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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Entrepreneur –스타트업 스토리 플랫폼 '플래텀(Pla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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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s Story #451] 사람 살리는 마네킹과 솔루션 만드는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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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한 경우 빠르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이 생사를 좌우한다. 일반적으로 심장이 멎은 후 4분 정도까지는 적절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원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4분이 넘어가면 뇌세포의 손상이 시작 되어 심장박동이 재개되더라도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게 되며, 10분이 넘어가면 원상회복은 불가능하고, 대부분의 경우 사망하게 된다.

이런 내용은 어느정도 안전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알고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제 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심폐소생술은 이론적인 면보다 실제로 행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7년차 하드웨어 스타트업이자 심폐소생술 교육 솔루션 업체 ‘이노소니언’은 CPR(심폐소생술) 교육 마네킹을 디자인하고 상용화시킨 회사이다.

이 업체의 교육 마네킹은 심장에서 뇌에 이르는 혈행의 흐름을 LED를 이용해 시각화한 제품이다. 이러한 방식은 세계 최초다. 아울러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와 연동되어 교육생이 올바른 심폐소생술을 수행하는지 실시간으로 측정해 분석해 보여준다. 스마트 기기 1대에 최대 6대의 마네킹이 동시 연동 되며 가슴압박의 깊이, 속도, 이완 및 위치 등을 즉각적으로 분석해 준다. 심폐소생술 시, 심장의 혈액이 뇌까지 전달되는 상황을 시각적으로 제시해 줌으로써 훈련 수행의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피드백을 통해 사용자가 심폐소생술의 목적과 원리 및 소생기술을 올바르게 익히게 돕는다.

특히, 얼마전 이 업체가 발표한 ‘브레이든 베이비’는 폐 형상의 ‘인공호흡 표시등’ 기능까지 추가해 섬세하게 수행돼야 하는 영아 심폐소생술 기술을 익히는 가이드 역할을 제공해준다.

이노소니언 정목 대표를 만나 교육용 CPR 마네킹을 제작하는 배경를 들었다.

정목 이노소니언 대표 ⓒ플래텀

이노소니언은 뭘 하는 회사인가.

심폐소생술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심장은 플러스(+) 극과 마이너스(-) 극의 전기자극이 근육을 움직여 심장을 박동하게 한다. 어떤 이유에 의해 극과 극이 얽히면 심정지가 오고 인체에 피가 돌지 않는다. 다른 장기는 피가 돌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뇌는 1분에 10%씩 생존율이 감소한다. 심폐소생술은 멎은 심장을 짜내서 심장의 피와 산소를 뇌로 보내 뇌사를 예방하는 것이다. 심폐소생술은 전기충격을 줄 수 있거나 병원에 이동할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이토록 중요한 일이지만 관련 교육은 효율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수동적으로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고, 연극적인 측면이 많다. 우린 심폐소생술이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하는 것을 추구한다. 그래야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착안해서 만든 제품이 심폐소생술 마네킹(브레이든 시리즈)이다.

7년차 기업인이다. 왜 이 길(창업)을 선택했나. 

사회 기여와 사람을 소생시키는 일에 관심이 많다. 창업 전 자동심장충격기 제조사에서 10년 간 근무했다. 당시 사람 살리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회사 제품이 공공장소 등에 많이 확산되었음에도 사람들이 사용법을 모르거나 전기충격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좋은 제품이고 취지로 훌룡했지만 실용성이 낮았던 거다.

심 정지 이후 골든타임은 4분 정도다. 그 시간에 해야 하는 행동,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해야 자동심장충격기도 의미가 있다. 그런데 당시 국내 급성심장정지를 목격한 사람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이 2~3% 밖에 안되었다. 그래서 장비 설치보다 교육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고, 위급상황에는 심폐소생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효과적인 심폐소생술 교육’을 목표로 사업구상을 시작했다. 그게 창업 배경이다.

다른 방식도 많았을텐데, 굳이 창업까지 하며 할 이유가 있었나. 

개인성향도 있을거다. 10년마다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전 직장에서 30대를 보내며 회사와 함께 성장했다고 자평한다. 그 경험을 토대로 40대에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다. 주변사람들, 특히 회사 동료들의 만류가 많았다. 회사 초기에 합류해 상장까지 함께했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하더라. “경영을 하고 싶으면 자회사 대표를 하는건 어떻겠느냐”는 회사대표의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사실 대표가 되고 싶었다거나 돈을 벌고 싶은 마음보다는 ‘내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통해 좋은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자아실현의 욕구’가 강했다.

여담이지만, 타인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우리 사회에 있다.  

미국에서는 연간 30만 명, 국내에서는 연간 5만 명이 심정지로 사망한다. 결정적 순간에 심폐소생술을 한다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이다. 나중에 받을 피해 걱정보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먼저 아닐까.

하드웨어 창업은 인력도 필요하지만 개발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VC 투자를 생각 안 했다고 들었다.  

회사가 망할 수도 있는데 남의 돈을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어느정도 고지를 넘어 성장 동력이 필요할 때 추진할 계획이었다. 제품 개발에 돈이 많이 들긴 했다. 금형에만 3억 5천만 원이란 견적을 받았다. 개발하는 데만 1년이 걸렸고. 가진 돈과 정부 창업 지원금을 합쳐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한 금전적 피해는 부모님까지로 생각했는데, 다행히 거기까지는 안 갔다.

제품 개발할 때 뭐가 제일 어렵던가.

스킨 선택이 가장 어려웠는데, 관련 노하우를 가진 장인을 소개받아 질 좋은 스킨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 어려운 상황마다 귀인이 나타나 도와준 덕분에 이만큼이나마 성장할 수 있었다.

잘 몰라서 묻는건데, 국내외 교육용 CPR 마네킹의 시장성은 어떤가. 

세계로 봤을 때 시장 수요는 크다. 대부분 미국 사람들은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고, 유럽은 운전면허 취득을 하려면 심폐소생술 자격증이 필수 조건이다. 우리가 2014년 7월 첫 판매를 시작해서 그해 12월까지 4천 대의 제품을 판매했으니 시장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시장은 다소 작은 편이다.

해외가 타겟인 셈이다. 어디를 공략 중인가.

해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유럽 시장의 반응이 매우 좋았고, 미국 시장의 비중도 매우 큰데, 향후 더 확장될 전망이다. 특히 영국에서의 판매량이 다른 유럽 국가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글로벌 영역에서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 적십자 관계자들이 유럽 심장학회에서 우리 제품을 보고 7천 대를 구매하기도 했다. 미국 적십자는 우리 제품으로 교육도 하면서 온라인몰에서 판매도 한다. 현재까지 미국 판매처 중 적십자의 매출이 가장 크다. 또 중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2016년 영국과 2018년 미국에서 현지 업체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협업의 어려움은 없었나.

없었다. 시작부터 현지 업체가 더 적극적이었다. 상투적인 이야기일 수 있겠는데, 서로 비전을 공유하고 열정으로 의기투합했다. 해외 파트너가 본인들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인프라를 많이 제공해준다.

지난해 매출 규모를 이야기해 준다면. 

지난해 40억원 정도 매출을 기록했다. 월평균 판매량은 2천 대 수준으로, 2018년 3만 대를 판매했다. 수출 비중이 80%다. 매출이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심폐소생술 교육 시장이 크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제품은 한국에서 만드나. 공장을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그렇다. 지금 두 군데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 공장은 크고, 한 공장은 작다. 큰 공장은 기반이 잘 갖춰진 공장이라 대량 생산을 담당하고, 작은 공장은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 직장이 제조사여서 외주 공장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공장보다 품질관리가 더 어렵다. 교육용 교구지만 품질은 ISO 규정에 맞춰 의료기기에 준하여 관리하기 때문이다. 제품마다 시리얼 번호를 부여해 품질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이노소니언의 CPR 마네킹 ‘브레이든’과 ‘브레이든 베이비’ ⓒ플래텀

제품 이야기를 해보자. 대표 상품인 ‘브레이든’을 소개해 준다면.

세계 최초로 심장에서 뇌에 이르는 혈행의 흐름을 LED를 이용해 시각화한 제품이다. 마네킹 심장을 압박하면 피가 뇌로 보내지는 모습을 LED 표시등을 통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압박 깊이와 속도에 따라 표시등 빛이 움직여 올바르게 하면 뇌에 불이 들어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바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심장과 뇌의 손상을 방지하고자 하는 심폐소생술의 목적과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심폐소생술 수행의 질에 따라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혈행 흐름 패턴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스스로 올바른 심폐소생술을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해 준다.

기존 제품도 인상적이지만, 최근에 발표한 ‘브랜든 베이비’가 인상적이더라. 

영아용 심폐소생술 제품이다. 유럽 심장협회와 협업해 2년에 걸쳐 만들었다. 국내 심폐소생술 교육에서 영아는 등을 두드리거나 두 손가락으로 누르면 된다고 가르치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성인과 영아의 심폐소생술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영아는 압박보다 호흡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영아용 제품에는 더 세밀한 센서를 달았다.

아무래도 영아용 제품은 개발비나 원가가 더 들었을거다. 아울러 기본 제품보다 두 배 가량 더 비싼 편이다. 어느 나라에서 수요가 있나.

미국이다. 특히 미국 적십자에서 호평해주고 있다. 심장협회와 함께 만든 제품이라 신뢰도도 높다. 기존 제품보다 특장점을 많이 갖고 있어 미국과 유럽에서는 순조롭게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 내심 기대하는 건 국내시장이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영아 심폐소생술을 알리고 싶다.

심폐소생술 마네킹 제조 외 솔루션 판매도 하고 있다. 

이전까지 마네킹과 어플 위주였다면, 지금은 IT분야 비중을 키우고 있다. 특히, 솔루션을 제공하고 연간 사용료를 받고 있다. 벨기에 루벤대학교에서 교내 직원 대상 심폐소생술 자기 주도적 학습을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루벤대학교에는 약 2만 5천명의 임직원이 있는데, 임직원 모두에게 심폐소생술 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키기에 장소, 강사, 시간제약 등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대학과 협업하여 자기주도학습의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우리 시스템은 시험 평가도 가능해 합격 여부까지 서버 관리자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루벤대학교와 협업하여 개발된 ‘브레이든 온라인 서비스’는 2018년 중순 개발이 완료되어 연말에 론칭되었고, 이후 유럽의 병원, 대학등에서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도 올해 4월 솔루션 서비스를 시작했다.

7년차 기업이니 어느정도 복지체계는 갖추었을거라 본다. 어떻게 신경 쓰고 있나.

스트레스받는 일을 없게 하자는 주의다. 출퇴근은 탄력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다. 기본적인 복리후생 외 도서구입비 200만 원 지급, 콘퍼런스 참여 시 전액 지원, 식대 지원, 통신비 지원, 예방주사 지원, 개발팀 시스템 구입비 300만 원 지급 등 체계가 있다. 또 휴가 무제한 제도도 있다. 현재까진 이사진에 한정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이뤄진다면 전 직원에게 적용할 예정이다. 회사의 성장을 함께하는 임직원에게 역량에 따른 스톡옵션 기회도 부여한다.

회사 직원들이 열정적이라 들었다. 어떤 것이 동기부여가 된다고 보나.  

사람의 성장에는 본인이 극복해야 하는 짐이 있다. 예를 들어, 70년 동안 이를 닦는다면 이를 닦는 것에 있어 신의 영역에 도달해야 하지만, 그것에 대한 성장 욕구가 없으면 습관일 뿐이다. 우리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성장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해본 적 없는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면서 그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는 채용에서도 성장 욕구가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여담이지만,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비용 전액을 지원해줄 테니 가고 싶은 휴가지를 얘기하라고 한 적이 있다. 대부분 미국과 유럽을 얘기했는데, 이유는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곳에 가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직접 보며 연계 병원과 다음 프로젝트에 관해 상의하고 싶다고 했다. 놀라우면서도 감사한 일이었다.

올해 목표를 이야기해 준다면.

우선 미국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것, 그리고 브레이든 베이비의 성공적인 확산이다. 그리고 심폐소생술 교육 제품과 서비스 범위 확장을 위한 신제품 개발이다. 올해 제품 라인업의 다양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궁극적인 목표, 비전은 뭔가

탁월한 훈련 효과를 제공하는 세계 최고의 응급의료훈련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해 사용자 스스로 인간의 선함을 느끼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모두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생명 소생활동에 기여하도록 돕는 것이 이노소니언의 비전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이노소니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회사는 생명을 살리려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우리와 같은 꿈을 가진 인재가 함께해 큰 그림을 같이 그렸으면 한다.

정목 대표와 유럽법인 관계자들 ⓒ이노소니언


앙트십이 있는 창업가? 시장이 공감하는 문제를 찾고, 스스로를 객관화 하며, 자신을 확장시킬 줄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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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앙트십 코리아 컨퍼런스 현장 ⓒ플래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하고 네이버가 후원하는 ‘앙트십 코리아 컨퍼런스’가 22일 강남 D2 스타트업 팩토리에서 열렸다. 올해로 6회를 맞이한 이 행사는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을 주제로 기업과 학계 등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이다.

창업자를 비롯한 기업 관계자, 소공상인 관련 연구자, 학계 관계자, 국책기관 연구원, 학생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올해 컨퍼런스에서는 스타트업과 대기업, 스몰비즈니스를 위한 앙트러프러너십이 논의 되었다.

키노트 연사로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가 나섰다. 황 대표는 카이스트 공학박사 출신으로 300여 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 등록하고 대기업에 회사를 매각한 경험이 있는 발명가자 창업가다. 그는 플런티, 퓨처플레이, 피움랩스, 육그램, 파운데이션X 등 기업의 설립에 참여했으며 그중 플런티는 삼성전자로 인수되기도 했다.

황 대표는 강연에서 앙트러프러너십이 있는 창업가의 세 가지 요건으로 ‘시장이 공감가능한 문제를 찾는 능력’,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객관화 하는 능력’, 그리고 ‘자신을 확장하는 능력’을 들었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 창업가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다는 점”이라며 “시장의 때가 묻지않은 우아한 기술은 거친 시장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기술적 비전과 가치는 대중과 시장에 의해 재평가되고, 반박되고, 수정되고 뒤집혀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온전한 제품 하나가 탄생한다. 기술(Tech)이 제품(Product)이 되고, 제품이 사업(Business)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손때가 묻어야 한다. 결코 우아할 수 없는 과정이다”라고 조언했다.

또 “경영은 가설을 세우고, 실행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지속적인 자기반성 과정이다. 지혜로운 창업가는 본인의 실책을 선명하게 공유하여 문제를 개선하고 스스로의 성과를 폭넓게 나누어 팀을 하나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영은, 창업자의 비전과 믿음을 법인이라는 형식을 통해 경영적으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의 게임이다. 창업가 자신의 경험과 능력에만 머물면 기업은 더 이상 확장이 가능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가장 뛰어난 경영자는 전문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라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하 황성재 대표 키노트 강연 정리)

제6회 앙트십 코리아 컨퍼런스 키노트 연사로 나선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 ⓒ플래텀

발명왕, 카이스트 박사, 연쇄창업자 수식어가 붙은 황성재는 인재일까?

나는 카이스트에서 석박사를 했고, 발명도 많이했고, 창업도 여러번 했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인재라고 봐주는 시선이 있다. 중고교 시절 나는 보편적 기준에서 열등생에 가까웠다. 당시 내가 집중한 것은 공부가 아니었다. 춤추고 노래하고 연극하며 중고교 시절을 보냈다. 패싸움도 해서 경찰서도 다녀왔다. 모범적인 학생은 아니었던 셈이다. 고등학고 3학년 때 성적표를 보면 대부분이 ‘가’다. 수학과 과학이 ‘양’이어서 그나마 공학적인 에너지 싹이 있었을 뿐이다. 발명도 서울에 놀러가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서울에 잠시 올라와 경험한 것에 자극을 받아 공부를 시작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사이에 있는 발명가이자 창업가

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치를 주는 ‘발명’과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을 가져야 하는 ‘비즈니스’ 사이에서 고민하고 시도하는 사람이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300건 이상의 발명을 했고 플런티, 퓨처플레이, 피움랩스, 육그램, 파운데이션X, 라운지랩 등 창업에 동참했다.

학창시절 뭔가를 계속 만들다보니 기회가 왔다. 카이스트에서 데모를 할 일이 있었는데, 당시 대통령이 와서 재미있게 봐줬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해외 손님에게 선물한다고 1000개 구매요청이 왔다. 발명했지 사업을 잘 몰랐다. 그런데 내가 만든 것이 돈이 되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학생 신분으로 이것 저것 발명품을 만들고 기술이전도 되니 언론의 주목도 받았다.

다만 특허나 발명품이 실제 시장에서 판매가 되는 비율은 낮았다. 30개 정도의 특허 이전을 했는데, 그 중 실용화가 된 것은 4개 정도였다. 정치적인 이유도 있었고, 시장을 생각 안한 발명도 있었기 때문이다.

발명의 극대화를 위한 창업 여정

그래서 발명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처음은 대화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플런티(Fluenty, 당시 황 대표는 이 회사 CCO였다)였다. 플런티는 자연어 처리를 하는 회사로, 챗봇 사업으로 시작했다. 이메일 스마트리플라이(자동응답) 기능이 특징이다. 메시지가 왔을 때 키보드로 답을 하기 어려울 경우 객관화된 회신이 가능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AI로 제시했다. 회사는 설립 2년 6개월 만에 삼성전자에 국내 스타트업 중 최초로 인수되었다. 플런티 팀원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 삼성전자 빅스비팀 소속이 되었다.

피움랩스란 IOT기기 제작 회사 창업에도 참여했다. 이 회사는 디바이스와 관련된 시도를 하는 회사로, 스마트 디퓨저로 잘 알려져 있다. 디퓨저 하나에 여러가지 엠플이 들어가서 아침에 스파이시한 향, 점심에는 나른함을 깨우는 향, 저녁에는 취침이 잘되는 향을 내주는 형태의 기기이다. 사용자는 본인 상황에 맞는 다양한 향을 선택, 또는 조절할 수 있다. 현재 모 호텔에서 활용되고 있다.

축산유통 스타트업도 육그램 창업에도 참여했다. 이 회사는 고기를 맛있게, 편하게 먹을 수 없을까라는 관점에서 창업했다. 사람들이 맥주 샘플러를 맛보며 인생 맥주를 찾듯 어떤 고기 부위가 자신에게 맞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미트샘플러’라는 것을 발명했다. 지금은 피봇팅 과정을 거쳐 B2B로 방향이 바뀌고 확장되어 시리즈B 라운드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그리고 디자인 회사(테헤란로세공사들의 제리캔디자인)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안경은 하나지만 클립온(Clip-on)이 여러개인 신개념 아이웨어다. 베이스는 하나지만 여러 개의 안경 디자인을 쓸 수 있는 발명요소가 들어간 비즈니스다.

가장 최근에 만든 회사는 라운지랩이다. 이 회사는 세 가지 모토가 있다. 우선 ‘음식가지고 장난치자’이다. 음식을 소비하는 과정을 기술로 극대화시키는 것을 지향한다는 거다. 그리고 ‘도시를 기술로 증강시키자’이다. 많은 고객이 온라인에서 주문하는게 보편화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오프라인은 죽어가고 있다. 심지어 거대 마트도 마이너스 성장이다. 그래서 라운지랩은 오프라인에 고객이 오게끔 하는 다양한 테크적 시도를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온오프라인 블랜딩’을 한다. 현재의 소비자는 온-오프라인 한 곳을 특정하지 않는다. 라운지랩은 오프라인만의 가치를 찾아 블랜딩 시도를 하고있다. 로봇카페 ‘라운지엑스’를 론칭했고, 현재 ‘무인상회’라는 무인 편집샵도 준비 중이다. 라운지엑스는 드라이브스로화 시도도 한다.

라운지엑스는 미래 기술을 접목한 공간이다. 로봇을 활용해 핸드드립을 한다. 역발상으로 고급커피를 로봇이 만든다. 오픈하고 로봇이 만든 커피가 한 달에 1300잔이 팔렸다. 아울러 사용자는 안전하고, 깨끗하고, 콘텐츠적 요소에 반응한다는 것을 인지했다. 라운지엑스는 기술기반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소비자들은 감성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라운지엑스를 만들 때 공학적인 남성들이 많이 올줄 알았는데 반대로 감성적인 여성 고객이 더 많다. 그들은 로봇이 만드는 커피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올린다. 우린 그걸 ‘기술감성’이라 명명하고 있다. 기술이 감성을 자극한다는 결과값을 가지고 다른 영역, 시장에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할 계획이다.

이러한 걸 더 잘 하기 위해 5년 전에 퓨처플레이라는 기술회사이자 스타트업 투자·보육 기업을 만들기도 했다. 창업의 과정이기도 했지만 사실 자기반성의 과정이자 여러가지 시각을 갇게된 시도이기도 했다.

위에 일들은 순차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동시 다발적으로 했다. 가장 잘 하는 것 하나를 집중적으로 하는게 정석이라고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발명하고 그걸 시장에 맞게 개선시키고 적용하는게 내 핵심 능력이라 여겨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고수 창업가는 자신이 하고싶으면서 시장이 원하는 것을 찾는다

많은 이들이 창업자가 만들고 싶은 것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만들라고 한다. 그 의견에 공감한다. 하지만 더 의미있는 것은 내가 만들고 싶으면서 시장도 원하는 것을 만들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다. 나는 그게 고수라고 생각한다.

시장이 원하지만 지금 당장 대중적이지 않은 것들이 있다. 아직 시장이 반응하지 않지만 곧 반응을 할 것들이다. 먼저 시작해 섭렵한다면 투자나 인수 제안이 올 영역이 있다. 창업자는 그걸 찾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아직 시장이 모르지만 곧 알게될 부분을 찾는 동시에 본인이 하고싶은 것을 한다면 행복한 앙트십 여정이 될거다.

앙트십이 있는 창업가는 ‘시장이 공감가능한 문제를 찾는 능력’,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객관화 하는 능력’, 그리고 ‘자신을 확장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

그렇다면 앙트십은 무엇일까. 문제를 잘 푸는 능력, 좋은 학벌, 풍부한 인맥, 다양한 경험, 냉철하고 완벽한 논리 등 떠올릴 수 있다. 다 맞고 있으면 좋다. 하지만 그게 진짜 앙트십일까. 내가 수년간 투자를 하고 실패도 하고 작은 성공을 거두며 체득한 앙트십은 세 가지다.

우선 ‘시장이 공감하는 문제를 찾는 능력’이다. 엔지니어 출신 창업가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다는 점이다. 나도 엔지니어이자 발명가다보니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서 시장을 설득하곤 했다. 그런데 설득이 안 됐다. 시장이 공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창업가와 발명가와 엔지니어가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 하는 요인이다. ‘시장의 공감’이 포인트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대기업이 더 잘 찾는다.

시장의 때가 묻지않은 우아한 기술은 거친 시장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기술적 비전과 가치는 대중과 시장에 의해 재평가되고, 반박되고, 수정되고 뒤집혀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온전한 제품 하나가 탄생한다. 기술(Tech)이 제품(Product)이 되고, 제품이 사업(Business)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손때가 묻어야 한다. 결코 우아할 수 없는 과정이다. 뭔가를 만들고 시도할 때 시장이 공감가능한 영역인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한다. 천재가 뭔가를 던진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두 번째는 ‘확장능력’이다. 경영은, 창업자의 비전과 믿음을 법인이라는 형식을 통해 경영적으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의 게임이다. 창업가 자신의 경험과 능력에만 머물면 기업은 더 이상 확장이 가능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가장 뛰어난 경영자는 전문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라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자신보다 못 한 사람을 모으는 능력은 앙트십이 아니라 ‘왕’트십이다. 확장능력이 있는 창업가는 뛰어난 인재만 모아서 자신을 확장시키는 사람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창업자라도 물리적 한계가 있다. 천재라도 세 명 분의 일은 못 한다. 직원이 창업자보다 못 한 사람들이라면 확장에 제한이 있다. 1년만 지나면 두 그룹의 차이는 확연히 난다. 바쁘기만하고 성과가 많이 안 난다. 뛰어난 인재와 함께하면 에너지를 적게 쓰고 여유롭게 스케일업이 이루어진다.

세 번째는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객관화’하는 능력이다. 나도 부족했던 부분이다. 경영은 가설을 세우고, 실행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지속적인 자기반성 과정이다. 지혜로운 창업가는 본인의 실책을 선명하게 공유하여 문제를 개선하고 스스로의 성과를 폭넓게 나누어 팀을 하나로 만드는 사람이다. 냉철한 지적을 들을 줄 알고 제 3자 입장에서 담을 줄 알아야 한다. 경영자는 가설을 세우고 자기반성을 통해 개선사항을 찾아 더 잘하게 냉철하게 객관화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뛰어난 창업자다.

정리하자면, 시장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찾고,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객관화하는 동시에 자신의 비전을 다른 사람을 통해 확장하는 능력이 내가 생각하는 앙트십 과정이다. 이게 갖춰져 있다면 훌룡한 창업자다.

(이하 패널토론. 패널로 황성재 대표와 함께 이날 스타트업 앙트십 두 번째 강연을 한 이수인 에누마 대표가 자리했다. 모더레이터는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제6회 앙트십 코리아 컨퍼런스 스타트업 키노트 연사 패널토론 / (왼쪽부터)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모더레이터), 이수인 에누마 대표,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 ⓒ플래텀

황대표는 학창시절 공부를 못 했다고 했다. 부모님은 어떤 역할을 했나. 

황성재 : 부모님의 교육방침은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는 거였다. 내가 하고 싶은게 있을 때 책임감있게 지쳐봐주고 도와주었다. 주도적이고 책임감있는 사람이 되게 하는게 교육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앙트십 중 중요한게 책임감이다. 회사에 삶을 기여하는 사람들의 대표 아닌가. 책임감이 없으면 안 된다. 자유롭게 생각하되 잘못 된 것을 받아들이고 개선하는건 자유로운 시도에서 나온다고 본다.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뭐였나. 발명대회 수상 이력이 있다. 

황성재 : 부산 학생 발명대전에 나갔다. 수상을 하면 서울 대회 참가 자격이 생긴다길래 서울에 가보고 싶어서 지원했다. 수업시간에 발명 연구만 했고 운 좋게 수상을 했다. 서울 대회를 참관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가설을 가지고 발표하는게 멋져보이더라. 공부는 못 하지만 사람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허투루하지는 않았다. 하루 17시간 교과서를 씹어먹을 정도로 했다. 기초가 부족해 중학교 교과서부터 했다.

이수인 대표의 에누마는 이익 우선의 기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와 중국 VC로부터 상당히 많은 투자를 받았다. 

이수인 : 남편이 2007년부터 미국 버클리에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가는 길에 함께 갔고, 버클리에서 시작했다.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시 회사(이수인 대표는 엔씨소프트 게임개발자 출신)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다 미국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에게 장애가 생겨 한국에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커리어가 사라질거라는 두려움이 생겼고, 다시는 일을 못 할거라 생각했다. 그 시절 많은 고민이 지금 사업을 하는 원동력이 되고있다.

게임은 재미 없으면 안 해도 되지만 공부는 아니다. 사람을 12~13년 간 공부에 붙들어놓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교육 소프트웨어는 저렴하다. SI에서 다시 재하청이다. 그래서 퀄리티가 형편없다. 이 영역은 교육계 바깥에서 새로운 생각을 던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 가설은 ‘학습이 재미있으면 좋지 않을까’이고 그걸 증명하는 거다. 학업 수준이 떨어지면 다음 학년에 올리면 안 되는거 아닌가. 그런데 대부분의 교육이 시간으로 학년을 올린다. 게임이라면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이다. 개도국은 유치원도 없고 부모도 문맹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은 선진국과 똑같다. 0~7세 사이 경험은 별개로 두고 교과서는 모두 똑같다. 개도국은 교과서와 교사가 없는 경우도 없다. 공부잘하는 10%를 위해 모든 시스템이 집중되어 있다. 나머지가 돈이 없는건 아니다.

교육에서 망가진 것, 비어있는 것이 크더라. 우리가 도전하기 전에 이걸 시장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거대한 블루오션에 첫 발을 내딛고 있다고 본다. 물론 이걸 VC 등에게 설명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 중요한 가설을 증명해 가면서 한 발 한 발 가고있다. 중국 투자자는 소설네트워크 도움을 받았다. 링크드인으로 연락이 왔다. 앱스토어에서 몇 주 1등을 한게 계기가 되었다.

황 대표는 특허만 300개 이상을 냈다. 발명을 할 때 어떤 마인드로 임하는건가. 창업가 마인드인가.

황성재 : 관찰이다. 관찰을 하다보면 트랜드 변화가 보인다. 그걸 통해 문제를 발견하는게 중요하다. 우리 교육은 문제를 푸는데 방점이 있지만, 우선은 문제를 발견하는게 먼저다. 그리고 자신만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게 필요하다. 창업의 첫 요소이기도 한다. 문제를 찾고 정확하고 꾸준하게 시도하는게 발명의 시작이다.

이수인 대표는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Global Learning XPRIZE)’에서 우승하며 일론 머스크를 만나기도 했다. 엑스프라이즈 수상 후 바뀐건 뭔가.

이수인 : 당시 부정 탈까봐 우승 생각 자체를 안 하려고 했다. 강력한 경쟁사도 있었다. 일론 머스크가 우승 발표를 하고 악수를 했을 때 그저 ‘우승했다’, ‘500만 달러 상금을 받으면 회사에 도움이 되겠다’정도만 생각했다. 엑스프라이즈에서 중요한 문제 하나를 풀었다. ‘디지털을 가지고 공부를 하면 낫다’를 증명한 거다. 이 뒤에 세계 각국의 NGO로부터 재미있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

20명 규모 스타트업일 때 공공영역 시장은 우리가 닿을 가능성이 별로 없는 꿈이었다. 동아줄을 잡고 4년 간 뒷골이 쭈뼛거릴 정도로 위험을 느끼면서 진행한 것이 엑스프라이즈다. 그 시기를 거쳐왔기에 지금이 가능했다. 회사의 사기도 많이 올랐다. 통장에 500만 달러가 들어왔잖나.

에누마는 지금 몇 명이 함께하나. 인력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이수인 : 지금은 50명 규모다. 그중에 40명이 한국 인력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사람 구하기가 힘든 것도 있지만 한국에 좋은 인재가 많다는 것이 한 몫한다.

에누마는 미션 드리븐(mission-driven) 스타트업이다. 미션을 공유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을거라 본다. 설득은 어떻게 했나.

이수인 : 설득은 실력과 제품이 보여주는 비전이 중요하다. 회사에 우리에게 맞는 실력과 인성을 가진 훌룡한 동료가 많다. 대부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기에 아이를 정말 잘 가르치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한다.

황 대표의 이력, 경력을 보고 많은 이들이 상담 요청을 할거라 본다. 진로를 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 줄 것이 있다면.

황성재 : 크고 넓게 보라고 말한다. 시야가 좁아지면 작은 것에도 날카로워지고, 무거워지고, 속박을 당한다. 그런 것을 한 번 쯤은 파괴하고 넓게 보라고 한다. 사업을 하다가도 많이 드는 생각이다. 회사에 창업자가 잡혀 먹히는 경우가 많다. 그걸 깨는게 중요하다.

에누마는 글로벌 학력 기초를 해결하는 중이다. 국내 교육은 뭐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보나

이수인 : 우리나라 교육은 모두 공부를 잘 해야한다는 환경이다. 바람직한 환경은 아니라고 본다. 살아있는 의미는 무엇이고 세상에 뭘 할지를 고민하는게 교육인데, 우리나라는 그런 성찰이 부족하다. 엘리트 버블 안에서만 살 뿐 넓은 세상을 보는 것에 신경을 안 쓴다. 작은 문제 하나를 못 풀면 고민하는 문화다.

학생 창업 어떻게 생각하나. 졸업 전후 바로 창업하는게 좋을까. 아니면 경험을 쌓고 도전하는게 나을까. 

황성재 : 경험을 쌓고 하는게 좋다는 입장이다. 스타트업이라는 것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개념이 많은데, 창업은 실전이다. 창업 전에 인턴이든, 직원이든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영역을 이해하는 동시에 본인에게 창업자의 요건이 충족되는지 보는게 선결되어야 한다.

이수인 : 내가 졸업과 동시에 창업을 했다면 눈 앞이 캄캄했을거다. 아이템과 창업환경에 따라 다를거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처럼 키우는 시스템이 있다면 학생창업도 가능은 하다고 본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5년사이 많이 좋아졌다. 더 좋아지려면 뭐가 더해져야 할까

황성재 : 다양성이 필요하다. 푸드테크 영역만 놓고보면, 대부분 새벽배송과 배달이다. 실리콘밸리 등 글로벌리하게 보면 비욘드미트나 저스트에그 등 다양한 시도가 있다. 배달 외 로봇테크 기술이 접목된 것도 있다. 국내는 다양성이 부족하고 창업자나 투자자나 단기적 수익 창출에 매달린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다양성을 축소시킨다. 투자와 스타트업은 많아졌다. 다양성이 더해지면 좋을거다.

이수인 : 정보가 잘 흐르고 조금 더 사람들 간 신뢰가 쌓이면 좋겠다. 우리가 엑스프라이즈에 나갔을 때 미국팀은 ‘그래 해보자’라는 반응이었는데, 한국팀은 ‘우리가 글로벌 경연대회에?’ 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국적만 다를 뿐 같은 레벨의 인재인데 심적으로 소심함이 있었던 거다. ‘이런 미친 아이디어를 우리 아니면 누가 해’라는 마인드가 미국사람이고 ‘이런건 실리콘밸리나 하는거지’라고 하는게 우리 마인드다. 호연지기가 필요하다.

제6회 앙트십 코리아 컨퍼런스 현장 ⓒ플래텀

제6회 앙트십 코리아 컨퍼런스 현장 ⓒ플래텀

제6회 앙트십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이수인 에누마 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의 창업과 회사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플래텀

제6회 앙트십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 우경우 애자일코치가 삼성전자 애자일조직 케이스 발표를 하고 있다. ⓒ플래텀

제6회 앙트십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박유진 로아인벤션랩 팀장이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 케이스를 발표하고 있다.

제6회 앙트십 코리아 컨퍼런스 현장 ⓒ플래텀

[Startup’s Story #452] 삼성전자가 육성한 사외 기술 스타트업 3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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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체로 스타트업이 부각되며 근래 대기업과 금융권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그중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C-LAB)’은 역사가 길다. 2012년에 시작되어 지난해까지 228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34개의 프로젝트는 스핀오프(분사창업)까지 했다. 스핀오프 1호 기업인 이놈들연구소를 비롯해 웰트, 솔티드벤처, 망고슬래브, 모픽 등 기술 스타트업이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C랩 프로그램이 사내를 벗어나 지난해 ‘C랩 아웃사이드‘라는 명칭으로 외부 스타트업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삼성전자는 5년간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외부 스타트업 300개, 사내 임직원 스타트업 과제(C랩 인사이드) 200개 등 총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처음으로 공개모집에 나섰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회사 무선사업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 스퀘어’를 통해 15개의 스타트업을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선발된 스타트업에게 최대 1억원의 사업 지원금,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 전용 업무 공간 및 협업 기회가 제공되었다.

15개 스타트업 중 기자가 만난 에그번에듀케이션(이하 에그번)과 서큘러스, 피트(FITT)는 지금보다는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들이다. 에그번은 자연어 처리기술을 이용한 인공지능 챗봇을 통해 언어를 가르쳐주는 AI튜터봇을 개발하는 기업이고, 서큘러스는 사용자와 감성적으로 교감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반려로봇인 ‘파이보’를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피트(FITT)는 운동자가 자신의 체력수준에 최적화된 운동시간과 강도로 운동 량을 유지 또는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운동검사 알고리즘 및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우면동 삼성 R&D 캠퍼스에서 문관균 에그번에듀케이션 대표, 이병민 서큘러스 이사(CTO), 남연우 피트 전략기획팀장을 만나 조금 긴 대화를 나눴다.

(왼쪽부터)문관균 에그번에듀케이션 대표, 이병민 서큘러스 CTO, 남연우 피트 전략기획팀장 ⓒ플래텀

본인 소개부터 해보자. 많이 들었던 뻔한 질문일테데, 문 대표는 창업 전에 어떤 일을 했나. 그리고 이병민 이사와 남연우 팀장은 회사 대표가 삼고초려해서 영입했다고 들었다. 왜 이 회사에 합류했나. 

문관균 에그번에듀케이션 대표(이하 문관균 대표) : 단순히 요약하자면, NGO 커리어를 가다가 IT창업을 하고 싶어 게임회사에서 프로세스를 배운 뒤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이병민 서큘러스 이사(CTO, 이하 이병민 이사) : 회사에 합류한지는 5개월 정도지만, 한 3~4년 전부터 서큘러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박종건 대표(서큘러스 CEO)와는 과거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박 대표와 시간이 될 때 마다 만나면서 회사 이야기를 들었고 내가 할 수 있는게 보여 결심했다.

남연우 피트(FITT) 전략기획팀장(이하 남연우 팀장) : 나도 합류한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홍석재 대표(피트 CEO)와의 인연은 2015년부터다. 당시 내가 재직했던 스타트업과 피트가 같은 지원기관에 있을 땐데, 홍 대표의 분투를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이후 내가 거주지를 외국으로 옮겨 한국을 떠나와 있었는데, 홍 대표가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여러 번 해줬다. 피트 서비스가 현재는 B2B만 있지만, 향후 B2C로 갈 계획인데 전문 기획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겨울에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결정했다.

현재 서큘러스는 휴머노이드를 에그번은 AI튜터봇, 피트는 건강관리 솔루션을 사업 아이템으로 하고 있다. 이 아이템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시장성과 개인 전문성 등 배경이 있을텐데.

문관균 대표 : 군복무를 마치고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영어 70에 프랑스어 30 비율로 수업을 했는데, 당시 둘 다 잘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그걸 극복하면서 여러나라 언어 배우기에 재미를 붙이는 랭귀지 너드가 되었다. 프랑스어와 영어를 비롯해 6개정도 언어 공부를 하며 관건은 초기 허들이라 생각했고, 그것이 심화되어 창업 아이템이 되었다.

언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1:1 과외를 받는 거고 매일 쓰면 내재화된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공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질적으론 어렵다.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을 연결하기에도 많은 허들이 있다. 그래서 미니멀한 형태로 디지털라이징된 언어 튜터를 만들어주면 최소한 초보단계는 극복할 수 있을거라 판단했다. 1대1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챗봇 형태가 되었고.

이병민 이사 : 서큘러스는 반려로봇 ‘파이보’로 알려져 있지만, 로봇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서큘러스는 인간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로봇의 무한한 잠재력을 찾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듯 반려로보과 함께 한다면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열릴거라고 본다. 지금은 초기 단계라 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 더 큰 기회가 열릴거라고 생각한다.

남연우 팀장 :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사는거에 관심이 많다. 먹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정보가 있는데 반해, 운동은 그렇지 않다. 우리 대표는 체육대학, 트레이너, 스포츠과학연구소 연구원, 체육교사를 거치며 현장에서 그런 문제를 체감한 사람이다. 그래서 창업자로 나서 특정 계층만이 쓰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건강관리 솔루션을 만들었다. 우리 서비스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운동검사솔루션으로 개인 체력 및 건강관리 데이터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우리 회사 내부 모토가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살다가 죽자’,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몇 일만 앓다가 죽자’다.

각 사업이 기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각 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소개해 준다면. 기술 수준은 어느정도라고 자평하는지.

문관균 에그번에듀케이션 대표 ⓒ플래텀

문관균 대표 : 기본적으로 우리 서비스는 스택큐를 기반으로 피드백을 주는 제품이다. 봇이 질문을 하고 사용자가 답변을 하면 그것에 대한 가장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다. 예를들어, ‘뭐 오늘 뭐 먹었니?’라는 질문을 했을 때 ‘밥 먹었음’이라고 답하면 ‘음’을 ‘어’로 바꿔서 쓰게 유도하는 거다.

머신러닝도 돌려봤는데, 언어학습 특성상 안 맞는 부분이 많았다. 데이터만 넣으면 러닝되서 최적값을 찾는거랑 언어교육은 거리가 있더라. 그보다는 프로그래밍을 직접 손으로 입력하는게 훨씬 효율적이다. 그래서 코딩을 깔끔하게 해서 뭐가 틀렸는지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남연우 팀장 : SCI 학술논문에 운동에 관련된 로우 데이터가 상당히 많다. 우린 그 로우 데이터와 대표가 취합한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그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출시했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그 정규분포 안에서 계속 그 오차도 줄여나가고 있다.

이병민 이사 : 서큘러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다. 로봇 하드웨어의 부품 설계부터, 조립, 판매, 배송까지 직접 한다. 하드웨어 제조 전과정을 아는 회사이기에 가능한거다. 그리고 로봇 OS도 직접 커스터마이징해서 원하는 기능을 얼마든지 추가해서 구현할 수 있다. 데이터는 클라우드나 서버단에서 처리를 하게 되는데, 우리가 직접 다 개발, 운영하기에 문제가 생겨도 빨리 대응할 수 있다. 아울러 데이터 부분에 대한 고도화도 진행 중이다. 데이터가 쌓이면 더 나은 가치창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거다.

파이보를 비롯해 국내외서 다양한 반려로봇, 휴머노이드가 등장하고 있다. 언제쯤 보편화 될거라 예상하나. 

이병민 이사 : 몇년 뒤라고 특정하긴 어렵다. 아직 시장 자체가 초기 단계다. 그리고 로봇은 접근하기 좀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중이 휴머노이드를 반려동물처럼 느끼는 시기가 도래 한다면 주목받는 아이템이 될거라 전망한다.

