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으로 뽑은 이가 엔젤투자를 하면서 코파운더 의사를 밝혀 합류’
‘하나은행에서 VIP를 담당하던 30대 가장이 찾아와 1년 치 월급을 투자하며 합류’
‘앱의 충성고객이었던 이가 직접 디자인 해주겠다고 찾아와 합류’
위에 나열한 내용은 본지가 첫 번째로 만난 스타트업 3개사 코파운더들의 합류 과정을 요약한 것이다. 그 주인공인 조이코퍼레이션 안나현 이사, 북잼 이명우 매니저, 버드뷰 허유정 이사를 만나보자.
(왼쪽부터)버드뷰 허유정 이사, 북잼 이명우 매니저, 조이코퍼레이션 안나현 이사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나현 조이코퍼레이션 이사(이하 안) : 조이코퍼레이션 운영이사 안나현입니다. 조이코퍼레이션은 매장 방문객 빅데이터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인데요. 저희 센서를 매장에 설치하면 매장 밖 유동인구, 고객 체류시간, 이동 패턴 등을 구글 어날리틱스처럼 온라인 대시보드로 볼 수 있어요. 패션, 뷰티, 음식점 등 오프라인 상점들이 온라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고객분석을 할 수 있는 셈이죠.
현재 팀을 만든 건 2010년 말이었는데, 당시 저는 인턴으로 합류했어요. 두 달의 인턴기간 이후 저도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뒤 공동창업자가 된 거고요. 처음엔 IR을 담당했는데, 지난 4년간 포지션 많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돈과 사람을 관리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명우 북잼 매니저(이하 이) : 전자출판사 북잼 매니저 이명우입니다. 북잼은 ‘소장하고 싶은 전자책’, ‘즐길 수 있는 전자책’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오기만 한 모델이었다면 지금은 모바일 내에서 통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요. 책은 큐레이션과 디스플레이가 무척 중요한데요. 여기서 나아가 북잼은 오디오북이나 링크, 바로구매 등이 가능해요. 광고도 가능하고요. 기본적인 판매모델과 광고모델이 함께 있는 셈이죠.
제가 합류한 지는 이제 4년이 됐고요. 현재 영업부터 관리 형태의 모든 것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어요. 콘텐츠 수급과 유통, 내부 공유 정도가 주 업무입니다.
허유정 버드뷰 이사(이하 허) : 화해 서비스 운영사 버드뷰에서 디자인을 맡고 있는 허유정입니다. 함께 한 지는 이제 1년이 됐고요.
버드뷰의 화해서비스는 화장품 정보제공 앱서비스인데요. 화장품 전성분이 표시가 되어 있어도 실 소비자들은 잘 모르잖아요. 저희는 그걸 분석해주는 거예요. 마케팅과 광고 등의 현혹에 의해 일어나는 부작용을 방지하고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죠. 그를 통해 소비자는 본인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거고요. 사용자 리뷰 기능도 있는데 그 리뷰들이 무척 구체적이에요.
각자 코파운더로 합류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허 : 저는 화해서비스의 유저였어요. 화장품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느꼈죠. 그런데 디자인이 너무 아쉬운 거예요. 디자인 전공자로서 고칠 부분이 많다는 게 흥미로웠고요. 딱 보니까 디자이너가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디자이너 없으시죠?’하고 물어봤어요.
디자이너가 만약에 있었으면 어쩌시려고 그랬어요?
허 : 딱 봐도 없을 것 같았어요(웃음). 그렇게 물어봤는데, 처음엔 지인만 채용한다는 거예요. 저는 이미 이 서비스에 꽂혔고, 사전조사도 끝냈고, 이걸 꼭 바꾸겠다고 결심한 이후라, 다시 대표님께 말씀을 드렸죠. 제가 지역적인 조건에 좀 약한데 마침 또 사무실이 집에서 5분 거리이고 구성원들도 제 또래인 거예요.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가치관도 잘 맞아서 같이 하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무척 적극적인 구직자였군요.
허 : 처음엔 저더러 ‘복덩이’라고도…(웃음) 그렇게 화해 서비스 론칭 6개월이 됐을 때쯤 합류하게 됐죠.
