는 특정 엔진에서 검색되는 티켓 정보밖에 알 수 없게 된다.

항공검색은 바둑처럼 정답이 없다. 연산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모든 경우의 가짓수를 검색할 수 없다. 이는 수학적으로도 증명 돼있다.이렇듯 복잡한 항공권 체계 안에 분명히 저렴한 티켓은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특정 엔진에서 제공하는 정보만 얻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검색엔진을 개발했다.

플라이트그래프에는 ‘팔로우온’기능이 있다.

팔로우온은 단순히 저렴한 항공권만을 찾아주는 기능은 아니다. 나만의 여행을 집단지성을 빌려 저렴하고 효과적으로 꾸밀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예를들어 특정 도시 와 그주변 여행을 계획한다고 치자. 막연하게 계획을 잡으면 갈피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 우리 서비스에 있는 ‘팔로우온’을 눌러보면 된다. 팔로우온에는 내가 가려는 도시를 포함해 다른 도시를 검색했던 누군가의 기록이 남아있다. 보다 다양한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했던 고수의 결과물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본인 상황에 맞는 여정을 선택한 뒤, 누군가의 자취를 따라가보기로 결정하고 그걸로 예약 결제를 진행하면 된다. 표가 남아있다면 그 가격 그대로 변동 없이 살 수 있다. 물론 상황에 맞게 날짜 조정도 가능하다. 다구간 뿐만 아니라 직항도 마찬가지다. 유사한 가격에 표가 남아있다면 티켓을 살 수 있다.

다만 팔로우온 서비스는 현재 서울과 부산에서 출발하는 여정만 가능하다. 외국에서의 출발/도착 검색은 가능하나 아직까지 팔로잉을 못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안에 전세계 모든 항공 운임 현황이 쌓여 있지 않은 탓이다. 고도화 작업을 마치고 내년 하반기엔 글로벌 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찌보면 아날로그적 방식이다. 

대부분의 항공검색은 각 엔진에 맞는 정보만 보여지게 된다. 획일적인 정보만 봐서는 눈에 띄는 장점을 찾기 어렵다. 우린 여기서 사람, 아날로그의 힘을 믿었다. 사람이 직접 찾으면 우리 입맛에 맞는 항공권을 더욱 잘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호주엔 플라이트폭스라는 집단지성 기반의 항공 예약 플랫폼이 있다. 고객이 선불하고 항공권을 의뢰하면 사람이 손으로 찾아주는 방식이다. 이 수요가 꽤 많은 편이다. 사람의 노하우와 발품은 결코 컴퓨터에 뒤지지 않는다는 걸 반증하고 있다. 플라이트그래프도 같은 가치를 지향한다.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단순하다. 세상 어딘가에는 무조건 싼 항공권이 존재한다. 이걸 누군가 찾으면 우리가 따라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싼 거다. 가끔 가격이 저렴해 마일리지 적립이 안되는 항공권 아니냐는 얘기도 듣는다.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고수들이 찾은 항공권을 보면 대개 마일리지 적립도 가능한 저렴한 표가 대부분이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매력적인 항공권은 당연히 많이 발견될 거다. 항공권 시장의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모으려는 이유다.

올해 10월 황금연휴에 떠날 수 있는 저렴한 항공권은 없나?

10월 연휴에 떠날 수 있는 저렴한 항공편은 없다. 대신 여유를 갖고 연말 및 내년 설 연휴 기간에 다녀올 항공권을 찾는다면 매력적인 가격의 티켓을 찾을 수 있다.

어떻게 돈을 버나.

지금 당장은 수익이 없다고 봐야 한다. 이천년대 초반까지는 항공사가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발권하면 발권 수수료를 7~9% 정도를 여행사에 지급했다. 지금은 수수료 대신 볼륨 인센티브를 준다. 일정 볼륨 이상 되면 3~3.5%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우린 아직 초기 단계라 이를 받기 어렵다. 글로벌 론칭 전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해야 하는 게 관건이다.

플라이트그래프에서 판매하는 티켓은 실시간 가격 변동이 없다. 원가 그대로 공개하는데.

일반적으로 비행기 티켓의 가격엔 기본가가 있다. 그것을 기준으로 여행사마다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달리해서 가격을 조정한다. 이는 앞서 말한 ‘볼륨 인센티브’에서 기인한다. 월 매출액을 어느정도 달성해야하기에 제 살 깎아가며 가격 경쟁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거다. 내막을 잘 모르는 소비자로서는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 우린 그래서 원가를 공개했다. 플라이트그래프에선 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언제나 처음 봤던 같은 가격에 표를 구매할 수 있는 이유다.

항공권 결제하다 오류가 나면 소비자는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CS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어떤 서비스든 오류는 발행할 수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예약 중 오류가 나면 고객들은 일대일 혹은 전화로 문의한다. 이때 응대는 실시간으로 하고 있다. 항공기 티켓이 24시간 매일 존재하듯 우리 서비스도 그에 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개발에만 5년이 걸렸다고.

우리에겐 단순하지만 원대한 목표가 있었다. ‘내가 설계해 세계 여행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자’는 거였다. 그 생각을 갖고 시작한 지 어느덧 5년이 지났다.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항공 검색에 필요한 원천 기술부터 새롭게 개발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항공검색 엔진을 개발한 곳은 5 개도 안 된다. 우린 이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크다.

사전조사와 개발 중에 어려움이 많았을 듯 싶다.

2012년 처음 시작할 땐 이렇게 품이 많이 드는 사업인지 몰랐다. 2년 개발하면 되겠지 했는데 결국 지금까지도 진행중이다. 사업은 GDS사와 미팅하면서 시작했다. 개발 중 자료 조사할 때가 특히 어려웠다. 외국업체로부터 데이터를 사오고 몇백 페이지짜리 영문자료를 수백 권씩 찾아보며 만들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문서에도 나오지 않는 내용도 많아 시간이 더 걸렸다.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다.

생각을 구체화하는 동안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다고.

2015년 초부터 투자 유치를 위해 IR를 했다. 서비스 설명을 얼핏 듣고 흥미로워 했지만 자세히 들을 수록 어렵다는 투자자가 태반이었다. 요즘에는 데이터를 쌓고 어느정도 검증을 마쳐 설명이 쉬워졌다.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에서도 협업을 제안했다.

이 업계는 대기업이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다. 거대 IT기업이 검토중에 손을 들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던 중 씨트립이 우리가 엔진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한 모양이었다. 협업 의사를 물어왔다. 다만 그들이 원한 검색엔진이 우리 검색엔진과는 달랐고 시기도 맞지 않아 무산됐지만 우리 사업의 가능성을 엿본 때였다.

관심을 보인 기업 가운데 티몬을 선택한 이유는.

항공권 판매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저렴한 항공권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과 여러가지 혜택을 제공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이 있다. 이런 방식으로 잘 하는 업체는 많다. 이들과 경쟁을 해서는 승산이 없겠다고 봤다. 싼 항공권을 고객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하는 게 맞다고 봤다. 이커머스 기업도 현재 여행/레저 분야를 중요하게 본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업체와 경쟁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질 수 있다.

이것에 대해 티몬 내에서 한창 내부적인 논의가 이뤄질 때, 여행 산업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 지 고민하던 그룹장이 우리가 운영한 블로그의 게시물을 읽고 연락을 해왔다. 티몬도 우리와 여행 사업을 보는 관점이 같았다고 했다. 얘기가 잘 진행됐다.

티몬과 함께 한다면 좋은 시너지가 있을 거라 믿는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항공권만 가지고 수익을 올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숙박 관련 상품과 연계한 판매가 있어야 성장율이 높아진다. 이는 숙박권 판매 업체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보통 해외여행을 갈 땐 티켓을 먼저 산 뒤 숙소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으면 싶다.

향후 어떤 부분을 신경 쓰며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인가.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개선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싶은 게 첫 번째다. 팔로우온 서비스는 지도를 기반으로 한다. 문제는 모바일에서 이를 구현하기에 무겁다는 점이다. 지도가 없이도 서비스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다. 이외엔 UI/UX가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다는 평이 있기에 쉽게 활용이 가능한 서비스로 나아가기 위해 개편하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서비스를 하루 빨리 오픈하고 싶다. 현재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운임만 찾을 수 있어 제약이 있다. 향후 전세계 사용자들이 찾아내는 결과가 쌓인다면 정말 많은 데이터가 모일 거다. 이렇게 되면 항공권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킬거라고 판단한다.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려는 바는.

여행을 가기로 마음 먹은 사람에게 같은 상황에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거다. 우리는 무조건 저렴한 표를 찾아주는 게 목적은 아니다. 미처 여정지로 생각지 못한 곳을 저렴한 가격에 갈 수 있다고 제안하고, 가격 수수료 변동으로 기분 상하는 것 없이 깔끔하고 신속하게 구매할 수 있는 다구간 전문 항공권 예약 서비스다.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고객들이 한번 구매하고 나면 계속 사용하고 싶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허스토리 #5] “회사 이전에 사람이 먼저”…‘째깍악어’가 지향하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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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악어는 시간제 어린이 돌봄 매칭 서비스입니다. 김희정 대표는 이 서비스를 엄마와 여자로 동시에 살고 싶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가치에 부응하는 듯 7월 18일 현재 부모 회원은 2,361명. 대학생 선생님 회원은 820명입니다. 돌봄 매칭은 1,324건이며 부모님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6점에 달합니다. 가입 회원은 매일 늘고 있고 이용 만족도 또한 연일 갱신중이죠.

째깍악어는 돌봄이 필요한 고객에게는 꼭 필요한 서비스로,  대학생에겐 사회 선배의 멘토링을 지원받는 서비스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자 모두를 만족시키겠단 회사의 방향성과 맞닿는 부분입니다.

이들의 행보는 순조롭습니다. 째깍악어는 2016년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팀 선정, 법인 설립 5달 만에 임팩트 투자사 HGI로부터 투자 유치, 중소기업청 주관의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최근엔 여성가족부가 선정한  ‘여성친화적 사회적기업 우수모델·아이디어’ 기업 중 하나로 꼽혔고요.

불과 5 명밖에 안 되는 작은 회사지만 ‘사람’과 함께하기에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번 허스토리 5번째 주인공인 김희정 대표를 만나 사람과 조직문화, 그리고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들어봤습니다.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

▲ IT 기술로 사회적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기업 

월 성장률과 이용 비율은 어떻게 되나.

성장률은 높다. 사용 비율의 경우 신규고객이 절반을 차지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른 놀이시터 서비스와 차별점은.

우선 사업 방향이 다르다. 현재 놀이시터 서비스는 째깍악어를 포함해 세 업체 정도가 많이 알려져 있다. 한 업체는 아이들과의 놀이, 다른 업체는 방과 후 시간 활용 등에 주안점을 두고 운영 중이다. 째깍악어는 ‘보육’에 가치를 둔다.

째깍악어만의 차별점으로는 플랫폼을 믿고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선생님에겐 인적성 검사를 실시하고 성범죄 이력을 요구하는 등 등록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아동 관련 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깐깐하게 기준을 두고 있다.

이는 부모 고객도 다르지 않다. 내 아이가 중요하듯 악어선생님도 한 가정의 귀한 자식이기에 내린 조치다. 우리의 진심은 어느정도 통한 것 같다. 10명 중에 8명이 먼저 써본 지인의 추천으로 서비스에 선생님으로 등록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다.

사회적 기업인 째깍악어가 기술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은 뭔가.

아이와 선생님 매칭은 알고리즘에 의해 이뤄진다. 어떤 성향을 원하는 지 파악한 뒤 서로에게 적합한 상대를 추천해주는 거다. 현재는 초기라서 아주 단순한 구조로 시스템이 이뤄져 있는데, 보완해 다양한 알고리즘을 구현하고자 한다. 물론 이 과정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서비스를 쓰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데이터는 많이 쌓일 것이고, 이를 통해 고객 만족을 도모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매칭하나.

현재는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우선 선생님은 돌봄 활동이 끝나면 노트를 작성한다. 이어 고객들의 후기를 본다. 그걸 보면 고객의 선호도를 알 수 있다.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그 집 보호자와 잘 맞았는지 노트를 통해 분석한다. 플랫폼 사용자가 서로 원하는 조건을 맞춰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고객 현황과 사용 요금, 매칭 건수 및 만족도를 보여주는 건 전략적 접근인가.

전략이라기보단 원칙이다. 서비스 이용전에는 우리 서비스에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부모와 선생님 고객 양측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플랫폼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봤다. 이 지표는 우리 팀원에게는 기쁨과 긴장을 동시에 안겨주는 양날의 검이다. 수치가 성장하면 기쁨이지만 하락하면 직접적인 경고가 된다. 한편으로 수치를 공개하니 관련 문의가 줄어 일에 몰입하기는 좋다.

교통 취약 지역 이용률을 늘리기 위한 전략은 있나.

지역이 먼 경우 선생님가 다소 꺼리는 편이다. 돌봄 서비스 이용시간보다 오고가는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추가 비용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째깍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학생인 악어 선생님이 다양한 분야의 직장 선배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소수정예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많은 대학생을 만났는데, 뭘 하고싶은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도 그 시기엔 같은 고민을 했고. 이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이에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 있는 직군, 직업을 가진 강사를 초빙해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학생 외에 시니어도 돌봄 선생님로 고용할 계획이 있나.

선생님을 등록할 때 단계가 많은 편이다. 우선 서류 접수와 인적성 검사가 있고 면접을 본 뒤 다시 인적성 시험을 치른다. 인증 절차를 걸치면 소개 동영상도 찍어 앱에 올려야 한다. 아동 성범죄 이력도 당연히 본다. 이 과정은 서비스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에 다소 긴 편이다.  이 시스템이 어느정도 안정화된 뒤 시니어 돌봄 시스템을 고려할 생각이다. 아무래도 시니어분들께 이 같은 조건을 요구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아이가 있어도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기업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19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아이를 키우며 동시에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단 마음이컸다. 아이가 있는 남녀 직장인 모두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고. 당시 다니던 회사 내에선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서 내가 사업을 꾸려야겠다 결심했고, 아이 돌봄 서비스를 떠올렸다. 살던 동네에서 베타테스트를 두 달 정도 해봤다. 시장성이 있겠다고 판단해 회사를 그만두고 작년 9월에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40대 여성으로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누가 돕지 않으면 어려운 일인데.

주위의 도움이 컸다. 지인들이 보도자료 및 고객 상담, 내부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보탰다. 이 중 휴직하던 친구와는 사업계획서를 같이 작성하며 사업 기틀을 다졌다.

팀은 어떻게 꾸렸나?

사업은 처음이라 어떤 분야가 필요한 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분야마다 채용을 하는 것은 어려웠다. 다만 지인들이 돕던 일은 꼭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대학생 인턴 2명과 나를 포함한 총 5명으로 구성했다. 각자 상담, 개발, 사업운영 및 마케팅 분야를 맡아하고 있다. 디자이너는 채용 중이다.

채용과정에서 대표면접이 끝이 아니라고 들었다. 

째깍악어엔 모두 3단계의 면접이 있다. 서류에 합격하면 대표 면접을 본다. 이후 마지막엔 팀면접을 본다. 좋은 분을 채용해야 하지만 취업하는 분도 좋은 회사에 와야 한다. 대표가 좋다고 채용할 게 아니라 그분도 좋은 회사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함께 일하는 팀원과의 조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초기 기업

회사를 키울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요소는.

조직문화다. 내 경험을 반추할 때 회사는 다양한 사람들을 어떻게 포용하는 지가 중요하다.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되도록이면 경력 단절 여성을 고용하려고 한다. 그 다음 이들의 장점을 찾고 부각 시키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예전엔 단순하게 금전적 보상만 생각했다. 요즘은 자신이 하는 일이 파생하는 사회적 가치와 개인의 성장을 동기 부여 차원에서 강조한다. 생각 중인 모든 방안을 다듬어 내규로 만들 계획이다.

조직문화에 많은 공을 들이는 계기가 있나.

사업 아이템을 함께 구상했던 친구와는 뭐라 정의하기 어려운 ‘문화’가 있었다. 그게 있어서 사업을 준비하던 동안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조직문화가 있는 회사일수록 덜 지친다. 아울러 조직문화는 대표에게도 큰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다고 뒷말이 도는 서비스는 대중이 기피한다. 기본적으로 째깍악어는 ‘다니는 직원이 친구에게 추천할 수 있는 회사’가 모토다. 그렇게 되려면 좋은 조직문화는 존재해야 한다. 대내외가 투명하고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우리의 바람이다.

원래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았나.

조직 생활을 20년 가까이 하며 느낀 게 성과는 사람과 상황마다 달라진다는 거다. A팀에 있던 동안엔 성과가 부진하단 평가를 받던 사람이 B팀으로 옮기고 나선 3년 연속 우수 평가를 받거나, 상사가 바뀌니 한순간에 일 못 하는 사람으로 전락한 사람 등 다양한 경우를 직접 보고 들었다.

특히, 일 잘하던 여자 후배들이 육아로 일에 몰입하지 못할 때는 안타까웠다. 아이들이 귀가하는 두어 시간만 배려해주면 되지만, 회사 시스템 내에선 그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린 이 문제를 오래 고민했고 일과 육아를 양립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돕는 회사를 지향한다.

초기 기업이 조직문화를 중요시하는 건 이색적인 일이다.

사실 지금 규모로는 무리수일 수 있다. 허나 체제 없이 성장하면 훗날 조직을 정비할 때 팀원간 가치가 달라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다. 작은 규모라도 조직은 지향하는 바가 명확히 가시화 돼 있어야 하고 조직원은 이에 공감하고 있어야 한다.

장밋빛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어쩌면 오너십을 강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고려한 게 있다면.