AI활용 학습 챗봇은 시장에 많다. 에그번의 AI튜터봇은 뭐가 다른가.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

문관균 대표 : 여타 서비스와 기술 스택은 다 비슷한 지점에서 수렴될거다. 언어 영역에서 기술은 보조적 도구다. 관건은 그 안에서 얼마나 잘 가르치게 만드냐다. 같은 영어책이라고 해도 콘텐츠는 다 다르잖나. 우리는 봇을 통해 퀄리티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단순한 잡담이 아닌 교육적으로 성과를 내는 콘텐츠라고 자부한다. 효용성은 사용자들이 증명해 줄거다.

피트는 B2C시장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개인건강관리데이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고. 개인건강관리 솔루션(서비스 명 ‘마이핏’)도 준비 중인데, 현재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나.

남연우 팀장 : 기획이 마무리된 단계다. 트레이너들이 쓰는 관리 툴을 보면 포털 캘린더다. 그나마도 문서를 잘 다루는 트레이너들 이야기다. 대체적으로 회원 관리가 효율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래서 관련 솔루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휘트니스 센터에게는 회원, 예약, 입출입 관리를 하는 플랫폼이 될거고, 고객은 자신이 운동했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내년 CES에 참가할 예정인데, 그때 베타 서비스를 선보이려 한다. 아울러 우리 데이터가 웨어러블과 연동되는 형태의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

세 회사 사업 아이템은 국내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어떤 기회를 찾고있나. 현황을 이야기해 준다면.

남연우 피트 전략기획팀장 ⓒ플래텀

남연우 팀장 : 우리 알고리즘은 해외서 인정받고 있다. 독일 올림픽 트레이닝 센터와 파트너쉽을 체결한 국내 유일 기업이고, 독일 체육대학교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독일 시장을 시작으로 유럽 쪽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이탈리아 피트니스 기구 브랜드인 테크노짐과도 협력을 논의 중이다. 내년 초 CES에서도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관균 대표 : 에그번은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매출 70%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다. 예를들어, 동남아의 경우 좀 좋은 제품이 있으면 입 소문이 엄청 빨리 나는데, 구매는 그만큼 발생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일본의 경우는 구매를 빨리 하는데, 입소문은 그에 못 미친다. 그래서 고객 세그먼트를 늘리는 접근으로 메시지를 달리하는 등 여러가지 테스트를 하고 있다. 그걸 바탕으로 올해 일본쪽 포지션을 늘리고 있고, 스페인이나 남미쪽도 조금씩 커지는 추세이다. 또 회사 멘토인 옥스포드 대학 교수가 에그번 서비스의 성과평가를 하는 중인데, 효과가 증명된다면 도움이 될거라 보고 있다.

이병민 이사 : 매년 해외전시회에 참여를 해며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서 정식 오픈이 되고 어느정도 데이터가 쌓이면 글로벌 진출 전략이 명확해 질거다.

스타트업은 성장도 빠르지만 위기와 부침, 시행착오도 많다. 에그번은 지난해 팀빌딩을 다시 했다고 들었다. 

문관균 대표 : 성장이 최우선 목표였고, 다른건 생각하지 못 했다. 그런데 매출이 정체되니 문제가 생기더라. 매출이 커진다는 전제에서 경력자 위주로 영입했고 인건비도 크게 배분했었다. 그런데 성장이 더뎌지니 매출이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투자가 이어져 버티기는 했지만, 얼마 안 되어 좀비 기업이 되겠다 싶었다. 회사 분위기도 많이 이상해졌다. 그게 한 1년 지속됐다. 그대로 가면 안 되겠다 싶어 진짜 필요한 사람만 남기는 구조조정을 했다. 퇴직금이 그렇게 많이 나갈지 몰랐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회사가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다.

서큘러스와 피트에서도 위기상황이 있었을거다.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고 어떻게 해결했나.

이병민 이사 : 내가 합류하기 전 이야긴데, 이전에 회사가 종로쪽 상가에 있었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워서 직원들이 사무실이 아니라 부근 커피숖으로 출근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위치한 지대도 문제였다. 그곳에 있을 때 폭우로 인해 3D프린터를 비롯해 부품이 침수되는 사고가 있었다. 전기 관련 부품은 젖으면 쓸 수가 없잖나. 당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을 땐데, 리셋하고 다시 시작해야 했다. 큰 위기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틴건 대표의 역량이라고 본다. 우리 대표는 마인드가 긍정적인 사람이고 사람을 이끌줄 안다. 힘들어도 희망을 가지고 매일 매일 새롭게 시작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침수 사고가 나고 회사가 어수선해졌을 때 먼저 한 것이 회사 분위기부터 다잡는 거였다. 그렇게 회사를 다독였고 거짓말처럼 상황이 반전되었다. 침수되는 사무 환경을 벗어나 부천쪽으로 확장했고, 이후 C랩 아웃사이드에 선정되어 삼성전자 R&D캠퍼스 내 공간도 근거지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남연우 팀장 : 헬스기업이 우후죽순 등장했지만 상당수가 사장됐다. 우리 대표가 그런 환경에서 사업을 시작해 악전고투를 했다. 서비스 만들 돈은 필요한데 매출은 없고,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 받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회사 인력도 경험자보다는 주니어가 많아 손이 많이 가야 했을거다. 당장 회사가 굴러가려면 돈을 벌어야 하기에 대표가 외부 일을 많이 했다. 평가도 좋았고 심지어 영입 제안도 받았다 한다. 하지만 정작 회사 역량을 쌓는 것은 느렸다. 그래서 작년에 모두 멈추고 제대로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다. 다행스럽게도 투자유치를 해서 밖에 일을 안 해도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남 팀장은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상장사 근무 경험도 있다. 양쪽의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남연우 팀장 : 스타트업은 속도감이 있다. 큰 회사는 로드맵 안에서 기획문서 만들고, 컨펌 받고, 다시 리뷰하고, 개발자 회의하는 등 복잡한 과정이 있는데, 스타트업은 빠른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일을 진행한다. 반면에 대기업은 시스템이 있는 반면, 스타트업쪽은 그런 부분에 대한 개념이 조금 희박하다.

이 이사는 대기업 근무 전 첫 직장이 스타트업이었다. 십수년 전 당시와 환경적으로 뭐가 달라졌다고 보나.

이병민 서큘러스 CTO ⓒ플래텀

이병민 이사 : 인프라와 일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보다 좋은 환경이기에 성장 속도도 다르다. 5년, 10년 전에는 안 될 것 같은게 지금은 순식간에 된다. 서큘러스의 경우 하드웨어를 직접 설계하고 조립도 하면서 그 안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도 클라우드와 연계해서 개발까지 한다. 이 인원으로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내부에서 지켜보니 충분히 가능해 보이더라. 대표를 비롯해 모든 팀원이 각자 고유의 영역이 있지만 그게 결합되어 잘 맞물려서 돌아간다.

보통 스타트업은 초기 대표의 개인기에 좌지우지 되다가 회사가 커지면서 차차 체계적인 팀워크로 변모한다. 문 대표는 회사 조직 관리를 어떻게 했나. 

문관균 대표 : 20명 규모였을 때 스타트업의 불확실성을 간과한 상황에서 소통을 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그게 불만이되고 갈등의 소지가 되더라. 지금은 매사 100% 명확하게 말하려고 하는 편이다. 현재 4명이서 일하는데 예전보다 세 배는 빠르다. 당연히 매출도 세 배 높게 나온다. 인원이 많고 적음이 중요한게 아니라 마인드셋을 맞추는게 현실적이라 본다. 나도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예전엔 내가 직원 월급을 준다고 착각했는데, 고객이 준다는걸 나중에 깨달았다.

서큘러스와 피트는 어떤가.

이병민 이사 : 팀 구성이 좋다. 팀원 모두 궁금한 걸 못참는다. 그때그때 묻고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한다. 그래서 답도 빨리 찾고 있다.

남연우 팀장 : 회사에 술먹는 회식 문화가 없다. 대표와 부대표도 다음날 업무에 지장이 가기에 스스로 자제하는 편이다. 회식도 업무시간에 발생한 불편함을 이야기 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그리고 출근시간 9시는 그 시간까지 오는게 아니라 그 시간에 일이 시작되게 셋팅하라고 강조한다.

스타트업은 사람 하나 잘 못 들여 휘청거리기도 한다. 리쿠르팅이 중요한 이유일거다. 인재 채용을 할 때 있어 중요하게 보는 점은. 어떤 인재가 본인들 회사에 적합하다고 보나.

문관균 대표 : 초기 실수를 많이 했다. 화려한 경력만 보고 뽑았다. 그게 나중에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더라. 물론 스타트업은 회사에 맞는 인재를 찾아야 하지만, 안 맞는 사람을 안 뽑는게 더 중요하다는 걸 어려움을 겪으며 배웠다. 그리고 아무리 인재가 들어와도 대표가 못 하면 제대로 활용이 안 된다. 능력치가 100인 사람이 들어와도 회사 목표지점과, 시스템, 환경을 창업자가 못 만들면 10도 못 발휘한다. 대기업은 목표지수가 명확하지만, 스타트업은 그걸 맞춰가며 하기 힘들다. 처음에는 120%로 달리다가도 분위기가 살짝 흐트러지면 확 떨어진다. 우수한 인재도 중요하지만, 회사 방향성을 먼저 올바르게 갖춰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인재가 들어와도 회사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포텐셜이 100인 사람을 뽑아서 20을 발휘하게 하는 것보다 20인 사람이 행복하게 20만큼 일하게 하는게 더 낫다. 그걸 인지하면 화려함에 덜 속게 된다. 지금은 서로에게 실망 안 하면서 성장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남연우 팀장 : 스타트업에서 제일 중요한건 사람이다. 대표가 고생해가며 팀빌딩을 해서인지 지금은 정말 인성이 좋은 사람만 있다고 자부한다. 우리 대표가 중요하게 보는 건 인성,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사람이다. 대표가 자주 하는 말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라’는 거다. 급하지 않은건 내려놓거나 버리라고 한다. 그리고 해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 말아야할 것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회사와 대표에게 여러 제안이 들어오는데, 우리 상황에 맞는 것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에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회사에 입사하고 한 달 일한 뒤 느낌이 1년 일한것 같았다.

이병민 이사 : 향후 개발쪽 인력이 충원될거다. 서큘러스에서 제일 중요하게 보는 인재상은 원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본인의 역할을 소화하는 사람이다. 사실 그건 면접만으론 판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어느정도 함께 일하면서 맞춰가는 과정을 본 뒤 최종 확정한다. 우린 신입이든 경력이든 간에 3개월간의 인턴십 과정이 있다. 스타트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같이 지내보고 확인하는 과정이 합리적이다.

세 팀 다 C랩 아웃사이드에 선정된 기업이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삼성전자와의 협업 기회 제공, 1억 원 지원 등 조건이 좋더라. 그것 외 회사에 도움이 된 부분이 있다면.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 ⓒ플래텀

문관균 대표 : 처음에 너무 쉽게 투자를 받아서 일종의 창업자 놀이에 빠졌었다. 여기 오기 전 회사 비용 구조가 엉망이었다. 매출에 맞춰 연봉 책정을 해야했는데 대기업보다 많이 줬다. 인건비 뿐만 아니라 업무 공간도 매달 700만 원이 나가는 코워킹스페이스에 있었고, 우리 입장에서 하면 안 되는 과한 복지도 시행했었다. 처음부터 그런 구조로 가니 나중에 돌리는게 힘들더라. 그러던 중에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이곳으로 옮겼다. 조건없는 1억 지원에 업무공간이 제공된 것도 도움이 되었지만, 회사 역량을 키우는 기간이었다는게 훨씬 더 의미있다. 8개월 간 아예 밑바닥부터 다시 가설을 세우고 기초 정립을 해서 구조를 바꿨다. 지금은 인원이 한참 많을 때 매출 수준까지 갔다.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안정된 것도 있다. 이전에는 누우면 월급 걱정만 했는데, 이젠 고객과 성장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요가를 배운 것도 좋았다. 몸과 마음의 체질이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아직 작은 스타트업이고, 투자자들의 기대에도 부응 못 했다. 하지만 갭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이병민 이사 : 내년 CES에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나가는게 회사에 큰 도움이 될거다. 8명 규모의 조직으로 파이보를 만들고 있는데,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기에 증원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더 바빠질거고 여러 가지 어려운 일도 생기겠지만, 거기에 잘 대응한다면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거다.

남연우 팀장 : 프로그램에 성정되어 스타트업이 하기 힘든 복지적 환경을 직원들에게 제공하는게 좋았다. 무엇보다 공간이 쾌적하고 세 끼 식사가 해결되잖나. 아울러 장비업체, 헬스케어 기업과 비즈니스 협의를 할 때도 삼성 프로그램에 있어 원활하게 풀린 것 있다.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에 선정되고 나서 좋은 일도 많았다. 가능성을 인정받아 기관 투자도 받았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해 팁스 프로그램에도 선정되었다. 그리고 우리도 서큘러스와 함께 내년에 CES에 서비스를 선보이게 되었다. 지원이 결정되기 전부터 우리 대표의 목표는 무조건 삼성과 CES에 간다는 거였다. 다행스럽게도 성과를 내서 최종 결정되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1년만 있다 졸업하는건 좀 아쉽다. 성과가 크게 나서 ‘삼성 덕분에 컸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은데, 조금 이른 시점에서 졸업한다.

세 회사 다 투자유치 경험이 있고, 추가 투자 유치 계획도 있을거라 본다. 

문관균 대표 : 작년에 회사가 힘들 때 기존 투자자 등으로부터 브릿지 투자를 몇 번 받았다. 투자 유치 계획은 있다. 다만 고정비용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마케팅 등 변동비용을 위한 투자를 받으려 한다. 투자 유치에 앞서 50억을 받아 그걸 투입했을 때 연매출 200억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게 선결되어야 한다.

이병민 이사 : 투자 안 받았으면 지금까지 오기 힘들었을거다. 앞으로도 더 필요한 상황인건 맞다. 최근에는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자금확보를 했다. 향후 구체적인 유치 계획은 내가 말하긴 어렵다.

남연우 팀장 : 2018년에 신용보증기금 퍼스트펭귄 기업에 선정되어 10억 받았고, 올해 5월에 인라이트 벤처스로부터 3억 원, 6월에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10억 원을 확보했다. 현재 단계에서 사업이 진행되는데는 문제는 없다. 추가 투자유치도 검토하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매출을 만드는게 우선이다. 매출이 많이 나서 투자없이 가는게 최선일거고, 동력이 필요하다면 추가투자유치도 하게 될거라 본다.

투자자들에게 어필을 해보자. 우리 회사에 반드시 투자해야할 이유를 이야기해 준다면. 

문관균 대표 : 에그번은 리스크가 많이 없을거다. 큰 금액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당한 금액이라면 다음 성장세를 기대해도 좋다. 그건 KPI로 보여줄 수 있기에 대부분 납득할거다. 교육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환영이다.

남연우 팀장 : 근래 투자를 유치한 헬스케어 회사들 대부분이 사람을 모으는 것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우린 가치 창출을 고민하는 기업이다. 피트니스 트레이너가 고객에게 운동을 처방할 때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하게 돕는 플랫폼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 음식문화처럼 운동문화를 만들어가는거다. 대중이 운동이 중요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지만 그걸 제대로, 효율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한 상황이다. 그 부분에 대한 선구자 역할을 지향한다. 이런 측면에 공감하는 투자자와 함께하면 좋겠다.

이병민 이사 : 서큘러스는 단순히 로봇만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가치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넓혀가는 것을 비전으로 하고있다. 로봇 플랫폼에서 서브스크립션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그걸 아는 투자자와 만난다면 시너지가 있을거라 본다.

투자자의 선택을 받을 수도 있지만, 투자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투자사였으면 좋겠나.

문관균 대표 : 유명한 투자사라고 해도 창업자 혹은 회사의 방향성, 성향이 안 맞을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투자자, 우리에게 맞는 펀드에게 제안을 하려고 한다. 동반자로서의 투자자를 생각한다. 재무적 부분 뿐만 아니라 내가 경험하지 못 했던 것을 헤쳐나온 투자자들이 운영하는 펀드라면 사업에도 도움이 될거다.

10억 원 규모 엔젤투자를 받았을 때 라운드를 주도한 마틴 란델은 1조 밸류에이션이 넘는 가치로 엑싯을 두 번 한 창업자이자 투자자다. 10년 동안 1조 회사를 키운 사람으로 내가 가장 존경하는 투자자다. 그에게 삶의 태도나 회사 운영 방식을 배웠다. 그 사람은 본인만의 원칙이 있다. 우선 자기가 쓴 돈은 무조건 모두에게 공유한다. 소소한 걸로 신뢰가 깨지면 권위가 없어지고 느려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리텐션에 미친듯이 집착한다. 일어나서 잘 때까지 그것만 고민하더라. 그게 에그번의 바탕이 되었다. 다음 투자자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창업자로 기업을 설립했을 때 생각해둔 목표가 있을거다. 현재 어느 지점까지 와 있다고 보나.

문관균 대표 : 10%정도다. 매출 마일스톤은 지켜나가고 있지만, 고객 문제를 해결한다는 비전은 갈 길이 아직 멀다.

둥지가 제공된 환경에 있다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소감이나 계획이 있다면. 

이병민 이사 : C랩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여러 기회도 찾게 되었다. 다음에 다른 연결고리로 함께하면 좋겠다. 회사가 존재하는 한 공유할게 있을거라 믿는다.

남연우 팀장 : 삼성전자라는 이름이 주는 레퍼런스는 큰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도 유지 될거다. 앞으론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상부상조할 수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였으면 좋겠다.

문관균 대표 :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회사가 많이 발전했다고 자평한다. 야생으로 나갈 때 미진한 것이 있어 아쉬운게 아니라 체질 개선을 완전히 해서 의미있는 기간이었다. 개인적으로 걱정되는건 나간 다음에 성장세가 꺽이는거다. 다른 공간에 있더라도 지금보다 더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

(왼쪽부터)이병민 서큘러스 CTO, 남연우 피트 전략기획팀장, 문관균 에그번에듀케이션 대표 ⓒ플래텀

교육자로 돌아가는 中 인터넷 비즈니스의 설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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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그룹 창업자로 중국 인터넷 비즈니스의 상징과 같았던 마윈(马云, Jack Ma)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오늘(10일) 경영 일선에서 공식 은퇴했다. 1998년 중국 항저우에서 직원 17명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지 꼭 20년째 되는 날이다. 마윈의 은퇴는 1년 전 예고됐었다.

마윈 회장은 원활한 경영승계를 위해 12개월 동안 회장직을 유지했으며, 2020년 알리바바 주주총회까지 알리바바 그룹의 이사회 이사로 활동 후 알리바바그룹에서의 공식 임기를 마친다. 알리바바그룹은 장융(张勇) 최고경영자(CEO)가 뒤를 이어 알리바바 그룹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장융은 지난 10여년 간 그룹 임원으로 알리바바그룹 성장에 기여한 인물이다.

10일은 마윈의 55번째 생일이자 중국 스승의 날(教师节)로, 향후 마윈의 행보와 연관이 있다. 마윈은 향후 교육 재단 설립 등 공익활동을 할 계획이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플래텀

“창업주가 회사를 떠나지 못하면 그 회사는 건강할 수 없다. 创始人如果离不开公司,公司就不可能健康发展”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알리바바그룹은 지난 1999년 설립된 인터넷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어디에서든 비즈니스를 하기 쉽게 만든다”는 기업 비전 아래 파격적인 유통구조 개선 등으로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중국을 ‘소비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로 견인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알리바바의 현 시가총액은 4천600억 달러, 한화로 약 549조원에 달한다. 이 알리바바그룹을 지금까지 이끈이가 바로 마윈 회장이다.

마윈은 중국 벤처기업인 중 순수 국내파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인물이자 ‘황제’로 불리우는 기업인이다. 사업 초기 좌충우돌의 시기를 거친 마윈은 사업이 무르익기 시작한 뒤 중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주목받는 영향력있는 인물이 된다. 부도 따라왔다. 그는 2018년 중국 400대 부호 중 개인자산 39조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성공에 마윈 자신은 크게 고무되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 심지어 자신의 인생 최고의 실수를 “알리바바를 설립한 것”이라 말한 적도 있다. 2016년 러시아 상트페테르스부르그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마윈은 “알리바바를 시작할 때 이렇게 큰 비즈니스가 될거라 예상하지 못 했다. 매일매일이 바쁘고, 사생활도 없다”고 말하며, “만약에 내게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할 기회가 생긴다면 결코 현재와 같은 일은 하지 않을거다. 두 번째 기회가 생긴다면 스스로의 인생을 즐길 것”이라 말한 바 있다. 마윈은 자신의 두 번째 인생을 교육자로 설정했다.

마윈은 사업 초기 여러 요인이 부족했다. 좋은 환경에서 명문대학을 졸업한 중국 재원들이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서 고연봉을 꿈꿀 때, 대학 문턱을 간신히 넘은 마윈은 외국인 대상 여행 가이드와 평범한 영어 교사를 거쳐 간신히 창업자 대열에 섰다.

창업자로 처음 시작한 것은 기업 웹사이트 개발 서비스(차이나페이지)와 중국 전자상거래센터(EDI) 사업이었다. 하지만 둘 다 실패의 고배를 마신다. 이후 마윈은 향후 중국에서 발전할 인터넷 사업에서 자신의 역할 찾기에 골몰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B2C 거래보다 B2B 거래 규모가 더 클 것이란 점에 주목하고, B2B 거래의 대상은 중국의 중소 제조기업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수많은 중소 제조기업들이 중국 경제의 근간이자 희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율적이고 평등한 환경의 B2B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만든다면 중소 제조기업들이 대기업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시장판로를 개척하며 비즈니스를 발전시킬거라고 확신했다. 결정을 한 뒤 그는 20여 명의 동료를 불러 모아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였고, 1998년 말 동료 17명과 함께 고향 항저우로 돌아와 800 위안(한화 13만원) 밖에 안되는 월급으로 알리바바닷컴 개발에 몰두하였다. 알리바바그룹의 시작이다.

마윈은 1999년 3월 알리바바를 설립하고 같은해 4월 알리바바닷컴 웹사이트를 론칭한다. 이후 2003년 온라인 쇼핑 플랫폼 타오바오, 2004년 제3자 온라인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IPO) 등 방점을 찍으며 성장일로를 걷는다. 알리바바그룹의 올해 1분기(2011년 4월 1일 ~ 6월 30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1149억 위안(167억 달러), 이 기간 순이익은 309억5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핵심사업인 전자상거래 사업에서의 매출은 전년대비 44% 증가한 약 995억 위안을 기록했다. 중국 소매시장에서 연간 활성 소비자도 6억7400만 명에 달한다. 놀라운 건 꾸준히 증가추세라는 것이다.

항저우 아파트에서 회의 중인 마윈과 알리바바그룹 창업팀 ⓒ알리바바

알리바바그룹 초기 시절 ‘인터넷을 통해 중국 물건을 세계에 팔겠다’는, 당시로선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마윈을 두고 사람들은 ‘미쳤다’고 평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광인(狂人)’. 이렇다할 성과를 못 보여준 마윈의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알리바바가 성공한 이유에 대해서 묻는다. 수많은 실패가 없었더라면 우리의 지금은 없었을 것이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 처럼 어려운 일이다. 전쟁에서 살아돌아온 사람은 성공한 것이다. 비지니스 역시 마찬가지다. 사업의 길을 걸을때 95퍼센트의 사람이 실패한다. 성공한다는 5퍼센트 안에 들고 싶다면 나와 타인의 실패 원인을 배워야 한다. 그런 실패를 똑같이 해서는 안되므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이것을 고민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창업가는 타인의 실패를 통해 배운다. “

하지만 세간의 평가와는 별개로 여러 인재가 마윈의 이런 ‘미친’ 비전에 공감해 합류한다. 일례로, 알리바바 성장의 일등공신이라 평가받는 차이충신(蔡崇信) 부회장은 단돈 500위안(한화 약 10만원 수준)의 월급만 받고 합류했다. 차이충신은 엘리트 코스를 걷던 재원이었다. 미국 뉴욕에서 변호사이자 사모펀드 업무를 하던 그의 연봉은 당시 70만 달러(당시 한화 약 10억 원) 수준이었다.

가진 것 없이 사업을 시작한 마윈은 차이충신과 같은 인재를 영입해 자신에게 없는 것 세 가지를 성공요인으로 변화시킨다. 그는 사입초기 사업자금이 부족했고, 첨단기술에 대한 지식이 없었으며, 계획이 없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실패의 배경이었지만 마윈에게는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나는 사업자금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성공은 돈이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다. 돈이 있다고 성공한다면 아무리 멍청한 사람도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첨단기술을 몰랐기에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들과 협력해서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다. 또한 틀에 박힌 비즈니스 플랜에 얽매이기 보다 끊임없이 변화를 도모했다. 그것이 나의 유일한 계획이었다. 

사업 초창기 지금처럼 성공할거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사업초기 내 월급은 불과 90달러정도였고, 15~6년 전에는 직원들 월급만 제때에 줄 수 있기를 바랐다. 성공을 이룬 현재 알리바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알리페이와 같은 서비스가 아니다. 알리바바가 그동안 이룬 그 어떤 성과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알리바바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한 번도 IT, 컴퓨터, 과학에 대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긴 안목을 가지고 우수한 사람들을 찾았다. 기술을 몰랐기에 기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 재무에 밝지 않았기에 재무에 탁월한 사람을 영입했다. 중요한 것은 CEO는 자신의 강점과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인재들과 함께 할 지가 아니라 인재가 어떻게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 할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비전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마윈의 리더십은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법사 리더십에 비유되곤 한다. 능력이 탁월하지만 실수가 잦은 손오공과 게으르고 능력이 부족하지만 대장부의 호탕함과 유머를 지닌 저팔계, 개인주의인데다 포부 없이 주어진 만큼만 성실히 일하는 사오정을 아우르는 것을 말한다. 마윈은 손오공처럼 탁월한 능력은 없지만 각양각색의 구성원에게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고 이들을 온화한 리더십으로 이끌어 최종 목표를 달성해 내는 것에 천부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다. 그는 비록 기술 지식이 어둡지만 최고의 인재를 발굴하고 설득하여 자신이 방향키를 잡은 배에 태우는 능력이 있다.

그는 삼장법사 리더십을 사업 다각화 전략에서도 발휘한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과 모바일 서비스, 물류 시스템 등 알리바바그룹의 부족한 역량을 채우기 위해 분야의 전문 기업을 발굴하여 M&A와 지분 인수를 결정한다. 그가 내린 그룹 다각화 전략은 빠르게 변화하는 IT 시장 흐름에 적중하여 알리바바그룹은 거대한 인터넷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플래텀

마윈은 단지 돈을 버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반복해 이야기 해왔다. 아울러 기회를 대중이 불평하는 것에서 찾았다.

부유한 사람들에게 돈을 버는 것은 쉽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서는 어떻게 돈을 벌수 있을까?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돈을 벌려면, 먼저 그들을 부유하게 만든 후, 그 다음에 돈을 벌면 된다. 가난한 사람들도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준다면, 기업에게 엄청난 가능성이 생긴다. 좋은 사업가는 5달러 가진 사람에게 50달러를 갖게 만든 뒤 그에게서 2달러를 버는 사람이다. 

‘혁신’이란 기존의 현상을 변화시키는 파괴력을 가진 ‘무엇’이다. 단, 단발성 문제 해결이나 일시적 현상, 잠깐 뜨고 지는 것을 혁신이라 일컬을 수 없다. 중장기적으로 하나의 현상 변화를 시작으로 연쇄반응처럼 산업 전체로 확산되는 확장성과 파괴력을 지닌 것이어야 한다. 마윈은 구조적 난제들이 산재한 중국 유통시장을 알리바바닷컴이라는 B2B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혁신’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알리바바 기업의 사명을 ‘중국의 희망인 중소 기업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판로를 알리바바로 열어주고 그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선순환 생태계 구축’으로 삼았다.

마윈은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창업가답게 기업가의 역할을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경제적 난제와 정치적 갈등, 부의 문제 등 여러 사회적 갈등이 존재한다. 경제적 발전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갈등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기업가는 그 갈등 가운데서 기회를 발견하는 사람이다.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다. 기업은 타인을 위해 그리고 사회를 위해 변화를 갈구해야 한다. 기업은 사회에 대한 고민과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준비가 되어 있다면 기업가는 필요치 않다. 기업가는 어떻게 해나갈지 판단하는 사람이다. 오늘을 노력하면서 10년의 시간을 써보라. 지금 준비가 안돼 있는 상황이 우리에게 노력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향후 세계 시장은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변화를 이끌것이다. 결제든, 물류든, 국가의 정책이든 간에 누군가는 추진하고 진보해야 하며 지불해야 한다. 알리바바는 이런 노력과 염원으로 변화해 왔다. 알리바바는 기업이 아니라 하나의 경제체제에 가깝다. 마치 캘리포니아가 하나의 경제 체제이고, 주장삼각주(珠三角)와 창장삼각주(长三角)가 경제 체제인 것과 같다. 알리바바 체제는 공중에 있고 창조에 있으며 이전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 체제는 세계를 넘고, 시공간을 넘는 것이 될 것이다.

또 그는 ‘스타트업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가장 좋아하는 일’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에게 있어 수익모델도 중요하고 사업 아이디어도 중요하겠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못견디게 즐겁고 좋아하는 일을 하게된다면 거기에서 ‘혁신’이 탄생한다. 처음부터 그림을 크게 그릴 필요가 없다. 작게 시작해서 가장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이는 연애와 같다. 그 무엇보다 하는 일이 사랑하는 존재여야 한다

마윈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이 알리바바그룹의 102년 장수다. 중국에서 한 세기(100년)는 ‘평생’을 의미한다. 마윈은 98년 알리바바를 설립하면서 한 세기(100년) 동안 살아남는 장수 기업을 세우고자 한다고 공공연히 강조했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은 이제 갖 약관에 접어든 젊은 기업이다. 알리바바그룹은 마윈 부재와 함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자타공인 리더십 귀재가 이탈한 뒤 남은 82년을 채우려면 현상유지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융 차기 회장이 ‘영호충’이 될지 ‘악불군’이 될지는 두고봐야 알 일이다. 마윈이 없는 알리바바그룹과 교육자로 돌아올 ‘풍청양 사부’ 마윈의 행보를 주목해 보자.

[전문] 장병규, 김봉진이 바라보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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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제와 혹은 집단 소송제도를 국내에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미국은 집단 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매우 강하다. 민간기업이 잘못하면 한 번에 날아간다. 한국은 기업이 잘못했을 때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너무 약하다. 모든 기업에 적용한다고 하면 반대가 클거다. 발상전환으로 스타트업에만 적용되게 도입하면 어떨까. 대신에 규제로 막지 말자는 식으로 합의를 보는거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지금은 2000년대 초반 벤처 버블과는 다르다. 다만 오버 밸류에이션이 있기에 한 번의 조정기는 올거라 예상하고 있다. 어느정도 밸류에이션이 된 스타트업은 30% 정도 깎고 생각하는 게 적정한 가치라고 보고, 상장기업은 스타트업 대비 20~30% 높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상징적 인물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섰다.

15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개최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3주년 기념 대담에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그래프톤 이사회 의장)과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우아한형제들 대표)가 패널로 나섰다.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파이어사이드챗에서 두 사람은 국내 스타트업 현황과 전망, 그리고 규제와 스타트업 거품 등 우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하 대담 전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3주년 기념 대담 현장 (왼쪽부터)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모더레이터) ⓒ플래텀

우선 두 사람에게 궁금한게 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일을 왜 하는건가. 사업에 도움되는 일도 아니다. 가끔은 싫어하는 양복도 입어야 한다. 반면에 비난은 많이 받는다. 

김봉진 : 내가 창업을 시작할 때 가장 많은 도움을 많이 사람이 장병규 위원장이다. 먼저 창업을 한 선배로 조언도 많이 해줬고 첫 투자자였다. 이렇게 선배들이 어렵게 일궈온 한국 창업 생태계를 어떻게든 잘 다음어서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 우리같은 중간 창업자들이 나타나서 쏙 빼먹고 싹 없어졌다는 이런 얘기는 듣고싶지 않다. 회사 경영 외 역할을 맡으면 사업적으로 좋을게 없다. 바톤을 빨리 다음 사람에게 넘기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중간 전달자로서 책임감이 있다.

장병규 : 본질적으로는 내 정체성에서 기인한다.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배움’과 ‘성취감’이란 키워드로 설명이 된다. 뭔가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이 주는 만족감, 행복한 감정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4차위 위원장이든 사업이든 새로운 걸 하는건 뭔가를 배우는 과정이다. 4차위에서 2년간 많은 걸 배웠다. 물론 보편화할 수는 없을거다. 정체성은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다름을 인정해주는 사회이면 좋겠다. 예를들어, 주 52시간 제도는 노동자의 건강과 같은 기본권을 보장하는 분명한 목적의식과 사회적 가치가 있다. 하지만 내가 나를 위해서 더 많이 일을 하고 싶을 때 일할 권리를 막는 제도가 되기도 한다. 그런 기본적 가치가 충돌하고 부작용이 발생하면 지혜롭게 대화로 풀어야 되는데, 자기주장만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사회가 더 발전하려면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면 좋은 지표도 있지만, 걱정되는 지표도 있다. 그래서 어느 면을 보느냐에 따라서 시각이 엇갈린다. 정부쪽 입장도 있겠지만, 스타트업이 바라보기에 사회나 정책 속도가 더디다는 답답함이 있다. 일례로, 2016년부터 모빌리티 규제 이야기를 계속 해왔는데, 아직도 큰 진전이 없다. 최근에는 주류 판매 관련 규제가 화두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해결책을 고민했을텐데, 어떻게 해야할까.

김봉진 :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출범하게 된 계기도 규제 이슈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몸이 아프면 왜 아픈지를 살펴야 하듯이 규제 문제가 왜 생기는지를 알아야 한다. 규제라는 건 드러나지 않을 때는 이슈가 아니다. 문제인지 아닌지를 모르는 거다. 한국에 새로운 창업자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규제도 드러나고 커지는 거라고 본다. 이건 건강한 현상이다. 창업자가 많지 않은 나라는 규제에 대한 얘기 자체가 없다. 한국이 그만큼 역동적이고 계속 뭔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다만 양쪽 입장이 극단으로 가는 건 좋지 않은 현상이다. 서로 대화를 통해 룰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4차위의 해커톤이나 규제 샌드박스같은 형태다. 내년이나 내후년에 바로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계속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창업을 통한 혁신은 전체 사회에 더 좋은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함이 아닌가. 서로 얘기를 하고, 합의를 하고, 그 합의의 과정을 통해 개선된 방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장병규 : 도발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혹은 집단 소송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규제가 왜 존재하는지 본질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미국은 집단 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매우 강하다. 민간기업이 잘못하면 한 번에 날아간다. 때문에 기업이 자율 규제를 안 할 수 없다. 이는 시장 경제와 함께 발전된 형태다. 한국은 기업이 잘못했을 때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너무 약하다. 그래서 정부는 자꾸 막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별 수 없이 규제를 할 수 밖에 없는 나라가 되어 있는 거다. 물론 미국과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 소송을 도입해 모든 기업에 적용한다고 하면 대기업이 무조건 반대할 꺼다. 발상전환으로 스타트업에만 적용되게 도입하는거다. 대신에 스타트업은 규제로 건들이지 말자는 식으로 합의를 보는거다. 그렇게 된다면 시장에서 자율 규제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사전에 논의는 많이 되어야 할거다.

김봉진 :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말하자면, 사실 기업 서비스를 써주는 소비자의 다른 이름은 국민이다. 환경이 좋아지고 기업이 더 커지려면 소비자, 즉 국민이 허락해줘야만 가능하다. 규제 등 문제로 답답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그림에서 조금씩이라도 좋아지고 있다고 본다.

장병규 : 규제해소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내가 4차위에서 2년간 있으면서 느낀 점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정답인 것이 국민 전체에게는 정답이 아닌 경우가 있다는 거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자주 국회도 찾아가고 정부관계자도 만나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런 노력들이 축적 되어야 국민들이 스타트업의 필요성을 인지한다. 인식이 개선되면 자식이 대기업이 아니라 스타트업에 가도 좋다고 생각해 준다. 그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야 법제도도 스타트업 생태계가 원하는대로 바뀔거다.

근래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에게 성장이 아닌 이익과 성과가 강조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수익모델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은 2000년 초반 벤처 버블 트라우마가 있다. 몇 달 사이에 세상이 바뀌지 않았나.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는 않을까. 미연에 방지하려면 스타트업이 어떻게 해야할까. 

장병규 : 2000년을 경험한 사람으로써 지금은 버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어느정도 조정기에 들어갈 시기라고는 본다. 오버 밸류에이션은 있다. 아주 본질적인 것은 창업자의 확증적 편향이다. 스타트업 대표는 회사와 본인을 동일시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창업을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많은 창업가들이 회사와 본인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회사가 내꺼라고 생각하면 확증적 편향에 갖힐 확률이 상당히 높다. 스타트업을 망할거 생각하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을거다. 모두 성공할거라 희망을 안고 한다. 거품도 거품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한 밸류의 가치가 맞다고 굳게 믿는다. 이러면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주식회사는 본질적으로 대표의 것이 아니다. 이상한 상태까지 안 가려면 염두에 둘 부분이라고 본다.

김봉진 : 회사가 내 소유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사내외에서 가끔 나를 ‘오너’라 지칭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정정시킨다. 나는 오너가 아니라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나도 지금이 버블이라 보지는 않는다. 다만 어느정도 오버 밸류는 있다고 본다. 10년 가까이 벤처투자 붐이었기에 한 번의 조정기는 올거라 예상하고 있다. 어느정도 밸류에이션이 된 스타트업은 30% 정도 깎고 생각하는 게 적정한 가치라고 보고, 상장기업은 스타트업 대비 20~30% 높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상장기업은 증여나 상속 이슈가 있기에 벨루에이션을 스타트업처럼 올리기보다는 적정수준으로 낮추는 작업을 한다. 스타트업과 상장기업을 1:1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 정도 선에서 조정기가 있을거라 예상하고, 그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룰을 잘 만드는 게 필요하다.

장병규 : 참고로 동일한 의견이 있을 때 배팅해야 돈을 번다. 스타트업 투자는 남들이 다 비슷한 얘기를 할 때 투자해야 한다. 단, 여기서 함정은 망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는 거다. 남들과 비슷하게 가면 평균 수익률은 가지만, 남들과 다르게 살면 잘 되거나 안 되거나 둘 중에 하나다.

두 사람은 4차위 위원장과 코스포 의장 자리를 맡고 있다. 후임은 어떤 요건을 갖춘 사람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나. 어떤 사람을 추천하고 싶나.

장병규 : 후임은 청와대에서 정하는 거라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 다만 나는 기업인으로써의 전문성은 있지만, 다른건 잘 모르고 이 일을 했다. 당정청이 어떻게 움직이고, 누구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무지한 상태에서 시작한거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합의와 다수결이기에 옳은 방향이라도 해도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점이 힘들었기 때문에 후임자는 당정청 관계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경험이 있는 사람이 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이 일을 하려면 시간과 에너지도 필요하다.

김봉진 :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안에 수많은 훌륭한 후보군이 있다. 그들 중에 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아우르는 역할이기에 후임을 어떻게 선정할지에 대한 커밋을 먼저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대표하시는 인사들을 초빙해 함께 논의해 보려고 한다.

장병규 위원장의 어려움 토로에 공감한다. 스타트업 씬에서 입법이나 정부 정책이 어떻게 관철되는지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 한 경우가 많다. 당위만으로는 설득이 어렵다. 더 정교해지고 정밀해질 필요가 있다. 관계 관리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음 질문이다. 벤처기업협회와 코리아스트업포럼의 차이는 뭔가. 

장병규 : 차이가 있든 없든 공존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비슷하면 통합하려고 하는데, 그보다는 공존하고 경쟁하는게 좋을 때가 많다. 일례로, 코스닥과 코스피가 합쳐졌는데, 지혜롭지 못한 결정이라고 본다. 코스닥의 위험 회피 성향이 더 강해졌다. 어떤 마켓은 위험회피 성향이 필요하지만 어떤 마켓은 과감할 필요가 있는데, 기관이 합쳐지면서 성격이 비슷해 졌다. 같은 맥락에서 벤처기업협회나 코리아스타트업 포럼 둘다 존재해서 양쪽이 전부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더 풍성하게 만들거라 본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크래프톤 의장) ⓒ플래텀

기업가 자질이 없다고 자책하는 창업자들도 있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장병규 : 기업가 자질이 부족한 건 팀으로 보완할 수 있고 하다보면 익숙해 진다. 문제는 기업가 정신이 부족한거다. 태도나 정신은 다른 걸로 보완이 안 된다. 창업이라는 것은 행복한 순간이 1이라면 괴로운 순간이 9가 넘는 과정이다. 본인이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떠 밀리듯이 할 필요가 없다. 대학교 가서 강연을 할 때 학생들한테 창업하지 말라고 말한다. 대신에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을 권한다. 모든 사람이 창업을 할 필요는 없다. 하고 싶어하는 잘 하는 사람을 돕는 것도 좋은 역할이다.

근래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다양한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긍정적으로 본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장병규 : 최근 현대자동차가 잘 하고 있다고 본다. 협업도 하고 투자도 많이 한다. 그리고 얼마전 마무리된 테라펀딩 시리즈B 투자에 건설사(우미건설)가 참여했다. 건설사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시선이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카카오에 인수된 카닥과 GS가 심도있는 협력을 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기존 한국 경제 산업 질서에서 스타트업식 혁신은 필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4차산업혁명 일어나면서 대기업이 글로벌과 경쟁하려면 혁신 메커니즘을 찾아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대기업이 직간접 투자와 협력으로 스타트업 혁신을 배워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지금 걸림돌은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를 색안경 끼고 보는 시선이다.