허이사님이 합류하고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허 : 제일 중요했던 건 남자 세 명이 화장품 서비스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를 서비스로 바라볼 수 있는 여성 유저가 없었던 거죠. 저는 화장품에 관심이 꽤 많았고, 성분 때문에 트러블이 났던 적도 있어서 유저 입장에서 의견을 더할 수가 있었어요. 세 분이 논리적이고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는데 저는 조금 더 감성적이고 사용자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었달까요. 그런 시너지가 잘 났던 것 같아요.
사실 신입으로 스타트업에 오는 게 쉽진 않은 것 같아요.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허 : 합류하고 넉 달쯤 됐을 때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앱이다 보니 업데이트가 잦잖아요. 정말 매일 밤을 샜거든요. 팀원 중 혼자 여자라 팀원들이 저를 정말 많이 배려를 해줬고, 내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라 거기서 오는 감사함과 성취감은 있었지만, ‘이렇게 해서 과연 내가 잘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막막함이 있었어요. 금전적인 문제도 있었고요. 아무래도 주변 친구들이 대기업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저도 모르게 제 5년 뒤를 계산하게 되더라고요. 그랬을 때 막막했던 거고요. 그 와중에 갑자기 스카웃 제의가 온 거예요. 대기업 연봉보다도 좋은 조건에 마케팅, 디자인, 기획을 전반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조건이었죠.
솔깃한 제안이네요.
허 : ‘저기서 더 배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느끼시겠지만, 스타트업은 사수가 없잖아요. 제 주변에 선배도 없다보니 여기서 배우기가 쉽지 않았고요. 앱디자인이 한국이 크게 발달한 게 아니기 때문에 UI 분야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려고 해도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인터넷을 뒤져봐도 정보가 많지 않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드뷰에 남아 있으시네요?
허 : 화해 업데이트가 되고 난 이후였어요. 유저들로부터 디자인에 대한 칭찬이 막 쏟아지는 거예요. 제 존재감이 우리 서비스를 통해서 전달된다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사람들이 고마워하는 것에 디자이너로서 더욱 기뻤고요. 그 피드백을 받고나서 다시 남기로 결정했어요.
이 : 이 마음이 한 3년 갑니다. (웃음)
그 뒤에 다른 동기부여 요소들이 팀 내에 필요했겠군요.
허 : 네, 저희는 비전을 지표로 잡아 놨었어요. 그러다보니 지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내부적으로 힘든날들이 많아지더라고요. 지표가 물론 중요하지만 그 시기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당장의 수치보다는 먼저 내부적으로 브랜딩 강화에 집중하기 시작했죠. 그에 따라 회사의 비전을 ‘모두가 성장을 할 수 있는 회사’로 바꾸었고요. 일도 더 잘되고 서비스 성장은 자연스레 따라왔어요. 합류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점점 늘어났고요.
버드뷰 허유정 이사
이매니저님의 북잼 합류기를 들려주신다면요? 증권계에서 꽤 돈을 잘 벌었다고 들었어요.
이 : 제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가세가 기울었어요. 어린나이부터 경제활동을 시작했고요. 돈이 되는 일부터 찾아서 시작했다가 조금 더 합법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증권가로 갔어요. 그러나 돈은 분명 되는데, 자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주식이란 게, 계속 보관을 해야 좋은 건데, 증권가 입장에서는 계속 팔아야 하잖아요. 나를 믿고 맡긴 분들에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서른한 살이 되던 해, 아내에게 선포를 했죠. ‘돈만 버는 것 말고, 내가 원하는 일 하다가 그게 잘 안되면 다시 돈 버는 일로 돌아올게’ 라고요. 다행히 아내도 응원해줬고요.
석 달 정도를 쉬었어요. 내가 정말 하고 싶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걸 찾았죠. 전자책이라는 걸 알게 됐고요. 제가 책과 스마트기기를 좋아했거든요. 그렇게 북잼을 알게 됐는데, 정말 연락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온갖 군데를 다 뒤졌어요. 결국 찾아가보니 다섯 명 있는 회사였고요.