회사의 비전을 시각화해 팀원에게 공유하고 있다. 우리에겐 매출, 회원 수 등 회사의 주요 성과 지표가 5개 있다. 대표는 모두 선택하고 나머지 팀원들은 달성 가능한 성과 지표를 합의해 3개씩 가져간다. 각각 가져간 지표의 가중치는 각각 다르게 설정한다. 이후 목표한 바를 위해 서로 노력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지표는 향후 연봉협상 및 인센티브 등에 협상 근거로 활용된다. 이렇게 해야 공정하게 상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일해주는 팀원과 팀원의 가족에게 고맙다. 회사가 있기 전에 사람이 있다. 이 작은 회사의 가치를 믿고 함께해주는 팀원과 이를 허락한 가족이 있어 째깍악어가 있다. 그 고마움을 직접 전하고 싶어 어느 팀원의 고향으로 휴가를 다녀오기도 했다.

▲일반 기업과 품질로 정면승부하는 사회적기업 

사업 운영 넉 달 만에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1월 HGI에서 우리에게 투자 하고싶다고 연락이 왔다. 서비스와 운영 방식이 좋았다고 했다. 특히 부모 고객 뿐만 아니라 공급 대상인 선생님를 대하는 태도가 좋다고 했다.

사회적기업의 단계별 행보를 다 거쳤다. 그 과정에서 마케팅과 홍보도 어떻게 했나.

애초에 사회적 기업이라는 단어조차 모르고 뛰어들었다. 단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으면서도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당시 같이 준비하던 친구가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해도 될 것 같다 해서 시작했다. 베타테스트도 살던 동네에서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고맙게도 많은 매체가 우릴 먼저 알아봐 줬다. 시, 때, 운이 맞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사회적기업은 영리기업에 비해 수익모델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우리는 앞으로 사회적기업을 강조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일반 기업과 서비스로 동등하게 경쟁하는 게 맞다고 보기 때문이다. ‘훌룡한 서비스인데 알고 보니 좋은 일 하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소구하고 싶다. 이를 위해 시장에서 뒤지지 않을 기술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 내부 팀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업

째깍악어는 어떤 회사가 되고 싶나.

수요자 측면에선 ‘언제든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다. 공급자 측면에선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제공하는 회사’다.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거나 재택근무를 원하는 이들에게 자아를 계발할 수 있을 만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거다. 외적으론 그렇고 내부에선 조직문화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앞으로의 각오를 들려달라.

단순하지만 명료한 각오와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 겁 없이 뛰어들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열살 딸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Startup’s Story #342] 자투리 공간으로 돈 버는 스타트업, ‘스위트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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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스팟은 많은 힘을 들이지 않아도,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가게 하는 최적 지점을 뜻한다. 스포츠 용어로 시작한 이 단어는 경제, 투자, 마케팅 등 다방면에서 사용되고 있다. 스타트업 스위트스팟(Sweet spot)은 각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최적 지점을 콕 집어주는 스타트업이다.

부동산 투자 업계에서 8년을 일한 김정수 대표는 오피스 빌딩, 지하철 역사, 대형 아케이드의 남는 공간에서 기회를 엿봤다. 자투리 공간을 발굴해 건물주와 리테일 브랜드를 연결해주는 것이 이들의 일이다. 작년 4분기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스위트스팟은 알토스벤처스와 홍콩의 부동산 재벌 3세인 애드리언 청 부회장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형 부동산의 비어있는 공간에서 기회 발견…적수 없는 ‘팝업스토어’ 중개 서비스 

부동산 투자 전문가였다고 들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와 증권사 등에서 8년간 부동산 투자 업무를 했었다. 호텔이나 오피스 빌딩 매각 작업도 했었고, 사모펀드에서 국내외 부동산 투자 매니저로 일하기도 했다. 주로 몇천억에서 조 단위의 대규모 거래를 다뤘다.

부동산 투자 업무를 하면서, 현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기회를 본 건가. 

맞다. 대형 부동산의 경우, 빌딩 로비나 아케이드에 비어 있는 공간이 많다. 큰 부동산이다 보니, 유동인구와 상주인구가 많기 때문에 이 빈 공간들을 사용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건물주와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 양측이 추가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해 창업하게 된 거다.

스위트스팟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우리의 고객은 건물주와 리테일 브랜드다. 우리는 두 고객의 중간에서 유휴 공간을 중개한다. 우리 플랫폼이 확보한 여러 건물의 유휴 공간 중, 각 리테일 브랜드 별로 팝업스토어를 열기에 가장 적절한 공간을 연결한다. 공간 등록은 건물주 자의 혹은 우리의 요청에 의해서 이뤄진다. 두 경우 모두, 우리 측 담당자가 직접 공간에 방문해서 팝업스토어를 열기에 적절한 곳인지 검토한 후 등록 절차가 이뤄진다.

팝업스토어에 적합한 공간의 요건이 따로 있나?

여러 가지 기준을 두고 검토한다. 규모, 가시성, 유동 인구 흐름은 물론 해당 장소에 특정한 팝업스토어를 열었을 때, 주변 상권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지도 확인한다. 또 화재 대피로 확보 등 설비적 측면도 중요하다. 이 모든 요건이 충족되면 표준계약을 완료하고, 웹사이트에 공간을 등록한다. 계약 조건은 각 건물주마다 다르다. 공간에서 발생한 매출을 나누는 경우도 있고, 기간당 고정 비용을 받는 건물주도 있다.

아무 수치적 성과가 없는 스타트업으로써, 건물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면서 빌딩 자산 관리, 임대, 매국, 투자 등 부동산 실무 운영 투자는 다 해봤다. 이 과정을 통해 부동산 건물주가 가진 수요는 알고 있었다. 대형 건물주일수록, 자체적인 운영을 부담스러워하고 컨텐츠 적인 측면에서 위탁하고 싶은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들에게 유휴 공간 활용을 통한 추가 수익은 물론, 브랜드 시험 판매라는 추가 가치를 제시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수많은 팝업스토어를 운영해보면서, 어떤 브랜드가 자기의 공간과 맞고 유동인구를 늘려주는지 시험해볼 수 있는 거다. 이를 통해 주변 상권 매출도 오르기 때문에 상생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렇다면 리테일 브랜드들은 스위트스팟과 함께 일했을 때 어떤 이득을 가져갈 수 있나. 

노출의 극대화와 낮은 수수료가 가장 큰 혜택이다. 과거엔 팝업스토어가 주로 백화점이나 가로수길과 같은 패션 거리 등에 설치됐었다. 수많은 브랜드가 입점해있는 곳에서, 행인들의 눈길을 끄는 건 상당히 어렵다. 빌딩 안에 단 하나의 팝업스토어가 열릴 경우, 그 주목도가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 수수료는 아울렛 기준으로 맞췄기 때문에, 기존 백화점 입점 수수료보다 저렴하다.

각 브랜드마다 주요 타깃층이 다를 텐데, 이에 따라 위치 선정 전략도 차이가 있겠다. 

맞다. 이를테면 고가의 브랜드의 경우, 유동인구가 적어도 구매력 있는 고객이 포진해있는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에 비해 저가 브랜드의 경우 유동인구가 높은 공간에 팝업스토어를 열면 낮은 단가로 매출을 유도해낼 수 있다. 남성, 여성 브랜드도 차이가 크다. 여의도 전경련회관의 경우, 70~80%의 직원이 남성이다. 이런 곳에서 남성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열면 반응이 좋다. 모 화장품 기업 본사가 있는 빌딩의 경우 당연히 여성 고객이 많다. 이처럼 빌딩 내의 남녀 성별 비율 자료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각 브랜드마다 타깃 고객에 특화된 장소를 추천해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브랜드가 우리에게 중개를 의뢰하면 유휴 공간 사진은 물론 해당 빌딩엔 어떤 기업들이 입주해있는지, 주변은 어떤 상권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일일 유동인구와 설비 정보 등은 기본이다.

현재까지 어떤 브랜드들과 일해왔나.

비율적으로 따지자면 대부분 패션 브랜드와 진행했다. 국내 S 전자와 같은 IT 기업과도 일했다. F&B 브랜드이 경우, 지금까지는 설비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진행을 못 했지만 최근 적합한 공간을 발굴해서 8월 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140개 브랜드와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현재 플랫폼에는 100개의 유휴 공간이 등록되어 있다.

스위트스팟의 역할은 공간 중개에서 끝나나. 

아니다. 팝업스토어 컨셉, 할인 프로모션 등을 브랜드와 상의하는 등 전반적인 운영과 기획에도 참여한다. 자사 SNS 유료 광고를 통해 개별 팝업스토어에 대한 온라인 홍보도 하고있다. 스위트스팟은 해당 팝업스토어 매출에 따라 러닝 로열티 방식으로 수익을 가져가기 때문에, 마케팅적 노력도 부지런히 하고있다. 또 7월 말부터는 브랜드와 협의해 위탁 판매를 시작하려고 한다. 브랜드가 제품과 단가를 주면, 스토어 기획부터 인력 지원까지 스위트스팟이 모두 책임지는 모델이다.

국내외 유사 서비스는 없나.

창업 전 시장 조사를 한 결과, 우리처럼 대형 부동산의 유휴 공간을 발굴하는 서비스는 없었다. 현재까지는 경쟁사가 없다. 해외의 경우, 영국의 어피어히어(Appear Here), 미국의 스토어프론트(Store Front)라는 서비스를 벤치마킹한다. 다만 그 두 서비스가 중개를 통한 고정 수수료로 돈을 번다면, 우리는 매출에 수익 구조를 연동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스위트스팟의 웹사이트에서 이용료, 필요 면적에 따라 유휴 공간을 검색할 수 있다

■ 부동산+빅데이터+공유경제 서비스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스위트스팟의 빅데이터 기업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게 됐다. 어떤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활용하고 있나. 

매출에 따라 가져가는 수수료가 달라지는 수익 구조이기 때문에, 브랜드 측에서는 우리가 제공한 결제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를통해 개별 팝업스토어에 대한 공간 매출 데이터를 우리가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와 일하는 브랜드가 많아져 매출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해당 공간에서의 브랜드, 카테고리별 선호도가 점점 더 명확하게 측정된다. 카드사 정보를 통해 구매자의 성별, 연령과 같은 구체적인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 이 자료를 활용해 브랜드 고객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에 주안점을 둔다.

많은 브랜드가 온라인 판매 채널을 늘리고 있다. 스위트스팟은 오프라인 판매 데이터만을 다루나. 

온라인 데이터의 경우 광고 집행 시점에서부터 구매에 이르는 고객의 여정을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분석해서 마케팅애 활용하기 쉽다. 이에 비해 아직 오프라인 구매 고객에 대한 데이터 취합과 분석은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명함 이벤트 등도 오프라인 구매자 정보 획들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우리는 이 오프라인 분야에서의 구매자 행동 분석 문제를 풀고 싶다.

향후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할 계획이 있다면. 

앞서 말한 위탁 판매 모델과 컨설팅 분야로의 확장을 바라본다. 누적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하면, 해당 공간에서 특정 브랜드가 얼마 정도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건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진다. 향후에는 위탁 판매를 넘어, 물건을 직접 사입해서 판매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적인 유통업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에는 브랜드 측으로부터 마케팅 컨설팅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그것 또한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 ‘공간 공유’라는 우리의 정체성과 뿌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자연스러운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 홍콩 부동산 재벌 3세가 스위트스팟에 투자한 이유

얼마 전 알토스벤처스와 홍콩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홍콩의 부동산 재벌 3세라고 들었는데. 

애드리언 청 뉴월드그룹 부회장으로부터 개인 투자를 받았다. 뉴월드그룹은 중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백화점, 부동산, 건설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이다. 애드리언 청 부회장은 홍콩 재계 3위, 세계 64위 부호인 청위퉁 회장의 외손자다. 뉴월드그룹은 중국 내 42개 백화점과, 홍콩의 유명 아케이드인 K11을 보유하고 있다. 애드리언 청이 우리에게 전략적 투자를 함으로써, 백화점과 아케이드의 유휴 공간을 우리에게 최소 3년간 독점으로 제공하게 됐다.

해외 진출에 상당히 좋은 기회가 되겠다. 애드리언 청 부회장을 만나게 된 계기가 궁금해진다. 

먼저 애드리언 청 부회장 본인이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한국 예술가들이 홍콩, 중국에 진출하는 일을 직접 나서서 돕기도 했단다. 운좋게도 지인 소개로 만났다. 창업 이전에 거캐피탈파트너스라는 자산운용사에서 일했는데, 그 곳의 회장과 애드리언 청 부회장이 지인 관계더라. 애드리언 청 부회장은 또 다른 지인으로부터 스위트스팟을 소개받았었는데, 잊고 있다가 거캐피탈 회장을 만나 우연치 않게 내 이야기를 듣게 된거다. 운좋게도 거캐피탈 회장이 내 이야기를 좋게 해주어서 만나게 됐다. 그가 투자 제안을 했을 때, 이미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가 완료된 시점이어서 자금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해외 진출에는 든든한 현지 파트너가 있는 게 좋을 거라는 판단에, 직접 공간들을 방문해본 뒤 업무 협약을 맺었다.

세상이 참 좁다. 스위트스팟의 어떤 부분이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줬다고 생각하나. 

우리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확장성을 이해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공간 확보 전략은 ‘가장 어려운 곳부터’다. 시장에서 가장 허들이 높은 공간들을 선점해 계약을 맺었다. 우리 플랫폼에 들어와 있는 부동산 건물들이 대부분 서울의 랜드마크들이다. 그 아래 단계로는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초기 네 명이 이 정도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네트워크 확장성을 높이 평가해줬다.

알토스벤처스도 투자 결정을 상당히 빠르게 내려줬다고. 

사실 알토스벤처스의 심사역 한 분을 작년 이맘때 쯤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사업을 소개했는데, 서비스 초기였기 때문에 투자 단계가 안 맞았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나면 다시 이야기해볼 수 있다고 하길래, 사실 당시에는 좀 실망했다. 자금이 거의 동났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고민해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힘들더라도 우리 힘으로 생존력을 보여주는 게 먼저였다. 그래서 손익분기점 넘길 때까지 IR 안 하겠다고 선포를 했다. 내부적으로도 이견이 있었지만, 결국엔 내 결정을 100% 지지해줬다. 그렇게 사업 운영에 6개월을 집중한 결과, 작년 4분기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커피 한잔하자’고 가볍게 심사역을 만나, 그간의 성과를 보여주니 이렇게까지 해낼지는 몰랐다고 하더라. 그 뒤에는 아주 빠르게 투자 결정이 이루어졌다.

■ 가장 큰 리스크는 언제나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빠른 성장 속도부터 해외 투자 유치까지, 승승장구할 기업으로 보이지만 실패의 위험은 언제나 있다. 스위트스팟의 앞날에 가장 큰 위험 요소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언제나 가장 큰 위험은 바깥이 아니라 안에 있다고 본다. 우리가 나태해져서 시장의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지금 딱히 경쟁사가 없다고 해서 현재 비즈니스 모델에만 안주한다면 결국 망할 거다.항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사용자에게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창업한 지 2년이 되어간다. 직장인과 창업자로서의 삶은 무엇이 다른가. 

일단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외국계 사모펀드의 펀드 매니저가 내 삶의 목표였던 시절이 있었다. 공부와 일을 열심히 해서 나름대로 꿈을 이뤘었다. 또래보다 연봉도 비교적 높고, 해외 출장도 자주 갈 수 있어서 재밌었다. 근데 막상 그 생활이 익숙해지니까 공허해지더라. 성장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질 않아서였다. 도전과제가 줄어들고 일이 익숙해지니까 재미가 없었다. 더 많은 도전을 하고자 창업을 했다. 나는 지금도 목표를 이룬 그 순간보다 과정이 더 재밌다. 투자 IR도 창업자에겐 굉장한 스트레스를 가져다주는 일이지만, 나는 즐기면서 했던 것 같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목표를 이뤄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희열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해달라.

생각보다 해외 진출이 빨리 이루어질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안으로 홍콩과 상해에 진출할 계획이다. 홍콩을 시작점으로 아시아 시장으로의 확장을 생각하고 있다. 내년엔 서울 외에도 부산과 같은 주요 지방 도시에도 진출한다. 국내 브랜드가 해외 진출을 하거나 해외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다. 지켜봐 달라.

[허스토리 #6] 국내외 6만5천 명의 컨설턴트가 사업을 돕는다, 프로파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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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비즈니스 혹은 당면한 문제를 마주한 기업은 규모와 상관없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고려하는 것이 전문가의 컨설팅이죠. 하지만 유명 컨설팅 그룹을 활용하려면 매우 큰 금액이 발생합니다.

이럴 때 이 서비스를 고려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비즈니스 전문가 네트워크 플랫폼인 ‘프로파운드’는 지난해 9월 설립 이후 총 8개국 6만 5천명이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유명 외국계 컨설팅 기업 출신부터 해외 법인 운영 전문가, 건설기계 엔진, 구매전력, 영업 프로세스, 식품기업 등 다양한 전문가가 각 기업의 문제 해결을 돕고있죠.

이 서비스는 효율적인 컨설팅,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은퇴자와 경력단절자들의 재기를 고민하다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이유경 프로파운드 대표를 만나 이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운영 철학을 들어봤습니다.

이유경 프로파운드 대표 / 사진=플래텀DB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프로파운더는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을 표방한다. 전문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 중이고 한국을 포함해 9개국, 총 6만5천 명이 인재로 등록돼 있다. 재구매율은 60%다.

사업 모델은 올해 총 3개다. B2c성격에 가까운 스팟 컨설팅 마켓 플레이스, B2B인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솔루션, 집단 지성을 이용한 와이즈텐이 있다.

3개 서비스를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누구나 사업을 운영하는 동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업은 유수의 컨설팅 업체에 사안을 의뢰한다. 이를 위해 컨설턴트로 이뤄진 팀이 만들어진다. 이들은 빠르게는 1달, 길게는 6달씩 기업의 문제를 진단한 뒤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가 운영하는 시스템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과 적임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이다. 다만 마이크로 컨설팅을 지향한다는 점이 기존 컨설팅 그룹과 다르다.