김봉진 : 회사입장보다는 보다는 내가 10년 가까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으면서 느낀점을 말하고 싶다. 대기업이나 정부기관 관계자를 만날 때 자주 듣는 말이 “뭐 도와드릴 것 없을까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이다. 선한 의도가 배경에 있다는 것은 잘 안다. 다만 나는 스타트업은 도움을 받아야 될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사람과 사람이 제대로 이야길 하려면 서로 인격으로 존중을 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움을 주고 받는 갑을 관계로 먼저 규정을 하면 그 관계가 정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정말로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도와줄 생각을 하지말고 제값에 인수하면 된다. 도움의 대상이 아닌 조금 다른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스타트업이 대기업이나 정부기관에 의지하면 야생성을 잃는다. 큰 회사니까 당연히 도움을 받아야되고 돈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보다는 회사의 경쟁력을 키워서 넘어서겠다는 마인드가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본다.

한국 경제가 점점 더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특히 학자들은 거시경제 측면에서 걱정을 많이한다. 기업가 입장에서 어떻게 보나. 

김봉진 : 세 가지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경제가 나빠지거나, 그대로이거나, 좋아지는 거다. 회사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게 이익이 될지를 고민하고 대응하면 된다. 가장 회사에 이익이 되는 대응은 내년에 경제 성장이 어려울것이라고 예측하고 준비를 하는거다. 그렇게 사업계획을 잡고 경제가 나빠지면 기본적인 대응이 되는거고, 경제가 좋아진다고 해서 손해가 나는 결정도 아니다. 경제 전망을 맞추는게 중요한게 아니잖나. 그걸 맞춘다고 누가 나한테 돈을 주는것도 아니고. 기업은 가장 심플하게 생각하면 된다.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우리 회사에 가장 이익이 되느냐다.

장병규 : 지금은 변화가 빠른 불확실성의 시대다. 학자들은 거시경제적 관점에선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지난해와 올해 전반적으로 변동폭이 커졌다. 하지만 변동폭이 크다는 건 사업 기회가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위축되기 보다는 또 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김봉진 : 가장 바보같은 대응은 경기가 안 좋아질거라 예상하면서 아무준비를 안 하는 거다. 예측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대비를 하느냐에 방점이 있어야 한다. 현금 자산이 많은 회사한테는 훨씬 많은 기회의 시기가 될 수도 있다. 예를들어, 적자폭이 크지만 괜찮은 회사를 M&A 할 수도 있을거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계보 중 가장 뿌리가 두꺼운 회사가 네오위즈다. 소위 네오위즈 마피아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성과를 많이 냈다. 최근에는 배민마피아라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우아한형제들 출신들의 창업도 활기차다. 

장병규 : 함께 일을 하고, 헤어지고, 또 다른형태로 만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네오위즈와 우아한형제들에 기업가 정신을 갖춘 훌룡한 사람들이 많았을 뿐이다.

김봉진 : 회사에 들어온 인재가 나간다고 하면 처음에는 무조건 잡는다. 두 번째 부터는 나가서 잘 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는다. 그게 우리 회사의 원칙이다. 사실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하는 사람들이 평생 회사의 성장을 돕기위한 목적으로 오지는 않을거다. 자기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창업자도 많은듯 싶다. 면접볼 때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셨어요”라고 물어보면 “제가 하고 싶은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어요”라고 답하는 지원자들도 있다.

개인적인 질문도 해보자. 두 사람은 밤에 뭘하며 보내나. 공유하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김봉진 : 심신이 힘들다는 것을 인지한 뒤에 명상과 운동을 시작했다. 그래야 조금 더 오래 살것 같다. 명상을 한지 두 달 정도 됐는데, 도움이 된다.

장병규 : 30대는 운동을 하지 않아도 유지가 되는 나이지만 40대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유지가 불가능한 나이다. 지금 주 1회 개인 퍼스널 트레이닝(PT)를 하고 있다. 2회를 하면 더 몸이 좋아지겠지만 힘들어서 1회만 한다. 위원장이 되고 나서 스트레스성 폭식 때문에 3, 4kg 정도 몸무게가 늘었다.

기업은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본인 책임이기에 자책만 하면 되지만, 4차위 위원장 자리는 다르잖나. 내 의지대로 안 되는 것들이 많은데, 그걸 겪어보니 내가 그런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이더라. 위원장을 그만두면 제일 좋은 건 스트레스성 폭식이 줄겠다는 거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많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 지난해 책을 집필하게 된 것도 가족이 꼭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평소에 내가 하는일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3주년을 맞이했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장병규 : ‘끊임없는 변화’를 강조하고 싶다. 어떤 조직이든 속한 사회와 함께 변화해 나가야 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그래줬으면 좋겠다.

김봉진 : 옛말에 ‘한 마을의 미래는 그 마을에서 울리는 아이들을 울음소리가 얼마나 많은지’라고 했다. 국가의 산업과 경제도 마찬가지라 본다. 새로운 기업들이 계속 태어나고 그 기업들이 계속 울어줘야 한다. 새로운 기업이 계속 나와야 국가 경제가 순환되고 꾸준히 발전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그런 신생기업들이 계속 태어나게 돕고, 그들의 울음소리를 정부와 시장, 업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다.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우아한형제들 대표) ⓒ플래텀

[Startup’s Story #453] 롯데쇼핑, 삼성전자, 평창올림픽 AI 챗봇을 설계한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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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롯데쇼핑이 출시한 AI 스피커 ‘샬롯홈’은 일반 AI 스피커와는 다르게 디스플레이가 접목되어 쇼핑을 하거나 레시피를 보면서 식재료를 바로 구입할 수 있는 등 멀티태스크 기능을 갖췄다. 특히 사용자가 사고 싶은 상품을 말하면 알아서 주문·결제해주는 보이스 커머스에 방점이 있다. 롯데백화점·슈퍼·홈쇼핑, 롯데리아가 판매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 모두 주문·이용이 가능하며 올해 내 롯데시네마 예매 기능도 추가된다.

샬롯홈은 롯데쇼핑과 여러 스타트업이 협력해 완성한 디바이스이다. 특히 AI 서비스 기획 전문 회사인 젠틀파이는 서비스 기획 초기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해 샬롯홈의 전체 화면 기획과 자연어 처리 엔진의 구조 및 대화설계 등 VUX(Voice UX) 전반을 담당했다.

2016년 설립된 젠틀파이는 챗봇 등의 AI 서비스 UX와 대화설계 기획을 주요 사업 모델로 하며, 구축 후 운영까지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다. AI 서비스 기획의 핵심인 대화형 UX 설계, AI 엔진 자연어처리, 콘텐츠 제작에 강점이 있어 창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대기업과 여러 기관의 러브콜을 받았다. 롯데쇼핑을 비롯해 삼성전자, 삼성물산,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폭스바겐, 아디다스, 교보문고 등 국내외 유명 기업 및 기관의 AI 서비스 관련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젠틀파이 본사에서 박정남 공동대표를 만나 창업을 한 배경, AI 챗봇 기술 동향, 그리고 대기업과의 협업 과정을 들어봤다.

박정남 젠틀파이 공동대표 ⓒ플래텀

“알파고 이전에는 AI에 대해 기업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알파고가 대중의 인식을 바꾼 이후 적극적인 자세가 되었다. 2017년부터 기업들이 챗봇을 시작으로 AI에 큰 투자를 하며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졌다. 향후 5년 정도면 만족도를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서비스가 나올 거고, 대중이 느끼기에 꽤 괜찮은 결과물은 10년 내 등장할 거다.”

2016년 창업했다. 식상한 질문인데, 창업을 결심한 배경은 뭔가. 그리고 왜 AI 챗봇이란 아이템을 선택했나. 

창업 전 제일기획에서 디지털 전략을 담당했다. 새로운 기술을 찾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고민하는 일이었다. AI 챗봇도 업무의 일환으로 서치 과정에서 접했는데, 당시 잘 하는 플레이어가 없었다. 당시만 해도 블루오션이라 말하기도 애매한, 아무도 없는 오션이었다.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필요한 비즈니스라 생각했고, 내가 할 수 있겠다 싶어 사표를 내고 시작했다. 고통이 동반되는 과정이라 예상하고 뛰어들었다. 돌이켜보면 잘 한 선택이다.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도 시기와 안 맞으면 어려울 수 있다.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에 뛰어든 건데, AI에 대한 대중적 관심, 흐름이 빨리 올거라 예상했나. 

알파고로 인해 AI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각광받는 시기가 올 거라 전망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흐름이 왔고, 기술도 급격히 발전했다. 대기업 프로젝트로 첫 수익을 낸 것도 운이 좋았다.

첫 수익은 언제쯤 났나. 그리고 수익이 나기 전까지 어떻게 유지했나. 

처음에는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버텼다. 그러다 삼성전자와 접점이 생겼다. 단순히 서비스 체험을 위해 만든 내부 파일럿 프로젝트(날씨 챗봇 ‘날보’)가 매개체가 되었다. 그걸 계기로 삼성전자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갤럭시 기어 챗봇으로 시작해서 삼성닷컴 전체에 들어가는 챗봇을 만들면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회사 설립하고 1년 정도 지난 시점이다. 삼성전자와 3년째 함께하면서 서비스 퀄리티도 좋아졌지만, 동시에 회사 역량도 올라갔다. 우리가 기업 프로젝트를 하면서 구축만 하고 빠지는 경우는 없다. 운영까지 하는데, 거기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젠틀파이는 ‘AI 서비스 UX와 대화 설계 기획’을 주요 사업 모델로 하고 있다. 이 설명이 대중에겐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좀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준다면.

AI 파생 서비스 중에 가장 많은 것이 챗봇이다. 우린 챗봇에 들어가는 대화를 설계하고, 텍스트는 물론 음성과 시각 데이터를 AI 엔진에 넣어서 실제 결과가 나오게 학습시키는 일을 한다. 아울러 사용자가 더 편안하게 쓰게끔 UX를 고려해서 만든다.

4차 산업 혁명’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AI이다. 알파고 이후 대중의 인식이 달라지고, 높아졌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물은 기대에는 못 미치는 듯 싶다. 대중 눈높이에 걸맞은 AI 제품, 시대는 언제쯤 올거라 보나. 

알파고 이전에는 AI에 대해 기업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알파고가 대중의 인식을 바꾼 이후 적극적인 자세가 되었다. 2017년부터 기업들이 챗봇을 시작으로 AI에 큰 투자를 하며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향후 5년 정도면 만족도를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서비스가 나올 거고, 꽤 괜찮은 결과물은 10년 정도면 등장할 거라 예상한다.

그 사이 지금 겪는 AI 서비스의 불편함이 대중에게 어느 정도 학습이 될 거다. 사람의 눈높이에 맞게 서비스도 발전하겠지만, 미성숙한 기계에 사람도 적응하는 거다. 실제 오프라인 매장의 키오스크가 여러 불편함이 있음에도 정착되어 가지 않나. 서로가 익숙해지는 과정이고 시간이 지나 균형점이 생기면 ‘이런 것도 되네’라 평가되는 서비스들이 등장할 거다.

AI가 직업을 재정의하고 있다. 기자 등 없어질 직업도 언급된다. AI에게 소설 쓰기도 가르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밖에 할 수 없는 것은 뭘까.

뭐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사람이 쉽게 하는 것은 기계가 못 하고, 기계가 쉽게 하는 건 사람이 못 할 거라 한다. 모두 대체될 것 같기도 하면서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다만 AI가 글을 더 잘 쓸 수는 있지만, 독자는 기자에 대한 신뢰로 기사를 보기도 한다. 인간의 매력, 인격체가 가진 매력은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울 거다. 사람이 해서 더 좋은 것도 분명히 있다.

AI와 관련된 디바이스 중에서 대중에게 많이 보급된 것이 스피커다. 음성과 관련된 시장이 커진다고 전망되는데, 히어러블 마켓(Hearables Market)은 얼마나 유망할까.

음성으로 명령하는 체계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에어팟과 같은 마이크 내장 무선 이어폰이 히어러블 마켓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 사람들은 이제 시리를 시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고, 모르는 영어 단어 뜻을 알기 위해 AI 스피커를 찾는다. 스피커는 음악 듣는 용도를 넘어 IOT랑 연결되었고 쇼핑도 가능해지고 있다. 관련 디바이스가 앞으로 더 많이 보급되고 확장력도 커질 거다. 휴대폰과 연결되고 스피커와 연결되어 통합적으로 보편화되는 거다. 우리에게는 이 시장이 낯설지 모르지만, 미래 세대에게는 익숙한 구조이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사람들의 니즈가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AI 챗봇 트렌드는 어떤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소리로 대화하는 기기들이 늘어나고 있고 ‘앱’을 ‘봇’이 대체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 고객센터는 챗봇으로 대체되는 과정에 있다. 콜센터도 단순한 업무는 음성봇으로 바뀌는 중이다. 올해는 음성봇이 의미 있게 확장되는 흐름일 거다. 또 챗봇 안에 기존 앱에서 하던 업무가 들어오는 중이다. 지금까지 사용자의 질문에 AI봇이 직접 답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고도화에 진입한 AI 봇들은 모든 것을 봇에서 해결 가능하게 앱의 기능을 포함해가고 있다. 기본적인 조회 기능은 물론, 봇을 통해 오는 요구 사항은 봇안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이는 앱과 봇 등 서로 다른 채널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흐름이다. 단편적이고 깊숙한 구조라 단절된 경험을 부여하는 앱과 달리, 사용자는 AI 대화봇으로 본인이 원하는 정보만을 얻고, 연결된 맥락상에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기존 앱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앱의 기능을 포함해가는 봇이 더욱 많아지면서, 앱과 봇의 중간지점과 같은 하이브리드성 앱도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봇이 앱의 더 많은 기능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챗봇이 현장에서 기업 업무 효율성에 도움이 되고 있나.

성과를 내는 분야는 고객센터이다. 금융권 회사 대부분이 챗봇을 도입했다. 그중 몇몇 기업은 30% 이상의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 사람을 줄인 효과가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서이다. 고객용 챗봇 뿐만 아니라 사내에서 반복된 업무를 해결하는 용도로도 챗봇이 활용되고 있다.

스타트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에서 업무 효율성 향상 차원에서 챗봇을 도입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객 상담이 많고, 적고에서 효용성 차이가 있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문의가 많다면 해봄직하다. 서비스가 복잡하거나 시스템에서 확인하고 답변해야 하는 구조라면 권하지 않는다. 챗봇은 크게 만들려고 하면 돈이 많이 든다. 비용 차이는 AI 기술이 얼마나 서비스에 녹아드느냐 차이다. 챗봇은 AI 기술이 들어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1:1 대응을 하게끔 키워드를 입력해 내부 검색을 통해 답변을 내놓는 코딩형 챗봇 형태도 있다. 챗봇을 만드는 건 비용이기에 빌더 등 간편한 서비스로 테스트를 먼저 해보는 것도 좋겠다.

젠틀파이가 UX, 대화설계 작업을 맡은 롯데쇼핑 AI 스피커 ‘샬롯홈’ ⓒ플래텀

“대기업과의 협업에서 믿을만한 회사인지 아닌지는 초반에 결정된다. 진심으로 일하고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결과를 보여주면 작은회사라도 파트너사로 인정해 준다. 신뢰를 쌓는건 대기업을 떠나 기업 간 관계의 기본이다.”

최근 출시된 롯데쇼핑의 AI 스피커 ‘샬롯홈’의 VUX(Voice UX) 전반을 담당했다. 맨 처음 롯데쇼핑을 만나 어떤 점을 어필했나. 

같이 하고 싶다고 열의를 다해 설명했고, 그걸 믿어줬기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 PoC(Proof of Concept)까지 포함하면 1년 넘게 함께 작업했다. 우리한테 주어진 값진 경험이고, 많이 배웠다. 이런 디바이스를 만든 경험이 다른 회사에서는 많지 않을거다. 힘들었지만 짧은기간 내 잘 만들었다고 자평한다. 우리 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이 이 디바이스 하나를 만들기 위해 협업했다. 기기 하나를 만들기 위해 긴 시간과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도 몸으로 배웠다. 여담이지만, 디바이스를 만드는데 참여해 보니 다른 기기의 경험이 좋지 않더라도 이젠 어느정도 이해가 되더라.

대기업이 열의를 보였다고 해서 선듯 손을 잡지는 않았을거다. 젠틀파이가 유일한 옵션도 아니었을거고. 회사의 실력을 높이 샀기에 가능했을텐데, 회사의 핵심 역량은 무엇이라 보나.

자연어 엔진 구조 설계 능력과 챗봇 UX, UI에 대한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기존에 없던 콘셉트 제품이기에 챗봇이나 대화형 어플리케이션을 많이 만들어본 것도 있겠다. PoC 때 짧은기간에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구현해 보여준 것도 한 몫 했을거고.

샬롯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맡았나.

UX 전략을 시작으로 대화 설계, 화면 설계를 했고, 들어가는 데이터까지 만들어 최종 테스트까지 했다. 세부적으로는 터치와 보이스가 결합된 보이스 플랫폼의 UX 전략 수립과 설계, 날씨와 음악, 레시피, 교육, 일정 등 총 12개의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UX 기획, 샬롯홈 내AI 쇼핑 어드바이저의 응답 콘텐츠 제작, 자연어처리 데이터 구축 및 학습, 자연어처리 엔진 인터페이스 설계 등 기능을 완성했다. 사용자들의 편의를 배려한 UX 설계에 중점을 뒀다. 19개 개별 봇을 하나의 봇과 대화하듯 이동시키는 자연어 대화 엔진과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의 감성적인 대화 엔진 설계로 사용자와 AI 스피커와 간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했다.

샬롯홈을 기획, 설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기존에 없던 제품, 직접적으로 사용해 보지 못 했던 제품을 만든다는 거였다. 유사한 외국 제품은 써봤지만, 한국어로 된 경험이 없어 추상적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때문에 어떤 형태로 만들어질거라는 설득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롯데에서 리더십을 가지고 잘 끌어줬기에 마무리가 됐다.

대기업과 협업을 해본 입장에서 유의할 점, 참고할 부분을 조언해 준다면.

믿을만한 회사인지 아닌지는 초반에 결정된다. 먼저 진심으로,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결과를 보여주면 작은회사라도 파트너사로 인정해 준다. 관계에 대한 신뢰를 쌓으면 그 다음은 비교적 쉬워진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참고사항이라기보다 모든 기업과의 관계에서 기본이다.

지난 4년간 영업이나 회사를 알리는 마케팅 활동은 어떻게 해왔나.

영업이라는걸 따로 하지는 않았다. 늘 먼저 연락이 왔다. 가만히 기다린 건 아니다. 초창기부터 전략적으로 온라인에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회사 설립 시기부터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를 꾸준히 운영하며 AI나 챗봇에 대해 궁금증을 풀어주는 내용을 담아서 발행했다. 그래서 구글에서 관련 키워드로 검색하면 우리 블로그가 상단에 보인다. 현장 이야기를 쉽게, 잘 한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블로그에 서비스를 만들 때 어려움도 쓰곤 하는데, 그것에 많은 실무자들이 공감해주더라. 그게 주효했는지 먼저 연락이 오고 미팅까지 이어졌다.

사업을 하며 시행착오도 많았을텐데, 어떤게 있었고, 어떻게 개선했나.

대화설계만 생각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고객 데이터 등으로 인한 변수를 맞닥뜨렸다. 그걸 해결하는 것이 어렵고, 오래 걸린다는 걸 하면서 알았다. 다행스러운 건 겪다보니 회사 역량이 되었다.

손익분기점은 일찌감치 넘어선 것으로 알고있다. 매출 증가폭을 이야기해 준다면.

2017년 첫 매출이 났고 2018년 초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2017년 매출이 크지 않아 2018년 성장폭은 큰 의미가 없지만, 2019년은 2018년 대비 200% 이상 성장했다. 올해도 그정도 성장률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 세무사에 따르면, 자신이 맡은 회사중 성장폭이 가장 크다고 한다.

스타트업은 늘 인재가 부족하다. 회사에서도 좋은 인재를 찾고 있을거다. 어떤 인재가 왔으면 좋겠나. 인재상이 있다면.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한 사람을 잘 못 들여 부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 조직 전체가 어려워진다. 인터뷰만으론 파악하기는 힘들어 최대한 오차를 줄이기 위해 네트워크를 총 동원해 레퍼런스 확인을 한다. 여담이지만, 개발자를 영입할 때는 이력서를 전문가 지인에게 보내서 물어보기도 했다.

기능적, 기술적으로는 시야가 좁지 않은 사람이다. 기획자도 개발을 알아야 하고, 개발자도 기획을 알아야 협업이 원활하다. 이게 갖춰지지 않으면, 허황된걸 하거나 업무가 지지부진한 경우가 생긴다. 스페셜리스트이면서 시야가 넓은 사람,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을 찾는다.

장단기 계획은 뭔가. 

올해 국내 자동차 대기업의 글로벌 챗봇 프로젝트가 있다. 아울러 내부적으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계획 중이다. 샬롯홈을 론칭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음성 어플리케이션을 더 만들고 싶다. 이루어진다면 노하우가 더 쌓여 디바이스 성능과 팀 역량이 올라갈거다.

지금까지 외부 자금 유입 없이 독자적으로 성장해 왔다. 투자유치 계획은 있나. 

창업 초기부터 투자를 받지 않고 우리가 가능한 수준에서 자력으로 하는 게 목표였다. 사실 투자도 빚 아닌가. 그리고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투자를 쉽게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없지만,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리소스가 부족하다면 투자가 됐든 대출이 됐든 감안해야 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젠틀파이는 늘 새로운 것을 갈구하고 추구한다. 혹여라도 AI로 무언가를 시작하는데 두려움이나 주저함이 있다면, 젠틀파이가 함께 도전하겠다. 경험, 성공하려는 의지, 실행력 모두 자신있다.

[Startup’s Story #454]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한다. 우주로 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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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근 더쎄를라잇브루잉 대표 ⓒ플래텀

더쎄를라잇브루잉(The Satellite Brewing) 전동근 대표는 인생을 압축해 사는 사람이다. 고교 시절 특목고 축구리그, 연예인 자선축구 경기, 전국 경제동아리 학생들을 주축으로 소논문을 발표하는 포럼 등 행사를 기획, 개최하며 대한민국인재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당시부터 그의 꿈은 전문경영인이었다. 고교 졸업 이후부터 5년 간은 글로벌 비영리 단체(세이즈코리아) 한국 대표를 맡아 학생 창업경진대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당시의 경험은 자신감이 되어 창업으로 이어졌다.

스스로 문제 학생이었다 말하지만, 그가 학업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 미시간으로 유학을 가 경제학을 전공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학위를 마친 뒤 올해 박사 과정에까지 도전한다. 사업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경비행기 운전까지 배우고 있다. 전 대표는 하루라도 빨리 창업하기 위해 대학을 2년 6개월 만에 조기 졸업하기도 했다. 그렇게 창업을 시작한 것이 3년 전, 그의 나이 올해 스물여덟이다.

듣는 입장에서 그의 이력은 재미있다.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 녹록한 과정은 아니었을거다.

“거절당하는 것은 익숙하다. 한 번에 된 건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하니 결과는 나왔고, 뭔가가 바뀌더라. 그러면서 성취감과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전 대표가 찾은 창업 아이템은 ‘수제 맥주’다. 유학시절 펍에서 마신 복숭아맛 맥주가 시발점이 되었다. 한국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거라 판단한 그는 그 맥주를 제조한 기업 ‘쇼트브루잉’에 무작정 찾아갔고, 우여곡절 끝에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 당시 그가 보여준 진정성은 사업 파트너를 얻는 배경이 되었다.

1인 기업으로 태동한 회사는 차근차근 성장 중이다. 서울에 양조장을 세우고 얼마 전 크래프트 펍도 오픈했다. 2019년 대비 1년 사이 400%이상 매출 성장도 이뤘다.

전 대표는 우주를 좋아하고 인연도 깊다. 맥주 제조 회사에 잘 쓰지 않을 것 같은 ‘인공위성(satellite)’이라는 단어도 회사명에 넣었다. 회사 양조장 정문에도 ‘우주가 여기에 있다’라고 쓰여져 있고, ‘로켓필스’나 ‘우주IPA’처럼 제품 명칭에도 관련 키워드가 들어간다. 비영리단체 시절 아폴로 11호에 탑승한 우주인 버즈 올드린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등 우주비행사들과도 친분이 있다. 맥주를 헬륨풍선에 묶어 우주로 보내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종국에는 인공위성과 관련된 사업을 꿈꾸고 있다.

전동근 대표를 서울 강남구 선릉역 부근 카페에서 한 번, 그리고 회사 오피스와 양조장, 그리고 크래프트 펍이 위치한 가산디지털단지에서 또 한 번 만났다.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한다.”

술은 좋아 하나. 이 사업 어떻게 시작했나. 

사실 좋아하지 않는다. 4년 전만 하더라도 내가 이 분야 창업을 할거라 상상도 못 했다. 심지어 이 사업을 한다고 결정했을 때도 주류 제조 공정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었다.

빨리 창업하고 싶었다. 대학 재학 시절 생각한 아이템은 지역 농가와 도시를 잇는 O2O 비즈니스였다. 그러다 창업계 대선배인 고영하 회장(한국엔젤투자협회 ), 전화성 대표(씨엔티테크)를 만났는데, ‘해당 사업은 손 대기 어려운 영역이니 조심하라’, ‘대학 먼저 졸업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하는 편이라 아이템 포기는 안 됐지만, 학업을 마쳐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빨리 창업하고 싶어서 조기 졸업했다. 그런데 학교를 마친 사이 내가 하려던 비즈니스에 잘 하는 선도 사업자들이 자리 잡고 있더라. 타이밍이 지나갔다 여겼다.

그러다 다가온 것이 수제 맥주다. 미국에서 학사 과정 마지막 학년에 가까운 펍에서 수제 맥주를 마신게 계기가 되었다. 그전까지 나한테 수제 맥주는 맛없는 술이었다. 처음 수제 맥주라 불리우는 것을 접한게 스몰비어 체인이었기 때문일거다. 병맥주에 꿀이나 복숭아 액을 타주는 거였는데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러다 제대로 된 수제 맥주를 접하며 그 선입견이 깨졌다. 복숭아를 발효시켜 만든 ‘피치팜팜‘이라는 제품이었는데 신세계였다. 한국에서 수제 맥주 제품이 막 등장하려던 시기였고 스타트업 개념을 이 사업에 도입해 시도하면 기회가 많겠다 판단했다.

그리고 선택권을 되찾고 싶었다. 한국인은 맥주 선택의 자유가 없다. 음식점에 가면 고를 수 있는 맥주 선택폭이 좁다. 사람이 맛있는 맥주를 자유롭게 마실 수 있어야 하잖나. 그런 권리 침해를 없애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술을 안 좋아하던 내가 느꼈던 것을 대중에게도 제공하고 싶었다.

사업을 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과정이 명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할 수 있다는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간 안 된다고 주변에서 말리는 일 많이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실행했고, 결과를 낸게 그 자신감의 배경이다.

쇼트브루잉의 ‘스페이스락’ ⓒ플래텀

사업 아이템을 결정하고 제일 먼저 한 구체적 행동은 뭔가.

피치팜팜을 제조한 쇼트브루잉으로 찾아갔다. 그 회사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고 함께 사업하면 성과가 있을거라 여겼다. 회사측에 메일을 보냈지만 답변은 없었다. 거절당하고 회신 못 받는 건 고등학교 때부터 익숙했다. 관건은 어떻게 하면 조 쇼트(쇼트브루잉 대표)를 만나느냐였다. 그래서 회사에서 운영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무작정 갔다. 다행스러웠던 건 투어 가이드가 조 쇼트 대표의 멘토였다. 그를 붙잡고 조 쇼트 대표를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버즈 올드린과의 인연을 어필한게 그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인에게 버즈 올드린은 닐 암스트롱과 함께 달을 밟은 영웅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거다.

금방 연락이 오던가? 

두 달 뒤에 보자고 연락이 왔다. 그때는 한국에 있을 땐데, 바로 비행기 표를 끊었다. 기다리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앞서 한 달 동안 유럽에 있는 양조장을 돌아다니면서 수제 맥주 트랜드를 살펴보고 왔다. 맥주를 많이 마셔서 역류성 식도염이 오기도 했다. 늦게라도 만나자는 회신이 왔기에 기쁜 마음으로 사업 계획안을 만들어서 갔다. 그런데 막상 얼굴을 본 조 쇼트 대표는 내가 만든 서류는 보지도 않더라. 한국 시장에 기회가 크다는 설명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자신한테 이렇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사기도 당했기에 탐탁스런 마음으로 만난건 아니었다 한다. 그저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어서 그 이유가 궁금했을 뿐이었다고 한다.

조 쇼트 대표를 결국 설득한건데, 어디서 반응이 왔나.

수제 맥주 기업은 하이네켄 등 수백 년된 기업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하면 상대가 안 된다. 레드불처럼 마케팅으로 풀어야 승산이 있다. 그래서 나라면 버즈 올드린 등 우주인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시리즈B나 C 펀딩을 받을 때 맥주를 우주로 보낼거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전기자동차를 우주로 보낸 것과 같은 맥락의 아이디어였다.

거기서 조 쇼트 대표의 태도가 바뀌었다. 알고보니 그도 우주에 대한 동경이 있는 사람이었다. 바로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캔 꺼내왔는데, 본인의 얼굴과 우주 배경이 그려진 ‘스페이스락‘이라는 제품이었다. 그걸 우주로 보내고 싶다며 뭐부터 해야하냐고 묻더라. 그래서 우선 한국에 와서 시장을 함께 살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맥주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했다. 이론보다는 실제 맥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고 싶어서 공장에 투입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한국과 미국을 두 달에 한 번씩 오가며 2주씩 맥주 제조 공정을 배웠다. 어느날부터 조 쇼트 대표가 나를 ‘코리안 브라더’, ‘코리안 조 쇼트’라 부르기 시작했다.

조 쇼트 대표가 마음을 연 건 내가 공장에서 맥주 제조 과정을 배울 때였다고 한다. 쇼트브루잉은 하루 6시간씩 4교대로 공장이 가동된다. 나는 빨리 배우고 싶어서 잠자는 시간 6시간 빼고 3교대를 소화했다. 25kg 포대를 나르며 기계 다루는 법, 원재료 관리, 양조장 안전 관리 등 모든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조 쇼트 대표는 내가 하다 말줄 알았는데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믿게 됐단다. 나중에는 제품 레시피까지 다 알려줬다.

전동근 대표와 조 쇼트 쇼트브루잉 대표 / 사진=더쎄를라잇브루잉

일면식없던 사이에서 친구가 되고 사업 파트너가 됐다.

한국에 양조장을 만들 때 직원들을 몇달 씩 한국으로 파견해 줘서 빠르게 적용할 수 있었다. 내가 뭘 해줘야 한다는 약속도 하기 전이다. 비행기표도 끊어왔고, 페이를 바라지도 않았다. 왜 그렇게 도와주냐고 나중에 물어보니 21살 때 고생하며 창업을 시작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열심히 하기에 도와주는 거고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제일 처음 만든 수제 맥주 제품은 뭐였나.

내가 처음 레시피를 써서 만든 제품으로는 ‘서울브로‘라는 제품이 쇼트브루잉에서 출시되었다. 출시되는 건 알았지만 디자인에 콧수염 기른 내 얼굴이 들어가는 줄은 몰랐다. 조 쇼트 대표의 서프라이즈였다. 회사로는 ‘망고야’라는 제품이 첫 출시 제품이었다.

가산디지털단지에 양조장이 있다. 도심의 양조장이 흔한 사례는 아니다. 왜 여기에 지었나. 

국내 수제 맥주 주소비층은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 연령대, 남성 보다는 여성이 더 선호한거라 생각했다. 그런 회사원이 많은 상권이 어딘지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 전체를 돌아다녔다. 가산디지털단지는 우연히 아침에 지나가다 직장인들이 많이 보여 조사하게 된 케이스다. 오피스가 밀집되어 있고, 주변에 수제 맥주 펍은 고사하고 맥주집 자체도 많질 않았다. 자료를 살펴보니 반경 1.5km 안에 유동인구가 30만 명이 있었다. 유레카, 여기다 싶었다.

입주 지역을 정한 다음에는 공장이 들어갈만한 건물을 찾아봤다. 하중을 잘 받쳐줘야 하고, 탱크가 크기에 층간도 높아야 했다. 당시는 공장과 펍이 함께 있어야 근린생활시설 2종으로 허가가 나서 음식점 면허가 나왔다.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지금의 아파트형 공장으로 오게 됐다. 감에 의지한 측면이 큰데,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결정이었다.

현재 연간 86만 리터 생산이 가능한 양조장을 아파트형 공장에서 가동 중이다. 사실 국내 규모있는 업체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업체치고는 큰 편에 속한다.

제품 배송은 어떻게 하나. 규모있는 곳은 물류회사를 쓴다.

쉽지 않지만 직접 한다. 아직 물류회사에 맡길 사이즈가 아니다. 정해진 리소스 내에서 효율적으로 전국을 돌고 있다. 겨울은 괜찮은데, 성수기인 여름은 쉽지 않다. 주말과 평일 구분이 없다. 명절 등 바쁠땐 개인차에 싣고 내려가기도 한다.

더쎄를라잇브루잉 양조장 내부 전경 ⓒ플래텀

빠르게 창업에 도전한 케이스다. 학창시절 창업 외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 없나. 

고민을 안 한 건 아니다. 이 길이 정말 맞나 스스로에게 자문하며 보낸 시간도 있었다. 내가 창업을 생각하던 2010년에는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드물던 시절이라 정보가 많지도 않았다. 결국 나 자신을 믿기로 하니, 잘 가고 있구나라는 확신이 따라왔다. 가족들은 어릴 때부터 나를 믿어줬다. 학생으로 크게 어긋나지 않은 과정을 이어왔기에 가능했을거다. 하지만 내가 처음에 수제 맥주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수제 맥주 투어를 함께 다니며 납득시켰다.

고등학교 때 꿈은 전문경영인(CEO)이나 컨설턴트였다. 경제나 경영 공부하면 큰회사 들어가서 경영진으로 가는게 코스인 줄 알았다. 세이즈 활동을 시작한 스무살 이후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회사에 들어가서 전문경영인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창업한 회사에서 전문경영인이 될 수도 있잖나. 대기업도 시작은 스타트업이었다. 나한테는 창업이 맞겠다 싶었다.

비영리 섹터와 영리 섹터 둘다 겪어봤다. 차이는 뭐라고 보나.

공통점은 지속가능하려면 자본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받든 민간에서 받든 필요한 부분이다. 차이점은 비영리는 돈을 써서 임펙트를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고, 영리는 임펙트 뿐만 아니라 돈을 벌어 투자자에게 환원까지 해야한다. 비영리는 프로그램과 콘텐츠만 좋으면 성공적인 모델이지만, 영리는 아무리 콘텐츠가 좋아도 대중에게 소구되어야 한다. 제품이 좋다고 반드시 잘 팔리는 건 아니다. 맥주를 잘 만드는 것을 넘어서 잘 팔리게끔 하는 과정까지 영리 섹터는 필요한 거다.

준비를 하고 도전했겠지만, 여전히 부족한게 있었을텐데.

순탄했다고 말할 순 없을거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예상치 못 한 상황이 나와서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직과 시스템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한 것도 아쉽다. 잘 되는 조직에 대한 배고픔 같은거다. 경륜이 있으면 원만히 넘어갈 일도 쉽게 안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고, 잘 모르면서 내 의견을 관철시킨 적도 있다. 조직을 겪어봤다면 그보다는 더 잘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부족함이 있을 때마다 큰 기업들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더라. 그래서 외부 네트워킹을 하면서 조언을 많이 듣는다.

이 사업은 시작부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시드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보통 스타트업이 창업할 때 쓰리F(가족, 친구, 바보)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는다고 하잖나. 나도 마찬가지다. 우린 거기에 G(정부)가 하나 더 붙었다. 중학교 시절 학원에서 처음 만난 12년 지기 친구가 1억 5천을 투자했다. 아울러 또래지만 많이 배우고 있는 개인 투자자가 7억 원을 투자했다. 두 사람은 나와 이 사업에 믿음을 준거다. 체계적으로 더 크게 키우기 위해 추가 투자 유치도 고려 중이다.

창업 과정에서 가장 많이 도와준 사람은 누구인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금기현 사무총장이다. 존경하는 멘토이자 나한테는 제 2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 재단에서 알바와 인턴을 할 때부터 시작된 인연이다. 창업초기 선듯 3000만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이자도 계약서도 없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부인 모르게 했다고 하더라. 늘 관심을 가져주고 격려해주고 자신의 일처럼 도와줬다.

추가 투자를 유치하면 뭘 할건가. 공장 규모를 넓혀 생산량을 늘릴건가?

공장 짓는 것 보다 전체 산업을 키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우린 맥주도 생산하지만 90여 개 업체에 원재료 공급도 하고 있다. 이들의 니즈를 맞추려면  폭넓게 수입해야 한다. 보통 수제 맥주 기업은 규모가 크지 않고, 원재료를 각각 수입하기 어렵다. 그 문제를 해결한다면 판이 커질거다. 그리고 우리 맥주를 맞볼 수 있는 펍을 더 늘리고 싶고 도심 속 양조장을 보여주는 투어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다. 제 2 공장은 그 다음에 지어도 된다. 공장을 새로 짓는다면 도심이 아니라 외곽으로 가서 부지를 키워서 해야할거다.

현재 매출 비율은 어떤가. 

2018년까지는 원재료 매출이 많았다. 투자유치를 하고 마케팅도 하면서 작년에는 맥주 매출이 더 많아졌다. 올해도 그럴거라 본다.

더쎄를라잇브루잉 크래프트 펍 ⓒ플래텀

몇년 전 수제 맥주 스타트업이 다수 등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몇년 간 투자도 많았는데, 근래에는 주춤한 듯 싶다. 원인이 뭐라고 보나.

맥주에 매기는 세금 기준이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는데 오래 걸린 점,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점, 맥주시장이지만 하드웨어가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 기존 주류 세력의 견제, 그로인한 미미한 수익개선이 원인이라고 본다.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벤처캐피털이 눈여겨볼 정도로 폭발적 성장은 아니었던 거다.

올해 1월에 종량세로 바뀌었는데, 어떻게 될까. 

다양성과 본인의 기호를 추구하는 게 트랜드이다. 수제 맥주의 핵심이 다양성이기에 가능성이 큰 것은 분명하다. 다만 시장이 작던 크던 간에 본인만의 경쟁력이 있어야 살아 남는다. 커피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고 전망이 밝음에도 모두가 잘 되지는 않잖나.

수제 맥주 분야 규제가 하나 둘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하는 입장에서 아쉬운 것이 있을거다.

여러 스타트업이 건의를 해서 치킨 등 음식과 함께 주문할 때 생맥주 배달이 합법화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건 많다. 국내법은 청소년이 온라인에서 주류를 살 수 없게 규제하고 있다. 당연히 동의한다. 그런데 지역 특산주는 온라인에서 팔 수 있다. 같은 술이고 더 도수가 높은 술인데 규제는 상반되게 적용되는 거다. 그런 부분이 공평하게 풀리면 시장이 더 크게 성장할거다.

맥주는 관허사업이다. 시어머니도 둘이다. 국세청과 식약처 양쪽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불필요한 과정이 줄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허가 받아서 출시할 때까지 두 달 넘게 걸리기도 한다. 마음은 빨리 내고 싶은데 쉽게 되지 않는다. 우리 양조장 가봤을니 알겠지만, 납세증지가 붙은게 있고, 안 붙은게 있다. 붙은것만 팔 수있는데, 증지 하나 붙이는데 2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 절차가 너무 옛날 기준이다.

국내 수제 맥주 제조사는 어느 지역에 있든 새로운 맥주 판매 허가를 받으려면 제주도로 가야 한다. 국세청 산하 주류 면허 지원센터가 서귀포 혁신도시에 있기 때문이다. 양조장을 새로 만들면 서귀포에서 공무원이 비행기를 타고 와서 검사를 하고 통과가 되어야 최종 허가 난다.

담당 공무원도 업무에 익숙해질만하면 바뀐다. 홈택스에 주세 신고 시스템이 있지만, 제대로 안 되어 있다. 그래서 오프라인으로 문의를 종종 하는데 명확히 설명을 못 하는 부분이 있다. 확실한 가이드가 없는 상황에서 자칫 실수를 하면 우린 범법자가 되어 책임을 져야 한다. 음영이 있다.

수제 맥주 신제품 하나를 만들었다 치자. 뭐부터 해야 하나. 

우선 숫자와 비율이 들어간 제조방법을 작성해 국세청에 보내야한다. 그걸 받는 부서가 제주도에 있기에 서신으로 보내고 서신으로 가부 판단을 받는다. 이 과정만 1~2주 걸린다. 국세청 면허센터에 있는 공무원 한 사람이 전국에 있는 모든 맥주 제조방법을 검토하기에 그렇다. 숫자만 확인하는 건데 전자화만 되면 빨리 끝날 과정이 이렇게 오래 걸린다.

