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가 넘어 퇴근하던 길, 배가 고팠던 청년은 피자가 먹고 싶었다. 그러나 피자 한 판은 혼자 먹기에 크고 가격도 부담스러웠다. 결국 먹기를 포기한 청년은 “피자도 햄버거, 샌드위치처럼 쉽고 빠르게, 간단하게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청년의 생각은 심화되어 GOPIZZA(이하 고피자)란 기업으로 현실화 된다.
‘주문한 지 3분 이내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피자’를 컨셉으로 하는 고피자는 2016년 8월 첫 출시 이후 서울 밤도깨비시장, 전국 백화점 등지에서 활약하며 40만 판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3평짜리 매장에서 혁신을 꿈꾸는 임재원 고피자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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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울 것 없는 산업이지만 신선함을 접목해 혁신을 주도하고 싶다.
회사는 어떻게 시작했나.
학교 동기이자 직장 동료였던 친구와 함께 꼬박 여섯 달 동안 사업 컨셉을 고민했다. 결정을 한 다음에 퇴사해 이 일을 시작했다.
푸드트럭에서 피자를 판다.
사업을 시작할 때 난관이 많았다. 요식업 경험이 없었던 터라 투자 기회도 번번히 놓쳤고. 어쨌든 우리 브랜드와 철학, 컨셉, 그리고 제일 중요한 운영 능력을 검증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떠올린 아이템이 ‘푸드트럭’이다. 때마침 서울시에서 청년사업을 돕기 위한 취지로 ‘서울 밤도깨비 시장’이 열린다는 정보를 접했고, 거기서 우리 능력을 발휘해보기로 했다. 영업 계획 및 예상 매출, 시간당 나오는 음식 수 등 투자사를 만나기 전 피칭을 준비하듯 꼼꼼하게 지원서를 작성했다. 결론부터 말해 인기가 좋았다. 당시 여의도에서 42개 브랜드가 영업했는데, 기간이 끝난 뒤에 주목받은 3개의 브랜드 중에 하나로 선정됐다. 또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속으로 선정된 브랜드가 됐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모토가 ‘푸드트럭에 혁신을 담는다’이다. 일반 피잣집, 혹은 일반 푸드트럭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보통 트럭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적이다. 이를 개조한 푸드트럭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린 화덕을 트럭 바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하면 더 많은 이들이 피자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피자 모양을 길게 만들어서 화덕 하나에 최대 6개까지 구울 수 있도록 했다. 동그란 피자 모양을 탈피했더니 더 많은 생산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된 거다. 트럭에 화덕 3개가 설치 돼 있어 한 시간 동안 최대 고객 200명에게 서빙 하는 게 가능하다.
또, 트럭에 대기시간을 표시해 고객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푸드트럭에 TV를 달아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시스템은 우리가 최초였다. 간단한 시스템이지만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팝업스토어와 ‘GO마케팅’으로 성장하다.
일반 매장이 아닌 팝업 스토어 입점을 선호한다고.
우리는 신생 브랜드여서 매장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팝업 형식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팝업 매장은 단기간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만드는 일회성 행사다. 적게는 일주일, 많게는 한달 동안 브랜드를 알리고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더불어 백화점 레퍼런스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 전략이 좋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넉 달 간 한 백화점의 전국 매장에서 팝업 매장을 운영했다. 장기 계약 업체보단 매장 관리를 압축적으로 하는 만큼 물리적으로 힘은 많이 들지만, 우리에겐 좋은 레퍼런스로 남았다.
팝업스토어를 경험하고 난 뒤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나.
밤도깨비 시장에서의 고객층과 백화점 고객층, 그리고 지점별 백화점 고객이 모두 각각 다르다는것이었다. 그리고 잘 될 거라 예상했던 매장보다 어렵다고 본 지점에서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하는 등 예상과 실전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매출 증대로 이어진 좋은 마케팅 사례가 있었나.