우리 플랫폼에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를 키워드 검색으로 찾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적임자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적합하단 판단이 내려지면 매칭이 이뤄진다. 문제 진단 및 해결 등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완료된다. 이 모델이 스팟 컨설팅 마켓 플레이스다.

두 번째론 의뢰자와 전문가간 지식 콘텐츠 나눔 서비스 ‘와이즈텐’이 있다. 부분유료화 모델인 이 서비스는 의뢰자가 질문을 올리면 해당 분야 전문가가 답을 주거나 실시간 예약을 통해 몇 명과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을 할 수 있다. 사이트에는 현재 6만 5천명 정도의 전문가가 등록돼 있다. 서비스를 도약 시키려면 이들이 모두 전문가로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해 만들었다. 콘텐츠가 쌓이면 디지털화해서 배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와이즈텐은 미국의 ‘후즈후’, 중국의 ‘즈후’와 비슷하다. 중국의 즈후는 유료화에 성공한 모델이다. ‘지식을 소비하는 새로운 습관’이라는 뜻처럼 우리도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거라 본다. 특히 현역에서 물러난 전문가의 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론 9월 정식 오픈되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솔루션이 있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만들게 된 서비스다. 일반 기업은 스팟 컨설팅보단 프로젝트를 진행하길 원한다. 허나 기존 컨설팅은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게다가 조사, 정리와 방향성 등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어서 실무적 부분이 다소 취약하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우린 ‘실무’경험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기업 고객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음식을 기업에 납품할 때 담당자부터 누굴 만나야 하는지 몰랐다. 일반 컨설팅에서 알려주지 않는 부분이다. 이때 해당 산업전문가를 만나게 되면 이 고민은 해결이 가능하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린 전문가를 찾는 것을 돕고, 자료 저장 및 일정 관리 등을 지원한다. 현재는 클로즈 베타서비스로 운영 중이다.

이 모델은 어떻게 구상했나.

처음 만든 마켓플레이스는 이전 직장 생활에서 느꼈던 불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모델이다. 이후 만든 와이즈텐은 하버드 MBA 출신이 만든 ‘아월리너드’에서 영향을 받았다. 프로젝트 솔루션은 사업을 운영하다 고객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관찰과 고객의 니즈에 따른 것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우린 ‘링크드인’을 주시하고 있다. 링크드인은 12억개의 프로필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들은 최근 ‘프로파인더’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12억개의 프로필을 활용, 프리랜서를 찾아주는 검색 기능인데 우리 서비스와 비슷하다고 본다. 프로파운드는 한국의 링크드인을 꿈꾸며 나아갈 생각이다.

서비스를 생각 하게 된 계기는.

세계적인 기업, 심지어 유명한 컨설팅기업 조차도 스스로 문제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울러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길 원한다. 이를 위해 정보를 가진 기업에 프로젝트를 의뢰 한다. 많게는 연간 3천만 달러를 쓴다. 문제는 중간 플랫폼이 가격을 공개하지 않다 보니 정보 불균형으로 오는 폐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골치를 해결하기 위해 아낌없이 큰 돈을 지불하지만, 그 돈을 배정된 컨설턴트가 다 갖지 못한다. 즉 고객은 합당한 지 모른 채 돈을 내는 것이고, 문제를 풀어준 당사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상호 폐쇄적이었던 정보를 공개해 서로가 동의한 가격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이 부분에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는 입소문이 나 우리 서비스를 찾아오는 기업 및 개인고객이 많아진 상황이다.

공급자, 수요자 모두 ‘프로파운드’를 이용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고객 측면에선 일반 컨설팅과 다른점을 강조하고 싶다. 일반 컨설팅은 일반적으로 회사를 논리적으로 바라보고 리서치 하는 게 장점이다. 문제는 거기에서 그친다는 데 있다. ‘해결하세요’ 하고 몇 백장의 PPT 슬라이드를 남긴 채 끝내는 거다. 컨설턴트로 일할 때 그 점에서 한계를 느껴서 만든게 프로파운드다. 프로파운드는 협업을 바탕으로 실무자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가격적 부담 없이 누구라도 실질적으로 필요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네이버와 삼성 등 국내 기업 뿐 아니라 구글, 마블 스튜디오 및 3대 외국계 컨설팅 출신 전문가가 우리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장의 주요 선두주자는 누군지, 단가는 얼마인지 등 관련 분야를 경험해보지 않으면 접하기 힘든 정보를 전문가에게 얻을 수 있다. 공급자 측면에선 은퇴자,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된 여성, 이직 및 전직을 준비하는 사람 등 자율적으로 시간 조정이 가능한 모든 이가 전문가로 활동하며 수익을 낼 수 있다.

서비스를 소비하는 고객층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마켓플레이스는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등이 많이 사용한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의 경우 기업으로부터 반응이 좋다. 와이즈텐은 모든 부류에서 두루 사용된다.

1년 만에 6만 5천명을 모았는데.

다른 건 없다. 인맥 네트워크의 힘을 믿었다. 처음에는 ‘전문가로 가입하세요, 서비스를 요청하세요’가 적힌 랜딩페이지로 진행했다. 지인 150명에서 시작해 초반 몇 달 간 4,500명까지 모았다. 이후엔 인터넷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했다. 해외 파트너사도 도움이 됐다. 이들이 가진 해외 DB는 인력 충원 및 해외 진출에도 큰 힘이 될거라 본다.

전문가 기준이 있나. 현직이라면 영업 기밀 누설에 대한 이슈가 있을 듯 하다.

전.현직 기준을 따로 두진 않았다. 다만 영업기밀을 누설하는 경우는 전현직 모두 중요한 이슈다. 그런 만큼 사전에 두 집단에게 교육을 꼼꼼히 진행한다. 고객에겐 규정에 어긋나는 질문을 전문가에게 하지 않도록 하고, 전문가에겐 곤란한 질문을 들을 경우 답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난처한 질문이 계속될 경우엔 즉시 서비스가 중단된다고 사전에 알린다. 두 집단에게 동의를 받은 뒤 서비스를 진행한다.

현직에 있는 분이 활동하는데 제약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걸 최소화 하려고 했다. 가입할 땐 실명으로 가입하되 의뢰자와 연락하기 전까지 전문가 리스트에 익명으로 등록할 수 있다. 다만 본인을 드러내며 활동하려는 분들이 많아서 현재는 실명 아이디로도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컨설팅 회사와 본질은 같은데 어떤 점에서 다른가.

우리는 단기간에 인사이트 있는 컨설팅을 하는 서비스다. 사용자의 니즈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여타 컨설팅과는 다르게 간편하면서도 비용 부담이 적다. 또한 산업 이해도와 깊이가 다른 분이 컨설팅을 진행한다. 프로파운드에선 클릭 한 번으로 전문가의 경력을 바로 알 수 있다. 링크드인,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등을 연동해 이력서를 볼 필요 없이 바로 이력을 판별할 수 있도록 했다.

비용은 어떻게 책정돼 있나.

전문가가 스스로 가격을 매긴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적정선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거나 낮게 올리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 양쪽에게 모두 돈을 받는 수익모델이다.

프로파운드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10%씩 수수료를 받는 형식이다. 비투비 모델인 프로젝트 솔루션의 경우, 수수료 외에 일부 금액이 추가로 더 책정될 수 있다.

양쪽 모두에게 수수료가 있으면, 당사자끼리 따로 연락해 계약을 성사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그런 사례는 없다. 우리 수수료가 그렇게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컨설팅 기업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으로 비용이 형성돼 있다. 더불어 우리는 법적 문제, 솔루션 퀄리티에 대한 불만 등 다양한 문제를 풀어줄 수 있다.

현재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운영 중인가.

성장에 가장 큰 부분을 두고 있다. 사업은 성장하고 있지만 갈증이 있다. 고객과 전문가가 보다 빠르게 매칭될 수 있도록 한다거나, 매칭률을 높여야하는 것 등 개선점이 많다.

코워킹스페이스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다.

구글캠퍼스 카페, 스파크플러스를 거쳐 현재는 위워크에서 일하고 있다. 구글 캠퍼스 카페에서 서비스를 기획했고, 스파크랩 9기 액셀러레이팅 기업으로 선정돼 스파크플러스로 옮겼다. 전직장 동료였던 COO를 제외한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모두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만났다. 코워킹스페이스의 장점으로 ‘네트워크’를 꼽는데, 우리가 그 사례라 할 수 있다.

요즘은 전통적인 근무 형태에서 많이 탈피된 양상이다. 일하는 방식 및 방향도 바뀌고 있다.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가 늘고 있고 본인의 능력과 기술을 중시하고 있다. 자기브랜딩도 요구된다. 더욱이 공유 경제가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내가 가진 걸 남과 공유하는 환경이 마련 돼있는 거다. 프로파운드는 자유로운 근무환경, 지식 콘텐츠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회사로서의 비전과 목표를 알려달라.

우선 올해 7,9,11월에 각각 계획이 있다. 이달 와이즈텐 오픈, 9월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솔루션 오픈, 11월은 일본에 진출할 계획이다. 모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길 바라고 있다.

우리 같은 서비스는 컨설턴트 출신이라면 한 번쯤 생각했을 모델이다. 잘 안됐던 이유는 시기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적절한 시기에 선두주자로 나아가고 싶다.

궁극적으론 우리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사용되길 바란다. 언어적 장벽만 해소된다면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처럼 효과적으로 쓰이는 서비스가 될거다. 이를 위해 열심히 달릴 생각이다.

[Startup’s Story #343] 직원 절반이 개발자인 물류 기업, 메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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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네이버에선 한 물류 스타트업에 240억 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 기업은 메쉬코리아로, 네이버는 이들이 우수한 IT 기술력을 갖춘 물류 기업인 만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메쉬코리아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물류 혁신을 이끄는 기업이다. 지금껏 이들이  투자 받은 금액은 총 755억 원으로, 이 금액은 주로 물류 배송 구조 인프라를 개선하고 여기에 기술을 녹이는 데 들었다.

직원의 절반이 IT 개발 인력이며 배송 기사를 배달 수행원이라 칭하고, 사내에선 과할 정도로 사내 의사소통을 장려하는 기업. 이들은 여기에 도심속 자율 주행 시스템을 적용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

물류 IT 기업이며, 동시에 사회적 기업임을 자처하는 메쉬코리아의 유정범 대표를 만나봤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36)

메쉬코리아의 ‘부릉’은 왜, 그리고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흔히 물건을 유통시키고 소비자까지 보내는 걸 배송, 그리고 이를 돕는 걸 수송이라고 한다. 우린배송을 직접 하는 업체다. 전세계적인 배경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최근 몇 십년 간 세계는 국가간 장벽이 사라지고 호황기를 맞이했다. 이에 국가간 물건을 수출하고 수입했다. 물류 문제는 이 때부터 모든 곳에 늘 존재했다.

문제는 배송 욕구가 커지는 것과 달리 이를 채울 수 있는 이가 줄었다는 데 있다. 물건을 배송하는 일은 힘들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메쉬코리아는 이 상황을 입체적으로 바꾸고 싶어서 시작된 기업이다. 힘든 일 하는 분에겐 일한만큼 비용을 정당하게 지급하고, 배송할 땐 데이터와 고도화된 IT 기술을 이용해 처음부터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점을 바꾸는 게 아닌 전체 축을 바꾸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기업 측이 생각하기에 현재 어떤 문제가 가장 큰가.

가격 시스템이 불분명한 것, 중간 마진 업체의 난립이 이 업계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본다. 게다가 그들의 삶을 제대로 조명한 리포트도 없는 것도 문제였다. 결국 ‘정보의 비대칭’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배달 수행원의 저임금 및 불안정한 고용구조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거기에 요즘은 정보 기술이 발전하며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업체가 많아져 더욱 팍팍해졌다. 고객과 업체, 수행원간 불신도 상당하다.

고객은 업체에게 일정 배송료를 냈다. 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은 콜센터는 수행원에게 배송 정보를 공유한다. 내용을 전달 받고 간 곳엔 들었던 것과 달리 무거운 짐이 놓여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가격이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고 비용 지급 근거가 없을 수록 수행원과 센터간 불신도 커진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또한 피해를 본다.

물류 문제는 국내에서 먼저 풀고 나아가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요즘은 거의 모든 걸 배송할 수 있는 시대다.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건 배달 수행원의 수고가 있어서 가능하다. 우리는 그들의 수고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국내에선 이 문제가 두드러진다. 물류를 ‘구매하는’ 서비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분이 많기 때문이다. 물건 값은 5천원인데 배송료가 1만원이라고 하면 이를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분이 대부분이다. 혹은 업체가 이미 지불한 줄 알았던 배송료를 소비자가 부담 해야 한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는 한다. 소비자는 물건 값에 배송료를 지불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유감스럽지만 ‘당연한’ 물건 배송은 없다. 그럼에도 공식적으로 배송 가능한 시간이 아니어도 약속한 게 있어서 물건을 배송한다. 고객은 이런 고마움을 모른다. 게다가 휴지를 배송하든, 정수기 물을 배송하든 거리가 같다면 수행원의 수당은 같다.

한국에서의 물류 문제는 중국, 일본 및 해외의 다른 국가보다 낙후돼 있는 편이다. 인식에서부터 오는 차이가 크다. 이에, 한국의 물류 문제를 풀면 전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더 나은 물류 배송 구조를 만들려면 ‘기술’이 필요

메쉬코리아는 어떤 방식으로 구조를 개선하고 있나.

우리는 ‘밸류 포 라이더(value for rider)’, ‘밸류 포 샵오너(value for shop owner)’를 지향한다. 그러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고 있다. 먼저 지역별 편차, 업무강도를 감안해야 한다. 물류를 제공하는 화주(기업)에게 배송 물품의 볼륨과 정보를 가져온다. 이후 배달 수행원에겐 무게와 지역 당 배송 요금을 각각 다르게 책정한다. 수행원 뿐만 아니라 법인 화주별 맞춤 요금제도 따로 책정한다.

‘요금’에 중점을 두고 있나. 

이 업계는 요금 체계가 투명하지 않은 데서 오는 갈등이 꽤 큰 편이다. 대부분 일하고 월급을 받아가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근데 이 과정에서 수행원은 내가 일한 게 어떻게 쓰였는지 잘 모른다. 이에, 우린 후불제가 아닌 배송 건 당 바로 돈을 드리는 방식을 쓴다.

비용은 우리가 배송 나갈 때 드리는 단말기를 이용해 지급한다. 수행원이 오더 수행 완료를 누르면 몇 초 안 돼 그들의 가상 계좌에 요금이 입금된다. 실제로 돈이 들어오는 게 보여서 수행원 내에서 가장 만족해 하는 기능이다. 정산이 자동화되니 우리에게 재입금을 요청하거나, 선불인 만큼 상점에게 클레임을 걸 일도 적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편하다.

물류기업인데 첨단 IT 기술을 활용한다.

물건을 사서 전달받는 건 오래전부터 행해진 과정이다. 시간이 흐르며 그 과정은 이제 낡은 것이 되었다. 이를 첨단기술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데이터 축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게 이 때문이다. 배송은 최적의 경로로 최적 시간에 도착해야 좋다고 한다. 우린 수행원이 그동안 배송 다니며 쌓아온 데이터를 모아 머신러닝에 활용한다. 물론 무의식적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데이터는 쌓여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짜는 걸 패턴 마이닝이라고 한다. 이것도 활용한다.

그 결과 현재 물류 기업 고객의 사륜차는 우리가 배차를 해주고 있다. 점주는 클릭 한번에 언제쯤 물건이 오는 지 알 수 있다. 점차 물류의 혁신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경로최적화 데이터를 꾸준히 쌓고 있다.

경로최적화는 우리 서비스가 보다 고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데 근거가 되는 주요한 프로젝트다. 우린 인터넷에 공개 돼있는 정보를 이용해 만들고 있다. 물론 최소 3달에 한번씩 표시된 가게가 바뀌는 만큼, 정보는 수시로 업데이트하며 경로를 최적화 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주소 변환 툴도 직접 개발했다.

상점은 다양한 이유로 바뀐다. 이에 소비자 위치도 변동폭이 크다. 길 위의 사정은 수시로 바뀐다. 더욱이 계획적으로 지어지지 않은 도시의 진화는 물류 배송에 더욱 혼돈을 초래할 거다. 주소변환 시스템을 직접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툴은 좌표값을 글로벌 주소 체계에 맞게 변환해준다. 이는 국내 시장만 생각해서 만든 건 아니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 계획적으로 건설된 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제작됐다. 현재 영어, 중국어, 일본어, 유럽 몇 개 국어와 동남아시아 언어 등이 지원돼서 쉽게 사용 가능하다.

SW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상품을 받아보는 고객에겐 최상의 품질로 배달되길 바란다. 그 연장선에서 수행원이 운반하는 배달통 및 안에 넣는 가방에도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보온/보냉 기능을 갖춘 장치 가방은 특허 출원 중이다. 이 가방엔 온도에 민감한 혈청 샘플을 운반하던 보존재가 사용됐다.

부릉 스테이션(물류 거점)을 많이 짓고 있다.

어쩔 땐 한 주에 4개씩 짓고 있다. 투자금의 일부도 이 곳에 쓰일 예정이다. 부릉 스테이션은 물량 배송의 효율화 및 배달 수행원의 휴식공간으로 쓰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

초반에 만들어진 스테이션은 법인 화주들의 물량이 많은 곳 위주에 있었다. 요즘은 개인 상점주도 고려해야 해서 가게가 밀집해 있는 곳, 주행거리를 줄이고 지점당 수익을 보존할 수 있는 곳 등 다양하게 선정해 짓고 있다. 현재 80여개 정도 있고 연말까지 130개를 지을 계획이다. 즉, 서울/경기 지역 반경 최대 1.5Km 내에 한 곳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자율 주행을 꿈꾸는 회사, 우리에겐 책임과 데이터가 있다

위탁 고용, 자율과 책임. 메쉬코리아 내에 있는 중요한 키워드다.