그다음에 세무소에 가서 주류견본 체취표를 받는다. 그걸 받아서 캔이나 병에 500ml씩 포장해서 다시 제주도로 보낸다. 제주도는 알다시피 택배가 하루 정도 늦게 가고 늦게 온다. 그 분석 과정도 1~2주 걸린다. 결과가 나오면 다시 세무소에 보내고 가부여부를 기다려야 한다. 그게 통과되면 납세증지 신청서를 세무서에 내고 허가서가 나오면 인쇄업체에 줘야 한다. 디자인하고 컨펌받고 증지가 오기까지 또 1~2주 걸린다. 그 다음에 상표 신고하고 가격 신고서를 세무서에 내야 출고를 할 수 있다. 하나라도 틀리면 1~2주 더 추가된다. 불필요한 규제와 절차가 많으니 행정적으로 소모해야하는 리소스 낭비가 심하다. 일부는 없어도 되고 전산화만 되면 단축시킬 수 있다고 본다. 수제맥주 산업이 빨리 발전하려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인터케그 사례처럼 모멘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수제 맥주 경쟁력은 어떻다고 보나. 

우리나라는 주류 소비량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다. 글로벌 맥주 브랜드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다. 주류 상품이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 샌디에고에서 온 미국인이 우리 펍에 들러서 마시고 간 다음에 소셜네트워크에 호평을 남긴 것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 수제 맥주 기업들 상당수가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전동근 더쎄를라잇브루잉 대표 ⓒ플래텀

회사이름에 ‘인공위성(satellite)’이 들어간다. 본인에게 우주는 어떤 의미인가.

내 꿈은 앨런 머스크와 같은 연쇄창업자가 되는 것이다. 쎄를라잇이라고 정한건 한참 뒤에 인공위성과 관련된 일을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공해 자본이 넉넉해진다면 도전할거다. 사업을 하다보면 어려운 일이 부지기수지만 회사이름을 보면서 늘 생각하는 것이 초심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무조건 이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인생을 압축해서 사는 것 같다. 번아웃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크래프트 펍 셀프 인테리어 할 때 제대로 왔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주말에는 쉬려고 한다. 이전에는 7일 내내 일했는데, 그게 항상 능률이 좋은건만은 아니더라. 시야가 좁아진다는 느낌이 들 때는 독서를 한다. 힘든 일이 생기면 스타트업 인터뷰를 보면서 위안과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다보면 내 사례는 별거 아닌것처럼 보이더라.

작업하면서 장화를 많이 신는데, 그 과정에서 발 건강이 나빠졌다. 장화는 내화학성이고 세척하려면 화학약품을 써야 하고 꽉 막혀있다. 이걸 열 시간 넘게 신으니 살이 파이더라. 사람 발인가 싶을 때가 있다. 한편으론 이렇게 살면 뭐든 다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든다.

힘들기도 하지만 성취감도 있었을거다.

수제 맥주를 만들려면 홉이 필요하다. 사업 초기 살펴보니 신선한 홉 구하기가 지금처럼 쉽지 않았다. 게다가 원재료 공급을 대형업체 하청업체만 하고 있어서 품질관리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린 원재료를 미국에서 항공으로 냉장수입하고 있다. 180년 역사를 가진 홉 생산 기업 독일 홉스테이너와 140년째 고품질 맥아를 생산하는 미국 브리즈사의 국내 판매 독점권을 획득하고,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항공기로 운송해 온다. 이를 국내 90여 개 맥주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존 업체도 결국 콜드체인을 바꾸더라. 매출을 떠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다.

창업한지 3년이 지났다. 죽음의 계곡은 넘어온 셈이다. 여전히 재밌나?  

생각한 것 만큼 속도가 안 나오는 게 아쉽긴 하지만, 재미있다. 안 좋은건 맥주를 많이 마셔서인지 창업하고 25kg이나 몸무게가 늘었다.

자금을 제외하고 지금 회사에 꼭 필요한 건 뭔가. 

사람이다. 모든 팀원이 일당백으로 일하고 있지만, 더 크게 성장하려면 역시 사람이 중요하다. 다음 팀원은 마케팅, 브랜딩, 재무 쪽 인재였으면 좋겠다. CFO나 CMO가 합류한다면 큰 도움이 될거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가는 게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

이 인터뷰 기사를 보는 사람들이 한 잔이라도 국내 수제 맥주를 마셔주면 좋겠다. 수제 맥주 시장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달라. 손해 볼 관심사는 아닐거다.

[Startup’s Story #455] ’12년 간 겪은 처절한 실패’전기오토바이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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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블루윙모터스 대표 ⓒ플래텀

김민호 블루윙모터스 대표는 몇년 전만 하더라도 모로 눕기도 불편한 지하 단칸방 생활을 했다. 그나마 온전히 자기 공간이 있어서 형편이 나아진 거였다. 그전에는 지인 집에 몇 달 씩 얹혀사는 메뚜기 신세였다. 자동차세 미납으로 번호판이 영치된 상황도 겪었고, 신용문제로 본인의 이름으로 된 휴대폰, 인터넷 조차 개통을 할 수 없던 때도 있었다. 여유로왔을 때 대인관계가 좋아 주변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재기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4억 원에 달하는 빚이 줄어들지 않았기에 경제적으로 암담한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대학교 동기들 중 가장 먼저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동기들이 도서관에서 취업 스펙을 쌓고 있을 무렵 그는 이미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인이었다. 20대에 몸 담은 업계에서 인정받아 제법 높은 연봉과 미래를 보장 받고 있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이었고, 주변을 돌볼 줄 알았기에 지인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전도양양해 보이던 그에게 사단이 발생한 것은 잘못된 투자에서 기인한다. 사업의 방향성이 문제였다. 쉽고, 빠르게 돈을 벌려고 했다. 당시 그가 눈여겨 본 것은 특정 지역에 새로 지어지는 상가에 대한 투자업이었다. 김 대표는 나름 명망있다고 알려진 대기업 출신 A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 그간 번 돈과 자산, 심지어 대출까지 받아 집어넣었다.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상가는 제대로 완공되지도 않았고, 김 대표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전재산을 허공에 날린 것은 물론이고, 본인이 감당하기 힘든 빚을 진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그의 미래는 급전직하로 추락했다.

“어리석었다. 돈을 쉽게 벌려고 했다. 12년 넘게 그 교훈을 몸에 되새기고 있다”

타자의 시선으로 볼 때 김 대표의 지난 십수년은 암담함과 실패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건 주변의 시선일 뿐이었다. 몇해 걸러 한 두 번씩 만난 김 대표는 여전히 십수년 전과 마찬가지로 재기넘치는 모습이었다. 수년에 걸쳐 빚을 모두 탕감했고 사업가로의 자질도 눈을 떴다. 소소한 성과도 냈다. 생각하던 아이디어로 첫 사업을 진행했고, 크진 않지만 엑시트도 했다. 특별히 생활이 개선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이 김 대표는 기뻤다고 한다. 돈이 아닌 성취감, 자신감을 얻었던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은 사회를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성공 스토리 클리셰로 가자면 김 대표가 나름 성공한 기업가가 됐다는 귀결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목적지로 가는 과정 어딘가에 위치해 있을 뿐이다. 다만 희망은 이전보다 커졌다. 현재 그의 사업은 여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에서 담금질 중이다. 블루윙모터스 김민호 대표의 2020년 7월까지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만났다.

김민호 블루윙모터스 대표 ⓒ플래텀

7년 전 21번째 인터뷰이였는데, 455번째 인터뷰이로 다시 만났다. 

그렇게 오래 됐나. 어제 일 같다. (웃음) 감개무량하다. 아직 이렇다할 성과도 없는데 인터뷰 요청이 와서 놀랐다.

지난해 농담으로 ‘실패 수기’ 응모를 해보라고 권한 적이 있다. 그만큼 부침이 심했다. 그간 겪은 실패 이야기를 하자. 사업을 하기 전 4억여 원의 빚이 있었다. 어떻게 짊어지게 된건가.

어느정도 재산이 있었다. 이런저런 유혹이 들어왔고, 상가 투자 제안에 혹했다. 멋도 모르고 뛰어든 부나방이었다. 하기만 하면 될줄 알았다. 가진 재산 모두를 올인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투자를 권했던 회사 사람들과 연락이 안되기 시작하더니, 사업이 흐지부지 되는 흐름이 보였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어떡해서든 원금 회수를 하고 싶어 집을 담보로 3금융 대출도 받고, 있는 돈 없는 돈 빌려서 추가투자를 해서 이어가려 했다. 이게 악수였다. 결국 그 일은 좌초됐고 완전히 빈털털이가 됐다. 대출이 연체가 되면서 복리로 이자가 붙기 시작했고, 집을 잃었다. 남의 집을 전전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그때가 2008년, 12년 전 이야기다. 이후 매일 매일이 생살이 찢기는 나날이었는데, 이젠 굳은 살이 박힌 듯 싶다.

본인의 판단이 미숙한 것이 있었겠지만, 속은 측면도 있다. 

누굴 탓할 사안은 아니다. 어떨 때는 교도소에 들어간 사기 가해자가 측은해지기도 했다. 면회도 가고 심지어 옥 뒷바라지도 했다. (웃음) 못 알아본 내 잘못이다. 쉽게 돈을 벌려고 했더니 교훈을 비싸게 산거다. 사기라는 생각도 안 한다. 그냥 투자 실패였다. 당시는 돈의 흐름도 몰랐고,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도 무지했다.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빨리 성공하고 싶다는 목적 의식만 있었다. 잘 안 되는게 당연했다. 10년 넘게 그걸 몸으로 되새기고 있다. 남탓을 하면 한 순간 마음은 편하지만 해결이 되는건 아니다. 비굴해지지 않고, 어떻게든 헤쳐나갈 방법만 생각했다. 실패도 좌절만하지 않으면 경험이 된다고 봤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피폐해질만한 상황을 오래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고 명랑하다. 

베어 그릴스였다. (웃음) 생존이 목표였다. 속어로 표현하자면, 쪽팔리기 싫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 노력한다.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놓고 싶었다. 그게 나 다운 일이라고 되뇌이며 살았다. 한 가지 바뀐 건 있다. 사람과 일에 대한 관점이다. 전에는 좋은게 좋은거 였지만, 필요할 때는 냉정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웃음)

김민호 대표가 빚을 청산하고 제일 먼저 한 사업은 소셜벤처였다.

천신만고 끝에 빚을 다 갚았다. 이후 다른 회사 영입 제안도 있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가장 큰 건 오너쉽을 가지고 내 일을 하고 싶어서다. 대장질이 성격에 맞는 것 같다. (웃음) 이런 일 저런 일 다 하고, 겪으며 태동한 제 2의 천성인듯 싶기도 하다. 생활 속, 사회의 불편한 부분이 보이면 해결책을 찾아보는 습관이 있다. 그게 재미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망상으로 안 끝날 일이라면 도전의식이 생기곤 한다. 지금 사업도 그런 의식 흐름에서 비롯된거다.

지금 진행 중인 사업은 하드웨어가 들어간다. 초기 자금이 많이 투입되어야 할텐데, 어떻게 조달했나. 

헛 살지는 않았는지 사업성과 나를 믿어준 엔젤투자자를 만났다. 그 투자를 발판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부터 물질적 빚은 줄었지만, 마음의 빚은 늘어나고 있다.

블루윙모터스는 설립된지 1년 정도 된 스타트업이다. 이 사업 어떻게 시작하게 된건가.

앞서 4년 정도 독립형 무선 가로등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배터리 기술을 알게됐고, ESS(에너지 저장 장치)와 UPS(무정전전원장치)까지 생각이 닿아 중국 국영기업과 협약을 맺어 일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오토바이에 들어가는 컨트롤러를 만드는 개발자를 만났다. 내가 해온 배터리 기술과 그 개발자의 컨트롤러 기술이 결합하면 사회에도 의미있고, 규모의 경제도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거라 보고 피봇팅(사업전환)을 했다.

배터리 관련 사업을 다년간  했다고는 하지만, 커리어가 기술 베이스는 아니다. 투자자나 업계 관계자를 만나 설명할 때 애로사항은 없나.  

“전에 뭐했냐”고 다들 물어보더라. (웃음) 기술에 밝지 않아 직진 도로를 우회해서 간 측면은 있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발로 뛰었다. 국내외를 다니며 유사한 사업을 직접 눈으로 보고, 관찰하고, 물어봐 가며 얼개를 맞췄다. 자동차에 비해 오토바이가 많이 복잡하지는 않았기에 가능했을거다.

기술 창업에 성공한 사업가 모두가 기술에 밝은건 아니더라.

단일 기술에는 약할지 몰라도 여러 기술을 묶어서 균형을 맞추고, 최적화하는 건 내가 잘 하는 일이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과물도 만들어 냈다.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차이라고 본다. 모든 것을 다 준비한 상황에서 사업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런 환경이 갖춰지길 기다리는 건 아니라고 봤다. 빨리 시작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 왔다. 다만 사업이 궤도에 올라 더 크려면 분명 기술을 아는 엔지니어가 필요하긴 하다.

그렇게 1년 전에 시작한 것이 소위 ‘재생 전기오토바이’ 사업이다. 콘셉트가 기존 기름 오토바이를 전기오토바이로 바꿔주는 컨트롤러 시스템, 그리고 그 오토바이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교환해주는 충전 스테이션이다.

맞다. 일반 오토바이의 엔진, 연료통, 머플러, 뒷바퀴를 빼고 우리가 개발한 탈착식 배터리와 전기모터, 컨트롤러를 장착해 전기 오토바이로 바꾸는 사업이다. 핵심기술은 탈착식 배터리와 특허를 4개 낸 컨트롤러다. 여기에 추가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충전 스테이션이다. 전기오토바이는 충전하는데 평균 3시간 정도 걸리기에 일상에서 활용하는데 불편한 점이 있다. 그걸 탈착식 배터리와 충전 스테이션을 활용해 교환을 쉽게 하는 것이다.

충전 스테이션만 보면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가 여럿 있다. 특히 고고로는 대만에 1600개, 태국에 670개 정도의 충전스테이션도 가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충전스테이션을 활용한다는 콘셉트는 비슷하지만, 오토바이 전환 개념은 다르다. 고고로의 충전 스테이션은 자사 생산 오토바이에 한해서만 이용이 가능하지만, 우리 모델은 일반 오토바이를 바꾸는 형태로 제조사를 한정짓지 않는다. 모듈화해서 장착하는 것이기에 범용성, 확장성 측면에서 더 열려있다고 말하고 싶다.

정작 우리가 생각하는 사업의 핵심 키워드는 환경적인 측면에 있다. 우린 그걸 ‘1:1’이라 부르는데, 전기 오토바이가 한 대 생산될 때마다 한 대의 기름 오토바이가 없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국내에선 보조금 정책을 통해 전기 오토바이가 늘어남에도 기름 오토바이가 줄어드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아니 유류 이륜차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환경을 위한 보조금 정책인데 예상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업이 의미가 있다. 우리 기술로 한 대의 일반 오토바이가 전기오토바이로 변모하면, 결과적으로 1대의 기름 오토바이가 사라지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어디서 제조된 걸 사용하나. 독립형 무선 가로등 시스템 개발을 할 때 중국에 자주 갔었다.

국내 대기업 제품으로 제작된다. 처음에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중국에서 제조를 하려고 했다. 다른 업체들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유명 2차전지 제조업체들과 협업해 탈착식 배터리와 충전 스테이션 개발도 완료하고 테스트까지 마쳤다. 하지만 국산화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더 의미있고, 사업데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 방향을 선회했다. 전시장에서 명함교환으로 인연이 된 배터리 제조 기업 에스엠케이가 큰 도움을 줬다. 2차 개발 과정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잘 한 결정이라고 본다.

가격 정책은 어떻게 할건가. B2B와 B2C가 다를텐데. 

우선 B2B로 갈 계획인데, 구체적인 가격 정책을 말하기는 이르다. 다만 경쟁사에 비하면 대폭 낮춰진 가격이 될거다. 우리가 B2C로 서비스를 확장한다면, 전기 오토바이 보조금 수준에서 결정될거라 예상한다.

B2B라면 구체적으로 어디를 타겟으로 하는건가. 그리고 그들이 왜 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나. 

배달 서비스 기업을 우선적으로 보고 있다. 배달 오토바이 한 대의 하루 유류비는 6천원 정도다. 한 달이면 18만원이란 계산이 되는데, 우리 시스템을 도입하면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다. 근래 나온 전기 오토바이는 한 번 충전하면 운행거리가 60~120km정도다. 배달용으로는 거리가 짧고 3시간의 충전시간은 업무형태상 비효율적이다. 하루에 한 번 장시간 충전해야하고 운행 거리가 짧은데 누가 쓰겠나. 그래서 대다수의 배달용 오토바이는 기름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당장 배달업체에게 전기 오토바이로 바꾸라고 강요하기도 어렵다. 배달용 오토바이는 회사 로고나 색깔 등이 입혀져 있기에 팔기도 쉽지 않다. 다시 도색을 하려면 별도의 비용이 든다. 그렇다고 멀쩡히 움직이는 물건을 폐차시킬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 시스템은 외형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전기 오토바이로 바꿀 수 있고 충전 스테이션을 통하면 배터리도 원활하게 쓸 수 있다.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형태라고 본다.

이 사업과 관련된 국내 규제는 없나. 오토바이 불법 개조 이슈와 맞물릴 수도 있는데. 

아직 기준이 없다. 국내서 이런 사업을 시도한 선도적 사례가 없었다. 그래서 국토부에 문의를 했더니, 기준이 없기에 명확히 답변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그래서 규제 샌드박스도 신청했는데,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답변이 왔다.

7월 현재 버전1.0 모델이 형식인증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게 통과되면 이 분야 1호 사업자가 된다. 형식인증 통과는 차대번호를 받는다는 의미로 국가에서도 인정을 하는 형태라 해석할 수 있다. 관련 법안 발의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형식인증이 통과되면 충전 스테이션은 오래 걸리지 않을거라 예상한다. 관련 협업도 진행 중인데, 올해 내 지자체 등에서 시범 운영을 하는 것이 목표다.

이 모델은 국내보단 동남아 국가에서 더 각광받을 듯 싶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한다. 한국에서 안전과 환경 레퍼런스를 쌓고 그걸 바탕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양국은 각각 4천만 대 이상의 오토바이가 운행되고 있고, 유류 오토바이 생산도 안 하기로 한 나라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GDP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들 나라의 고민은 기존에 있는 오토바이를 어떻게 친환경 디바이스로 바꾸느냐이다. 해당 시장에 맞게 현지화된 포멧과 가격으로 공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해외 진출은 AR 스마트 헬멧 개발사인 다테크니끄와 손을 잡고 진행할 계획이다. 다테크니끄의 스마트 헬멧은 쉴드 상의 가상 화면에서 스마트폰과 연동되어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양사의 장점이 결합하면 큰 시너지가 일어날거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향후 동남아가 우리의 주요 시장이 될거다.

최근 인포뱅크와 동부화재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그보다 앞서 기술보증기금 프로그램도 이수했고. 공모 프로그램에 나간게 7년 만이다. 

제품이 완성 단계에 있기에 우리를 알릴 필요가 있었다. 또 외부 검증도 받고 싶었다. 먼저 기술보증기금 프로그램에 지원해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제일 좋았던 건 업계 사람을 만나고 기회가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액셀러레이팅을 해준 제피러스에서 많이 배웠고, 인포뱅크와도 인연이 시작됐다. 다테크니끄도 여기서 만나 협업을 약속하게 됐다. 이후 인포뱅크가 진행하는 ‘K-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육성 사업’에 지원해 운 좋게 선정됐고, 동부화재도 우리 사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서류를 냈는데, 다행히 함께하게 됐다. 붙은 곳만 이야기해서 그렇지, 떨어진 프로그램도 많다. 실패의 아이콘 아닌가. (웃음) 무대 IR을 하느라 많이 떨었지만,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발표를 하면서 장표 내용이 단단해 지더라.

미안한 이야기지만, 사업을 시작한 이후 ‘성공했다’라고 평가할만한 건 아직 없었다. 

앞선 사업은 대부분 될 듯 하다 엎어졌다. 게중에는 지금 각광받는 분야도 있었다.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너무 빨리 시작하는 것도 안 된다는 걸 학습했다. 무엇보다 큰 실패 요인은 내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다를거다. 이전에 비할 수 없는 자신감이 있다. 이 사업은 이전에 실패를 안 했으면 생각조차 못 했을거다. 과거 경험이 이 사업으로 이끌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은 있고, 첫 발은 내딛었다. 될 때까지 할거다. 참고 버티는 건 그 누구보다 자신있다.

창업은 어떤 사람이 해야할까. 창업 실패를 많이해본 경험자 입장에서 말해준다면. 

실패만 한 사람이 할 조언은 아니지만, 창업은 섣불리 덤빌 일은 아니다. 자신만의 망상에 빠지면 필패다. 자기 것만 잘 안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사업을 하려면 경영, 회계, 마케팅 등 알아야 할 것이 많다. 준비가 잘 되어도 성공을 가늠하기 힘들지만,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알고 시작하는 게 좋다. 그리고 혼자 못 한다. 팀빌딩을 잘 해야 하는데, 친한 것과 일에 핏이 맞는 건 다르다. 일견 화려해보이지만 정말 힘든게 창업이다. 그걸 알고 도전해야 한다.

끝으로, 도전자 입장에서 장단기 마일스톤을 이야기해 달라. 

단기적으로 우리 오토바이 모델 인증과 충전 스테이션 시범설치다. 공개하긴 어렵지만, 지자체와 기업에서 여러 제안이 왔었고 검토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성과를 낸 뒤 해외 진출을 하는 것이다. 회사의 구체적인 성과를 이야기 할 날이 오면 좋겠다.


‘로알못’개발자가 실리콘밸리에서 로봇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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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로보틱스 코파운더들. (왼쪽에서 두번째) 하정우 대표

구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하정우 대표는 부업으로 시작한 식당을 경험하며 전쟁터와 같은 식당의 현실을 체험하게 됐다. 본인도 힘들었지만, 같이 일하는 서버들이 빈번하게 그만두는 경우가 잦았다. 외식업 종사자들의 이직이 잦은 이유를 하정우 대표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한마디로 일이 너무 힘든 것이다.

엔지니어 출신이던 하 대표는 왜 일이 그렇게 힘든 지 연구해 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고객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음식과 서비스의 향상 보다는, 음식을 나르는 반복적인 업무 때문에 식당 피고용인들의 고통이 발생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홀에서 서빙을 보는 직원들은 보통 음료를 리필해 주거나, 식기를 주방으로 반납하는 등 음식 외 비핵심적인 업무를 하기 위해 하루 5~8마일 (약 8~13km)를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의 식당에서 로봇 ‘페니’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했고, 1년 후 구글을 떠나 3명의 공동창업자와 함께 2017년 5월 로보틱스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bearrobotics)’를 설립했다. 공동창업자 모두 그전까지 잘 알던 사이도 아니었다. 하 대표의 아이디어와 비전에 공감해서 합류한 것이었다.

베어로보틱스는 사업성을 인정받아 올해 1월 소프트뱅크, 롯데액셀러레이터, 스마일게이트,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3,200만 달러(약 37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했다. 그에 앞서 국내외에서 초기 투자금 380만 달러(약 40억원)를 유치하기도 했다. 투자사로는 소프트뱅크는 물론, 롯데와 같은 유통, 외식 회사들이 참여했다. 이는 창업 이후 지금까지 베어로보틱스가 보여 준 기술적 차별성과 시장성을 입증하는 지표들이 나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과 취업을 경험한 한국인의 이야기를 듣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0’의 연사로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가 온라인 무대에 섰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2014년 시작되어 올해 7회를 맞이한 이번 행사에는 하 대표를 포함해 10명의 한국인 연사가 나서 커리어, 창업, 트렌드, 기업문화 등을 발표하고 토론에 나섰다. 올해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은 실시간으로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세미나 형태인 웨비나로 진행됐다.

하정우 대표는 창업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미국에서 직장생활과 창업을 둘 다 해봤다. 개인적으로 느낀건, 직장생활보다 창업이 더 쉬웠다. 직장에선 내가 회사에 기여한 것을 100% 인정받기 힘들다. 80% 정도면 잘 받는거다. 평가 시스템의 제약과 드러나지 않는 차별도 있다. 스타트업은 정말 힘들지만, 내가 100을 보여주면 공헌도 100이 인정된다. 힘들지만,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기에 스타트업이 더 좋다.”라고 말했다.

또 소프트뱅크에서의 투자유치 과정을 이야기 하며 “투자가 결정되기까지 2년 가까이 걸렸다. 말단 직원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과정이었다. 손 회장과는 30분 미팅이었는데, 설명과 데모 후 그자리에서 투자 결정이 났다. 손정의 회장이 찾던 제품을 우리가 만들고 있었다는 것이 주요인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하 하정우 대표 발표 내용 전문 정리)

‘로알못’이 실리콘밸리서 로봇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 

미국에서 프로그래밍 언어, 머신러닝으로 박사 과정을 했고, 인텔과 구글 등에서 일을 했다. 로봇 스타트업을 창업했지만, 로봇을 잘 모르는 ‘로알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 기업을 창업해서 키워가고 있다. 성공한 사업가도 아니고 이제 막 시작한 초짜 사업가이다. 내가 성공을 한 적이 없어서 성공을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나와 같은 과정으로도 창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사례로 전하려 한다.

창업을 한 배경에는 구글을 다니며 부업으로 시작한 식당이 계기가 되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얻기위해 식당을 열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느낀건 쉽게 생각하고 할 일은 아니라는 거였다. 일을하며 반성도 많이했고 “이런 산업이 있구나”라고 충격을 받았다. 그전가지 나에게 외식업은 즐거운 공간이었는데, 직접 일해보니 달랐다. 무척 힘들더라. 그래서 그걸 바꾸고 싶어서 설립한 것이 ‘베어로보틱스’라는 회사다. 외식업을 더 편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세콰이어캐피털의 파트너인 브라이언(Bryan Schreier)이 투자할 스타트업을 검토할 때 4가지 요소를 본다고 한다. 제품, 팀, 시장크기, 그리고 타이밍이다. 문제점을 제대로 이해한 제품인지,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시하는지, 팀이 제품을 만들고 비즈니스를 키울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에 데이터를 요구하지만, 스타트업은 데이터가 없다. 그래서 스타트업 팀은 데이터로 판단할 수 없고 제품에 대한 해결 본능 같은게 있어야 한다. 숫자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이게 정답이다”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로 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사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세콰이어캐피털은 시장 사이즈는 ‘빌리언’규모는 되어야 한다고 한다. 열심히 에너지를 쏟는데 시장이 작으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타이밍도 중요하다. 너무 일찍해도 안 되고 늦게해도 안 된다는 거다. 앞에 세 가지는 창업자들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타이밍은 운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지금이 좋은 때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위에 말한 네 가지 요소를 키워드로 회사를 키우는 과정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PRODUCT

제품 이야기를 하기 앞서 시장의 문제점부터 짚고 넘어가자. 외식업은 부동산과 연관이 많다. 로케이션에 따른 유동인구가 원하는 음식과 서비스를 해야 장사가 된다. 크고 작은 외식업체를 만나면서 느끼는 건 부동산이 70%쯤 되는 것 같다는 거다. 그리고 음식이 20%, 서비스가 10%정도 된다고 본다. 로케이션은 크게 바뀌지 않기에 그걸 해석하는 것이 최우선되어야 한다.

최근에 최저임금이 전세계적으로 오르고 있고, 노동력도 부족해지고 있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현상과 코로나19가 터진 뒤 배달음식이 급부상하면서 전통 음식 산업이 위협을 받고있는 상황이다. 부도나는 곳도 많고, 폐업 처리된 곳도 많다.

식당을 하면서 주말에는 내내 주방에 있었고, 주중에는 홀에서 서빙을 했다. 서빙하며 손님과 소통하는 것은 재미있었다. 음식을 추천하고,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나가는 걸 보면 흐뭇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힘든건 걷는 거였다. 하루에 5~8마일(약 8~13km)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주중에는 그렇게 다리를 혹사했고 주말에는 요리를 하면서 허리와 어깨에 무리가 왔다. 그 과정에서 무거운 걸 나르는 건 재미도 없고, 사람이 꼭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걸 해결하는 것을 고민했다. 기존 솔루션에 밸트를 이용한다거나 천장에 레일을 부착해서 나른다던가 하는 방식이 있었다. 하지만 일식집처럼 콘셉트로 하는 건 의미있겠지만, 전세계 외식업을 바꾸는 형태의 솔루션은 아니라고 봤다. 외식업이라는 공간은 각자가 원하는 것을 구현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한 솔루션이 자율주행 로봇이라고 판단했다. 식당 서비스 부분을 로지스틱스 문제와 휴먼터치 부분으로 나눠서 생각해보면, 음식 나르는 것을 로봇이 해주면 사람이 손님을 상대하는 인간다운 부분에 집중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 서빙도 정말 재미있는 직업, 커리어가 될 수 있을거라 그림을 그렸다.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 제품(페니)은 아래 홍보 영상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로봇이 일자리를 뺏어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한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가게 업주 뿐만 아니라) 종업원들도 좋아한다. 처음에는 사람보다 많이 못 나른다고 부정적이었던 서버도 몇 개월 써본 뒤에는 자신이 편하니까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나중에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방문할 때도 스스로가 신이나서 좋게 설명해 주더라. 내가 운영하던 식당에서 홀매니저를 보던 사람이 한 말이 “자기 무덤에 로봇을 같이 묻어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유는 그전까지 자신의 말을 듣던 사람이 없었는데, 로봇은 어디로 가라고 하면 말을 듣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애착이 생기는 것을 보면 재미있다. 제품을 설계할 때 “우리의 CEO가 누구냐”를 생각했다. 외식업 고객들, 종업원들, 운영주체들 세 그룹 모두가 만족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그걸 감안하고 제품을 설계했다.

우리 로봇이 납품이 된 곳에서의 수치를 보면, 하루 100번에서 많게는 300번까지 음식을 나르고 있고, 하루 5~10km를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대부분의 자율주행 디바이스가 그렇듯이 오작동도 있다. 처음보다는 많이 줄어 현재는 1% 이하의 실패율을 보이고 있다. 어느정도 쓸만한 수준이 된 것이고, 대부분의 실패는 복구가 가능하기에 고객 만족도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론 0.1%이하로 낮춰야 된다고 생각해 차이를 줄이려 노력 중이다. 현재 사람의 신발을 밟지않고 피해서 음식을 나르는 기계는 우리 로봇밖에 없다.

TEAM

코파운더인 팡 웨이(CTO)는 구글을 같이 다녔지만, 회사에서 알던 사이는 아니었다. 스타트업 하기 전에 사람들을 열심히 만나고 다녔는데,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팡 웨이도 창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상황이 아니었고, 내 아이디어를 듣고 마음이 맞아서 함께했다. 나와 팡웨이는 둘 다 로알못이어서 창업 전 로봇 커뮤니티에 이것 저것 문의를 많이했다. 브렌(CRO)은 그 과정에서 알게되었다. 독일에 있던 친구라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눴는데, 우리 아이템을 듣고 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 직접 대면할 때 가방 하나를 펼치는데 다 로봇 부품이었고, 그걸 눈 앞에서 조립하는데 움직이기까지 하더라. 초기 스타트업이 재미있다며 회사까지 관두고 합류했다. 후안(COO)은 내가 어디에 가서 발표를 할 때 알게된 사람이다. 행사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었는데, 내 발표를 듣고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얼마 뒤 회사에 찾아와서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비즈니스 전문가를 뽑는건 이른 상황이었는데, 훌룡한 인재라 손을 잡고 한 팀이 됐다. 이렇게 엔지니어링과 비즈니스 전문가로 코파운더를 꾸리고 회사를 설립했다.

창업을 시작하기 전후에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아 구글을 관뒀다. 막상 친한 사람은 같이 그만두고 회사에 합류하지는 않았다. 내 장점도 알지만 단점도 잘 알았기 때문일거다. 반면에 잘 모르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소개를 통해 함께했다. 아이디어와 비전만을 보고 합류한거다.

팀을 꾸리고 회사가 된 다음에 CEO로서 첫 과제는 코파운더 간 주식 배분이었다. 절대 1:1:1로 하면 안 된다고 봤다. 지분의 비율을 정하고 설득하는게 대표로 겪은 첫 난제였다. 하지만 서로 간 윈윈이라 싶은 정도에서 답이 나오니까 다들 열심히 했다.

처음에는 운영하던 식당에서 일을 했다. 내가 주방에서 일을하고 서빙을 할 때 코파운더들은 식당 구석에 앉아서 일을 했다. 엔지니어들이 일을 하며 열띤 토론을 벌여 식당에서 일하던 서버들이 불편해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가며 제품을 개발했다. 화요일은 가게 문을 닫고 전 직원이 출근해서 필드 테스트도 병행했다. 덕분에 빠르게 제품 개발이 이루어졌고 특별히 시간낭비 없이 정확하게 제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할 수 있었다.

2017년에 시작해서 3년 넘게 시간이 흘렀다. 현재 세 군데 지점이 있고, 글로벌하게 3개국에서 서빙을 하고 있다. 본사는 샌프란시스코 레드우드시티에 있고, 미국 내 운영은 댈러스에 있는 지사가 맡고있다. 한국에는 R&D 및 양산을 위한 서포트 조직이 있고, 일본은 파트너십을 통해 영업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팀 운영에 대한 다양한 방법론이 있겠지만, 결론은 ‘사람’인 것 같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조직과 맞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독립적이고 변심을 안 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게 안 되면 파운더들이 옮겨다녀야 한다. 우린 각국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현지 조직을 맡고있다. 처음에는 각 오피스의 고유 역할없이 정신없이 했지만, 지금은 역할을 구분해서 운영하고 있다. 효율성이 높아졌다.

Market Size

구글이 오프라인 광고를 온라인으로 옮기면서 큰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자동차나 외식업에 비해 작은 산업이다. 외식업에 드는 인건비만으로 자동차 산업 시장 규모와 맞먹는다. 그만큼 외식업은 기회가 큰 시장이다. 그런데 외식업 종사자들은 힘들게 일을 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우리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만 5조, 한국과 일본까지 합치면 10조, 전세계적으로는 50조 규모의 가치가 있다고 봤다.

Timing

우리 사업의 타이밍이 좋은지 안 좋은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거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좋다. 미국 외식업 협회에 소개가 되었고, 수상도 했다. 현재까지 미국 시장 기준에 맞는 동종 제품은 없다. 우리 로봇만이 미국 시장에서 고려가 되고있다. 그래서 대형 고객들과 제휴를 맺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양산하는 단계는 아니기에 더 많이 납품을 못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대량 납품 계획이 있다.

Investment

투자유치의 정답은 없지만, 모든 투자자가 좋은 건 아니다. 우리도 투자 거절은 많이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자를 목적으로 투자자를 만나는게 아니라 가볍게, 부담없이 만나서 이야기 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투자자를 만나서 “투자해 달라”는 말도 잘 안 했다. 그저 친구 삼고 싶은 투자자를 만나 우리 비즈니스 이야기를 열심히 했다. 화법의 기술을 부리기 보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다. 새로운 네트워크가 새로운 기회로 연결되었다.

질문을 많이 받는게 소프트뱅크로부터의 투자 유치 과정이다. 우리가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은 배경에는 손정의 회장이 찾고있던 제품을 우리가 만들고 있다는 것이 있었다. 투자받는 과정이 짧지는 않았다. 결정되기까지 2년 가까이 걸렸다. 시작은 소프트뱅크 관계자들을 미국 외식업협회 콘퍼런스에서 만난 것부터였다. 말단 직원에서부터 계속 위로 올라가는 과정이었다. 소프트뱅크가 하나만 잘 하는 로봇을 찾던 시기였다. 시장을 명확히 공략하고 있는 제품 카테고리에 우리가 있었다. 일본에 가서 데모도 많이 했다. 손 회장한테 보여줄 때는 밤새 연습했던 것 같다. 손 회장과는 30분 미팅이었는데, 바로 “투자합시다”라는 답을 들었다. 당시에 너무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투자 조금만 해달라”고 했다.

한국 창업자가 실리콘밸리로 간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영어라는 관문도 있지만,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 미국 시장을 공략하려 한다면 현지 문화를 알아야 한다. 미국 내 한국 스타트업 커뮤니티 ’82스타트업’ 등 네트워킹과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곳에서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다. 그런것 없이 무작정 시도하는 도전도 많이 본다. 현지 네트워킹에 신경을 써서 리스크를 줄이면 좋다. 그 과정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면 파트너나 직원을 찾을 수도 있다.

실리콘밸리라는 지역에서 혁신이 계속 일어나는 배경은 우선 에코 시스템이 좋다는 것이 있을거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도 못 하는 것이 있다. 특히 하드웨어, 제조는 아시아가 더 잘한다. 실리콘밸리가 잘 하는 것과 다른 지역이 잘 하는 것을 잘 조합하는게 중요하다.

힘든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이유

미국에서 직장생활과 창업을 들 다 해봤다. 개인적으로 느낀건, 직장생활보다 창업이 더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직장에선 내가 회사에 기여한 것을 100% 인정받기 힘들다. 80%정도면 잘 받는거다. 평가 시스템의 제약과 드러나지 않는 차별도 있다. 매니저의 이득과 개인의 승진이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다. 스타트업은 정말 힘들지만, 내가 100을 보여주면 공헌도 100을 인정해 준다. 투자자 입장에서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하고 창업자의 공헌을 인정해줘야 한다. 그때는 한국인이건 미국인이건 중요하지 않다.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기에 스타트업이 더 좋다.

스타트업은 ‘남의 일’이라 생각했던 어느 ‘포닥’창업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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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뱃 코파운더 (왼쪽에서 두 번째) 허인영 대표 / 사진=허인영 대표 발표 자료

실리콘밸리에서 창업과 취업을 경험한 한국인의 이야기를 듣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0’ 마지막 연사로 허인영 밀리뱃 대표가 온라인 무대에 섰다.

허인영 대표는 미국에서 박사를 마치고 포닥(박사후 연구원) 생활을 하다 기술 스타트업을 설립한 창업자이다. 그가 2015년 창업한 밀리뱃은 소형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작고 성능이 높은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허 대표는 창업을 면밀하게 준비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창업을 결심하고나서 생태계 동향을 배웠다. 그는 “창업은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누가 “창업을 할거냐”라고 물어보면 “안 한다”라고 답한 적도 있다. 하지만 어느날 내 아이디어를 창업이란 형태로 키워보는 것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런 기회가 인생에 언제 다시 오겠나. 그래서 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창업 전과 후의 변화로 의사 결정 부분을 들었다. 허 대표는 “석사, 박사, 포닥까지 8년간 실험과 근거를 바탕으로 최대한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결정하는 훈련을 했다. 하지만 창업 이후에는 정 반대로 제한된 정보만으로도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잦았다.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데, 그때 “빠르게 내리는 나쁜 결정이 결정을 미루는 것보다 낫다”란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생각해보니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으면 피드백도 없는 것 아닌가. 이후에는 이를 항상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하 허인영 대표 발표 내용 전문 정리)

왜 배터리 회사를 창업했냐고? “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싶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는 박사과정을 하러 왔다. 클린룸에서 연료전지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연구를 하며 배터리와 전기화학을 더 알고싶었다. 그래서 포닥(박사후 연구원)을 재료과로 갔고, 회사 코파운더인 릴랜드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게됐다. 박사지도 교수와 포닥 지도교수는 20년 이상 UCLA에서 ‘3D 마이크로 배터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그 프로젝트에 후일 회사를 공동 창업한 릴랜드를 만난다. 둘이서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3D 마이크로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재조공정을 개발하게 되어 특허를 냈다. 당시 UCLA와 특허미팅을 하는데 학교 IP를 담당하는 직원이 “창업할거냐(Are you going to start a company)”고 묻더라. 우리 두 사람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때만해도 나나 릴랜드는 박사를 마치고 회사에 취업하거나 연구소쪽으로 갈 계획이었다. 창업은 우리와 관계없는 이야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연구소, 반도체 회사, 배터리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직업군 인터뷰를 했는데, UCLA 특허 미팅 때 들었던 말이 계속 뇌리에 남았다. 창업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금요일 오후 한산한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면서 릴랜드에게 “창업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배터리 연구도 좋고, 관련 산업군에 남고 싶다. 다른 배터리 아이디어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키워보는 것도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회가 인생에 언제 다시 오겠나. 그런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라고 이야기를 했다. 릴랜드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1년이라는 시간을 부여해보기로 했다.

‘창업’에 대해, ‘스타트업’에 대해 뭘 모르는지를 몰랐다

연구실에서 연구만 했던지라 우리가 뭘 모르는지를 잘 몰랐다. 그래서 학교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자,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고, 만날 때마다 새로운 용어를 배웠다. VC, 엔젤, 액셀러레이터, 피치덱, 전략적 투자, 비즈니스 플랜 등 개념을 미팅하며 알았다. 한 시간짜리 미팅 3개만 해도 지치더라. 그러다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에 지원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들었다. 사실 와이콤비네이터가 에어비앤비나 드롭박스 초기 투자를 한 액셀러레이터라는 것도 이때 처음 알았다. 우리같은 하드웨어 회사에게 와이콤비네이터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마감 전날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원 양식 중간에 “컴퓨터 시스템이 아닌 실생활에서 라이프 해킹을 성공적으로 한 예를 적으라”는 질문도 있었는데, 그전까지 해킹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한지라 당황스러웠던 기억도 있다.

서류 통과가 되어 인터뷰를 오라는 이메일을 받고 배터리를 챙겨서 샌프란시스코로 갔다. 비행기 검색대에서 제품을 압수당할까봐 LA에서 마운틴뷰까지 운전해서 갔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잡았는데, 각 방마다 와이콤비네이터 인터뷰를 온 지원자들이 가득했다. 우리처럼 처음 지원한 팀, 여러번 지원한 팀, 영국 등 해외에서 온 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연구실에만 있었기에 그 모습이 신기했고 새로웠다. 이런게 실리콘밸리인가 싶었다.