요즘 ‘GO’라는 단어 자체가 많이 뜨고 있는데 (VISA의 GO 캠페인, Amazon의 자동화 마트 Amazon GO, G마켓의 GO 캠페인, 포켓몬 GO 등), 그 중에 ‘포켓몬 고’가 한창 떴을 때, 우리 매장을 포켓스탑으로 만들어 게임 유저들이 포켓몬을 잡을 수 있게 하고, 제품을 구매하면 포켓몬 인형을 주는 이벤트를 했다. 전략이 맞아 떨어져 반응이 뜨거웠고,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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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족, 1인가구에 맞춘 피자를 만들다
고피자가 지향하는 피자는 어떤 형태인가?
‘혼밥’이 트렌드가 된 시대다. 이에 발맞춰 여러 브랜드가 1인용 음식 메뉴를 개발해 출시하고 있지만 피자는 여전히 2-3인용으로만 남아 있다. 우리의 목표는 1인용 피자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 패밀리 피자 브랜드와 다른 행보를 보일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경제 소비가 양극화 되고 있는 것은 메가 트렌드라고 본다. 평일엔 5,6천원짜리 음식을 먹다가 주말엔 5,6만원짜리 음식을 먹는 시대다. 그 사이에 있는 2,3만원짜리 음식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게 됐고, 그 가격군에 공교롭게 피자가 포함됐다. 그래서 피자시장은 발전하지 못하고 침체돼있다. 또한 야식으로 대표되는 치킨과 달리 피자는 별다른 슬로건 없이 명맥을 이어왔다. 이 빈 틈을 우리가 메우려 한다. 혼자 먹는 점심 메뉴로,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피자를 만드는 것이다.
경쟁상대가 피자가 아닌 패스트푸드인 것인가.
맞다. 햄버거, 김밥 같은 간편식이 우리 피자의 경쟁상대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고피자와 같은 컨셉으로 성행중인 블레이즈피자라는 브랜드가 있다.
우리 서비스의 외국 성공사례를 찾다가 알게 됐다. 블레이즈는 고객이 원하는 토핑을 주문하면 3분 내로 화덕에 구워 1인용 피자로 만들어 준다. 10달러 내외의 이 피자는 ‘패스트 캐쥬얼’이라는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고, 론칭 3년 만에 미국 5대 피자브랜드로 성장했다. 블레이즈는 미국 피자브랜드고, 고피자는 미국’식’ 피자를 지향하기 때문에 엄연히 다르다. 우리는 한국형 피자 브랜드를 만들어 누구보다 먼저 이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
원조 ‘조각 피자’를 제공했던 스바로는 위기 상황이다. 대중이 피자를 멀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스바로의 컨셉은 미리 만들어 둔 조각피자를 공항 혹은 병원 푸드코트에서 간단히 먹도록 하는 것이다. 피자를 미리 만들어 둔 만큼 맛이 떨어지고, 공항과 병원처럼 혼자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소비자는 피자가 아니라 다른 음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가격대의 패스트 푸드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에게 피자는 함께 먹는 음식으로 여겨진다. 우린 이런 이유로 스바로의 성장세가 하락한 거라고 본다. 대중이 피자를 멀리 했다기 보단, 메가 트렌드에 맞물려 피자가 잠시 주춤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방금 만들어낸 신선한 음식이 간편하게 1인으로 나온다면 피자는 더 이상 비주류 음식이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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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과 수요예측이 가능한 피자브랜드 – “우린 밥과 분식을 모두 잡겠다, 다른 회사처럼.”
대중의 라이프 스타일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들의 식습관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피자는 ‘밥’같은 주식도 아니고, ‘분식’처럼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아니다. 대체로 대중은 조각 피자는 분식으로 보고, 큰 피자는 식사라고 생각한다. 이와 달리 패스트푸드인 맥도날드는 주식 혹은 분식 모두 가능한 브랜드다. 우리도 그런 브랜드를 지향한다. 인원 부담없이 남녀노소 같이 먹을 수 있는 형태다.