부릉은 수행원을 고용하지 않는다. 이들이 자율적으로 와서 일한 만큼 벌어가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수행원을 위한 종합보험과 상해보험도 들었고 앞으론 장비에 비콘을 붙여 위치 추적 및 사고나 나더라도 더욱 빠른 조치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도심 속 자율주행’에 가까워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게 무슨 말인지?

어린이가 뛰어다니는 골목에선 사실상 자율주행이 어렵다고 본다. 즉,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에선 ‘자율주행’이 어렵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현재까진 자율 주행을 했다가 사고가 나도 누가 책임을 지는 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메쉬코리아 내에선 수행원들이 어디로 향하는 지, 얼마나 걸리는 지 알 수 있다.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막연한 자율주행이라는 꿈이 아닌 단계별로 나아가며 실현가능한 꿈을 고도화하고 있다.

우리에게 자율주행, 자동화는 회사 내 전화 받는 사람이 없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쌓인 데이터를 근거로 배차도 투명하게 하고 일한 만큼 금액을 지급한다. 앞으로도 전화와 같은 아날로그 형식은 취하지 않을 계획이다.

모든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조직

커뮤니케이션을 적극 장려한다.

우리는 ‘오버 커뮤니케이션(over communication)’이라고 말한다. 상황이 주단위로 변하고 있어서 놓치고 지나치는 게 많을 수 있단 판단에서 시행됐다. 대신 커뮤니케이션의 양보다는 질을 따진다.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고 회의와 면담은 모두 클라우드에 모아둔다. 커뮤니케이션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

내부에 TF 팀이 많다.

사내엔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집중해서 해결하기 위해선 집중적으로 모여 만들고 해산하는 걸 선호한다.

예를 들면 물류개발팀만 따로 뒀다. 앞서 말한 배달 가방이 완성도 있게 제작되지 못하고 있었던 탓이다. 어느정도 마무리가 된 후 팀은 해산하고 다들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

대개 메쉬코리아 내에선 조직이 자주 바뀐다. 업무와 부서에 너무 매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기인한다. 회사는 일을 잘 해내기 위해 그와 적합한 인재가 모여 있는 곳이다. 이를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메쉬코리아의 인재 채용은 어떻게 이뤄지나.

나는 기본적으로 채용이 시작되면 관여하지 않는다. 그전에 인력 충원이 필요한 부서장과 충분히 논의를 거친다. 기준 몇 단계를 거치고 나서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부서장의 자율에 맡긴다. 대신 채용에 대한 책임은 엄격하게 진다.

지원자는 최종 면담할 때 만난다. 이때 그간 있었던 사내 일화를 가감 없이 말한다. 당장 함께 하지 않아도 되니 고민해 보시라고도 한다. 진실을 숨겨도 언젠가엔 드러난다고 생각하기에 언제나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다.

선호하는 인재상이 있을 듯 싶다.

우린 전국민이 다 아는 ‘부릉’을 만들고자 한다. 이에 전국민, 서비스에 몰입하지 않으면 열망이 오래가지 않을 거라 본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상황을 데이터화해서 검증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그 중 물류 산업계를 우리가 개선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공급 인프라 구축 및 데이터 학습을 위한 투자는 계속된다

최근 네이버에게 자사 최대 규모로 투자 받았다. 이번 투자는 어떻게 이뤄진 건가.

네이버 측과는 알고 지낸 지 3년이 좀 넘었다. 우린 그들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 사업을 하고 있었다. 꾸준히 지켜본 결과, 만국 공통의 문제를 진실 되게 사업하고 있는 모습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들었다. 좋은 멘토와 투자자를 만난 만큼 정확하고 바른 길로 빠르게 성장할 거라 기대한다.

유럽에선 이륜차를 이용한 배송 비율이 높은 편이다. 특히나 이커머스가 많이 발달했다. 프랑스,독일이 각각 38,40%를 차지한다. UK만 하더라도 58%정도에 이른다. 우리가 유럽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을 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유럽에 진출한 라인과의 협업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다.

투자금은 향후 어떻게 쓰이나.

연말까지 120억 원 정도를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구조를 개선했는데도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가 생각한 것에 1%도 다루지 못했다. 국내 배달음식 거래액은 현재는 15조 원 정도다. 미국이 1.4조 원 수준인 것에 비하면 국내 시장이 더 큰 거다. 배달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이를 위한 공급 인프라도 같이 갖춰져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기사 업무 개선에 힘쓰고 기술 개발을 위한 R&D 인력도 공격적으로 늘리고자 한다.

이번 투자금을 비롯, 국내 스타트업 중에선 투자를 꽤 많이 받은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투자 받기 어려운 순간이 있었나.

물론이다. 지금까지의 투자 유치는 굉장히 어려웠다. 한번은 지인이 ‘벤처기업협회’를 소개해줘서 그 곳에 등록돼 있는 133개 업체에게 모두 연락했다. 투자로 이어진 적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만난 투자자들은 배달 산업에 고도화된 기술이 왜 필요하느냐며 의문을 가졌다. 노동자를 위한 기업은 수익성이 없다는 말도 들었다.

그렇게 어려움을 겪다가 처음 투자를 유치했다. 1년 가까이 투자금 없이 운영해 1억 원 정도 매출을 기록했을 때다. 이걸 보고 투자자는 비교적 쉽게 투자 의사를 밝혔다. 2013년의 일이다.

내 편이 많은 사업, 옳은 길을 향해간다

사업에 힘든 순간, 전환점이 되어준 일이 있었다면.

사업 초반엔 운영이 정말 어려웠다. 두 달 정도 직원들 급여를 못 준 적 있다. 너무 괴로워서 로또도 수없이 많이 샀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달았다. 이렇게 요행을 바라는 것보다 나가서 영업을 한번 더 하자고 말이다. 그날 이후론 일과 현재에만 집중했다.

지금도 루머는 많이 듣는다고.

우릴 두고 다양한 말이 초단위로 들린다. 즉시 입금된다고 하는데 막상 확인하면 돈이 안 들어와있다더라, 투자 받은 지 오래됐고 위태롭다더라 등 안 들어본 말이 없다.

악의적 비방을 듣고 의연하게 버티는 것도 힘든 일인데.

비방은 우리 편에게서 오는 격려를 듣고 흘려보낸다. 많은 수행원들이 ‘일한 만큼 주는 데는 처음이다, 부릉과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고 격려해 주신다. 가끔은 사무실에 오셔서 야근하는 팀원들에게 야식도 사주신다. 감사한 마음으로 힘 내서 운영하고 있다.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나.

기존 업계는 정보가 투명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정보 불일치를 이용해 돈을 버는 업체도 생겨났다. 그렇기에 배달기사 및 물류기업, 고객간 신뢰가 쌓이기 어려웠던 거다. 우리는 이 상황을 개선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물류 플랫폼을 깨끗하고 진실되게 전파하는 거다.

사회적 기업 DNA를 가진 영리 기업이다.

실제로 사회적 기업 경연대회에도 나가봤으나 아직까지 한번도 선정된 적은 없다. 메쉬코리아는 사용자 입장보다 공급자에 편에 서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소셜 임팩트와 큰 가치를 가진 곳이다.

사업 각오.

사업은 정말 힘든 일이다. 두 번 이상은 못할 것 같다. 그만큼 한번 하고 있는 이 사업에 제대로 몰입하고 있다. 특히 돈을 쉽게 벌지 않고 싶어서 느리더라도 옳은 길을 걷고 있다. 우리가 나아가는 모습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Startup’s story #344]”만 원으로도 충분한 보험료, 10만 원을 내고 있진 않나요?”, 디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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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보험은 친한 듯 어려운 존재다. 특히 사회 초년생에겐 더욱 낯설다. 또 보험은 지인의 권유와 추천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 품목이기 때문에, 스스로 정보를 찾아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도 어렵다.

덜컥 가입한 후 어렵고 귀찮아 눈여겨보지 않았던 보험료는 어느 시점에서 가계 살림에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중도에 해지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0년 납부가 조건이었던 보험은 4년만 지나도 반만 가입을 유지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가입 이후 냈던 보험료를 100% 찾지 못해도 말이다.

보험은 살면서 필요한 일이다. 다만 무작정 비싸고 좋은 상품이 아닌, 각자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하게 하고 싶었던 명기준 디레몬 대표는 ‘레몬클립’을 만들었다. 낡고 오래된 관행을 재정비하고 보험이 원래 가진 ‘좋은’ 의미를 복원하는 것,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하는 보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업에 시작했다는 그를 만났다.

명기준 디레몬 대표

국내 최초 온라인 생명보험하던 사람이 사업가가 되기까지

디레몬의 대표를 맡기 전 어떤 일을 했나.

이전 직장에선 온라인 생명 보험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했다. 참고로 우리가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진 선례가 없었다. 즉, 국내 최초로 온라인 보험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보험에 적합한 상품 기획 및 판매 인프라 구성, 적합한 마케팅 등 온라인 생명보험 판매에 맞춘 모든 프로젝트를 이때 진행했다. 단장을 마치고 2012년 12월에 런칭했다. 후발주자가 나오기 시작한 건 일년 뒤다. 이들보다 반 발짝 앞서 나간 상황에서 3년 간 열심히 운영했다.

최초 사업자, 유의미한 실적 등 애착이 있었을 텐데. 사업을 결심한 계기는.

만 3년이 지났을 때다. 당시 판단으론 온라인 보험 시장이 들인 노력대비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단 생각이 들었다. 사업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중 기업의 성장 요인엔 합작법인도 큰 도움이 됐다는 걸 알았다. 윗선에 ICT기업과의 합작법인을 제안했다. 보험을 잘 아는 기업과 탄탄한 고객 기반의 회사의 만남은 곧 모회사의 상품 판매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문제는 기업 관계자와 만나도 합작법인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기업 내의 한 팀이 합작법인을 만든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스스로 사업성엔 확신이 있었다. 결국 나와서 사업을 시작했다.

아직까지 인슈어 테크는 많지 않다. 왜일까?

개인적으론 좋은 서비스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실행력이 뒷받침 돼야 나온다고 본다. 아이디어는 최대한 많은 사람 사이에서 많은 얘기 중에 나온다고도 생각한다.

그에 비해 보험은 일반인이 접하기에 다소 어려운 분야다. 보험만이 갖고 있는 규제나 갖춰야 할 요소 등 세부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 좀 있는 편이다. 이를 간파해 분석하고 도전할 수 있는 이는 다른 업 종사자에 비해 많지 않을 거라고 본다.

무너져 있는 소비자간 신뢰를 쌓기 위해 고민하다…해답은 ‘투명함과 진정성’

디레몬이 보는 현재 보험 업계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보험은 구매 후 만족을 주는 상품이 아니다. 수익을 벌어주는 일반적인 금융 상품이 아니라, 안 좋은 일을 대비하기 위해 억지로 구매하는 서비스인 셈이다. 게다가 구매 경험도 만족스럽지 않게 흘러간다.

보험과 소비자가 만나는 과정을 보자. 보통 상품을 탐색하고, 가입하면 이후 보험과 고객은 짧게는 1년, 길게는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

그 기간동안 고객은 돈(보험료)을 내고, 이벤트가 생기면 돈(보험금)을 받는다.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돈이지만 안 좋은 일로 받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태생부터 만족스럽지 못한 경험으로 다가오는 거다.

원천적으로 내게 기쁨을 주지 못하는 상품인 데다가 가입 경로 또한 불만족스럽게 진행된다. 일례로 한국인은 OECD 국가의 평균 보험료 대비 많이 내고 있다. 지인의 권유로 가입하는 일이 많다 보니 내게 유리한 조건보단 판매인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주는 방식으로 가입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보험 유지율이 4년만 지나면 50%가 되고 10년이 되면 20%만 유지하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여기에 보험의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 특성상 생겨난 정보 불균형도 한 몫 한다. 내게 맞는 보험이 어떤 건지, 청구가 가능한데도 하고 있지 않는 등 국민 대다수는 보험을 잘 모른다.

독자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보험의 진실은.

자동차는 온라인에서 가장 저렴하게 판매되는 상품을 고르면 된다. 제공되는 서비스는 표준화 돼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제공도 비슷비슷하다.

사람을 다루는 생명보험의 경우, 사망보험과 실손보험을 크게 두개로 본다. 우선 사망보험의 경우가입 시기를 잘 따져봐야 한다. 사망하면 1억원을 받는 보험을 20대 후반에 가입한다 치자. 한달에 20만원씩 20년을 내면 5천만원이 조금 안 된다. 그렇게 냈는데도 1억원을 받는다면 왠지 이득인 것 같다.

여기서 잘 생각해봐야 한다. 사망하고 난 뒤 받는 보험금은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쓰이는 비용이다. 보험금이 유용하게 쓰일 기간을 잘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종신보험은 필요한 기간이 대부분 정해져 있다. 바로 미취학 아동 자녀가 있는 가장에게 꼭 필요하다. 시기를 잘 생각한 뒤 가입해야 한다. 20만원은 재정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게 느껴지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초년생인데 사망보험에 가입했다면 다시 한번 고려해 보길 바란다.

살았을 때 얘기해보자.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은 큰 질병에 걸려 아프거나 다치거나 중에 하나다. 평생에 걸쳐 이 위험은 열려 있다. 큰 위험이 아닌 작은 위험은 건강보험으로 처리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비용의 66%를 국가가 부담한다.

이 외에 90%를 부담해주는 보험이 있다. 이를 ‘실손보험’이라고 한다. 1만원이면 가입할 수 있다.근데 이를 들어둔 사람이라면 각각 가입금이 다를 거다. 가입할 때 실손보험 외에 특약에 같이 가입 돼있기 때문이다. 1만원짜리 보험은 수수료가 남지 않아 일반 설계사들은 거의 권하지 않는다. 고로, 온라인으로 가입하길 권한다. 온라인에선 사람이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 없는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암 보험금의 경우도 보장금액을 막연하게 정하기 보다 자신에게 맞는 금액을 설정하는 게좋다. 보통 소득을 기회비용으로 두는 걸 추천하고 있다. 기본적인 소득 및 돈을 버는 기간이 주춤해질 때, 투자하고 저금해 소득 증대 및 아파서 잠시 일을 쉬게 됐을 때 얻지 못할 급여까지 모두 고려해서 설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언해주고 싶은 말은 저축성 보험을 들기 전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목돈이 들어갈 일이 많은 20대 후반~30대는 재무계획을 세울 때 특히 조심해야한다. 보험은 해지해도 원금을 다 받기 쉽지 않다.  7년 납입을 해야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큰 비용의 보험을 가입하기 전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투명함과 진정성을 담은 레몬클립, 느리고 긴 호흡으로 소비자에게 닿다

레몬클립 서비스를 만든 이유는.

보험 시스템을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4명의 친구가 있었다. 우리 중 누군가가 급작스럽게 안 좋은 일을 당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이때 다달이 조금씩 돈을 모아 놓는다. 실제로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우리가 모았던 돈으로 그를 돕는다.

이를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수령하는 과정으로 바꿔보면, 우린 보험금을 나와 같은 보험에 가입한 참여자에게 돈을 받고 있는 형식이 된다. 이게 보험의 의미다.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이다.

이 좋은 제도는 산업화 경쟁, 이렇게 되면서 수십년 간 왜곡됐다.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상품을 팔아야만 살 수 있는 구조로 바뀐 탓이다. 조직을 늘리고, 판매종사자는 소득을 위해 판매하고 그래야만 소득이 창출되는 구조를 수십년 간 지속해왔다. 여기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레몬 클립은 처음부터 정보의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다. 누군가가 보험을 탐색하고 가입하는 동안 어떤 상품이 필요한지, 그 상품은 최저가로 살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서비스다.

웹 단계에선 가입까지 돕는다면, 앱에선 가입 이후 고객 중심 개인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국내 모든 40개 회사 서비스를 조회해서 찾아주고, 개인에게 이 보험이 적정한 지 분석해준 뒤 청구가 필요할 땐 메시지를 알려줘 보험 서비스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비자 경험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왜곡되지 않은 보험의 원래 의미를 알려주고 싶은 게 우리 서비스다. 레몬 클립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고 싶다.

더욱 많은 고객을 확보해 가기 위해 ‘진정성’ 외에 다른 점을 고민하고 있는 게 있다면.

보안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이에, 지난 상반기에는 금융보안원의 핀테크 기술 보안 컨설팅을 받고 시스템 상의 취약 점이나 개선해야할 점은 없는지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의뢰해 진단받고 개선하고 있다. 지원해 주신 금융보안원 관계자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레몬클립이 자랑하고 싶은 서비스 특징은.

크게 기술과 서비스 측면에서 각각 말하고 싶다.

디레몬의 서비스인 레몬클립에 적용된 보험계약 조회 또는 온라인 자동차보험료 조회 검색 기술은 ‘클라이언트 방식’의 검색 기술이다. 즉, 이용자의 휴대폰에서 모든 조회 행위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용자의 공인인증서나 주민등록번호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아서 보안 이슈가 적은 편이다.

또한, 이용자가 휴대폰을 통해 직접 금융기관 별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계약내용을 조회하거나 보험료를 조회하는 구조와 같아서 보험사가 이 서비스를 원치 않는다고 조회를 차단할 수 없다.

우리 서비스는 크게 3가지 서비스로 구성돼 있다.

