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의 케이벤처그룹이 출범한지 4개월 만에 첫 인수합병(M&A) 사례가 나왔다. 디지털 기기 중고거래 전문기업 셀잇을 인수한 것이다. 인수금액 및 지분조건은 비공개이지만, IB업계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되는 형태다. 다음카카오는 셀잇 인수를 통해 신규 서비스 영역인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를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올 1월 다음카카오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전문 법인 케이벤처그룹을 설립했으며, 3월에는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인 케이큐브벤처스를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는 다음카카오의 성장 동력을 찾고,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피인수되는 셀잇은 복잡한 유통 구조 개선 및 개인간 거래 안정성 보장 등을 IT 기술을 접목해 중고거래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1월기준 누적 거래금액 10억, 월매출 1억을 넘기며 성장중이었고, 다음카카오에 합류하며 이 수치는 크게 증가될 전망이다.
이번 M&A는 다음카카오의 중고거래 시장 진출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M&A를 통해 빠르게 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셀잇 김대현 대표와 셀잇의 투자사인 더벤처스 김현진 대표파트너에게 이번 인수합병 과정 및 미래 비전에 대해 들었다.
셀잇 김대현 대표
이번 M&A이야기가 오고간 시기는 언제부터인가? 그리고 결정은 언제 이루어졌나?
4월 중순경 케이벤처그룹이 셀잇을 인수하고 싶어한다는 의향을 전해들었다. 다음카카오 본사에서 김범수 의장도 만났고. 당초 투자유치는 고려했지만, 인수합병은 생각해 본적이 없어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와중에 벤처스 김현진 대표파트너의 주선으로 케이벤처그룹 박지환 대표, 권기수 부사장과 사석에서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고, 다음카카오와 케이벤처그룹의 비전에 공감하게 되어 마음을 완전히 열었다. 그날이후 M&A 결정 및 진행이 급물살을 탔고, 잘 마무리 되었다.
투자나 M&A가 사업의 성공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인수합병과 관련해 소감을 말해달라.
대부분의 창업자는 회사를 크게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창업을 하는데, 그전에 인수합병을 진행해서 다소간의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좋은 파트너와 좋은 시기에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셀잇을 더 빠르게 같이 성장시키는 것도 이 시장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M&A는 회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의사 결정이다. 이번 M&A를 받아들인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나?
비전에도 깊이 공감했고, 셀잇을 다음카카오와 함께 한다면 훨씬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판단 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중고거래 시장은 10년 이상 변화가 업던 전통적인 영역이다. 셀잇이 다음카카오 플랫폼에 적용된다면 중고거래 시장을 제대로 바꿀 수 있을거라 판단했다. 우리가 목표로 세운 ‘누구나 자신의 물건을 가장 쉽게 판매하고,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더 빠르게 실현시킬 수 있다고 봤다.
여담이지만, 김범수 의장의 가족도 중고사이트에 물건을 판매하면서 힘들었다고 한다. 그 과정을 보고 시장을 바꿔야 겠다고 김의장 본인도 생각했고. 그 부분이 내게 상당히 인상깊은 대목 이었고, 개인적으로 다음카카오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해 확신이 든 순간이었다. 더불어 케이벤처그룹의 박지환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 중고시장의 문제와 혁신방향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도 영향이 컸다.
인수금액 및 지분구조를 공개할 수 있나? 추정치로 100억 원 이야기가 있다.
금액과 구체적인 인수형태는 양사 비밀유지로 인해 공개가 힘들다. 양해 바란다.
M&A후에도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음카카오측 인사의 경영참여는 없나?
인수 후에도 기존의 경영진들이 경영권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한다. 다음카카오 측에서도 이 사업을 제일 잘 아는 것은 기존 경영진이라 생각하고 있고. 다음카카오에서 마케팅이나 사업개발 쪽에서 도움이 있을 수 있으나, 실질적인 경영참여는 없다.
장단기 마일스톤의 변화가 예상된다. 향후 어떻게 회사를 운영할 계획인가?
기존의 셀잇 서비스를 고도화 하고, 당장의 수익보다는 더 많은 사용자가 셀잇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진행 예정이다. 아울러 훌륭한 인재를 포지션과 조건에 상관없이 영입할 계획이다.
셀잇은 월매출 1억을 넘었고, 올해 월매출 10억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이번 M&A 이후 수치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셀잇의 BM은 그대로 진행되고, 다음카카오와 접점은 지속적으로 찾아나가면서 시너지를 발생시킬 예정이다. 기존 마일스톤 보다는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할 거라 예상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느정도를 하겠다고 정한바는 없다.