북잼에는 어떻게 어필하셨나요?
이 : ‘이전엔 어떤 일을 했던 사람인데, 여기서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처음엔 구성원들이 다들 안 믿는 거예요. ‘사기꾼 같다’ 고요. (웃음) 그래서 ‘1년 치 월급을 먼저 넣겠다, 쓸모가 없으면 거기서 까시라’고 제안했고, 전원 면접을 보게 됐어요. 30분 만에 ‘믿어보자’는 결론을 내려주셨고요.
1년 치 월급을 먼저 넣을 테니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 보라는 건 상당한 배포인데요.
이 : 저는 물질적인 욕심이 없는 편이에요. 뭔가에 꽂히면 눈에 보이는 게 없는 타입이기도 하고요. 그때가 아니면 못할 거라고 판단했어요. 그게 지금 4년이 됐네요. 아내는 지금도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고 말해요.
부인께서는 전적으로 지원해주신 건가요?
이 : 걱정은 했지만 따라줬어요. 1-2년 하다가 다시 돈 번다고 할 거라고 생각했대요. (웃음) 사실 저는 이전에 일할 때, 내가 머리를 쓰면 쓸수록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속상했어요. 지금은 그런 걱정이 없고요. 유해한 삶 같다고 느껴졌던 게, 지금은 책이라는 걸로 사람들에게 주는 게 많다고 생각되거든요. 스스로 뿌듯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직접 창업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은 이유는요?
이 : 대표는 정말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웃음) 저희 대표님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게 업무량이 장난이 아니에요. 사업 관계자들과 술을 먹은 날도 아주 잠깐 눈 붙이고 아침에 가장 일찍 출근해 계세요. 그게 한편으론 부담되기도 했지만 정말 좋았어요. 함께 있는 대표가 그렇게 열심히 일한다는 게 무척 멋있었거든요. 북잼에서 3-4년간 겪으며 변해가는 모습들이 각각 다르지만 대표는 또 다른 것 같아요. 대표는 사람들 관리해야 하지, 직원 월급 관리해야 하지, 행동도 모범을 보여야 하지, 거래처 관리해야하지…이게 사람 사는 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웃음) 저는 도저히 자신이 없어요. 그 막중한 책임감을 보면 대표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 거예요. 저는 아직도 일의 진지함이나 일 처리방식에 있어서 대표님께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정말 다른 업계를 경험하시는 건데, 느끼는 바라면요?
이 : 동료들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동료라는 이름의 사람들을 이번에 처음 갖게 된 거거든요. 여긴 믿음을 토대로 함께 일을 해요. 전엔 철저히 실적주의였고요. 지금은 회사에 동료로서 뭘 해주면 좋을까 하고 팀을 많이 생각하게 되고, 노력하게 돼요. 저희 구호가 ‘나만 잘하면 된다’ 인데요. 이건 굉장한 신뢰예요. 저희 회사는 자율 출퇴근이고 직급도 없어요. 디자이너, PD, 개발자 다 각자 알아서 잘해야 되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잘 돼야 될 텐데, 나 때문에 그르치면 안 돼’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게 돼요. 이를 테면, 제가 꼭 했으면 좋겠는 일을 말씀 드리면, 밤을 새서라도 해주세요. 그럼 저는 그걸 또 무의미하게 하면 안 되니까 장기적인 로드맵 등을 밤새 고민하고요.
벤처의 의욕적인 사람들에게는 비전과 목표가 중요하잖아요. 우리 구성원들이 다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등의 중압감을 처음 느끼는데 그게 싫지 않아요. 잠을 못 자는 것도 처음 느끼는데 싫지 않고요.
기존 업계에서 느끼기 힘든 문화이긴 하죠?
이 : 예전엔 동료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실적을 뺏고 뒤통수치는 일이 흔했어요. 그래서 지금의 동료가 더 소중하게 여겨지고요. 이 문화를 계속 느끼고 싶어요.
북잼 이명우 매니저
안이사님은 인턴에서 공동창업자가 되셨어요. 어떤 이야기인가요?