기본적으로 가입한 모든 보험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보험조회 엔진이 모든 보험사를 조회해 가입한 보험 및 내역을 알려준다. 이후 청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뷰어’기능, 가입한 보험을 진단해주는 어드바이저(advisor) 기능이 있다. 지금은 반자동화로 이뤄지고 있는데, 연말엔 인공지능 로봇이 적용된 고도화된 진단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원하는 보험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현재 포털 검색을 통해 보여지는 수많은 보험비교사이트들은 연락처를 남기면 상담원이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보험비교를 표방하는 곳들은 연락처를 넣지 않으면 보험료조차 확인할 수 없다. 레몬클립 몰은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가격을 직접 확인하고 원하는 보험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생명보험 외에 자동차 보험 또한 국내 모든 온라인 다이렉트 보험만을 비교해 최저가 보험을 찾아준다.

서비스가 비교적 단순하다.

서비스를 만들어 오는 동안 만든 특허도 여럿 된다.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응용 모델이 서비스 초기 시장에선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핀테크와 달리 인슈어 테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이 때 소비자 신뢰를 잃기 시작하면 재기하기 어렵다. 신뢰에 필요한 R&D, 이에 따르는 검증에 많은 노력을 들이며 가고 싶다.

수익 구조는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단순하다. 앱/웹 사용량이 많아지면 온라인 기반의 추천 또한 늘어날 거다. 이에 유입해 가입하게되면 광고비를 받는 구조다. 추후엔 상품 공동 구매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앞으로의 투자금 활용 방안이 궁금하다.

먼저 우리가 생각하는 이번 투자 유치의 의미를 말하고 싶다. 디레몬은 현재 국내 인슈어 테크를 다루는 곳보다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한 기업은 각각 성격이 다르다. 이들은 금융지주계열, 대기업계열, 그로스 기업에 투자하는 VC 및 자산운용사로 이뤄져 있다. 그런 만큼 이들을 설득하기까지 4배의 노력이 더 들었다. 이들 기업은 우리가 개선하고자 하는 구조를 긍정적으로 봤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결정을 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우린 보험 영역이 다른 핀테크 영역처럼 빠르게 바뀔 영역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이에, 긴 호흡으로 천천히 바꿔 나가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물론 이 산업이 급격하게 바뀌어도 안 된다. 39만 명의 보험설계사가 난데 없이 직업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서비스를 단단하게 만들고 가치를 견고히 다지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수치적으로 사용자를 늘리는 건 적어도 이 영역에선 큰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숫자가 지니는 단순한 의미보단 진정성을 더 큰 가치로 두고 있다. 실제로 가입한 뒤 우리에게 보험 활용 방안 및 적절한 정보인지 묻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가치를 쌓아 만들어 가다 보면 제대로 된 보험 플랫폼이 되지 않을까 하고 있다. 광고 수익 이외에 다른 수익 모델을 고려하는 것도 더욱 쉬워질 거다.

보험 전문가로 이뤄진 팀, 소비자와의 접점을 생각하다

그룹 CEO가 공동 대표로 있는 유일한 자회사다.

합작법인을 위해 다양한 기업과 만나던 때에 데일리금융그룹 CEO를 처음 만났다. 이들과 이야기가 잘 됐다. 당시 데일리는 보험 영역을 개척하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서로 잘 맞았던 셈이다. 신승현 대표는 계리사 출신의 보험 산업 전문가다. 이 산업에 관심이 많았다.

온라인 보험 판매 전문가로 이뤄진 팀이다.

보험 업에만 평균 6년 정도 근무한 분들로 이뤄져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온라인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들로 이뤄져 있다. 보험 IT 전문가, 보험 마케팅 전문가 등 보험 상품만 전문적으로 다뤄본 분들인 만큼 전문성이 두드러지는 게 강점이다.

보험에만 집중해 있는 사람이 모여 있다면 보험을 ‘잘 모르는’ 대중을 이해할 수 있는 접점이 자칫 줄어들 수 있다.

동의한다. 전문가와 초보자간 대화 수준은 분명히 다르다. 곧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단 뜻이다. 이 점은 우리에게 독이 될 수 도 있을 것 같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이에, 향후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분은 보험과 관련 없는 분으로 구성하려고 계획 중이다. 언제까지나 디레몬은 소비자 중심으로 이뤄진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늘 신경쓰고자 노력하고 있다.

비효율과 불합리성을 개선해 보험의 원래 의미를 복원하는 데 노력할 것 

사용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비스 런칭하고 나서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한번도 해본 적 없다. 마케팅 채널이 확보되지 않았는데도 하루에도 몇 백 명씩 사용자가 자연 발생하고있다. 이 점이 신기해 여쭤봤다. 지인 추천으로 많이들 사용하신다고도 했다.

이 분들은 우리 서비스에 와서 보험료가 적절하게 납부되고 있는 건지 묻는다. 가입 당시 상담했던 설계사가 아닌 우리에게 묻고 있는 거다. 이 점을 우린 주목하고 있다. 디레몬은 앞으로도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갈 생각이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시스템을 고객에게 강요하지도 않을 거다. 서비스 본질은 같을 지 언정, 이를 제공하는 방식은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믿음직스러운 서비스로 나아갈 생각이다.

디레몬이 그리는 미래는 무엇인가.

우리는 시장의 비효율과 불합리성을 개선해 소비자가 우선시 되는 보험시장을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동참하고자 하는 보험사나 여러 ICT기업이 있다면 적극 협조할 생각이다.


[Startup’s Story #345] 국내 영상 VR 컨텐츠 계의 독보적 기업 ‘벤타브이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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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업은 만들어낸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사업자 관점에서는 더 많은 돈을 끌어모으고, 더 많은 투자를 할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VR은 이에 대한 답이 된다.”

영화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분노의 질주> 등의 유통을 총괄하는 불릿(Bullit) 사의 토드 마커리스 대표는 작년 7월 한국을 방문해 위와 같이 말했다. 같은 이유로 영화뿐 아니라 게임, 방송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이 VR에 큰 관심을 두고 움직이고 있다. <캡틴아메리카> 시리즈의 조 루소 감독의 말을 인용하자면, “VR은 기술이고 플랫폼이며, 동시에 매체”이기 때문이다. 경쟁사에 주도권을 놓칠까 국내 대형 엔터사들도 앞다투어 VR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국내 VR 컨텐츠는 어떻게, 얼마나 성장해왔을까. 실사 영상 VR의 가능성과 미래를 증명해 보이고 싶다는 벤타브이알(VentaVR)의 전우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벤타브이알 전우열 대표

■ 3D 입체 360도 영상 스튜디오 ‘벤타브이알’

벤타브이알은 어떤 기업인가?

우리는 VR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다. VR 콘텐츠는 크게 엔진을 활용해 가상의 인물과 공간을 그려낸 게임 분야와, 실제 공간과 인물을 촬영해 보다 더 입체감 있게 보여주는 영상 분야로 나뉜다. 두 기법을 결합하는 작업도 많지만, 영상 쪽에 더 집중하고 있다. 자체 컨텐츠도 제작하고 있으나, 현재는 외주 작업량이 더 많다.

어떤 프로젝트들을 해왔나.

에버랜드의 호러메이즈(귀신의 집), 유니세프의 아시아 어린이 교육 콘텐츠, 삼성 갤럭시 7 스낵 무비 등을 제작했다. VR 단편 영화 3편을 제작해서 현재 부산 영화 체험 박물관에서 상영 중이기도 하다. 자체 제작 컨텐츠도 있지만, 외주 프로젝트를 더 많이 하고 있다.

벤타브이알은 VR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포지셔닝하고 있나.

세계적으로도 3D 입체 360도 영상을 만들어내는 업체가 몇 개 없다. 제작이 생각보다 힘들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정체성은 확고하다고 볼 수 있다. 2D 360도 영상의 경우 카메라 2대로도 제작할 수가 있지만, 3D 영상은 그보다 4배 정도 많은 카메라가 필요하다. 최대 14대를 사용한 적도 있다. 후반 작업 시간도 보통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더 걸린다.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적 부담도 클 것 같다. 스타트업 단에서 하기에 무리는 없나.

작업량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자금적으로는 괜찮다. 카메라 한 세트에 2천만, 3천만 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진 않은 편이다.


VR 산업 분류 (자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인사이터스 가공)

■ 엔터 분야 협업 요청이 제일 많아

산업군별로 나누면 어떤 분야에서 VR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역시 엔터테인먼트 업계다. 음반, 영화, 방송 업계가 제일 관심이 많다. 지금은 SBS와 함께 아이돌 관련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SM 엔터테인먼트와도 작업을 했다. 아이돌 팬은 굿즈 문화에 익숙하고 구매력이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좋은 VR 컨텐츠를 제작만 한다면, 수익화를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초상권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긴 하지만 여러 번의 협업을 경험해보고, B2C 시장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외부에서 프로젝트 협업 요청이 들어오면 어떤 단계로 일이 진행되나.

클라이언트들에게 VR 컨텐츠를 이해시키는 작업이 맨 첫 단계다. ‘VR적인 컨텐츠’의 특성은 무엇인지, 기존 2D 컨텐츠와 어떤 점이 다른지를 설명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예를 들어 2D 영상은 다이나믹한 컷 연출을 통해 연출자의 의도를 드러낼 수 있다. 컷을 빠르게 바꾸어 속도감을 주거나, 주인공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감정선을 강조하는 식이다. 그런데 VR의 경우 동일한 컷이 20~30초 정도 유지되어야 사용자가 몰입을 시작할 수 있다. 또 움직임이 너무 빠를 경우, 시청자가 멀미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앉아서 진행되는 정적인 연출이 적합하다. 화려한 연출을 원하는 클라이언트들은 이 부분에 대해 아쉬워한다.

장비 설치 문제도 있겠다.

맞다. 컨텐츠 자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최종 재생 기기의 성능이다. VR은 HD의 4배 해상도를 가지고 있는 UHD로 제작되고, 우리는 초당 60프레임 제작을 하기 때문에 영상 용량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좋은 장비를 갖춰야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데, 클라이언트들 입장에서는 비싼 기기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클라이언트 설득 과정을 마치면, 그 이후에는 VR에 적합한 시나리오와 제작 기법을 구성한다.

■ VR에 어울리는 연출법은 따로 있다

VR 특성에 맞는 시나리오 작법과 촬영 기법이란 어떤 것인가.

VR 컨텐츠는 아직까지 체험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 그렇게 깊이 있는 시나리오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게 대부분이고,클라이언트가 시나리오를 직접 들고 오는 경우도 많다.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가 필요한 VR 영화의 경우는 작가와 연출자를 따로 섭외해 시나리오를 만든다. 촬영 기법은 기존 영상 연출과 완전히 다르다. 기존 영상이 프레임 안에서 얼마나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할지를 고민했다면, VR은 아예 프레임 자체가 없다. 눈을 돌리는 어느 곳에서나 이야기가 펼쳐져야 한다. 이때 감정선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는 거리감이다. 시청자와 등장인물이 연인 관계라면 더 가까이, 접점이 별로 없는 인물이라면 더 멀리 배치하는 식이다.

연출자의 의도를 강조하기는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 같은데.

그렇다. 시청자가 어디를 바라볼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물론 시선이 따라올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유도는 하지만 100% 성공할 순 없다. 예를 들어 아이돌 그룹의 경우 정면에 A라는 멤버가 있어도, 관객이 B 멤버의 팬이라면 고개를 돌려 그 쪽을 바라보게 된다. 그런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동시에 그 점이 바로 VR의 장점이기도 하다.

촬영 후반 작업은 어떻게 되나.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의 경계면을 이어 붙이는 스티치(Stitch)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의 완성도가 몰입감을 좌우한다. 스티치 후에도 입체 보정을 통한 안정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VR 업계에서는 아직 공통 표준이 마련되지 않아 기기마다 컨텐츠 제작을 따로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특히 게임의 경우에는 안드로이드와 iOS 버전 자체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 재생 기기 별 차이도 있다. 하지만 영상 VR의 경우에는 콘텐츠를 한 번 만들면 어느 기기에서건 재생은 다 가능하다. 해상도와 프레임레이트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서 게임 보다는 그 부분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 있다.


영상 VR 촬영 과정 (자료: 벤타브이알)

■ 구글 ‘데이드림’ 플랫폼이 진정한 VR 대중화 시대 열 것

유튜브를 통해 웹용 VR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방송국에서 제작한 것이었는데, 질이 그렇게 좋진 않더라. 이러한 무분별한 컨텐츠 양산은 오히려 VR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그게 가장 큰 문제다. VR을 영상 콘텐츠로 처음 접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질 좋은 영상 VR 컨텐츠가 많이 없는 편이다. 첫 경험이 좋지 않으면 ‘VR 별거 없던데’ 하면서 흥미를 잃게 된다. 그래서 게임 VR 업체들이 영상 VR 컨텐츠를 별로 안 좋아한다. 이 부분을 극복하고자 벤타브이알은 최대한 각 기기에 맞는 방식으로 컨텐츠 기획을 하고 후반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VR 대중화의 중요한 계기 중 하나가 실시간 스트리밍의 도입이다. 언제쯤이면 VR 컨텐츠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을까.

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데이터를 많이 소비할 시장이 필요해진다. 그 시장에 딱 어울리는 게 VR 컨텐츠다.

미국, 중국 등 각 국가가 5G 기술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경쟁 중이다. 컨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어느 국가가 주도권을 쥐든 상관없나.

전혀 상관없다. 빨라지면 좋은 거고. 각국 이동통신사 간의 경쟁일 뿐이다.

VR 실시간 스트리밍 시대가 오면, 당장 어떤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나.

가장 가까이는 아이돌 라이브 방송으로 주목 받는 브이앱 같은 서비스가 곧 VR 방송을 도입하게 될 거다. 유튜브 등 각종 영상 플랫폼들도 이미 준비를 하고 있다.

10대, 20대뿐 아니라 중장년, 노년층을 위한 컨텐츠도 필요하게 될 텐데.

아무래도 의료, 헬스케어 분야 수요가 제일 많다. 우리도 제주치매센터와 함께 치매 체험 VR 컨텐츠를 두 편 정도 만들었다. 가족들이 치매 환자의 고통을 헤아려보는 체험형 컨텐츠다. 올해에는 치매 진단을 할 수 있는 컨텐츠도 제작했다. VR이 진료 영역으로도 들어가고 있다.

매년 ‘올해가 VR 대중화 원년’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여전히 때가 차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언제쯤 진짜 VR이 대중화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구글의 VR 플랫폼인 데이드림이 결정적 역할을 하리라 본다. 원래는 데이드림 지원 스마트폰이 올해 많이 나왔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에 걸맞은 디스플레이 생산이 더뎌지면서, 그러질 못했다. 얼마 전 구글이 샤프와 함께 디스플레이 회사를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약 2, 3년 후에는 데이드림 지원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될 것이다. 그때 쯤엔 일상으로 VR이 들어왔다고 볼 수 있을 거다.

컨텐츠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나라는 어딘가.

역시 미국이다. 펠릭스앤 폴(Felix & Paul), 뉴욕타임스 등이 양질의 컨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전트(Jaunt)VR은 가장 많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회사다. 중국의 경우 컨텐츠 보다는 하드웨어 쪽으로 발달되어 있다. 컨텐츠 분야에서는 다소 뒤지고 있다. 중국이 최근 몇 년간 VR 분야에 투자가 활발했는데, 생각만큼 좋은 결과를 뽑아내고 있지 못해 시장 자체는 침체기라고 볼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기술적으로는 뒤지지 않는다. 한류 스타도 큰 자산이다. 작은 기업들도 한류 스타와 VR 컨텐츠를 제작하면,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려 하진 않는 것 같다. 대형 기획사의 경우 몇 편씩은 제작했는데, 생각보다 컨텐츠가 주는 첫 경험이 매력적이지 않았는지 쉽게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더라. 국내 투자 규모도 미국, 중국에 비해 크지 않다.

국내 벤처 투자 업계는 VR에 대해 어떤 반응인가.

의외로 정부, VC 쪽에서 VR 쪽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런데 중국과 마찬가지로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선례가 많이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다소 침체한 상황이다.

컨텐츠와 관련해 정부 규제는 심하지 않은 편인가.

게임 쪽보다 영상 VR에 대해서는 규제가 그리 심하지 않다. 기존 영상 규제 수준과 비슷한 편이다. 정부 규제보다는 오히려 플랫폼별 규제가 더 까다롭다. 오큘러스의 경우 플랫폼에 올리기까지 심의 과정이 꽤 엄격하다. 초기 시장에서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주어야 사용자 경험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보다는 플랫폼별 규제가 민감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를 말씀해달라.

올해 세웠던 B2B 목표량은 이미 충분히 넘겼다. 남은 기간에는 B2C 시장 진출에 더 힘쓸 예정이다. 또 아직 시장에서는 영상 VR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 앞서 말했듯, 질 좋은 컨텐츠들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벤타브이알을 통해 영상 VR도 충분히 몰입감 있는 컨텐츠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최종 목표다. 지켜봐 달라.

[Startup’s story #346] 고객 일생의 ‘삼 분의 일’을 책임진다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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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국내의 한 공장에서 한 매트리스가 완성된다. 이걸 만든 이는 이듬해 초 가사도우미 서비스 ‘홈클’을 정리한 전주훈 대표였다.

이전 사업을 접은 전대표는 우연히 맡게 된 일로 매트리스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전세계 매트리스 시장 규모 1위인 미국이 17조, 국내 또한 1조원에 다다르고 있었다. 결코 작지 않은 시장이었다. 매트리스를 알게 될수록 폼 매트리스의 오묘한 조합과 매력에 빠진 그는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한다. 이후 직접 만든 매트리스가 지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자 사업에 확신을 갖게 된다.

일년간 절치부심해 만든 매트리스는 현재  긍정적 후기를 쌓아가며 순항하고 있다. VC로부터 좋은 반응도 얻어 초기 투자도 받았다.

“고객의 하루 삼 분의 일, 일생의 삼 분의 일을 책임지는 기업이 되겠다”는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를 만났다.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 

▲무중력 상태의 기분을 느끼는 매트리스를 만들기 위해 매진하다.