그래서 고피자는 피자 브랜드의 맥도날드가 되기 위해 기존 방식과는 다른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첫 째로 화덕의 혁신이다. 기존 업계에선 전기 오븐을 쓰지만 우리는 화덕을 쓴다. 화덕은 피자를 불로 굽기 때문에 속도가 빠른 대신 도우가 쉽게 탈 수 있어 손이 많이 간다. 또한 바닥과 공기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에 매장마다 퀄리티가 다를 수도 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보완할 수 있도록 자동화된 화덕을 개발 중이다. 화덕이 피자의 맛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임을 아는 업체는 많지만, 우리처럼 속도와 맛을 동시에 고려하는 곳은 아직 없다.
두 번째론 수요 예측을 통한 혁신이다. 피자는 매장마다, 지역마다 수요가 다를 수 있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요예측을 해 재고 보유량 등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방 규모를 줄이고 매장 사이즈를 늘리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우리가 피자를 빠르게 만드는 또다른 이유는 현장에서 도우를 펼치거나 기존의 냉동 생지 도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피자에서는 고피자만의 도우와 조리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피자를 만들 수 있다. 사실 피자 모양으로 도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면 평균 2주 정도 걸린다. 게다가 만드는 사람마다 피자 모양이 다르고, 맛도 달라져 결국 일정한 품질관리를 하기 어렵다.
그런 방식으로 조리하면 맛이 떨어지지 않을까?
기존 피자업체에서 단가 절감때문에 직접 밀가루 반죽을 피거나 냉동 생지 도우를 사용한다. 단가가 많게는 6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2년간 퀄리티를 유지하며 조리가 손쉬운 방식의 도우를 개발하여 납품받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기에 전체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도우, 화덕 등 운영비를 최적화하는 것도 우리의 목표중 하나다.
영세한 업체 입장에서 공장 운영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제휴 공장 리스크 문제 등, 한 번에 큰 위기가 올 수도 있고.
고피자는 자체적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전문 도우 공장, 소스 공장에 생산을 위한 전용 금형과 소스 레시피를 제공하고 OEM방식으로 생산해 대규모 고정자산에서 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공장을 수직적으로 통합하는 것보다는 단가가 높겠지만, 현재 상황에 적합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식재료 유통망을 최적화하고 있기에 충분히 사업성 있는 마진율을 확보하고 있다.
어쨌든 잘 팔리려면 맛이 검증돼야 한다. 맛에 대한 전략은 무엇인가?
R&D팀에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두께감 있고 포만감 있는 형태,한국인이 선호하는 페퍼로니, 불고기 등 토핑을 쓴다. 최근엔 한 스낵 브랜드에서 몇 년간 일하던 개발자도 합류해 맛에 신경 쓰고 있다. 어떻게 보면 맛이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다. 소비다 대다수가 트럭에서 6,7천원짜리 음식을 먹을 때 엄청난 퀄리티를 기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컨셉과 사이즈, 메뉴에 집중해 개발하고 있다.
▲피자계의 ‘맥도날드’로 성장하기까지
고피자 전까지 마케팅쪽 일을 해왔다. 사업에 어떻게 접목하고 있나.
대학원과 직장에서 제일 뒤쪽에 있는 소비자를 만날 준비를 했고 실무를 배웠다. 대표가 된 지금은 그때의 경험을 살려 최전방에서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운영상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매장이 5군데가 있는데 한 매장에서 50만원 적자가 난다고 치면 하루에만 250만원이 적자다. 그게 한달 쌓이면 7천5백만원이다. 인건비까지 합치면 생각도 하기 싫다. 실물을 다루고 있기에 매일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늘 위기감으로 다가온다.
투자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는 엔젤 투자금 3억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맥도날드 같은 프렌차이즈 산업을 희망하는데, 이런 플래그쉽 매장 하나를 여는 데도 몇 십억 원이 든다. 그래서 투자는 우리의 사업 모델이 조금 더 검증 절차를 끝내고 난 뒤 고민하려 한다.
각오 한 마디 해달라.
우리 서비스는 IT와 거리가 먼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맞닿아 있다. 새로운 비전을 꿈꾸고 있는 만큼,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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