인수 전이나 후나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사용자들이 중고제품을 가장 편한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 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고의 중고거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번 M&A는 18조 규모 중고시장으로 다음카카오가 본격진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 판도를 어떻게 전망하나?
기존 플레이어 들과의 경쟁여부 를 떠나 중고시장 자체를 키우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주된 소비형태였고, 중고거래는 합리적인 소비형태 임에도 불구하고 저평가 된 측면이 있었다.
셀잇의 편의성과 신뢰도, 다음카카오의 플랫폼이 결합한다면 중고제품을 거래하는 게 더 쉽고 안전하며, 합리적인 쇼핑 경험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다고 본다. 중고거래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이들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한다.
투자유치와 인수합병 과정을 거친 흔치않은 경험을 했다. 유경험자로서 여타 스타트업에게 조언해줄 부분이 있다면?
스타트업 생태계에 워낙 전문가들이 많기에 감히 조언할 부분은 없다. 다만 이번 과정을 겪으면서 느낀 것은 투자유치 나 인수합병의 VC를 잘 몰라도 서비스에 자신만 있다면 기회는 온다는 것이다. 아울러 실제 수치로 증명한다면 더 큰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도 더벤처스의 투자 전에는 투자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몰랐고, 이번에 인수합병 과정 역시 도처에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있었다. 과거 VC 에게 투자 거절을 당하는 자리에서도 기 죽기 보다는 ‘그래 우리 서비스를 모르니까’ 라는 생각을 했다. 다소 오만하게 보일수 있겠지만, 창업자로서 본인 서비스에 어느정도 이상의 자신감은 필요하다고 본다.
셀잇은 이제 1장을 마무리 하고, 훌륭한 파트너를 만나 제2장을 시작한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따끔한 충고 바란다.
더벤처스 김현진 대표파트너
셀잇은 더벤처스의 두 번째 단독투자 스타트업이자 첫 엑싯(exit, 투자금회수)사례다. 소감을 이야기해 달라.
셀잇은 더벤처스의 설립 철학인 ‘언더 더 독(Under the dog)’에 맞게 투자를 진행한 경우고, 단순 투자의 형태가 아닌 ‘밸류에드(Value Add)’하는 성과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선례다. 뿌듯하고 행복하다.
투자자로서 이번 M&A를 어떻게 평가하나? 다음카카오, 셀잇, 더벤처스 3사 모두에게 발전적 형태로 보인다.
힘을모아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큰 그림을 실행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본다. 그 초석을 셀잇, 케이벤처그룹(다음카카오)과 함께 할수 있기에 기대가 크다. 더불어 더벤처스가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함께 했다는것에 깊은 자부심을 느낀다.
이번 M&A과정에서 투자사로써 조언을 해줬을거라 본다.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이야기 했나?
매각이 중점이 아닌 향후 셀잇의 큰 그림과 발전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엑싯을 경험한 모 대표와 자리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케이벤처그룹 임원진과 인간적인 대화를 나눈 뒤 양쪽이 서로 마음을 여는 것이 보였다.
더벤처스는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스타트업을 찾아내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택한다고 알고있다. 향후에도 이런기조는 유지할 계획인가?
해외 진출이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큰 그림을 함께 할수 있는 스타트업 이였으면 한다. 다만 해외진출에 대한 허상 보다는 현실적인 실행력을 가진 좋은 팀들과 함께 하려한다. 더불어 이미 더벤처스 내부에는 능력있는 전문가들이 있지만, 앞으로도 투자사에 도움이 되는 인재라면 적극적으로 영입할 계획이다.
더벤처스만의 스타트업 투자, 인큐베이팅 방식을 이야기해 달라.
더벤처스는 심사역이라는 직책이 없다. 대신에 비지니스 디벨롭먼트, 전략, 홍보, 재무, 후속투자, 글로벌 사업 분야 등 각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을 보고, 팀을 보고, 그 가능성 만으로도 투자를 진행한다. 그리고 우리가 돕는다면 성공한다라는 자신감도 있다.
더벤처스 설립 전 호창성, 문지원 대표와 ‘꿈과 실행력을 가진 좋은 사람들이 학벌이나 경력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스타트업을 진정으로 도울수 있는 파트너사가 되자.’고 이야기했다. 현재 더벤처스는 ‘사람만 보고 투자해도 성공할수 있다’는 신념아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 셀잇의 사례와 향후 공개할 사례들로 그 부분을 증명해 보일수 있을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보다 진정성 있게 투자하고 그들을 도와서 성공시킬수 있는 파트너가 되려한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은 한국에서 서로 경쟁 할때가 아니라 힘을 합쳐 세계 시장에서 싸워야할 때라 본다. 국내에서의 경쟁보다 더 큰 그림에서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