안 :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컨설턴트가 되고 싶었어요. 컨설턴트가 어려운 기업을 살려주는 카운셀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대학 때 학회도 컨설팅학회를 했고, 다른 인턴 활동도 컨설팅 회사에서 했죠. 컨설팅 학회에서도 활동을 했고 다른 인턴도 컨설팅 회사에서 했어요. 당시 제 계획은 10년 정도 컨설팅 업계에서 경험을 쌓고, 이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신이 생긴 대로’ 사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 사업을 하자는 거였어요. 아주 막연하게요. 그러다 우연히 아이디인큐 김동호 대표가 지금의 스타트업을 소개해줬어요. 창의성을 중시한다고 하기에 ‘나와 잘 맞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인턴을 하게 됐어요.
그때가 조이의 어떤 단계였나요?
안 : 법인 설립은 한 달이 지나지 않았을 때였고요. 서비스는 알파버전으로 내부에서 테스트를 하는 단계였어요. 그를 가지고 시드펀딩을 받아보자고 사업계획서를 만들었고요. 당시 저는 학부생에 불과했고 벤처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가 없었어요. IT도 마찬가지였고요. 지금도 제가 기계만 만졌다하면 다 고장 나고 할 정도거든요. (웃음) 그만큼 전문성이 없었는데, 어쨌든 제가 애착을 가지고 서비스에 대해 의견을 표시하면 코파운더분들이 정말 잘 들어주는 거예요. 그 의견이 본인의 의견과 다르다면 정말 성실하게 답변을 해주셨고요. ‘왜 이거를 당장 하는 게 아닌지’, ‘이런 상황에서도 이걸 감수하고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하는 지’ 등을 설명해줬죠. 그를 보며, 회사와 서비스를 위해서 자신의 습관이나 성격까지도 바꾸며 수행해나갈 분들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됐어요. 비전도 저와 유사했고요.
어떤 업무를 담당하신 건가요?
안 : 제가 가지지 못한 개발력이나 영업력을 가진 분들과 함께 저는 IR과 같은 백업 업무를 맡으면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컨설턴트를 꿈꾸며 가졌던 저의 로직(Logic)과 설득력이 잘 맞아 떨어지면서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었고 ‘이 속도로 계속 성장을 하고 앞으로 선한 방향만 추구한다면 계속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함께 하고 싶었어요. 어찌 보면 저는 아이템이 뭔지도 모르고 팀을 선택한 경우네요.
그렇게 인턴이었던 분이 엔젤투자와 함께 운영이사가 된 거군요. 엔젤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첫 직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 : 네, 이게 첫 직장이고 투자금은 집에서 지원을 좀 받았습니다.
당시 제가 가장 고민스러웠던 것은 제 커리어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조이에 있는 분들은 저와 무척 잘 맞는 분들이고 내가 기여할 것도 명확하지만, 내가 직원밖에 되지 않는다면 커리어 측면에서 리스크는 오히려 늘어나는 거거든요. 내 회사라는 느낌도 안 들고요. 그런데 회사가 초기단계이다 보니 이미 제가 코파운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식으로 지분 투자를 하고 싶다, 만약 어렵더라도 지금까지의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므로 앞으로도 좋은 관계로 자주 찾아뵙겠다’ 라고 말씀드렸는데, 아주 오글거리게 받아주셨어요.
오글거리게 받아준 건 뭘까요?
안 : 정말 진심으로 제 커리어에 대해 고민을 해주셨어요. ‘냉정하게 보고 따져봐라’, ‘네 어떤 결정을 하든지 우리는 그 결정을 존중하고 떠나게 되더라도 항상 응원한다’고요. 하지만 이후에 제 제안이 받아들여졌고, 이후에는 ‘오래가자’, ‘길게 보고 가자’를 모토로 하고 있어요. 설령 법인이 바뀌더라도 길게 가자고요.