운 좋게 와이콤비네이터 배치에 들어가게 되고 일주일에 한 번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3개월 프로그램을 마치고 마지막에 데모데이를 했다. 500명 규모 투자자들 앞에서 150개 팀이 2분 30초 동안 이틀간 피치를 하는 행사다. 덕분에 비교적 빠르게 초기 투자를 했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 우리가 목표로 하는 금액을 바로 투자한다는 투자자를 만나서 놀라기도 했다. 이런 일이 우리한테도 일어날 수 있구나 싶었다. 흥분한 마음으로 무대에서 발표 내용을 잊을 뻔 했다.

투자 유치 이후 밀리뱃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게 됐다. UCLA 인큐베이터 공간에서 하이파워 배터리 개발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나는 클린롬에서, 릴랜드는 배터리 테스터가 있는 연구소에 하루 종일 연구만 했다. 그렇게 배터리 개발을 했고 지금은 배터리를 파트너 회사들한테 보내서 테스트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그렇게 탄생한 스타트업 ‘밀리뱃’의 5년

밀리뱃은 IOT, 바이오매디컬, 커넥티드 소형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작고 강한 배터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모든 무선 전자기기는 배터리가 필요하다. 스마트디바이스는 해가 갈 수록 크기가 작아지고 종류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ARM과 소프트뱅크의 자룡에 따르면, 향후 20년 간 인터넷에 연결된 누적 디바이스 수는 1조 개로 예측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IOT디바이스에 들어가는 소형 배터리에 요구가 클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시장 사이즈가 큰 것이다. 하지만 현존 소형 배터리는 시장이 요구하는 스마트 기능의 파워가 부족하다. 배터리가 크기가 작아질 수록 단위 부피당 저장되는 에너지나 파워의 밀도가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밀리뱃이 필요한 이유이다.

밀리뱃은 작은 배터리에서부터 스마트폰이나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에너지 밀도와 파워 밀도를 유지하는 솔루션이다. 이것이 가능한 배경에는 기존 2D구조가 아니라 3D구조를 구현하는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높은 파워와 사용시간을 연장하는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 작고, 충전이 가능하고, 강한 파워를 내서 5배 이상 오래가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다양한 크기와 두께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은 특허로 보호되고 있다.

소수정예 코파운더

밀리뱃은 작은 배터리를 만들기에 특화된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이크로 스트럭처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기술과 배터리 재료와 전기화학에 대한 이해를 가진 팀이다. 나는 UCLA 기계공학과 멤스(MEMS)랩에서 배터리와 연료전지를 구성하는 마이크로 스트럭처를 디자인하며 직접 클린룸에서 공정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공동창업자인 릴렌드(COO)는 같은 연구소에서 배터리 재료를 연구하는 케미컬 엔지니어이다. 후일 두 명의 VP도 합류했다.

밀리뱃은 UCLA에서 2015년 3월 관련 기술을 개발해 IP를 파일링하고 회사 설립은 그해 말 12월에 하게 된다. 2017년 초에 와이콤비네이터의 배치팀에 선정되고 같은해 3월 처음으로 선보이고 IP도 UCLA로부터 라이센싱한다. 데모데이를 통해 시드투자 유치를 하고 기존 배터리보다 1000배 이상 높은 하이파워 배터리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2019년 초에 UCLA 인큐베이터에서 독립했다. 올초에 프리A 펀딩도 마무리 하고 2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도 완료한 상황이다.

연구실을 벗어나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배운 것

창업을 하자 마자 가장 먼저 겪었던 난항이 UCLA와의 라이센싱 협상이었다. 이 라이센스가 없으면 투자가 어렵고, 투자금이 없으면 라이센스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로열티나 지분 등 다양한 부분에서 협상을 해야했는데, 경험이 없다보니 여러번 위기를 겪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과 학교가 통상적으로 하는 범위 사이에서 접점이 잘 안 만들어져서 여러번 원점으로 돌아가는 등 어려운 딜이었다. 하지만 보통 1년에서 길면 수년이 걸린다고 하는 라이센스 협상을 6개월만에 우리가 제시한 조건으로 끝냈다.

협상을 하면서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 번째는 협상 테이블 반대편에 앉은 사람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 사람이 자기 조직에서 우리를 위해 설득해 줄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 줘야 한다는 거다. 우리는 다른 배터리 회사가 여타 대학교와 맺은 로열티 구조 등 자료를 제공하기도 하고, 배터리 산업군에서의 마진 구조를 조사해서 주기도 했다. 우리가 비지니스를 하려면 어떤 구조야 한다는 것을 자료와 함께 설득했다.

두 번째는 라이센스 딜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연구소에 오래 있다가 창업을 했기에, 투자자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공격받는 부분이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이었다. “너희는 아무 경험이 없잖아, 비지니스 경험이 없쟎아” 등 지적이다. 그런데 긍정적인 경험을 한 번 하니 힘이 되었다.

의사 결정도 창업 전과 후가 달라졌다. 석사, 박사, 포닥까지 8년간 실험과 근거를 바탕으로 최대한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결정을 하는 훈련을 했다. 하지만 창업 이후에는 정 반대로 제한된 정보만으로도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잦았다.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데, 그때 팟캐스트에서 “빠르게 내리는 나쁜 결정이 결정을 미루는 것보다 낫다(Bad decision is better than no decision)”란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그전까지 “틀린 결정을 내리면 바로 망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확실해질 때까지 결정을 피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으면 피드백도 없는 것이니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후에는 이를 항상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It’s ok to be yourself”

리차드 브랜슨이 ‘너 자신 그대로여도 괜찮다(It’s ok to be yourself)’라는 말을 했다. 막연한 의미로 들릴 수 있겠지만, 운 좋게도 나는 창업초기에 이 말을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와이콤비네이터 본 데모데이에 앞서 투자 파트너들 앞에서 처음 사업 발표를 한 적이 있다. 발표를 시작한지 몇 분도 되지 않았는데, 한 파트너가 벌떡 일어나서 “너 똑똑한거 알겠고, 기술 좋은거 알겠는데 암울해 보인다. 좀 더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겠니.” 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 자리에서 바로 연습을 시키더라. 그래서 이후에 고함치는 느낌으로 스피치도 해 보고, 카리스마 있는 척도 해보고, 여러가지 연습을 했다. 그러다 좀 편안해진 상태에서 한 데모데이 전날 발표에서 “여지껏 한 발표 중에 제일 좋았다”라는 다른 파트너 피드백을 받았다. 그말을 들으며 깨달은 게 “나 아닌 사람인 척 할 때 사람들이 거부감을 가진다는 것, 진정성있는 자신감을 보여야 사람들이 장점으로 받아들인다는 것”를 깨닫게 되었다. 다른 이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장점

한국의 투자 씬은 기술을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 투자자들은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더라. 만남 전에 우리 논문과 특허도 꼼꼼하게 읽어보고 와서 대화를 한다. 기술 기반 창업에 굉장히 긍정적인 환경이다. 하드웨어도 생태계도 받쳐주는 것 같다.

삼성 출신 스타트업 대표가 12억 날리며 깨달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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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익 쿨잼컴퍼니 대표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 잘 나가는 건 다르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C랩)으로 태동해 2016년 분사한 ‘쿨잼컴퍼니’는 인력과 기술력, 글로벌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했다. 국내외서 주목받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회사에서 선보인 인공지능 음악 앱(험온)은 200만 회(10월 현재 기준) 가량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한국팀 최초로 세계 3대 음악 박람회 ‘미뎀랩(Midemlab) 2017’에서 우승했다. 또 한국팀 최초로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버클리 스카이덱에 선발되며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대표 서비스였던 첫 아이템 험온과 두 번째 아이템(인공지능 BGM 서비스)은 실패로 귀결됐다. 둘 다 수익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7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테헤란로 커피클럽 연사로 나선 쿨잼컴퍼니 최병익 대표는 “회사가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로 회사가 잘 나가는 것은 큰 괴리가 있었다. 험온은 고객이 원했던 서비스였고 다운로드 수도 많았지만, 고객이 지갑을 여는 서비스는 아니었다.”며 “본업하고 상관없는 것에 많은 리소스를 투여했다. 정작 가장 중요한 회사의 이벤트인 유료화는 회사 설립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내놓았다. 유료화를 미룬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해서 완성도를 높이면 더 좋은 서비스가 되겠다 싶어 싶어 시간을 끌었다. 어느 정도 완성도가 되었다 싶어 수익모델을 내놓았는데,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았다. 서비스 한지 3년만에 알게 된 것이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창업 후 해야할 일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개발’과 ‘고객 개발’이다. 앞선 실패에 배운 건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해도 될 일이었다.”라며 “가장 큰 리스크부터 해결해야 한다. 창업은 10명 중 9명은 망한다. 스타트업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 1위는 ‘마켓 니즈를 못 찾아서’이다. 그걸 찾기 위해서는 돈을 받고 팔아봐야 안다. 망하지 않는 창업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면서 스타트업을 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날 최병익 대표는 앞선 두 번의 실패와 현재 비즈니스 모델인 크라우드소싱 기반 유튜브 영상편집 서비스 ‘에딧메이트‘를 만든 과정을 설명했다. 이하 강연 전문 정리.

인공지능 음악 앱 험온이 실패한 이유

애시 모리아는 저서 ‘린 스타트업’에서 스타트업 3단계를 우선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인가?(Problem/Solution Fit)’, 두 번째 ‘사람들이 원하는 솔루션인가?(Product/Market fit)’, 세 번째 ‘성장을 어떻게 가속화 할 것인가(Scale Up)’라고 했다. 1번을 풀면 ‘MVP(최소요건을 갖춘 제품)’가 나오고, 2번을 해결하면 좋은 ‘제품’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시장과 맞으면 ‘성장 가속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단계인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인가?’에서도 답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제대로 된 MVP를 만들려면’ ‘고객이 원하는 것인지(필수성)’, ‘고객이 돈을 낼 만큼 원하는 것인지(실용성)’, 우리가 해결 가능한 문제인지(현실가능성)를 감안해야 한다. ‘험온’은 이중 2번과 3번에 대한 답을 3년 간 못 찾았다. 고객이 원했던 서비스였고 다운로드 수도 많았지만, 돈을 내지는 않았다. 인공지능 기술로 음악을 할려면 사람이 하는 수준이거나 그보다 나아야 했는데, 현재 기술로는 그 기대치에 도달할 수 없었다. 서비스를 3년 간 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수익화에 실패해 현재 험온은 안드로이드 버전만 무료로 열어놓은 상황이다.

고객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기 전에 하지 말아야 할 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것이지만, 과도한 언론 노출,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한 무리한 IR대회 참가, 목적이 불분명한 해외 진출, 사람부터 먼저 뽑는 것, 많은 정부과제 수행은 피해야 한다. 정부과제를 할 당시에는 일을 잘 하고 있고 열심히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어설프게 남들 따라 만든 ‘쿨’한 조직문화도 꼭 필요한건 아니었다. 일하고 상관없는 것에 많은 리소스를 투여했다.

정작 가장 중요한 회사의 이벤트인 유료화는 회사 설립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내놓았다. 유료화를 먼저 했었어야 했는데 미뤘다. 반추해보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해서 완성도를 높이면 더 좋은 서비스가 되겠다 싶어 싶어 시간을 끌었다. 어느 정도 완성도가 되었다 싶어 수익모델을 내놓았는데,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았다. 만약에 이걸 먼저 알았더라면 더 빠르게 방향을 전환했을거다.

창업 후 3년 뒤…대표 혼자 회사에 남았다. 

다섯 명이 공동창업을 했는데, 나를 빼고 네 명이 모두 퇴사했다. 스카이덱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하며 본사를 미국으로 옮겼는데, 공동창업자가 다 떠났기에 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폐업도 할 수 없었다. 투자받은지 1년이 채 안 된 상황이었고, 믿고 따라와준 직원들에 대한 도리를 지켜야 했다. 그래서 공동창업자들의 지분을 혼자 다 인수했고, 회사 빚과 연대보증으로 인한 빚을 갚기 시작했다. 이후 직원도 모두 퇴사했다. 이 과정에서 12억 정도를 날렸다. 창업 3주년이던 2019년 12월 다 떠나고 혼자 회사에 남게 됐다.

쿨잼컴퍼니의 피봇 히스토리

많은 돈을 쓰고 인공지능 작곡 서비스 ‘험온’을 2년 정도 하다가 뮤직 큐레이션 서비스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씁쓸한 교훈을 얻었다. 이후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피보팅을 해 인공지능 BGM서비스(사운드업)을 출시했다. 소비자가 크리에에션에는 돈을 쓰지 않지만, BGM에는 돈을 쓸거라 생각했다. 1년간 서비스했는데, 소비자는 사람이 만든 음악 위주로 사지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에는 역시나 돈을 안 썼다. 그러다보니 기존 음악 서비스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성장은 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렇게 하면 회사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봤다.

그리고 나서 피보팅해 출시한 서비스가 ‘인간지능’ 영상 편집 서비스인 ‘에딧메이트’다. 영상시장을 살펴보니 가장 큰 문제는 편집이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하다보니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느꼈다. 인공지능이 다 잘하는 건 아니다. 특히 창작의 영역은 여전히 사람이 더 잘하는걸 깨달았다. 인간이 직접 편집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를 론칭한 배경이다.

세 번째 서비스로 피봇하며 풀어야 했던 문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MVP를 만들기 위해 필수성, 실용성,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빌드업을 했다.

분야 전문가가 아닌지라 유튜브 편집을 외주로 하는 니즈가 얼마나 되는지를 처음에는 알지 못 했다. 그래서 여러 재능마켓에서 편집을 맡기는 사람과 편집하는 사람들의 정보를 가져와서 무료로 매칭시켜 봤다. 유저들이 어떻게 거래하는지 어떤 정보가 오고가는지를 파악하려는 의도였다.

근본적으로 플랫폼이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유튜버 등 영상 편집 수요자는 돈을 적게 주고 싶고, 제공자인 편집자들은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한다는 거다. 거기에 플랫폼을 유지하려면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 이걸  풀기위해 고민한 끝에 최상급 편집자만 선발했고, 가격이 다소 높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보였다.

편집을 맡기는 많은 사람들이 재능마켓에서 실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퀄리티가 낮아서다. 완성품을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돈을 더 주더라도 검증된 편집자와 일하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다. 그리고 편집자들은 스킬이 좋고 나쁨을 떠나 재능마켓에서 비딩 형식으로 수주를 해야하기에 저렴하지 않으면 선택 자체가 안 되서 차별화하기 어려웠다. 그 부분이 빈 시장이라 판단해서 들어왔다.

영상편집 서비스 MVP 준비…개발 요소를 모두 뺐다.

2019년 9월 초, 잠재고객 20명을 인터뷰 후 ‘린 캔버스(Lean Canvas, 린 스타트업에 대응하여 빠르게 스타트업을 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작성했다. 서비스 제공자와 수용자의 상황에 따라 건당 차감 방식으로 매칭을 시켰다. 9월 말에서 11월 초까지 8주간 무료로 매칭했고, 11월 말에 MVP를 개발했다.

서비스의 MVP개발 요구사항을 꼽아보니 우선 랜딩 페이지가 필요하고, 고객과 소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파일을 주고받는 전송 시스템, 계약 체결 시스템, 견적 발송 시스템, 결제 시스템, 고객관리 시스템 등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때 회사에 나 밖에 없었기에 이걸 다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개발 요소를 모두 빼기로 했다.

그래서 윅스(Wix 홈페이지 제작서비스)로 하루만에 랜딩페이지를 만들고, 카카오톡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다. 파일전송은 기존 서비스 중 좋은 걸 추천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지금은 제대로 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계약 과정도 생략하고 진행했다. 견적은 구글독스로 받아서 PDF로 변환해 전달했다. 결제는 계좌이체로 했다. 고객관리는 구글시트로 대응했다. 이렇게만 해도 서비스는 돌아갔다.

무료 매칭 이후 2019년 12월에 첫 유료 고객이 발생했다. 11월에 연결이 되어 짝사랑하는 사람, 전남친처럼 열심히 연락했다. 고객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고 거절을 했지만, 12월에 다시 연락이 와서 첫 고객이 되었다. 이 고객은 지금도 우리와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서비스 초반 6개월 성적표

에딧메이트의 첫 달(12월) 매출이 287만 원이 발생했다. 그달 험온보다 매출이 더 높았다. 험온이 얼마나 돈이 안 되는 서비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6개월 간 월 매출 평균 성장률이 76%를 기록했다. 고무적인건 재구매율이 92%에 달했다는 것이다. 6개월 차 매출은 약 5천만 원, 지금은 1억원을 향해 가고 있다.

마케팅은 따로 하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영상 편집 수요자를 찾았고, 공개된 이메일에 서비스 소개를 보냈을 뿐이다. 지금은 제대로 마케팅을 하려고 시도 중이다. 운영인력은 6개월 동안 나를 포함해 세 명이서 했다. 지금은 9명이 되었다.

우린 품질 관리를 위해 영상 편집자를 깐깐하게 선발한다. 100명이 지원하면 그중에 10명 정도만 일하게 된다. 납기 준수는 기본이다. 아울러 사고 발생 시 전담 매니저가 365일 대응한다. 그리고 세금계산서나 견적서, 계약서 등 필요한 서류도 고객 편의적으로 처리한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김미경TV, 신동댕동, 직방TV 등 50여 유튜브 채널이 고정으로 우리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이들 고객 채널의 구독자 수를 합치면 1000만 명에 달한다. 네트워크 파워가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

사람인이 발표한 조사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성인남녀의 유튜브 도전 의향은 63%에 달한다. 직장인 2대 허언이 ‘퇴사한다’와 ‘유튜브한다’라고 하잖나. 이것이 허언에 그치는 이유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채널을 운영하려면 해야할 것이 많다. 기획, 촬영, 홍보, 채널성장, 악플 등 신경쓸게 많다. 에딧메이트는 이중에 편집에 대한 허들을 낮춰주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비디오 크리에이터에게는 스트레스 없는 영상 편집 협업 경험을, 에디터에게는 높은 보수와 자유로운 삶을 제공하려고 한다. 우리의 목표는 영상 편집 서비스를 주축으로 비디오 크리에이션 산업의 서플라이체인을 혁신하는 것이다. 영상 소비는 TV에서 모바일로, 유튜브로 넘어왔다. 하지만 영상 공급자는 여전히 TV시장의 관성에 따라 움직인다. 서플라이체인을 유튜브와 모바일에 특화된 형태로 바꾸는 데 일조하려 한다.

잘 된 편집의 기준, 정량적인 지표

편집은 창작의 영역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측정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강의영상, V로그, 토크 등 카테고리 별로 정형화된 공식을 만들고 그것에 대한 견적 방식, 난이도에 따른 리소스를 세세하게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 공개할만큼 정교하지는 않다. 아직까지는 신뢰의 영역에서 서비스를 하고있다. 재구매율(92%)이 이를 보여준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따라한다면

우리 아이템이 진입장벽이 낮아보일 거다. 에딧메이트의 경쟁우위는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편집자 풀’이다. 이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돕는다. 우리가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 이들이 돈 많이 벌게 하는 것이 우리의 KPI(핵심성과지표)다. 그렇게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이런 관계와 풀이 입소문이 나서 좋은 에디터가 많이 모인다면 이용자가 떠나기 쉽지 않다고 본다. 큰 회사가 따라한다면 우린 환영이다. 스타트업이 망할 때 경쟁으로 망하는건 그래도 후반 단계까지는 가는 거다. 보통 경쟁할 가치도 없어서 망한다. 그런 경쟁을 해봤으면 좋겠다. 

남들처럼 하면 남들처럼 된다.

창업은 10명 중 9명은 망한다. 평균이 망하는거다. 창업 후 해야할 일이 많다. 사무실도 알아봐야 하고, 사람도 뽑고, 언론에도 노출되고, 회사 룰도 만들고, 평가 보상 체계도 만들고, 액셀러레이터도 지원하고, 피치덱도 만들고, IR대회도 나가고, 정부 과제 지원도 하고, 벤처 인증도 받고, 기업 부설 연구소도 설립해야 되고, 파트너십도 맺고, 네트워크 파티도 참석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개발’과 ‘고객 개발’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 말하자면,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 물론 나머지 일들도 해야할 때가 있다. 하지만 처음에 필요한 일은 아니다. 제품 개발과 고객 개발을 제대로 한 후에 할 일이었다. 남들이 다 하는 건 하지 않는게 좋다.

가장 큰 리스크부터 해결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 1위는 ‘마켓 니즈를 못 찾아서’라고 한다. 그걸 찾기 위해서는 돈을 받고 팔아봐야 안다. 망하지 않는 창업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면서 스타트업을 할 수 있다. ‘가격’은 제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돈을 받고 팔아야 제품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 어떤 상품으로 100억원을 벌려면, 1억원 짜리를 백 개 팔거나, 백만원짜리를 만 개 팔거나, 천 원 짜리를 천 만 개 팔아야 한다. 보통 가격과 수요는 반비례한다. 가격을 ‘0’으로 셋팅하면 수요는 이론상 무한대로 늘어나고 제품의 가치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서비스든 처음부터 가격을 매겨야 한다고 본다. 이 가격이면 누가, 얼마나 살지 시장규모를 측정하는 것이다. 망하지 않는 창업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돈 받고 팔아보는 거다.

투자유치 계획

구체적으로 언제 받아야 한다는 걸 정하진 않았다. 스케일업을 하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러프하게 생각하는 건 올해 말, 내년 초쯤에 투자에 대한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15년 경력 HR 출신 창업자 “사업을 하며 진짜 HR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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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종 스포트라이트101 대표 / 사진=테헤란로 커피클럽 웨비나 캡쳐

스포트라이트101은 설립된지 불과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다. 회사 업력은 길지 않지만, 창업자인 김영종 대표는 이번이 스타트업 3회차다.

김 대표는 네오위즈와 아프리카TV에서 CIC(사내 독립기업) 형태로 창업을 했던 경험이 있다. 아프리카TV에서는 자회사 형태였고, 네오위즈에선 스핀오프(분사)까지 했다. 더불어 그는 사회인으로선 15년간 7개 기업에서 인사담당자로 커리어를 쌓아왔으며, 회사 밖에선 4년간 팟캐스트를 운영한 오디오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스포트라이트101이 이달 선보일 예정인 ‘블라블라’는 김영종 대표의 앞선 경험이 바탕이 된  서비스다. 오디오 콘텐츠와 커뮤니티형 서비스가 결합한 블라블라는 오디오 플랫폼이자 커뮤니티형 라디오를 표방한다. 유저들의 개인별, 주제별, 관심사별 커뮤니티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음성 기반으로 자신의 커뮤니티를 생성하여 다양한 유저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 7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테헤란로 커피클럽 연사로 나선 김영종 대표는 자신의 창업기와 서비스 론칭 배경을 설명하며 “어떤 것이든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창업은 매일 매일이 창조적 루틴, 창의적 루틴의 연속이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서 결국 성과를 이루고 결과를 낸다. 회사가 어떤 결과를 이루면, 그 결과가 자신의 결과가 되고, 성과가 되고, 업적이 되고, 누군가가 인정해 주는 기초가 된다.”라고 말했다. 이하 김영종 대표의 강연내용 정리.

세 번째 창업…크고 작은 기업에서의 경험이 창업의 바탕

다수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바로 사업을 시작한 것과는 달리 나는 대기업과 작은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받았던 많은 자극과 경험이 창업의 근간이 되었다. 내 사회 경력의 독특한 부분은 15년동안 HR(인사담당자)이었다는 것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 네오위즈 등 빠르게 성장 중인 회사들에서 새로운 사람을 뽑거나, 새로운 교육을 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일을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커리어가 새로운 일, 창업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것이 지금의 스포트라이트101이라는 회사와 블라블라라는 오디오 플랫폼으로 이어졌다.

창업 아이템에 자극을 주었던 건 ‘김팀장’이란 타이틀로 팟캐스트를 4년 간 운영한 것에서 기인한다. 그 경험이 블라블라를 만드는데 굉장히 많은 자극이 되었다. 또 콘텐츠에 대한 자극은 CIC 형태로 창업했던 프릭엔에서 받았다. 프릭엔이 팟캐스트 사업을 하기 전 MCN 전문가,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콘텐츠 사업을 했는데, 그때 콘텐츠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대폭 늘었다. 이 시장이 사업적으로 비전이 있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게 된 시점이다.

3개월밖에 되지 않은 극초기 스타트업

스포트라이트101은 극초기 단계 회사다. 2020년 6월 15일에 설립되었으니, 4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사람으로치면 수습을 갓 땐, 적응기의 상황인 셈이다. 감사하게도 시작과 동시에 카카오페이지에서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페이지는 투자사이자 협력사이다. 여러 부분을 열어놓고 함께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 10월 중 1차 베타 서비스가 론칭된다. 새로운 영역의 서비스이기에 올해는 국내 서비스를 하고, 내년에 해외 3개국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1차 타깃은 일본을 생각하고 있다.

커뮤니티형 라디오 서비스 ‘블라블라’를 만들기까지

프릭엔에 있을때 ‘팟프리카’라는 팟캐스트 서비스를 만들었다. 당시 국내 팟캐스트 메인 플랫폼은 팟빵, 오디오클립, 팟티 구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빠른 성장이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AJ를 모집하고, 모회사인 아프리카TV와도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NHN에서 서비스하던 팟티를 인수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앞서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계를 보였던 부분은 ‘해외’였다. 국내에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이 있지만, 사실상 해외를 배제하고 있어 확장성을 갖기에는 장벽이 있었다. 우린 해외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을 고민했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이에 공감해준 투자사로부터 시드투자 유치도 했다.

유사 서비스처럼 오픈형 모델도 있지만, 블라블라는 초대한 사람끼리 소통하는 커뮤니티로도 서비스될 예정이다. 기존 텍스트 기반 커뮤니티는 여전히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고, 오프라인에서 소모임 형태의 다양한 커뮤니티가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는 음성중심의 커뮤니티가 비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누군가를 초대해서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블라파티’라고 명명한 서비스가 우리의 메인이 될거라 본다. 누구나 오디오 컨텐츠를 생성하려면 컨텐츠 생성에 관련된 허들을 낮춰야 한다. 그래서 짧은 형태의 오디오를 올릴 수 있는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 앞으로 차근차근 오픈할 계획이다.

현재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우리가 어떤 것들을 할 지에 대해 조금씩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우리 서비스에서 방송 커뮤니티를 개설하는 ‘보이스 크루’ 모집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신청을 해줬다. 아울러 유명 호스트와도 손을 잡고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유저들의 생각을 듣는 설문 캠페인을 했는데, 2000여 명 정도가 참여해서 고무적이다. 그걸보며 오디오 시장에 대한 크리에이터들의 관심, 유저들의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유저들의 관심을 서비스에 잘 녹여낼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블라블라의 수익모델은 세 가지다. 광고와 쿠키라 불리는 수수료 개념의 후원, 그리고 유료모델이다. 유료모델은 어느정도 유저가 모인 다음에 도입할 듯 싶다.

미국에서 각광받고 있는 음성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 의 한국판 버전? 

클럽하우스가 어떤 서비스인지 알고있는 정도이다. 사실 클럽하우스에 대한 정보가 대외적으로 많지 않다. 그보다는 팟캐스트를 하면서 느꼈던 기존 플랫폼의 강점과 한계가 서비스 론칭의 배경이 되었다. 이전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을 서비스에 녹이려고 노력했다. 내년부터 유사 서비스가 많이 나올거란 전망도 있는데, 유저가 어떻게 느끼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블라블라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 작더라도 초대 중심으로 운영되는 서비스가 차별점이다.

콘텐츠 시장은 크리에이터에게 달려있다

향후 오디오 시장은 크리에이터들에게 달려있다. 유튜브는 처음에 방송국 콘텐츠를 보여주다가 많은 BJ, 스트리머, 크리에이터들이 자체 영상을 올리며 다양성과 컨텐츠를 확보했다. 그러면서 많은 유저와 그들의 생각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현재 오디오도 플랫폼적으로 다양해져가고 있고,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이쪽으로 넘어오는 중이다. 플랫폼 비지니스는 모바일과 MZ세대를 빼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존 팟캐스트는 콘텐츠 속성상 4050에 맞춰져 있었다. 현재의 소비계층과 향후 대세가 되는 젊은층을 확보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봤다.

“잘 아는 분야,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시작하면 좋다” 창업하려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

세 번째 창업을 하고 있지만, 훌륭한 창업자라 할 수는 없다. 그저 여러 경험치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다만 세 가지 정도 할 말은 있다. 나에게 하는 조언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 말하자면, 우선 창업은 잘 아는 분야, 자신만의 강점을 베이스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럴 때 스스로도 재미가 있고 가능성도 높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것들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잘 아는 분야, 실제 자신의 경험이 있는 분야, 그것이 베이스가 되면 더 좋다는 의미이다. 나는 팟캐스트로서 활동했던 4~5년의 경험, 그리고 HR로서의 경험이 강점이라고 생각했다.

HR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관리였다. 사업을 하니 사람이 진짜 제일 중요하더라.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것’이 이 일이다. ‘사업이 사람이다’라는 것을 자주 느낀다. 그렇기에 사람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고, 책도 더 많이 읽는 등 공부를 한다. 사업을 하며 진짜 HR을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창업을 비롯해 어떤 것이든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라는 거다. 창업은 매일 매일이 창조적 루틴, 창의적 루틴의 연속이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서 결국 성과를 이루고, 결과를 낸다. 회사가 어떤 결과를 이루면, 그 결과가 자신의 결과가 되고, 성과가 되고, 업적이 되고, 누군가가 인정해 주는 기초가 된다. 스스로 그걸 깨달아가며 창업을 하고 있다.

영화감독을 꿈꾸던 문과생이 블록체인 기반 연구노트를 만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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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정부 R&D 예산규모가 2조원이 넘어감에 따라, 연구데이터의 중요성과 가치가 제고되고 국가 차원에서 연구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과제 연구자에게 연구 데이터 관리 계획(DMP) 수립 시 소재연구데이터 플랫폼에 데이터 등록을 의무화 하고 있다. 다른 연구자에게 공유된 연구데이터의 활용 시 출처 표시, 위·변조 방지 등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가이드라인도 올해 제시된다. 대학에서도 DMP 기반으로 연구데이터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연구 데이터 관리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으며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솔루션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사실 이 스타트업이 등장하기 전까지 ‘연구데이터관리계획’이 어떤 개념이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잘 몰랐다. ‘레드윗(ReDWit)‘ 이야기다. 국가차원에서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실제로 연구데이터 관리 체계와 과정은 아날로그적이고 번거로움이 있었다. 레드윗에서 서비스하는 ‘구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쉽고 빠른 전자연구노트 서비스이다. 서면으로 작성된 기록을 사진만 찍으면 자동시점인증과 서명이 된다. 서면의 기록을AI를 활용해서 라벨링 및 검색기능을 도입하였고,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보안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연구자는 사진으로 찍기만 하면 자동으로 정부과제의 필수 요건을 갖춘 전자연구노트로 변환되기에 유용할 수 밖에 없다.

레드윗은 공대(카이스트) 출신들이 모여 창업한 기업이다. 이 조직에서 가장 이채로운 사람은 회사를 리드하는 김지원 대표다. 김 대표는 대학원(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전까지 문과 계열 커리어를 추구하던 사람이다. 고등학생 시절 꿈꾸던 직업은 영화감독이었고 대학 진학도 문예창작과로 했다. 대학에서도 4년 내내 희곡을 쓰며 작가를 추구했다. 첫 사회생활도 방송국에서 했다. 하지만 몇 번의 우연에 가까운 개인 경험이 이어지며 창업자로 나서게 된다.

김지원 대표가 21일 132회 테헤란로 커피클럽 발표자로 나서 자신의 창업기를 공유했다. 이하 강연 정리.

레드윗은 무엇을 추구하는 기업인가

레드윗은 ‘과정을 증명하는 회사’다. 보통 결과에 많은 집중을 하지만, 우린 결과를 만들기 위한 과정의 노하우와 고민, 실패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것을 잘 관리하고 인증해야 향후에 더 큰 가치로 활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 첫 번째로 타겟하는 분야가 ‘연구 기록’이다.

연구노트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소한 이들이 많을텐데, 보통 연구원들은 국가과제같은 것을 진행하면 결과 보고서와 함께 어떤 과정으로 연구를 했는지 연구노트를 제출한다. 위변조가 되면 안되는 기록이기 때문에 아무거나 낸다고 해서 인정이 되지 않는다. 모든 페이지마다 작성자 본인이 쓴 것이 맞다는 서명을 해야 한다. 제3자가 그걸 인증하는 확인서명도 해 줘야 한다. 언제, 몇 시에 했다는 타임 스탬핑이 있어야 연구노트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형식이 까다롭기 때문에 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연구원들이 모여서 기존에 썼던 수기를 다시 그 연구노트 형식으로 옮겨야 하는데, 시간을 굉장히 많이 소모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다. 기존에 자연스럽게 생성된 노트의 사진만 찍으면 연구노트 형식으로 만들어주고, 그걸 다 블록체인에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위변조 방지를 할 수 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작년에 시드투자 유치를 했고, 최근에 프리A 투자유치를 하면서 정식버전을 출시했다.

레드윗은 카이스트 창업프로그램 E*5의 우승팀이 주축이다.

그런 서사가 들어가니 ‘공대생들이 만든 공대 프로그램이다’라고 생각하는 듯 싶다. 나는 문과 출신이다. 대학 전까지 장진감독같은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한 기회에 장진감독을 만나 조언을 듣고 진학도 문예창작학과로 했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장진감독이 보내준 연극표가 계기가 되어 대학 4년 내내 희곡을 쓰며 작가를 목표로 했다. 그런데 내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다.

학교 졸업 후 꿈에 접근하지 못 해 고민했다. 그러다 선배들이 방송쪽으로 많이 진출을 해 있는 것을 보고 나도 첫 커리어를 방송국으로 했다. 그런데 방송작가는 나에겐 험난한 세계였다. 평생 들을 욕을 거기서 다 들은듯 싶다. 인정을 받는 위치도 아니란 생각이 들어 대안도 없이 도망치듯이 나왔다.

창업을 배우러 대학원으로 갔다

다음을 고민하고 있을 때 출산을 마친 친언니의 연락을 받고 육아를 도우러 갔다. 이때 좀 놀랐던게 내가 아이를 너무 잘 본다는 거였다. 조카가 왜 우는지, 뭐가 필요한지, 어떻게 달래줘야 하는지를 느낌으로 알겠더라. 그래서 육아 관련 일을 해야 하나라는 진지한 고민까지 했다.

이 때 인생의 전환점을 한 번 맞이하게 된다. 소개로 만난 카이스트 공대생이 나한테 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사람과 나는 특정 이슈를 바라보는 시선 차이가 있었다.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 그 사람은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답했다. 아이디어와 해결책이 있으니 어떻게 시작할지를 고민했다. 창업을 생각한 것이다. 그때 지인 세 명이 동시에 카이스트에 스타트업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알려줬다. 나한테 어울릴 것 같다고 했다. “아이템만 이야기하지 말고 거기 가서 진짜 배워보라”고 하더라. 문과출신이라 가능할까 싶었는데, 운좋게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가보니 실제로 창업을 배울 수 있었다. 창업을 해본 교수진이 가르쳤고, 이론보다는 실무에서 적용할 수 있는걸 많이 다뤄서 좋았다. 수업 외 개인적으로 가서 내가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본듯 싶다. 그러면서 제대로 창업을 배울 수 있었다.

첫 창업을 하고 접었다.

동기들과 창업 프로젝트를 했다. 처음에는 반려동물 미용실 앱서비스를 만들려고 했다. 그걸 개발하고 있을때 어떤 투자사 관계자가 “펫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보면 어떠냐”고 조언을 해줬다. 블록체인이 뭔지도 잘 모를 때라 제대로 되지는 않았다. 이어 또 투자사 관계자가 “뷰티분야와 블록체인을 융합하면 어떻냐”는 제안을 해줬다. 이 즈음에는 블록체인에 대한 공부를 좀 한 상황이었고, 투자사에서 화장품 회사까지 연계를 해줘서 실제로 괜찮은 아이템이 나왔다. 화장품이 정품인지 확인해 인증하는 서비스였는데, 회사를 설립했고 시드 투자까지 받았다. 1년 정도 코파운더 역할도 했다.

하지만 1년 뒤에 그만뒀다. 내가 화장품 산업을 잘 모른다는 것이 컸다. 제대로 알기위해 나름 다방면으로 노력은 했는데 주변 상황이 호응을 해주진 않았다. 실제 화장품 분야에서 어떤 니즈가 있는지, 그걸 기반으로 뭘 해야할지 제대로 된 기획을 못하겠더라.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라는 판단으로 나오게 됐다.

그리고 졸업을 했다. 

첫 창업에서 하차할 때가 대학원을 졸업할 즈음이다. 그동안 내가 뭘 배웠는지를 많이 생각했다. 긍정적인 건 대학원에서 창업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그리고 블록체인에 대해서 나름 공부를 했다는 거였다. 아쉬웠던 것은 내가 블록체인에 대한 도메인 지식이 없기에 할 수 있는게 적었다는 것이었다. 생각의 정리와 고민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나열했다.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좋을만한 것을 많이 생각했다. 그렇게 고른 아이템들을 들고 학교 교수님들을 찾아가서 자문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가장 호응을 얻었던 것이 ‘연구노트’였다.

‘레드윗’의 탄생

당시 교수님들이 “연구노트는 블록체인으로 했을 때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했다. 그래서 진짜 소비자들이 필요한지를 조사하기 위해 가설을 세웠다. 우선 “연구원들은 회의도 하고, 영상으로 미팅도 하고, 서면기록도 하니까 사진도 필요할거다”라는 가설 하나와 “요즘 연구원들은 아이패드를 많이 쓸테니 패드 버전을 먼저 만들어야 될거다”라는 거였다. 그런데 실제로 조사를 해 보니 연구원들은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환경 속에 있었다. 왜냐하면 실험 환경에 스마트 디바이스를 마음대로 들고 갈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빠르게 적어야 되기에 수기로 한 노트가 많았다. 확인해보니 거의 70%가 서면기록이었다. 그리고 아이패드는 수업 때는 많이 쓰는데, 연구할 때는 그렇게 많이 쓰지 않았다. 그래서 서면기록에 대한 타겟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 가설과 검증 과정으로 카이스트 창업경진대회에서 운좋게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시드투자로 이어졌다. 그리고 레드윗이라는 기업이 되었다.

창업을 하고 느낀 가장 큰 매력

나도 스스로에게 많이 하는 질문이다. 예전에 홍대에 사주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상담해주는 사람이 나는 ‘고아원 원장 사주’라 “뭘 하더라도 누군가 먹이고, 재우고, 하는 것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하더라. 그 사주가 창업이란 형태로 풀린게 아닐까 농담삼아 말하곤 한다.

창업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은 대학원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회사라기보다는 동아리스러웠다. 동아리랑 다를게 하나도 없는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시작해 서비스가 성장하는 속도에 맞춰서 회사도 만들어지고 다듬어졌다. 점점 회사가 되어가고 있구나를 느낄 때가 너무 좋다. 회사와 팀원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창업하고 느낀 가장 큰 매력이다.

팀원이 아이템을 이해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내가 창업을 하면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사건이 하나 있다. 우리가 카이스트 경진대회를 나가 한 삼개월 동안 진행했는데, 동참한 한 개발자가 의견 개진이 거의 없어 소극적이란 인상을 받았다. 그저 개발쪽 일이 많아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최종 IR 대비를 하며 난관에 빠졌을 때 적극적으로 시의적절한 조언을 해주더라. 연구노트라는 생소한 주제를 어떻게 설명할지를 고민했는데 그 개발자가 좋은 방향을 짚어준거다. 그래서 “왜 그동안 아이디어를 잘 안 냈냐”고 물어보니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제대로 우리 아이템이 이해가 됐다”고 했다. 코파운더급이라 계속 함께하고 만드는 과정을 같이했기에 이해도도 나와 같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그걸 반면교사 삼아 지금은 새로운 팀원이 들어오면 “우리의 아이템을 잘 모를거다” 라는 가정하에 계속 옆에 붙어서 설명을 하는 편이다.

창업을 하고 가장 행복했던 때

창업을 한지 1년 밖에 안 됐다. 그래서 아직 이 대답을 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다만 의미있는 시점은 있었다. 최근 프리A 투자유치를 마무리 했다. 투자를 받아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내가 팀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킨 것이 기뻤다. 시드 투자를 받을 때 본엔젤스파트너스 외 몇군데 투자사가 더 좋은 제안을 해줬다. 금액도 몇 배나 더 컸고, 밸류도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본엔젤스파트너스와 같이가고 싶었다. 우리 사업에 대해 냉정한 조언도 해줬고, 자만하지 않게 끌어줬다는 것이 컸다. 구체적인 논리라기 보다는 내 느낌이 그랬다. 그래서 팀원들을 설득했다. “내 감이라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딱 한 번만 나를 믿어주면 1년 이내에 시드 때보다 훨씬 더 큰 투자를 유지를 하겠다”고 공언을 했다. 그리고 그게 8개월 만에 실제로 지켜졌다. 약속을 지켜 기뻤고, 믿어준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 순간이었다.

지금 한국인이 베트남에서 스타트업 해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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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 오케이쎄 대표 / 사진=OKXE

동남아는 자동차 가격이 비싸다 보니 가장 효율적인 오토바이를 중심으로 5억 대가 넘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4600만 대가 등록될 정도로 오토바이 사용률이 높은 나라다. 가구 평균 2~3대의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고 오토바이를 사고 파는 것이 일상이다. 연간 중고 오토바이 거래도 810만대, 약 9조원 규모로 시장 규모도 크다.