매트리스 사업을 시작한 계기

이전 사업을 접으면서 빚이 있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할때 매트리스 관련 기업의 외주 일을 맡아 진행했다. 이때 매트리스 공장을 소개 받았고 공장장과 친해져 일이 끝나고도 계속 왕래를 했다. 그에게 매트리스 만드는 방식을 배웠고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었는데, 흥미롭고 신기했다. 그렇게 만든 매트리스를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줬는데 반응이 좋았다.

동시에 미국의 매트리스 브랜드 ‘캐스퍼’를 알게 됐고, 우리가 흔히 알던 스프링이 아닌 폼으로 매트리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 현재는 미국과 유럽에서 폼 매트리스 소비층이 늘어나는 점 등 트렌드를 접할 수 있었다.

사업성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재도전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후 ‘무중력’상태를 느낄 수 있는 매트리스를 연구했다. 그렇게 올해 4월까지 총 10개의 매트리스를 만들었다.

매트리스를 많이 만들었다고 했는데 일반적인 생산품과 비교하면 적은 편 아닌가.

보통 일반 공장에서 모델을 바꾸는 주기는 5년에 한 번 정도다. 우린 많이 바꿨다. 무작정 바꾼 것도 아닌 소비자 반응을 참고해 계속 수정을 거듭했다. 고객의 반응이 어떤 지 모르고 만들면 판매량이 떨어졌을 때 이유를 알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매트리스 공장에선 소비자 반응을 바로 알기 힘들다. 가구회사와 대리점이 있기 때문이다. 단계가 많아질수록 최종 피드백을 받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린다. 우린 시장 반응을 바로 볼 수 있는 온라인 다이렉트 판매 방식으로 매트리스를 판다. 실제 구매 고객의 선호도에 맞춰 만들기 때문에 공장 측에서도 우리를 선호한다.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매트리스를 만기 위해 어떻게 해왔나.

제품이 나올 때마다 시장 반응을 살폈다. 직접적으로 사용자가 매트리스에 눕게 한 뒤 느낌을 조사했다.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100명 중 7,80명이 선호한다고 응답한 제품을 출시했다.

다만 매트리스는 사람의 취향을 타는 편이다. 이에 미국의 한 매트리스 회사는 처음부터 설문조사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매트리스를 보내주고 있다. 우린 아직 초기 단계라 다양한 매트리스를 취급할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업체의 고객 접점을 꾸준히 참고하고 있다.

그 동안 만들어진 매트리스는 사업성이 없어서 판매를 하지 않았나.

일반 제품과 달리 매트리스는 눕기만 하면 그럭저럭 잠은 잘 수 있는 제품이다. 즉 우리도 만드는 당시부터 팔 수는 있었다. 다만 우리의 개발 의도는 누웠을 때 무중력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출시를 미뤘다.

일반적으로 폼 매트리스는 5개의 폼을 조합해 만들어진다. 이때 3번째 폼의 경도를 낮춰야 압점이 없어진다든가, 밀도와 경도 및 서포트/컴포트 레이어 등을 자유롭게 조합해 만든다. 여기서 우리가 의도한 느낌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정도 만족 요건을 갖춘 제품을 정식 출시했다.

▲매트리스 사업, 지금이 적기다.

삼분의일의 매트리스 사업, 왜 지금인가.

매트리스 사업은 여전히 오프라인 영역에서의 매출 비중이 큰 편이다. 부피도 크고 배송에선 물류비 문제도 있을 뿐더러 체험해볼 수 있는 장소도 필요하다. 다만 온라인으로도 활발히 판매 되고 있어, 온. 오프라인간 판매 개수는 거의 같다. 동시에 폼 매트리스의 선호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오프라인 영역 비중이 줄기 시작할 거란 예측은 나스닥 상장 매트리스 기업의 주가만 봐도 알 수 있다. 템퍼-실리의 주가는 떨어졌지만 온라인 판매 기업인 ‘캐스퍼’는 매출 대비 기업 가치가 7,8배 올랐다. 이에 벤처 업계에서의 투자도 활발해졌다. 이처럼 온라인 판매가 점차 늘어날 거라 예측되는 가운데, 국내도 온라인 매출 규모가 점차 늘 거라고 예측된다. 폼 매트리스의 수요도 신혼부부 및 젊은 층 위주로 확대되고 있다.

스프링 매트리스에 비해 폼 매트리스는 안이 꽉 차 있고 원 재료인 폴리우레탄 단가가 비싸서 가격도 높았다. 그러다 자리를 잡아가며 가격이 현실화됐다. 매트리스 또한 압축이 가능해지며 물류비도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온라인에서 매트리스를 파는 게 무리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거다. 삼분의일은 초기 시장인 온라인 매트리스 판매의 선두주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매트리스가 잘 되겠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올해 국내의 매트리스 시장 규모는 9천억 원에서 1조원 정도로 적은 규모는 아니다. 세계 1위 시장인 미국이 17조 원 규모다. 구조적으로 서양식 생활로 변화하고 있기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앞으로의 변화에는 동조하지만, 사업을 하기에 좀 이른 판단 아닐까.

미국의 달러쉐이프클럽, 와비파커, 캐스퍼를 통틀어 ‘디지털리 네이티브 브랜드(Digitally native brand)’라고 한다. 이들은 면도날, 안경, 매트리스를 팔지만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 ‘달러쉐이프클럽’은 현재 면도날 외에 남자용 포마드, 샴푸 등을 판다. 이들의 경쟁사이자 업계의 전통적인 강자인 ‘질레트’도 마찬가지로 면도기와 쉐이빙 폼을 판다. 남자 그루밍 제품을 다루고 있지만 이들이 사업 아이템을 확장한 기간은 각각 5년, 90년이다. 온라인에서의 파급력은 기대 이상의 시간 단축과 매출 증대를 이끌 수 있는거다.

이러한 흐름은 소셜네트워크가 발전하며 브랜드와 고객이 쉽게 만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피드백을 듣고 빠르게 보완해 나오는 제품을 고객이 좋아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기존의 오프라인 기업은 구조화한 오프라인 판매망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게 있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대리점의 의견 및 TV광고 일방적으로 이뤄진다. 아마 기존 브랜드가 오프라인 브랜드처럼 구축하기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거다. 우리가 주목한 흐름이다.

매트리스를 바꾸는 주기는 다른 물건보다도 꽤 긴 편이다. 고객이 재구매를 한다고 해도 시기가 늦게 돌아오는데.

한국에선 평균 7년 정도를 쓰고 교체한다. 교체 주기만 보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맞다. 우린 매트리스로 시작했지만 방수커버, 베개 등을 차례로 출시할 예정이다. 침대 매트리스로 인해 수면경험을 완벽하게 제공하지만, 관련 물품도 갖춰져 있어야 더욱 오래 쓸 수 있다. 사람은 매일 자는 동안 500ml의 땀을 흘린다고 한다. 방수처리가 안된 매트리스에 땀이 계속 닿으면 금방 망가진다. 우린 침대 매트리스를 오래도록 사용하는 동안 관련 상품 구입을 유도하도록 할 방침이다.

▲삼분의일은 IT를 접목한 수면연구기업

앞으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운영할 건가.

우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게 있다면 바꿔주거나 커스터마이즈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더욱 밀접하게 다가갈 생각이다. 나아가 고객의 완벽한 수면경험을 위해 매트리스 뿐만 아니라 베개 및 침대커버 뿐만 아니라 프레임 등 수면 관련 용품을 제작할 것이다.

궁극적으론 해외 진출도 희망하고 있다. 그동안 매트리스는 수출입이 어려운 품목이었다. 무거운만큼 물류비가 많이 투입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중국산 매트리스가 시중에 소개되는 게 더뎠던 것도 그 이유다. 우린 압축 포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물류 비용이 1/10로 줄어든다. 미국과 러시아, 남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그 일을 세 명이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맞다. 그래서 현재 전분야에서 채용을 진행중이다.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선 홈페이지/어플리케이션 개발 및 제품 디자인도 고도화해야 한다. 우리에겐 물리적인 생산품 말고도 온라인 생산품이 존재한다. 이게 바로 웹페이지다. 웹페이지는 우리에겐 정말 중요한 매장이다. 때문에 개발팀의 유무는 회사 발전에 아주 큰 부분이다. 우리 사업과 커머스에 관심 많은 개발자를 찾고 있다.

일반 제조사가 아닌 ‘IT를 접목한 수면연구 개발기업’으로서의 면모가 있다면.

전세계 모든 이가 일생의 1/3은 잠을 잔다. 우리는 그 시간 동안 행복한 수면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 이를 위해 수면 데이터, 심장박동수, 압점 등 다양한 데이터를 놓고 연구를 진행중이다. 더불어 사물인터넷과의 접점도 찾고 있다. 에어컨을 끄거나 스위치를 끄거나 혹은 잠을 얕게 자고 있으면 다른 방면으로 잘 잘수 있도록 돕는 방식 등이다.

그것이 적용된 제품을 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거라고 보나.

이미 기술은 준비되어 있다. 다만 IoT 침대를 만들기 위해선 매트리스 뿐만 아니라 프레임도 필요하다. 현재 매트리스 하나만 다루는 우리로선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유관업체들과 협력해 고도화한 제품을 제작하려고 한다.

당장의 매출 목표가 없다. 

지금은 매출이 문제가 아니라 팬을 많이 만들고 고객과 믿음을 쌓는 시기라고 본다. 우리는 좋은 품질의 매트리스를 고객에게 합리적으로 팔겠다는 것이 목표다. 현재 온라인에서 매트를 파는 곳은 모두 최저가 경쟁으로 혈안이 돼있다. 우리는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 신뢰받는 브랜드가 되는 걸 우선으로 보고 있다. 그것이 확립되면 성장 속도가 빨라질 거라 생각한다.

B2B 수익 모델을 고려해본적은 없나.  

우리 매트를 사용해본 개인 고객들 중 일부가 필요에 의해 대량으로 구입하고 싶다고 의사를 전해온 적이 있다. 감사한 제안이지만, 우린 B2B 모델에 주력할 생각은 없다. 고객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의견을 듣는 게 우리의 사업 방향성에 더 맞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그게 더 좋다.

▲우리 성장의 제1의 요인 ‘팬덤’

팬을 모으려면 마케팅이 중요하다. 

우선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나 스스로도 우리 브랜드 이야기를 가감없이 적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우리의 ‘팬’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고객과 브랜드가 가까워지면 버티컬 영역에서의 확장은 쉬워지고 깊어진다.

고객과 우리 사이에 닿는 모든 지점에서의 불편함을 없애야 한다. 처음 우릴 알아보고, 묻고, 구매하는 이 모든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고객이 추구하는 제품이 우리에게 없다면 타사 제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고객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

우린 스스로를 단순 매트리스 제조업체라고 생각지 않는다. 삼분의일은 수면 경험을 완벽하게 책임지는 회사다. 때문에 고객 한명 한명을 소중히 케어한다는 각오다.

삼분의일이 생각하는 리스크는 무엇이고 어떻게 관리할 생각인가.

블랙 컨슈머와 제조공장을 직접 갖고 있지 않는 점이 우리의 약점이라 지적받은 적이 있다. 우리 제품의 반품기간이 100일인 점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한 곳에서 단기간 체류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침대등 부피가 큰 물건은 반품률이 적다. 평균적으로 이 업계의 제품 반품률은 1년 평균 7%정도다. 우린 100개 넘게 팔았는데 반품된 것은 2,3개 정도다.

두 번째론 제조 공장 이슈다. 당장 공장이 생산을 거부하면 어떻게 하겠냐고들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매트리스 OEM 공장 관계자가 우리에게 투자했다. 공장은 생산할 수 있지만 브랜드가 없다. 그에 비해 우린 브랜드라는 무형자산을 가지고 있다. 쌓아온 브랜드 자산은 쉽게 대체되기 어렵다. 공장에서 우리와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만큼 이 점도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

▲대표 전주훈에게 ‘삼분의일’이란

3번째 사업 도전이다. 이전 사업경험이 도움이 됐나? 

레스토랑과 청소도우미 플랫폼을 운영해봤다. 우선 식당 사업에는 사업 운영에 필요한 요소가 다 들어있다. 인사, 재무, 회계, 마케팅 등을 깨우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청소도우미 사업을 하면서 사업 기획 및 개발자와 일하는 법을 배웠다. 가장 중요한 ‘내가 해야 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도 그대 경험했다.

내가 해야 하는 사업은 무엇을 뜻하나.

‘플랫폼 사업은 어렵다는 점’, ‘나와는 맞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플랫폼 사업은 말그대로 공급과 수요를 잇는 일이다. 각 그룹을 모아야 하고 수익 모델도 복잡했다. 게다가 플랫폼에선 나만의 철학을 더한 생산품을 만드는 것도 어렵다. 더불어 브랜딩하기도 어려웠다. 좋은 사람과 일하는 건 즐거웠지만 성격상 본질이 즐거운 사업은 아니어서 힘들었던 적이 있다.

지금 사업은 본인에게 맞는 사업인가.

사업의 본질은 ‘문제 해결’이라고 본다. 집청소는 꼭 필요하다기 보단 ‘있으면 좋은 서비스’였다. 하지만 지금 사업은 풀려는 문제가 크다. 수면 문제가 해결되면 많은 곳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생산성 뿐만 아니라 인생도 달라질 수 있다. 하루의 1/3, 혹은 일생의 1/3을 우리가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하루하루가 신난다.

궁극적으론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업체가 되겠다고.

이 시장에 수십 년간 뿌리내린 대형 기업이 있다. 우린 이들의 아류가 아닌 수면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내는 선도 업체가 되려고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당장 매출이 문제가 아니다. 기존 업체는 몇 개를 생산해서 대리점에 출고하는 지가 첫 번째 KPI지만, 디지털리 네이티브 브랜드를 표방하는 우리와는 결이 다르다. 우린 고객과의 접점에서 좋은 경험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노력할 거다. 그러기 위해서 고객들과 자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우리가 가려고 한다. 앞으로  많이 기대해달라.

[Startup’s Story #347] 구글·산리오·라인과 일하는 AR 스타트업 ‘애니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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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미술학원 교사가 포기할 정도로 손재주가 없던 ‘만화 덕후’ 전재웅 대표는, ‘누구든 손쉽게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을 꿈꾸게 됐다. 어렸을 적의 꿈이라면 금새 잊어버릴 만도 한데, 그는 이를 이루기 위해 대학에서 8년간 컴퓨터과학 연구를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박사 생활을 하던 연구실의 선후배와 의기투합해 만든 기업이 바로 애니펜(Anipen)이다.

애니펜은 이미 구글, 산리오, 라인 등 글로벌 대기업의 AR 컨텐츠 파트너사로 일하고 있는 강소 기업이다. 그들이 그리는 AR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전재웅 대표를 만나봤다.

애니펜 전재웅 대표

■ 구글, 산리오, 라인과 일하는 AR 스타트업 

AR 기업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하는 ‘오타쿠’였다. 학창시절 미술학원에 다녔는데, 선생님이 ‘이 아이는 못 가르치겠다’고 하시더라. 그때부터 특별한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쉽게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꿈꿨다. 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애니펜은 ‘애니메이션 펜슬(Animation Pencil)’의 줄임말로, 3D 애니메이션을 연필로 낙서하듯이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목적을 이루기에 AR이 적합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8년간 석박사 생활을 하며 뜻이 맞았던 연구실 선후배와 손을 잡고 2013년 회사를 차렸다.

언론에 많이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쟁쟁한 파트너사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들었다.

미국 구글, 일본 산리오, 한국 라인 등과 협업하고 있다. 현재 라인프렌즈 플래그쉽 스토어에 AR존이 운영되고 있다. 설치된 지 채 3달이 안 됐는데, 벌써 2만 편의 영상이 나왔다. 하루에도 200편이 넘게 현장에서 영상이 제작되고 있다. 산리오와는 여름 축제인 ‘마쯔리’ 현장에 키티 캐릭터와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계를 협업해서 설치했다. 반응이 좋아 산리오 캐릭터를 추가로 넣어 적절한 장소에 상시 설치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구글, 퀄컴의 AR 컨텐츠 파트너사로 협력 중이다.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이태원점 AR존 (출처=라인프렌즈 블로그)

가장 대표적인 컨텐츠로 ‘내 손 안의 뽀로로’를 꼽았다.

그렇다. 뽀로로를 만든 아이코닉스와 올해 내로 100편가량의 에피소드를 제작하기로 했다. 아이코닉스와 우리를 연결해준 건 구글이다. 아이코닉스는 유튜브에게도 좋은 파트너사다. 뽀로로 시리즈가 워낙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AR 드라마를 제작하기로 하면서, 같은 한국에 있는 두 기업이 모르는 사이라는 걸 의아해하며 구글이 서로를 소개해줬다. 과거 실물 영상 촬영본에 움직이는 캐릭터를 합성하기 위해서는 초 당 몇천만 원 규모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애니펜의 AR 저작 도구인 ‘애니베어(AnibeaR)’를 활용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애니베어로 만들어진 ‘내 손 안의 뽀로로’는 세계적으로 600만 뷰를 넘겼다.


아이코닉스와 협력해 만든 ‘내 손안의 뽀로로’

■ ‘AR 인스타그램’ 만드는 것이 목표

이야기를 듣다 보니, MCN 분야에서도 관심이 많겠다.

실제 많은 MCN 채널과 크리에이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공개할 수는 없으나, 이미 협업을 진행 중인 곳도 있다. 뽀로로 시리즈가 600만 뷰가 넘으면서, 어설프게 흉내 내는 MCN 컨텐츠도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기술을 활용하면, 1인 크리에이터들도 원하는 캐릭터를 영상 안에 넣어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기술을 모르는 대중도 앱만으로 AR 영상을 만들 수 있나. 