사실 당시 제가 24살이었으니까, ‘내가 3년 삽질을 해도 27살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3년 안에 ‘대박’이거나 ‘쪽박’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3년이 지나도 목숨은 붙어있고, 우리 팀은 더 단단해져 있고, 이제 나는 뭘 할 수 있을 것 같고, 첫 아이템에서 수익은 나고 있고요, 글로벌로 영향을 미치기에는 부족함이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조금 더 크게 베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죠. 3년 차가 될 즈음 저 스스로 돌아봤어요. ‘지난 3년보다 팀은 역량은 늘어났나, 내가 성장했나?’를 스스로 물었죠. 답은 ‘예스’였고요. 지금은 어느 정도 무기도 생겼고, 의사소통도 잘 되고 믿음도 생겼어요. 그래서 한 번 더 해서 좋은 성과를 내보자고 다짐했죠.
조이코퍼레이션 안나현 이사
스타트업 종사자로서 스타트업을 선택하려는 구직자들이 고려해야 할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안 : 아무래도 저는 제 회사니까 보는 관점이 달라요. 저는 회사를 성공시켜서 열매를 얻으면 되는 거니까요. 제 지인들에게 항상 하는 말은 ‘고민스러우면 선택하지 말라’는 거예요.
저는 개발이랑 디자인 빼고는 다해요. 대부분의 스타트업 종사자분들이 그럴 거고요. 여기서는 그게 당연한 거죠.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해진 지금(4년차)이 좋아요. 3-4년 후엔 또 지금이 부끄럽겠지만, 저는 3년을 버티면서 배운 게 있고 그를 바탕으로 지금 또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게 없으면 버티기 힘들 테고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와 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가’,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인가’를 짚어 봐야 해요. 사실 저는 경영학과 전공생이라 개발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디자인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여자라 영업에서도 상대적인 약점이 있었고요. 그런 환경에서 스스로 헤쳐 나가는 게 제 나름의 도전이자 기쁨이었어요. 그게 없으면 스스로 흔들리게 되고 존재가치를 고민하게 되는 시기가 오는 거죠. 그렇게 되면 본인이나 조직이 함께 힘들어지는 거고요.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그거인 것 같아요. 본인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얼마나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느냐요. 저희를 이르자면 저희 솔루션이 아시아에서 최초이고, IoT 영역에서 빅데이터를 다룬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 이야기를 들으면 시장의 반응을 직접 느끼면서 치열하게 살아 보고 싶다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면 도전하는 거죠.
허 : 요즘은 워낙 고스펙이다 뭐다 해서 이것저것 재보는 경향이 많잖아요. 그러다보면 본인 역량보다 많은 연봉을 기대하게 되요. 저는 학벌이나 스펙이 아니라 회사에 대한 기여도로 급여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보상이 반드시 돈이 아니어도 된다면 스타트업이 괜찮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와서 배우겠다는 태도는 스타트업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기서는 다들 자기 일 하기 바쁘기 때문에 붙잡고 가르쳐 줄 시간이 없거든요. 했던 말을 또 하게 되면 시간이 많이 낭비가 되는데 이게 회사 성장과도 바로 연결이 되니까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위험부담이 커요. 사업가라는 영웅적인 포장을 보고 오려는 사람들도 많지만, 대기업에서 7년 동안 배울 걸 스타트업에서 1년 만에 배운다고 할 만큼 일이 고되거든요.
또한 본인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가 명확해야 해요. 특히 앱 디자인의 경우 본인이 로열유저여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서비스가 벼랑 끝에 서있을 때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리하자면, 다른 사람의 실력과 시너지가 나고, 사람들과 융화될 수 있고 본인의 로드맵을 스스로 짜서 기여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적합한 것 같아요.
두 분이 신입이라면 이매니저님은 이직자이신데요. 이직자 입장에서 하실 말씀이라면요?
이 : 북잼의 경우는 3년이 지났고 전자책이라는 분야 자체가 이제는 스타트업 단계는 지났기도 해요. 대학에 전자책과도 생겼고요. 가끔 대학생들이 전자책을 전공하면서 여기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데요. 사업 분야가 생기고 그게 학과로 신설이 되면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에요. 그래서 저희를 비춰 말씀 드리긴 어려울 것 같고요.