앱 기반 오토바이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오케이쎄(OKXE)’는 베트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다. 베트남 최초 중고 오토바이 전문 플랫폼을 론칭해 재래식 오프라인 시장에서 거래되는 중고 오토바이 거래(전체 거래의 80%)의 불편함을 투명한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2019년 6월 론칭한 앱 서비스는 1년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중고오토바이 전문샵 1350여곳(11월 기준)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운로드 수 100만 이상은 Baemin(배달의 민족)과 함께 한국계 스타트업으로썬 유이하다. 월간 12000대 이상의 매물이 올라오는 등 서비스도 활성화 지수도 높다.

오케이쎄는 오토바이 거래 서비스와 함께 금융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오토바이 기반 핀테크 서비스를 선보인 것으로 신한베트남은행, 신한베트남파이낸스와 손잡고 할부 금융 서비스를 베트남 최초로 론칭했다. 베트남의 신용평가 방식이 미비하고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전체의 70%, 신용카드 보급률이 2%에 불과하다는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이러한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아 최근 오케이쎄는 올해 8월(발표 기준) 65억 원 규모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했다. 베트남에서는 기록적인 규모이고, 글로벌 기준에서도 시리즈 A라운드에서 흔치 않은 사례다.

24일 열린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연례 콘퍼런스 ‘아시아의 한국인’에서 김우석 오케이쎄 대표는 베트남의 변화와 기회를 설명하며 “근래 베트남은 경제성장과 함께 내수 소비력이 커지고 있다. 최근 5년 스마트폰 보급률과 데이터 사용률이 높아지며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서비스 접속률도 상승했다. 특히 쇼피와 라자다, 티키 등으로 설명되는 이커머스의 활성화가 이루어지며 전반적으로 온라인이 생활화되는 추세다. 그리고 이커머스 이후 부동산, 배달, 호텔 플랫폼 서비스가 활발히 등장했다”라며 “베트남의 변화는 수년 전 한국에서 진행됐던 과정과 같다. 어떤 흐름으로 갈지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 한국인 창업자가 가진 강점이다. 나도 지난 3~5년 간 한국에서 고도화된 시장을 살펴보며 기회를 찾았다. 비어있는 니치마켓을 찾아봤고, 중고 오토바이 거래 플랫폼을 론칭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비중이 커지며 사업도 성장했다.”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베트남 진출에 대해서 “지금 와도 늦지는 않았다. 다만 어떤 산업군, 니치마켓에 포커싱을 두느냐가 관건이다. 아이템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적용 가능한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베트남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사업을 하려면 회사의 강점이 극대화되는 시장에서 약점을 최소화하면서 유연하게 생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오케이쎄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근래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에서 조성되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확장은 전에 없이 빠른 편이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인 ‘그랩’, 전자상거래 플랫폼 ‘라자다’와 ‘쇼피’, 배달 플랫폼 ‘푸드판다’와 ‘어니스트비’ 등을 제외하면 성공 사례도 드물다. 여타 국가에서 기존에 행해지던 방법만으론 절대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오케이쎄는 현지 시장에 성공적인 안착을 했다고 평가받지만 과정이 녹록치는 않았다.

김우석 대표는 “외국인 입장에서 베트남 창업은 맨땅에 헤딩하는 일과 같았다.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이라고 해도 현지에서 사업 카피가 그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 성장 단계인 가설, 검증, 최적화, 성장 단계가 물 흐르듯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설을 세우고 난 뒤 검증 과정에서 한국에선 없었던 다양한 난제를 만났다. 외국인 패널티, 네트워크 부재, 사회적 자본 부재 등 문제를 해결하며 해야만 했다. 나는 초기 개발 단계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내가 그 부분에 일천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쇼규모 SI업체 대표를 코파운더로 영입했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헤어지기도 했고, 서비스 론칭도 12번이나 미뤄질 정도로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현지 외주 업체와 손을 잡기도 했지만 결과를 롤백으로 나타나기도 했다.”며 경험담을 전했다.

연쇄창업가인 빌 그로스는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공통점’ 다섯 가지를 ‘아이디어’, ‘팀’, ‘비즈니스 모델’, ‘펀딩’, ‘타이밍’이며 그 다섯 가지가 조화로워야 기업은 성장한다고 말했다. 해외와 같은 새로운 시장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내수 시장처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김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의 힘은 창업자의 역량과 네트워크인데, 베트남에선 그게 없는 상태라고 봐야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조성되서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의 혜택도 없다. 그리고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최적화를 해야 하는데, 외국 기업은 한정적인 접근 밖에 할 수 없다. 사실 해외에선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베트남에서의 창업은 그걸 깨닫는 과정이었다. 한국인의 강점과 기회가 분명 존재하지만, 어려움도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나의 상황, 내 팀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만한 제품이 있다는 전제로, 우선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해외서 사업 추진을 하려면 끊임없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결국 통하는 건 네트워크이다. 김 대표는 베트남에서 사업 기회를 잡으려면 ‘한국인이어서 더 잘 할 수 있는 것’, ‘좋은 파트너와 팀, 고객을 찾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창업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의외로 자주 보이는 것이 베트남 사람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 쉽게 따라잡힐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어서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 그걸 제대로 찾아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검증되어서 명확하게 증명된 시장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기술적 진입 장벽이 있는 시장이어야 한다. 창업자에게 전문성과 깊은 이해도가 있는 일이 좋다. 내가 오토바이 관련 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 정부 지원이나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접근이다. 베트남 현지 스타트업은 이런 기회가 상대적으로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강점이 있다면 약점도 있다. 외국인 창업자가 해외에서 스타트업을 하려면 현지에 100% 몰입하지 않으면 어렵다. 좋은 파트너를 찾고 팀을 잘 구성해야 한다. 현지인과 깊은 감정적 소통이 되어야 한다. 영어 뿐만 아니라 현지어를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어를 모르면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다. 현지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문화와 생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5년은 배워야 조금 이해한다고 본다. 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실현하기까지 2~3년 간 이러한 시간을 거쳤다”고 말했다.

김우석 대표는 ‘사업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과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어디에 있든 집중해야 할 것은 똑같다. 본질에 집중하기 위한 기본 요소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그런 충분한 준비와 현지에 대한 이해가 동반될 때 좋은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Startup’s Story #456] “데이터로 대륙 공략”중국 전문 크로스보더 MCN ‘아도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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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수 20억 명, 1분마다 400시간이 넘는 분량의 새로운 동영상이 업로드되는 유튜브는 당대 동영상 플랫폼의 대명사다. 메스 미디어 조차 유튜브를 주요 채널로 활용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유튜브 강세가 남의 나라 이야기인 곳이 중국이다. 유튜브가 타의로 막힌 사이 무수하게 많은 토종 플랫폼들이 등장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유튜브와 같은 미들폼 플랫폼이 수십개가 공존하고 있으며 평균 MAU는 1억 5천만명에 달한다. 때문에 국내외  영상 크리에이터에겐 미지의 시장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중국 전문 크로스보더 MCN(Multi Channel Network)을 표방하는 ‘아도바’는 이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다. 아도바는 업력이 긴 스타트업은 아니다. 2019년 10월 본격적으로 MCN 사업을 시작했으니 1년 3개월이 채 되지 않는 초기 기업이다. 하지만 채널 개설∙인증∙수익화 등 장벽을 걷어내고 중국 현지 영상 플랫폼에 개설한 소속 크리에이터 채널은 300개(1월 기준) 이상, 채널 월평균 성장률도 200% 이상이다. 국내외 정상급 MCN도 하지 못 한 수치를 3년 차 스타트업이 속도감 있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아도바는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올해 1월 라구나인베스트먼트, 유니온투자파트너스로부터 10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투자사는 중국 진출에 특화된 MPN(Multi Platform Network) 플랫폼으로 기존 MCN들이 갖추지 못하던 IT 역량과 중국 현지 영상 플랫폼들과의 네트워크를 투자 배경으로 설명한다.

연속 창업자인 안준한 아도바 대표를 만나 중국 전문 크로스보더 MCN을 창업한 배경과 사업 현황, 그리고 중국 시장 동향을 들어봤다.

안준한 아도바 대표 ⓒ플래텀

이 사업 이전에도 창업자의 길을 걷고 있었다. 사업을 한다는 마음은 언제부터 있었나.

2002년 학부를 마칠 때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생각했다. 아버지가 사업체를 운영하셨기에 자연스럽게 연결된 듯 싶다. 사업을 하려면 중국 시장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무작정 비행기를 탔고 현지에서 언어와 문화를 2년 간 배웠다. 그 다음에 석사를 마치고 병역특례로 대기업에서 일했다. 당시 회사에서 글로벌 연구소를 세우는 프로젝트를 했는데, 입사하고 2개월 뒤에 그 프로젝트 전략을 맡았다. 중국에서 공부를 했다는 배경 때문에 일을 맡긴건데, 병특 끝날때까지 했다. 이후 주재원도 했는데, 대기업의 연장선상이어서 개인적으로 큰 흥미를 못 느껴서 한국으로 복귀한 뒤 퇴사했다.

2012년 말에 한국에 들어와서 2013년에 에너지 기업인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창업에 코파운더로 동참했다. 재직 시절 회사가 투자 두 번 유치하고 비즈니스 모델도 호평을 받았다. 회사에서 2년 반 동안 CSO를 기본으로 영업, 마케팅 등 여러 역할을 맡으면서 스타트업 성장 과정을 체험했다. 하지만 국내서 에너지 사업은 한국전력을 넘어설 수 없다는 걸 깨닫는 과정이기도 했다.

나는 과학고와 카이스트를 졸업했고 대기업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으니 세상의 혜택을 받으면서 배고프지 않게 시작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배경이 없는 상황에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다. 남는 건 중국 뿐이었다. 그래서 2015년 10월 제이앤컴퍼니즈라는 중국향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당시 내가 주목한 것은 VR시장이었다. 중국 VR 시장 정보를 한국에, 한국 VR 콘텐츠를 중국에 가져가는 비즈니스를 했다. 당시가 중국 VR 시장 원년이었고 한국 콘텐츠가 현지서 충분히 통할거라 판단했다. 1년 쯤 비즈니스를 하고 있을 때 중국 톱 VR 미디어에서 M&A 제안이 와서 매각을 하고 COO로 합류했다. 그 회사에서도 어느정도 성과는 거뒀다고 자평한다. 다만 산업 자체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회사의 빠른 성장이 요원해진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2019년에 ‘아도바’를 창업했다. 어디에서 기회를 찾았나.

다음을 고민하고 있을 때 주변 전문가들이 VR 말고 크리에이트브 콘텐츠를 다뤄보라는 조언을 했다. 2019년 초 국내 최대 MCN 기업인 샌드박스네트워크에서 중국쪽 자문을 하며 시장 파악을 할 수 있었다. 국내 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이 글로벌로 가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자막을 달아 유튜브에 올리는 것 말고는 딱히 없을 때다. MCN에서도 중국 시장의 장벽을 토로하고 있었다. 당시 경험을 근거로 조언하는 한편, 국내 유튜버를 중국 영상플랫폼에 진출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국 사이드에서 직접 해보니 어려움이 체감됐다. 중국 영상 플랫폼은 외국인이 입점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일례로, 입점이나 채널을 개설하려면 신분증이 필요한데, 여권은 안 된다고 한다. 정산을 받으려면 현지 계좌가 필요한데 외국인은 계좌 개설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고. 이런 공통적인 제약 외에도 플랫폼마다 요구하는 것이 각기 달랐다. 중국에서 10년을 거주했고 20년째 관계를 맺고 있는 나조차도 풀기 어려운 상황이 곳곳에서 튀어 나왔다. 그걸 풀려고 중국 영상 플랫폼들을 찾아다니며 만났는데, 그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다보니 기회가 보였다. 주먹구구가 아닌 시스템적으로 한국 크리에이터가 중국에 들어가는 게 가능하다고 봤다. 그래서 설립한 것이 아도바라는 ‘크로스보더 MCN’이다. 중국에서 해외 콘텐츠가 자유롭게 유통되는 모델을 만든다는 마음이었다.

왜 복잡한 과정을 거쳐 중국 시장에 가야하나. 기회 측면에서 시장성을 설명해 준다면.

전세계 유튜브 유저가 20억 정도 되는데, 유일하게 진출하지 못 한 나라가 중국이다. 정치적 이유로 유튜브 선이 끊긴 사이에 대륙에선 다양한 토종 영상 플랫폼이 성장했다. 유튜브와 같은 미들폼 플랫폼이 몇십 개가 있는데,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유튜브가 한국에서 MAU(월간활성사용자)가 3400만 명이라고 하는데, 중국의 미들폼 채널의 평균 MAU는 평균 1억5천만 명 규모이다. 플랫폼이 많기에 크리에이터에 대한 가치 평가도 높다. 경쟁을 해야하기에 영상 제작자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플랫폼도 많다. 크리에이터의 선택지가 넓은 것이다. 사실 유튜브의 시장 점유율이 80~90%나 되는 한국은 외곡된 시장이다. 유튜브가 정책을 바꾸면 크리에이터나 MCN은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도 없다. 중국 영상 플랫폼은 좋은 크리에이터를 영입해야 하기에 매달 정책을 크리에이터 친화적으로 개선한다. 한국과 중국 시장의 차이라기보다 독점과 비독점 경쟁시장 차이라고는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시장에 기회가 있다.

아도바 통해 중국 진출한 크리에이터

회사 설립 초기에는 크리에이터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신뢰를 주는게 필요했다. 우선 중국 영상 플랫폼들을 찾아다니며 파트너십을 맺었다. 영상플랫폼을 보유한 바이두가 대표적이다. 이후 여러 한국 콘텐츠 기업을 만나 바이두를 통해 국내 크리에이터를 중국에 진출시킨다는 계획을 이야기했다. 다들 반신반의 했다. 그래서 공신력 확보를 위해 정부기관을 찾아가서 우리 사업 방향을 설명하고 설득했다. 그렇게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끌어들였다. 중국 플랫폼도 준비된 상황이라 나름 잘 됐다. 처음 모집할 때 10팀 정도 오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150팀이나 신청했다. 모두 영입할 수 없어서 논의 끝에 30팀을 추려서 계약을 진행했다. 그게 1년 전 일이다.

아무리 준비가 잘 되어도 사업 초기는 예기치 못 한 상황의 연속이다.  

왜 아니겠나. 크리에이터와 콘텐츠 이슈만 풀면 될 줄 알았는데, 곳곳에서 숙제가 산더미처럼 나왔다. 사실 모든게 이슈였다. 그저 그로스해킹으로 크리에이터와 채널의 성장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을 했다. 기다리고 헤매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노하우가 쌓였다. 그게 운영 시간 단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플랫폼에 론칭한 채널만 300개 이상이 된다.

중국 동영상 채널에 진출하려는 시도가 이전에 없었던 건 아니다. 뭘 바꾸고 싶은건가. 

1세대 개념으로 중국에 진출한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중 나름 반응을 얻은 것이 반응형 모델이다. 중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한국인이 반응하는 형식이다. 좋은 접근이지만 한계점이 명확하기에 탈피하고 싶었다. 우리가 영입하려는 크리에이터 콘텐츠 카테고리는 제한이 없다. 1년 넘게 운영하며 우리가 믿었던 것이 틀리지 않았음이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여러 카테고리에서 반응이 왔다. 특히 음악, 반려동물, 운동, 취미 영역의 호응이 높다. 이런 카테고리가 늘어나고 있기에 더 확신한다.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수준이다.

유튜브 구독자 수 50만의 하미마미 채널은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사례중 하나이다. 중국 플랫폼에 채널을 개설하고 한 달이 채 안 되서 구독자 1만을 기록했다. 적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유튜브 구독자 100만의  크리에이터도 중국에선 제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초기에 그정도 올라오기 쉽지 않다. 여러 플랫폼에서 관심을 가질 정도로 영상미도 좋다. 지난해 9월에 첫 영상을 올린 뒤 한 달이 안 되서 1만, 12월에 6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또 다른 예로, 첼로댁이 있었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는 10만 명 규모인데, 중국에선 한 차례 방식의 변화를 거쳐 빠르게 5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하미마미와 첼로댁이 중국에서 반응이 빠른 건 한국의 문화적 특성이 중국에도 통한다는 걸 증명한거다. 몇달 전에는 엑시트라는 아카펠라 그룹도 영입했는데, 플랫폼에 입점시키고 며칠 만에 5만 구독자, 조회수 30만을 넘었다.

취미채널에서는 유튜브 구독자 26만 명의 목공TV가 의미있는 사례이다. 중국 플랫폼에 입점시키기만 하면 관심을 가질거라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회수 깡패가 되었다. 구독자 증가세보다 조회수가 몇 배 더 나온다. 사실 중국 영상 플랫폼의 주요 포인트는 구독자가 아니라 소구력이다. 목공TV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경험을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목공TV 운영자 소개로 연락이 먼저 오는 경우도 많다. 1년 전에는 우리가 판을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지금은 누군가가 중국에 가려면 아도바랑 해야한다고 소개를 해줘서 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노력이 신뢰로 돌아왔다고 자평한다.

모든 크리에이터가 하미마미나 첼로댁처럼 영상을 찍는 건 아닐거다. 언어에 대한 이슈는 없나.  

중국어 자막은 달면 좋지만, 그대로 진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운영을 해보니 자막 유무로 인한 영향은 10~20%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기에 상황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자막이 도움이 되는 영역의 콘텐츠는 우리가 지원한다. 피드백이 들어오면 우리가 해석해서 준다. 크리에이터가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데이터에 기반한 정보도 제공한다. 필요하다면 지속적으로 담당자와 논의하게 한다. 아울러 참고가 될만한 다른 채널, 영상도 자주 소개한다. 같은 영역에서 인기를 끈 영상, 혹은 필요한 샘플 영상도 제공한다. 함께 완성해 나가는 구조를 그리고 있다.

안준한 아도바 대표 ⓒ플래텀

얼마전 1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프리시리즈 A 라운드에선 적은 금액이 아니다. 투자자와 첫 미팅을 하로 바로 결정이 났다고 들었다. 

우리 가치를 이해해 준 투자사들이 빠르게 결정해 줬다. 심사를 한 투자자들의 이력이 의미있다. 유니온투자파트너스 김영도 상무는 트레저헌터 코파운더 출신이고,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박영호, 박형준 대표는 트레저헌터에 투자를 결정한 사람이다. MCN을 잘 아는 전문가들인 셈이다. 중국 진출에 특화된 MPN(Multi Platform Network) 플랫폼이고, IT 역량과 중국 현지 영상 플랫폼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투자 배경으로 이야기 해줬다.

사업적으로 의미있는 조언도 많이 해준다. 원래는 크리에이터를 늘리는 동시에 파생된 콘텐츠 트래픽으로 커머스를 병행하려 했는데 투자자의 도움말을 듣고 전략적으로 미뤘다. 크리에이터를 더 많이 영입하는 것이 먼저라고 권해주더라. 우리가 중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목에 위치해 있으니 돈이 아니라 더 많은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여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프리A에선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원래는 더 많이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투자자가 밸류에이션을 희석시키지 말자고 하더라. 크리에이터만 더 많이 모으면 더 높은 기업가치로 추가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200개 채널을 론칭하는 올해 1분기에 다음 투자 라운드도 가능할거라 본다.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매달 몇배씩 매출은 늘고 있다. 롱테일이고 축적되는 구조이기에 어느 시점에서 탄력이 붙을거라 본다.

중국에는 통계적으로 2만여 개의 MCN이 있고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분석 자료를 보면, 중국 영상 플랫폼은 광고수익이 50%가 넘지 않는다. 커머스와 비즈니스가 균형있게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커머스를 통한 비즈니스가 익숙하다. 그래서 우리도 트래픽을 통한 커머스로 수익을 만드는 걸 고려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를 하려면 여러 이슈를 풀어야 한다. 막혀있는 플랫폼을 열어야 하고, 환경적인 요소도 극복해야 한다. 그걸 해결한다면 우리가 가장 앞에 있게 될거다. 여러 모듈을 크리에이터에 적용 중이다.

아도바는 외국 크리에이터로까지 범위를 넓혀 ‘중국 전문 크로스보더 MCN’을 표방한다. 설립 당시에는 한중 전문 MCN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른나라 MCN과는 어떻게 접점이 생겼나.

중국 영상 플랫폼에서 역으로 제안을 해왔다. 한국 외 다른 나라 크리에이터도 데려올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 해외에 있는 MCN에서 중국 플랫폼으로 연락이 오는데 마땅히 유입시킬 방법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 MCN도 해외 크리에이터가 중국에 들어갈 때 발생하는 이슈를 디테일하게는 모른다. 외국인의 제약을 해결해 본 경험이 없는거다. 그 부분이 중국 플랫폼들은 고민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 크리에이터를 중국에 안착시키니 테스트를 던진 거였다. 상황을 보니 러시아, 독일, 핀란드, 일본, 베트남 등 국가의 MCN에서 중국 플랫폼으로 연락이 많이 오고 있었다.

여러 나라 MCN과 미팅을 했는데, 국내 MCN과 마찬가지로 해외 MCN도 중국 진출에 대한 니즈는 있는데 현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우리가 쌓은 노하우가 있기에 한 번 해보자 싶었다. 그래서 지금은 대륙으로 가는 길목에서 중국 전문 크로스보더 MCN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크리에이터가 중국에 더 빨리 진출하게끔 길을 여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러시아와 핀란드 MCN과는 계약을 했다.

막연하게 중국 시장은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사실 유튜브를 비롯한 구글 서비스 모두가 막혀있다는 것 자체가 제약처럼 느껴진다. 

아이러니 하지만 그런 환경이 크리에이터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이해, 언어, 자막, 플랫폼을 다 알 필요는 없다. 우리 같은 MCN을 통해 가면 된다. 콘텐츠를 잘 만드는 사람과 운영을 잘 하는 사람이 손을 잡고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운영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안다. 그런데 단순한 매니지먼트라면 후발 주자도 충분히 따라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끝으로 아도바만의 특장점은 뭔가.

우린 중국에서 운영을 하며 쌓은 경험을 데이터로 쌓고 있다. 후발 주자가 생긴다면 그게 가장 큰 차별점이 될거다. 운영을 하면 할 수록 깊게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아도바를 창업한 이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공학도가 왜 MCN을 하느냐”였다. 나도 처음에는 명확한 답을 못 찾았다. 그런데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내가 잘 하는게 보이더라. 바로 크로스보더 데이터의 활용이다. 그로스해킹 측면에서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더욱 데이터에 집중하고 있고 데이터가 주는 메시지를 해석해서 비즈니스를 플랜을 짜고 있다.

더 나아가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 중이다. 지난 1년 간 플랫폼을 8개로 늘려 서비스 영역을 확장한 건 좋은데, 고민도 커졌다. 채널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운영에도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을 통합 모니터링하는 CMS 시스템을 만들었다. 우리에게 필요해 만든거지만, 크리에이터나 콘텐츠 기업이 활용해도 좋겠다 싶어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통합모니터링으로 시작하지만, 향후 다양한 플랫폼, 채널에 있는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서 보여주려 한다. 이 시스템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 줄 거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될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이 아도바 CMS를 통해 보다 수월하게 중국에 접근이 가능할거라 예상하고 있다. 관리와 정산까지 덧붙여진다면 수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중국 시장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을거라 예상한다. 현재까진 작은 프로젝트지만, 회사의 미래가 달린 이정표가 될거라 확신한다.

안준한 아도바 대표 ⓒ플래텀


[Startup’s Story #457] “100억 원 투자 유치…이제 본게임 출발선에 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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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유명 VC 벤 호로위츠는 저서 ‘하드씽’에서 “모든 CEO가 자신의 회사는 위대해질 거라고 말한다. 그 말이 진정 사실인지는 그 회사나 CEO가 실로 어려운 어떤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IR에서 회사의 성장과 사업 전망을 희망적으로 이야기 하지만, 그것이 실현되는 비율은 현실적으로 지극히 낮다.

3년 전 만난 팀오투 박영욱 서비스팀 총괄이사와 윤현식 사업팀 팀장도 한 것 보다 할 것이 많은 상황이었다. 당시 팀오투는 렌트카 가격비교 앱 ‘카모아’를 론칭한지 1년이 채 안 되는 시점이었고 시장에서 치열하게 검증하는 단계에 있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카모아는 시장의 강자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입점 렌트카 업체는 435개(3월 기준), 보유 차량은 3,3000여대로 국내 최대 규모이며, 매출도 지난해 160억을 넘었다. 아울러 2018년 시드 라운드, 2019년 시리즈A 투자유치에 이어 이달 5개 기관에서 100억 원에 달하는 시리즈B 투자유치도 마무리했다. 대다수의 스타트업이 가기 어려운 지점까지 전진한 것. 하지만 두 사람은 이제 비로소 제대로된 시작이라 말한다. 카모아 박영욱 이사와 윤현식 팀장을 다시 만났다.

팀오투 박영욱 서비스팀 총괄이사(왼쪽)와 윤현식 사업팀 팀장(오른쪽) ⓒ플래텀

3년 만이다. 회사도 많이 성장했다. 

박영욱 이사(이하 박) : 사업은 똑같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 3년 전 5명 수준이었던 직원이 지금은 38명으로 늘었고, 57개였던 제휴 업체도 435개, 지점은 1000여 개로 늘었고, 운영되는 차량 수는 33000여 대가 넘는다. 2018년 본엔젤스, 2019년 TBT에서 총 36억 규모 투자유치를 했고, 몇일 전에는 100억 규모 시리즈 B 라운드 투자계약서에 도장도 찍었다.

회사의 가장 최근 소식인 투자 유치 관련 내용부터 듣자. 5개 기관에서 100억 원 규모 투자유치를 했다. 투자사들이 집행 결정을 한 배경에는 뭐가 있다고 보나.

: 현재의 KPI를 만드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발품을 팔며 꾸준히 파트너십을 맺었고, 그걸 공고히 한 것을 좋게 봐줬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그걸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것도 어필했다. 코로나19가 풀리는 시점에 여행 수요와 함께 렌트카 수요도 늘어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카모아가 그에 대비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 주효했다.

투자사들이 카모아의 미래에 많이 공감해 준거다. 

: 우리는 단순히 ‘렌트카 예약 앱’으로 카모아를 설명하지 않았다. 시대는 차량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는 형태로 가고 있다. 전국에 등록된 렌트카 차량은 무려 100만 여 대에 달한다. 이걸 전산화하고 그물망같은 네트워크를 가진다면, 차를 필요로 하는 모든 상황에서 의미있는 연결을 할 수 있다. 나중에는 운송 등 비즈니스도 그 위에서 돌릴 수 있을거다. 그런 비전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윤현식 팀장(이하 윤) : 재구매율도 의미있었다고 본다. 지난 12월 기준으로 카모아 재구매율이 47%에 달한다. 전국으로 출장을 나갈 때 드래곤볼을 모으는 느낌이다. 각 지역에 혁신적이고 공격적으로 렌트카 사업을 하는 업체가 많다. 온갖 이슈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는 업체들이다. 카모아는 이런 우수한 렌트카 업체를 입점시키려는 노력을 계속 해왔고, 카모아에 입점한 업체들은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고객을 찾아주면 업체는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고객이 다음에 또 다시 우리 플랫폼을 찾고있다. 이런 팩트에 기반한 선순환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리텐션 비율이 높다는 건 투자자가 좋아할만한 부분이겠다. 작년에 160억 규모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세 배 이상 대폭 늘어난 수치다. 

: 2018년 매출 5억, 2019년 매출 목표는 52억이었다. 2019년 당시 IR을 할 때 투자자들도 우리 목표를 듣고 반신반의했지만 달성했다. 2020년 목표는 220억이었는데, 코로나 영향으로 그것보다 낮은 결과치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 작년에는 코로나 확진자 수에 따라 매출이 요동쳤는데, 올해는 그에 상관없이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 코로나로 해외 사업이 늦춰진 것이 무척 아쉬웠다. 괌, 사이판 등을 다니면서 제휴를 맺어놓고 야심차게 준비했는데, 시작 단계에서 멈췄다. 글로벌까지 진행했다면 목표 매출을 맞출 수 있었다.

해외 진출 준비는 어떻게 했나. 

: 2020년 2월을 목표로 야심차게 준비했던 것이 글로벌 진출이었다. 국내 여행객이 렌트카를 많이 빌리는 해외 지역을 다니며 제휴를 맺고 기술적으로도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론칭이 미뤄졌다. 하지만 사업의 다각화를 검토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여행업에서 항공, 숙박 다음에 붙는 것이 이동수단인 자동차잖나. 외부 기업들에서 제휴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트립닷컴이나 클룩 등 글로벌 OTA(온라인 여행사)와 제휴 계약을 맺었다. 사업 모델을 보다 더 탄탄하게 다듬고 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본격적으로 가동될거다.

: 트립닷컴 등 글로벌 OTA에서 제안이 온 배경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한국에서 렌트카를 연결하는 안정적인 플랫폼, 공급처를 찾기 위함이 크다. 글로벌 OTA는 보통 개별 렌트카 업체와 직접 연결하는 경향이 있는데, 국내는 그게 쉽지 않다. 국내 렌트카 업체들은 카모아를 활용하는 것도 조심스러워 했다. 해외 기업에는 그 심리적 장벽이 더 컸을거다. 그래서 많은 업체가 입점해 있는 카모아라는 연결고리를 찾은 거다. B2C 뿐만 아니라 B2B영역에서도 안정적인 공급처 역할까지 하고 있는거다.

해외진출만 계획대로 됐다면 더 큰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보나.

: 그게 아니어도 더 받을 수는 있었다. 우리 스스로 100억으로 맞춰놨다. 커밋된 건 오버부킹이었다.

투자금은 어디에 사용할 계획인가.

: 인재 채용 등 여러 부문에 쓰일 예정인데, 신경 쓰고 있는 것은 M&A다. 모빌리티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관제 등 인프라를 갖춰 우리와 시너지가 나는 기업을 살펴보고 있다. 카모아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한 마케팅 등에도 활용될거다. 여전히 알려야 될 곳이 많다. 7.7조 규모 시장에서 매출 160억은 아직 미미하다.

요즘 국내 투자환경은 어떻다고 보나.

: 예전처럼 따뜻함이 느껴지는 환경은 아니지만 작년 말부터 나아지고는 있다. 우린 다행스럽게도 잘 마무리를 했다.

100억 규모 투자가 근래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흔한 사례는 아니다. 당사자 입장에서 소감은 어떤가. 

: 그동안의 과정이 운동선수가 지역예선을 통과하고 전국체전에 나가서 순위 안에 든 것이었다면, 이제는 올림픽에 가기 위해 몸을 풀고 있는 단계다. 얼마 뒤에는 올림픽 본게임 출발대 위에 서야 하고 좋든 나쁘든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올림픽은 참가에 의의가 있다고 하지만, 우린 결승에 올라 메달을 따야하는 입장이다. 걱정이 되지만 무섭지는 않다. 기대된다.

: 제대로 된 시작이다. 그동안 걷는 것을 보여줬다면 이젠 달리는 것을 보여여줘 할 시점이 되었다.

렌트카 시장 규모가 현재 7.7조원 규모라고 했는데, 카모아의 현재 시장 점유율은 어떻게 되나. 

: 시장 규모가 3년 전에는 4조 정도였는데 그새 3조가 더 늘었다. 국내 렌트카 시장은 매년 12% 성장 중이다. 어느것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렌트카 업체 지점 수와 유통 차량 수로만 보면 국내서 가장 많다.

근래 렌트카 트랜드는 어떤 흐름인가.

: 작년 말부터 서울 등 도심에서 이용률이 높아지는 것이 보인다. 코로나로 인해 대중교통을 꺼리는 수요층이 생겼다는 의미이다. 코로나19 이후 카모아에서 전국에서 한 달 사용하는 월렌트 비율이 높아졌다. 대중교통을 타는 것이 불안한 이용자들이 렌트카를 이동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서비스를 알리고, 영업하러 직접 렌트카 업체에 찾아가는 비중이 높았을거다. 지금은 어떤가. 업체에서 찾아오기도 하나.

: 많이 찾아온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연락이 온다. 심지어 렌트카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서도 연락이 온다.

: 몇년 전까진 렌트카 업체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경계심이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지역별 주요 렌트카 파트너들은 이제 우리와 많은 걸 상의하고 소통한다. 전국 서비스로 확장하려는 업체, 지역에서 온라인 점유율을 높이고 싶은 업체들이 그런 경우다. 파트너들이 더 잘 되는 방향을 조심스럽게 제언하기도 한다. 고객 후기, 컴플레인을 모아서 알려주는 형태다. 언짢아 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전략적인 고민을 하더라. 그게 우리가 바라는 방향이다.

: 처음에는 입점업체와 제공 차량 수를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입점 업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많이 고민한다. 우리 슬로건이 ‘렌트카 업체의 성공 파트너’다. 이게 말로 끝나는 게 아니게 하려고 하고 있다.

입점된 렌트카 업체에 카모아가 충분히 유용하다는 것은 입증이 된 듯 싶다. 그러면 카모아는 어떻게 돈을 버나. 

: 비즈니스 모델은 초창기나 지금이나 같다. 예약의 일부 수수료(13.2%)를 받는다.

배달사업을 비롯한 여러 플랫폼 기업의 갈등 이슈가 수수료에 있었다. 카모아는 어땠나.

: 없진 않았다. 모든 플랫폼 사업자가 안고 가야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단순하게는 수수료가 비싸다는 이의제기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많은 수익을 남기고 있지는 않다. 시장을 만들기 위해 고객 서비스 투자를 많이 한다.

: 렌트카 업체에 플랫폼이 전통 시장을 파괴하려는 것 아니냐는 선입견과 불신이 있다. 다른 모빌리티 영역에서 시장 파괴가 발생하는 것은 팩트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플랫폼과 상품을 제공하는 렌트카 업체와 소비하는 이용자 간 시너지가 나는 가치 제공이다. 그걸 잘 설명하는 것이 우리 영업 포인트다.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이런 충돌 요소가 없어지고 있다. 각 지역 렌트카 업체가 더 잘 되는 방향으로 제언하고 협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일례로, 계약이나 제반 사항이 어려워 해외 여행객을 안 받던 렌트카 업체를 설득해서 해외 여행객에도 렌트카를 제공하게 유도하고 있다. 왜 외국 고객은 대기업 렌트카만 써야 하나. 시스템과 갖춰진다면 중소기업도 잘 할 수 있다. 그걸 우리가 도와서 새로운 수익원을 열어 준 것이다. 수수료를 받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이 카모아의 기술적 강점으로 보인다. 카모아 ERP의 특징은 무엇인가. 

: 우리 ERP가 초기 대비 많이 발전해서 현재 기능적으로 부족함은 없다고 본다. 거기에 새로운 부가적인 기능을 붙여가고 있다. 근시일 내 선보일 것이 FMS(차량 관제 시스템)다. 수백 대 규모 렌트카를 운용하는 업체는 ERP 시스템과 함께 차량마다 위치 등을 파악하기위한 관제 장치를 단다. 그걸 다 통합해 중소렌트카 업체도 사용할 수 있는 FMS를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정보의 비대칭에 이어 기술의 비대칭의 균형을 맞춰주고 있는거다. 회사의 기술적 강점을 조금 더 설명해 준다면. 

: 전문성과 확장성으로 요약될거다. 우린 렌트카 업체와 고객의 피드백을 분기별로 모아서 ERP를 개선하고 있다. 전국에서 들어오는 피드백을 우선적으로 시스템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는 후발주자가 쉽게 따라오기 힘든 부분이다. 그리고 렌트카 전문 ERP이기에 다른 모빌리티 서비스를 연동시키는 것도 용이하다.

코로나 이후 미래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2021년 올해 회사의 비전은 무엇인가. 

: FMS 론칭과 해외 진출 등이 올해 목표다. 여행 업계에서 항공권 예약판매도 진행되고 있는데, 빠르면 연말에는 풀린다고 보고 있다. 그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작게는 서비스 개선도 진행 중이다. 전체 내륙 90%가 배달로 차를 받는데, 편리하게 진행되게 개선하고 있다. 가격비교 뿐만 아니라 차가 필요할 때 유용한 서비스를 만들려고한다.

팀오투 박영욱 서비스팀 총괄이사와 윤현식 사업팀 팀장 ⓒ플래텀

요즘 인재전쟁이다.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를 비롯해 개발자 평균연봉이 대폭 상승했다. 

: 개발자는 늘 찾고있다. 반농담이지만, 오기만 해도 고맙다. (웃음) 작년에 운이 좋게 병특업체에 선정이 되면서 숨통이 조금 트였다. 직원 면면을 보면 인턴십을 하다가 정규직이 된 케이스가 많다. 중앙대, 서울여대, 아주대 등과 제휴를 맺고 인턴십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회사 문화와 비전에 공감한 인재들이 정식 합류한 케이스다.

어떤 인재를 찾나. 그리고 인재는 어떻게 구분하나.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되겠지만, 회사에 맞는 직원과 안 맞는 직원은 구분해야 할텐데.

: 내가 속한 사업팀에는 영업파트와 고객파트, 운영파트, 제휴파트가 있다. 영업파트는 거친 현장에 나가 맞서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고객파트는 전문 상담 인력보다는 우리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문제 해결능력이 있는 사람이 맞다. 전화를 빨리 쳐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글로벌 OTA와 국내 OTA, 여행사들이 우리를 눈여겨 보고 있다. 운영부서는 이런 플랫폼과 조율하고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제휴는 해외 시장을 뚫기도 해야하기에 희망고문을 스스로 잘 하는 사람이다. (웃음) 사실 태도가 중요한 것이지, 언어를 잘 하는 것은 부차적인 일이다.

어떤 복지, 혜택이 있나. 회사 문화를 이야기해줘도 좋다.

: 여느 스타트업과 큰 차이는 없을거다. 우리 회사만의 복지라면 카모아 내 모든 렌트카 이용료가 반 값이다. (웃음) 복지는 꾸준히 늘려가는 중이다. 투자유치를 할 때마다 투자자들에게 스톡옵션 수량을 많이 요청하고 있다. 우리 대표도 회사가 잘 될 때 주주 뿐만 아니라 직원도 잘 되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최근에 합류한 직원을 보면 창업을 경험했던 사람도 있다. 다시 창업을 꿈꾸면서 세밀한 과정 경험을 하기 위해 승선한 경우다. 2년 전부터 카모아를 쓰던 고객 경험을 가진 사람이 서비스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조인한 사례도 있다.

: 창업 경험이 있고 우리 서비스를 써본 팀원들은 태도가 다르고 결과물도 훌룡하다. 후일 창업을 꿈꾸는 이들은 카모아에서 성장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기회의 장이 되고 있는 거다. 나도 창업을 하고 망해보기도 했는데, 카모아라는 울타리가 있다는 것이 안정감을 준다. 내 역할만 잘 하면 스스로 하는 창업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본인은 어떤 리더라고 생각하나.

: 회사가 커지면 초창기 멤버가 중간 관리자가 된다. 그런 사람들에게 권한을 주고 위임해 작은 리더가 되는 것을 돕는 것이 내 역할이다. 회사가 커질 수록 위임이 중요한데, 이제서야 그게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다.

박 이사는 예전에 ‘부싯돌 CEO’라는 별명이 있었다. 

: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불붙이려고 노력하고, 불이 붙으면 독려하는 그런 과정을 즐겨서 붙은 별명이다.

: 창업을 치열하게 하다가 실패한 사람이라면 우리 회사로 와 달라. 카모아엔 박 이사같은 리더가 있다. (웃음) 박 이사는 리더가 분명하지만, 나는 관리자다. 리더는 안과 밖을 내대보고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라 본다. 내 시선은 회사 안에만 있다.

앞선 창업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기억나는 실패 경험은 없나?

: 사실 매일매일이 실패의 연속이다. 일의 실패도 있지만, 사람과의 부딪침도 있다. 여담이지만 박 이사와 얼마전에 크게 싸운 적도 있다. (웃음) 사실 일을 하면 안 부딪칠 수 없다. 절차와 프로세스가 안 맞아서 생기는 이슈도 많다. 실무자 입장에서 이런 모든 것이 실패다. 그걸 헤쳐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 투자가 마무리 됐고, 어느정도 규모가 있기에 잘 된듯 보일 수 있지만, 투자 제안을 거절당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런 실패를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두 사람은 두 번의 창업을 함께하고 있다. 10년의 인연이다. 

: 2000년대 중반 만들었던 사이트가 커져서 여러번의 사업을 이어하고 있는데, 사실 제품을 만들고 개발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나머지는 다 부족하다. 윤 팀장이 많은 부분에서 챙겨준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도와주는 파트너다.

: 그간 들은 칭찬 중에서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박 이사가 해준 칭찬이다. 팀오투에 나를 소개해주면서 ‘본인이 창업할 때 가장 먼저 영입하고 싶은 사람’이라 말해 준 것이 늘 기억에 남고 고맙다.

카모아를 이끌고 있는 홍성주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 창업 이력만 25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 내가 고민하고 모르는 부분에서 멘토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 회사에서 팀원 간 충돌도 있을 수 있고 방향성을 찾는 부딪침도 많은데, 중간에서 믿음직스럽게 조율해주고 때로는 강하게 이끈다. 팀원들의 공통 평은 듬직하고 아버지 같다는 거다. 원리와 방향은 확고하게 결정하고 나머지는 팀원에게 자유롭게 권한을 위임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늘 배우고 반성한다.

: 공동창업자인 홍성주 대표와 모빌리티 경력이 출중한 성장근 부대표, 그리고 박영욱 이사로 구성된 경영진이 있기에 돌다리를 두드리지 않고 부순 상태에서 일을 할 수 있다. 사업 결정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이고, 빠르다. 이건 실무자 입장에서 큰 힘이 된다.