그렇다. 올 하반기 AR 저작 도구인 애니베어가 B2C 앱으로 출시된다. 뽀로로, 라인 등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영상에 넣어 1, 2분만에 움직임과 대사를 바꾸고, 하나의 드라마를 구성할 수 있다. 눈앞의 공간 속에 무수히 많은 스케치북이 생기고, 사용자는 손가락 하나로 캐릭터의 동선을 만들 수 있다.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거다. 향후 애니베어로 만든 AR 컨텐츠를 바로 공유할 수 있는 전용 SNS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방향성이다. ‘AR 인스타그램’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애니펜의 AR 제작앱 ‘애니베어’를 활용해 만든 영상

플랫폼 사업에 관심이 있는 건가.

그렇다. 플랫폼이 되고 싶다. AR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AR 컨텐츠를 생성해서 자유롭게 공유하는 SNS을 꿈꿔봤을 것이다. 하지만 AR 기술 자체의 허들이 높은 데다가, 지금까지 3D 컨텐츠를 일반인이 저작(Authoring)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력을 동시에 갖춘 회사가 없었다. 여기에 SNS를 만들려면 적지 않은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러모로 스타트업 단에서 도전하기 어려운 시도다.

어려운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애니펜이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 세계에 AR 기업은 많다. 하지만 애니펜은 분명 그 중 독보적인 개성이 있는 기업이다. AR 기술을 아무리 고도로 개발시켜 봤자, 스타트업으로서 테크 자이언트들과 경쟁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한다. 나와 우리 팀은 연구소 시절서부터 3D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나. 우리의 고유 기술과 AR 기술이 만나, ‘AR 스토리텔링 및 오서링(Authoring,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지 않은 개발)’을 대중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AR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애플, 구글, MS와는 어떤 관계를 맺어나갈 계획인가.

협력이다. 구글, 애플, MS, 퀄컴은 구조를 세우는 기업들이다. 우리는 그들이 잘 만들어놓은 바닥 위에 저작 엔진을 올릴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와 인프라를 갖추어 둔다고 해도, 그 위에 올릴 수 있는 컨텐츠와 플랫폼이 없다면 헛수고다.

얼마 전 애플이 내놓은 AR 개발 도구인 ‘에이알 키트(AR Kit)’는 AR 대중화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애니펜에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처음 AR 키트가 발표됐을 때, ‘애니펜에게 안 좋은 소식 아니냐?’고 묻던 지인도 있었다. AR 기술을 개발자들이 쉽게 연구하고 쓸 수 있게 풀어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히려 그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먼저 하드웨어 지원이 많아질수록 사용자들의 AR 경험은 좋아진다. 또 대중이 AR에 익숙해지면 애니베어에 대한 접근성도 좋아질 거다. AR의 인지도를 넓힌다는 점에서 더 좋은 기회라고 본다.

모바일 AR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가 생활에 꼭 필요한 걸까? 

홀로렌즈와 같은 디스플레이 장치는, 단순히 VR과 AR 영상을 보여주는 도구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컴퓨터다. 엔지니어로서 평가하자면 홀로렌즈는 인간이 상상하는 기술의 80%를 구현해내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살고 있는 공간 자체가 각 개인의 컴퓨팅 공간이 되는 것이다. 결국 기계는 인간의 몸의 동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인류가 컴퓨터를 몸에 장착하게 되면, 일상의 매 순간 콘텐츠를 필요로 하게 될거다. 애니펜은 애니메이션 제작과 같은 오락 분야 AR에 강점이 있는 기업이다. 비오락적 분야 컨텐츠에 대해서도 자신이 있나. 

우리 기술은 하드웨어가 웨어러블로 갈수록 각광받을 수 있다. 현재 우리가 보유한 기술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쓰이지만, 생활 전 분야로 확장 가능하다. 이를테면, 한 가게의 주인이 디지털 점원을 세워놓고 고객을 응대한다고 가정해보자. ‘사람이 지나가면 인사해’라는 일종의 프로그래밍을 우리 앱을 통해 손쉽게 할 수 있다.

AR 컨텐츠 중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나. 

최근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다. 결론적으로 일상을 AR로 덮는 형태가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리라고 본다. 사람들은 점점 외로워지고 있다.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 나에게 호의적인 디지털 캐릭터가 심겨 있다면 정서적,오락적 만족감이 매우 클 것이다.

주요 국가의 AR 컨텐츠 시장 현황은 어떠한가. 

현재 AR 컨텐츠의 활용은 오락과 정보 제공이라는 두 갈래로 나뉜다. 정보 제공 분야 쪽보다는 오락적으로 컨텐츠 확산이 이루어질 여지가 많다. 국가별로 AR에 대한 관점이 조금씩 다른데 일본은 IP 강국이기 때문에, 캐릭터 활용 측면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반면 미국은 AR을 차세대 미디어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본인들이 선점하고 지배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태도다. 중국의 경우 하드웨어 쪽으로 발달되어 있다. AR 컨텐츠나 소프트웨어 방면에서는 다소 뒤처져 있다.

■ ‘복지는 후퇴하지 않는다’

‘복지는 후퇴하지 않는다’가 경영 철학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려고 하는 말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순수한 연구자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사업이라는 게 굉장히 거친 일 아닌가. 어느 순간 왜 나쁘고 이기적인 CEO 생기는지 알겠더라. 하지만 조금씩 타협하다 보면 어느 날 내가 과거에 욕했던 CEO의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언제나 ‘복지는 후퇴하지 않는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지키려고 한다. ‘나중에 잘되면 해줄게’ 하지 않고, 이미 시행하고 있는 식대, 운동비, 교육비 지원 등은 회사 사정이 어떻든 회사를 닫는 순간까지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목요일에는 전 직원이 함께 오후 10시까지 일하고, 금요일에는 4시에 조기 퇴근한다. 주말에는 일하지 않는다. 이런 규칙들을 꼭 지키려고 한다. 나 스스로가 변질되는 것이 가장 무섭다.

좋은 인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애니펜은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 회사인가. 

업계의 선구자라는 자부심이 있다. 애니펜은 이렇다 할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지 못했던 AR 업계에 ‘컨텐츠 제작을 통한 광고 수익’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기업이다. 파트너쉽을 통해 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인류 최초의 시도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좋은 직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떤 인재를 기다리고 있나. 

우리는 엔지니어 기반의 회사다. 소위 말하는 공대 출신이 너무 많다. 전체 직원의 3분의 2가량이 기술자다. 그렇기 때문에 의외로 문과 출신의 인재를 기다리고 있다. 공대 사람들은 각이 딱 맞아 떨어져서 잘 맞물려 돌아가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끈적함은 부족하다. 감성을 보충해줄 수 있는 인재를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 달라.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AR 컨텐츠도 애니베어를 통해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목표다. 또 올해 내로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더 글로벌한 영향력을 끼치는 회사로 거듭나고 싶다. 현재 직원이 30명 정도인데, 연내로 100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사람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역사에 남는 AR 기업이 되고 싶다. 지켜봐 달라.

[허스토리 #7] 여성의 시각으로 홈클리닝을 설계한다, ‘생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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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4살 아이를 둔 엄마 김혜지 씨는 7년차 과장입니다. 맞벌이 가정인 만큼 남편과 둘다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 게 버거워 고민이 많습니다. 아이를 몇 년 째 봐주는 어머니께 집안일까지 부탁하는 건 무리인데요. 이런 이들을 도와줄 수는 없을까요.

과거 부유층에서나 애용됐던 홈클리닝 서비스는 맞벌이 가정, 1인 가구 등이 늘어나며 어느덧 우리 일상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중에 전문 청소 교육을 받은 전문 ‘매니저’가 청소를 돕는 서비스가 등장했는데요. 아들만 3명을 키우며 워킹맘으로 살아온 연현주 대표가 만든 ‘생활연구소’입니다.

17년간 직장생활을 한 ‘세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믿었던 연 대표는 카카오에서 홈클리닝 사업을 기획했습니다. 그러다 사내 전략이 바뀌며 이 사업이 무산되는 걸 안타깝게 여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함께 일했던 팀원 몇 명과 함께 이 사업을 하기로 마음 먹고 퇴사를 합니다. 그리고 카카오 자회사로부터 투자도 유치합니다.

출시 5달, 입소문 만으로 성장률은 매달 60%, 재구매율은 80%를 웃돕니다. 이대로라면 손익분기점은 반년 안에 넘길 기세입니다.

홈클리닝 직종이 낡은 직업이라는 인식을 없애고 고객과 공급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연현주 대표를 만났습니다.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청소연구소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기본적으론 홈클리닝 서비스입니다. 다만 밥 해주고 아이도 봐주는 일을 겸했던 기존의 가사도우미와는 조금 다릅니다. 일정한 직업 교육을 받은 매니저가 고객의 요청을 어플리케이션으로 받은 뒤 그들이 청소지역을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홈클리닝’을 위한 상호 매칭 서비스죠.

각 업체마다 특징이 다릅니다. 청소연구소는 어떤 점이 강점입니까.

우리의 소속 매니저는 100% 한국 국적의 30대 이상 주부로 구성돼 있고 정식 교육을 이수해야만 활동할 수 있습니다.

가격 또한 집 평형마다 다르게 측정돼 있어요. 이 정보를 보고 매니저가 업무를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기획할 당시 종사자의 의견을 많이 들었기에 만든 옵션입니다. 청소를 하러 갔다가 얘기 들은 것과 집 구조가 달라 일을 하기에 난감했다는 피드백이 많았어요. 찾아보니 10평짜리 원룸과 화장실 3개가 딸린 70평형 빌라를 청소하는 데 가격을 균일하게 매기는 업체가 많더라고요. 힘든 일을 한만큼 보상을 더 많이 받는 것도 아니었고요. 이 구조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업무난이도에 따라 가격이 달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청소연구소는 영역별 업무 강도 및 소요 시간을 따져 가격이 만들어졌습니다.서비스는 돈을 내거나, 받는 입장에서 가장 합당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즉, 수요와 공급입장 모두를 고려한 서비스를 만들고자 한 거죠.

고객 입장에선 어떤 사람이 오든 잘 해 주길 바라며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공급자는 힘들게 일한만큼 보상을 받고 싶고요. 이 두 입장을 아우르고 합리적으로 조화를 이루려면 평수와 업무량 모두를 고려해 다르게 조율해야 하는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고 있나요.

제일 먼저 스케쥴을 관리합니다. 이후 이동거리를 따져본 뒤 매니저가 업무 가능한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요.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가까운 곳을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그 외엔 아이, 반려동물, 혹은 앞서말한 큰 평수의 집 등 사람마다 선호도가 달라지는 것들을 둬서 매니저가 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장 크게는 모든 과정이 ‘기술’로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집에서 출발해야 할 땐 알람으로 알려주고, 출발-업무시작-업무 종료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선 매니저의 방문 여부를 사전에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의 오해 및 여러 문제로 매칭이 되지 않을 수 있는데, 많은 기업은 사후처리를 합니다. 저희는 사전에 확인해 다른 분을 매칭하거나 날짜를 변경하거나 환불해주는 등 모두 사전에 처리해요. 그래서 불만율이 정말 낮은 편입니다.

매니저는 어떤 분들로 구성돼 있나요.

소일거리 찾기를 원하는 50대 여성이 가장 많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은퇴했거나 자식들을 다 키워 놓고 결혼시켰거나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 분들입니다.

저희는 이 업이 한창 사회생활을 해야하는 3,40대의 여성을 은퇴한 여성이 돕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급자를 모으는게 어려웠을 것 같아요.

광고도 내고 일반적인 구인&구직 사이트를 활용하기도 했어요. 초기를 지나면서부터 좀 쉬웠습니다. 소속해서 일해본 분이 만족하고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주셨던 거예요.

물론 즉각적인 인력을 보유하기 위해서라면 광고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거예요. 다만 무작위로 얻기 보다는 지인의 추천, 혹은 우리를 알고오신 분들과 일을 하는 게 더 낫죠.

교육을 한다고요. 자격을 갖춘 분이 계신가요.

팀원 중 전문 강사가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커리큘럼은 카카오에서 1년 반 홈클리닝 서비스를 준비하던 당시 만들었던 것이에요. 그 외엔 여성인력개발센터, 서울산업진흥원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강의실을 빌려 실습을 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매니저들은 사전에 배워볼 수 있어서 좋아하고 고객은 서비스 퀄리티가 높아 선호합니다.

팀원들도 실습을 나가본다고요.

고객일 때와 서비스 제공자일 때의 입장은 현저히 다르거든요. 때문에 꼭 다 해봐야 합니다. 입장이 달라질 때 어긋나는 점을 짚어보고 문제를 커버해야 합니다.

품이 많이 들 것 같아요.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년 간 해온 일을 맡아본 분들이라서 크게 품이 드는건 아니에요. 업무 하다 문제가 될 부분만 알려드리는 것 정도입니다. 원래 잘하던 분들이어서 우리 방식이 조금 가미되면 만족스런 역량이 나와요.

재구매율이 80%를 웃돈다고요.

저희 서비스의 재구매율은 80%, 월성장률은 평균 6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재구매율이 높은 건 자랑하고 싶어요. 정기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일회성으로 이용했지만 몇 주 뒤 다시 쓰는 분들이 많아요. 고무적인 수치입니다.

스스로 보기에 회사가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편리한 서비스와 꼼꼼한 사람 관리에 있는 것 같아요. 그것에 만족한 고객의 입소문 덕분에 성장세로 이어진다고 보고요.

또한 앱에서 버튼 한,두번만 조작하면 쉽게 사용이 가능합니다. 앱엔 집의 상황, 쓰레기 버리는 위치 및 조심해야 할 점 등을 쉽게 볼수있게 구현해 뒀습니다. 혹여 중간에 매니저가 바뀌더라도 불필요한 설명은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고객 입장에서도 날짜와 시간, 카드결제만 선택하면 돼서 젊은 남자 층에서도 인기가 좋습니다. 매칭이 잘 되는 점도 성장률에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일요일 저녁, 혹은 새벽에 주문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금방 매칭됩니다.

고객의 불만사항이 들어올 때 매니저한텐 어떻게 알려 주시나요.

교육 코칭화 해서 알려드립니다. 내용 그대로 알려주면 기분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죠. 순화하지만 정확하게 말해주는 분이 계십니다. 또, 앱엔 교육 카드라고 해서 우리 모두에게 조언하는 게 있는데요. 업무 중 부주의해 생길 수 있는 일을 카드화 해서 알려줍니다.

플랫폼 사업은 누구보다도 사용자와 공급자 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쪽의 입장만 치우쳐서 바라보는 것은 좋지 않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왜 그러셨어요’가 아닌, ‘앞으로 이렇게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라고 하면 모두가 상처받지 않고 개선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음맞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따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을거라 봐요. 서비스 이탈의 우려는 없을까요?

말씀하신 걸 저희끼리 ‘직거래’라고 칭합니다. 가장 먼저 고민했던 문제였어요. 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일을 오래 할수록 지급받는 금액이 늘어나도록 했어요. 우리 플랫폼을 활용해 일한다면 한 만큼 보상을 정확히 받는 방식입니다. 직거래 방식은 처음 받은 임금으로 몇 년 동안 똑같이 받을 확률이 큽니다. 저흰 시스템 내에서 지급 금액이 올라요. 이 방식이 매니저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준다고 봐요.

매니저들 또한 직거래보단 안전하고 보호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합니다. 오히려 틀 안에 없는 경우, 하기로 한 일보다 예상치 못한 일을 더 하게 될 수 있어요. 또 일하던 가정이 이사를 가거나 장기여행을 떠나면 일감이 사라지는 문제도 생겨요.

회사 소속 매니저로 활동하면 부당한 업무를 하지 않을 수 있고 일감은 유지됩니다. 보험도 고객과 매니저 모두 해당되기 때문에 서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죠. 지금은 직거래 방식으로 일하던 분들이 이쪽으로 넘어오는 추세에요. 트랙킹을 하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요. 현재 이탈률은 0%입니다.

홈클리닝 서비스는 각광받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힘든 분야로도 알려져 있어요. 국내의 홈클리닝 서비스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어느정도 와 있다고 보시나요.

중국은 아주 많이 발달했습니다. 이미 알리바바, 텐센트로부터 큰 투자를 받은 업체가 몇 군데 있고요. 일본도 오프라인 업체들이 모바일 서비스로 전환하는 추세에요. 미국은 인건비가 높아서 단순 청소보단 배관, 페인팅, 수리 등이 성장했습니다. 단위 면적 대비 폭발적인 서비스 수요를 기록하는 곳이 한국과 중국이에요. 서울은 중국의 북경과 상해, 홍콩, 싱가폴과 비슷한 수치로 성장하고 있고 수백 개의 업체가 경쟁하고 있고요. 인프라만 어느정도 갖춰진다면 수요를 발판 삼아 더욱 크게 성장하리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기획 할 때 벤치마크한 기업이 있나요.

국내,외 할 것 없이 다양한 사례 조사를 했습니다. 일반 가사도우미 소개소부터 YWCA 관계자까지 만났고 많은 얘길 들었어요. 사업을 구상할 당시 국내는 오프라인 콜센터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추구하려는 모델과 달랐어요. 그래서 중국 기업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중국은 청소 관련 아카데미도 있고 앱으로 호출하는 게 이미 일상화돼 있었어요. 남성과 젊은 층에서도 이 일을 많이 하더라고요. 국내에선 여전히 이 직업이 중년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데 비해, 중국은 인식 개선 및 대우 여건이 달라졌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어떤 업체가 이 분야 선두주자가 될거라 전망하세요.