순수 스타트업을 말하자면, 우선 자신의 분야를 정하고 그 뒤에 대기업이냐 스타트업이냐를 선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다거나 성향 상 돌파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면 이쪽 분야는 확실히 맞지 않죠.
성향을 떠나서 환경적으로도 선택요소들이 생기는데, 특히 제 나이 대에는 대부분 가정이 있잖아요. 지금 이 나이에 스타트업에 뛰어든다는 건 더 큰 결정이에요. 한번은 이 문제로 갈등하고 있는 친구의 고민을 들어준 적이 있는데 결국 안하는 걸로 결정을 내리더라고요. 이처럼 조언은 조언일 뿐이지 결정을 내리는 건 결국 본인 몫이에요. 의지가 있다면 어떤 환경이든 그 사람은 할 거예요. 가정이 소중하면 남는 거고요.
그렇게 말씀 하시면 가족 분들이 섭섭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 제가 이직한 이유는 하나였어요. ‘내가 과연 떳떳할 수 있는가’였죠. 아이들이 혹여 부모들이 있는 자리에서 욕을 듣는다거나 해코지를 당한다거나 할 수 있다는 게 싫었거든요. 아이들이 자괴감 가지고 일하는 아빠를 좋아할까,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는 아빠를 좋아할까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또한 당시에는 남는 게 안정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통폐합이 돼서 다 구조조정이 됐거든요. 사실 안정적이지도 않았던 거죠. 스스로 많은 걸 헤쳐 나가며 배웠고, 주변인이라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있는 지금이 더 안정적이라고 느껴요.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조금 다른 생각을 하실 것 같아요.
이 : 사실 상위 1%의 성적이 아니라면 저는 아이들의 성적도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학군을 따져서 지역을 선택하지도 않았고요. 집이 수목원 옆이라 뒷산에서 막 뛰어 놀게 해요. 무엇을 하든 ‘무엇 무엇 때문에’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가지게 하고 싶어요. 제 나이 때 친구들은 지금 원망하며 사는 친구들이 많아요. ‘나는 이것 때문에 이걸 한다’의 마음인 거죠.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남 탓해서 좋을 것 없고 바뀌는 것도 없거든요.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경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으로 마무리 부탁드립니다.
안 : 저희에게 2014년은 고객확보의 시기였어요. 감사하게도 저희가 써주길 바랐던 회사들이 저희 제품을 잘 사용해주고 있고요. 조이는 오프라인의 상점들에게 온라인 상점과 같은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저희 제품을 통해 더 많은 매장들이 높은 분석 수준을 가지게 하는 게 단기적인 목표예요. 지금은 제품을 손으로 설치하고 현장에서 일일이 관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올해 매장이 수천개(현재 수백개)로 늘어나더라도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할 테고요. 그에 필요한 돈과 사람을 끌어오는 것이 저의 과제입니다.
이 : 북잼은 지금까지 브랜드샵을 많이 만들었어요. 올해부터는 예스24나 교보문고 채널이 저희 것으로 교체가 될 거고요. 전자책은 온라인(알라딘, 예스24)까지는 잘 넘어왔지만, 업체의 중력 때문에 모바일까지 넘어오긴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서비스를 잘 만들어 특색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올해 목표이고요. 유통해서 판매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여기서 제가 할 일은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공급하는 거예요.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비전도 주고 믿어주는 만큼 실적으로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허 : 올해는 사용자분들이 화장품을 구매하는데 있어서 화해를 더욱 편하고 안정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서비스 안정화에 신경 쓸 것 같습니다. 화장품을 구매하는 데에 꼭 필요한 앱 서비스가 되도록 기능적으로도 풍성한 기획을 할 거고요. 최근에 또 유저였던 분이 매니저로 합류하기도 했고, 저와 호흡이 정말 잘 맞던 친구도 디자인팀으로 합류했는데요. 새로 합류하신 분들과 서비스를 잘 이끌어 나가고 싶어요. 두 명이지만 이제 디자인 팀이 구성이 된 거니까 보다 더 유저분들이 사용하기에 예쁘고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고 싶고요. iOS 버전도 런칭되었으니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정리 : 김상엽 인턴기자