팀오투에서 합류한지 3년이 지났다. 돌아보면 어떤가. 잘 시작했다고 생각하나.

: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힘들긴 했지만 지나고 나니 그리운 기억이다. 정말 잘 했고, 좋은 인연을 맺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그만 회사에서 밤새면서 고생했던 사람들이 단단하고 멋지게 성장했다. 내가 이런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영광이다. 이 훌룡한 사람들과의 인연이 나중에 뭔가를 할 때 큰 자산이 될 거라 생각한다.

: 만약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똑같은 걸 다시 하라고 하면 생각을 많이 할거다. (웃음) 지금이 정말 좋다. 박 이사 말처럼 좋은 인연도 맺었다. 일례로, 3년 전에 인턴을 하고 호주로 유학을 간 친구가 얼마전에 연락이 왔다. 호주에 있는 렌트카 회사의 정보를 찾아서 알려주고 연결해 주더라. 이런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회사와 나의 씽크를 잘 맞춰가며 일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예산과 리소스를 들여서 지역 렌트카 산업을 부흥시키려는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걸 알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정치가 여행을 볼모로 안 삼았으면 좋겠다.

: 꾸준하게 인재를 찾고있다. 우리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문을 두드려 달라.

[카모아 투자 유치 내역]

  • -2018.09. 본엔젤스 투자 유치(6억)
  • -2018.12. 팁스(TIPS) 프로그램 지원사업 선정
  • -2019.06. 창업도약 패키지 지원사업 선정
  • -2019.06. TBT로부터 투자 유치(30억)
  • -2021.03 시리즈B 투자 유치(100억)
  • → 총 누적 투자 유치 금액 136억

[Startup’s Story #458] “맛의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10전 11기 창업자의 새로운 도전은 데이터 기반 ‘미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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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은 숫자라 말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성공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사업에서 성과를 만드는 건 숫자가 아니라 목표와 신념과 철학이다. 그간 만난 수백여 명의 스타트업 창업자들 모두 각각의 이유와 미션을 이야기했다. 한 사람도 같은 이유를 말한 적이 없지만,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이 있다. 딱히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본능’ 같은 것이다. 김철범 딥플랜트 대표도 그런 본능이 있는 사람이다.

김철범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13년이다. 당시 그는 전자책 업계 선두권 스타트업의 CEO였다. 그가 앞선 사업을 뒤로하고 2019년 숙성육 사업을 한다고 스치듯 이야기했을 때 의외였다. 그의 사업 이력과 접점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사업 개시를 한 김철범 대표를 고양시 딥플랜트 본사에서 만났다.

김철범 딥플랜트 대표 ⓒ플래텀

오랜만이다. 2013년에 만났을 때는 전자책 스타트업 대표였다. 사업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LTE 환경으로 넘어가면서 소비자 패턴이 크게 요동치는 상황이었는데, 모바일에 적응을 못 했다.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 애썼지만 결국 실패했다.

1999년 첫 창업을 했으니 벤처 1세대다. 전자책 사업이 9번째 창업이었다. 

22년 전 인터넷 웹페이지를 만드는 아이템이 첫 창업이었다. 이후 대기업 계열사에 방수케이스, 정부 기관에 특수장비를 납품하기도 했다. 제조 사업에 대한 소양이 생겨서 2003년 애완견 드라이어를 야심 차게 내놓았다. 지금 하면 잘 될 거란 이야기 많이 듣는다. (웃음) 다만 2003~2004년 때는 경기가 안 좋을 때다. 기르던 애완견도 파양되는 이슈가 많았던 때에 10만 원 대 제품은 경쟁력이 없었다. 그 뒤 미국으로 가서 프랜차이즈 지점을 하나 인수해서 2년간 운영했다. 그다음에 한 것이 전자책 사업이다. 전자책 사업을 접은 뒤 네트워크 기반 교육 사업을 했다. 지금 창업은 2019년 쉰 살에 시작한 11번째 도전이다.

2013년 뉴욕에서 열린 디지털 북 월드(Digital Book World)에서의 김철범 대표

중장년 창업을 한 거다. 2040 때와는 느낌이 달랐을 듯싶다. 

청년에 맞춘 틀에 중장년을 맞추는 건 효과가 떨어진다. 중장년 창업자의 공통된 고민은 첫 단추를 어떻게 껴야 할지 모른다는 거다. 중장년 창업자들을 멘토링 할 일이 있었는데, 일반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소위 린(Lean)한 방법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자들 상당수가 사업이 아니라 장사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아이디어 자체가 최근 트렌드와 동떨어진 경우도 많다. 사업 계획서를 낼 때 브로커를 통해 하는 사례도 꽤 된다. 자신이 잘 하는 영역이 아니라 정부 지원이 되게끔 서류를 작성해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 지원 사업은 지속성이 없기에 자금 회수를 안 당하는 요건만 마치고 폐업한다. 중장년 지원 사업은 청년과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특히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원활하게 진행될 거다. 중장년이 가진 경험을 활용해 후세에 넘겨줄 방법을 고려하는 방식이길 바란다.

이번 창업에 앞서 투자자를 만나기도 했나. 업계에서 성실한 창업 실패는 훈장으로 여겨진다. 투자자가 실패한 창업자의 재창업에서 집요하게 물어보는 것이 실패에서 배운 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3억 원 규모 엔젤 투자를 받았다. 선물로 우리 숙성육을 먹어 본 사람이 찾아와서 한 번 더 시식하더니 빠르게 결정해 줬다. 2주 만에 입금이 됐고 밸류도 잘 받았다. 하지만 VC(벤처캐피탈) 쪽 반응은 아직 없다. 사업 준비를 하면서 국내 대부분의 VC에 사업 계획서를 만들어 보냈는데 모두 거절당했다. 안 된다는 회신이 대부분이었고 답이 없는 곳도 많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 나이도 한 요인이었을 거다. (웃음) 그렇다고 VC 투자를 포기한 건 아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보다 디테일한 가설 증명이 이루어지면 다음 투자의 근거가 될 거라 본다.

이번 창업 팀빌딩은 어떻게 했나.

팀원은 가까운 곳에서 찾았지만 능력자과 함께하고 있다. 일례로 회사 서정근 이사는 교회에서 1년간 봉사를 같이 한 사이다. 그 과정에서 합이 맞아 열심히 제안해서 영입했다. 서 이사는 영화 쪽에서 본인 사업을 크게 하던 사람이다. 회사 밖에선 앞선 창업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투자와 기술 부분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모두 감사하다.

2021년 5월 5일 오픈한 딥플랜트의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 ‘딜리시미트’ 외부 전경. 

매장은 울랄라랩 스마트팩토리와 연동되어 숙성고의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딥플랜트는 배달 차량용 온도, 습도 센서도 개발 중이다. 

단계별로 숙성된 제품이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앞선 창업은 대부분 제조와 ICT 분야였다. 숙성육을 창업 아이템으로 정한 배경은 뭔가. 준비 기간도 2년이나 걸렸다.   

정육과 축산 영역은 유통이 바뀌었을 뿐 본질은 변화가 크지 않았다. 데이터 활용 방식도 없다. 특히 소비자가 고기를 선택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시장에서 고기 맛의 기준은 산업과 식당이 정한다. 재래된장과 간장처럼 만드는 사람 입맛에 맞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맛있다고 느낀 고기를 언제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우리의 방향성이고 목표다. 그걸 숙성 기술로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연구를 했고 맛이 극명하게 나누어지는 것을 세 등급으로 구현했다. 그런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2년간 사업성을 키워왔다. 경우의 수를 많이 축적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다.

가격이 아니라 맛으로 등급을 구분해서 판다. 

국가의 등급제가 아닌, 소비자가 선택하는 등급제를 만들려고 하는 거다. 그게 좋은 고기란 믿음이 있다.

그래서 얼마전 오픈한 오프라인 매장명이 ‘딜리시미트’인가.  

딜리시미트는 매장명이자 우리 브랜드명이다. 연구 결과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맛있는 고기를 파는 ‘미육점(味肉店)’을 지향한다. 본사 가공 공장에서 모든 육류를 데이터 기반으로 숙성하고 세절 작업을 해서 개별 스킨 포장한 후 신선육, 가공육, 양념육, 간편식 등으로 판매한다. 매장 콘셉트는 소비자가 보고 선택해서 바로 가져갈 수 있는 다크스토어(dark store) 개념이다. 본사와 매장이 있는 지역에서 배달과 픽업도 가능하게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육점이 많이 생겼다.

허들이 낮기 때문이다. 보통 3~4명이 창업하는데 한 사람당 한 달에 3~400씩 벌어간다. 매출로 보면 매력적인 산업이지만, 발전은 미미했다. 기존 정육점은 등급제로 파는 것도 여의치 않다. 쇠고기는 지방만 많으면 등급이 올라간다. 어느 순간 마블링이 많은 고기가 좋은 고기라는 인식을 해버리게 됐다. 지혜롭지 못하게 먹는 거고 식용 가축을 잔인하게 사육하는 현상이 생겼다. 마블링 유무에서 출고 가격 차이가 나기에 몇 개월간 집중적으로 수입 옥수수 사료를 먹인다. 옥수수는 당 덩어리 아닌가. 소비자가 마블링 많은 고기를 찾기에 농가도 별수 없이 하는 거다. 육류 등급은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다. 미국 1등급 고기가 우리나라에선 2등급 밖에 못 받는다. 특히 돼지고기는 등급제와 관련되어 업계에서 이견이 많다.

축산시장은 고기 부위, 등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딥플랜트 제품군의 가격대는 어떤가.

우리나라 축산시장의 문제 중 하나가 부위별 가격 균형이 안 맞는다는 거다. 돼지 한 마리 지육 금액의 대부분은 삼겹살 값이라고 보면 된다. 삼겹살과 목살을 제외한 다른 부위는 부가적인 것으로 취급된다. 우린 숙성과 양념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서 가격을 합리적으로 맞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가공 공장과 협의해서 좋은 금액에 원육을 받아 숙성 가격만 붙였다. 마장동 경력 30년의 우리 파트너가 원육은 완벽하게 공급해 주고 있다. 항생제도 쓰지 않는 고기다. 믿을만한 곳에서 잡아서 그날 작업해서 바로 들어온다. 백화점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비해서는 낮고, 작업이 많이 들어가기에 정육점에 비하면 다소 높은 수준이다. 올해 우리 목표는 비선호 부위를 잘 만들어서 전반적인 가격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딥플랜트 본사에서 숙성이 진행 중인 제품들

이 사업에 데이터가 왜 필요하고, 중요한 건가. 

먹거리를 지혜롭게 먹을 수 있는 데이터라고 보면 된다. 그걸 기반으로 한 숙성으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기술이 조금 더 발전하면 소화가 더 잘 되는 제품, 종국에는 배양육도 가능할거다. 그 일환으로 실버세대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케어푸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고기의 일반 맛부터 깊은 맛을 좋아하는 사람까지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보통 고기는 식으면 질기고 맛이 없지만 우리 제품은 그렇지 않다. 그 부분은 자신 있다. 이 정도 맛만 나온다면 고깃집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들었다. (웃음) 물론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완벽하진 않다.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걸 하고 있다.

아이디어만 있다고 해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장비도 갖춰야 하고 고기도 조달해야 한다. 

정부의 창업 지원 덕을 봤다. 중장년 예비창업패키지가 되면서 아이디어 검증을 할 수 있었다. 숙성 장비를 만들어 연구논문 등에 기재된 방식과 우리가 생각한 방식을 골고루 테스트했다. 가공 농장을 하는 지인이 있어서 장비를 싣고 제주도까지 갔다. 아이디어 검증이 마무리된 뒤 재도전 창업패키지에 선정돼서 공장 시설을 갖춰 소비자에게 판매가 가능하게 됐다. 이 사업은 공간이 필요하다. 현재 1.8톤이 창고에 있는데, 매장 하나 소화분이다. 그래서 올해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단백질에서 맛을 뽑아내는 제품을 판다. 근본적인 질문인데, 숙성육이 건강에도 좋은 건가. 

우리가 아는 일반 고기 맛은 지방에서 나온다. 마블링도 지방층을 말하는 거다. 하지만 건강 측면에선 지방보다는 단백질이 좋다. 지방은 많이 먹을수록 대장암 발병률이 높다. 단백질 숙성을 하면 아미노산이 올라와서 감칠맛이 난다. 소비자 테스트 결과를 보면 단백질 숙성 고기는 많이 먹어도 속이 편하고 부담이 없다. 그렇다고 숙성한 고기가 맛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맛은 개인의 취향이다.

딥플랜트 본사 내부 전경

딥플랜트의 특허기술이 적용된 숙성장비

본사에 특허를 가미한 장비가 있다. 어떤 특허인가.  

수압과 초음파 온도조절을 하는 숙성 장비다. 숙성 방법 변화를 주는 다음 모델을 준비 중이다.

숙성을 한다 해도 고기는 여타 제품에 비해 유통기간이 짧다. 수요예측은 어떻게 하나.

현재까진 사전 조사에 근거한 감이다. 지역 정육점을 모두 다니면서 인터뷰를 하며 매출 등 현황을 파악했다. 그걸 알아야 예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는데, 현재 이슈는 콜드체인이다. 스티로폼 박스에 아이스팩을 많이 넣고 보내도 온도 변화는 있다. 숙성 제품은 온도 변화가 심하면 부패로 넘어갈 수 있기에 조심스럽다. 겨울에는 리스크가 적지만 여름은 아직 겪어보지 않은 계절이라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걸 극복하려면 패킹(포장)과 콜드체인이 해결되어야 하는 데 추가 비용이 든다. 한꺼번에 많은 주문이 들어오는 것도 품질 관리 측면에서 좋은 현상은 아니다. 예약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현재는 지역기반으로 운영하고 4시간 내 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프라인 스토어를 연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도 배달을 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배달 시스템을 개발해 모니터링이 실시간으로 되게 할 거다. 차량용 센서도 도입해 소비자가 자신이 주문한 고기가 몇 도에서 오는지 모바일로 알려준다.

제품이 많이 팔리려면 온라인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텐데.

우리한테 남은 숙제 중에 하나다. 숙성 시간이 필요하기에 온라인으로 많이 들어오면 물량의 한계가 있다. 예약제 등으로 어느 정도 기다리게 하는 것은 허용되겠지만 오래 기다리게 하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경험은 아니잖나. 무엇이 효율적일지를 고민하며 조심스럽게 접근 중이다. 입소문 방식이 좋긴 하다. 우리 제품을 접한 한 고객이 30명을 끌고 온 케이스도 있다. 고기 살 때 우리에게 가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는 최소한으로 알리고 추세를 보는 중이다. 조금 더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다.

프랜차이즈가 돼도 좋을듯싶다. 

생각은 하고 있다. 2호점은 자기가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웃음) 사실 마음만 먹으면 늘리는 건 빠르게 할 수 있을듯싶다. 스타벅스 커피처럼 고기 맛을 나눌수 있을거다. 하지만 제품과 서비스 품질이 고르게 제공되려면 할 것이 많다. 제품에 대한 설명도 해야 하고 숙성도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고민 중이다.

이제 막 본 사업을 시작했다. 소감을 말해준다면.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겁고 기대된다. 역시나 가장 크게 힘이 되는 건 소비자 반응이다. 한 번 구입한 사람들의 한 달 뒤 재구매율이 80%에 근접한다. 우리가 생각한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끼는 것만큼 기분 좋은 건 없다. 소비자가 경험이 낮아지지 않게 노력하려고 한다. 그리고 축산물 시장에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길 기대한다.

딥플랜트 팀이 매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tartup’s Story #459] 빅터 칭 미소 대표 “美 증시 상장벨 울리고 직원 부자로 만드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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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칭 미소 대표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되려면 말도 안 되는 일을 시도해서 성공하는 경험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유니콘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미국 벤처캐피탈(VC) 에일린 리가 2013년 최초로 사용한 ‘유니콘’ 개념은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평가된 비상장기업을 의미합니다. 각국에서 유니콘기업 현황은 창업·벤처 생태계를 넘어 경제를 나타내는 중요 지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2015년 8월 청소 서비스로 시작해 홈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성장한 미소는 미래 유니콘으로 평가받는 스타트업입니다. 손익분기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증명해냈고 올해 서비스 거래액 총합은 1,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국내를 넘어 해외로 서비스 확장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증시 상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미소의 비즈니스 모델은 ‘스타트업계의 하버드’로 불리우는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에서 투자 유치로 인정받았습니다. 미소는 2016년 와이콤비네이터 배치 프로그램에 선발된 데 이어 올해 YC 컨티뉴이티 펀드(YC Continuity Fund)의 ‘YC 성장 프로그램(YC Growth Program)’에도 선정되었습니다. 현재까지 회사의 누적 투자 금액은 120억 원 규모이고 올해 시리즈B 투자유치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미소는 인재 유치 전쟁 중인 스타트업씬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전 사원에게 1만 주 상당의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죠. 미소의 주식은 비상장주식임에도 실제로 재직 중인 직원에 의한 매도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전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스톡옵션은 회사 성장의 과실을 전 직원과 함께 나누고 싶은 창업자의 의지가 담겼습니다.

미소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든 직원들이 정당한 대가를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저는 정말 직원들을 부자로 만들어 주고 싶어요. 미소가 유니콘이 되고 상장 기업이 된다면 가능할 겁니다.”

미소의 창업자이자 네 차례 창업을 경험한 빅터 칭 대표에게 회사의 스케일 업 과정에 대해 들었습니다.

2015년 8월 창업한 미소가 어느덧 6주년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회사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 스케일업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과정을 돌이켜보면 어떠세요. 

‘참 멀리 왔구나. 이룬 게 많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미소를 처음 창업할 때의 목표는 2시간짜리 서비스를 출시하는 거였습니다. 그전까지 시장에서 제공하는 가사도우미 서비스는 4시간부터 가능했거든요. 3시간, 2시간 가사도우미 서비스의 수요가 있었지만, 공급자 입장에서 3시간, 2시간짜리 짧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수지가 맞지 않았던 게 이유였죠. 클리너분들이 4시간 이하 서비스로는 하루에 만족할 만한 수익을 거두기가 어려워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겁니다.

2시간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면 1~2인 가구로까지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1~2인 도시 직장인 가구한테까지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봤고요. 저희는 데이터와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클리너분들이 만족할만한 2시간, 3시간 일자리들을 추천했어요. 기술 회사답게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데이터를 이용했습니다. 클리너분들이 일하는 방식, 위치, 선호하는 일자리 특징과 들어온 주문의 위치 등을 살폈습니다. 그 뒤에는 데이터에 맞게 클리너 분들에게 일자리를 추천해 드렸죠. 하루에 4시간 청소하시는 분들에게 바로 근처에 있는 2시간 일자리  두 개를 소개시켜드리는 식이죠. 그러면 시간당 급여는 2, 3시간 청소가 더 높으니깐 클리너분들에게도 이익이고요. 미소는 가사도우미 시장을 폭발적으로 확대시켜서 스케일 업을 이룰 수 있어서 좋은 거고요.

그렇게 업계 최초로 2시간 청소 시스템을 출시한 게 2019년 2월이에요. 같은 해부터 클리너분들이 고객님한테 받은 평점을 기반으로 보너스 제도도 운영했고요. 미소와 오랜 기간 일을 하시면서 좋은 고객 평가를 받으신 분들을 제대로 우대해드렸죠. 평균 고객 평점으로 나타나는 서비스 품질도 실제로 향상됐고요. 2016년2018년에는 와이컴비네이터 등 최고의 실리콘밸리 투자사로부터 시드 투자와 시리즈A 투자도 받았습니다. 축하하기에 충분한 많은 성과들이 있었습니다.

2016년 초기 미소 팀. 2016년 월매출 1~2억 원 수준이었던 미소의 현재 누적 매출액은 1,000억 원에 달합니다. 

미소가 네 번째 창업입니다. 앞서 공동창업자로 참여한 스포카, 요기요는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본인에게 창업은 어떤 의미인가요? 어떤 목적, 비전을 가지고 이 업(業)을 이어가고 있나요?

예전부터 제 손으로 의미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게 꿈이었어요. 큰 회사에 들어가서 인정받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겠지만, 내가 창업하는 회사를 키워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죠. 한 명의 개인으로서 주도할 수 있는 변화의 크기 자체가 다르니까요. 저도 ‘욜로(YOLO)’족이에요. 인생은 한 번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을 열심히 즐기는 욜로족들과는 달라요. 인생 한 번 사는 거니까 사는 동안 최대한의 큰 변화,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싶습니다. 저로서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방법이 스타트업이예요.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고, 스타트업 창업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에 제 열정을 쏟아붓는 게 좋습니다. 스타트업은 제게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하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도구죠.

스타트업 운영은 창업자뿐 아니라 모두에게 도전이에요. 도전인 이유는 정해진 규칙도 없고, 어떻게 하라고 시키는 사람도 없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기회이거든요. 저는 미소에 몸담은 모든 사람들이 스타트업에서의 기회를 잡아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금전적으로도요. 스타트업의 매력은 다양한 직무에서 소중한 경험을 하며 스스로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있고, 스톡옵션을 통해서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을 보수를 챙길 수 있다는 것도 있거든요. 미소 팀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회사가 제대로 커서 오랫동안 몸담은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으로 제대로 된 보상을 주고 싶어요. 그게 사업가로서 제 목적과 목표 중에 하나입니다.

미소는 모든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제시해요. 스톡옵션을 일부 리더급 직원에게만 주는 혜택이 아니라 개인과 회사가 동시에 성장으로 혜택을 볼 수 있게끔 만드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미소가 유니콘이 된다면, 미소 직원들은 1인당 평균 27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갖게 됩니다. 27억 원은 저를 포함한 창업 멤버들을 제외한 숫자에요. 저나 일부 초기 멤버들이 가진 지분을 빼고도 현재 직원들이 미소의 성장을 통해서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이 그만큼인 거죠. 스타트업들은 급격히 성장하지 못하면 금방 문을 닫아야 하는 곳이에요. 물론 속한 직원들에게도 회사가 커지는만큼 개인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도전인 셈이고요. 직원들이 나중에 퇴사할 때 현금으로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금액만큼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미소의 스톡옵션은 휴지조각이 아니에요. 지금 단계에서도요.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작년에 기존 투자자가 주식을 추가로 매수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어요. 그래서 당시에 재직 1년이 넘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투자자에게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렸죠. 그때 평가된 기업 가치가 약 1000억 원 정도였습니다. 기회가 있었지만, 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던 분들 중 10% 정도만이 주식을 매도했어요. 회사 직원 대다수가 미소 주식 보유를 택했다는 사실은 내부 구성원들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소의 스톡옵션은 요식행위가 아니라 비전에 대한 우리의 자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최종 목표는 미소를 유니콘 기업 그 이상으로 키우는 거에요. 미소는 현재 가사도우미 뿐 아니라 70여개의 다양한 홈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어요. 집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무궁무진해요. 미소 고객이 집에서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면 곧바로 제공받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꿈꾸고 있어요. 미소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홈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반드시 기업 가치 10억 달러의 유니콘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미소는 최근 누적 주문 300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가사도우미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현재 이사, 입주청소, 인테리어, 펫시팅, 사무실 청소등 70여 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가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월 매출 기준으로 2021년 1월에 비해 2021년 4월은 45% 성장했습니다. 올해 전체 회사 서비스 거래액의 총합은 1000억 원을 돌파할 전망입니다. 숫자를 보시면 미소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고 있어죠.

스타트업은 창업자의 역할이 가장 크겠지만, 팀의 힘도 중요합니다. 미소 구성원, 임직원들의 강점은 뭐라고 보세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O2O 비즈니스라는 게 결국 24시간 돌아가는 사업이에요. 고객의 주문과 요청이 실시간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누군가는 항상 응대를 해야 합니다. 다행히 미소 팀원들은 저처럼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은 의지, 성장에 대한 갈망이 강한 사람들이에요. 남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고, 실제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의지가 있습니다. 미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올바른 방식으로 열심히 일하자(work hard on the right things)”인데, 무엇을 열심히 할지를 명확히 하고, 실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팀이에요. 스타트업에는 그만한 강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미소는 대표 서비스인 ‘홈클리닝’을 중심으로, ‘이사’, ‘가전청소’, ‘인테리어’, ‘펫시팅’ 등 70여가지의 서비스로 사업 범위를 확장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홈서비스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세요. 그리고 미소는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O2O 스타트업은 고객이 수요와 공급 양쪽에 존재해요. 자연히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와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파트너 분들에게 미소가 내세워야 하는 가장 큰 셀링 포인트는 일자리가 많다는 거에요. 하지만 충분한 고객 숫자가 확보가 안되면, 파트너분들한테 우리와 함께하자고 설득할 수가 없어요. 반대로, 고객이 미소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쉽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앱에서 질문 몇 개에만 답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파트너가 부족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 편리한 프로덕트의 의미가 없어요. 파트너는 고객이 없어서 플랫폼을 외면하고, 고객은 파트너가 충분하지 못해서 외면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는 거죠.

다행히 미소는 고객 수 성장이 파트너 수 성장으로 이어지고, 높은 파트너 수가 다시 고객 유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꾸준히 구축해 왔어요. ‘플라이휠(Flywheel, 선훈환 구조)’이 탄탄한 거죠.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게 미소의 가장 큰 역량이에요. 편리하고 간결한, 좋은 프로덕트로 고객 수요를 끌어 오고, 그 뒤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고객분들을 서비스를 진행하시는 파트너 분들과 연결해 드리는 거죠.

이렇게 탄탄한 플라이휠 덕분에 파생되는 중요한 강점이 있어요. 바로 압도적인 데이터 양입니다. 누적 주문 건수 기준으로 저희는 홈서비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에요. 누적 주문 건수가 300만 건이 넘는데, 이게 전부 미소의 데이터가 됩니다. 머신러닝에 기반한 정교한 추천 시스템을 제공하기에 가장 적합한 홈서비스 기업은 미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테크와 빅데이터의 힘으로 저희는 2~3시간 청소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훨씬 저렴하게 제공하면서도 클리너분들에게 가장 높은 시급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미소가 차별화되는 또다른 지점은 디테일에 있습니다. 미소는 파트너와 고객의 문제를 살필 때 데이터를 피상적으로만 보지 않아요.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으려고 하죠. 데이터 자체는 고객이나 파트너의 감정적인 불만을 말해주지 못해요. 숫자로만 의사결정을 하면 고객이 서비스에 느끼는 미묘한 감정이나, 파트너가 일하면서 어느 지점에서 감정이 상했는지 알기 어렵죠. 그래서 저희는 자주 전화로 파트너와 고객의 의견을 물어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지만, 데이터를 피상적으로만 보지 않고 고객의 감정적인 문제까지 해결하려고 합니다.

실례되는 말이겠지만, 국내에서 청소와 세탁 등 홈서비스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미소를 비롯해  워시스왓(세탁특공대), 의식주컴퍼니(런드리고), 생활연구소(청소연구소) 등 기업이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보란듯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국 홈서비스 시장의 미래는 어떨거라 전망하세요. 지금보다 더 커질까요? 코로나19의 영향은 없을까요?

한국의 홈서비스 시장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1~2인 가구의 비율은 늘고 있고, 우리는 살면서 항상 다양한 주거 관련 서비스를 필요로 하니까요. 하지만 미소의 미래는 가사도우미 서비스도, 확장된 홈서비스 플랫폼도 아닙니다. 고객들의 일상 속 삶의 질을 개선하는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플랫폼’입니다. 미소는 현재 집중하고 있는 가사도우미, 이사, 입주청소, 펫시팅 등의 서비스뿐 아니라 요가 지도사, 가전 제품 수리 및 설치 기사, 전기 배선, 인테리어 부분 시공, 쿠킹 클래스 등의 서비스까지 앱 하나로 요청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10년 전까지만해도 결제와 배송 측면에서 너무나도 어려웠던 이커머스가 어느새 우리 일상의 당연한 일부분이 되었듯, 앱으로 가사 도움을 받고, 취미로 하는 베이킹을 도와줄 수 있는 선생님을 주말에 부르고, 집안 인테리어를 도와줄 전문가를 앱으로 구하는 미래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소의 미션이 “우리는 현실의 삶을 개선하는 기술을 만듭니다(We build technology that improves our lives offline)”인 이유는 여기서 나오죠. 홈서비스가 생활 밀접의 모든 서비스 영역으로까지 확대하면 미소가 확장해 나갈 부문을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소의 미래를 홈서비스를 넘어선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정의한다면, 회사의 성장 잠재력은 전체 홈서비스 시장 규모 그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미소가 YC 컨티뉴이티 펀드의 ‘YC 성장 프로그램‘에 선정되었습니다. 유니콘으로 분류되는 샌드버드(2018년)에 이어 두 번째 한국 스타트업입니다. YC 성장 프로그램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스타트업이 이 프로그램에 초대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건가요?

와이콤비네이터는 그로스 프로그램에서 50인 이상 규모로 성장한 후기 스타트업들의 추가 스케일 업을 위해 조언을 주고, 참가 스타트업 CEO를 대상으로 네트워킹 모임을 진행합니다. CEO의 역할, C레벨 임원진 고용, 개발자 물색, 마케팅과 세일즈 팀의 조화, 구성원과 회사의 동반 성장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제공하는 6주간의 프로그램입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그로스 프로그램의 목적을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스케일 업을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에 집중하고,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다른 창업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그로스 프로그램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YC 선정 후기 스타트업간 네트워크의 촉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와이콤비네이터에 선정된 1200여 개가 넘는 기업 중 50인 이상의 직원을 가진 곳은 100곳에 불과합니다. 와이콤비네이터가 여러 기업들을 선정했지만, 실제로 건실하게 성장해 나가고 있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소수인 거죠. 스타트업계의 하버드라고 불리는 와이콤비네이터 네트워크도 일정 규모 이상의 후기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자사 네트워크가 약해지면서, 이들을 “다시 묶기(rebatch)” 위해 그로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거죠.

그로스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가’입니다. 1200여개가 넘는 YC 기업들 중에서 하나의 배치(batch)에 1015개 기업, 1년에 2030개 기업만 선정되는 셈이니 굉장히 영광스러운 자리죠. 미소가 그로스 프로그램에 선정된 건 YC로부터 유니콘이 될 만한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최근에 한 투자자에게 미소가 YC의 그로스 프로그램에 성장됐다는 이야기를 전하니 몇 개의 스타트업이 선정됐는지 묻더군요. “10개 정도의 기업이라고 하니까 굉장히 소수만 누릴 수 있는 거(exclusive)고, 대단한 거 아니냐”고요. 그만큼 YC의 영향력, 성장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YC 성장 프로그램은 세계 최대 액셀러레이터가 후기 스타트업 펀딩 프로그램으로 졸업 기업들을 지원하는겁니다. 이 프로그램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나요? 초기 스타트업과 성장 중인 스타트업은 지원 방식이 다를거라 보는데요.

그로스 프로그램은 참가한 회사들이 서로의 경험에서 배워나가는 네트워킹 중심의 프로그램입니다. 크게 두 가지의 주제로 논의가 이루어지는데요, 첫 번째는 회사의 성장을 이끌 팀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초기 창업 멤버들로만 팀을 꾸릴 때는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들, 즉 임원진의 구성을 고민할 필요가 적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직원 숫자가 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외부에서 임원급으로 모시고 오게 되면, 모든 임직원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만드는 일이 예전만큼은 쉽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능력과 경험을 가진 새로운 리더십 팀을 꾸리고, 그들과 대표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찾아나가는 게 어려운 일이죠.

YC 그로스 프로그램은 스타트업이 규모가 커지면서 인력과 조직을 재정비하는 방법에 많은 조언을 제공합니다. 선발된 다른 스타트업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얻을 수 있는 통찰도 많고요. 문화를 스케일(scaling culture) 한다고 하는데, 새로 유입되는 사람들이 기존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업무 방식과 사고의 틀을 학습하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이 부분도 어렵지만 꼭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YC 그로스 프로그램에서 이야기됩니다.

두 번째 주제는 투자 유치입니다. 어떤 내용이 주로 이야기되는지 깊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각 스타트업이 벤처 투자자를 만나면서 겪었던 일들과 얻었던 통찰을 공유하며, 서로의 다음 단계 투자에 대한 조언을 주는 거죠.

시리즈A 이후 스타트업들은 사실 겪고 있는 문제들이 비슷해요.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고, 그들과 함께 일하고, 전사 임직원이 회사의 비전과 목표에 공감하도록 만드는 사내 문화 및 인적 자원 관련 문제와, 꾸준한 성장을 담보해줄 투자 유치와 관련한 문제가 프로그램의 가장 핵심적인 논의 내용입니다.

미소가 선발된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테크기업, 글로벌 기업으로써의 가능성 등이 떠오르는데요.

와이콤비네이터의 눈으로 보기에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지표로 증명되는 폭발적인 성장세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선발됐다고 생각합니다.

미소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목표로 하는 것은 뭔가요?

다음 단계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시리즈 B 유치뿐 아니라 미소가 목표하는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거죠. YC라는 소중한 기회가 덕분에 저희의 꿈이 실현되는 날짜가 앞당겨진다면 좋겠습니다.

미소는 2016년과 2018년 프라이머와 와이컴비네이터 등으로부터 시드 투자와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현재 미소는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준비 중입니다. 앞서 120억 원이 넘는 투자유치를 했고요. 시리즈B는 여느 기업의 시리즈C 규모로 전망됩니다. 어느정도 규모를 계획하고 계신지, 그 자금으로 기반으로 무엇을 할지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앞선 투자 성격을 보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다수 참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투자 유치와 관련된 내용은 현재 시점에서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앞서 공개한 매출 지표 등을 보면 미소는 굉장히 가파르게 성장 중입니다. 시리즈B 투자 유치는 성장세를 더욱 가파르게 만들 수 있는 마중물과도 같은 역할을 하겠죠. 새로운 사업 분야에도 진출할 수도 있고, 마케팅을 더더욱 공격적으로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말씀하셨다시피, 저희의 시리즈B 라운드의 규모는 상당할 전망입니다. 성사된다면 몬스터 라운드(Monster round)가 될거라 예상합니다. YC 그로스 프로그램 선정이 저희의 다음 투자 규모,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투자유치를 받아본 유경험자입니다. 국내 투자와는 결이 다를거라 봐요. 국내 창업자들이 해외 투자자를 만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해외 투자자들은 어떤 부분을 주목해서 보나요?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항상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원해요.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업을 물색하는 거죠. 에어비엔비나 우버처럼 기존의 시장을 뒤흔들고 새로운 혁신을 주도할 스타트업을 물색합니다. 큰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시킬 역량과 아이디어, 마음가짐을 모두 갖춘 기업가를 찾는 거죠.

지금까지 저희와 함께한 투자자들은 미소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꼭 필요한 사업 자금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미소와 방향성이 맞는 분들이거든요. 와이콤비네이터를 비롯해 소셜 케피탈(Social Capital), (AddVenture)애드밴처, 프라이머(Primer), 스트롱벤처스(Strong Ventures)등이 지금까지 함께한 투자사들인데요, 저희와 마찬가지로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중간 정도의 성공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미소가 이름있는 소비자 브랜드가 되기를 바라는 분들이죠.

아시다시피 저희 투자사들 중 상당수는 미국 투자사입니다. 미소는 미국 증권 시장에서 상장할 예정인데, 미국 증시의 생리를 아는 이분들이 저희에게 굉장한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멀리 내다보는 투자자들과 기업 경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하고,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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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칭 대표는 미소 이전 소셜 데이팅 서비스 ‘친친’이라는 서비스로 창업을 했습니다. 친친은 비론치2014 스타트업 배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실패합니다. 빅터 칭 대표는 실패 원인을 “고객이 원하는 걸 못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미소를 창업할 때 가장 크게 염두에 둔 것이 ‘고객에 대한 중요도'”라고 말합니다.

미소는 해외 시장, 구체적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이 있습니다. 미소처럼 오프라인이 연결된 서비스가 해외로 서비스를 넓힌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겁니다. 아시아로 가는 이유, 배경, 가능성 등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미소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홈서비스 시장을 기반으로 성공적으로 스케일 업하며 안정적인 O2O 프로덕트를 개발했습니다. 한국에서 검증된 미소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른 나라에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딜리버리히어로가 요기요 등을 통해 다양한 나라의 배달 시장으로 확장할 때 내부 직원으로서 많이 배운 건, 하나의 시장으로 좁혀서 사업을 바라보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부분을 깊이 고민하며 사업을 하는 넓은 시야입니다. 저는 미소가 한국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국제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고 믿습니다.

글로벌 영역에서 경쟁자가 있을텐데요. 그들보다 미소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은 뭔가요?

제대로 된 O2O 플랫폼 비즈니스를 운영하려면, 좋은 프로덕트를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를 데려올 수 있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수요 쪽에서의 고객과, 공급 측면에서의 파트너를 모두 만족시키는 건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쉬운 일은 아니죠. 그래서 70여개가 넘는 다양한 홈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미소의 노하우는 타사의 그것과 비할 바가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홈클리닝, 세탁, 이사 등 하나의 서비스에 집중하는 플랫폼은 많아도 미소처럼 홈클리닝, 이사, 입주청소, 펫시팅, 인테리어, 정리수납 등 수십 개의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진행하는 곳은 없거든요.

차기 유니콘 기업으로 미소가 언급되기도 합니다. 이런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감사한 평가입니다. 저는 미소가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충분한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YC 성장 프로그램 선발, 그리고 저희의 성장 지표와 이를 만들어 내는 미소 팀의 능력이 이미 증명하고 있거든요. 저희 직원들도 유니콘, 혹은 그 이상이라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고요.

올해 미소의 매출은 전년대비 어느정도 늘어날거라 전망하세요?

미소는 정말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2021년 1월 매출에 비해 4월 매출은 45% 상승했거든요. 3개월 만에 매출이 45% 성장하는 회사는 흔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끝으로 미소의 IPO 시점은 언제가 될까요? 해외 상장도 가능할거 보는데요.

미소는 미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스닥이나 뉴욕 증시에서 상장 당일 벨을 울리며 개장을 축하하는 날을 꿈꿔요. 그날이 회사의 1차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에요. 현재는 명확한 타임라인은 없어요. 다만 최고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할 뿐입니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회사의 방향성을 명확히 해 나가는 일을 꾸준하게 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상장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기업 공개가 미소의 1차 최종 목표라고까지 하는 이유는 미소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든 직원들이 정당한 대가를 가져갔으면 좋겠기 때문이에요. 저는 정말 직원들을 부자로 만들어 주고 싶어요. 미소가 유니콘이 되면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일반 직원 1명당 평균 27억 원의 미소 지분을 보유하게 됩니다. 상장으로 이어진다면 더 큰 금액을 손에 쥘 수 있겠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전 상장 이후에도 엑싯할 생각이 없습니다. 미소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드는 경험이 좋거든요. 그 뒤에도 회사에 남아 미소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거듭날 때까지 일하고 싶어요. 제가 지금까지 기회가 여럿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주식을 팔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Startup’s Story #460] ‘맥락’과 ‘결’에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미디어 커머스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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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6주년을 맞이한 미디어 커머스 기업 ‘컬쳐히어로‘는 여느 스타트업과는 궤를 달리하는 행보를 보여준다. 빠른 성장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다소 돌아가더라도 탄탄한 성장을 추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표 레시피 플랫폼 ‘우리의식탁(이전 서비스명 ‘아내의식탁’)’을 일궈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의식탁의 앱 누적 다운로드 수(6월 기준)는 160만 건, 회원 수는 91만 명,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108만 명을 포함해 소셜네트워크 구독자만 300만에 달한다. 그 콘텐츠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커머스는 연간 120억 원에 달하는 판매액을 기록 중이기도 하다. 어느정도 만족할 법도 하지만 컬쳐히어로 창업자들은 올해가 본격적인 확장의 시작이라 말한다. 1월에 제주에 별도의 법인을 세우고 6월에 제주 스튜디오를 오픈해 인프라를 조성한 것도 그런 행보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맥락’과 ‘결’을 강조하는 창업가 양준규 컬쳐히어로 대표와 윤종석 컬쳐히어로 제주 대표를 컬쳐히어로 제주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윤종석 컬쳐히어로 제주 대표(왼쪽)와 양준규 컬쳐히어로 대표(오른쪽)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플래텀

처음 이야기를 해보자. 회사명을 ‘컬쳐히어로’라고 지은 이유는 뭔가.  

양준규 컬쳐히어로 대표(이하 양) : 오피셜하게는 단어 뜻처럼 ‘문화영웅’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최초로 불을 인간에게 전했듯이 콘텐츠를 잘 만드는 사람들에게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고 싶었다. 비공식적으로는 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 창업가 지인들이 선듯 법인 설립 서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나를 믿고 엔젤투자를 해줬는데, 그들에게 ‘결초보은’을 생각하다 떠오른 단어가 ‘컬쳐(결초)’였다. (웃음)

창업은 언제, 왜 시작한건가.

양 : 2014년 카카오스토리에서 콘텐츠 제휴와 소싱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양질의 푸드 콘텐츠를 제공하면 시장에서 반응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우리의식탁(당시 서비스명 ‘아내의식탁’)’이었고 본격적인 창업은 2015년 돌입했다. 간략히 말했지만 전후 중간 과정이 많다. 처음에는 여행이나 힐링 등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모아서 보여주는 비즈니스, 쉽게 말하자면 ‘어른용 피키캐스트’ 사업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여러가지를 한 꺼번에 다 잘 하는 건 역량 밖이었다. 그래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푸드 콘텐츠에 몰입하기로 하고 피봇아닌 피봇 과정을 거쳐 2016년 중반부터 우리의식탁에 집중했다.

양 대표와 윤 대표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서 사업 파트너가 된건가.