홈클리닝이 제대로 된 서비스가 되기 위해선 누가 와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고객이 믿고 쓸 수 있는 겁니다. 이 경험을 완벽하게 제공하는 회사가 선두주자가 된다고 봐요. 우리가 매니저를 교육해서 일정 수준에 다다르도록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매니저가 달라져도 서비스 편차가 바뀌면 안 된다고 봅니다.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 환불하고 업체를 바꾸는 모든 비용을 두고 우리는 ‘스위칭 코스트(Switching cost)’라고 부르는데요. 이를 낮추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론 상향 평준화한 서비스로 자리매김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넓은 지역에서 마음 놓고 쓰는 빅브랜드가 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생활연구소는 어떻게 나아가고 싶은가요. 청소 영역에서의 버티컬 브랜드로의 도약입니까, 수평적인 부분에서의 종합 브랜드입니까.

가정, 가구에 필요한 모든 일을 다루는 방향으로 넓히고 싶습니다. 집청소로 시작했지만 베이비시터, 반려동물관리, 노인 돌봄 등 다양한 일을 확장하려는 게 목표입니다. 서비스명은 청소연구소지만 사명이 ‘생활연구소’인 것도, 그 안에 들어갈 섹터를 정의한 뒤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집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가 되기 위함입니다.

홈클리닝 사업, 해보니 어떤가요. 구상과 실행은 다를텐데요. 

이건 제 개인 추측이긴 합니다만, 아직까지 이 분야가 낡은 사업으로 인식되는 이유중 하나는 대부분 수익성만을 보고 사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리고 사업자 대부분이 남자인 측면도 있을겁니다.

사실 홈클리닝업은 소비자와 직접 닿는 일이어서 컴플레인은 반드시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이때 고객이 왜 이걸 문제 삼았는지 이해하면 얘기는 쉬워집니다. 그 부분을 매니저들에게 잘 말해준다면 서로간 불만율은 줄어들 거고요.

저 같은 워킹맘에게 집안일을 도와주는 ‘이모님’을 구하는 일은 참 중요해요. 직장생활하며 우리집에 적합한 분을 찾기 위해 발품도 정말 많이 팔았어요. 절실했으니까요. 이게 와 닿지 않는 분들에게 이 일은 힘들고 재미 없는 사업일 거예요.

사업하며 가장 많이 들은 고객과 매니저의 호평이 ‘제대로 이 사업을 해줄 분을 만난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기본적인 이해도가 높다고 본 것 같아요. 고객 및 매니저 불만율도 낮고, ‘어머니가 왔다 가신 것 같다’, ‘오랜만에 일을 해서 활기 차서 기분 좋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 일을 하길 잘했다 싶습니다.

처음엔 수요자, 고객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설계했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나선 공급자 측면에서의 의견을 들으며 서비스의 목표와 방향성을 생각하게 됐어요.

대표님 슬하에 자녀가 셋입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다고 느낀적은 없나요.

아이가 아프다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땐 생각이 많았어요. 이 상황을 버틸 수 있게 해준 건 남편이었어요. 제 생각을 지지했고 많이 도왔습니다. 친정 엄마 또한 워킹맘 선배로서 조언을 많이 해주고 격려해 주셨고요.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를 사랑해주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클 수록 상황을 이해해주고 있어 고마워요.

10억 원을 투자 받았습니다. 다음 펀딩도 준비하실 텐데요.

아직 투자금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매출이 계속 늘고 있어 쓸 일도 많지 않아요. 하지만 청소에 이어 아이 돌봄 서비스로도 확장할 예정이고 경기, 부산 지역에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기에 추가 펀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어느정도 검증이 되면 준비할 겁니다.

낡고 고착된 홈클리닝 이미지를 개선하기위해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운영하실 계획인가요.

예전까지 이 일은 일종의 ‘주종 관계’로 인식되었어요. 지금도 종종 그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일하는 걸 주저하는 분이 많습니다.

청소연구소는 정해진 일만 정확하게 시간제로 소속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직업 교육엔 인사법과 말투도 포함됩니다. ‘사모님’이 아니라 ‘고객님’으로 부를 것, 부당한 요구를 요구 받을 땐 정중히 거절하는 법 등 전문가로 양성하고 있어요. 이는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고객의 인식변화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아줌마’가 아닌 ‘매니저’, 추가로 무리하게 일 요구 하지 않는 것 등을 유도하고 있어요.

또한 이 과정에선 사람이 관여하던 부분을 ‘기술’이 대체해 문제를 해결하는 깔끔함도 반드시 수반돼야 합니다.

끝으로, 생활연구소의 다음 계획을 구체적으로 알려 주세요.

청소 서비스는 성장세가 좋아서 내년 초쯤 손익분기점을 넘길 거라고 봅니다. 앞서말했듯이 지역확장 및 아이 돌봄 서비스도 그 사이 오픈될 거고요.

5년 뒤엔 반려동물과 시니어 케어 서비스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기획하게 된 건데요. 아이가 있거나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중인 집, 혹은 노인만 있는 집 등 다양하게 체크한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케어 및 병원에 다녀오거나 말벗이 되어주는 일 등 노인 케어 서비스도 운영하고자 합니다.

[Startup’s Story #348] “모든 팀원이 퍼포먼스 마케터가 될 수 있다”, 렌딧 박지희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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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요가 첫 주문을 받을 때부터, 국민 배달 앱으로 등극하기까지 그 성장을 주도했던 박지희 전 요기요 부사장이, P2P 금융 기업 ‘렌딧‘의 마케팅 총괄로 돌아왔다. 국내 최고의 퍼포먼스 마케터로 꼽히는 박지희 총괄을 만나 ‘돈 버는 마케팅’에 대한 그녀의 철학을 들어봤다.

■ 나를 퍼포먼스 마케터로 키운 것은 ‘한계’

B2B 분야에서 마케터 생활을 시작했다고. 

사회 초년 생활을 굉장히 보수적인 대기업 두 곳에서 했다.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 대기업 내의 사내 벤처가 유행했던 시기였다. 입사하자마자 해당 부서로 투입이 됐는데, 외국계 회사에서 시니어 멤버를 잔뜩 끌어와 만든 팀이라 조직 문화가 특이했다. 대기업의 안정성 위에 외국계 기업의 효율적이고 진취적인 문화가 섞인 형태였다. 보통 대기업 신입 사원은 기초적인 잡무부터 시작하지 않나. 근데 나는 스타트업 초기 멤버처럼 닥치는 대로 일을 해치워야 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이트 만들고, 컨설팅 업체들과 맞붙어 일하는 등 B2B 마케팅의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든 단계를 거쳐봤다.

그 이후에 인터콘티넨탈호텔그룹으로 이직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두 번째 외국계 석유 화학 기업에서 일하면서, B2B 마케팅의 한계를 느꼈다. 호텔 경영사로 간 건 그 이유에서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호텔 체인을 보유하고 있는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이하 IHG)에서 한국 온라인 마케팅 총괄을 맡게 됐다. 큰 기업이지만, 한국엔 법인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근무해야 했다. 웹사이트 개선, 온라인 접점 확장, 이메일 솔루션 등을 해나가며 당연히 실적은 올렸는데,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발굴할만한 온라인 채널이 참 없었다. ‘할 게 없다’는 생각에 갈증이 날 때쯤, 싱가폴에 있는 상사가 아시아 온라인 퍼포먼스 마케팅 총괄 자리를 제안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지역 마케팅을 총괄하며 배운 것은. 

당시 IHG가 브랜드 로열티 이외의 수익을 창출하고자 자체 퍼포먼스 마케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산하에 있는 호텔 브랜드의 개별 온라인 프로모션을 해주고, 거기서 발생하는 매출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방식이었다. 이때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10% 내외다 보니, ROI(투자자본수익률)는 무조건 1대 10으로 맞춰졌다. 즉 백 원을 쓰면 반드시 천 원 이상의 매출을 내야 했다. 우리가 쓰는 인건비, 마케팅비는 다 합쳐서 무조건 10% 아래여야 했다. 사실 굉장히 빡빡한 조건일 수 있는데, 아주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그에 맞춰서 움직이다 보니까 되긴 되더라. 본격적으로 ‘돈 버는 마케팅’이 어떤 것인지, 체득했던 시기였다.

제한된 조건들이 오히려 능력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 셈이다. 

그땐 정말 몰랐다. 힘들기만 했지. 당시엔 수치에 대한 논리를 맞춰나가기 위해 모든 것을 최적화하는 데에 급급했다. 사람 한 명 쓸 때도 ‘이 사람 한 명을 채용하면 이 정도의 비용이 나가니, 이만큼의 실적을 추가로 내야만 한다’는 계산이 명확히 뇌리에 와서 박혔다. 6년간 그 회사에 근무하면서 나도 모르게 단련됐던 부분이다.

그런데 2009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돈 버는 부서의 힘’을 체감했다. 기업이 돈이 없으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게 출장 비용이다. 숙박업계에게는 치명타다. 그때 사람들이 엄청나게 잘려나갔다. 그런데 퍼포먼스 마케팅팀만 인원과 예산이 더 늘어났다. 우리 팀은 예산을 10% 늘리면, 매출도 꼬박꼬박 10% 늘려주는 조직이니까 오히려 회사가 예산과 인원을 확대해주기까지 했다. 실제 돈을 버는 게 보이는 부서는 어떤 위기에도 타격이 없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이후 요기요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첫 스타트업 행보다. 

요기요는 내가 과거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꾸준히 쌓아 올린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이었다. 첫 주문이 들어와 종을 치며 축하했던 순간부터, 대중적인 배달 앱이 되기까지 그 성장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한계를 깨달았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브랜드라는 기반이 퍼포먼스 마케팅을 받쳐줬을 때,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렌딧으로 이직한 가장 큰 이유도 김성준 대표가 확고한 브랜드 철학을 이미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브랜드 – 퍼포먼스 마케팅의 상관관계 

브랜드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을 칼로 벤 듯 나눌 수가 있나. 

잘 만들어진 브랜딩은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했을 때 그 효과를 배가시킨다. 적게는 20%부터 크게는 4배까지도 효율을 높인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각 마케팅 채널에서의 유입도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포털에서 ‘대출’ 혹은 ‘투자’ 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여러 서비스의 광고가 뜬다. 그런데 평소 ‘렌딧’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면, 자기도 모르게 렌딧의 광고 배너를 눌러보게 될 것이다. 그다음 단계로의 전환도 훨씬 더 수월하게 일어난다. 그게 브랜딩의 힘이다.

브랜드 – 퍼포먼스 마케팅이 하나의 팀 내에서 진행되는 게 가장 좋겠다. 

나는 그렇다고 본다. 렌딧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가 마케팅 조직이 아닌 김성준 대표의 직속으로 있었다. 그런데 내가 같이 끌고 가겠다고 제안했다. 브랜드 없이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힘을 받을 수가 없다.

어느 것이 먼저인가.

어느 게 먼저라는 건 없다. 두 가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면 제일 좋다. 하지만 스타트업에게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두 가지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면, 적어도 둘 사이의 일관성을 유지는 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서비스를 인지하고 충성 고객으로 거듭나는 전과정에서, 일관성은 아주 중요하다. 예를 들어 빨간색의 자극적인 광고 배너를 누르고 들어왔는데, 도착한 홈페이지는 아주 차분하고 정돈된 이미지라면? 이 경우 고객이 느끼는 괴리감은 상상 이상이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급감한다. 반대로 TV 광고와 홈페이지, 서비스 UI 전반에서 느껴지는 톤 앤 매너가 일정할 때 고객은 자연스럽게 서비스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다. 렌딧은 SNS 광고, 배너 광고, 블로그 글, 보도자료 등의 마케팅 접점에서 뛰어난 일치감을 보여줬다. 김성준 대표가 설립 초기부터 유지해왔던 브랜드 철학 덕이다. 이 기반이 퍼포먼스 마케터로서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기초인 ‘마케팅 퍼널’에 관한 박지희 총괄의 강연 보러 가기

■ 퍼포먼스 마케팅의 첫걸음, ‘키워드 검색 광고’와 ‘엑셀’로 떼라 

최근 퍼포먼스 마케팅 붐이 일면서, 초기 스타트업에서 이를 업무에 도입해보고 싶어하는 마케터가 많다. 첫 시도로 권장해줄 만한 것이 있다면?

기술적으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원리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건 키워드 검색 광고다. 키워드 광고 자체가 오랫동안 존재해왔던 마케팅 채널이다 보니, 측정과 최적화에 대한 방법론이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다. 따라서 비교적 수월하면서도 유연하게 퍼포먼스 마케팅의 기술과 원론적인 부분을 체감, 공부해 볼 수 있다. 과거 IHG 재직 당시에는 괜찮은 퍼포먼스 마케터가 시장에 정말 없었다. 그래서 마케팅 대행 에이전시에서 검색 엔진 마케터를 채용했다. ROI에 대한 인식이 있고 채널 최적화 작업을 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가르치면 되기 때문이다.

키워드 검색 광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도출해낼 수 있는 결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돈을 많이 쓴다고 반드시 효과가 좋은 건 아니라는 점. 어쩔 땐 1위 키워드보다 3위 키워드가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둘 사이의 가격 차이는 아주 큰 데 말이다. 효과가 비슷하다면 돈을 덜 쓰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다. 또 똑같은 키워드를 사용해도, 그 캠페인에 들어가는 문구 하나에 따라 퍼포먼스 성과가 엄청나게 달라질 수도 있다. 캠페인과 프로덕트가 고객에게 일관적인 메시지를 줄 때, 효율이 얼만큼 올라가는 지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고객의 기대치를 맞추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이라면,  그것을 원론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도 키워드 검색 광고다.

한 책에서 ‘그로스해킹 도구로 엑셀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인터뷰를 했더라. 

엑셀만큼 잘 만든 소프트웨어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계는 존재하지만, 마케팅에서 사용되는 데이터는 엑셀로 충분히 가공하거나 도식화할 수 있다. 그로스해킹은 성장을 빠르게 주도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접근 가능하고, 개방되어 있고, 성장을 주도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엑셀만큼 딱인 것이 없다. 나는 SPSS나 하둡같은 데이터 분석 도구를 전혀 쓸 줄 모른다. 스타트업이 라이센스 하나에 2천만 원씩 하는 통계 도구를 어떻게 감당하겠나. 그 기술 배우는 데에도 시간과 노력이 든다. 나는 엑셀을 일하면서 배웠다. 내가 필요해서 파다 보면 답은 나온다. 결국 집요함이 중요한 것 같다.

■ 모든 팀원이  퍼포먼스 마케터가 될 수 있다고? 

사실 많은 스타트업이 1인 마케터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영진에게 퍼포먼스 마케팅의 필요성을 설득해내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런데 사실 명확한 숫자를 내미는 것만큼 설득하기 쉬운 것도 없다. 마케터 본인이 명확하게 수치적 목표를 세우고, 이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가 나의 일을 한다는 걸 증명해낼 수 있다면 문제 될 게 없다. 수치로도 설득이 안 되면 문제가 있는 조직이라고 본다. 물론 그 지표는 전사의 목표와 일치해야 한다.

내가 제대로 된 목표를 세웠다는 것은 어떻게 검증해볼 수 있을까?

결국은 탑다운이다. 만약 회사가 1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마케터 개인이 세운 목표가 이 회사의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인지를 점검해봐야 한다. 팀원들에게 업무 계획을 세워오라고 하면 정말 ‘언제, 어떻게,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만을 세워온다. 그러면 나는 아무것도 못 본 것 같다고 말하고 돌려보낸다. 항상 나는 ‘이 일을 해서 어떤 결과를 얻고 싶은가’라고 질문한다. 내가 얻어낼 결과가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 중요시하는 아젠다, 달성해야 하는 궁극적 목표와 일관성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마케터 뿐 아니라 결국 모든 영역의 팀원이 업무에 퍼포먼스 마케팅을 도입해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목표와 성과를 수치화, 지표화시키는 것.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자신의 성공과 실패를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전사 팀원이 퍼포먼스 마케팅을 자신의 업무에 도입해볼 수 있다. 전사가 같은 퍼포먼스 마케팅 지표를 보고 일을 하면, 서로 수치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홍보를 맡고 있는 이미나 총괄과 퍼포먼스 마케팅 팀은 어떻게 함께 일하고 있나. 

마케팅 퍼널의 가장 윗단에 보도자료, 블로그 포스팅과 같은 홍보 콘텐츠가 있다. 이때의 톤 앤 매너를 우리 팀의 채널 담당자들이 그다음의 퍼널 단계들에서 일관되게 유지해 나가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홍보 컨텐츠를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그 중 광고 캠페인으로 가공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찾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보도자료에 나간 그래프와 일러스트를 광고 배너로 만든 적도 있었다. 또 보도자료에서 특정 키워드로 유입이 많이 될 경우, 이 키워드를 활용해 검색 광고를 시도해보는 식이다. 역으로 보도자료를 만들 때도 전사가 함께 만든다. 데이터 분석팀에서 재밌는 데이터가 있다면서 보여주면, 이미나 총괄이 이를 보도자료로 만들고 나는 이걸 어떻게 광고 캠페인으로 녹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도자료 하나 만드는 게 엄청 큰 작업이다.

■ “또 하나의 성공한 기업을 만들어가는 게 목표” 

퍼포먼스 마케터가 꼭 갖추어야 할 역량에는 무엇이 있다고 보나. 

끈기. 마케터로서의 체력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리적 체력뿐만 아니라, 좌절하지 않고 집요하게 팔 수 있는 정신적 체력이 필요하다. 집요하게 파다 보면 공부는 자연스럽게 된다.

올해 렌딧 내에서 이루고자 하는 바는. 

지금은 목표를 분명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회사가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김성준 대표가 이미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 나가야 하는 마케팅 지표들을 계속해서 하나씩 끄집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처음 왔을 때 2명이었던 팀도 8명으로 늘어났다. 이 팀원들이 회사의 목표와 부합하는 각자만의 지표를 만들고, 자기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드는 게 올해의 목표다.

퍼포먼스 마케터로서의 개인적 목표는 무엇인가. 

성공한 회사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요기요와 같은 성공 사례를 하나 더 만들고 싶어서 렌딧에 왔다. 렌딧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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