윤종석 컬쳐히어로 제주 대표(이하 윤) :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난 한화에 있었고 양 대표는 LG CNS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다. 처음에는 동네 주민이었다. 근거리에 살고 있었는데 아내들이 문화센터에서 인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가족 친교 모임이 됐다. 내 아내는 나보다 요리 경험이 더 긴 호텔 요리사 출신이다. 양 대표 아내와 내 아내는 자매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절친이 되었고 우리도 사업을 함께하는 관계로 이어졌다. 내 삶의 소중한 모멘텀이다. 당시 양 대표와 나는 둘이서 매주 토요일 아침에 만나 커피를 마시면서 무슨 사업하면 좋을지 아이디어 논의를 하곤했다. 서로 결이 맞았고 신의와 믿음이 자연스레 싹텄다. 양 대표는 카카오를 거치며 생각과 사업의 관점이 남달랐다. 양 대표가 창업하고 나서 함께하자고 제안해 줘서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양 : 우리 두 사람의 공통점은 실무자로 시작해 사업 기획을 했다는 거다. 윤 대표는 셰프를 하다가 매장 개발 업무를 했고, 나는 개발자로 시작해 사업 기획을 했다. 만약에 이 사업을 하면서 개발을 모르거나 요리를 몰랐다면 한계가 있었을거다. 그런면에서 둘이 잘 맞는다.

양 대표 아내는 회사에서 스타일리스트로 함께 일하고 있다. 

양 :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아내 이야기는 잘 안 했는데 가족회사라는 오해를 받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와이프는 현재 회사 푸드콘텐츠팀 팀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출퇴근은 같이하지만 일은 각자의 영역에서 한다.

준규 컬쳐히어로 대표

올해 2월에 서비스명을 아내의식탁에서 ‘우리의식탁’으로 변경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브랜드명을 바꾸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텐데. 왜 바꿨나. 

양 : 누구나 관심있고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의도를 담았다. 요리라는 것이 아내만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브랜드명 변경은 5년 전부터 고민을 했다. 소비자에게 전하는 서비스 의미가 변하지 않으면서도 확장의 의미를 담아야 하고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줘도 안 된다 생각해서 최종 결정까지 오래 걸렸다.

윤 : 특정한 한두 개 요인보단 코로나 팬데믹 등 시대 상황, 회사의 비즈니스 진행 과정 등 전반적인 상황이 맞았기에 과감히 결정할 수 있었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건 유저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걸 방정식 풀듯이 명확하게 증명하긴 어렵지만 충분히 상황이 됐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

레시피와 같은 콘텐츠 유지 관리는 우리의 핵심 결 중 하나이다. 유저층이 우리를 떠나지 않고 자주 찾아주는 배경에는 우리 레시피로 음식을 했을 때 실패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검색엔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면 사업화가 힘들었을 거다. 우리가 보는 콘텐츠는 이미지와 영상같이 단편적인 몇개의 요소가 아니라 서비스 전체를 아우르는 거다. 서비스 제공사에겐 당연한거지만 노력없이 되는 건 아니다. 우린 초기부터 전문가 집단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이 풀을 키워왔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숫자를 맞추기 위해 충분히 계량해서 실험 조리를 병행했다. 유저들이 우리의식탁을 좋아해 준 건 콘텐츠에 감성적인 결도 있었기 때문이다. 서비스가 인터렉티브하는 건 중요하다. 그걸 처음부터 할 지 완숙기에 할 지를 고민했고 필터링 없이 인터렉티브가 진행되면 콘텐츠 결이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후일로 미뤘다.

양 : 단순히 이름만 바꾼 게 아니라 기능적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려 추진 중이다. 일례로 아내의식탁 때는 전문가가 잘 만들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우리의식탁은 ‘샵스타일’이라고 해서 유저가 자신의 사진을 찍어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콘텐츠를 받아보는 것을 넘어 유저가 참여하는 커뮤니티로 진화해 가는 거다. 또 ‘테이블 멘토’라는 제도도 있다. 그전까지 모든 콘텐츠를 우리가 다 만들었다면 올해부턴 요리 전문가들의 양질의 콘텐츠가 유통되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콘텐츠를 통해 유명 셰프 및 인플루언서의 레시피를 제공해 다양한 성향의 유저들에게 알맞은 레시피를 공유하는 중이다.

사실 콘텐츠 양을 늘리려면 유저 레시피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레시피를 따라해서 맛이 없으면 고객에게 피해가 간다. 노래는 전공을 안 해도 잘 부를 수 있지만 작곡은 전문가의 영역이잖나. 요리를 잘 하는 것과 레시피를 잘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이 따라해도 맛있으려면 정량화된 계측과 가이드가 필요하다. 레시피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은 셰프 등 전문가들이 하고, 일상속 푸드 콘텐츠는 일반 유저에게 열어놓는 이원화된 방향으로 가고있다. 유명한 커뮤니티를 보면 문화 등 각자의 결이 있잖나. 우리가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콘텐츠 결을 만들어 놓고 나서 일반 유저가 들어와야 결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가 된다고 봤다.

커뮤니티를 왜 안 하느냐는 질문 정말 많이 받았다. 맞는 말이고 해야할 것이었지만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커뮤니티는 우리가 만들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해야 조성된다. 고객이 그 커뮤니티에서 활동해야하는 목적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없으면 죽은 공간이 될 수 밖에 없다. 때를 기다렸고 이제 그 시기가 됐다고 판단해 숨겨놨던 커뮤니티 기능을 7월부터 판을 깔았다. 한편으로 유저들이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보상체계를 생각하고 있다.

우리의식탁 콘텐츠는 차별성이 있다. 구도나 색감만 봐도 우리의식탁이 만든 영상이란 건 금방 알아보겠더라. 

양 : 소셜미디어에서 도는 푸드 콘텐츠 대부분이 탑뷰에서 빨리감는 영상이 대다수이기에 로고를 떼고보면 누가 만들었는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크리에이터의 ‘결’이나 ‘맥락’이 없었던 거다.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남들과 다른 걸 만드는 것, 자신만의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우린 우리만의 결을 유지하며 몇년 째 그런 기조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지금은 우리 방식을 많은 업체에서 따라하고 있다.

우리의식탁 콘텐츠에 사람 얼굴이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셀럽이나 특정 모델을 내세우면 더 화제성을 키웠을텐데. 

양 : 콘텐츠에 사람이 나오면 채널을 빨리 키우고 수익화하기는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매니지먼트, 엔터테인먼트가 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건 우리가 생각하던 방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콘텐츠와 맥락에 맞는 가치를 만들고 싶었기에 콘텐츠에 온전히 집중했다.

윤 : 사람이 아니라 콘텐츠에 방점을 둔 것이 전략적으로 옳았다. 자연스럽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근간이 되었다고 본다.

소셜네트워크에 충성 독자층이 존재한다.  

양 : 우리의식탁 유튜브 구독자는 108만 명, 최근 론칭한 ‘베지 이즈’라는 채식 채널은 6개월만에 10만여 명 가까이 구독을 하고있다. 앱은 160만 명이 다운로드 받았고 회원은 91만 명이다. 총 SNS의 구독자 수만 300만 명 규모이다. 최근 채식 채널의 인기가 가파르다보니 광고 제안도 우리의식탁 채널보다 더 많이 받는다. 콘텐츠 중 채식 김치를 만드는 레시피가 있는데 조회수가 112만에 달한다. 둘째가 잘 자라고 있는 셈이다.

윤 : 채식을 전문 영역으로 보고 어렵게 생각하는데 콘텐츠로 잘 풀어서인지 대중의 관심도가 생각 이상으로 높다. 아마 몇년 전에 했으면 지금처럼 인기가 있지는 않았을텐데 시기와 잘 맞물렸다. 콘텐츠가 무르익으면 커머스와 연계할 계획이다. 준비는 이미 시작했다.

윤종석 컬쳐히어로 제주 대표 ⓒ플래텀

양준규 대표는 카카오출신 창업가다. 양 대표를 비롯해 근래 주목받는 스타트업 대표 중 카카오출신이 많다.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나. 

양 :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 카카오는 자기 사업을 해본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사업만 한 것이 아니라 인수합병 등 엑싯(exit)을 경험자들이 많은게 특징이다. 대기업은 공채로 들어와서 똑같은 커리큘럼에서 승진을 하는 시스템이고 롤모델이라고는 임원 밖에 없잖나. 반면에 카카오에는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경험자들이 주변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인재 환경이 카카오 출신 창업가들을 많이 탄생시켰다고 본다. 나도 카카오에서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하면 되겠다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카카오에 있을 때 내가 있던 신규사업개발 팀에 김종화 봉봉 대표,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있었다. 그런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

누적 기관 투자금이 53억 원 규모다. 추가 투자유치 계획도 있을텐데.

양 : 시리즈B를 준비하고 있다. 앞선 투자금 전체를 상회하는 라운드를 계획하고 있다.

이전 투자가 지난해 8월 이랜드월드(20억 원)에서다. 전략적 투자였는데, 양사는 어떻게 협업을 진행 중인가.

양 : 좋은 파트너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콘텐츠를 만들어 마케팅을 하고 이랜드가 제조를 담당하는 형태로 가고있다. 그렇다고 종속된 형태는 아니다. 어느 한 곳에 묶이면 콘텐츠의 맥락과 결을 맞추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우린 이랜드월드 뿐만 아니라 다른 곳과도 다양한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창업이후 우여곡절, 실패도 많이 경험했을텐데. 가장 뼈아팠던 경험은 뭐였나. 그걸 어떻게 극복했나.

양 : 크고 작은 아픔이 있었지만 아이템으로만 놓고 보면 거의 20가지는 실패했을 거다. 몰라서 안 된 것도 있겠지만 프로덕트 마켓핏이 맞았고 정답을 알았음에도 못 한 것도 있다. 크게 보면 콘텐츠와 관련된 커머스가 우리의 방향인데, 너무 일찍 시작해서 어렵게 간 측면도 있다. 계속 방향을 조정해가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실패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일찍 시작했던 것 중에 밀키트가 기억난다. 사업 초창기인 2016년 우아한형제들과 손을 잡고 밀키트를 판매했었다. 국내에서 거의 최초로 밀키트를 선보인 셈인데 성공하지는 못 했다. 

양 : 많은 콘텐츠 업체의 수익모델이 고착화되어 있다. 콘텐츠로 사람을 모으고 PPL이나 브랜디드 콘텐츠로 수익화를 하는 것이다. 맥락과 결에 안 맞게 끼워 넣는 PPL은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경험을 준다. 아울러 광고로 하는 비즈니스는 스케일업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2016년 우리가 맥락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이라 생각했던 것이 밀키트 사업이다. 레시피는 보고 따라해야 완성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번거로운 것이 음식 재료를 사는 거다. 따로 따로 사고 남는 재료를 버리게 되면 비용이 사먹는 것보다 더 많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 레시피에 있는 재료를 소분해서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밀피유나베, 찹스테이크, 통오징어 떡볶이, 로제 파스타 등 밀키트 제품을 출시했다. 생산은 우아한형제들과 전략적 협업을 했다.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 배민라이더스, 배민프레시, 배민쿡 등 4대 핵심 사업 영역을 중심으로 ‘쿼드 닷’ 프로젝트를 펼치던 시절이다. 특히 배민프레시는 많은 반찬 공장을 인수하고 있었기에 제조 능력이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뭔가를 할 때 충분한 자본력이 없으면 쉽게 뛰어들면 안 되잖나. 우아한형제들은 당시 우리가 손잡을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였다. 우리가 앞단에서 콘텐츠와 트래픽을 만들면 배민프레시가 주문을 받아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형태로 갔고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스케일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우아한형제들의 사업 핵심이 이쪽이 아닌 것도 있었고 가장 큰 건 배송 인프라가 열악했다는 거였다. 지금이야 새벽배송이 일상이 됐지만 2016년은 그런 인프라가 부족하던 시절이다. 우리가 주문을 넘기면 다음 날에 만들어서 그 다음날에 배송하는 구조였는데, 3~4일 뒤에 제품을 받아보는 경험은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게 아니었다. 그런 약점이 보이니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주저하게 됐다. 또 가격도 대량 주문이 아니다보니 다소 비쌌다. 밀키트라는 콘텐츠 맥락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과 우아한형제들이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났음에도 결과가 좋지는 않았다. 결국 크게 키우기에 한계가 있다는 결론이 나서 8개월 뒤에 자연스레 종료됐다.

윤 : 여담이지만 당시 초기 기업이었던 프레시지는 제조 인프라에 투자했고 후일 여러 리테일과 손을 잡고 업계 선도 기업이 되었다. 마케팅에 열중하던 회사들은 거의 대부분 사라졌다.

그 뒤에 추진한 비즈니스 모델은 뭔가. 현재 연간 120억 원에 달하는 판매액을 기록하고 있는데.

양 : 레시피 등 콘텐츠와 연관된 사업을 하는게 가장 이상적이긴 한데 그에 앞서 소비자에게 커머스 경험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콘텐츠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소비자가 좋아하는 제품을 우리가 소싱하고 큐레이션해서 판매하는 것으로 커머스를 시작했다. 콘텐츠를 보러 들어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좋은 제품을 소개하는 것을 3년 정도 했고 구매경험 비율이 많이 늘었다. 최근에는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 22%가 그 달 순 구매자로 나타나고 있다. 콘텐츠만 보고 나가는 게 아니라 구매까지 하는 단계까지 오게 된 것이고 구매액도 의미있는 규모가 되었다. 다음 단계는 처음에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것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사용자가 레시피 콘텐츠를 봤다면 그 레시피와 관련된 제품과 연결하는 커머스다. 구매 경험이 없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처음부터 이걸 했다면 규모를 키우기 어려웠겠지만 이젠 해도 되는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레시피와 연관된 제품에 밀키트가 있을거라 예상된다. 밀키트 등 HMR 분야 기업에 근래 투자가 많이 몰리며 많은 업체가 성장했다. 그들과 어떤 관계 정립을 할건가. 

양 : 경쟁이 아니라 상호보완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가 콘텐츠를 기반으로 유저 트래픽을 모아 여러 간편식 업체의 제품이 판매되게 연결하는 것이다. 현재 밀키트, HMR, 원재료, 키친웨어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향후 우리의 핵심 비즈니스다. 전체 매출의 90%를 여기서 발생시킨다는 계획이다.

핵심 목표는 콘텐츠와 커머스의 유기적인 연결이다. 콘텐츠 경험과 커머스 경험을 소비자층에 심었기에 가능한 단계다. 예전에는 콘텐츠 기반 커머스에 물음표를 찍는 시선이 많았지만, 패션 영역은 그런 것을 불식시킨지 오래됐고 인테리어 영역에서는 ‘오늘의집(운영사 버킷플레이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푸드 영역에선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윤 : 처음에는 유저들이 레시피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점차 콘텐츠에 등장하는 도마, 칼, 앞치마 등 리빙 쪽까지 관심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한쪽으로 사업 방향이 몰리면 위험하기에 가변적으로 조금씩, 느리더라도 탄탄하게 키워왔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유저가 받아들일 상황이 안 되어 있으면 공해가 될 수 있다. 롱텀으로 움직였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7년 동안 자연스럽게 쌓아온 업력을 기반으로 콘텐츠 기반 커머스 회사가 되어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다루려는 영역은 ‘푸드 라이프 스타일’이다.

지난해부터 라이브커머스가 각광받고 있다. 가까운 예로 중국은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라이브커머스가 이커머스의 큰 줄기가 됐다. 우리나라에서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양: 아주 밝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 사례가 많이 회자되는데, 중국은 왕홍과 같은 인플루언서가 먼저 있었고 그 다음에 라이브커머스가 접목되어 확대된 케이스다. 국내는 홈쇼핑에서 시작되어서 제품으로 승부를 보는 구조로 시작점부터 다르고 고객경험도 상이하다. 국내는 라이브커머스에서 인플루언서가 좋은 제품을 소개해준다고 생각하지 않고 싸게 파는지를 본다. 그런 소비자의 니즈에 맞추려면 판매자는 마진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라이브커머스는 이익보다는 홍보 목적의 활용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ROI가 사업의 본질인데, 리소스가 너무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구조다.

중국은 인플루언서가 라이브커머스를 주도하고 소비자는 팬심으로 지켜본다. 하지만 우리는 라이브커머스에서 제품과 가격이 메인이고 그걸 소개하는 호스트가 누군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국처럼 사람이 주목받으려면 유명 연예인이 나서야 하는데 가성비가 맞지 않다. 한 번 할 때 2~3일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걸 할 유명 연예인은 많지 없다고 본다. 자신의 SNS에 광고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만큼 벌기 때문이다.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컬쳐히어로 제주 스튜디오  ⓒ플래텀

제주도 스튜디오를 독립법인으로 오픈했다. 제주 스튜디오를 오픈한 배경을 설명해 준다면. 왜 제주까지 왔나. 

양 : 제주 법인은 1월에 설립했고, 스튜디오는 6월 중순에 완공됐다. 그에 앞서 판교에 다섯 가지 콘셉트로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공을 들여 스튜디오를 만든 건 우리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푸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우리 인프라를 많이 이용해서 플랫폼에 들어와 주길 바라서이다. 그 연장선이자 확장선에 있는 것이 제주 스튜디오다. 우리나라에서 콘텐츠적인 측면과 맛집 등 푸드 측면에서 가장 풍요로운 곳이 제주다. 음식, 맛집, 콘텐츠, 동경할만한 라이프스타일 등 키워드를 나열하면 제주라는 교집합이 나온다. 제주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면 사업적으로도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거라 판단했다. 그걸 같이 만들수 있는 얼라이언스까지 갖춰진다면 더 가속될거다. 제주 스튜디오를 오픈한 뒤 첫 사업은 제주농업농촌6차산업지원센터와 손을 잡고 지역 식재료 농민들의 콘텐츠를 촬영해서 유튜브에 공유하고 판매까지 이어지게 하는 사업이다. 그 다음에 제주 현지 맛집 제품을 HMR화해서 판매하는 걸 프레시지랑 같이 한다.

윤 : 콘텐츠와 커머스라는 컬쳐히어로의 큰 축을 유지한 채 제주로 확장했다. 제주는 콘텐츠와 관련된 국책 예산이 원활히 흐르는 곳이고 전국 지자체 중 콘텐츠 분야에 가장 관심이 많은 지역이다. 다만 예산이 많이 집행은 됐지만 마케팅, 판매 등 콘텐츠를 녹여서 하는 확장은 잘 되지 않았다. 기존에 해오던 사람들이 영세하거나 소규모 사업장이 많았기 때문일 거다. 제주는 물류, 부자재 확보, 가공 공장 등이 부족하다. 제주 최대 생산품인 메밀, 감자, 콩, 당근, 브로콜리 등 각종 농산물이 메이드 인 제주라는 브랜딩이 없이 납품만 되었다. 다른 지역에서 판매되는 농산물 중 일부도 제주에서 생산되는 것이지만 육지에 있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른다. 그동안은 그걸 몰라도 괜찮았다. 대규모로 바이어들이 사가는게 익숙했으니까. 하지만 이커머스가 대두되고 코로나 이슈 등 가변적인 상황이 닥치니 농민들에게 위기감이 돌았다. 기존의 방식, 앞선 세대의 사업구조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자각을 한거다. 컬쳐히어로가 제주로 확장을 추진할 때 자연스럽게 제주도의 이런 상황과 맞물렸다. 우리가 해소할  수 있는게 보이고 있기에 하나하나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우선적으로 지역 네트워크와 관계를 맺는 것을 진행 중인데, 올해 토양을 쌓아 올리면 내년에는 의미있는 방향성이 보일거라 전망한다. 일단 커머스보다 콘텐츠가 먼저라 생각하고 있다. 앞단에 콘텐츠로 지역 인지도 등 상황을 좋게 한 다음에 제품을 다루는 형식으로 가야만 효과가 극대화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기간의 성과가 아니라 단계적인 성과를 내는 것을 추구한다. 궁극적으로 제주에서 하나의 유의미한 모델로 만들어 낸다면 다른 지역에도 접목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사업은 대기업 집단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푸드와 관련된 콘텐츠와 커머스는 우리가 유일하게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양 : 제주만의 콘텐츠가 나오고 확산되고, 알려질 때 그 맥락과 결에 맞춰 커머스가 붙어야 더 큰 성장이 담보된다. 조금씩 커머스도 시도 하겠지만 본격적인 확장은 조금 뒤가 될거라 예상한다.

선 콘텐츠, 후 커머스 전략이다. 제주에서 여러 생산자들을 만날텐데 그들의 구체적인 니즈는 뭔가.

양 : 제주지역 6차산업 전문 코칭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만난 생산자들의 고민은 대동소이하다. 제품은 잘 만들 수 있는데 콘텐츠로 만드는 게 어렵다는 것,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형 마트 등이 와서 많이 사주는 것만 기다려서는 답이 없다는 것을 지역 생산자들도 잘 인지하고 있다. 우리의 방식이 지역생산자들의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을거라 본다. 다른 지역도 같은 고민이다. 제주가 베스트 프랙틱스가 되면 다른 지역으로 원활히 이어질거라 생각한다.

윤 : 제주도 생산자들이 어느날 공장을 만들어서 밀키트를 만든다고 할 때가 있다. 만드는 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면밀한 계획없이 시도할 때는 말리는 편이다. 판로도 잘 갖춰놓아야 하고 제품 가치구현 계획도 있어야 한다. 무턱대고 덤벼들면 위험하다. 쿠팡과 마켓컬리에 제품을 올리면 잘 될거라 생각하는 지역 생산자들도 많다.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매출이 늘고 줄어드는 가변적인 상황이 많다는 건 잘 인지하지 못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경험이 없기에 매출이 뛸 때 판매쪽과 협의없이 설비 확장과 자금 집행을 일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준비가 잘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설비를 확장하면 리스크가 크다. 실제 그런 문제로 멈춰있는 설비 시설이 제주에 많다. 그래서 우리를 중간 단계로 생각해 달라고 설득한다. 가치있게 제품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연간 100~120억 원 매출을 올리는 우리의식탁이라는 쇼핑몰이 있으니 확산 전에 테스트해보라 한다. 완숙된 다음에 쿠팡과 마켓컬리에 가도 늦지 않다.

쿠팡이나 마켓컬리라는 시리즈 투자 전에 거치는 인큐베이터이자 액셀러레이팅 과정같다. 현재 제주에서 찾은 될 것 같은 제품은 뭔가.

윤 : 실제 제품화해서 판매까지 하고 있는 것 중에 에어프라이어용 흑돼지 치즈돈까스가 있다. 제조 공장에서 컨베이어 형태로 찍어낸 게 아니라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가장 좋은 퀄리티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또 별도로 퍼블리싱한 것 중에 글로벌 탄산수 제조업체의 고민을 해결해준 사례가 있다. 그 회사의 고민은 소비자들이 머신은 구매하는데 실린더를 재구매 안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작년에는 레몬파우더, 에너지부스터 형태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올해는 외국에서 가져오던 시럽이 원활하게 확보가 안 된다는 문제가 있어서 제주의 한라봉과 청귤을 시럽 농도로 만들어서 탄산수에 섞에 먹을 수 있게 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컬쳐히어로의 역량이 발휘되어 제주의 원재료가 글로벌 업체에까지 판매되는 구조를 만든거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지역 생산자의 고민을 풀어나갈 수 있을거다.

양 : 얼마전 제주산 생고사리 판매를 했다. 생고사리로 만드는 파스타 레시피 콘텐츠를 만들었고 연관 상품으로 생고사리를 소개했는데 재고가 순식간에 다 나갔다. 제주에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좋은 식재료를 레시피에 녹이니 자연스럽게 농민 돕기가 됐고 동시에 우리도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앞으로도 제주에 숨어있는 좋은 요소를 콘텐츠와 제품에 담아낼 계획이다. 좋은 사례를 하나하나만들어 나가고 있다.

인재전쟁, 특히 개발자 구하기 전쟁이다. 컬쳐히어로는 어떤가. 

양 : 우린 전쟁까진 아니다. 개발자가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카쿠라배’처럼 연봉을 많이 줄 수는 없지만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지원한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인상적인 복지제도가 있다면.

양 : 여느 기업과 크게 다르진 않다. 우리만의 특징이라면 제주에서 일주일씩 휴가가 아닌 리모트 근무를 할 수 있다는 거다. 점심시간은 한 시간 반이다. 우린 먹는게 중요한 회사이기에 여유있게 한다. 반반차도 탄력적으로 쓰게 한다. 연차나 휴가도 사전 공유만 하면 된다. 따로 보고를 할 필요는 없다. 야근도 거의 없다. 여담인데, 제주에서 스테이하는 직원들이 지난주에 왔는데 반반차 내고 스노클링하러 가더다. 4시에 퇴근해서 스노클링하고 맥주를 즐기던데 좋아보였다. 노는 것도 진심이고 일하는 것도 진심인게 느껴져서다. 그간 함께 일하면서 체득한 업무 패턴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올해로 창업한지 6년이 됐다. 다시 2015년으로 돌아간다해도 창업을 선택할건가. 

양 : 할 것 같다. 이 사업이 잘 돼서 엑싯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거다. 사실 사업을 하며 안 힘든 적은 없었다. 점심시간에 짜장면과 짬뽕 중에 고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대표는 회사의 방향과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야 한다. 또 책임져야할 직원이 있다는 건 정말 무거운 짐이다. 계획대로 안 될 때도 힘들지만 잘 될 때도 어떻게 유지하고 더 발전시킬지 고민하기에 피가 마른다. 늘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인지 사업을 하며 즐겁다고 느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잖나. 잘 잊어먹는다. (웃음) 재무적인 숫자를 넘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내가 사업을 하는 가장 큰 가치 기준이다. 창업을 막 했을 때 회사의 미션이자 모토가 ‘어제보다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고 찾아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자’였다. 그걸 지키면 돈이 따라올거라 생각했는데 수익을 만드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더라. (웃음) 회사가 돈을 많이 벌고 투자자들에게 리턴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수익을 좇고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해 매출만 늘리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라면 도박이랑 차이가 없다. 우리의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힐링이 되고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업을 하며 제일 하고 싶은 것이다.

윤 : 창업을 통한 의미있는 과정은 사람으로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고 직접 부딪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사업에 있다. 우리 콘텐츠를 통해 유저가 행복해하면 나도 더 없이 행복하다. 지역과 사회에 기여를 한다고 느끼 때는 내가 헛살지 않고 있다 여기기도 한다. 아울러 선의에 의한 결과값, 콘텐츠를 통한 스케일업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 처음부터 콘텐츠와 브랜드를 통해 운영관리를 해왔기에 크게 확장하고 길게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리고 제주 지역에서 콘텐츠와 커머스의 마중물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 기대해 달라.

컬쳐히어로 제주 스튜디오 내외부 전경 ⓒ플래텀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기업가정신? 세상에 필요한 풍요를 공급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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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오른쪽)가 ‘넥스트라이즈2021, 서울’에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왼쪽)와 대담을 하고 있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난 6월 4,6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를 할 때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8.2조원에 달한다. 지난 2018년 기업가치 10억달러(1.2조원)로 유니콘 기업이 된 비바리퍼블리카가 3년만에 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2조원)를 의미하는 ‘데카콘’을 사정거리에 두게 된 것.

이러한 투자 배경에는 회사의 성장성과 미래 가능성이 있다. 지난 회계연도 약 3,900억의 매출을 기록한 토스는, 올해 계열사들의 본격 성장과 함께 연결기준 매출 1조 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토스는 2천만 유저를 바탕으로 뱅킹, 증권 등의 개인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제공하는 것은 물론, PG업계 최상위권 계열사인 토스페이먼츠를 통한 사업자 대상 서비스 등 B2C뿐만 아니라 B2B사업까지 보유한 독특한 모바일 금융 플랫폼이다. 토스와 같이 금융 전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핀테크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그렇다고 비바리퍼블리카가 매번 승승장구 했던 것은 아니다. 설립 이후 5년 간 실패만 기록했고 지금 토스의 시작을 알린 간편송금 모델은 9번째 비즈니스 아이템이었다. 유니콘이 된 이후에도 내부는 실행과 실패가 일상이다. 지난해 하반기 내부 40여 팀의 프로젝트 중 목표를 달성한 것은 두 개 밖에 되지 않는다. 이승건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는 조직”이라 설명한다.

지난 6월 28, 29일에 양일 간 열린 스타트업 종합대전 ‘넥스트라이즈 2021, 서울’에 이승건 대표가 세션(‘토스는 토크가 하고 싶어서’) 패널로 나서 혁신과 실패, 기업 문화, 그리고 기업가정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하 대담 정리.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자기 소개를 해준다면. 

토스라는 서비스를 만드는 비바리퍼블리카 팀의 리더다. 우린 금융 플랫폼 서비스업를 하고 있다. 현재 2천만 명의 고객이 가입을 했고 베트남에서도 300만 명 이상의 이용자가 쓰고 있다. 간편 송금이라고 하는 서비스로 시작해서 현재 자산, 대출, 보험, 카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라이센스도 획득해서 새로운 형태의 은행업을 시장에 제시하려 한다. 최근 기업 가치 8.2조 원을 인정받아 4600억 규모 투자 유치를 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혁신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혁신은 뭔가. 

혁신을 ‘세상에 없던 것, 불가능하던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AI나 블록체인으로 기존에 없던 걸 파괴적으로 새롭게 만드는 거라고 여기는 경우도 많더라. 내가 본 다수의 혁신은 ‘일부에게만 가능하던 걸 모든 사람이 쓰게 만드는 것’이다. 일부만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을 모두가 듣게 만들고, 일부만 쓸 수 있었던 고급 택시의 경험을 모두가 쓸 수 있게 만든 사례가 실제로 더 유의미한 혁신이라고 본다. 없는걸 만드는 신기술도 의미있지만 실제 삶을 바꾸는 것들도 혁신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도달한 미래를 모두가 쓸 수 있는 것이 혁신 아닌가.

그러면 토스가 만들어내는 혁신은 어떤 건가.

‘오랫동안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었던 금융 경험을 상식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결국 두 가지인데 하나는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던 걸 온라인으로, 그리고 온라인에서 가능했지만 너무 형편 없었던 것을 좋은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다. 첫 번째는 금융의 온라인화일 것이고 두 번째는 공급자들을 조금 더 경쟁적인 분위기로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 시장은 충분한 경쟁이 없었다고 본다. 경쟁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소비자들이 더 양질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우리는 그 두 가지를 혁신하고 있다.

창업을 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건 뭔가. 

이젠 사업 성과나 실패 같은 것들로 인한 두려움은 없다. 다만 토스의 문화가 한국에서 사랑받지 못 할까봐 걱정은 된다. 우리 회사는 여러 면에서 선구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비아냥 아닌 비아냥도 있다. “금융을 모르는 사람들이 금융을 혁신한다”라는 이야기는 여전히 듣는다. 회사 문화가 굉장히 실험적인 면이 있는데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요소와 미움받을 수 있는 요소 둘 다 갖고 있다. 나를 포함해 토스 임직원은 한국에 꼭 필요한 문화라 생각하고 있는데 사회와 융합이 안 된다면 두려울 것 같다.

토스 다큐멘터리에서 자율과 책임이 조직 문화이고 그걸 위해 장애가 되는 요소를 없앤다고 했다. 그걸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나. 

지난 6년간 경험을 통해 배운 건 개인을 더 믿어줘야 한다는 거다. 물론 같이 일하는 사람을 믿는건 생각보다 무척 어렵다. 경영진 입장이 되면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래서 자꾸 보고받고 싶어 하고, 평가하고 싶어 하고, 상벌 제도를 더 강하게 도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믿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개인이 실패하더라도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고 믿어주는 거다. 실패를 해도 된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혼자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때까지 가기가 어렵긴 하다.

무사안일주의나 매너리즘 같은 게 발생할 수도 있잖나. 어떻게 대처하나. 

그러지 않을 사람을 뽑으면 된다. 우리 문화가 만능이 아니기에 모든 사람이 맞을 리 없다. 우선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내부의 모습을 생 날것으로 솔직하게 보여주며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미리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보통 회사에서 채용을 할 때 임원 면접이라고 하는 게 있는데 우린 그 대신 컬처 인터뷰라고 해서 서로의 핏을 보는 인터뷰가 있다.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를 많이 하는 자리다. 질문도 여느 면접에서 받을 수 없는 거다. ‘왜 열심히 사느냐’, ‘왜 인생에서 그런 결정을 했나’와 같은 질문을 많이 한다. 채용하기 전에 회사와 잘 맞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잘 맞아야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데, 안 맞는 회사에 오면 구성원도 힘들고 회사도 힘들다.

도덕성과 동기부여가 있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루프를 가지고 있는 팀원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취지다. 중요한 건 이렇게 채용을 했음에도 동료들 간 걱정과 의구심이 들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일단 채용된 사람은 100% 완전히 믿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우리 내부 핵심가치 중에 ‘배신당했다 느끼더라도 사랑으로 감싸라’라는 것이 있다. 우린 그런 문화로 움직인다.

토스는 스타트업 중 가장 대우가 좋은 기업이긴 하지만, 그만큼 업무 강도가 높다. 소위 ‘갈아 넣는다’는 세간의 평이 있다. 

나도 그 표현을 들은 적이 있는데 갈아넣는다는 건 자신의 의도와 상관 없이 그렇데 된다는 건데, 나는 토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런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직 중인 사람들 모두 어느 회사든 갈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천 명이나 되는 그런 인력이 왜 자발적으로 일을 많이하는지는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게 단순히 처우나 돈의 문제는 아닐 거다. 회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많고 주변에 능력 있는 인재들이 많기에 자발적으로 일을 찾아서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해도 서 있는 대지가 너무 다르기에 실제로 와서 경험해보지 않으면 못 미더워 하더라.

창업자들은 창업 초기에 미친 듯이 일하잖나. 주당 100시간씩 일하는 팀도 있을거다. 그런데 그걸 자기를 갈아넣는다고 생각하나. 스스로가 선택해서 재미있어서 하는 걸거다. 또 미래를 꿈꿀 때 성공해서 수백억 원을 벌 거라는 마인드로 움직이나. 11년 간 창업자로 살며 그렇게 돈으로 움직이는 창업팀이 1년 이상 유지되는 걸 본 적이 없다. 꿈에 자신의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들의 의지를 인정하고 그들의 꿈을 소중하게 지켜줘야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인터넷 기업에서 불미스런 사건이 있었다. 조직문화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좀 황당한 얘기일 수 있지만 우린 인사권이 팀원들한테 있어서 팀원들이 의견 개진을 하면 팀 리더가 바뀔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몇달 사이 그런 사례가 있었다.

창업자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창업 이후 불가능했던 것, 벽을 느꼈던 것이 있나. 그 과정에서 배운 교훈이 있다면

현재 외부에 보여지는 토스의 모습과는 다르게 내부에서는 늘 불가능을 마주하고 있고 실패한다. ‘사일로’라고 해서 내부에 작은 스타트업 조직이 40개가 있다. 이 사일로 중 작년 하반기 목표 달성에 성공한 건 두 팀밖에 없다. 본인들이 세운 목표임에도 38개의 팀이 실패한 것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실패는 일상이다.

우리가 생각한 대로 제품을 진화시키는 것도 어렵지만 유저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다. 실제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아무리 해도 늘 힘겹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가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잡스는 정답을 바로 찾는 것 같은데 우리는 정답을 몰라서 늘 AB 테스트를 해야만 한다.

창업가들은 고독하다고 한다. 멘탈케어는 어떻게 하고 있나.

즉효약과 장기 처방이 있는 것 같다. 즉효약은 가족 등 힘이 되는 사람을 만나는거다. 정서적인 충전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게 중요하다. 장기적인 처방은 이 일을 왜 시작했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그 일을 그냥 하는거다. 창업을 시작했다면 최종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것이 있을거다. 그것과 현재가 불일치하기에 불안한 거잖나. 그러니 최대한 빨리 그 상황에서 벗어나 조금씩이라도 목표점에 가까워지게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하나씩이라도 개선시켜 내가 원하는 상태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스트레스가 급격히 줄어든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결국 끈기가 중요하다. 푸시업을 하다 보면 근육이 찢어져서 아플 수 있지만 결국 그 과정이 있어야 다음에 안 아프고 훨씬 많이 할 수 있게 된다. 외로운 여정은 힘들지 않으면 불가능하고 고통 없는 성장도 없다. 매일 더 많은 푸시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의사결정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딜레마가 있다. 윤리적 딜레마가 있는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가 성장하려면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팀이 지향하는 윤리적 이상의 크기에 따라 기업 규모도 바뀐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수천억 원을 버는 건 의미없다. 내 자식한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지, 내가 평생 이걸 안고 산다고 했을 때 정말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 그것에 부합한다면 충분히 높은 윤리적 기준일 거다.

토스는 모든 결정이 팀원의 결정이다. 건강한 결정이 일어나려면 결정의 난이도를 비롯한 모든 것이 팀원들에게 알려지는 게 중요하다. 임원진, 경영진뿐만 아니라 방금 입사한 팀원에게도 모든 정보가 공유되어야 한다. 사안의 중대성과 선택의 장단점을 다 알려주면 팀 안에서 일종의 상식이 형성된다. 그게 실제로 윤리성을 지키는 데 중요한 무기가 된다. 완전한 수준의 정보 공유와 개방 없이는 건강한 윤리성을 담보할 수 없다.

컨센서스가 있어야 최종 결정을 한다는 건데, 그 과정이 빠른 성장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에게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

공개적으로 “토스가 더 이상 고객 중심 회사가 아니라 돈을 버는데 집중하는 회사인 것 같다”라는 비판을 한 팀원이 세 명 있었다. 나는 그런 상황을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등장하는 것처럼 본다. 그런 문제 제기는 중요한 사안이기에 전사 회의가 열린다. 제품 개발도 멈추고 몇 주를 거기에 쓴다. 어떻게 보면 매우 비효율적인 과정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 간 상식이 형성되는 거다. 그게 마무리 되면 높은 만족감과 깊은 신뢰감 속에서 움직이는 게 보인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게 훨씬 더 빨리 가는 과정이다.

지금에서 하는 말이지만 토스가 간편송금을 할 때 망할 줄 알았다. 수수료를 토스가 모두 부담한다는 재무적인 이유도 있었고, 우리나라 금융권이 절대로 호응하지 않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헤쳐서 지금에 이르렀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답은 진정성인 것 같다. 정부와 이해 관계자, 투자자를 만날 때 그게 어필이 되었다 본다. 의외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람은 이해관계에 따라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간절한 꿈을 꾸고 있고 그게 정말 진정성 있다고 느끼면 적이라해고 독하게 굴지 못 한다. 토스가 등장하기 전에도 핀테크 사업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지레 겁먹고 포기한 측면이 있다. 거대 IT회사 조차도 ‘라이센스 없으면 안 돼’, ‘아무도 못 들어가는 영역이야’라는 선입견이 강해서 안 들어왔다. 그것이 우리에게 기회가 되었다. 그런 상황을 돌파한 배경에는 간절함과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투자 유치할 때 그걸 많이 느낀다. 우리가 초기 투자 유치를 할 때 인원은 5명 뿐이었고 앞선 5년 동안 내놓은 아이템은 망하기만 해서 빚만 몇 억이나 있었다. 그런 회사에 알토스벤처스가 10억 원 투자를 결정해 줬는데, 진정성을 보여줬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훌륭한 투자자일수록 진실함과 진정성을 정말 많이 본다. 열정이나 매니지먼트 스킬, 경력, 경험도 중요하겠지만 그 사람이 가진 겸손함과 진실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관찰하고 결정을 많이 한다고 본다.

‘프로불편러’라는 표현이 있다. 긍정적인 지칭은 아니지만, 사실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본인도 불편러 성향이 있다고 보나.

많이 있다. 그런 불편함을 생산적으로 풀려고 노력한다. 일상에서 불편함이 느껴지면 산업을 분석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뭔지 되짚어 올라가곤 한다. 삶에 불편한 게 있으면 중요한 사업 기회이자 사람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조직에 ‘불편을 감수하는 용기’라는 유행어가 있다.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하게끔 하는거다. 얘기를 들어야 할 상대방이 권위자라 하더라고, 회사 임원이라도 상관없다. 잘못된 건 그냥 바로 말하게 독려한다. 이런 반골기질 가득한 핵심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닌건 아니라고 말해야 실제 문제가 해결된다.

이승건 대표한테도 스스럼없이 직설을 하는 문화인가.

대부분 거리낌 없이 한다. 회사 공개 슬랙 채널에 ‘프레스’라고 해서 토스와 관련된 기사들을 모아서 보는 곳이 있다. 얼마 전에 거기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UFO 관련 기사 하나를 공유했는데 바로 달린 댓글에서 ‘프레스는 토스 관련 얘기을 모아보는 곳인데 왜 이런 글을 올리냐’고 혼났다. 유쾌했다.

만약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경험자로써 어떤 조언을 해주겠나. 제일 중요한 건 뭘까. 

창업은 100%까지는 아니지만 95%는 운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의 95%가 운이고 개인이나 팀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은 5%, 잘해야 10% 이내라고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는 운명 같은 성공을 만들려면 될 때까지 하는 수밖에 없다. 운이 올 때까지 하면 죽기 전에는 되지 않겠나. 그래서 끈기가 중요한데, 끈기가 생기려면 창업을 해야하는 간절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나도 그런 간절함으로 창업 시작하고 5년 동안 8번의 실패를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끝으로 본인이 정의하는 ‘창업가정신’은 뭔가.

‘세상에 풍요를 공급하는 것’이 창업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의사가 생명을 살리고 군인이 나라를 지키듯 기업가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자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게 본업이다. 그것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만들기 위해 매출도 내야 되겠지만, 결국 업의 본질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풍요를 공급하는 것이다. 기업가의 시대적 숙명이자 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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